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sepiaEYE Gallery

에사 엡스테인(Esa Epstein)이 2009년 설립한 sepiaEYE 갤러리는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하는 아시아권 작가들을 전문으로 소개하고 있는 갤러리이다. 소속 작가들을 살펴보면 아시아권 작가들 중에서도 주로 인도와 일본 작가들에 집중하고 있는데 인도 작가 라후비르 싱(Raghubir Singh)과 부펜드라 카리아(Bhupendra Karia)를 포함하여 이십여 명 남짓의 작가들을 대표하고 있다. 현재 소속된 한국인 사진가로는 김수강(Sookang Kim)이 있는데 일상 속 사물들을 정물로 담아 고무 바이크로메이트(gum bichromate)* 방식으로 인화하는 것이 특징으로 사진 인화가 아닌 듯한 무채색 파스텔톤의 느낌이 인상적인 작품들이다.

첼시 서쪽 끝자락 11번가 쪽에 자리한 547 West 27번가 건물 6층에 위치한 sepiaEYE 갤러리는 중앙의 메인 전시 공간과 차단벽 뒤쪽으로 나누어진 두 곳의 사무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높은 층고 때문에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트인 인상을 주는 전시실로 들어서면 문 왼쪽으로 놓인 작은 사각 테이블 위에 팸플릿과 체크리스트가 정리되어 있다. 전시실 가운데에 놓인 둥근 탁자는 갤러리에서 출판한 여러 작가들의 사진집을 늘어놓고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사무 공간은 한쪽의 관장실, 그리고 반대쪽의 작품 보관 및 다른 물품들을 놓는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관장실 한 켠에는 전직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 대통령하고 같이 사진 찍었네?”

“그래.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는 전 대통령이지.”

“하하…”

내가 뉴욕의 사진 갤러리들만 찾아다니고 있다고 하니 혹시 필요한 자료는 없을지 이것저것 챙겨 주려던 친절한 관장과의 대화를 뒤로 하고 한번 더 천천히 전시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는 일본계 사진작가 오사무 제임스 나카가와(Osamu James Nakagawa)의 <Kai> 전이다. 50점의 흑백, 칼라 사진과 4분 35초 분량의 영상 작업 한편으로 구성된 전시는 개략의 시간순에 따라 작품을 배치하여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도록 하고 있다.

미시간 대학교 교수인 나카가와가 20여 년에 걸쳐 작업한 Kai 시리즈의 출발점은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준비하는 아버지를 마주한 1998년이었다. 마침 아이를 임신 중이던 아내와 함께 새 생명을 기다리던 나카가와에게 불현듯 가까이 다가온 아버지의 병은 삶과 죽음의 순환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담기 시작한 그와 가족들의 삶이 일본어로 순환을 뜻하는 Kai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내밀한 가족사의 기록이 된 나카가와의 사진들은 한 사람의 일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삶과 죽음을 되돌아보는 휴머니즘의 내러티브가 되었다.***

개인적인 취향도 있지만 이렇게 세월을 관통한 작업을 만날 때마다 새삼 느끼는 건 사진이 품고 있는 시간의 힘이다. 아버지의 죽음, 아이의 탄생,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과 장성한 딸의 출가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쌓여 간 시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한 순간의 이미지로는 쉽사리 담아낼 수 없는 작품들이다. 이는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시간과 사진들이 함께 켜켜이 누적되어 가면서 만들어낸 힘에 다름 아니다.

전시된 작품들 중 특별히 더 와 닿았던 건 늙은 어미의 손에 달라붙은 이쿠라(연어알)를 클로즈업 한 <Ikura, Tokyo, Summer 2010>과 임종을 앞둔 어머니의 거친 숨결을 반복되는 영상으로 편집한 <Breath, Single chanel video with audio>였다.

생의 마지막 시기에 가까이 다가가며 기운 빠진 늙은 어미의 손가락에 달라붙은 새 생명들(이쿠라)이 주는 역설적인 느낌은 단순한 한 장의 사진 이상의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쿠라가 무엇인지 조금 더 알고 있는 한국 사람이기에 받은 인상이기도 했을 것이다.) 임종 직전의 거친 숨소리와 초점 흐린 어머니의 시선이 아무런 말 없이 반복적으로 보이는 <Breath>의 영상은 의도적인 흔들림을 통해 어머니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나카가와의 날 것의 감정을 전달했다. 한 번의 들숨과 날숨을 제대로 마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차면서도 계속적으로 들고 나는 숨소리는 목전에 와 있는 죽음을 그대로 맞닥뜨리는 느낌이다.

sepiaEYE 갤러리가 아시아 작가 전문이라고 하지만 아쉽게도 인도와 일본 작가들에 편중되어 있기에 아주 다양한 나라들의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론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시 한국 작가들이 조금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조금 있다. 그리고 특별히 포트폴리오 리뷰 여부에 대한 코멘트는 없지만 관심이 있는 작가라면 적극적으로 연락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아시아권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니 어떤 경로로든 괜찮은 작가가 눈에 띈다면 갤러리로서도 반응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혹여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있다면 홈페이지에 가서 갤러리 소개나 정보를 찬찬히 둘러보며 파악해보는 것도 좋을 성싶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sepiaEYE Gallery
  • 주소: 547 West 27th st., #608, New York, NY 10001
  • 운영시간: 수 – 토 11: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s://www.sepiaeye.com

*Gum biochromate:  19세기 말 개발된 염료 인화 기법으로 사진 톤의 콘트라스트와 디테일한 부분들의 부드러움으로 유명하였음. 인화 과정에서의 이미지 수정이 상대적으로 쉽고 화가가 그린 듯 부드러운 톤으로 인해 회화주의 사진작가들에게 인기가 있었으며 은염이 쓰이지 않아 안정성도 높았음. – 나탈리 허시도르퍼, <포토그래피 바이블>, 시그마 프레스, 2017, p. 189. 발췌.

