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Robert Mann Gallery

1985년 개관한 Robert Mann 갤러리는 다이앤 애버스(Diane Arbus), 앤설 애덤스(Ansel Adams), 워커 에반스(Walker Evans) 등을 포함한 20세기 주요 사진가들의 작품들을 다수 컬렉션 하며 모던/컨템퍼러리 사진들에 특화된 사진 전문 갤러리이다. 창립자이자 관장인 로버트 만(Robert Mann)은 이전까지 뉴욕의 Light 갤러리에서 근무하다가 이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의 갤러리를 키워 왔는데 전시뿐만 아니라 주요 포토 페어들에 꾸준히 참석하며 작가와 작품들을 알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99년 첼시로 자리를 옮겨 온 이후 현재까지 첼시에 그 둥지를 틀고 있으며 홀리 안드레스(Holly Andres), 매리 매팅리(Mary Mattingly) 등 젊은 사진가들도 여럿 대표하며 작품을 보유 중이다.

맨해튼 서쪽 525 West 26번가 건물 2층에 위치한 갤러리는 전시장 중간중간 서 있는 노출 통나무 기둥이 인상적인 공간이다. 건축을 잘 알지 못하니 이 기둥들이 인테리어인지 원래 오래된 건물의 원형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현대적 전시 공간 사이사이 시선에 들어오는 부정형의 나무 기둥들이 공간에 대한 색다른 인상을 만들어 주는 건 틀림없다. 출입문으로 들어 서면 바로 오른쪽으로 데스크와 사무 공간이 있고 다른 크기의 직방형 두 개가 붙은 모양의 기다란 홀이 메인 전시 공간이다. 전시홀 끝자락에서 연결되는 별실은 컬렉터와의 상담 등 손님맞이로 활용하는 응접 공간이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는 머레이 프레데릭스(Murray Fredericks)의 <Vanity>이다. 호주 출신의 사진가인 프레데릭스는 사진 작업뿐만 아니라 타임랩스 비디오 및 다큐멘터리 영상도 제작하는 멀티미디어 예술가로 이번 전시는 미국에서 열리는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이다. 프레데릭스의 최신작인 <Vanity> 시리즈는 호주의 아웃백 지역에 위치한 염전인 Lake Eyre에서 촬영한 사진들로 전작이었던 <Salt> 시리즈에 이어 동일한 지역에서 담아낸 작품들이다. 다만 이전의 시리즈가 지평선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그곳의 풍경을 순수하게 담아내었다면 이번 작업은 현장에 설치한 두 개의 거울을 통한 비정형의 반영을 보여 주는 일종의 설치 작업에 가깝다.

전시 작품은 총 8점으로 동틀 녘과 해 질 녘부터 별의 일주를 담은 한 밤의 풍경까지 다양한 시간대에 걸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 장면 속 한편에 우두커니 서 있는 거울에 비치는 반영의 모습은 카메라 렌즈의 시야를 벗어나 보이는 풍경 속의 풍경이자, 사진을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선을 흐릿하게 해 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거울을 통해 바라 보이는 것은 그 앞에 서 있는 작가나 카메라 뒤쪽의 풍경이 아닌 완전한 시야 밖의 모습이다. 한 장이 아닌 두 장의 거울을 활용해 부정한 각도 속의 장면을 반영한 것은 바로 이러한 ‘바깥’의 풍경을 의도적으로 담기 위함이다.

작가는 나르시시즘의 상징인 거울을 “개인적인 또는 집단적인 자신에 대한 집착의 상징”으로 보았는데 <Vanity> 작업에서 거울의 반영은 “스스로에게서 벗어난 (스스로에 대한 집착과 구속에서 벗어난) 곳으로 우리의 시야를 이끌어 주어 자연 속의 빛과 색, 그리고 공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고 말하였다. 즉, 프레데릭스의 거울은 우리의 허영(vanity)을 채워 주는 거울이 아니라 그곳에서 빠져나오도록 해 주는 것이다.

Lake Erye에서 <Salt> 작업을 할 때 프레데릭스는 홀로 그곳을 찾아 길게는 몇 주에 걸쳐 머물며 사진을 찍었다. 이번 <Vanity> 시리즈도 그런 방식으로 제작하였는데 거울을 설치하고, 노출과 프레임을 조정하며 세심히 움직이는 작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가볍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진중하게 정신을 집중하여 진행하는 모습은 그 과정의 지난함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작가가 느낀 감정을 우리에게 보이는 이미지로 전환하는 과정의 동작 하나하나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Robert Mann Gallery
  • 주소: 525 W 26th St., New York, NY 10001
  • 운영시간: 화-금 10:00 am – 6:00 pm / 토 11: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www.robertmann.com

*18년 3월 22일 기준.

**전시 보도 자료. http://www.robertmann.com/17-fredericks-press

***<Vanity> 작업 영상. 작가 홈페이지. (http://murrayfredericksphotography.com.au/motion-video/the-vanity-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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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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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전시 공간. 중간중간 서 있는 통나무 기둥이 인상적이다. 제일 뒤편 오른쪽으로 응접 공간으로 활용하는 별실이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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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 옆에 붙어 있는 데스크에 전시 자료와 책자 등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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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ror 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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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ror 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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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ror 1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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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ror 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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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Steven Kasher Gallery

1995년 설립된 Steven Kasher 갤러리는 지금까지 200회가 넘는 전시를 개최하며 순수 사진 및 컨템퍼러리 작품들을 소개해 온 사진 전문 갤러리이다. 특히 다큐멘터리 장르의 사진들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는데 그간 민권 운동(Civil Rights Movement)을 기록한 사진들에 대해서 30회 이상 전시를 열었다. Steven Kasher 갤러리의 소속 작가는 30여 명으로 적지 않은 규모인데 그중에는 일본 사진가 다이도 모리야마(Daido Moriyama)와 뉴욕타임스에 사진 관련 칼럼을 쓰며 사진 에세이집을 낸 테주 콜(Teju Cole) 등이 포함되어 있다.

