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필름 똑딱이를 고치다

아주 오래전, 필름으로 사진을 찍던 시절에 가방 속에 항상 들어 있던 카메라가 있었다.

후지필름에서 내수용으로만 출시했던 NATURA BLACK이다. 10년 전부터 써왔는데(엄밀히 말하자면 10년 전에 처음 샀던 바디는 직장 상사의 CONTAX T2와 강제로 교환당했고, 난 그 T2를 헐값에 팔고 한 8년 전쯤에 결국 다시  네츄라 블랙을 들였더랬다) 디지털 장비를 쓰면서 서랍에 보관해왔다.

서랍에 처박아두게 된 계기는 디지털 장비의 사용 빈도가 높아져서가 아니다. 고장 때문이었는데, 필름을 넣어도 필름을 먹지 않은 증상이 발생한 것! 모터가 나갔거나 센서가 나갔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 생각하면서 그 상태로 방치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방이 휑한 것처럼 허전했는데 점점 그 상태가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네츄라가 없다고 사진 못 찍는 것도 아니고. 후지필름 디지털 똑딱이를 하나 더 들이면서 나름 허전한 부분을 채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러던 어느 날, 예전 직장 후배에게 필름 카메라를 하나 선물하기 위해 서랍을 뒤지다가 이 녀석을 발견한 것이다.

솔직히, 잊고 있었다.

고장 난 상태 그대로 나를 기다리고 있더라. 심지어 배터리도 방전이 돼 전원도 안 켜지더라.

그놈을 카메라 가방에 넣고 출근하자마자 배터리를 구해 전원을 넣고 점심시간에 카메라 수리실로 달려갔다.

그런데 수리실 카운터 앞에 이미 열 개 정도 되는 필름 똑딱이들이 줄을 서 있는 상태.

“요즘 이상하게 필름 똑딱이 수리가 많이 들어오네. 그동안 큰 카메라만 만져와서 작은 건 어렵더라고. 수리 시간을 넉넉하게 줘야겠어. 밀린 게 너무 많아.”

그렇게 말씀하시는 수리실 사장님께 고장 증상을 말씀드리고 사무실로 돌아왔지.

수리비가 얼마가 들던 일단 맡겨야겠다고 다짐한 건 네츄라가 담아줬던 사진을 잊지 못해서, 다시 그 필름 사진을 찍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수리를 맡기기 전에 이베이를 통해 이 카메라의 중고 거래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기 때문. 박스까지 다 있는 민트급의 경우엔 1,000달러 정도에 거래가 되고 있었다. 그걸 보고 눈이 뒤집혀서  고쳐서 팔면 돈 되겠다는 생각에 수리를 결심하게 된 거고.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난 귀 수리가 완료된 카메라를 들고 왔다. 수리비는 7만 7천 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왔다.

“필름을 이송하는 모터가 쇼트 났더라고. 어디 같은 모터를 구할 수가 있나. 그래서 모터를 수리했지.”

수리실 사장님 말이 맞다. 일본 내수 카메라다 보니 부품을 따로 구하는 게 쉽지 않다. 흔한 카메라였다면 다른 부품이 고장 난 놈을 수리용으로 같이 맡기면 될 일이지만 그렇지도 않고.

수리가 끝난 녀석을 손목에 끼고 더운 충무로 길을 걷는데 건물들 사이로 남산이 얼핏 보였다.

카메라 전원을 켜고 셔터를 눌러봤다. 필름은 없지만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지극히 정상이었다.

그래, 넌 아주 말짱해졌구나.

집에 들어가서 필름을 넣어봐야지. 네츄라는 새 필름을 넣으면 반대방향으로 필름 전체를 다 말아버린다. 그리고 액정에 컷 수가 표시된다. 36방 필름을 넣으면 1부터 차례대로 36까지 숫자가 카운트된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한 컷씩 다시 파트로네에 넣기 시작하고 액정의 숫자도 하나씩 줄어간다. 흔하지 않은 역 카운트 방식. 행여 의도치 않게 뒤판이 열리더라도 최소한 찍은 사진들은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리된 카메라를 들고 집에 들어가서 냉장고에 묵혀뒀던 필름을 하나 꺼냈다. KODAK PORTRA 400NC. 이제는 단종되어 구할 수 없는 필름. 이걸 카메라에 넣자 기다렸다는 듯 잉잉 거리며 필름을  삼키기 시작했다. 그제야 이 카메라와 함께 했던 지난 시간들이 조금씩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럴 일 없겠지만 누가 CONTAX T3와 바꾸자 그래도 안 바꿀 카메라. 후면 설정 액정 때문에 다른 똑딱이들보다 조금 두껍지만 나름 귀여운 생김새. 콘탁스 시리즈가 인정머리 없게 사진이 쨍하게 나와서 재미가 없다면 NATURA BLACK의 결과물은 묘하게 인간미가 넘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오래전에 촬영했던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중고로 팔아버리려 했던 생각이 쏙 들어간다.

물론 카메라가 만들어주는 분위기도 있겠지만, 필름이 전달해주는 분위기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냉장고에 쟁여놓은 수많은 필름을 이제 좀 다시 꺼내 볼 때가 된 것 같다.

디지털의 고화소 경쟁이 사진가들에게 뭘 남겨줬을까. 크게 인화할 수 있다는 것?(인화까지 하는 취미 사진가가 몇이나 될까) 마음껏 크롭 할 수 있다는 점?(처음부터 잘 찍으면 되는 걸) 사실 일반 취미 사진가들에게 지금의 고화소 디지털카메라는 짐만 떠넘길 뿐이다. 초고화소를 커버할 수 있는 고해상 렌즈가 필요한데, 가격도 만만찮고 크기와 무게도 엄청나다.

고만고만하게 찍을 요량이면 고화소 디지털 바디가 그다지 필요 없다.

35mm 필름 정도면 충분한 경우가 더 많다.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계속될까. 디지털카메라도 어디까지 나아갈까.

한 템포 쉬는 느낌으로 서랍에 묵혀뒀던 필름 카메라들을 좀 꺼내서 써봐야겠다.

*사족

디지털카메라매거진 기자질을 할 때 후지필름 엔지니어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일이 있었다. 난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했다.

“왜 후지필름에서 네츄라와 같은 스펙의 콤팩트 디카를 내놓지 않습니까?”

돌아오는 답변은 간단 명료했다.