**18년 5월 16일 기준.

***전시 보도 자료. https://www.sepiaeye.com/exhibitions/#/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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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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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전시실. 뒤쪽 기둥 뒤가 출입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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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 반대편 차단벽 뒤로 두 곳의 사무 공간이 나누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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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들은 개략의 시간의 흐름을 따라 다양한 크기와 배치로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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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Father’s Hands, Bloomington, Indiana, Winter 1999>, <Airplane, Bloomington, Indiana, Winter 2001>, <Pinata, Bloomington, Indiana, Spring 2004>, <Moving In, Muncie, Indiana, Summer 2017>, <Kyle’s Rock, Plainfield, Vermont, Summer 2000>, <Mt. Fuji, Japan, Summer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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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Queen Anne’s Lace, Bloomington, Indiana, Summer 2000>, <Final Conversation, Tokyo, Spring 2013>, <Mangolia, Bloomington, Spring 2010>, <Hands, Tokyo, Summer 2013>, <Blood, Kyoto, Summer 2013>, <Curtain, Tokyo, Spring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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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ura, Tokyo, Summ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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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amu James Nakagawa & Rachel Lin Weaver, <Breath, Single chanel video with 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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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 그 다음

이미 충분히 GR에 대한 무한애정을 표시한 바 있습니다.

https://wp.me/p7XRSE-KE

https://wp.me/p7XRSE-QQ

https://wp.me/p7XRSE-U7

결론은 ‘(현존하는)흑백 스냅을 위한 최적의 카메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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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7 / 대구

GR을 두 대째 쓰고 있습니다. 2013년 예약주문이 끝나자마자 ‘괜찮다더라’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쓸 만한 스냅머신이 나왔다는 것을 직감했어요. 오랜만에 신품 깠습니다.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없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훌륭했습니다. 이때까지는요. 그러니까 5년 전 눈높이 였던거죠. 이때부터 애증의 세월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GR2가 나온다고 할 때 기대가 컸습니다. GR에서 불편한 몇 가지가 해결되어 나왔으면 했거든요. 그런데 와이파이 달랑 얹어서 신형이라고 코 풀고 맙니다. 지들이 라이카도 아니고…따라 할 걸 따라 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선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꼬박 5년이나 된 기종을 사골 끓이는데 말이죠. 그 만큼 매력적인 카메라인가 봅니다. 하이엔드 유저나 프로사진가들에게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고 저처럼 까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유저들이 있으니 말이죠. 며칠 전 지인과 이야기 중에 ‘아내 같은 카메라’라고 하고는 같이 웃었습니다. 말도 안 듣고, 맘대로 안 되고, 조심조심 다뤄야 하고, 그렇다고 버리지도 못하고…그러다가 한 번씩 기똥찬 결과물을 만들어 준다고 했거든요.

오늘은 이 녀석 불만스런 부분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일관성 꽝인 카메라

기능, 성능에 있어서 일관성은 신뢰입니다. 카메라를 믿고 찍어야 하는데 이 녀석은 멋대로 GRal합니다. 그래서 이름이 GR이에요.

  • 화이트 밸런스 일관성 꽝이죠.
  • 노출 꽝이죠.
  • 초점도 멋대로, 어두우면 아주 난리도 아니시죠. 빠릿하지도 않아요. 결정적인 순간들에서 한 번씩 삑사리가 나는데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이제는 포기하고 씁니다. RAW 쓰면 되니까…화이트 밸런스나 노출 정도는 유저 네가 알아서 해라. 뭐 이런 건가 봐요.

2. 고감도 노이즈 작열

  • 너무 하잖아요. 겨우 800 넘어가면 노이즈 작열합니다. 여기에 노출 꽝, 화이트 밸런스 꽝 조합이 함께 일어나면 장관이죠. 네!

3. 내구성은 눈물 나요.

  • 조리개 안 열려서 카메라 먹통 되는 결함은  GR에서 숙명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GR2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본 GR은 그렇습니다. 시간문제인 것 같아요. 수리비도 첨엔 카메라 가격이더니 요즘은 그나마 반 가격으로 내려왔습니다. 수리하려면 20여만 원이 듭니다. 만만치 않지요? 전 4번이나 이 증상을 겪었습니다. 마지막 한 번은 열받아서 그대로 버리려다가 지인에게 인계 했어요.
  • 아예 먹통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리실에 맡겼더니 메인보드(수리실 용어) 갈아야 한다고 합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4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하고 살렸던 것 같아요. 지인들이 말렸더랬습니다. 새 것 사라고.
  • CCD에 먼지가 잘 끼는데 청소하려면 비용(4.5만원)이 많이 들어요. 대 여섯 번은 다녀온 것 같은데 말이죠. 지방이다 보니 서울까지 보내야 하는 절차나 시간도 만만치가 않아요. 한 동안 포토샵으로 버티다가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을 때 보내고 있습니다만 먼지는 무척 거슬립니다.
  • 손바닥에 열이 많은지 고무그립이 자주 뜹니다. 교체하는데 큰 비용(2.5만)은 아닙니다만 사용 중에 부풀어 오르면 신경 쓰여요. 지금까지 4번 정도 교체한 것 같습니다.
  • 베리어가 때때로 안 열린다거나 셔터에 먼지가 낀 듯 뻑뻑해 진다거나 휠 다이얼 에러라거나 자잘하지만 신경 쓰이는 잡고장(?)도 다수였다지요. 고치면(청소정도였지 싶은데) 된다고 해서 맡겼더니 수리비 7만 원 정도 나왔던 것 같아요.

써 놓고 보니 이런 걸 왜 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놓아 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 5년여 꼬박토록 수리실에 가지 않은 한 지니고 다녔습니다.

왜 그러냐고요?

쓸 만하니까요.

대략 3년 정도 주기로 신 기종을 내 놓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내년쯤에나 새로운 GR을 내 놓지 않을까 기대가 있습니다만 아직은 감감무소식입니다. 풍문도 없네요.

이렇게 까놓고도 신형 나오면 바로 달려갈 듯합니다.^^

 

 