첼시 515 West 26번가 건물의 2층에 위치한 갤러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왼쪽으로 전시 자료와 안내 책자가 놓인 데스크가 있고, 앞쪽으로는 직방형의 메인 전시홀이 펼쳐진다. 메인 전시홀 중간에는 길쭉한 가변 벽이 있으며 해당 벽의 양면도 전시를 위해 활용 중이다. 메인 전시홀과 연결된 부 전시홀은 크기는 작지만 별도의 전시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Steven Kasher 갤러리는 상시 두 개의 전시를 병행한다. 전시홀들 뒤쪽으로 이어지는 복도형의 공간은 작품 보관과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다. 길을 마주한 쪽으로 일부 자연광이 들어오나 전시 조명은 자연광을 배제하고 인공광만으로 설치하였다.

지금*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전시는 마이클 스파노(Michael Spano)의 <Urban Report>와 안냐 니예미(Anja Niemi)의 <She could have been a cowboy>이다. 메인홀에 걸려 있는 스파노의 전시는 작가가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뉴욕에서 직접 찍은 이미지들을 콜라주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들이다. 다양한 이미지들이 복잡하게 중첩, 혼재되어 있는 스파노의 작업은 어지러운 잔상을 보여준다. 아직 다양한 변주가 반영된 사진들을 잘 읽지 못하기 때문에 깊이 있게 보지는 못 했지만 어찌 됐든 새로운 작업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사실 이번에 내 흥미를 끌었던 전시는 부 전시홀에서 진행 중인 노르웨이 사진가 니예미의 <She could have been a cowboy>로 미국에서 열리는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영국의 British Journal of Photography가 ‘최근 활동 중인 작가 중 가장 주목할만한 모던 아티스트 중 한 명(one of the most compelling modern artists working today)’라고 칭한** 안냐 니예미는 1-2년 간격으로 꾸준히 새로운 시리즈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1976년생의 젊은 사진가이다.

니예미는 자신의 사진 작업을 위한 분장부터 모델 역할, 연출, 촬영까지 모두 직접 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신디 셔먼(Cindy Sherman), 그중에서도 <Untitled Film Stills>를 바로 떠올리게 한다. 물론 작업 방식의 유사성이 작품의 유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방법론의 유사성은 니예미와 셔먼이 자신의 의도를 제 뜻대로 표현하기 위해 궁리하는 와중에 만나게 된 접점일 것이다. 모든 조건들을 작가의 손 아래 둠으로써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의 의미까지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니예미의 최신 시리즈인 이번 전시는 작가가 창조한 상상 속의 ‘핑크 드레스 아가씨’가 실은 진짜로 되고 싶은 ‘서부의 카우보이’가 되는 모습을 또 한 번 상상하며 만든 작품이다. 어떤 굴레에 갇힌 벽을 깨고 나오려는 인물을 표현하려 한 것인데 왜인지 결국엔 그 벽을 다 깨지 못했다는 답답함이 조금 남는 사진들이기도 하다. 전시장 한편에는 촬영 때 사용했던 의상과 도구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내 눈 앞에 실재하는 그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저 아가씨와 카우보이는 실존하는 것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소품들을 전시한 작가의 의도도 그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전시된 사진들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짧은 단편을 본 느낌이 드는데, 작가의 초기 시리즈들인 <Do not disturb, 2011>, <Starlets, 2013>이 한 장 한 장 사진의 완결성을 더 고려했다면 이후 작업들은 이번처럼 전체를 통한 서사 구조를 만드는데 조금 더 집중하고 있다.

니예미 작업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복제된(multiply, doubling)*** 인물의 이미지는 이번 시리즈 작품에도 사용되었는데 한 공간에 존재하는 핑크색 드레스의 아가씨와 카우보이, 거대한 석비 양쪽으로 결투를 벌이는 카우보이들의 모습은 무엇이(또는 누가) 진실인지 헷갈리게 한다.

이번 전시를 보고 나서 새삼 느낀 점은 철저하게 연출된 사진 속의 디테일 하나하나를 어떻게 읽어내는가이다. 침대에 앉아 코르셋을 벗는 아가씨의 머리 위로 걸려 있는 성화 작품, 모든 사진 중 유일하게 얼굴이 등장하는 남자 카우보이 초상화**** 등은 작가가 사진 속에 담아 놓은 의미들에 대해 조금 더 깊고 천천히 보고 싶게 만든다.