“지금 출시된 보편적인 디지털 카메라의 화소수를 만족하면서  24mm F1.9 렌즈를 콤팩트 카메라에 맞춰 작게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 고화소 디카가 취미 사진가에게 해준 건 거의 없다. 작고 가볍고 F값이 밝은 렌즈따윈 이제 옛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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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 화질을 양보하는 시대는 끝났다 SONY α7SⅡ

소니 a7 시리즈 각각의 영역이 더욱 확실해지고 있다. 그중 가장 개성 넘치는 바디가 바로 a7S 시리즈다. 소니 자사는 물론 타사 미러 미러리스 바디를 통틀어도 고감도에 특화된 기종은 오직 a7S 뿐이다. 소니가 기존 a7S에 5축 손떨림 방지를 더하고 각종 기능을 업그레이드해서 a7S Ⅱ로 돌아왔다. 소니의 실험이 완성 단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적은 빛도 소중히 쓸 줄 아는 카메라

일반적으로 사진이 탄생하기 위한 절대 조건 중 하나가 빛이다. 그리고 빛이 모자란 상황에서는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인공광을 사용해야 하거나 오랜 시간 셔터를 얼어두기 위해 삼각대를 세워야 하거나 화질 일부를 포기하고 ISO를 높여야만 한다. 이 중 하나라도 함께할 수 없다면 사진 촬영을 포기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즉 빛의 양이 모자랄수록 운신의 폭은 좁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ISO 100으로 촬영. 아직 빛이 많이 남아 있는 시간이라 ISO100으로 촬영했다. a7SII만의 풍부한 계조가 느껴진다.

그러나 이는 a7S 시리즈가 탄생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소니는 부가 장비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직 사람의 손만으로 온전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예전이었다면 사진 찍기를 포기해야 하는 광량이라 하더라도 그 적은 빛조차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하나의 이미지로 완성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a7SⅡ로 진화한 후에는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수정해 ‘고감도 카메라’라는 장르를 확고히 정착시켰다.

ISO 2500으로 촬영. 일반적인 장비라면 찍기를 포기하거나 플래시를 터트려야 하는 상황. a7SII였기에 자연스럽게 순간을 담았다.

일반적으로 최신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화질 저하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감도는 아무리 높게 잡아도 ISO 3200 정도다. 즉 그 이후부터는 눈에 띄게 노이즈가 늘어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바로 그때부터가 a7S Ⅱ가 빛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a7S Ⅱ는 전작인 a7S와 최대 ISO값이 동일하지만 초고감도 상황에서 더욱 향상된 이미지 퀄리티를 기대할 수 있다. ISO 40000으로 세팅하고 촬영해도 사물의 디테일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ISO 12800으로 촬영. 어댑터를 사용해 Heliar 15mm로 촬영했다. 주변부 광량저하나 컬러캐스트가 보이지 않는다.
a7SⅡ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센서에 있다. 우선 표면적으로는 화소를 낮춘 대신에 1픽셀당 수광 면적을 대폭 늘인 것이 눈에 들어온다.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고 화소를 낮춘 덕에 다이내믹 레인지도 놀라울 정도로 폭이 넓다. 그러나 그런 단순한 사실만으로 a7SⅡ가 고감도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숨겨진 이면을 봐야 한다.
조리개를 F8까지 조인 상태에서 핸드헬드로 촬영하기 위해 감도를 ISO 25600으로 설정했다. 거친 입자감이이 느껴지지만 끈질기게 디테일 표현을 붙잡고 있다. 

완벽에 가까운 고화질 고감도

실제로 동일 렌즈를 a7SⅡ와 a7에 마운트 했을 시 같은 촬영 조건 하에서 결과물이 다르게 나타난다. 촬상면에 렌즈 후면이 바짝 다가가는 필름 시대 광각 렌즈를 물렸을 때 그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다. 해당 렌즈는 입사각에 대한 고민이 필요 없던 필름 시대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수직으로 빛을 받아들이는 일반적인 디지털카메라에서 문제가 나타난다. 소니가 약 2년 전에 발표한 풀프레임 미러리스인 a7의 경우 실사용이 곤란할 정도로 주변부 광량저하 현상이 두드러지고 화질까지 떨어진다. 그러나 a7SⅡ에서는 그런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주변부 광량 저하는 기존 필름에 물려 촬영했을 때와 거의 동등한 수준이다. 디지털카메라는 탄생 이후부터 지금까지 입사각 문제는 중요한 화두였다. 화소는 높아졌지만 해당 문제는 어떤 브랜드로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했다. 그런 숙제를 소니가 단번에 풀어버렸다. 동시에 디지털에 최적화한다는 미명 하에 폐기됐던 효율적인 렌즈 설계를 복원해 콤팩트 하면서도 성능이 우수한 렌즈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한 셈이다.

ISO 4000으로 촬영. 건물의 불빛 뿐 아니라 도로의 불빛도 점으로 찍혔다.
전작인 a7S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고화질 고감도 카메라의 기틀을 마련한 카메라다. 그리고 후속작인 a7SⅡ는 보다 완성도를 높여 더욱 열악한 상황에서도 고화질 이미지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 센서 쉬프트 방식 5축 손떨림 방지 기술 적용이 a7SⅡ를 완성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a7Ⅱ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한 센서 쉬프트 방식 5축 손떨림 방지 기술은 a7SⅡ에도 동일하게 채택됐다. 상하, 좌우, Pitch, Yaw, 롤링까지 총 5가지 흔들림을 효과적으로 방지해 최대 약 4.5 스톱분의 셔터스피드를 더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15초라는 아슬아슬한 셔터스피드로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 약 1/450초 정도로 촬영하는 것과 비슷한 안정적인 상황으로 변하는 것. 물론 상황이나 촬영 습관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ISO 10000으로 촬영.
만약 손떨림 방지 기구를 설정한 상태에서 자신이 가장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셔터스피드를 파악했다면 [ISO 오토 최소 속도 설정] 기능을 활용해보자. 메뉴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셔터스피드를 설정해두면 그 값에 맞춰 ISO를 자동으로 맞춰준다. 초고감도도 믿고 사용할 수 있는 a7SⅡ이기에 더욱 유용한 기능이다.
ISO 100으로 촬영. 명부와 암부의 계조가 잘 살아 있다.
그 외에도 a7SⅡ는 안정적인 촬영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집약했다. 진동 억제 셔터를 새롭게 개발해 셔터 진동이 기존 대비 약 50% 줄었다. 단순히 진동만 잡은 것도 아니다. 셔터 유닛을 새롭게 개발하면서 50만 회에 이르는 사이클 테스트까지 통과할 정도로 내구성을 높였다. 이 정도로 개선된 셔터마저 불안하거나 셔터 소리를 숨겨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사일런트 셔터 모드를 사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소리에 예민한 야생동물을 촬영하거나 셔터소리가 실례가 되는 콘서트에서 활용하면 된다.

a7SⅡ가 단순히 고감도 성능만 높인 카메라는 아니다. 빛이 모자란 상황에서 자유롭게 촬영하기 위해서는 저조도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AF 성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a7SⅡ는 -4EV라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저조도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AF 성능을 보여준다. 전작 대비 144개 포인트가 늘어난 총 169개 AF포인트 덕분에 전체 화면에 걸쳐 안정적으로 초점을 잡을 수 있다. 이러한 a7SⅡ의 각종 고감도에 특화된 기능은 동영상과 만났을 때 또 다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4K라는 고해상도 동영상에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가 더해져 보정의 폭도 함께 넓어지는 것.

