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EI 35 SE

나에게 필름 카메라는 M6 하나로 차고 넘치기에 다른 카메라 따위 눈 하나 팔지 않았다. 다른 카메라의 부류에는 지인이 쓰던 롤라이35도 물론 포함되어 있었다. 작지만 다부진 체구에 오밀조밀 이쁘장하게 생긴 색다른 매력의 카메라는 당시 내게 일말의 동요도 일으키지 못했다. 한창 라이카와 사랑에 빠진 탓이리라.

밀월은 달콤하나 짧을 수 밖에 없는 운명, 라이카시스템은 수려하면서도 충분히 실용적이었지만 필부의 일상을 함께하기엔 그 잘난 몸값이 늘 걸리적거렸다. 앞만 보고 달리던 경주마의 눈가리개가 벗겨진 듯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 마침 이 곳 비급매거진에 “Minolta TC-1 Review”라는 천민수님의 필름카메라 리뷰가 포스팅되었다. 화사한 샴페인색으로 화장한 조막만한 얼굴에 G-Rokkor 28mm f3.5 렌즈는 컬러와 흑백을 넘나들며 발군의 성능을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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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은듯 신이 난 나는 곧장 이런 덧글을 남겼다.

“흑백도 좋지만 쬐그마한 녀석이 뽑아주는 컬러에 마음이 빼앗겨버렸습니다. 손에 들린 도구에 따라 찍는 이의 마음가짐도 변하기 마련인지라 엠육의 엄숙함을 이런 녀석이 벗겨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네요. 꼭 한번 써보고 싶은 장비리스트에 올려둡니다.”

나는 곧장 미놀타 TC-1, 콘탁스 T3 같은 애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간 귓등으로 듣던 얘네들 몸값이었는데 중고 거래가를 직접 확인해보니 진짜 장난없다. 특히 T3는 몇몇 셀레브리티들이 소장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치솟아 M6랑 몸값으로 비등비등하다. 모시고 다니려 찾는 카메라가 아닌데..라는 생각에 고민의 실타래는 다시 꼬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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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땅에 내쳐진 씨앗일지라도 적절한 수분과 볕이 주어지면 싹이 트는 법인가.

지름에 고민하는 어둠의 다크에서 문득 송도 바닷가에서 지인이 보여주었던 바로 그 카메라, 롤라이 35가 운명처럼 생각났다. 시세 확인을 위해 당장 장터로 향했다. 싱가폴/독일, 실버/블랙, 35/35S/35TE 등 언뜻 봐도 그 종류가 방대하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필름똑딱이들에 비하면 대체로 부담없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노출계와 구도확인용 파인더가 장착되어 있고 노출은 100% 소유주에게 종속적인 매뉴얼 설정방식이다.

1966년 첫 생산을 시작한 롤라이35는 당시 35mm 범용필름을 장착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카메라였다. 하지만, 자이스社의 Tessar렌즈와 1/500초를 지원하는 Compur셔터 그리고 고센社의 CdS미터를 사용하는 등 성능은 결코 작은 카메라가 아니었다. 다만, 렌즈 촛점거리는 롤라이35라는 이름과 달리 40mm였고 목측식 초점방식이라는 점이 다소 걸림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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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학습은 여기까지로 하고 설계자로 불리는 지인의 영도를 받기로 했다. 메신저로 롤라이 35에 대해 문의하자 모니터 너머의 그는 자세를 고쳐앉더니 롤라이35의 탄생과 배경부터 실타래처럼 엉겨 복잡해보이던 다양한 롤라이35 시리즈를 꼬치꿰듯 한방에 정리해주는 신기神技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그가 덧붙여 보여주는 롤라이35의 결과물은 Summicron에 결코 뒤지지 않는 샤프함과 힘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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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2_35_m6 hp5 9호관사(2) 송도
leica m6, summicron 35mm, ilford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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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3_22_후지기록용100 롤라이35 오도리 효자동 산책
rollei 35 se, sonnar 2.8/40, fujicolor 100

(라이카는 35mm, 롤라이35는 40mm인 초점거리 차이로 원근감 차이가 있지만, 결과물만 놓고 보면 가격 차이가 무색해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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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카메라라는 지인의 개런티까지 보태어 나의 세컨 카메라는 이미 롤라이35로 결정되었다. 이제 장터링만 남았다.

“제꺼 쓰실래요?”

문득 건네는 그의 말이 놀랍고도 다행스러웠다. 안그래도 판매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멀리 모르는 사람에게 보내느니 가까운데 보내면 좋겠다라는 그의 말. 혹시라도 쓰다가 팔 생각이면 자기에게 팔아달라는 조건과 함께 나는 운명처럼 영혼 충만한 그의 롤라이35SE를 분양 받아냈다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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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SE 모델은 1979년에서 1981년 싱가폴에서 15만대가 생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모델은 롤라이35S 기반에 CdS 노출계 대신 전자식 노출계가 장착돼있어 뷰파인더에서 LED 불빛으로 노출 과부족을 확인 가능하다. 렌즈셔터는 벌브~1/500초를 지원하고 Sonnar 2.8/40 렌즈는 f2.8~22, 감도는 25~1600까지 세팅할 수 있다. 특히 조리개 설정시 다이얼 하단에 Lock버튼이 없는 모델이므로 뷰파인더에서 노출을 확인하면서 조리개 다이얼을 손가락 감각만으로 조정할 수 있어 더욱 실용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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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장비는 언제나 새로운 열정까지 패키징되어 온다. 요 며칠 40년 된 카메라로 출퇴근길, 동네 산책을 함께 했다. 손목스트랩을 걸고 손바닥으로 감싸면 손아귀에 폭 안기는 컴팩트한 카메라지만 335g의 무게감이 그리 만만치 만은 않다. 일포드 hp5+ 1롤과 후지필름 기록용필름 100 2롤을 사용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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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롤라이35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사용소감을 적어보면,

(그닥 많은 카메라를 섭렵해보지 못한 처지라, 주된 비교대상은 롤라이에게 ‘에브리데이-캐리-카메라’ 자리를 잠시 내어 준 라이카 엠육이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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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엠육은 셔터를 장전해야 노출계가 동작하는 반면 롤라이35는 미장전 상태에서도 반셔터로 노출 확인이 가능해 편리하며, 카메라 내장노출계는 외장노출계 값과 비교해봐도 상당히 정확한 수치를 제시해 줌

