도시가 나이가 들어가면,
오래된 것은 새것에 비해 초라해 보이고 그 구실을 못할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으나,
오래되었기에 가지는 아우라가 분명 있습니다.
굳이 나대지 않아도 어떻게든 알아봐 주는 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교토가 그랬습니다.
도시가 나이가 들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이런 모습이면 좋겠구나.
낡고 퇴색된 지하철, 아직도 당당히 운행되는 트램, 오래된 목조 건물들과 그 골목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치열하게 닦고 조이고 정비했을 그 오래된 것들.
지금껏 존재한다는 건 그 동안의 시간을 오롯이 품고 있었다는 것이겠지요.
그 중심에서 잘 보존되어온 사찰과 역사적 건물들이 도시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던 곳.
그것이 오래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천천히 커온 것이기에
같이 세월을 겪어온 나무와 물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풍경 속에서 사람을 불러들이는 힘이 있는 곳.
단풍시즌이 끝을 향해 달릴 때 도착한 교토는 그랬습니다.
일본에서도 이 맘 때가 되면 애써 맘 먹고 찾아 온다는 그 곳, 교토.
단풍이 아름다운 그 곳.
하지만 교토는 단풍만이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균형된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도시에서 사람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분명 단풍은 우리 경주의 불국사도 절대 뒤지지 않고 이쁘고 좋습니다.
하지만 그 즐김은 우리가 훨씬 못한 듯 했습니다.
천천히 보존하며 즐길 줄 아는 그들이 사실 조금 얄밉고 또 부러웠습니다.
단풍이 멋진 곳에는 어김없이 빨간 테이블들이 있었습니다.
단풍을 눈으로 즐기며 차 한잔할 줄 아는 그들의 여유와 평온이 부러웠습니다.
우리는, 나는 왜 그러했는가.
자연을 왜 천천히 보지 못했는가.
왜 여유있게 타인을 배려해주지 못했는가.
교토의 거리가 깨끗한 것은 단지 그들의 문화의식이 높기 때문만 일까요?
그 곳을 떠날 때쯤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도시
제가 처음 방문한 도시,
교토는 그랬습니다.
2016. 11. 27.
body: leica MP
lens: leica summicron 35mm asph
b&w: ilford hp5+ 1stop push, rollei retro400 1stop push, kodak tx400 1stop push
color: rdp3, potra400
scan: epson4870
p.s.
다같이 갔다왔는데… 그래서 뭐라도 하나 올려야하는데…
사진도 여행도 너무 멍하게 남아서 숙제를 혼자만 아직 제출 못한 학생 마냥 맘이 참 무거웠습니다.
그냥 이번 교토 이후의 감정은 저는 “역시 하나”와 “멋지게 세월을 받아들이는 것이란”입니다.
교토여행을 추진해주시고 같이 도와주며 준비해주신 보든 분들께 이 글을 빌어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아~~사람들을 피해 찍느라 쥐가 날 지경이었는데 그대로 받아 들인 네거티브 필름 같은 관용도가 부럽네요.
좋습니다.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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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프레임에 사람도 받아들이는게 마 맘 편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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닦으신 도에 제 맘도 함 비워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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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닦은 도가 없는데…어찌 말씀을 그리하시면…@@;;
말씀처럼 비우는게 젤 어렵다고 들었는데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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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을 다니고 찍어도 이렇게 다른 시선으로 보여진다는 게 사진의 매력인 것 같아요.
저 역시 일본의 첫 여행이 여러가지 느낌으로 다가왔네요. 분명 그 전에 막연히 가졌던 그런 느낌이랑은 분명 달랐어요.
좋은 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교토사진 장어구이 이후로 쳐박아놓고 쳐다도 안보고 있는 전 어찌할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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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일지라도 느끼는 감정이 다 다르니 보는 장면도 참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결국 사실 비슷할 것 같았는데 다들 다른 장면들을 보여주시니 참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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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사진들입니다.
아침부터 아우라를 뿜어내는 사진들이 마구 올라와서 행복하기도 하고, 반복적으로 울컥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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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님들 틈에서 이런 글 올릴려니 참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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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그런 겸양의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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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좋게 봐주시고, 교토동행에 끼워주시고, 이 곳 비급으로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지역의 거리차에도 불구하고 많은 좋은 분들과 인연을 트고 온라인에서 어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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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보스님의 시선으로 교토의 추억에 다시 잠겨 보는데 좋습니다~
저도 사진 정리해야 하는데 속도가 안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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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역시 추억이 남는다는게 젤 좋은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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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안지에서 이끼들을 보며 미싱보스님과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었음에도 새로운 시선, 감사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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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들 참 얄밉죠. 전 사실 좀 그래요. 지들꺼는 참 잘도…우리한테는 그래놓고…
하지만 우리도 그런 타인의 핑개는 이제 버리고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걸로 맘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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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드디어!!!
정말 멋지면서도 교토사진 중 가장 아련하네요!!
역시 고수는 뒤에 나타나나봅니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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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는 무슨요. 행님 여기서 그라면 큰일 납니다.
게으르고 능력이 딸려서 이제서야 숙제 제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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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일본을 찾을 때 마다 비슷한 감정을 항상 느꼈었습니다. 사진도 글도 모두 참 잔잔하니 좋습니다. 과한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편안하고 안정된 시선의 사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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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숫기도 별로 없고 부끄럼도 많아 매사에 과하지 않고 티지 않고 그냥 슬적 묻혀가는 걸 추구하는 편인데 이 글에서 제대로 먹혔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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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조하는 시선 하나하나 곱씹어 보게 됩니다. 잘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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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사진을 세밀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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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제가 좋아하는 사진을 필두로 멋진 사진 많이 담아오셨군요..
덕분에 여러가지 모습의 교토를 만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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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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