#27. Edwynn Houk Gallery

1977년 개관한 Edwynn Houk 갤러리는 오래된 역사만큼 200회가 넘는 다수의 전시 및 사진집 출판을 통해 작품들을 소개해 오고 있는 곳이다. 갤러리는 특히 20세기 초반 모더니즘 운동의 영향을 받은 빈티지 작품들에 집중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브라사이(Brassaï), 빌 브란트(Bill Brandt), 도로시아 랭(Dorothea Lange), 앙드레 케르테츠(André Kertész) 등 쟁쟁한 거장들의 작품을 독점으로 대표하여 왔다. 거기에 더해 1989년 샐리 만(Sally Mann)의 작품을 담당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닉 브란트(Nick Brandt), 모나 쿤(Mona Kuhn) 등 일군의 컨템퍼러리 사진가들도 대표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5번가, 그중에서도 센트럴 파크에 인접한 745번지 빌딩 4층에 위치한 Edwynn Houk 갤러리는 들어서는 순간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드는 곳이었다. 널찍한 로비와 사무 공간, 그리고 이어지는 전시홀은 단순히 넓이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에서 풍겨 나오는 고급스러움이 절로 우와 소리가 나게 했다. 입구와 연결된 로비에 소파가 놓여 있고, 전시 자료가 놓인 왼쪽의 길쭉한 데스크 뒤쪽으로 직원들의 사무실이 있다. 로비에서 이어지는 전시홀은 메인홀과 안쪽의 별실로 이루어져 있으며 메인홀 오른쪽으로는 고객 상담 및 작품 보관 등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있다. 뉴욕의 갤러리 외에 2010년 스위스 취리히에 분관을 열었고 유럽 진출의 창구로 삼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는 독일 태생의 사진가 어윈 블루멘펠드(Erwin Blumenfeld)의 1930-50년 대 작품들을 전시한 <Erwin Blumenfeld> 전이다. 독일에서 발현한 다다 운동의 일원이었고 만 레이(Man Ray)와 함께 초현실주의 사진가로도 이름을 알렸던 블루멘펠드는 잡지 <보그> 등의 전속 사진가로 활동한 유명 패션 사진가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선 보이고 있는 21점의 흑백 작품들은 블루멘펠드의 대표작인 에펠탑에서 치마를 휘날리고 있는 모델 사진과 자화상 등의 작품도 있지만 주로 베일과 그림자, 실루엣을 활용하거나 솔라리제이션** 등의 기법을 사용해 탄생시킨 초현실적 이미지의 사진들이 많았다.

컬렉터 데일리***에 언급된 것처럼 어윈 블루멘펠드 정도의 유명한 작가, 게다가 대형 회고전 등을 통해 이미 많은 작품들이 알려져 있는 작가의 전시를 기획하면서 새로운 시선을 갖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로는 문자 그대로 수장고의 작품들을 일일이 뒤져야 할 때도 있다. 보여 주지 않았던 새로운 작품들을 발굴해 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전시는 블루멘펠드의 사진들 중에서 순수하게 초현실주의 성향의 작품들에만 집중하여 큐레이팅 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신선함을 득했다고 볼 수 있다.

전시장에서 마주한 사진들은 예스러운 흑백의 느낌만 제한다면 수십 년 전의 이미지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감성을 품고 있었다. 특히 베일과 역/사광을 조합해 탄생시킨 인체의 실루엣은 탄성이 나올 정도로 강한 인상을 주었다. 일률적인 미의 기준이란 물론 없겠지만 블루멘펠드의 사진들은 많은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보편적 미를 달성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기에 긴 세월을 건너뛴 지금에 와서도 이렇게까지 와 닿는 것이 아닐까.

가끔씩 이런 아름다운 작품들을 접하다 보면 내가 지향하는(또는 내가 익숙한) 사진은 아니지만 한 번쯤 시도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곤 한다. 조명을 활용한 빛과 그림자의 향연으로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카메라라는 것이, 사진이라는 것이 빛의 예술이라는 것을 새삼 떠올리게 해 준다. 그리하여 그 빛을 이용해 탄생시킨 아름다움의 극치에 나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느낌 같은 것이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Edwynn Houk Gallery
  • 주소: 745 5th Ave., 4th fl., New York, NY 10151
  • 운영시간: 화-토 11:00 am – 6:00 pm (여름 개관: 월-금 11:00 am – 6:00 pm _ 7월 2일~8월 10일)
  • 홈페이지: http://www.houkgallery.com

*18년 4월 19일 기준.
**솔라리제이션: 의도적인 노출 과다로 전체 톤이 반전된 이미지를 만드는 기법. 1930년대에 나온 기법으로 물체의 윤곽과 모양, 콘트라스트가 다 바뀌고 현실 세계의 모든 물체들을 비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초현실주의 사진작가들이 많이 사용함. – 나탈리 허시도르퍼, <포토그래피 바이블>, 시그마프레스, 2017, p. 383 발췌.
***2008년 시작한 컬렉터 데일리는 갤러리, 뮤지엄의 전시들부터 사진집이나 작품 경매까지 사진과 관련한 모든 것들에 대해 팩트 – 전시 작품수, 에디션, 연도 등등 – 를 알려 주고 그 외 감상 및 작품 관련 정보를 주는 온라인 매거진이다. 이름 그대로 컬렉터들을 위한 정보지라 할 수 있는데 작품 구매 시장의 기본적인 수요가 존재하기에 유지 가능한 사업형태라고 생각된다. 블루멘펠드 전시 관련 기사는 링크 참조: https://collectordaily.com/erwin-blumenfeld-edwynn-h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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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입구. 고급스러움에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드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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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전시홀. 뒤쪽으로 보이는 것이 별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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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실 전시 공간에는 소파 벤치가 놓여 있어 잠시 앉아 쉴 수도 있다. 뒤쪽으로 보이는 작품은 <Nude,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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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전시홀과 이어진 벽 쪽으로 보이는 사무실. 뒤쪽 가운데로 샐리 만의 사진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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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t Veil, c.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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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ed Shadow, c.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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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Nude, New York, c.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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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Paris,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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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c. 194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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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gue Paris, Eiffel Tower, May 1939>.

ROLLEI 35 SE

나에게 필름 카메라는 M6 하나로 차고 넘치기에 다른 카메라 따위 눈 하나 팔지 않았다. 다른 카메라의 부류에는 지인이 쓰던 롤라이35도 물론 포함되어 있었다. 작지만 다부진 체구에 오밀조밀 이쁘장하게 생긴 색다른 매력의 카메라는 당시 내게 일말의 동요도 일으키지 못했다. 한창 라이카와 사랑에 빠진 탓이리라.

밀월은 달콤하나 짧을 수 밖에 없는 운명, 라이카시스템은 수려하면서도 충분히 실용적이었지만 필부의 일상을 함께하기엔 그 잘난 몸값이 늘 걸리적거렸다. 앞만 보고 달리던 경주마의 눈가리개가 벗겨진 듯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 마침 이 곳 비급매거진에 “Minolta TC-1 Review”라는 천민수님의 필름카메라 리뷰가 포스팅되었다. 화사한 샴페인색으로 화장한 조막만한 얼굴에 G-Rokkor 28mm f3.5 렌즈는 컬러와 흑백을 넘나들며 발군의 성능을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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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은듯 신이 난 나는 곧장 이런 덧글을 남겼다.

