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 그 다음

이미 충분히 GR에 대한 무한애정을 표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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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p.me/p7XRSE-U7

결론은 ‘(현존하는)흑백 스냅을 위한 최적의 카메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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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7 / 대구

GR을 두 대째 쓰고 있습니다. 2013년 예약주문이 끝나자마자 ‘괜찮다더라’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쓸 만한 스냅머신이 나왔다는 것을 직감했어요. 오랜만에 신품 깠습니다.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없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훌륭했습니다. 이때까지는요. 그러니까 5년 전 눈높이 였던거죠. 이때부터 애증의 세월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GR2가 나온다고 할 때 기대가 컸습니다. GR에서 불편한 몇 가지가 해결되어 나왔으면 했거든요. 그런데 와이파이 달랑 얹어서 신형이라고 코 풀고 맙니다. 지들이 라이카도 아니고…따라 할 걸 따라 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선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꼬박 5년이나 된 기종을 사골 끓이는데 말이죠. 그 만큼 매력적인 카메라인가 봅니다. 하이엔드 유저나 프로사진가들에게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고 저처럼 까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유저들이 있으니 말이죠. 며칠 전 지인과 이야기 중에 ‘아내 같은 카메라’라고 하고는 같이 웃었습니다. 말도 안 듣고, 맘대로 안 되고, 조심조심 다뤄야 하고, 그렇다고 버리지도 못하고…그러다가 한 번씩 기똥찬 결과물을 만들어 준다고 했거든요.

오늘은 이 녀석 불만스런 부분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일관성 꽝인 카메라

기능, 성능에 있어서 일관성은 신뢰입니다. 카메라를 믿고 찍어야 하는데 이 녀석은 멋대로 GRal합니다. 그래서 이름이 GR이에요.

  • 화이트 밸런스 일관성 꽝이죠.
  • 노출 꽝이죠.
  • 초점도 멋대로, 어두우면 아주 난리도 아니시죠. 빠릿하지도 않아요. 결정적인 순간들에서 한 번씩 삑사리가 나는데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이제는 포기하고 씁니다. RAW 쓰면 되니까…화이트 밸런스나 노출 정도는 유저 네가 알아서 해라. 뭐 이런 건가 봐요.

2. 고감도 노이즈 작열

  • 너무 하잖아요. 겨우 800 넘어가면 노이즈 작열합니다. 여기에 노출 꽝, 화이트 밸런스 꽝 조합이 함께 일어나면 장관이죠. 네!

3. 내구성은 눈물 나요.

  • 조리개 안 열려서 카메라 먹통 되는 결함은  GR에서 숙명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GR2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본 GR은 그렇습니다. 시간문제인 것 같아요. 수리비도 첨엔 카메라 가격이더니 요즘은 그나마 반 가격으로 내려왔습니다. 수리하려면 20여만 원이 듭니다. 만만치 않지요? 전 4번이나 이 증상을 겪었습니다. 마지막 한 번은 열받아서 그대로 버리려다가 지인에게 인계 했어요.
  • 아예 먹통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리실에 맡겼더니 메인보드(수리실 용어) 갈아야 한다고 합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4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하고 살렸던 것 같아요. 지인들이 말렸더랬습니다. 새 것 사라고.
  • CCD에 먼지가 잘 끼는데 청소하려면 비용(4.5만원)이 많이 들어요. 대 여섯 번은 다녀온 것 같은데 말이죠. 지방이다 보니 서울까지 보내야 하는 절차나 시간도 만만치가 않아요. 한 동안 포토샵으로 버티다가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을 때 보내고 있습니다만 먼지는 무척 거슬립니다.
  • 손바닥에 열이 많은지 고무그립이 자주 뜹니다. 교체하는데 큰 비용(2.5만)은 아닙니다만 사용 중에 부풀어 오르면 신경 쓰여요. 지금까지 4번 정도 교체한 것 같습니다.
  • 베리어가 때때로 안 열린다거나 셔터에 먼지가 낀 듯 뻑뻑해 진다거나 휠 다이얼 에러라거나 자잘하지만 신경 쓰이는 잡고장(?)도 다수였다지요. 고치면(청소정도였지 싶은데) 된다고 해서 맡겼더니 수리비 7만 원 정도 나왔던 것 같아요.

써 놓고 보니 이런 걸 왜 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놓아 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 5년여 꼬박토록 수리실에 가지 않은 한 지니고 다녔습니다.

왜 그러냐고요?

쓸 만하니까요.

대략 3년 정도 주기로 신 기종을 내 놓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내년쯤에나 새로운 GR을 내 놓지 않을까 기대가 있습니다만 아직은 감감무소식입니다. 풍문도 없네요.