ISO 3200으로 촬영. a7SII라면 야간 스냅도 가능하다.
밤하늘의 별을 궤적이 아닌 점으로 촬영하는 것, 늦은 밤 어두운 도로를 달리는 차량을 조명 없이 멈춘 상태로 잡아내는 것, 어두운 신새벽을 여는 청소부의 비질을 흔들림 없이 담아내는 것, 늦은 밤 귀가 중 골목길에서 만난 고양이를 놀라게 하지 않고 찍는 것. 이 모든 상황을 그 어떤 타협 없이 담아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제 우리는 불가능의 영역을 담아내기만 하면 된다.

센서: 약 1220만 화소 / 35mm 풀프레임 Exmor CMOS 센서
감도: ISO100-102400(ISO 50-409600 확장)
동영상: 4K(3840 x 2160, 30p), HD(1920 x 1080, 60p)
AF: 콘트라스트 방식 / 169 포인트
뷰파인더: 약 236만 화소, 시야율 100%
LCD: 7.5cm TFT, 약 123만 화소
셔터: 1/8000-30초, 벌브
플래시 동조속도: 1/250초
손떨림 보정: 이미지 센서 시프트 방식 5축 보정 / 약 4.5 스톱 효과
연속 촬영: 최대 초당 5 프레임
무게: 약 584g(바디만)
크기(W x H x D): 126.9 x 95.7 x 60.3cm

 

 

상상 속 초광각 줌렌즈의 탄생_SIGMA ⓐ 12-24 F4 DG HSM

보통 사진을 시작할 때 50mm 근방의 표준 단렌즈나 24-70mm 정도의 표준 줌렌즈를 선택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화각의 교환 렌즈에 대한 욕망이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기껏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구매했는데 바디캡 마냥 한 렌즈만 쓰기엔 카메라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광각 렌즈나 망원 렌즈 추가 구매를 고민한다. 광각렌즈를 고민하는 이유는 표준 화각이 답답해서인 경우가 많다. 한 화면에 더 다양하고 많은 피사체를 담고 싶은 것. 그런 욕망이 극대화되었을 때 눈에 들어오는 렌즈가 바로 초광각 줌렌즈다.

일반적으로 50mm 이하부터 20mm 중반 정도 까지를 광각 렌즈라 칭하고 20mm 이하의 초점거리를 가진 렌즈를 초광각 렌즈라 부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초광각 줌렌즈 선택을 주춤 거리는 이유가 있다. 바로 심한 왜곡과 주변부 광량 저하, 주변부 화질 저하 현상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세 가지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한 렌즈가 탄생했다.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렌즈가 현실로 등장한 것.

가장 진보한 초광각 줌렌즈

그동안 초광각 줌렌즈는 렌즈 설계의 어려움 때문에 다른 화각의 렌즈보다 너그럽게 넘어가는 부분이 많았다. 바로 앞서 언급한 세 가지(왜곡, 화질, 주변부 광량 저하)다. 특히 디지털카메라가 주류가 되면서 해당 문제점이 더 도드라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카메라 제조사나 렌즈 제조사에게는 보통 큰 숙제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뛰어난 성능으로 초광각 렌즈의 전설로 회자되는 Zeiss Hologon의 경우 플랜지백이 짧은 RF 카메라용으로 설계된 탓에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 지금은 어댑터를 통해 미러리스 카메라에 마운트 한다 하여도 주변부 화질이나 광량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시그마의 경우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서클을 커버하는 12-24mm 초광각 줌렌즈를 2003년에 최초로 선보인 브랜드다. 이번에 발표한 ⓐ 12-24 F4 DG HSM는 벌써 세 번째 세대로, 제대로 된 초광각 렌즈를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12-24 F4 DG HSM의 렌즈 구성도. 비구면렌즈와 SLD렌즈, FLD렌즈를 아끼지 않은 초호화 구성이다.

ⓐ 12-24 F4 DG HSM(이하 ⓐ 12-24 F4)은 시그마 글로벌 비전 아트 라인으로 제작돼 매우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키고 있다. 초광각이라는 특수성을 빌미로 너그럽게 넘어간 흔적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제로에 가까운 왜곡률이다.


ⓐ 12-24 F4 DG HSM의 왜곡 차트. 0에 가깝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광각렌즈는 기본적으로 원근 왜곡이 발생한다. 원근 왜곡은 렌즈 설계와 같은 광학기술로 보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35mm 카메라의 경우 TS렌즈를 사용하면 촬영 시 상황에 맞춰 렌즈를 조작해 원극 왜곡을 보정할 수 있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 12-24 F4 DG HSM은 광학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왜곡을 최대한으로 보정해 왜곡이 거의 제로다. 타사 초광각 줌렌즈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놀라운 수준이다. 더불어 주변부 화질과 주변부 광량 저하도 매우 준수한 수준이다.

위 사진을 보면 광각렌즈의 왜곡 보정이 어떻게 이뤄지는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첫 사진은 12mm Fisheye로 촬영했으며 두 번째 사진은 시그마 ⓐ 12-24 F4 DG HSM으로 촬영했다. 동일 장소에서 렌즈만 교체해서 동일 세팅으로 촬영했다. 극단적인 비교일 수 있으나 왜곡 보정이 전혀 없는 어안렌즈 결과물을 통해 ⓐ 12-24 F4 DG HSM의 왜곡 보정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동상 하단에서 두 렌즈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피시아이 렌즈는 둥그렇게 왜곡이 발생하고 있지만 ⓐ 12-24 F4 DG HSM은 직선으로 표현되고 있다. 초광각렌즈의 가장 큰 숙제인 왜곡 보정이 거의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12-24 F4 DG HSM의 등장으로 사진가들은 비로소 12mm라는 초광각에서도 직선을 직선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초광각 렌즈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넓게 찍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넓게 찍히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더 넓게 찍히는 만큼 주변부 화질도 양호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초광각 줌렌즈는 중앙부와 주변부의 화질 차이가 큰 편이다.
우선 이 렌즈의 중앙부 화질부터 살펴보자

사진 프레임의 가운데 있는 잠자리에 맞추고 찍었다. 두 번째 컷은 중앙부 잠자리만 잘라낸 사진. 조리개 최대 개방임에도 불구하고 잠자리의 디테일은 물론 초점이 맞은 나무 바닥까지 매우 선명하게 잘 표현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을 촬영한 a7RII의 4240만 화소를 거뜬히 커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3000만 화소 이상 바디에서 전혀 모자람이 없는 해상력이다.

위 사진 세장은 차례대로 원본 전체, 중앙부, 주변부다. 억새꽃의 디테일 하나하나가 촘촘하게 잘 묘사되고 있다. 특히 주변부 크롭을 보면 중앙부만큼은 아니더라도 매우 우수한 해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슷한 화각대의 타사 렌즈와 비교했을 때 발군의 실력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 12-24 F4 DG HSM의 MTF 차트. 초광각 렌즈의 MTF그래프라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 12-24 F4 DG HSM의 비네팅 차트. 최대개방에서는 주변부로 갈 수록 광량이 떨어지는 정도가 확연히 드러나지만 F8로 조이면 꽤 준순한 수준으로 올라온다.