물론 이와 같은 사진 읽기를 위해서는 사진을 넘어서는 여러 예술, 인문 분야에 대한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할 터, 아직도 갈길은 멀고 험하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지만 말이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Steven Kasher Gallery
  • 주소: 515 W 26th St., New York, NY 10001
  • 운영시간: 화-토 10: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www.stevenkasher.com

*18년 3월 24일 기준

**Fiona Rogers & Max Houghton, <Firecrackers: Female Photographers Now>, Thames & Hudson, 2017, p. 216.

***같은 책, p. 139.

****<월간 사진예술>, (주)사진예술, 2018년 4월, p.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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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왼편으로 보이는 갤러리 간판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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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전시홀. 뒤쪽의 출구가 부 전시홀로 이어지며 왼쪽으로 보이는 커다란 가변 벽 사이로 메인 전시홀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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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전시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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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전시홀 입구. 뒤쪽으로 보이는 사진은 <The Imainary Cowbo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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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The Girl, 2018>, <The Cowbo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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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could have been a cowbo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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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tel She Never Visited,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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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ncing Cowbo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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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에 사용한 소품들이 오히려 사진 속 인물의 허구성을 헷갈리게 만든다. 누군가가 진짜로 사용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기분.

#20. Nailya Alexander Gallery

2004년 설립된 Nailya Alexander 갤러리는 컨템퍼러리 작품들 및 러시아 작가들의 사진에 특화된 곳으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흔히 사진의 역사를 공부할 때 접하게 되는 것이 보통 미국, 그리고 일부 유럽 국가 중심의 사건들과 흐름에 대한 해석이기 때문에 러시아 사진 또는 작가에 대해 들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물론 내가 과문한 탓이 가장 크다 하겠다.) 그런 점에서 Nailya Alexander 갤러리는 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작가와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소속 작가들은 물론 러시아 작가들이 많지만 프랑스, 독일 등 다른 국가 태생의 작가들도 여럿 대표하고 있다.

Nailya Alexander 갤러리는 Howard Greenberg와 Gitterman 갤러리도 들어와 있는 57번가와 메디슨가 코너 The Fuller 빌딩의 7층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 중간에 위치한 갤러리는 넓지는 않지만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작품 보관고 및 사무실을 함께 구축해 놓았다. 전시 메인홀은 사무실 및 작품 보관고를 구분해 주는 분리형 벽면들을 활용한 직방형의 공간이며 출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벽면 뒤쪽으로 작품 보관함들이 놓여 있다. 보관함 위에 전시 안내 자료와 체크리스트를 두었으며, 작품 보관 공간의 안쪽으로는 갤러리가 소유 중인 다른 작품들 일부도 함께 전시 중이다. 출입문을 들어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커다란 가변 벽 뒤쪽이 사무 공간인데 이곳에도 일부 소장 작품들을 전시하여 놓았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는 <Boris Ignatovich: Master of Russian Avant-garde Photography>이다. 1899년 러시아 태생(정확히는 구 소련 연방의 벨라루스 지역)의 작가인 보리스 이그나토비치(Boris Ignatovich)는 잡지사 기자 생활 중 사진에 관심을 가지며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되었고 저널리즘부터 순수 사진까지 다양한 장르의 사진들을 넘나 들었다. 이번 전시는 뉴욕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그나토비치의 개인전으로 1969년 작가 탄생 70주년에 열렸던 모스크바 전시에 작가가 직접 인화해 걸었던 빈티지 프린트** 등 접하기 힘든 작품들을 포함하고 있다.

전시작은 총 21점으로 작가가 사진 생활을 시작한 1920년대부터 1930년대 말까지의 주요 작품들이며, 작게는 3인치에서 크게는 40인치까지 다양한 크기의 인화물이 혼재되어 있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받은 전반적인 느낌은 비정형의 프레이밍이 주는 인상이었다. 피사체를 자르고 비스듬히 배치하며 단순히 눈에 보이는 장면이 아니라 어떠한 메타포를 담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이러한 프레이밍을 통해 전해 지는 것 같았다. 혁명의 구호가 적힌 채 바람에 나부끼는 배너들 사이로 보이는 오래된 양식의 성당 첨탑, 노동자의 손과 “앞으로”라는 문구가 한 프레임 안에 담긴 사진은  그러한 프레이밍을 잘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1930년에 이그나토비치가 찍은 <The Conductor Dmitry Shostakovich> 사진과 이후의 로버트 프랭크 사진 프레임의 유사성을 말하는 글****도 있는데, 로버트 프랭크가 기존 사진 문법의 규칙들을 깨며 보여 줘던 구성과 화면에 사람들이 놀랐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는 이그나토비치의 프레임이 어떠한지를 잘 표현해 주는 듯하다. )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보리스 이그나토비치는 러시아(엄밀히는 구 소련-소비에트 연방) 사진 및 예술계의 중추적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러시아 사진작가인 알렉산더 로드첸코(Alexander Rodchenko)에게 사사한 후 그와 함께 러시아 구성주의(Contructivism) 작가들의 모임인 옥토버(October) 그룹에서 활동*****하다가 후반에는 직접 그룹을 이끌기도 하였다.

1920~30년대의 소련은 1917년 10월 혁명 이후 체제의 프로파간다를 위해 예술이 활용됐던 시대였다. 소련은 당시의 다른 국가들과 달리 체제 선전을 위해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으며 이는 작가, 사진가 등등 당시의 능력 있는 예술가들을 대거 포함하고 있었다.****** 이러한 소련의 방식은 결과적으로 단순히 선전, 선동을 위한 위한 ‘제작물’이 아닌 예술적 표현의 ‘작품’들이 나올 수 있게 하였는데, 이그나토비치 또한 그 시절에 활발히 활동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그만의 표현을 보여 주는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이번 전시를 보고 난 후 생각난 것 한 가지를 덧 붙이자면 이곳에 한국 작가들을 위한 전시 공간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뉴욕에는 중국 작가들을 위한 Klein Sun 갤러리, 일본 작가들 중심인 Miyako Yoshinaga 갤러리, 그리고 이번에 전시를 관람한 Nailya Alexander 갤러리처럼 특정 국가 작가들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곳들이 제법 있다. 가끔씩 뉴욕 한국문화원이나 Korea Society 등에서 한국 작가의 전시 등을 열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작가들을 소개하고 시장과 연결시켜 주는 전문 갤러리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쉬운 점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저 한국 문화 소개 공간 정도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상업적 운영(생존)이 가능하면서도 가능한 많은 한국 작가들을 알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사진가들이 충분히 많으니 이곳과 연결시켜 줄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이 있는 조직만 만들 수 있다면 가능하긴 할 텐데 말이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Nailya Alexander Gallery
  • 주소: 41 E 57th St., Suite 704, New York, NY 10022
  • 운영시간: 화-토 10: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www.nailyaalexandergallery.com