둘째, 목측식이라 초점에 대해 걱정했으나 풍경 혹은 사물 위주의 스냅일 경우 “피사체와의 거리추정-초점값 세팅-노출확인-조리개/셔터속도 조정-프레이밍-촬영”등의 순서로 차근차근 진행하면 별다른 어려움 없음. 다만, “프레이밍-초점세팅-노출확인/조정”이 동시에 가능한 라이카시스템에 비해서는 촬영이 두, 세호흡 느릴 수 밖에 없어 순발력이 필요한 스냅에는 활용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됨

셋째, 35mm도 아니고 50mm도 아닌 어정쩡한 40mm 초점거리에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싶었으나, 몇 롤 찍어본 소감으로는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은 그래서 너무 들어갈 필요도 물러날 필요도 없는 균형감 있는 초점거리인듯 함. (35mm와 달리) 인물을 중심으로 (50mm와 달리) 주변 풍경을 살짝 녹여넣을 수 있어 가족 나들이에 적합해 보이기도 함

넷째, 셔터와인딩과 셔터릴리즈의 감각은 라이카의 그것과 비교할만한 것은 아님(가격도 그러하니 뭐). 라이카의 조작감에 대해 흔히 얘기하는 “Silky smooth’가 이런거였구나를 새삼 깨닫게 됨. 그렇다고 롤라이 만듦새가 토이 수준이거나 그런 것 아니니 오해가 없길 바라며, 조작감 측면은 라이카가 월등해서 생기는 차이일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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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이35는 이른바 ‘찍는 재미’가 있는 카메라다. 손목에 걸고서 가벼운 마음 가벼운 발걸음에 스치는 풍경 목측으로 어림잡아 담아내야 만 카메라. 초점이 맞는지 맞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그런게 중요하지 않은 카메라.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믿음 그리고 현재를 즐기는 것이란 걸 일깨워 주는 카메라가 바로 롤라이35라는 생각이 든다.

기껏 한달 써보고 끄적이는 글이라 나중에 이불킥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사용 초반의 경험 또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자기최면을 걸며 롤라이35 입문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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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 SE with “Ilford HP5+ Black and white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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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 SE with “Fujifilm 記錄用 100 Color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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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SE : BW vs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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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지 않는 캠퍼스

6월 20일 오전 9시 30분. 전국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 관계자들은 이날 교육부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올 초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시행한 대학 기본역량진단 1단계 평가에 대한 결과였는데, 비록 잠정결과라고는 하나 평가 대상교의 64% 비율로 합격 판정된 자율개선대학의 범주에 들지 못한 탈락 대학은 정원감축 권고와 정부 재정지원 제한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일부 대학들에는 그야말로 명운이 달린 중차대한 발표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정대로 발표된 ‘살생부’로 대학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4년제 대학 120개교, 전문대학 87개교가 합격으로 안도의한숨을 내쉰 반면, 4년제 67곳, 전문대 49곳 등 116개교는 정원감축 대상에 포함되었으며 정부는 이들 대학의 정원을 총 2만 명 가량 줄일 계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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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학 정원이 대대적인 수술대에 오른 원인은 90년대 대학설립 간소화로 무분별한 대학설립에 따른 정원증가와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 정원은 60만 명 수준으로 2000년도만 하더라도 대입자원인 학령인구는 80만 명 수준이었다. 익히 알고 있다시피, 대학이 학생을 골라서 선발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이 지난 현재는 60만 명 수준으로 감소했고 2020년 이후엔 50만 명 아래로 급감할 예정이다. 즉, 대입자원 전원이 대학에 입학한다고 하더라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정원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대학 재정이 탄탄하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90년대 등록금 장사를 위해 설립된 사학들 재정이 여유로울 리 만무하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부실사립대학의 대량 폐교사태와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충격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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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러한 학령인구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1주기 대학구조개혁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였고, 그 결과 사업 초기 54만 명이던 대학정원을 48만 명 수준으로 5년간 6만 명 가량을 감축하였다. 이어서 올해 후속으로 추진되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사업은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는 형태로 대학 전반에 걸친 평가를 통해 대학별 ‘체력’을 평가하고 함량 미달인 대학들은 정원감축 권고 또는 정부재정지원의 제한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골자로 하고 있다.

수 년간 지속하고 있는 대학등록금 상한제(라고는 하지만 실질적 동결)와 부실사립에 대한 정원감축으로 인해 실제 대학이 문을 닫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12년부터 올해까지 12개 대학이 폐교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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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찾아뵙는 처가댁에서 멀지 않은 곳에도 2017학년도를 마지막으로 폐교된 학교가 하나가 있어 직접 찾아가 보았다. 그 대학 정문 주변은 이미 대형화물차들의 주차장으로 변해버렸다. 낯설게 변해버린 주변 풍경 속에 활짝 열린 정문은 아직 이곳은 학생들의 마음과 추억이 떠나지 않은 캠퍼스라며 큰 소리로 시위하는 듯 보였다. 나는 정문 안쪽으로 들어섰다. 화창한 날씨가 무색하게 캠퍼스에서 친구들끼리 담소를 나누고 있을 학생들은 보이질 않는다. 사람 손이 타지 않는 것은 조로(早老)하는 것일까. 본관까지 이어진 캠퍼스 중심도로 양옆으로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다. 등하교 시 북적였을 법한 통학버스 정류장과 텅 빈 게시판, 해진 채로 힘없이 펄럭이는 본관 앞 태극기는 버려진 캠퍼스의 안타까운 표정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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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안적 교육정책의 폐해는 앞뒤 돌아볼 여유 없이 달려온 우리 사회의 업이라 흘리기엔 아픔이 절대 만만치 않을 듯하다. 특히, 2주기 구조조정에 더욱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린 지금으로서는 대학 간 통폐합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대학사회는 변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더불어 폐교 후 캠퍼스 토지와 건물, 교육/연구용 기자재 등과 같은 학교 기본자산의 처분방법, 재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지역 경제의 직격탄이 될 교직원의 실업 문제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또한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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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aken with leica m6, summicron 35mm 4th, ilford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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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이미나토