12mm라고 했을 때 어느 정도 화각인지 감이 오지 않을 수 있는데 ⓐ 12-24 F4의 12mm는 122°를 커버한다. 숫자로 감이 오지 않는 다면 다음 사진을 확인해보자.

국립중앙 박물관에 전시 중인 괘불을 촬영했다. 2층에서 1층까지 내려오는 매우 큰 불화다. 첫 사진이 12mm 구간으로 촬영한 사진이고 두 번째가 24mm 구간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동일한 위치에서 촬영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2mm 구간에서는 괘불뿐만 아니라 2층 천장 일부와 1층 바닥까지 찍혔지만 24mm 구간에서는 불화 전체를 담아내지 못했다.
색수차는 어떨까? 아래는 일부러 빛에 반사돼 반짝이고 있는 금속을 촬영한 사진이다. 국기 게양대 어디에서도 색수차를 확인할 수 없다.

최단 촬영거리 24cm

ⓐ 12-24 F4의 최단 촬영거리는 센서면에서부터 24cm. 즉 피사체에 매우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뜻. 광각렌즈 특성상 심도가 깊을 수밖에 없지만 최단 촬영거리를 짧게 해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면 아쉬운 대로 보케도 촬영할 수 있다. 더불어 원근감을 더 왜곡시켜 피사체와 배경간의 거리가 매우 먼 느낌이 들도록 촬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두 눈이 감지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담아낸다

일반적으로 사진을 촬영할 때 눈으로 먼저 대상을 확인한 후에 파인더를 통해 다시 대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 12-24 F4 같은 초광각 렌즈는 우리가 눈으로 인지하는 세상보다 더 넓고 명징한 세상을 보여준다.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쓰는 재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렌즈를 사용할 때다. 렌즈라는 하드웨어를 교환해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세상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사진을 찍는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기존 렌즈로 담을 수 없는 사진을 담을 때의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혹자는 초광각 렌즈가 선사하는 그런 쾌감이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식어 버린다고도 말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진득하게 오랜 시간 사용하면서 길들여가면 일상에서 망원 렌즈보다 더 자주 쓰이는 렌즈가 될 수 있다.

프레임을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자

표준화각 렌즈나 일반 광각렌즈를 사용하다가 초광각 렌즈를 처음 마운트 하게 되면 파인더에 보이는 세상이 너무 광활해 당황하기 일쑤다. 그리고 기존 렌즈를 사용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프레임 하게 될 경우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보통 사진을 프레이밍 할 때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파인더 안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요소를 빼가며 정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초광각렌즈는 그런 정리 작업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혀 다른 관점으로 렌즈가 바라보는 세상을 재구성하는 게 좋다.

초광각 렌즈는 화각이 상당히 넓다. 시그마 ⓐ 12-24 F4도 12mm 구간에서 122°의 화각을 보여준다. 촬영 습관이 잘못된 경우 사진 안에 손가락이 나올 정도. 이렇게 화각이 넓은 렌즈는 마냥 넓은 허허벌판에서 촬영할 경우 밋밋한 사진이 되기 십상이다. 사진 안에 다양한 선이 교차될 때 오히려 밋밋하지 않고 눈에 띄는 사진으로 완성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을 기준으로 화면을 분할한다는 생각으로 프레임을 잡으면 아무리 다양한 피사체가 몰려 있더라 하더라도 정리된 느낌으로 완성할 수 있다.

사진만이라도 당당하게 그려내고 싶다면

우리는 항상 반복되는 비루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사진을 찍곤 한다. 사진을 취미로 한다는 건 항상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구불구불하게 꼬여 있는가. 원하는 대로 시원시원하게 모든 일이 쭉쭉 풀리면 좋겠지만 언제나 무언가에 가로막혀 둘러가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파인더를 보며 나만의 새로운 세상을 담아내 보려고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다. 마냥 뒤가 흐려지면 그럴듯한 사진이 나올 것 같아 장만한 렌즈로 찍은 세상은 언제나 뿌옇기만 할 뿐. 얕은 심도가 만들어주는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몽환적인 느낌은 들지만 정면으로 돌파해 이겨보겠다는 의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느낌에 사진 찍을 때마다 회의가 느껴진다면 심도 깊은 초광각 렌즈를 하나 장만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예를 들어 시그마 ⓐ 12-24 F4는 화질이나 왜곡에 대해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은 렌즈다. 이 렌즈를 마운트 해보면 그런 곧은 기개와 당당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렌즈나 카메라별로 사용자를 이끄는 지점이 있는데 시그마 ⓐ 12-24 F4는 꼼수 부리지 않는 스트레이트한 이미지를 주문한다.
내가 프레이밍 해 그려나가는 세상만이라도 굴곡이나 타협 없이 쭉쭉 벋어나가길 원한다면 시그마 ⓐ 12-24 F4만 한 파트너도 없을 것이다.

렌즈 사양

렌즈 구성 11 군 16 매
최소 조리개 F22
화각 (35mm) 122.0 ° -84.1°
최단 촬영 거리 24cm * (* 24mm 시의 값)
최대 지름 × 전체 길이 φ102.0mm × 131.5mm
조리개 날개 매수 9 매 (원형 조리개)
최대 배율 1 : 4.9
무게 1,150g

 

새로운 표현의 시대를 열다_SIGMA Art 85mm F1.4 DG HSM

리뉴얼이 아니라 새로운 아트 렌즈가 탄생했다

시그마가 기존의 85mm F1.4 렌즈를 아트 라인으로 선보였다. 국내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팔식이로 통용되던 렌즈가 시그마의 엄격한 아트 시리즈 기준에 맞춰 재탄생된 것. 아트 팔식이는 찬찬히 뜯어보면 단순히 기존 렌즈를 살짝 리뉴얼한 정도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렌즈로 출시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외형부터 크게 달라졌다. 디자인만 글로벌 비전에 맞춰 변경된 것이 아니라 렌즈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더 많은 광학렌즈가 투입되었고 구경도 훨씬 커졌다. 기존 시그마 85mm F1.4 EX DG HSM은 필터 구경이 77mm였고 렌즈 구성도 8군 11매였지만 새롭게 출시된 시그마 Art 85mm F1.4 DG HSM은 필터 구경이 86mm에 달하고 렌즈 구성도 12군 14매로 훨씬 복잡해졌다. 무게는 725g에서 1130g으로 더 묵직해졌다. 또한 시그마에서 공개한 개발자 인터뷰를 확인해보면 중망원 렌즈임에도 불구하고 레트로 포커스 타입으로 설계해 높은 해상력을 추구하고 있다.

시그마 Art 85mm F1.4 DG HSM 렌즈 구성도. SLD 유리 2매, 비구면 렌즈 1매를 탑재했다. 비교적 크기가 작고 가벼운 2그룹이 이동하면서 초점을 맞추는 구조다.