이렇게 까놓고도 신형 나오면 바로 달려갈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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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도자기_건수자도

젠수이(建水)는 아름다운 도시다. 2009년 처음 왔을 때 아직 이곳은 고풍스런 한적한 도시였다. 십여 년이 지났건만 눈부신 개발 한편으로 옛것을 보존하려는 몸부림이 곳곳에 남아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젠수이는 윈난의 다른 큰 도시들에 비해 일찍 발전된 곳이다.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곳이란 말이기도 하다. 리장, 따리와 함께 윈난 3대 고성이 있는 곳이다. 중국 3대 문묘(공자를 모신 사당) 가운데 하나가 중원에서 멀고도 멀리 떨어진 이곳에 창대하게 남아있다는 것은 이방인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덕분에 이곳은 일찍 유가풍의 문화가 자리 잡은 선비의 도시이기도 하다. 글줄이나 읽은 노인들이 심심파적 삼아 붓 놀이 즐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것도 다 이 때문일 것이다. 먹을 것 볼 것이 풍부하고 소박하고 깨끗한 환경 덕분에 근래 중국에서도 뜨는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젠수이 여행 마지막 날, 자도(紫陶)공방을 다시 찾았다. 첫날 도예촌에서 실망한 탓도 있으려니와 자도와 관련된 문화나 자도의 제작과정이 궁금하던 터였다. 형님을 졸랐더니 꽌시가 있는 제법 큰 규모의 공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젠수이 자도는 우리에게 비교적 늦게 알려진 도자기다. 송대에 시작된 자도의 역사는 산업화와 함께 근래까지 다른 전통도자기 산업과 마찬가지로 사양길을 걸으며 명맥을 유지하다가 전통문화 부흥 정책과 보이차의 역대급 히트에 힘입어 근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천연의 오색토((五色土: 적, 황, 청, 갈, 백의 다섯 가지 색깔의 원료) 원료를 숙성시켜 기물의 형태를 만들고 상감기법으로 문양, 그림, 글자를 넣는다. 유약을 사용하지 않고 고온(1150 ~ 1200 ℃)으로 소성한 후 숫돌로 물광을 내서 완성한다. 이싱의 자사호와 비슷한 듯 다른 점은 재료, 상감기법 그리고 물광을 내는 것 정도가 되겠다. 항아리, 병, 화분 등 다양한 기물을 만들지만 근래에 차호로 각광받고 있는 아름다운 도자기다.

R0073062[오후 도자촌 거리는 한산하다. 작은 공방들이 다닥다닥 어깨를 붙이고 늘어섰다.]

 

R0073064[누가 오거나 말거나 저 할일에 집중하던 도공이 작업 한대목을 마치자 차를 내며 자리를 청한다. 잡히면 한 두개 사서 나와야 할 것 같아 사양하고 물러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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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마지막 날
쌍용교 근처 제법 갖추어진 공방을 찾았다. 갑자기 들이닥친 이방인이 어리둥절한 여사장은 속살을 내어보이는 것이 못마땅해 보였다.

R0073353[원료창고, 오색토로 자도의 원료가 된다. 소성되면 각각의 빛깔을 낼 것이다. 덩어리가 보이는 것은 괴상으로 보이지만 만져보면 분처럼 부드럽다.]

 

R0073356[제토과정을 거쳐서]

 

R0073352[정제된 원료를 숙성한다.]

 

R0073362[자사호는 대부분 판성형을 하는데 자도는 물레로 성형한다. 이름 없는 도공이지만 숙련도가 장난아니다. 공방에 소속되었으니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남기지는 못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많은 사람들 처럼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이 없지 않을 것인데…]

 

R0073359[성형된 기물이 어느정도 건조되면 형태를 다듬는다.]

 

R0073364[깍고 다듬고]

 

R0073365[또 깍고 다듬고]

 

R0073369[건조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린다. 공방에선 철저한 분업이다. 제토하는 사람, 성형하는 사람, 다듬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 상감하는 사람 등…20여명의 여성들이 지난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몇 마디 물어도 대꾸를 안한다…ㅠㅠ]

 

R0073367[밑그림이 그려진 자도 성형품에 그림을 따라 기벽을 파낸다. 색깔이 다른 흙으로 파낸 부위를 채우고 다시 다듬는다. 상감기법이다. 글, 그림, 문양 등 다양한 장식을 하는데 우리 정서는 아니다 싶다.]

 

R0073372[소성하기 전 바닥에 시그니쳐!]

 

R0073375[나서기 전에 전시장을 찾았다. 내내 쫄쫄 따라다니면서 낮빛이 울그락 불그락 하던 여사장이 이 대목에선 판매담당경리라면서 소개시켜 주고 방구새듯 빠져 버린다. 여우같으니라고…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깍아 달랬더니 자기는 깍아줄 권한이 없고 쿤밍과 젠수이 시내 총판이 있는데 그곳과 가격 차이가 나면 안된단다. 여사장이 도망간 이유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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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물든 쌍용교가 교태롭다.