돗토리현 서부 끄트머리에 자리한 사카이미나토는 일본 국민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으로 그의 대표작 ‘게게게의 기타로’를 테마로 한 요괴마을로 유명함과 동시에 산인지방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특유의 스타일을 구축한 세계적 사진가 우에다 쇼지의 고향이기도 하다. 고향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돗토리 사구는 일평생 그에게 있어 훌륭한 스튜디오였으며, 이 곳에서 가족사진과 유머러스한 셀프사진 그리고 평생의 모델이었던 아이들을 원없이 찍었다. 지금도 요괴거리 ‘미즈키 시게루 로드’ 한켠에는 70년간 우에다 쇼지 작업의 근간이 된 ‘우에다 카메라’가 그의 셋째 아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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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 사카이미나토 수산진흥협회를 통해 예약해 둔 어시장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이른 아침 나는 숙소를 나와 요괴들의 천국인 미즈키 시게루 로드로 들어섰다. 산인(山陰)지방의 8월 하늘은 지명마냥 우중충하고 무겁다. 인기척 없는 새벽거리를 걸으며 만나게 되는 눈알 가로등과 검은 고양이 그리고 신사나무에 둘러쳐진 금줄은 오직 음산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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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벽적으로 깨끗하고 단조로운 골목풍경을 벗어나 탁트인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출발지인 호텔로부터 어시장은 정동쪽이었으므로 왼쪽으로 꺽은 채 두 블럭 정도 걸어나가면 나카우미호에서 미호만으로 흐르는 해협을 만날 수 있다. 멋스런 구름 스카프를 걸친 해협 건너 이나리산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문득 호수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물은 어떤 지점을 경계로 민물과 해수로 구분되어지는지 궁금해졌다. 학문적인 접근에서 염분의 농도구배 따위로 구분하자니 드넓은 강을 두고 일일이 측정이 가당키나 할까 싶고, 행정편의적 접근으로 지리적 생김새에 의거해 구분하자니 섬세하고 정교한 자연이 섭섭해할 것만 같다. 어쨋든, 이런 저런 잡생각은 마침내 나를 목표지점인 어시장 입구로 안내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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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약속된 시간, 약속된 장소에서 투어 가이드를 만날 수 있었다. 예약 관계로 주고받은 메일에서 먼저 알게된 ‘에지리상’은 실제 만나보니 나이 지긋한 백발의 신사였다. 30대 전후의 젊은이일거란 내 멋대로의 추측 따위는 보기좋게 빗나간 것이다.

오전 7시 투어참가자는 나 혼자였음은 이내 알 수 있었다. 에지리상은 나를 보자마자 수산협회 사무실로 안내했고, 어판장 내 간단한 안전수칙을 일러준 후 투어참가자 식별용 노란 모자를 건넸다. 사카이미나토 항과 마찬가지로 넉넉한 동해바다를 등에 업은 죽도시장에서 사진잔뼈가 굵은 나였기에 ‘경매에 방해되지 말 것’, ‘지게차와 바닥 미끄럼 주의’ 등 어판장 투어 유의사항은 이미 체화된 터였다.

노란모자 쓰고 병아리마냥 어미닭 에지리상을 따라 어판장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봄에는 연어, 여름은 참치와 굴 그리고 가을과 겨울은 각종 게와 오징어가 주류를 이룬다며, 계절 따라 많이 잡히는 어종에 대한 설명을 곁들어주신다.

한편, 사카이미나토 어판장 풍경 중 눈에 띄인 것은 바로 호가방식이 죽도시장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점이었다. 수신호로 호가하고 경매사는 그 중 최고가를 제시한 입찰자를 지명하여 낙찰하였다. 오히려 같은 일본이라도 손바닥만한 수첩을 사용하던 가고시마와는 달랐다. 포항과 사카이미나토는 씁쓸한 역사 위에 동해바다를 매개로 수산자원 뿐 아니라 경매시스템 또한 공유하게 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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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의 방문 그것도 제한된 시간 50분간 찍어낼 수 있는 사진은 사실 거기서 거기다. 투어프로그램을 통해서만 견학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은 시점에 이미 사진욕심은 내려두었기에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저 위엄서린 경매모자 사이에서 어판장이 발산하는 낯선듯 낯익은 자극들을 나의 감관을 동원하여 최대한 수용하려 애를 썼을 뿐.

사카이미나토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그 날의 일포드 흑백필름은 기억의 책갈피로서 나에게 훌륭한 6번째 감관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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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카이미나토 교통편: 에어서울 ‘인천-요나고’ 노선와 DBS크루즈 ‘동해-사카이미나토’ 노선이 운영 중임
  • 사카이미나토 수산경매장: 경매 관계자가 아닌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으며, 수산진흥협회에서 주관하는 투어를 통해 참관이 가능함. 비용은 1인당 300엔이며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음. 투어시간은 50분이며 오전 7시, 9시, 10시에 진행됨. http://sakaiminato-suisan.jp
  • 우에다카메라 주소: 〒684-0012 Tottori-ken, Sakaiminato-shi, Nakamachi,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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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aken with leica m6, summicron 35mm 4th, ilford hp5+

똥손의 필름생활 엿보기

나는 똥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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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저지르는 어이없는 실수에 페친들은 이제 덤덤해하는듯. 가깝게는 지난달 현상액 대신 맹물을 넣는 바람에 두 롤을 통째로 날려먹은 사건부터 필름이 든 채로 카메라 하판을 오픈한다거나, 다 찍은 필름을 현상릴에 전부 감기도 전에 암백을 해맑게 열어버리는 등 필름을 시작한 후 크고작은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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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맹물현상 + (오) 하판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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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얼핏 망할놈의 똥손남에게 다소 벅차보였던 ‘필름으로 찍고 직접 현상, 스캔까지 하는 일련의 과정’을 그럭저럭 잘 해온 것 같다. 디카로 입문 후 필름으로 역주행하기까지 수많은 선택과 고민, 주변의 도움과 더불어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이에 즈음하여 한때의 나처럼 필름으로 ‘즐기는’ 사진에 대해 궁금하지만 두려움 혹은 걱정이 앞서는 분을 위하여 비록 ‘정석’은 아닐지 몰라도 ‘즐기기’에는 적당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고자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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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에 앞서 디카와 달리 필름으로 하는 사진생활은 왠지 돈, 시간, 노력 같은 것들이 많이 들 것 같다. 실제로도 필름전성시절에 비하면 필름값이 많이 올랐으며 한때 스타벅스만큼 흔하던 동네현상소들마저 거진 사라져버렸으니 불편하기도 하다.