광학 렌즈 수가 늘어나고 무거워진 만큼 렌즈군을 이동시키는 모터도 전혀 새로운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새롭게 탑재된 HSM 모터는 기존 대비 1.3배 토크로 작동한다. 실사용 시 AF 속도도 매우 쾌적하며 정숙하고 정확하게 작동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그동안 다른 아트 렌즈에서 아쉬운 점으로 지적받았던 간이 방진방적 기구를 마운트부에 장착한 것도 달라진 점이다.

혹자는 손떨림 방지 기구가 탑재되지 않은 점을 아쉽다고 토로하지만 일반적으로 F1.4 정도의 대구경 렌즈는 빠른 셔터스피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생략하는 경우가 많으며 해당 장치가 탑재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크고 무거운 Art 85mm F1.4 DG HSM이 더욱 커졌을 것이다. 시그마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경우를 고려해 최선의 선택으로 손떨림 방지 장치를 탑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RT라는 이름에 걸맞는 결과물

2012년 이후 시그마는 글로벌 비전으로 렌즈를 출시하고 있으며 그중 아트 시리즈는 모든 면에 있어 최상의 성능으로 선보이고 있다. 기존에 출시된 ART 50mm와 ART35mm는 이미 많은 사용자들에게 호평받은 바 있다. 특히 고화소 카메라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해상력은 아트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디지털카메라는 ‘디지털’이라는 특성상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화소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훌쩍 뛰어오른 화소를 커버할 수 있는 렌즈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심지어 카메라를 생산하는 카메라 브랜드에서 조차 고화소를 커버하는 고화질 렌즈를 생산하는데 미온적이다. 설사 고화소에 맞춰 렌즈를 새로 리뉴얼한다 해도 고가로 발매돼 소비자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물론 고화질로 렌즈를 설계하게 되면 각종 특수 렌즈를 투입하고 코팅도 바뀌면서 생산단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지만 사진가가 쉽게 접근하기 힘든 가격은 고화소 카메라 발매의 의의를 퇴색시키고는 한다. 그에 반해 시그마의 아트 렌즈는 기존 시그마 렌즈에 비해 제품 가격이 오르긴 했으나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으로 출시된다. Art 85mm F1.4 DG HSM도 마찬가지다. 기존 카메라 브랜드의 85mm 렌즈에 비해 매우 우수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으며 타사 렌즈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됐다.

다양한 렌즈를 사용하다 보면 이 렌즈가 과연 고화소 바디에 적합한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최종 결과물을 PC에서 100%로 확대해서 보는 것이지만 촬영 중에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DSLR의 경우 라이브 뷰 화면에서 가장 크게 확대해서 MF로 피사체에 초점을 맞춰 보는 것이고 미러리스의 경우 파인더 상에서 MF로 초점을 맞추면서 최대로 확대해서 보는 것이다. 해상력이 높은 렌즈는 최대로 확대해서 보더라도 이미지가 매우 선명하게 잘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상황에서 다른 렌즈로 확인해보면 그 차이를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시그마 Art 85mm F1.4 DG HSM를 사용하면서 깜짝 놀란 부분도 바로 그 지점이다. MC-11을 사용해 SONY a7RII에 마운트하고 MF로 촬영할 때 영역 확대 버튼을 두 번씩 눌러서 최대로 크게 확대해 초점을 확인했는데 명징한 화면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대구경 렌즈에서 해상력만큼 중요한 부분은 보케 표현이다. 특히 단렌즈는 줌렌즈 대비 우수한 해상력만큼 출중한 부분이 바로 보케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겨 쓰는 24-70mm 렌즈의 보케는 심하게 말하면 지저분해 보는 경우가 많다. 부드럽게 표현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맺히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대부분 대구경 단렌즈는 줌렌즈와 비교했을 때 훨씬 아름다운 보케를 만들어낸다. 단순히 빛망울의 모양뿐 아니라 흐려지는 패턴까지도 매력적이다.

시그마 Art 85mm F1.4 DG HSM은 85mm 대구경 중망원 단렌즈 답게 매우 아름다운 보케를 보여준다. 초점 맞은 지점의 앞뒤로 맺히는 보케는 부드러우면서도 매력적이다. 또한 조리개 최대 개방에서는 꽤 멀리 떨어진 피사체라 하더라도 적당히 흐려지는 배경을 구사할 수 있어 공간감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표준화각보다 한 수 위다. 이와 같은 특성을 활용하면 인물용 렌즈로 알려진 85mm 화각으로 훌륭한 풍경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새로운 표현으로 확장되는 최고의 인물용 렌즈

일반적으로 85mm를 인물용 렌즈라고들 말한다. 피사체와 교감을 하기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매력적인 뒷흐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적당한 볼륨의 실내는 물론 야외에서까지 고루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물 사진용으로 85mm 렌즈를 선택하는 사용자가 많다.

지금까지 시판된 대구경 85mm 렌즈는 확실히 배경 흐림에 더 많은 공을 쏟았다고 봐도 된다. 85mm F1.4가 만들어주는 심도는 50mm보다 훨씬 얕고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정면을 바라보는 인물의 경우 눈에 초점을 맞췄을 때 양옆 볼부터 흐려지기 시작해서 귀까지 흐려지는 오묘한 느낌의 인물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최대 개방 시 화질이다.

지금까지 출시된 고화소 카메라는 중형 카메라에 필적하는 화소를 강점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나 문제는 중형 포맷에서 만날 수 있는 심도나 화질 표현이 거의 불가능했던 것이 단점이었다. 그러나 고화소 카메라에 시그마 Art 85mm F1.4 DG HSM을 조합해 촬영하면 흡사 중형 카메라의 결과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중형 디지털 결과물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의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AF를 지원하는 35mm 판형용 85mm 렌즈 중에 최대 개방에서 이 정도 수준의 화질을 지원하는 제품은 없었다. 그동안 35mm 판형을 사용하는 수많은 사진가들이 꿈꿔왔던 표현이 이제야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다. 최대 개방에서도 초점 맞은 구간이 치밀하게 묘사되고 흐려지는 구간이 부드럽게 표현되는 이미지를 아무리 머릿속으로 그려도 장비가 받쳐주지 못하면 표현이 불가능하다. 시그마는 그런 꿈을 현실로 이뤄주는 제품을 만들어 냈다.