“흑백도 좋지만 쬐그마한 녀석이 뽑아주는 컬러에 마음이 빼앗겨버렸습니다. 손에 들린 도구에 따라 찍는 이의 마음가짐도 변하기 마련인지라 엠육의 엄숙함을 이런 녀석이 벗겨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네요. 꼭 한번 써보고 싶은 장비리스트에 올려둡니다.”

나는 곧장 미놀타 TC-1, 콘탁스 T3 같은 애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간 귓등으로 듣던 얘네들 몸값이었는데 중고 거래가를 직접 확인해보니 진짜 장난없다. 특히 T3는 몇몇 셀레브리티들이 소장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치솟아 M6랑 몸값으로 비등비등하다. 모시고 다니려 찾는 카메라가 아닌데..라는 생각에 고민의 실타래는 다시 꼬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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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땅에 내쳐진 씨앗일지라도 적절한 수분과 볕이 주어지면 싹이 트는 법인가.

지름에 고민하는 어둠의 다크에서 문득 송도 바닷가에서 지인이 보여주었던 바로 그 카메라, 롤라이 35가 운명처럼 생각났다. 시세 확인을 위해 당장 장터로 향했다. 싱가폴/독일, 실버/블랙, 35/35S/35TE 등 언뜻 봐도 그 종류가 방대하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필름똑딱이들에 비하면 대체로 부담없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노출계와 구도확인용 파인더가 장착되어 있고 노출은 100% 소유주에게 종속적인 매뉴얼 설정방식이다.

1966년 첫 생산을 시작한 롤라이35는 당시 35mm 범용필름을 장착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카메라였다. 하지만, 자이스社의 Tessar렌즈와 1/500초를 지원하는 Compur셔터 그리고 고센社의 CdS미터를 사용하는 등 성능은 결코 작은 카메라가 아니었다. 다만, 렌즈 촛점거리는 롤라이35라는 이름과 달리 40mm였고 목측식 초점방식이라는 점이 다소 걸림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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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학습은 여기까지로 하고 설계자로 불리는 지인의 영도를 받기로 했다. 메신저로 롤라이 35에 대해 문의하자 모니터 너머의 그는 자세를 고쳐앉더니 롤라이35의 탄생과 배경부터 실타래처럼 엉겨 복잡해보이던 다양한 롤라이35 시리즈를 꼬치꿰듯 한방에 정리해주는 신기神技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그가 덧붙여 보여주는 롤라이35의 결과물은 Summicron에 결코 뒤지지 않는 샤프함과 힘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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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2_35_m6 hp5 9호관사(2) 송도
leica m6, summicron 35mm, ilford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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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3_22_후지기록용100 롤라이35 오도리 효자동 산책
rollei 35 se, sonnar 2.8/40, fujicolor 100

(라이카는 35mm, 롤라이35는 40mm인 초점거리 차이로 원근감 차이가 있지만, 결과물만 놓고 보면 가격 차이가 무색해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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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카메라라는 지인의 개런티까지 보태어 나의 세컨 카메라는 이미 롤라이35로 결정되었다. 이제 장터링만 남았다.

“제꺼 쓰실래요?”

문득 건네는 그의 말이 놀랍고도 다행스러웠다. 안그래도 판매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멀리 모르는 사람에게 보내느니 가까운데 보내면 좋겠다라는 그의 말. 혹시라도 쓰다가 팔 생각이면 자기에게 팔아달라는 조건과 함께 나는 운명처럼 영혼 충만한 그의 롤라이35SE를 분양 받아냈다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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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SE 모델은 1979년에서 1981년 싱가폴에서 15만대가 생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모델은 롤라이35S 기반에 CdS 노출계 대신 전자식 노출계가 장착돼있어 뷰파인더에서 LED 불빛으로 노출 과부족을 확인 가능하다. 렌즈셔터는 벌브~1/500초를 지원하고 Sonnar 2.8/40 렌즈는 f2.8~22, 감도는 25~1600까지 세팅할 수 있다. 특히 조리개 설정시 다이얼 하단에 Lock버튼이 없는 모델이므로 뷰파인더에서 노출을 확인하면서 조리개 다이얼을 손가락 감각만으로 조정할 수 있어 더욱 실용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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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장비는 언제나 새로운 열정까지 패키징되어 온다. 요 며칠 40년 된 카메라로 출퇴근길, 동네 산책을 함께 했다. 손목스트랩을 걸고 손바닥으로 감싸면 손아귀에 폭 안기는 컴팩트한 카메라지만 335g의 무게감이 그리 만만치 만은 않다. 일포드 hp5+ 1롤과 후지필름 기록용필름 100 2롤을 사용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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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롤라이35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사용소감을 적어보면,

(그닥 많은 카메라를 섭렵해보지 못한 처지라, 주된 비교대상은 롤라이에게 ‘에브리데이-캐리-카메라’ 자리를 잠시 내어 준 라이카 엠육이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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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엠육은 셔터를 장전해야 노출계가 동작하는 반면 롤라이35는 미장전 상태에서도 반셔터로 노출 확인이 가능해 편리하며, 카메라 내장노출계는 외장노출계 값과 비교해봐도 상당히 정확한 수치를 제시해 줌

둘째, 목측식이라 초점에 대해 걱정했으나 풍경 혹은 사물 위주의 스냅일 경우 “피사체와의 거리추정-초점값 세팅-노출확인-조리개/셔터속도 조정-프레이밍-촬영”등의 순서로 차근차근 진행하면 별다른 어려움 없음. 다만, “프레이밍-초점세팅-노출확인/조정”이 동시에 가능한 라이카시스템에 비해서는 촬영이 두, 세호흡 느릴 수 밖에 없어 순발력이 필요한 스냅에는 활용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됨

셋째, 35mm도 아니고 50mm도 아닌 어정쩡한 40mm 초점거리에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싶었으나, 몇 롤 찍어본 소감으로는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은 그래서 너무 들어갈 필요도 물러날 필요도 없는 균형감 있는 초점거리인듯 함. (35mm와 달리) 인물을 중심으로 (50mm와 달리) 주변 풍경을 살짝 녹여넣을 수 있어 가족 나들이에 적합해 보이기도 함

넷째, 셔터와인딩과 셔터릴리즈의 감각은 라이카의 그것과 비교할만한 것은 아님(가격도 그러하니 뭐). 라이카의 조작감에 대해 흔히 얘기하는 “Silky smooth’가 이런거였구나를 새삼 깨닫게 됨. 그렇다고 롤라이 만듦새가 토이 수준이거나 그런 것 아니니 오해가 없길 바라며, 조작감 측면은 라이카가 월등해서 생기는 차이일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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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이35는 이른바 ‘찍는 재미’가 있는 카메라다. 손목에 걸고서 가벼운 마음 가벼운 발걸음에 스치는 풍경 목측으로 어림잡아 담아내야 만 카메라. 초점이 맞는지 맞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그런게 중요하지 않은 카메라.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믿음 그리고 현재를 즐기는 것이란 걸 일깨워 주는 카메라가 바로 롤라이35라는 생각이 든다.