*18년 3월 14일 기준

**전시 보도 자료. (http://www.nailyaalexandergallery.com/exhibitions/boris-ignatovich-master-of-russian-avant-garde-photography)

***전시 체크리스트 설명 자료.

****Ian Jeffrey, <How to read a photograph>, Harry N. Abrams, 2009, p. 94.

*****나탈리 허시도르퍼(Nathalie Herschdorfer), <포토그래피 바이블>, 시그마 프레스, 2017, p. 216 & 343.

******Mikhail Karasik, <The Soviet Photobook: 1920-1941>, Steidl, 2015, p.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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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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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을 들어서 마주하는 풍경. 뒤쪽으로 보이는 곳이 작품 보관함들이 있는 곳이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사진은 <Youth,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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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전시홀. 뒤쪽으로 보이는 의자가 있는 곳은 사무실로 쓰이는 곳이다. 왼쪽으로 보이는 작품은 에르미타쥬 박물관 앞에서 담은 <At the Hermitage,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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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보관고 안쪽 벽면에는 갤러리 소장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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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er, 1935>.

“In 1935, photographer Boris Iganatovich, a former member of the October Group, took a photograph of a group of young, athletic men in a public shower. It showed one figure sitting in the foreground, his muscular back to the viewer, with more bathers standing together in the background. Ignatovich’s friend, painter Alexander Deyneka, came across this photograph and asked if he could use it as a prototype for one of his paintins. Later he produced a work which he himself considered to be a failuer in comparison to the original photograph.”, Arts Magazine, November 1989, Curator, scholar and critic Margarita Tupitsyn, Ph.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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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lten Steel, 1938>.

Ignatovich captured the major industrial advancements in the Soviet Union through the 1920s and 1930s. He took this photograph at the Azovstal’ metallurgical complex in Maripol’, Ukraine. It was one of the Soviet Union’s largest steel plants at th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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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ol Lever, Dinamo Factory, 1930>.

Ignatovich shot this photograph at the Dinamo factory, one of Russia’s oldest electrical plants. The hand – well-worn but visibly powerful – coupled with the Russian word for “forward” conveys Ignatovich’s optimistic belief in the laboring masses’ ability to transform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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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stnoy Boulevard, Moscow, 1930>.

Strastnoy Boulevard is a street rich with cultural iconography that strecthes from Strastnoy (now Pushkin) Squar to Peter’s Gates. It is 123 meters wide, making it one of the widest streets in the boulevard ring. The contrast here between socialist slogans and Romanov-era architecture highlights dramatic differences in pre- and post-revolutionary worldviews. This photo – controversial at the time for not offering viewers an easily-digestable, straight-forward message – is emblematic of Ignatovich’s tireless spirit of experimentation.

#19. Jack Shainman Gallery

Jack Shainman 갤러리는 잭 샤인만(Jack Shainman)과 클로드 시마드(Claude Simard)가 함께하여 1984년 워싱턴에 처음 문을 열었다. 개관 이후 곧 뉴욕으로 장소를 옮겨 왔고 이스트 빌리지와 소호를 거쳐 1997년 현재의 첼시 자리에 정착하였다. 2013년에는 첼시에 전시 공간 한 곳을 추가 개관하였고 뉴욕주 킨더훅에 별도의 교육 및 연구 공간도 함께 설립하였다. 소개글에 따르면 Jack Shainman 갤러리는 북미 및 아프리카, 동아시아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에 특히 집중하고 있으며 유수 박물관 전시 기획 및 도록 발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속 작가들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진뿐만 아니라 그림, 조각, 퀼트, 설치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을 대표하고 있으며 나이지리아, 가나, 말리 등 태생의 아프리카 출신 작가들도 갤러리 로스터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에 찾아간 524 West 24번가의 갤러리는 짧은 통로로 연결된 두 개의 메인 전시 공간과 그 뒤쪽으로 이어지는 작은 별실로 나누어져 있다. 출입문과 접해 있는 첫 번째 메인홀에서 통로로 이어지는 입구 앞에 작은 책상을 놓아 전시 소개 자료 및 관련 책자, 방명록 등을 두었다. 두 개의 메인 전시홀 중간중간에는 기둥들이 있는데 뒤쪽 전시홀은 사각기둥으로 기둥 벽면도 전시 공간으로 함께 활용 중이며 통로 사이에는 사무 공간으로 이어지는 작은 문이 별도로 나 있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는 미국 사진가 고던 파크스(Gordon Parks)의 <I Am You | Part 2>로 2월 초까지 진행한 <I Am You | Part 1>에 이어지는 후속전이다. 흑인 대통령까지 배출했다지만 인종에 따른 사회 계층의 차이가 여전히 뚜렷하게 존재하는 미국에서 사진가 고던 파크스는 비교적 잘 알려진 흑인 위인이기도 하다. 도서관 어린이책 부문의 논픽션 책들 중에 대부분 한 권 정도는 그의 전기가 있을 정도이니 대략 어떤 위치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흑인 최초의 <LIFE>지 사진기자, 흑인 최초의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감독 등 최초 타이틀을 많이 가지고 있는 파크스는 사진과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과 시에 작곡까지 여러 방면에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경력의 핵심은 역시 수십 년을 이어 온 사진가로서가 아닐까 한다. 특히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사진가들 중에 흑인이 매우 드물다는 것을 고려할 때 고던 파크스는 사진계에서도 어느 정도 의미를 가진 인물일 것이다.