동영상 8K, 스틸 사진 5,000만 화소 커버

렌즈 교환식 카메라의 완성은 렌즈 선택으로 이뤄진다. 제아무리 좋은 카메라라고 하여도 실질적으로 이미지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가 렌즈이기 때문이다.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카메라는 암실에 불과한 상자일 뿐이다. 어떤 렌즈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설사 지금 고화소 장비가 없다 하더라도 추후 기변 할 상황이 되면 지금보다 고화소 바디를 들일 확률이 높아진다. 그때 기존에 쓰던 구형 렌즈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 고화소 바디를 사용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 렌즈도 바꾸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미리 고화질 렌즈를 마련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시그마 Art 85mm F1.4 DG HSM은 동영상 8K, 스틸 사진 5,000만 화소를 커버하는 화질을 자랑한다. 향후 수년 동안 어떤 카메라와 조합해도 모자람이 없는 수준이다. 현재 4K 영상 대중화가 시작되고 있고 스틸사진은 약 3,000만 화소 언저리까지 대중화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Art 85mm F1.4 DG HSM은 확실히 앞서 나가고 있는 스펙이다.
물론 디지털카메라가 앞으로도 계속 화소 경쟁을 주요 화두로 신제품을 내놓으라는 법은 없다. 향후 단순히 높은 화소보다는 얼마나 더 명징한 화질을 담보해내느냐가 더 중요한 구매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 뻥튀기하듯 화소만 키운 이미지가 얼마나 보기 싫은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시그마는 벌써부터 그 지점까지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렌즈 사양>

렌즈 구성 12 군 14 매
최소 조리개 F16
필터 크기 φ86㎜
화각 28.6 °
최단 촬영 거리 85cm
지름 × 길이 Φ94.7mm × 126.2mm
조리개 날개 매수 9 매 (원형 조리개)
최대 배율 1 : 8.5
무게 1,130g

α7 시리즈로 고전과 미래를 오가는 방법_Zeiss Loxia 2.8/21

소니 α7 시리즈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아마추어는 물론 프로에게도 인정받고 있는 분위기다. 소니의 꾸준한 혁신이 사진가의 마음을 돌려놓고 있는 것. 그러나 α7 시리즈가 소니의 힘만으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다. 뒤에서 묵묵히 서포트한 자이스의 덕을 톡톡히 봤다. 최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바티스 시리즈만 봐도 자이스의 저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α7 시리즈를 서포트하고 있는 자이스의 또 다른 렌즈군이 있다. 바로 록시아(Loxia) 시리즈다. (모든 작례 사진은 소니 a7R II로 촬영했습니다.)

미러리스의 경박단소를 완성하는 방법

미러리스는 이름 그대로 DSLR에서 미러 박스를 걷어낸 카메라다. 거울이 있던 자리가 없어졌으니 같은 크기의 센서를 사용해도 DSLR보다 훨씬 작고 가벼워질 수 있다. 필름 시대에는 RF 카메라가 SLR의 대척점에 놓여 있었지만 이제는 그 자리가 미러리스로 대체됐다. RF 카메라 브랜드의 대명사인 라이카조차도 최근 풀프레임 미러리스인 Leica SL을 발표하며 미러리스 연합에 힘을 보태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터졌다. 바로 렌즈다. 렌즈 종류가 적다는 것은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분명 해결 가능한 일이다. 진짜 문제는 렌즈 사이즈다. 카메라에 미러가 없다고 해서 렌즈 크기까지 작아지지는 않는다. 광학 기술은 절대적으로 물리적인 법칙을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렌즈의 F값을 어둡게 설계하면 작아지겠지만 이는 DSLR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 포서즈보다 센서 사이즈를 키운 소니는 렌즈 크기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이때 대안으로 떠오른 렌즈가 바로 자이스의 록시아 시리즈다. 록시아는 소니의 풀프레임 미러리스인 α7 시리즈 사용자를 위해 개발된 렌즈다. 미러리스의 장점인 경박단소를 극대화시키는 한편 풀프레임 센서의 장점을 저해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했다. 자이스는 MF로만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설계하는 동시에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은 조리개 값을 채택해 크기와 무게를 줄였다.

Loxia 2/35와 Loxia 2/50은 기존에 발매된 ZM 렌즈를 리뉴얼해 탄생됐다. 라이카 M 마운트로 발매돼 수많은 사용자에게 검증받았던 Biogon T* 2/35 ZM과 Planar T* 2/50 ZM을 기반으로 디지털에 맞춰 설계를 업데이트한 것. 두 렌즈는 발매되자마자 α7 시리즈 사용자에게 호평을 받았다. 렌즈의 성능도 훌륭했지만 디지털 파인더 덕에 수동 초점 조작이 편리한 미러리스의 장치적 특성 덕분이기도 했다. 자이스는 여새를 몰아 지난 2015년 12월에 Loxia 2.8/21을 발매하기에 이른다.

Loxia 2.8/21이 발표됐을 때 많은 α7 시리즈 사용자들이 걱정한 부분이 있다. 바로 렌즈 설계 방식이다. 기존에 선보였던 Loxia 2/35와 Loxia 2/50은 ZM 렌즈에 적용됐던 방식으로 설계했음에도 불구하고 플렌지백이 짧은 α7 시리즈에서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21mm라는 초점거리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존 ZM 마운트로 발매된 Biogon T* 2,8/21 ZM의 경우 어댑터를 이용해 α7 시리즈에 장착하면 주변부 광량저하, 주변부 화질저하 등 각종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자이스는 이와 같은 우려를 새로운 설계로 말끔히 해소했다. 필름 시대에 RF 바디를 위해 사용했던 비오곤 설계를 과감히 포기하고 디스타곤으로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했다. 즉 Loxia 2.8/21은 록시아 시리즈 중 최초로 오리지널 설계를 적용한 렌즈인 것.

4240만 화소를 완벽하게 커버한다

이쯤 되면 Loxia 2.8/21의 성능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진다. 우선 기존에 발매된 35mm, 50mm와 달리 렌즈 구성이 호화롭다. 선 발매됐던 두 렌즈는 보케나 뒷흐림을 부드럽게 표현하기 위해 특수렌즈 사용을 최대한 자제했다. 초점거리 특성상 보케 표현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 예를 들어 플라나 설계를 기반으로 했던 Loxia 2/50은 특수렌즈를 단 한 장도 사용하지 않았고 Loxia 2/35의 경우에는 가장 앞에 위치한 한 장의 렌즈에만 이상 부분 분산 특수 유리를 사용했다.

그러나 초광각 렌즈인 Loxia 2.8/21은 전혀 다른 구성을 보여준다. 9군 11매 구성 중 이상 부분 분산 특수 유리 4매와 비구면 렌즈 1매를 사용해 화질에 집중한 모습이다. 초점거리 특성상 쨍한 화질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이스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조리개는 F2.8까지 개방되는데 21mm 광각렌즈 치고는 준수한 수준이다. 비오곤 대칭 설계가 아닌 레트로 포커스 방식으로 설계된 디스타곤 렌즈 특성상 렌즈가 조금 더 커질 수밖에 없다. F2.8은 작고 가벼운 동시에 우수한 화질을 추구하는 록시아 시리즈의 정체성을 고수하기 위한 최선의 조리개 값으로 보인다.

소니와 공식적으로 협업하고 있는 자이스에선 만든 렌즈인 만큼 α7 시리즈 바디에서 지원하는 [렌즈 보정]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렌즈 보정 기능을 사용하지 않은 결과물과 사용한 결과물은 편차가 꽤 큰 편이다. 특히 주변부 광량저하는 눈에 띌 정도로 보정된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렌즈 보정]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렌즈 해상력은 최상급이다. 4240만 화소 센서를 장착한 α7RⅡ에 장착했을 시 조리개 최대 개방에서도 매우 우수한 해상력을 기대할 수 있다. 초고화소 센서에서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수준이다. 조리개를 조이면 중앙부터 주변부까지 고르게 화질과 콘트라스트가 올라간다.