흑백필름을 주로 쓰는 입장에서 현상소 문제는 직접 현상하면 되니 큰 장애가 아니라지만 비용 문제는 나도 궁금했다. 그래서 한번 계산해봤다. 디지털카메라와 마찬가지로 초기 투자가 필요한 필름카메라와 스캐너 구입 비용은 별도로 하고 소모품 위주로 계산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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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물품>
① 필름: ilford hp5+ 100 feet roll film – 65불
② 현상액: kodak d-76 – 7불
③ 정착액: kodak fixer – 13불
④ 수세촉진제: kodak hypo – 7불
   * 가격: ‘18년 5월, B&H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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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피트 벌크필름을 필름로더로 감으면 36방짜리 20롤을 만들 수 있다. 20롤에 7만원이니 국내 유통되는 흑백필름의 반값인 롤당 3500원으로 해피 프라이스!

현상액, 정책액, 수세촉진제 역시 파우더 타입의 제품은 한 봉지당 1 갤런(3.8리터)의 솔루션을 만들 수 있으며, 이 역시 직구하면 국내 유통가의 절반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여기서는 연간 소요비용 산출에 있어 편의상 일주일에 1롤 소비를 전제하였고, 필름과 현상액은 1회 사용, 정착액과 수세촉진제는 3회 재사용으로 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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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1롤이면 자가현상을 기준으로 연간 218,605원으로 나온다. 주당 4,200원 꼴이니 아메리카노 1잔값인셈. 누군가에게는 이 금액조차 클수도 있고 반대로 그렇지 않을수도 있으니 금액의 크고작음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며, 이제 본격적으로 벌크필름으로부터 필름을 준비하고 촬영된 필름을 현상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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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필름 준비하기

필름로더에 벌크필름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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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들지 않는 암실에서 오로지 손감촉에 의지하는 작업이라 밝은 데서 여분의 필름스트립을 가지고 사전 연습이 필요하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로더 배출구로 필름을 끼울 때 아래와 같이 삼각뿔 모양으로 자르면(물론 암실에서) 그닥 어렵지 않게 필름 끝단부를 밖으로 빼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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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필름로더, 100피트 롤필름, 가위, 암실(이를 테면 야밤에 창문 없는 화장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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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착방법>
① 필름로더 뚜껑을 미리 열어두고 손이 닿는 위치에 가위를 준비함
② 화장실 불을 끄고 완전히 빛이 차단된 암실상태에서 100피트 롤필름 상자뚜껑을 열면 손바닥 크기의 롤필름이 검은 비닐봉지로 포장되어 있음
③ 봉지에서 필름을 꺼낸 후 점착 테이프로 고정되어 있는 필름 끝단부를 찾아 떼어냄
④ 필름 끝단부를 찾아 준비된 가위를 이용해서 (대충) 삼각형 모양으로 커팅
⑤ 필름로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필름 끝단부를 빼낸 후 톱니바퀴에 걸리는게 확인되면 필름 전체를 필름로더 축에 끼운 뒤 뚜껑을 닫음
  * 유튜브 참고영상 – How To: Bulk Load Film by Tim Heub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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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로더를 이용한 감은필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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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필름로더, 끝단부가 조금 남아있는 빈 필름통, 가위, 스카치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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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착방법>
① 빈 필름통 끝단부에 스카치테이프를 절반가량 접착되도록 붙임
② 방향에 유의하여 필름로더에 혀처럼 빠져나와 있는 필름과 연결 (필름의 툭 튀어나온 꼭지부분이 오른쪽으로 향하게)
③ 필름을 되감아 빈필름통을 필름로더에 밀착시킴
④ 뚜껑을 덮고 필름카운터를 ‘▲’에 맞게 다이얼을 조정한 후 ‘크랭크’를 끼움
⑤ 크랭크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필름 카운터가 돌아감과 동시에 필름이 감기기 시작함
⑥ 시중에 파는 필름과 유사한 길이를 말아넣기 위해서는 필름카운터를 ‘▲+1’에 위치할 때까지 크랭크를 돌림
⑦ 다 감았으면 크랭크를 빼고 뚜껑을 열어 적당한 길이로 빼낸 후 필름을 자름
⑧ 카메라 로딩이 쉽도록 끝단부를 곡선 모양으로 잘라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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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촬영이 끝난 필름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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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릴에 끼우려면 필름 혀가 나와있어야 한다. 그러니 한 롤 촬영이 끝나면 리와인딩을 끝까지 하지말고, 충분히 감았다싶으면 천천히 돌리면서 딸깍하고 풀리는 소리와 느낌(?)을 기다린다. 이 때 반바퀴 정도만 더 돌린 후 필름을 빼면 적당히 혀가 나온 상태로 필름을 뺄 수 있다. (라이카 M6 리와인딩 놉의 경우 32번 가량 회전하면 풀림)
그래도 필름이 들어가버렸다면 ‘Film Picker’라는 도구를 사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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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필름피커, 혀가 말려들어가버린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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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방법>
① 필름통 입구에 필름피커의 ‘1번’ 부분을 끼움
② 필름피커와 필름통을 잡은채로 ‘2번’ 버튼을 필름으로 밀어넣기
③ 이어서 필름피커와 필름을 잘 고정한 채로 반시계방향으로 필름을 감으면 ‘딸깍’하는 소리가 들리는 지점이 발생함
④ ‘딸깍’소리가 들리면 감는 것을 중지하고 ‘3번’ 버튼을 필름으로 밀어넣기. 이때 필름이 밀려 돌아가지 않도록 꼭지까지잘 붙잡아 고정시켜야 함
⑤ 마지막으로 필름을 빼기 위해 필름피커를 필름통으로부터 당겨 빼면 필름 끝단부가 ‘메롱’하듯 튀어나옴. 이때는 반대로 필름이 내부에서 잘 돌아 빠지기 쉽도록 필름꼭지를 고정시키지 말아야 함