매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철도 짐꾼부터 홍등가 클럽의 피아노 연주자까지 안 해 본 일이 없던 파크스가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잡지에서 우연히 접한 FSA(Farm Security Administration)** 사진가들의 이주노동자들에 관한 작업***이었다. 이후 전당포에서 7달러 50센트를 주고 산 카메라로 독학을 한 파크스는 곧 사진에 대한 그의 재능을 인정받았고,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FSA 소속 사진가를 거쳐 <LIFE>지 기자가 되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어 갔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들 중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청소부 엘라 왓슨(Ella Watson)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 <American Gothic, Washington D.C.,1942>과 1968년 <LIFE>지에 실리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폰테넬 가족(Fontenelles)의 이야기인 할렘 패밀리(<A Harlem Family>) 중 한 점을 포함하여 총 38점의 흑백 및 칼라 작품을 전시 중이다. (모든 작품들은 2016년 Steild에서 발간한 <Gordon Parks | I Am You> 사진집에 기반하고 있다.)

나고 자라 온 환경과 그가 살았던 시대를 고려할 때, 파커스가 피부색에 따른 사회 문제와 불평등의 이슈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파커스는 자신의 렌즈를 통해 우리에게 가려진,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회 뒤편의 삶들을 드러내는데 집중하였다. 그 드러냄의 방식은 때로는 매우 직접적 – <할렘 패밀리>에서 보여 준 극빈층의 환경 -이고, 어떤 때는 <American Gothic>처럼 숨길 수 없는 고단함과 양손에 들린 청소 도구, 그리고 배경의 성조기의 대비 같이 은유적이다. 다만 그 드러냄의 방식이 어떠하든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사진을 보고 있는 이에게 명확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작업이 변화를 불러일으키길 바랐던 파커스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찍는 것이 그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은 아닐지 늘 고민했었다. 폰테넬 가족을 담기 전, 혹시 스스로가 그들의 절망을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며 카메라를 내려놓고 조금 더 그들 속으로 들어가 어울리려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예전에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 또는 그들이 있는 곳들을 기록할 때 흑백을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방법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이 얘기의 본질은 결국 피사체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말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빈민가와 성공한 백인 부유층의 생활 양쪽을 모두 경험한 파커스가 담아낸 이야기들이 많은 사람들의 반향을 불러왔던 이유도 어쩌면 그가 자신의 피사체들에게 품은 깊은 공감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기본정보

  • 갤러리명: Jack Shainman Gallery
  • 주소: 513 W 20th St., New York, NY, 10011 / 524 W 24th St., New York, NY, 10001
  • 운영시간: 화-토 10: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www.jackshainman.com

*18년 3월 6일 기준.

**경제학자이자 사진가였던 로이 스트라이커(Roy Stryker)가 꾸린 일단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팀의 작업들로 유명한 미국농업안정국. <이민자 어머니(Immigrant Mother)>로 유명한 도로시어 랭(Dorothea Lange)의 작품 등 사진 역사에서 유명한 작업, 작품을 많이 남겼음.

***Gordon Parks, <A Harlem Family, 1967>, Steidl, 2013, p. 9 & 13. / 2012년 파커스의 탄생 100주기에 맞춰 Studio Museum in Harlem에서 진행한 동명 전시의 도록으로 발간.

****Carol Boston Weatherofd, <Gordon Parks: How the Photographer Captured Black and White America>, Albert Whitman & Company, 2015, Loc 12-13 of 18.

*****Gordon Parks, <A Harlem Family, 1967>, Steidl, 2013, p.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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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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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와 접한 메인 전시홀. 뒤쪽의 통로를 지나 두 번째 전시홀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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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메인 전시홀. 기둥 벽면도 전시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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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American Gothic, Washington D.C., 1942>, <Ella Watson Sweeping, Washington D.C.,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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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visible Man, Harlem, New York,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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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New York, New York,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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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Alabama,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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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partment Store, Mobile, Alabama, 1956>.