최단 촬영거리는 0.25m로 무난한 수준이다. 센서면으로부터 0.25m이므로 피사체에 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조리개를 개방하고 가까이에 있는 피사체를 촬영하면 광각렌즈 특유의 시원한 구도에 보케까지 더해지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실 Loxia 2.8/21을 두고 보편성을 획득한 스탠다드 한 렌즈라 말하기는 어렵다. AF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놓고 봐도 대중 친화적인 렌즈는 아니다. 그러나 직접 포커스 링을 돌려 초점을 맞추고 조리개 링을 돌려 심도를 조절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촬영법은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사진을 대하는 자세 혹은 피사체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Loxia 2.8/21은 조금 더 진중하고 묵직한 사진을 찍기 원하는 사진가에게 적합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렌즈가 마냥 클래식한 장비는 아니다. 최신 고화소 카메라와 조합했을 때에도 모자람이 없는 훌륭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한 마디로 Loxia 2.8/21은 클래식과 모던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품고 있는 렌즈다.

<렌즈 사양>

초점 거리 21mm
조리개 범위 F2.8-F22
초점 범위 0.25m-∞
렌즈 구성 9군 11매 디스타곤 설계
필터 구경 M52 x 0.75
길이(렌즈캡 포함) 85mm
무게 394g
카메라 마운트 SONY E-Mount

 

고화소 시대에 대한 자이스의 답변_Zeiss Milvus 1.4/50

이제 출시되는 카메라마다 2000만 화소를 훌쩍 뛰어넘는 시대가 됐다. 렌즈 교환식 카메라는 렌즈와 바디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어느 하나만 앞서 가서는 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동안 자이스가 DSLR용으로 발매했던 클래식 시리즈 렌즈는 최근 DSLR과의 궁합이 완벽하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필름 바디에 물렸을 때에는 최고의 결과물을 보장했을지 몰라도 최근 고화소 바디와의 궁합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자이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의 DSLR시장에서도 버틸 수 있는 렌즈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바로 Milvus 시리즈다.

스펙은 같아도 설계가 다르다.

Milvus 1.4/50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초점거리 50mm에 조리개 최대 개방 값이 F1.4인 렌즈다. 이는 과거에 선보였던 Planar T* 1,4/50과 동일한 스펙이다. 그렇다고 해서 Milvus 1.4/50이 Planar T* 1,4/50을 살짝 리뉴얼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둘은 설계 방식 자체가 전혀 다르다. 클래식의 경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플라나 설계이며 6군7매 구성이다. 반면 Milvus 1.4/50은 디스타곤 설계에 8군 10매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Milvus 1.4/50이 디스타곤 설계라는 사실이다. 디스타곤 설계는 일반적으로 광각 계열 렌즈에 사용하는 레트로 포커스 방식인데 이를 50mm 표준 렌즈에 적용한 것. 사실 이러한 레트로 포커스 방식 설계는 디지털 시대에 들어와 각광받고 있다. 광각 렌즈의 경우 디지털 센서의 입사각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고해상력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설계 방식이 복잡해지고 사용 렌즈 수도 많아지는 동시에 크기와 무게가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자이스의 기존 Planar T* 1,4/50도 분명 좋은 렌즈다. F값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분명 매력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에 따라서는 이 렌즈의 최대개방 결과물이 너무 부드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 이 렌즈는 최대개방에서 칼 같은 해상력을 기대하기에는 조금 모자란 면이 있다. 자이스는 사용자의 그런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전혀 다른 설계 방식으로 Milvus 1.4/50을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Milvus 1.4/50은 Planar T* 1,4/50과 확연히 다른 결과물을 보여준다. 조리개 최대 개방에서도 초점 맞은 구간이 날카롭게 표현된다. 확연히 고화소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Planar T* 1,4/50은 구성 렌즈 중 특수렌즈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와 달리 Milvus 1.4/50은 이상 부분 분산 특수 유리 4매와 비구면 렌즈 1매와 같은 특수 렌즈를 아낌없이 사용한 호화 구성이다. 또한 플로팅 엘리먼트로 설계해 이 렌즈가 지원하는 전체 촬영 거리에서 균일하게 우수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자이스의 DSLR 렌즈 중 플래그십 모델이라 할 수 있는 Otus 1.4/55과 비교했을 때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성능으로 보인다.

선명하고 날카로운 묘사와 아름다운 보케를 양립하다.

자이스 렌즈는 아름다운 보케 표현으로도 유명한데 Milvus 1.4/50이 보여주는 보케도 마찬가지다. 최대개방 근방에서 보여주는 빛망울과 뒷흐림은 부드럽고 아름답다. 상황에 따라 마치 그림을 그린 듯한 느낌이 연출되기도 한다. 또한 최대개방에서도 주변부 화질이 준수하다. 주변부 광량 저하는 신경 쓰일 정도로 나타나지 않고 조리개를 F4정도로 조이면 거의 해결된다. 또한 타사 렌즈에서 만나기 힘든 투명한 묘사는 압권이다.

이 렌즈는 50mm라는 초점거리 특성상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데 근거리에 있는 피사체를 부각시켜 촬영하기에도 모자람이 없고 인물사진이나 정물 및 원거리 풍경을 촬영하기에도 좋다. 특히 50mm는 표준화각으로 통용되지만 실사용에서는 중망원의 느낌을 전달해주기도 한다. Milvus 1.4/50은 F1.4로 조리개를 최대로 개방하고 거리가 떨어진 피사체를 촬영해도 공간감이 느껴질 정도로 배경이 흐려진다.

자이스에서 최신 DSLR에 맞춰 선보인 렌즈인 만큼 기본적인 광학 성능은 당연히 우수하다. 역광 상태에서 조리개를 활짝 열고 찍어도 고스트나 플레어는 보이지 않는다. 자이스의 T* 무반사 코팅과 더불어 모든 렌즈 가장자리에 정교한 수작업으로 제트 블랙 스페셜 페인트를 칠해 내부 반사를 줄인 덕분이다. 또한 고급 렌즈답게 방진 방적 실링을 장착해 악천후에서도 안심하고 촬영할 수 있다.

지금까지 출시 된 DSLR용 자이스 렌즈가 그러하듯 Milvus 1.4/50도 MF로만 작동한다. 포커스링의 회전각이 넓어 미세한 초점까지 조절할 수 있다. 마운트부에는 전자 접점이 장착되어 있어 반셔터를 누른 상태로 포커스 링을 돌리면 초점이 맞았을 때 비프음과 함께 파인더 내부에 초점 확인 알람이 들어온다. 따라서 MF 촬영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라고 해도 큰 불편함 없이 촬영이 가능하다. 또한 조리개 값도 카메라 바디에서 설정할 수 있으며 EXIF 정보에 촬영 정보가 그대로 저장 된다.