* 유튜브 참고영상 – How to retrieve the film leader from a 35mm cassette using a film picker by Jack the Hat Photo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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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 찍은 필름, 현상 릴에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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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성들여 찍은 필름을 현상해 볼 차례다.
현상을 위해서는 다 쓴 필름을 릴(Reel)이라는 장치에 두루마리 휴지 말듯 감아넣어야 하는데, 자가현상을 준비하면서 제일 걱정되고 까다로워보였던 작업이기도 했다. 유튜브 영상으로 여러 번 숙지한 후 암백에서 첫 릴을 감았고 입구만 잘 찾아끼워넣으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니 너무 걱정하진 말자. 개인적으로 초기에는 암백을 이용했으나 좁고 답답한 관계로 화장실에서의 작업을 선호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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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암백 혹은 암실, 다찍은 필름, 현상릴(Reel), 현상탱크, 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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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는방법>
① (옵션) 현상 릴(Reel)에 잘 감기도록 필름 끝단부 양 귀퉁이 커팅해서 준비해 둠
② 현상을 앞 둔 필름은 100% 차광된 공간에서 릴에 감아야 하므로 암백을 이용하고, 암백이 없는 경우 완전히 해가 진 후 창문이 없는 화장실에서 불 끄고해도 좋음
③ 암백에 필름, 가위, 현상탱크, 현상릴을 넣고 손끝 감각에 의존하여 플라스틱 릴에 감은 후 가위로 커팅
④ 릴에 모두 감았다면 현상탱크에 릴을 넣고 뚜껑을 확실하게 닫아 차광한 후 암백에서 빼냄
* 유튜브 참고영상 – Loading 35mm Onto Patterson Reel by Nam Tran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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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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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은 노광된 필름을 적절한 약품처리를 통해 이미지를 나타내는 과정이다. 크게 “현상-정착-수세”의 과정을 거치는데, 라면 끓이는 것보단 좀 더 복잡하지만 어쨋든 요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냄비-현상탱크에 재료-필름을 넣고 물과 양념-현상약품-을 레시피에 따라 요리해주면 그럴듯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참고로 라면 따라 레시피가 다르듯 필름 따라 현상시간이 다른데, 구글에 ‘(필름이름) Datasheet’로 검색하면 제조사에서 공개한 표준 현상데이터를 쉽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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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6 35mm 400/27 기준으로 제조사별 주요 필름의 현상시간은 아래와 같다.

– Ilford : HP5+ 400 11분, Delta 100 9.5분, Delta 400 14분, FP4 125 9분, PanF 50 6분
– Kodak : 400tx 9.75분, Tmax 100 9.5분, Tmax 400 12.5분
– Fujifilm : Across 100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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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 현상탱크, 현상릴(플라스틱 릴 추천), 필름피커, 암백, 가위, 온도계, 비어커, 필름클립, 타이머 혹은 현상어플(iOS의 경우 무료앱인 “Develop!” 추천)
– 현상액, 정지액, 정착액, 수세촉진제, 포토플로(수적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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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방법>  * Ilford HP5+기준

a. 전습(Pre-wetting), 물 20도 내외, 1분간 실시
– 전습액 투입 후, 1분간 연속 교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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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현상(Develop), D76 working solution 300ml : 물 300ml, 현상액 온도 20도, 11분간 실시
– 현상액 투입 후 60초간 연속교반
– 30초마다 5초 교반
– 마지막 10초 전부터 버리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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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정지(Stop-bath) Kodak Indicator Stop bath, 스탑배스 9.6ml : 물 590.4ml, 20도 내외, 1분간 실시
– 정지액 투입 후 1분간 연속 교반 실시
– 노란색의 용액 색깔이 보라색으로 변할때까지 재활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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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정착 (Fix), 파우더 타입으로 만들어 둔 Kodak Fixer 600ml (working soltuion 600ml), 20도 내외, 10분간 실시
– 현상방법과 동일하게 교반
– 최초 1분간 연속교반 후 매 30초마다 교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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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수세 (Washing) , 파우더 타입으로 만들어 둔 Kodak Hypo Clearing Agent를 물과 1 : 4비율로 희석 (stock solution 120ml : 물 480ml)
– 흐르는 물에 30초 수세 (수시로 교반 및 물교체)
– 수세촉진제에 2분 연속 교반
– 흐르는 물에 5분 이상 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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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포토플로 (Photo Flo), 1 : 200 비율(3ml : 600ml), 1분 담그기
– 포토플로에 1분간 담그면 됨. 거품 생기므로 교반금지
– 필름클립에 끼운 후 그늘진 곳 매달아 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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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자잘하게 준비할 것도 많고 절차도 복잡해보이지만, 약품 섞는 ‘비율’과 ‘온도’ 그리고 ‘시간’만 잘 지키면 별 문제 없이 현상이 잘 되어나온다.

제시된 수치들은 한 치의 오차 정도는 가볍게 허용해주므로 너무 강박적으로 맞출 필요는 없으니 안 그래도 머리아픈 세상 이런걸로 스트레스 받지는 마시라. 다만 현상과정의 화학반응은 온도에 민감하므로 현상액 온도만은 최대한 20도±0.5로 맞추어 작업하자.