#17. Gladstone Gallery

(이번 탐방기는 일부 불편한 사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아트 딜러인 바바라 글래드스톤(Barbara Gladstone)이 1980년 설립한 Gladstone 갤러리는 소호 Wooster 가의 작은 공간에서 첫출발을 시작하여 90년대에 첼시로 자리를 옮기며 현재까지 긴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오너인 글래드스톤은 2012년 포브스지의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 딜러” 기사에서 9위로 선정되기 했을 정도로* 명망 있는 딜러로 지금은 첼시 두 곳을 포함하여 뉴욕에만 세 곳, 그리고 2000년대 후반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세운 벨기에 브뤼셀의 갤러리까지 세계적으로 총 네 곳의 공간을 운영 중이다. Gladstone 갤러리는 사진을 포함하여 조각, 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컨템퍼러리 예술작품들에 집중하고 있으며 키스 헤링(Keith Haring)의 작품들을 대표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를 보기 위해 찾아간 곳은 첼시의 515 West 24번가에 위치한 전시 공간이다. 인도에 접해 있는 커다란 젖빛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게 되어 있는 갤러리는 내부 배치에 따라 1, 2, 3 세 개의 전시홀로 구분되어 있다. 출입문 바로 앞에 위치한 데스크 뒤쪽으로 2 전시홀이 자리 잡고 있으며 간이벽을 사이에 두고 그 왼쪽으로 1 전시홀이 위치한다. 1 전시홀과 2 전시홀이 비슷한 크기로 메인 전시홀을 형성하고 있다면 갤러리 뒤쪽 좁은 통로를 지나 연결되어 있는 3 전시홀은 매우 작은 공간으로 천장에 난 자연채광창이 특징이다. 전시홀을 연결하는 좁은 통로 사이에는 사무실로 연결되는 별도의 문이 있다.

전시를 보기 위해 갤러리를 방문한 날**, 1 전시홀 한쪽에서 작품들을 둘러보던 장년 커플의 소곤대는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Isn’t is disturbing? (좀 불편하지 않아요?)”

“So disturbing! (굉장히요!)”

우연히 듣게 된 대화가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던 이번 전시는 바로 <Robert Mapplethorpe>. 작품의 소재와 표현 때문에 많은 논란의 중심이었고, 스스로의 삶과 작품을 분리할 수 없었던 듯 결국 후천성 면역결핍증으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이다. 작가 사후의 순회 사진전이었던 <Mapplethorpe: The Perfect Moment>와 이를 둘러싼 법정 공방, 그리고 그 시기에 벌어진 수백 건의 논쟁***에 관한 이야기는 그의 작품들이 촉발시켰던 상황을 잘 보여 준다. 아마 지금도 사람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가를 꼽으라면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뉴욕 퀸즈의 가톨릭 가정에서 여섯 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메이플소프는 특별할 것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림에 소질이 있었고 무언가 ‘자신만의’ 예술을 추구하겠다는 열망은 있었지만 그 방향성은 불명확했다. 특히 향후 그의 사진 세계를 지배한 핵심 주제인 동성애는 가톨릭 교육의 영향을 받았던 메이플소프가 의식적으로 피하려 했던 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맹인 판매인의 가판대에서 훔친 동성애 포르노 잡지를 통해 처음 접한 이미지들은 향후 그가 죽을 때까지 천착하게 된 소재가 되는데, 이는 직접적인 성적 자극보다는 이러한 소재를 통해 오직 자신만의 예술을 창조해 내겠다는 생각에 더 가까웠다.****

전시 작품 수는 총 50점으로 메이플소프의 트레이드 마크인 강렬한 육체, 성애의 이미지들과 함께 단아한 미가 느껴지는 정물 사진들, 그리고 몇몇 인물 포트레이트들이다. 처음으로 직접 마주한 메이플소프의 사진들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강한 인상을 주었고, 전시장을 거닐던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헉 소리가 날 정도의 사진들도 제법 있었다. 반면 진짜 같은 작가의 작업인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정갈한 꽃 사진들은 매우 부드러운 미를 품고 있어 다른 작품들에 놀란 마음과 눈을 진정시켜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메이플소프가 태어나고 자란 뉴욕 퀸즈 플로랄 파크의 교구 성당에서 재임했고, 그의 장례 미사를 집전했던 스택(Stack) 신부는 메이플소프의 이러한 정물 작품들이 그가 찍은 다른 성향 – 동성애/S&M(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Sex & Magic*****) – 의 작품들을 상쇄해 주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는 사진가인 로 에쓰리지(Roe Ethridge)*******로 전시 작품들의 선정부터 배치까지 모두 그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번 MOMA <Stephen Shore> 전의 언론 간담회 때 쇼어(Stephen Shore)의 말 중 인상적이었던 것 하나는 전시에 관한 그의 생각이었다. “이번 전시는 제가 아니고 (큐레이터인) 퀜틴 바젝(Quentin Bajac)의 전시입니다. 제가 76년 MOMA 전시 때 받았던 조언 중 하나가 전시는 큐레이터에게 맡기라는 것이었죠. 제가 지금까지 쭉 지켜 온 조언이기도 하고요.”******** 전시를 준비하고 기획하는 큐레이터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번 <Robert Mapplethorpe> 또한 모든 작품을 리뷰하고 선정하고 구성한 에쓰리지의 전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생각을 교환할 수 있는 작가가 살아 있지 않기 때문에 사진들의 선정에 있어 전적으로 큐레이터의 생각과 소신이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금번 전시에서 사진들이 주는 임팩트를 특히 강화시켜 준 것은 작품들의 배치였다. 성애 이미지들 사이사이 병치된 정물과 꽃 사진들의 대비는 각각의 작품이 원래 담고 있던 느낌을 훨씬 배가시켜 주었다. 이러한 전시 구성은 메이플소프의 작품들을 바라 보고, 또 보여 주려 하는 큐레이터 에쓰리지의 관점이며 그러한 점에서 결국 그가 바라본 작가 메이플소프의 세계일 것이다.