기껏 한달 써보고 끄적이는 글이라 나중에 이불킥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사용 초반의 경험 또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자기최면을 걸며 롤라이35 입문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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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 SE with “Ilford HP5+ Black and white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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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 SE with “Fujifilm 記錄用 100 Color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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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SE : BW vs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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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Bruce Silverstein Gallery

2001년 문을 연 Bruce Silverstein 갤러리는 모든 장르의 예술을 커버하지만 그중에서도 모던 및 컨템퍼러리 사진에 특화된 갤러리로 모던 거장들뿐만 아니라 젊은 컨템퍼러리 예술가들까지 폭넓게 집중하고 있는 곳이다.

설립자이자 관장인 브루스 실버스타인(Bruce Silverstein)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경제학을 전공하고 90년대에 천연가스 및 전력 상품 등을 거래하는 브로커 펌을 설립하여 운영하면서 이십 대 중반에 이미 많은 부를 축적하였다. (그때 당시 기준으로 벌이가 6-figure도 아닌 7-figure였으니 대단하기는 했다.) 하지만 사진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던 실버스타인은 잘 나가던 커리어를 끝내고 2001년 첼시 한 구석에 작은 갤러리를 설립하면서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뉴욕 포토 리그* 출신의 사진가 아버지 래리 실버(Larry Silver)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사진을 좋아하던 실버스타인에게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갤러리 운영, 전시 홍보, 홈페이지 관리부터 바닥 청소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하면서 고생하였지만** 15년 이상의 세월을 지나 온 지금은 서른 명 이상의 작가들을 대표하는 큰 갤러리로 성장하였다. 어찌 보면 흔히 듣는 ‘고생했지만 꿈을 좇아 성공했어요’ 스토리인데 무엇이 되었든 부럽기는 하다.

첼시 중심부인 529 West 20번가 건물에 위치한 갤러리는 규모가 크지 않아 사무 공간과 전시 공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게 혼재되어 있다. 공간이 넓지 않은 대신 이곳, 저곳의 모든 벽들을 오밀조밀 활용하여 작품들을 전시하여 가급적 많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출입문 왼쪽으로 있는 작은 데스크에 전시 자료와 책자 등이 놓여 있고, 오른쪽으로 붙어 있는 정방형 별실이 일종의 메인 전시 공간이다. 앞쪽으로 이어지는 곳은 사무실, 전시 공간, 관장실, 작품 보관고 등등이 혼합된 공간으로 직원들 사이사이를 지나며 조심스레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는 네덜란드 작가 마얀 티운(Marjen Teeuwen)의 <Destroyed House>이다. 유럽 밖에서 열리는 작가의 첫 번째 갤러리 전시로 <Destroyed House> 시리즈는 낡고 철거된, 또는 폭파된 건물의 잔해들을 통해 만들어 낸 그녀만의 재해석이다. 무너진 건축물들의 벽과 기둥, 바닥과 천장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들 – 시멘트 덩어리들, 철근, 깨진 유리들, 슬레이트, 각양각색으로 부서진 조각들 등등 – 을 세심하게 재구성하여 담은 사진들은 마치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추상 작품들로 느껴진다.

하지만 형상이 주는 느낌에서 벗어나 눈 앞의 작품 속에 담긴 피사체의 근원으로 흘러 들어가 생각해 보면 그것이 담고 있을 시간의 역사가 새삼 마음속에 떠오른다. 어디선가 태어나 만들어졌을 재료들이 오랜 세월을 지탱하다가 다시 처음의 그 형태로 돌아가는 순환 속에서 티운은 사라져 가는 것들의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였다. 렌즈를 통해 사진이 담긴 것은 순간이지만 그 속에 담긴 시간은 응축된 세월이다.

<Destroyed House> 시리즈의 처음 시작은 작가의 고향인 네덜란드에서 발견한 철거 중인 건물들이었다. 철거를 준비 중이거나 진행 중인 건물 안으로 들어 간 작가는 그곳에 널브러져 있는 파편들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 내었다. 그렇게 티운이 만들어 낸 기하학적 질서는 무너진 건축물을 하나의 거대한 조각으로 재탄생시켰다.

고향의 건물들에서 범위를 확장해 나간 작가가 마주한 것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있는 폭격으로 무너진 집들이었다. 네덜란드에서의 작업과 비교해 보자면 같은 무너진 건물이되 그것이 품고 있는 풍경과 의미와 주변과의 관계가 더욱더 깊어졌다.**** 그 수명이나 기능을 다해 철거되고 사라져 가는 운명을 마주했던 고향의 건물들과 달리 가자 지구의 무너진 집들은 제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그 운명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잔인한 환경 속에서 티운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전시장에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업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함께 상영되고 있었다.***** 대형 크레인과 각종 중장비를 동원해 무너져 내린 건물을 세심하게 재구축하는 작업을 보고 있으니 사진을 만들기 위해 들였을 노력이 느껴졌다. 다른 사진가들이 사진을 찍는(take) 것과 달리 <Destroyed House> 시리즈의 사진은 구성(constructed) 되었다고 표현한 티운의 말이 와 닿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Bruce Silverstein Gallery
  • 주소: 529 W 20th st., New York, NY 10011
  • 운영시간: 화-토 10: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www.brucesilverstein.com

*포토 리그(Photo League): 1936년 뉴욕에서 설립된 미국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협동조합. 사진을 통해 그 시대의 사회적, 정치적 투쟁에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설립 목표였다. 폴 스트랜드(Paul Strand), 앤설 아담스(Ansel Adams), 애런 시스킨드(Aaron Siskind) 등이 이 리그의 회원이었다. – 나탈리 허시도르퍼, <포토그래피 바이블>, 시그마프레스, 2017, p. 315.