 * 유튜브 참고영상 – Developing B&W film by Matt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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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현상 이후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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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된 필름은 6컷씩 잘라 “니콘 쿨스캔 4ED”로 스캔한다. 최대 해상도 TIFF포맷으로 스캔하며, 1컷에 2분정도 소요되므로 1롤 38컷을 다하면 통상 1시간 30분 가량 걸린다. 스캔이 끝난 6컷짜리 필름스트립은 “HAMA Negative Sleeves”에 끼워 바인더 형태로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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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FF파일은 ‘촬영날짜_촬영장소_필름명”의 형태로 작명된 폴더에 저장한 후 포토샵 힐링브러시와 도장툴을 이용해 스캔이미지의 결함(먼지, 스크래치 등)을 제거해준다. 이로서 필름의 ‘디지털 원본’을 확보하게 되며, 원본파일들은 라이트룸으로 Import 후 트리밍과 후작업, 리사이징(900~1200px)을 통해 블로그나 SNS용 사진을 별도로 Export하여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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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그 후

오후 2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여느때와 같이 모니터에 띄워진 워드프로세서 화면에 집중하고 있는데, 사파리 물소떼라도 몰려오는 듯이 세상 낯선소음과 함께 사무실 바닥이 갑자기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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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덜덜덜….크르렁…드르르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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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군더더기 없이 신속한 동작으로 책상 아래 몸을 구겨넣었다. 1년 전 규모 5.8의 역대급 경주 지진에 따른 실전경험 덕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머리를 조아린 채 두려운 지진파를 온몸으로 견뎌내는 것 뿐이었다. 사무실 내 모든 집기비품들이 점호라도 하듯 일제히 큰 소리를 내며 덜그덕거리고, 거대한 손이 건물외벽을 뒤흔드는 듯 바닥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같은 사무실 직원들은 흔들림이 멈추자 즉시 건물 밖으로 튀어나갔다. 계단은 어찌 내려갔는지 문은 어떻게 열었는지 기억조차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도망쳐나왔다. 안전한 야외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가족 걱정에 휴대폰을 꺼내려는데 주머니가 허전하다. 급한 마음에 핸드폰이고 뭐고 몸만 빠져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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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일평생 겪음직한 사고와 재난이 어디 하나, 둘이겠냐만은 대부분 예측이 가능하기에 미리 조심하고 주의한다면 사전에 예방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예고도 없이 엄습하는 무지막지한 지진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진정한 두려움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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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공포로 잠도 제대로 못 잘 지경에 미디어에서는 한술 더 떠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다”고 떠들기 시작했다. 만약 일본처럼 규모 7이상의 대지진이라도 발생한다면 어떻게 되나. 1995년 한신대지진의 영상을 찾아봤다. 육중한 건물과 고가도로는 맥없이 무너지고 화재로 인한 검은 연기가 도시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아비규환이다. 고베 시가지에 자꾸만 포항 풍경이 오버랩되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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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또 다시 지진 온다 한들 목구멍 풀칠용 직장에 단단히 매인 신세라 포항 땅을 벗어날 수가 없다. 내 손에 쥐어진 유일한 옵션은 그저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의 미소가 늘 함께 해주길 바라는 것뿐이다.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는 존재의 무력감은 참으로 잔인한 것이다. 지진은 그렇게나 끔찍하고 무서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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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피해는 주로 진앙지에 인접한 포항 흥해지역에 집중되었다.

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곳으로 알려진 흥해 대성아파트는 지진 후 전체 6개 동 가운데 절반인 3개 동이 붕괴 우려가 높아 시에서는 사용금지 처분을 내렸고 3∼4도 가량 기울어진 건물 1동은 철거가 이미 결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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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관련 뉴스를 매일 접하니 실제 피해상황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만 선뜻 현장을 찾을 용기가 없었다. 치기어린 행동으로 마른하늘 날벼락 같은 지진에 큰 상처를 입은 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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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주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시간은 그곳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은 결코 누군가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사진으로부터 배웠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안된다. 십년 뒤 후회하지 않을 자신 따위는 없었다. 결국 시간을 내어 흥해에 들렀다. 무거운 마음에 장비는 최소한으로 챙긴 터였다. 카메라는 크로스로 매고 여분의 필름 한 통은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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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금지처분으로 인기척 없는 대성아파트는 늦오후의 따뜻한 햇살로도 을씨년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3~4도 기울었다는 건물은 실제 10도 이상 휘청한듯 보였다. 기울어진 쪽 기단부 콘크리트는 과도한 압축력을 이기지 못하여 부서지고 으스러졌으며, 팔뚝만한 크랙이 여기저기로 음흉하게 손을 뻗쳤다. 한때 주민들의 생활편의를 돕던 관리실은 재난안전대책본부로 변한듯 보였고 아파트 한켠의 단촐한 놀이터에는 깊은 슬픔으로 영원히 볕이 들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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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파트를 벗어나 옆으로 난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주변 빌라와 주택들 역시 아물지 못한 상처를 드러낸 채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린다. 노랑색 어린이집 승합차는 난데없는 낙하물에 속 빈 맥주캔마냥 힘 없이 찌그러져 버렸다. 평소 즐겨 마지않던 채집행위였지만 오늘만은 금세 지쳐 힘에 부치기 시작한다. 의지와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감정이입의 결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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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항력의 거대한 재해 앞에서 일개 인간이 느끼는 참을 수 없는 무기력함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하게끔 만든다. 트라우마 이전의 삶을 지탱하던 규칙이나 목표, 신념 따위는 더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재난 발생 후 시간이 흘러 피해자 중심으로 움직이던 세상과 사람들이 차차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트라우마는 오롯이 남겨진 자들만의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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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일수록 그 기억은 잔인하도록 디테일하기에 나는 이들의 아픔이 이들만의 아픔이 되지 않기를 원한다. 여기 사진들은 다만 잊지않기 위한 나만의 다짐이자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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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l taken with summicron 35mm and ilford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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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 그리고 존시스템