Gladstone 갤러리가 뉴욕에서 메이플소프의 작품을 대표하게 된 것은 작년 4월로 이제 일 년이 되었다. 그전까지 약 15년간은 Sean Kelly 갤러리가 뉴욕에서 메이플소프의 작품을 대표하는 갤러리였다. 관련 기사*********를 보면 이전 갤러리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마무리하고 Gladstone과 시작하는 새로운 동거를 기대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코멘트가 나온다. 물론 예술가의 작품 세계와 작가를 이해하는 것이 갤러리와 소속 작가들 관계의 시작이겠지만, 어느 정도 상업 논리를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서 본다면, 메이플소프 같은 유명인을 대표하게 된 건 Gladstone 갤러리에게 분명 득이 되는 일임에 틀림없다.

생은 짧았지만, 그 뒤에 남겨진 발자취만큼은 결코 짧지 않았던 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 이미 그가 죽은 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작품들이 뿜어 내는 힘은 세월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강렬했다. 오래간만에 볕이 좋던 날씨인 지난 토요일 오후에 뉴욕 퀸즈 미들 빌리지의 St. John 공동묘지를 찾았다. 메이플소프의 뜻에 따라 화장된 유해는 그곳에서 그의 부모님과 함께 잠들어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작은 묘비 하나가 다인 곳. 온갖 논란을 불러왔던 예술가의 마지막 안식처는 몇몇 장례 행렬 차량을 제외하면 적막하리만치 고요했다. 마치 잠시 구름 사이로 비친 작은 햇살만이 그가 여기서 쉬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는 듯.

기본정보

  • 갤러리명: Gladstone Gallery
  • 주소: 515 W 24th St. New York, NY 10011 / 530 W 21st St. New York, NY 10011 / (Gladstone64) 130 East 64th St. New York, NY 10065.
  • 운영시간: 화-토 10: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s://gladstonegallery.com

*포브스 기사: https://www.forbes.com/sites/michaelnoer/2012/05/03/americas-most-powerful-art-dealers/#2beb0b1262a6 (크리스티, 소더비 등의 대형 업체 및 퍼블릭 갤러리를 운영하지 않는 딜러들은 선정에서 제외한 순위임.)

**18년 3월 9일 기준.

***진동선, <현대사진가론>, 태학원, 1998, p. 75.

****Patricia Morrisroe, <Mapplethorpe>, Random House, Inc., 1995, Location 492 of 8138.

*****같은 책, Location 2488 of 8138.

******같은 책, Location 188 of 8138.

*******Roe Ethridge는 Gladstone 갤러리 소속 사진가로 곧 전시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갤러리 아티스트 소개 페이지 참조: https://gladstonegallery.com/artist/roe-ethridge/work#&panel1-1

********MOMA 전시 안내 페이지: https://www.moma.org/calendar/exhibitions/3769?locale=en.

*********Art News: http://www.artnews.com/2017/04/28/gladstone-gallery-now-represents-the-estate-of-robert-mapplethor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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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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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로 들어서 처음 마주하는 풍경은 데스크와 천장까지 맞닿은 높은 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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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시홀 풍경. 우연히 들려온 장년 커플의 대화는 내가 누구의 전시에 왔는지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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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시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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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통로를 지나면 3 전시홀로 이어진다. 3 전시홀에는 작가의 자화상 한 점만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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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Pictures / Self Portrait, 1977>, <Pictures / Self Portrait,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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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 Amurri,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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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Lisa Lyon, 1982>, <Apples and Urn, 1987>, <Jim and Tom, Sausalito,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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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Freesia, 1982>, <Marty Gibson, 1982>, <Daisy,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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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Carol Overby, 1979>, <Phillip Prioleau / Cock, 1980>, <Azalea, 1979>, <Patti Smith, 1978>, <Watermelon with Knife, 1985>, <Baby Larry, 1978>, <Sean Young,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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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Richard Gere, 1982>, <Robert Rauschenberg and Trisha Brown,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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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 Portrait, 1988>. 죽기 직전 해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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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퀸즈 St. John 공동묘지에 잠들어 있는 메이플소프의 묘비.

#15. Benrubi Gallery

창립자인 보니 벤루비(Bonni Benrubi)가 자신의 이름을 딴 Bonni Benrubi 갤러리를 설립한 것은 1987년이다. Howard Greenberg, Gitterman 갤러리 등이 있는 57번가의 풀러 빌딩에 첫 둥지를 틀었다가 이후 첼시로 자리를 옮겨 왔고, 2012년 설립자인 보니 벤루비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후 현재는 Benrubi 갤러리로 이름을 바꾸고 3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갤러리 소개글에 따르면 20세기 및 컨템퍼러리 사진 작품들에 특히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갤러리 소속 작가들 중에는 일본 작가 와타나베 히로시(Watanabe Hiroshi)도 포함되어 있다.

갤러리가 위치한 521 W 26번가 건물은 이전에 방문했던 Laurence Miller 갤러리도 들어와 있는 곳으로 Benrubi 갤러리는 2층에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왼쪽은 데스크 및 작은 사무공간으로 체크리스트 등 전시 관련 자료가 놓여 있으며, 오른쪽은 회의실인데 유리창을 통해 안에 걸려 있는 작품들은 자유로이 볼 수 있다. 앞쪽으로 직방형의 메인 전시홀이 펼쳐져 있으며 왼쪽의 데스크를 돌아 통로 쪽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작은 별실인 프로젝트 스튜디오가 메인홀과 별개의 전시를 진행할 수 있도록 구분되어있다. 그 뒤쪽은 사무실과 작품 보관고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공간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갤러리 소속 작가인 제프리 밀스타인(Jeffrey Milstein)의 <Leaning Out>과 갤러리가 작품을 보유 중인 패트릭 D. 파그나노(Patrick D. Pagnano)의 <Empire Roller Disco> 두 개다.