 

상실과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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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아버님 뵙고 내려오던 길이 순하고 편했습니다.  문경/2018.5]

상실과 부재

주말이면 아버님 떠나신지 일곱 번의 칠일 째가 되는 날입니다. 남은 자에겐 이별과 상실을 맞는 배려의 시간이었습니다. 때때로 한 덩어리 슬픔이 울컥 올라와 목구멍을 틀어쥐고 있으면 저절로 눈물이 쏟아집니다. 꺼억꺼억 어깨를 들썩이다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크게 숨을 들이키면 눈물이 잦아 들곤 합니다. 이십여 년 병원에서 보내신 장엄한 시간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남은 자는 남은 자의 이유로 당신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닿을 수 없는 아득함에 몸서리칩니다. 고단한 서사의 복기는 불능입니다. 일곱 번의 칠일은 어쩔 수 없음의 어쩔 수 없음을 긍정하는 시간입니다. 상실과 부재의 아픔은 치유의 시간을 거치면서 승화되어 갑니다.

주고 가신 것이 큽니다.
당신 곁에서 축제를 열겠습니다.

 

황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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经开区(jīngkāiqū)! 알아듣는 택시기사가 신기했다. 이렇게 말하면 어김없이 데려다 준다. 낡은 것들이 쓸려나가고 매일 아침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이곳을 사람들은 ‘경제개발구’라고 부른다. 길 건너 우람한 정원이 드리워진 화려한 아파트촌이 펼쳐지고 그곳에 황금성이 있었다. 작년엔 없던 건물이다. 호기심에 이끌려 기웃거려 보지만 황금성은 거대한 담벼락으로 고립되어 있었다. 한 동안 기웃거렸지만 개미새끼 한 마리 지나다니지 않는다.

프리지아의 왕 미다스는 길 잃은 실레노스를 후대하였다. 실레노스는 디오니소스를 길렀다고 알려져 있는 그의 스승이다. 디오니소스는 스승을 잘 돌봐 준 미다스에게 한 가지 소원을 말하라고 했다. “제 손에 닿는 것이면 무엇이든 황금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디오니소스는 의아했지만 소원을 들어 주었다. 이제 미다스의 손이 닿는 것은 무엇이든 황금이 되었다. 손이 닿자마자 황금으로 변하는 것은 황홀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해 버리는 통에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지경이 되고 만 것이다. 이제야 자신의 소원이 부질없음을 알고 철회해 줄 것을 신에게 간청했다. 그의 간절한 기도에 신이 응답했다. 신은 파크톨로스 강에 몸을 씻으라 명했다. 미다스 왕은 신의 뜻에 따라 파크톨로스 강에 몸을 씻은 후에야 원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때부터 파크톨로스 강은 사금이 넘쳐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상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가 전한 이야기다.

길 건너 고치 구이 판을 앞에 두고 난장에 앉았다. 넘어가는 해가 걸린 황금성이 붉게 물들어간다. 부귀, 영화, 권력, 탐욕…너는 어느 것의 것이냐!

 

 

Leica … 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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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좋아하다가 카메라 좋아하게 되었듯 차 좋아하다가 도자기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도자기는 아름다움과 함께 쓰임이 있습니다. 당대 최고 기술로 만들어지지만 쓰임은 참이나 인문적입니다. 이렇듯 카메라와 도자기는 닮은 듯 과학과 인문이 만나는 접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아름답고 매력적이죠.

차 마시다가 문득 카메라 그림이 있는 백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시작이 그렇듯 무료를 넘어서는 어떤 것이 필요했을 겁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습니다. 카메라 하나 그려 넣어 보자는 간단하고 단순한 시작이었죠. 취향저격 훌륭한 도공께 라이카 사진 몇 장 보내서 가능유무를 타진해 봅니다. 다행히 만들어 주겠다십니다. 기성품에 그림 입히는 정도면 비교적 간단할 테지만 새로운 시도라면 잔 하나 주문하는데도 크기, 용량, 형태 등 결정해야할 요소가 많습니다. 이렇게 처음 소통을 시작한 것이 지난 삼월이었어요. 그 후 때때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마다 몇 차례 의견이 오고갔습니다.

“담 시리즈에는 관찰자가 등장하는데, 윗 사진들은 원하시는 바를 명확히 이해하게 하네요.^^”
이 한 마디에 맘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한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생각보다 빠른 출력입니다. 사진을 본 순간 제게서 나온 첫 마디는

“대박” 그리고 “야호~~~”

‘Leica … 我’
작가가 작품에 부여한 이름입니다.

‘라이카를 주제로 주문하셨습니다. 여러 장의 관련 사진들과 원하시는 기형에 가능한 얇게, 사진 자료들 중에서 라이카 로고와 주문자로 추측되는 인물과 사진 중 인물을 재구성해서 관찰자로 등장시켰습니다.’
작가의 작품 설명입니다.