사실 필름이건 디지털이건 피사체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밝기의 범위에 모두 대응하지 못한다. 사람 눈의 다이나믹레인지가 20 EV인데 비해, 디지털카메라 센서는 12 EV내외고 아날로그 시절 관용도가 좋다는 네거티브필름은 10 EV에 그친다. 그러나 사진가는 주어진 장비의 한계를 그저 수용하고 운수에 내맡기는 것이 아닌 주관적 의도를 가지고 때론 한계를 극복하며 이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므로 욕구와 현실 사이에 충돌점이 발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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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어떤 장면에서 가장 밝은 부분과 가장 어두운 부분의 차이가 너무 커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인화지가 수용할 수 있는 콘트라스트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하이라이트가 너무 밝거나 쉐도우가 너무 어두워서 프린트에서 디테일을 표현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사진재료의 한계점으로 인해 사진가가 표현코자 하는 의도를 최종 결과물에 반영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요구가 대두되었고, ‘존 시스템(Zone system)’은 1930년대 안셀 아담스와 프레드 아처에 의하여 사진 현상과 인화에 대한 실용이론의 하나로 탄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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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dric Wright, Ansel Adams: Photographing in Yosemite, 1942, gelatin-silver print, Collection Center for Creative Photography, The University of Arizona, © 1942 Cedric W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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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흑백필름의 특성과 함께 현상 그리고 인화에 걸친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가장 핵심적인 개념으로서 ‘Previsualization’이 등장한다. ‘사전 시각화’라는 말로 번역되곤 하는데, 문자 그대로 사진가가 어떤 장면을 촬영할 때 피사체를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최종 결과로서의 이미지를 ‘미리 떠올려본다’는 뜻이다. 사진가는 이러한 사전 시각화라는 과정을 통해 적절한 노출, 현상 그리고 인화 방법을 결정하고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존 시스템은 주어진 ‘도구’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되 그 도구가 표현할 수 있는 능력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능동적 형태의 사진 방법론’이라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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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sualization is the ability to anticipate a finished image before making the exposure” by Ansel Ad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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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존 시스템은 낱장 단위로 노출과 현상값을 달리할 수 있는 대형카메라 포맷인 sheet film필름에 가장 적합하며 흑백사진의 질감과 톤을 ‘사진가의 의도’에 따라 재현하기 위해 탄생한 이론이다. 흑백사진의 농담은 Pure black에서 Pure white에 이르기까지 연속된 톤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정한 농담의 구간을 11단계로 Zoning하여 톤의 변화를 단순화한 것이 Zone scale이다. 즉, 피사체와 필름 그리고 인화지가 나타낼 수 있는 계조의 범위를 로마숫자 0 ~ X까지 총 11단계로 압축하여 표본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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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의 1단계는 노출 1스탑만큼 차이가 나며, 존 V는 18%의 반사율을 가진 표준 그레이 테스트 카드의 톤에 해당하는 중간회색의 농담과 동일하다. 맨 좌측과 우측에 위치한 존 0와 존 X는 인화지가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어두운 검정색(네거티브의 투명한 부분)과 가장 밝은 흰색(인화지 베이스의 순수한 흰색)이며, 어둡거나 밝은 영역 중에서 질감의 표현이 가능한 범위는 ‘Texture range’라 명명된 존 II에서 존 VIII까지다. 존 III는 존 V의 중간 회색보다 2스탑 적은 노출 값으로 어두운 회색이다. 질감과 디테일이 살아 있는 가장 어두운 그늘이라 할 수 있으며, 풍경사진에서의 그늘이나 햇빛 아래 인물의 피부에 생긴 그늘에 해당하는 밝기이다. 존 VII은 존 V의 중간 회색보다 2스탑 많은 노출 값으로 밝은 회색이다. 완전한 질감과 디테일을 가지는 밝은 영역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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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네거티브 필름 현상시 현상시간에 따른 쉐도우와 하이라이트 농도변화에 대한 특성곡선을 알아보자. 위 그래프는 코닥 400TX 필름에 대한 현상특성곡선이며, 가로 축은 현상시간 세로축은 필름농도를 나타낸다. 그래프 해석에 있어 세로 축의 농도가 낮은 부분은 네거티브에서는 투명하게 그리고 인화지에는 어두운 shadow로 나타나며, 반대로 농도가 높은 부분은 네거티브에서는 어둡게 그리고 인화지에서 밝은 highlight로 표현된다는 점을 알아두자.