**<From Wall Street to Walker Evans>, Wall Street Journal 2007년 6월 8일 인터뷰 기사.

***18년 4월 18일 기준.

****전시 보도 자료. http://www.brucesilverstein.com/exhibitions/marjan-teeuwen/4

*****작품 제작 과정 영상은 작가의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다.
http://www.marjanteeuwen.nl/lukk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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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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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쪽의 데스크에 전시 관련 자료들이 놓여 있다. 오른쪽으로 메인 전시 공간으로 연결되며 앞쪽으로 보이는 곳이 사무실, 책장, 작품 보관고 및 전시 공간으로 함께 활용되는 곳이다. 전시 제목 옆에 걸려 있는 작품은 <Destroyed House Gaza 9, 201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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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보관 및 전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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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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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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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royed House Krasnoyarsk 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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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royed House Piet Mondriaanstraat 1, 2011>. 이 사진은 가까이서, 멀리서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데 무언가 빗나간 원근감의 느낌이 계속 들어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한 장에 담을 수가 없어 디지털 작업을 통해 합친 작품이라고 알려주었다.

#25. Elizabeth Houston Gallery

2015년 문을 연 Elizabeth Houston 갤러리는 다양한 장르의 컨템퍼러리 예술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는 곳으로 컨템퍼러리뿐만 아니라 20세기 빈티지 사진 프린트들도 다수 컬렉션하고 있다. 관장인 엘리자베스 하우스턴(Elizabeth Houston)은 이전까지 Hous Project라는 갤러리를 설립하여 운영하였고 다수의 대회 및 포트폴리오 리뷰에 심사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직 역사가 짧은 신생 갤러리이다 보니 소속 작가는 8명으로 많지는 않은데 이 중 5명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사진가들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갤러리 이름과 똑같은 이스트 빌리지 끝자락의 하우스턴 거리에 붙어 있는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갤러리는 1층의 메인 전시 공간과 지하의 사무실 및 작품 보관고로 이루어져 있다. 직방형의 1층 전시 공간에는 작은 책상 위에 전시 자료와 체크리스트가 놓여 있고 직원 한 명이 앉아서 근무하고 있다. 1층에서 이어지는 철로 된 원형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벽면에 소속 작가들의 작품들을 더 전시해 놓고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두 개 층을 다 합쳐도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최대한으로 공간을 활용해 작품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는 존 시르(John Cyr)의 <Developer Trays>이다. 1981년생의 젊은 작가인 시르는 현재 뉴욕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사진가이다. 2010년 School of Visual Art에서 MFA 과정을 마쳤고 ICP에서 조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현재는 Suffolk County Community 칼리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전시인 <Developer Trays>는 2010년대 초반에 그가 작업한 시리즈로 제목 그대로 사진 인화를 위한 현상 트레이들을 찍은 사진이다. 전문 프린터(a professional silver gelatin printer)이기도 했던 시르에게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한 트레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한 사진가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일종의 유물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이 바로 이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었다.** 

시르의 작품 속에 담긴 트레이들이 보여 주는 오랜 현상 작업의 흔적들 – 스크래치, 시간이 배인 색조 등 – 은 이 단순한 사물 – 현상 트레이 – 을 담은 사진을 한 장의 추상화로 변모시켜 주었고 그렇게 시르의 카메라가 포착한 흔적들은 그대로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통해 담은 구십여 개의 서로 다른 트레이들의 사진은 정형화된 배경과 형태를 통해 하나의 아름다운 유형학으로 비치기도 한다.

“우와, 이 샐리 만(Sally Mann)은 바로 그 샐리 만을 얘기하는 거니?”

전시장에 걸려 있는 십여 점의 사진 중 한 작품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맞아. 바로 그 샐리 만의 트레이야.”

직원의 대답을 듣고는 새삼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눈에 담았다. 마치 만이 담았던 가족들***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번 전시에 포함되어 있진 않았지만 2014년 출간된 동명의 사진집에는 앤설 애덤스(Ansel Adams), 마이클 케냐(Micahel Kenna), 메이플소프(Mapplethorpe), 아널드 뉴먼(Arnold Newman), 애런 시스킨드(Aaron Siskind) 등등 쟁쟁한 사진가들이 사용했던 트레이들이 찍혀 있다. 나만의 착각이겠지만 그 사진가들의 트레이 하나하나를 보고 있으면 왠지 그들의 작품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변해가는 시대, 특히 사진에 있어서는 필름 회사들이 파산하고 과거의 아날로그 툴들이 점점 더 희귀해져 가고 있는 세상이다. 거기에 더해 암실에서 약품 냄새 맡으며 이루어지는 아날로그 인화는 더욱더 드물어져 가고 있다.

시르도 <Developer Trays>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사진가들을 찾아다닐 때 이미 많은 수가 아날로그 암실 작업을 접으면서 과거의 도구들을 남겨놓지 않아 아쉬운 적이 많았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시르의 이번 프로젝트는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또 하나의 소중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처음에 사진들만 마주했을 때도 좋았지만 나중에 찾아본 작가의 사진집 서문을 읽고 다시 한번 작품들을 천천히 감상할 때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사진을 볼 때 이미지보다 말을 우선하지는 않지만 잘 정리된 생각과 글은 작품을 읽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나의 사진들도 조금 더 정갈한 언어로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내 시선과 사고의 흐름을 나부터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기본정보

*18년 4월 26일 기준

**John Cyr, <Developer Trays>, powerHouse Books, 2014, p. 4-5.

***샐리 만의 <Immediate Family>는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들 중 하나이다.

****John Cyr, <Developer Trays>, powerHouse Books, 2014, p.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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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서 바라 본 1층의 전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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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및 작품 보관고로 사용되는 지하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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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 Barsil’s Developer Tray,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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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Adam Fuss’ Developer Tray, 2010>, <Barbara Mensch’s Developer Tray,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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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ly Mann’s Developer Tray,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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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Developer Tray from the George Eastman Legacy Collection of the George Eastman House, 2011>, <Jim Megargee’s Developer Tray,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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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eloper Tray form the Photo History Collection of Smithsonian’s 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2010>.