함께 감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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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때 마다 놀랍고 기분좋은 포장입니다. 포장이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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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요

빨간 로고가 백자와 잘 어울립니다. 로고를 노출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다가 로고가 강조되지 않은 이미지들을 골라서 보냈습니다만 작가는 욕망을 놓치지 않습니다. 강렬한 빨강이 이글거리면서 솟아 오릅니다. 일출과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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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요

두 명의 관찰자가 등장합니다. 둘 다 저라고 우기는 중입니다. 빨간 로고와 황금로고 포인트가 자극적입니다.  훔쳐보기를 좋아합니다. (정당성 여부는 다른 기회로 미뤄두고) 욕망은 파인더를 거치면서 직접적이고 강력한 힘을 부여받습니다. 셔터를 끊는 모든 순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경험하게 되는 짜릿함은 ‘오르가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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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요

처음 보냈던 이미지를 그려 넣었군요. 이야기를 넣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 때 이렇게 카메라 그림하나 달랑 넣고 말 요량이었습니다. M3가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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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요

가장 맘에 드는 대목입니다. 커다란 바위 뒤에 숨어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신윤복의 그림 한 대목처럼 미인도의 그녀가 목욕하는 장면이라도 훔쳐보는 것일까요? 라고 물었더니 이런 상상은 못 쓴다고 하시네요. 중국친구에게 보여 줬더니 단박에 저 닮았다며 박장대소 합니다.

 

잘 만든 물건에 대한 끌림은 무차별적입니다. 자연에 배태된 여러 가지는 불의 심판을 거쳐 여러가지 느낌으로 말을 걸어 옵니다. 도자기의 매력입니다. 좋아하는 차와 도자기에 좋아하는 사진과 카메라를 통섭하는 일이 재미를 넘어 의미가 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선생님! 다음 작업하실 때 이번 잔 컨셉을 이어서 개완하나 만들어 주실 수 있으실지요?”
좀전에 보낸 문자에요.^^

 

* 엮인 글 : 라이카 단상

데자뷰

깜깜한 늦은 밤에 도착했습니다. 볼이 시린 날씨였지만 어쩌자고 이렇게 포근한 것일까요. 짊어지고 온 피로에 까무러칠 것 같았습니다만 어디서 온 것인지 스멀스멀 밀려드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어집니다. 늘어지고 싶었습니다. 반듯하게 각진 택시 타고 숙소로 가는 잠시 동안 창밖 풍경은 신비였습니다.

밤새 끙끙 앓다가 새벽녘에 잠이 들었습니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거실 창을 열었습니다. 쌓이는 눈이 세상 평화롭습니다. 한참 멍 때리다 감전된 듯 챙겨 입고 길을 나섰습니다. 발이 이끄는 곳으로 걸었습니다.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했고, 어느 골목에서 한 동안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셔터를 몇 번 눌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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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가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는 … 이 곳에서 그렇게 한 동안 어슬렁거렸다. ]

 

여행에서 돌아왔습니다. 한 동안 서 있던 그 골목이 그리웠습니다. 영화 보다가 스프링 튕기듯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그 골목을 만났습니다. 그러니까 그랬던거죠. 언제인지도 모를 언젠가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곤 하얗게 잊었어요. 세월이 흘러 영화의 장면 가운데 있게 되었습니다. 의식 저편 깊숙한 곳에 저장되어 있던 장면하나가 의지와 관계없이 소환되었습니다. 포근함, 안도감, 익숙함 따위의 느낌은 깊숙히 저장되었던 몇 개의 장면 덕분이었을까요.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겪게 되는 영혼의 끌림처럼 말이죠.

 

Love.Letter.1995.1080p.BluRay.x264.AC3-ONe.mkv - 00.10.54.863

[영화 ‘러브레터’ 중에서]

아침마을_Asari_朝里

삿뽀로에서 오타루까지 기찻길 드라이브는 단박에 여행자를 사로잡습니다.  낡은 기차지만 깨끗해서 좋고, 마주치는 사람들의 눈빛이 친절합니다. 오길 잘했습니다. 창밖 낮선풍경속으로 정신없이 빨려들 무렵 한쪽 창으로 바다가 쏟아집니다. 바다보다 시린 하늘은 눈만큼이나 하얀 구름을 잔뜩 머금었습니다. 기차, 눈, 바다, 하늘, 구름이 한꺼번에 조탁되는 풍경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상상도 못해 본 풍경이 창 밖으로 흘렀습니다.

여행 3일째, 일행 몇 분과 함께 바닷가 풍경을 만나러 왔습니다. 행복한 느낌이 조금이나마 전해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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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icron 28mm / 400TX / 유통기한 완전 지난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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