자이스가 과거에 DSLR용으로 출시한 클래식 렌즈는 최신 바디에 사용하기에 아쉬운 점이 존재했다. 그러나 Milvus 시리즈는 디자인부터 설계까지 모든 게 최신 바디에 맞게 바뀌었다. 최근 고화소 장비에 과거 자이스 렌즈를 물려보고 실망했거나 오투스 시리즈가 부담스러웠다면 Milvus 1.4/50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제품 사양>
초점 거리 50mm
조리개 범위 f/1.4 – f/16
초점 범위 0.45m (1.48 ft) – ∞
렌즈 구성 8군 10매
실시야각(대각선/수직/수평) 46° / 39° / 26°
필터 구경 M67 x 0.45
길이(캡 포함) ZF.2: 106.4mm (4.19‘‘)
ZE: 119.0mm (4.29‘‘)
무게 ZF.2: 875g (30.86 oz)
ZE: 922g (32.52 oz)
지원 마운트 F Mount (ZF.2)
EF Mount (ZE)

혁신적인 기술 새로운 표현_SIGMA ⓐ 20mm F1.4 DG HSM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진은 카메라와 렌즈라는 기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아니, 카메라와 렌즈가 없으면 사진은 존재할 수 없다. 물론 사진가의 역할이 가장 크겠지만 의도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장비가 필요하다. 만약 표현을 위한 장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진가의 의도는 머릿속에서 미완으로 그치게 된다. 그동안 초광각렌즈로 밝은 조리개 값을 이용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진가의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꿈의 영역이 시그마의 혁신으로 현실이 됐다.

누구도 나서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

그동안 광각렌즈 발전사는 화각에만 집중됐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다른 데 눈 돌릴 겨를도 없었다. 우선은 더 넓게 찍히는 게 중요했다. 대다수 광학회사는 사진가가 조금이라도 더 넓게 세상을 담을 수 있도록, 제한된 공간에서도 마음껏 대상을 담을 수 있도록 광각렌즈를 발전시켰다. 최근에는 캐논이 11mm부터 시작하는 광각 줌렌즈를 발표하기도 했다. 광각렌즈는 대체로 어두운 조리개 값으로 생산됐지만 고 ISO에도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지 않도록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

그러나 조리개 조절이 단순히 빛의 양만 조절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사진가를 불편하게 만든다. 바로 심도 표현이라는, 사진을 이야기하는데 빠트릴 수 없는 표현 기술이 조리개 조절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더더군다나 광각렌즈는 표준 화각이나 망원화각 보다 기본적으로 심도가 깊다. 예를 들어 1m 정도에 거리를 둔 피사체를 50mm 렌즈를 사용해 F5.6으로 촬영하면 적당히 뒤가 흐려지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지만 동일한 상황을 20mm 렌즈로 촬영하면 심도 표현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현실 속에서 시그마가 세상을 놀라게 할 렌즈를 선보였다. 바로 ⓐ 20mm F1.4 DG HSM(이하 20mm F1.4)이다. 일반적으로 20mm부터 초광각이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초광각 렌즈에 조리개 값 F1.4는 전무한 스펙이다. 기존 아트 시리즈로 시그마의 우수한 기술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는 숫자다.

렌즈 이름에 나타난 숫자만으로는 이 렌즈의 진가를 확인하기 힘들다. 일단 카메라에 마운트 해야 비로소 시그마 20mm F1.4의 진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선 이 렌즈를 장착하면 놀랍도록 밝은 파인더에 놀라게 된다. 기존 광각 렌즈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세상이다. SLR 시스템은 렌즈의 F값에 따라 파인더 밝기가 달라진다. 기존 초광각 렌즈는 F4 정도가 최대 조리개 개방 값이었고 그만큼 파인더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그마 20mm F1.4는 놀랍도록 밝은 세상을 보여준다. 미러리스에서 기대할 수 없는 광학 파인더의 매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넓은 세상을 구석구석 투명하고 맑게 바라볼 수 있다.

넓은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담다

셔터를 누르고 결과물을 마주하게 되면 감동은 더 커진다. 우선 명확하게 드러나는 보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존 초광각 렌즈는 빛망울이 잡힌다고 해도 잘았다. 구경이 작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시그마 20mm F1.4는 초광각 렌즈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큰 빛망울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상황에서 보케가 크게 맺힐 거라는 오해는 금물이다. 이 렌즈도 기본적으로 광각렌즈다. 1미터 이내에 있는 피사체에서 보케가 극대화된다. 특히 최단 촬영거리 근방에서 최대 개방으로 촬영하면 배경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흐려진다. 그보다 멀어졌을 때에는 보케가 크게 맺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F1.4의 위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20mm 정도 화각에서 만날 수 없는 독특한 공간감은 시그마 20mm F1.4만의 매력이다. 과거에는 비슷한 화각에서 심도 표현 자체를 포기한 채 촬영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 렌즈를 사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넓은 화면 안에 심도를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초광각 렌즈 특유의 원근감에 F1.4의 심도가 더해지면 생경한 풍경이 담긴다. 지금까지 어떤 렌즈로도 그려낼 수 없었던 풍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새로울 수밖에 없고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과거 초광각 렌즈가 조리개를 조이는 방법으로 거시적인 이미지만 한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시그마 20mm F1.4는 거시와 미시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는 획기적인 장비인 것.

시그마 20mm F1.4의 스펙 때문에 단순히 조리개 값만 밝게 키운 렌즈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광각렌즈가 지녀야 할 기본기를 탄탄히 갖추고 있다. 우선 20mm 렌즈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왜곡이 잘 억제되어 있다. 수평과 수직을 맞춘 상태에서 촬영한 결과물은 20mm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선이 곧다. 시그마에서 공개한 그래프를 확인하면 기존 ⓐ 24mm F1.4 DG HSM과 비슷한 수준으로 왜곡을 억제하고 있다. 최대 개방에서 주변부 광량 저하가 보이지만 F2.8 정도부터 눈에 띄게 줄어들고 F5.6이 되면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이 된다. 11군 15매 구성 중 형석과 같은 성질을 지닌 FLD 글라스 2매, 특수 저분산 소재인 SLD 글라스 5매, 비구면 렌즈 2매를 사용해 색수차를 극복하는 동시에 광각렌즈만의 날카로운 묘사력, 우수한 콘트라스트까지 담보하고 있다. 기존 최대 개방 F4 광각 렌즈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발군의 성능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의 삶도 같이 변화했다. 자동차, 냉장고, 에어컨이 바꿔버린 일상은 혁명에 가까울 정도다. 사진이라고 다르지 않다. 새로운 장비가 등장하면 이는 곧 새로운 표현 방법으로 승화됐고 사진 예술의 영역은 그만큼 넓어졌다. 시그마가 ⓐ 20mm F1.4 DG HSM라는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렌즈를 선보였다. 이제 사진가들이 이 렌즈와 함께 사진 예술의 영토를 얼마나 넓혀갈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제품 사양

렌즈 구성                        11군 15매
최소 조리개                     F16
조리개 날 수                    9매(원형 조리개)
화각                                94.5°
최단 촬영 거리                27.6cm
최대 배율                        1:7.1
크기                                φ90.7mm x 129.8mm
무게                                950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