똥손의 필름생활 엿보기

나는 똥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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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저지르는 어이없는 실수에 페친들은 이제 덤덤해하는듯. 가깝게는 지난달 현상액 대신 맹물을 넣는 바람에 두 롤을 통째로 날려먹은 사건부터 필름이 든 채로 카메라 하판을 오픈한다거나, 다 찍은 필름을 현상릴에 전부 감기도 전에 암백을 해맑게 열어버리는 등 필름을 시작한 후 크고작은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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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맹물현상 + (오) 하판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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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얼핏 망할놈의 똥손남에게 다소 벅차보였던 ‘필름으로 찍고 직접 현상, 스캔까지 하는 일련의 과정’을 그럭저럭 잘 해온 것 같다. 디카로 입문 후 필름으로 역주행하기까지 수많은 선택과 고민, 주변의 도움과 더불어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이에 즈음하여 한때의 나처럼 필름으로 ‘즐기는’ 사진에 대해 궁금하지만 두려움 혹은 걱정이 앞서는 분을 위하여 비록 ‘정석’은 아닐지 몰라도 ‘즐기기’에는 적당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고자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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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에 앞서 디카와 달리 필름으로 하는 사진생활은 왠지 돈, 시간, 노력 같은 것들이 많이 들 것 같다. 실제로도 필름전성시절에 비하면 필름값이 많이 올랐으며 한때 스타벅스만큼 흔하던 동네현상소들마저 거진 사라져버렸으니 불편하기도 하다.

흑백필름을 주로 쓰는 입장에서 현상소 문제는 직접 현상하면 되니 큰 장애가 아니라지만 비용 문제는 나도 궁금했다. 그래서 한번 계산해봤다. 디지털카메라와 마찬가지로 초기 투자가 필요한 필름카메라와 스캐너 구입 비용은 별도로 하고 소모품 위주로 계산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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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물품>
① 필름: ilford hp5+ 100 feet roll film – 65불
② 현상액: kodak d-76 – 7불
③ 정착액: kodak fixer – 13불
④ 수세촉진제: kodak hypo – 7불
   * 가격: ‘18년 5월, B&H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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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피트 벌크필름을 필름로더로 감으면 36방짜리 20롤을 만들 수 있다. 20롤에 7만원이니 국내 유통되는 흑백필름의 반값인 롤당 3500원으로 해피 프라이스!

현상액, 정책액, 수세촉진제 역시 파우더 타입의 제품은 한 봉지당 1 갤런(3.8리터)의 솔루션을 만들 수 있으며, 이 역시 직구하면 국내 유통가의 절반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여기서는 연간 소요비용 산출에 있어 편의상 일주일에 1롤 소비를 전제하였고, 필름과 현상액은 1회 사용, 정착액과 수세촉진제는 3회 재사용으로 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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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1롤이면 자가현상을 기준으로 연간 218,605원으로 나온다. 주당 4,200원 꼴이니 아메리카노 1잔값인셈. 누군가에게는 이 금액조차 클수도 있고 반대로 그렇지 않을수도 있으니 금액의 크고작음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며, 이제 본격적으로 벌크필름으로부터 필름을 준비하고 촬영된 필름을 현상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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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필름 준비하기

필름로더에 벌크필름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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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들지 않는 암실에서 오로지 손감촉에 의지하는 작업이라 밝은 데서 여분의 필름스트립을 가지고 사전 연습이 필요하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로더 배출구로 필름을 끼울 때 아래와 같이 삼각뿔 모양으로 자르면(물론 암실에서) 그닥 어렵지 않게 필름 끝단부를 밖으로 빼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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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필름로더, 100피트 롤필름, 가위, 암실(이를 테면 야밤에 창문 없는 화장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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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착방법>
① 필름로더 뚜껑을 미리 열어두고 손이 닿는 위치에 가위를 준비함
② 화장실 불을 끄고 완전히 빛이 차단된 암실상태에서 100피트 롤필름 상자뚜껑을 열면 손바닥 크기의 롤필름이 검은 비닐봉지로 포장되어 있음
③ 봉지에서 필름을 꺼낸 후 점착 테이프로 고정되어 있는 필름 끝단부를 찾아 떼어냄
④ 필름 끝단부를 찾아 준비된 가위를 이용해서 (대충) 삼각형 모양으로 커팅
⑤ 필름로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필름 끝단부를 빼낸 후 톱니바퀴에 걸리는게 확인되면 필름 전체를 필름로더 축에 끼운 뒤 뚜껑을 닫음
  * 유튜브 참고영상 – How To: Bulk Load Film by Tim Heub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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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로더를 이용한 감은필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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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필름로더, 끝단부가 조금 남아있는 빈 필름통, 가위, 스카치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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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착방법>
① 빈 필름통 끝단부에 스카치테이프를 절반가량 접착되도록 붙임
② 방향에 유의하여 필름로더에 혀처럼 빠져나와 있는 필름과 연결 (필름의 툭 튀어나온 꼭지부분이 오른쪽으로 향하게)
③ 필름을 되감아 빈필름통을 필름로더에 밀착시킴
④ 뚜껑을 덮고 필름카운터를 ‘▲’에 맞게 다이얼을 조정한 후 ‘크랭크’를 끼움
⑤ 크랭크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필름 카운터가 돌아감과 동시에 필름이 감기기 시작함
⑥ 시중에 파는 필름과 유사한 길이를 말아넣기 위해서는 필름카운터를 ‘▲+1’에 위치할 때까지 크랭크를 돌림
⑦ 다 감았으면 크랭크를 빼고 뚜껑을 열어 적당한 길이로 빼낸 후 필름을 자름
⑧ 카메라 로딩이 쉽도록 끝단부를 곡선 모양으로 잘라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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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촬영이 끝난 필름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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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릴에 끼우려면 필름 혀가 나와있어야 한다. 그러니 한 롤 촬영이 끝나면 리와인딩을 끝까지 하지말고, 충분히 감았다싶으면 천천히 돌리면서 딸깍하고 풀리는 소리와 느낌(?)을 기다린다. 이 때 반바퀴 정도만 더 돌린 후 필름을 빼면 적당히 혀가 나온 상태로 필름을 뺄 수 있다. (라이카 M6 리와인딩 놉의 경우 32번 가량 회전하면 풀림)
그래도 필름이 들어가버렸다면 ‘Film Picker’라는 도구를 사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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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필름피커, 혀가 말려들어가버린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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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방법>
① 필름통 입구에 필름피커의 ‘1번’ 부분을 끼움
② 필름피커와 필름통을 잡은채로 ‘2번’ 버튼을 필름으로 밀어넣기
③ 이어서 필름피커와 필름을 잘 고정한 채로 반시계방향으로 필름을 감으면 ‘딸깍’하는 소리가 들리는 지점이 발생함
④ ‘딸깍’소리가 들리면 감는 것을 중지하고 ‘3번’ 버튼을 필름으로 밀어넣기. 이때 필름이 밀려 돌아가지 않도록 꼭지까지잘 붙잡아 고정시켜야 함
⑤ 마지막으로 필름을 빼기 위해 필름피커를 필름통으로부터 당겨 빼면 필름 끝단부가 ‘메롱’하듯 튀어나옴. 이때는 반대로 필름이 내부에서 잘 돌아 빠지기 쉽도록 필름꼭지를 고정시키지 말아야 함