그래프에서 우리는 2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나는 현상시간이 증가할수록 암부와 명부차이가 커지게 되고 그에 따라 콘트라스트가 높아진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현상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암부의 변화폭은 크지 않은데 반해 명부의 농도변화는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존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아날로그 현상의 화학적 반응특성을 활용하게 되며, 아래의 도식과 같이 ‘확장 현상’을 통하여 콘트라스트 증가와 하이라이트 부분을 명도 증가 혹은 ‘단축 현상’을 통해 콘트라스트 감소와 명도의 감소를 꾀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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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까지 설명한 ‘Previsualization’과 ‘존 스케일’ 그리고 ‘현상특성곡선’을 실제 촬영행위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일까. 아날로그 필름에서 존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한 원칙은 ‘노출은 shadow에 맞추고 현상할 때는 highlight에 맞춰라’이다. 즉, 노출 측정단계에서 쉐도우 존 구역에 맞게(쉐도우가 쉐도우답게 나오도록) 촬영한 후 현상 단계에서 하이라이트 부분의 밝기를 필요에 따라 현상 확장 혹은 단축을 통해 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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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시스템 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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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촬영하고자 하는 장면에서 디테일이 살아있는 shadow로 표현하고 싶은 부분(Zone III)의 스팟노출값이 EV 5인 반면 Zone VIII로 표현하고 싶은 부분의 실제 스팟노출값은 EV 12라고 하자. shadow 노출에 맞추어 적정노출값인 EV 7(존 III의 EV 5보다 +2스탑)을 기준으로 노출을 정하여 촬영을 하면 하이라이트는 EV 12 – EV 7= EV 5이므로 존 스케일에서 존 V보다 5스탑 높은 존 X가 되어버려 디테일이 1도 없는 pure white로 인화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는 N-2의 단축 현상을 통해 존 III는 가능한 한 유지하면서 존 X는 2스탑 낮은 존 VIII로 낮추어 하이라이트 디테일을 살릴 수 있게 된다. (존 시스템 보정표에서 6번 케이스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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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Tice, Petit’s Mobil Gas Station, Cherry Hill, New Jersey,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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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조지 타이스의 흑백사진 한 장이 있다. 인공조명이 섞인 야간풍경을 촬영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진 안의 장면을 일반적인 방법으로 촬영하게 되면 어두운 부분의 탱크 디테일을 잃어버리거나 반대로 편의점으로 보이는 가게의 불빛이 너무 강해서 디테일이 없이 하얗게 날아가버리기 십상이다. 따라서 그는 촬영 장소의 특정한 상황에 따라 한장 한장 노출을 달리 줄 수 있고 또 한 장씩 서로 다른 조건에 최적화된 현상을 할 수 있는 8×10 sheet film을 사용해서 촬영하였고, 존 시스템의 기본 원칙인 “Expose for the shadows, develop for the highlights”에 따라 타원형 탱크의 디테일을 살릴 수 있도록 존 II나 존 III에 해당하는 노출값을 주어 촬영한 후 단축현상을 통해 편의점 불빛의 노출을 낮추어 디테일을 살리고 사진 전체에 걸친 콘트라스트도 낮추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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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시스템이 탄생한 80년 전과 지금의 카메라와 사진재료 및 기술은 완전하게 달라졌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뷰파인더 안에서 쉐도우/하이라이트 클리핑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디지털 센서는 숨어있던 디테일도 끌어내는 16bit Raw파일 에디팅이 가능해져 버린 현재에도 과연 흑백 은염필름의 계조관리체계인 존 시스템은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디지털 시대 존 시스템의 유효성 확인에 앞서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특성에 대해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이미지는 태생적으로 계단형의 불연속적인 계조(gradation)를 가지며, 그 단계가 많을수록 계조 표현력이 자연스러워진다. 디지털 사진에서 계조는 비트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데 1비트는 흑과 백 2단계 뿐이며, 2비트면 4단계, 4비트면 8단계.. 이런식으로 표현단계가 지수적으로 상승한다. 우리가 디지털 이미지프로세싱에서 흔히 접하는 8비트는 2의 8제곱인 256단계, 16비트는 2의 16제곱인 65,536단계로 표현될 수 있다. 다시 말해 16비트는 8비트에 비해 256배 더 많은 단계로 세분화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RGB모니터의 한계가 8비트인데 16비트인들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이미지 프로세싱 때는 최대한 정보손실을 줄이고 결과물의 유통을 위한 용도로 마지막에 8비트 JPEG로 변환하는 것과 처음부터 손실된 정보를 가지고 편집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디지털 역시 필름시절 암실작업처럼 세심하고 체계적인 post-process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포토샵 만능주의로 인해 정작 촬영단계에서 노출에 대해 소홀해지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재료가 좋은 음식을 만드는 중요한 전제이듯 디지털에서도 카메라 센서와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기기적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러한 한계점 안에서 사진가의 표현의도를 가능한 한 반영해줄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들은 1세기 전 존 시스템의 출발점과 완전하게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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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5d mark II, Raw file processed with affinity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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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bit tiff포맷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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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bit jpeg포맷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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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파일에서 하나는 16bit Tiff 포맷으로 다른 하나는 8bit Jpeg 포맷으로 엑스포트하여 포토샵에서 동일한 curve값으로 리터칭하였음. 결과물의 히스토그램을 비교해보면 Jpeg로 작업한 쪽이 불연속적으로 단절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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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디지털 센서로 촬영된 이미지는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존IX와 존X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계단현상(계조의 단절)이 생기게 되며, 이에 따라 디지털 촬영에서 만족스런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적정노출보다 1/2 ~ 2/3 스톱 가량 노출부족으로 촬영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촬영된 좋은 디지털 재료는 Lightroom에서 (Darkroom 현상특성곡선과 달리) 하이라이트 뿐 아니라 쉐도우에 대한 노출값 조정 가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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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ne scale for adobe RGB va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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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8비트 RGB값을 존 스케일로 변환한 표가 있다. 존 스케일은 기본적으로 범위(zone)를 나타내기 때문에 이러한 수치적 환산은 크게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존 스케일에서 설명하는 각 존의 특성을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존 III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어두운 그늘, 존 VI는 햇볕 아래 피부톤과 같은 정성적 잣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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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ma dp1x, Raw file processed with silver efex pro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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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s-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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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사진은 결코 아날로그 시대의 사진적 토양 없이 태어난 사생아가 아니다. 존 시스템이 비록 필름사진을 위해 만들어진 이론이라 할지라도 도구의 변화가 흑백사진에 있어 좋은 톤과 표현방법에 대한 판단기준까지 바꾸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알고 안하는 것과 모르고 못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즉시성과 편리함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에서도 선배 사진가와 거장들이 물려준 사진적 레거시를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밑거름 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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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제닉 아일랜드

지척에 바다를 끼고 산다는 건 참으로 행운이다. 먼 옛날 어미의 양수같은 바다는 월화수목금 방전돼버린 영혼의 안식처가 되어주곤 하기에.

포항에서 가까운 바다라면, 당장 도시와 어깨를 맞댄 영일대해수욕장을 비롯해서 남으로는 구룡포나 도구, 북으로는 월포와 칠포 등이 있는데 잔잔한 바다와 더불어 정감있는 골목까지 후하게 품은 송도라면 마음의 재충전 뿐 아니라 그럭저럭 사진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으니 여느 주말아침 특별한 목적지가 없는 한 나는 그저 송도로 향한다.

포항 송도는 원래 포항과 떨어진 작은 섬 중 하나로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깨끗한 모래와 솔숲으로 이름난 전국적 휴양지였다. 그러나 산업화는 송도의 모래를 차츰 잡아먹었고 넓고 풍요롭던 백사장은 시멘트벽으로 겨우 막아내야만 하는 볼품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소나무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송도는 그리 낯선 지명이 아니다. 포항과 더불어 인천과 부산에도 송도가 있고, 한글지명인 솔섬까지 범위를 넓히면 이름난 곳만 셈하여도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이 중에서 유명세로 따지자면 몇 해 전 마이클 케나의 저작권 논란 중심에 섰던 삼척 ‘솔섬’이 단연 톱이겠으나, ‘송도’라는 지명으로 한정지으면 단연코 안성용 작가의 동명의 사진집을 잉태한 ‘포항 송도’라 하겠다. 송도라는 이름이 주어진 이상 태생적으로 사진적 에너지가 충만해지는 것일까. 불리는 이름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솔섬’과 ‘송도’ 모두 어쩌면 이렇게도 사진과 친밀한 사이인지 ‘소나무섬’의 영혼은 이토록 사진적이다.

나는 아직 송도를 알지 못한다. 5년 남짓 얕은 시간으로 속깊은 송도를 논할 자격도 없거니와 이미 멋진 좋은 작가와 지인들이 camera eye로 보여준 심상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울렁이는 마음 가라앉히고 이유모를 갈증을 적셔주는 샘물 같은 송도의 매력에 나는 오늘도 이 곳 송도를 바라본다. 이 섬에 기거하고 있는 누추하고 그늘지고 소외되고 외로운 것들이 결코 나와 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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