* 유튜브 참고영상 – How to retrieve the film leader from a 35mm cassette using a film picker by Jack the Hat Photo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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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 찍은 필름, 현상 릴에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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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성들여 찍은 필름을 현상해 볼 차례다.
현상을 위해서는 다 쓴 필름을 릴(Reel)이라는 장치에 두루마리 휴지 말듯 감아넣어야 하는데, 자가현상을 준비하면서 제일 걱정되고 까다로워보였던 작업이기도 했다. 유튜브 영상으로 여러 번 숙지한 후 암백에서 첫 릴을 감았고 입구만 잘 찾아끼워넣으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니 너무 걱정하진 말자. 개인적으로 초기에는 암백을 이용했으나 좁고 답답한 관계로 화장실에서의 작업을 선호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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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암백 혹은 암실, 다찍은 필름, 현상릴(Reel), 현상탱크, 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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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는방법>
① (옵션) 현상 릴(Reel)에 잘 감기도록 필름 끝단부 양 귀퉁이 커팅해서 준비해 둠
② 현상을 앞 둔 필름은 100% 차광된 공간에서 릴에 감아야 하므로 암백을 이용하고, 암백이 없는 경우 완전히 해가 진 후 창문이 없는 화장실에서 불 끄고해도 좋음
③ 암백에 필름, 가위, 현상탱크, 현상릴을 넣고 손끝 감각에 의존하여 플라스틱 릴에 감은 후 가위로 커팅
④ 릴에 모두 감았다면 현상탱크에 릴을 넣고 뚜껑을 확실하게 닫아 차광한 후 암백에서 빼냄
* 유튜브 참고영상 – Loading 35mm Onto Patterson Reel by Nam Tran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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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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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은 노광된 필름을 적절한 약품처리를 통해 이미지를 나타내는 과정이다. 크게 “현상-정착-수세”의 과정을 거치는데, 라면 끓이는 것보단 좀 더 복잡하지만 어쨋든 요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냄비-현상탱크에 재료-필름을 넣고 물과 양념-현상약품-을 레시피에 따라 요리해주면 그럴듯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참고로 라면 따라 레시피가 다르듯 필름 따라 현상시간이 다른데, 구글에 ‘(필름이름) Datasheet’로 검색하면 제조사에서 공개한 표준 현상데이터를 쉽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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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6 35mm 400/27 기준으로 제조사별 주요 필름의 현상시간은 아래와 같다.

– Ilford : HP5+ 400 11분, Delta 100 9.5분, Delta 400 14분, FP4 125 9분, PanF 50 6분
– Kodak : 400tx 9.75분, Tmax 100 9.5분, Tmax 400 12.5분
– Fujifilm : Across 100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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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 현상탱크, 현상릴(플라스틱 릴 추천), 필름피커, 암백, 가위, 온도계, 비어커, 필름클립, 타이머 혹은 현상어플(iOS의 경우 무료앱인 “Develop!” 추천)
– 현상액, 정지액, 정착액, 수세촉진제, 포토플로(수적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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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방법>  * Ilford HP5+기준

a. 전습(Pre-wetting), 물 20도 내외, 1분간 실시
– 전습액 투입 후, 1분간 연속 교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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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현상(Develop), D76 working solution 300ml : 물 300ml, 현상액 온도 20도, 11분간 실시
– 현상액 투입 후 60초간 연속교반
– 30초마다 5초 교반
– 마지막 10초 전부터 버리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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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정지(Stop-bath) Kodak Indicator Stop bath, 스탑배스 9.6ml : 물 590.4ml, 20도 내외, 1분간 실시
– 정지액 투입 후 1분간 연속 교반 실시
– 노란색의 용액 색깔이 보라색으로 변할때까지 재활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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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정착 (Fix), 파우더 타입으로 만들어 둔 Kodak Fixer 600ml (working soltuion 600ml), 20도 내외, 10분간 실시
– 현상방법과 동일하게 교반
– 최초 1분간 연속교반 후 매 30초마다 교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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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수세 (Washing) , 파우더 타입으로 만들어 둔 Kodak Hypo Clearing Agent를 물과 1 : 4비율로 희석 (stock solution 120ml : 물 480ml)
– 흐르는 물에 30초 수세 (수시로 교반 및 물교체)
– 수세촉진제에 2분 연속 교반
– 흐르는 물에 5분 이상 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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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포토플로 (Photo Flo), 1 : 200 비율(3ml : 600ml), 1분 담그기
– 포토플로에 1분간 담그면 됨. 거품 생기므로 교반금지
– 필름클립에 끼운 후 그늘진 곳 매달아 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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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자잘하게 준비할 것도 많고 절차도 복잡해보이지만, 약품 섞는 ‘비율’과 ‘온도’ 그리고 ‘시간’만 잘 지키면 별 문제 없이 현상이 잘 되어나온다.

제시된 수치들은 한 치의 오차 정도는 가볍게 허용해주므로 너무 강박적으로 맞출 필요는 없으니 안 그래도 머리아픈 세상 이런걸로 스트레스 받지는 마시라. 다만 현상과정의 화학반응은 온도에 민감하므로 현상액 온도만은 최대한 20도±0.5로 맞추어 작업하자.

 * 유튜브 참고영상 – Developing B&W film by Matt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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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현상 이후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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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된 필름은 6컷씩 잘라 “니콘 쿨스캔 4ED”로 스캔한다. 최대 해상도 TIFF포맷으로 스캔하며, 1컷에 2분정도 소요되므로 1롤 38컷을 다하면 통상 1시간 30분 가량 걸린다. 스캔이 끝난 6컷짜리 필름스트립은 “HAMA Negative Sleeves”에 끼워 바인더 형태로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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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FF파일은 ‘촬영날짜_촬영장소_필름명”의 형태로 작명된 폴더에 저장한 후 포토샵 힐링브러시와 도장툴을 이용해 스캔이미지의 결함(먼지, 스크래치 등)을 제거해준다. 이로서 필름의 ‘디지털 원본’을 확보하게 되며, 원본파일들은 라이트룸으로 Import 후 트리밍과 후작업, 리사이징(900~1200px)을 통해 블로그나 SNS용 사진을 별도로 Export하여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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