이 중 ‘몸을 굽혀 밖으로 내밀다’는 뜻을 가진 <Leaning Out>은 제목이 은연중에 드러내듯 헬기와 소형 비행기를 타고 수 km 상공에서 담은 항공사진 작품들 전시이다. 작가인 밀스타인은 오래 시간 동안 LA, 뉴욕 등 대도시와 공항, 항만 등을 담은 항공사진 작업을 진행해 왔고 이번 전시에 그 작업들 중 일부가 걸렸다. 전시 작품 수는 총 14점이며 큰 사진은 긴 폭의 길이가 70인치, 작은 작품들도 40인치 이상은 되는 대형 작업들이다.

밀스타인의 항공사진들은 수천만의 인구가 밀집한 메트로폴리탄, 기술 발전의 산물인 대형 발전소와 항만, 공항 등 인간이 만든 풍경이지만, 바로 그 인간들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을 보여 준다. 기존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질서와 아름다움이다. 뉴욕 5번가를 담은 사진은 수직으로 솟아오른 건물들이 촘촘한 작은 블록이 되어 그 사이를 지나다니는 차와 길 속으로 섞여 들어가 만든 풍경이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었다. 런던의 게이트윅 공항을 담은 작품은 분명 인공의 풍경인데 마치 남미 평원의 미스터리한 고대 그림들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든다. 2차원의 평면에 출력된, 게다가 사선이 아닌 평행한 시선으로 바라본 경치가 그 높이로 인한 아찔함 때문에 보는 이에게 현기증까지 느껴지게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다.

사진의 역사를 돌아볼 때 사진이 표현 가능한 영역에 대한 외연적 확장은 필연적으로 기술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면 니엡스가 담은 최초의 사진이 8시간을 노출을 필요로 한 반면, 지금은 우리가 눈 한번 깜박할 시간보다 빨리 한 장의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타임이 선정한 100대 사진에도 선정되었던 해럴드 에드거튼(Harold Edgerton)의 우유 방울 왕관 사진**이나 머이브리지(Edward Muybridge)의 달리는 말의 연속 사진*** 등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시야를 넓혀 준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항공사진 또한 기술 발전의 혜택을 적지 않게 입은 분야일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엔 단순히 카메라와 렌즈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 기술들(항공, 기계 공학 등)들의 발전까지 포함해서이다.

비용이든, 시간이든 항공사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시선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관심을 끌 수 있다. 한국에서도 한때 유명세를 탔던 ‘하늘에서 본’ 시리즈의 작가 얀 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의 작품들도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쉽사리 볼 수 없는 풍경이라는 점이 인기에 한몫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밀스타인의 작품들은 단순히 시선의 스펙터클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무언가가 들어있다. 이는 인간이 만든 풍경들에 천착한 항공사진 <Flying> 시리즈뿐만 아니라 <Airliners>, <Helicopters and Blimps>**** 등 바로 그 하늘을 나는 기계에 집중해 왔던 작가의 눈이 우리가 보지 못했던 미를 새롭게 드러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이자면, 물론 모든 사진들이 그렇겠지만, 특히나 대형으로 인화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작품들은 그 인화물들을 실제 마주할 때의 느낌이 화면 상의 이미지를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밀스타인 전시도 직접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좋았다.

최근에 감상한 전시들 중 이와 같은 대형 작업들이 많다 보니 나도 모르게 대형 인화의 세계에 빠져 들고 있는 중인데, 이다음에 이야기할 Yossi Milo 갤러리의 전시 또한 대형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한 전시이다. (그렇다, 마지막은 다음 편 떡밥이다.) 그럼 다음 편을 기다리는 분들이 생기길 바라며 이번 방문기는 여기서 마무리해야겠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Benrubi Gallery
  • 주소: 521 W 26th St., 2nd Fl., New York, NY 10001
  • 운영시간: 화-토 10: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benrubigallery.com

*18년 2월 28일 기준.

**http://100photos.time.com/photos/harold-edgerton-milk-drop

***http://100photos.time.com/photos/eadweard-muybridge-horse-in-motion

****갤러리 아티스트 소개 페이지 참조: http://benrubigallery.com/artist/75/jeffrey-mil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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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ning Out> 전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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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오른쪽은 회의실로 활용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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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왼쪽은 데스크와 작은 사무공간이 있다. 그 공간 벽면도 작품을 위해 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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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뒤쪽으로 보이는 통로가 프로젝트 별실 및 작품 보관고로 이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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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C Fifth Avenu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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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wick 2 Plane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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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공간에서 진행되던 패트릭 D. 파그나노의 <Empire Roller Disco>

#14. Paul Kasmin Gallery

Paul Kasmin 갤러리는 아트 딜러인 Paul Kasmin이 1989년 소호에 처음 문을 연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전후 및 미국 모더니즘 사조의 예술작품들에 집중하여 온 갤러리이다. 미술, 조각, 설치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을 대표하고 있으며 사진 전문 갤러리는 아니지만 티나 바니(Tina Barney), 로버트 폴리도리(Robert Polidori) 등의 사진가들도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갤러리 소속 작가 중에는 ‘LOVE’ 조각상으로 유명한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도 포함되어 있다.

Paul Kasmin 갤러리는 현재 첼시에 세 곳의 전시 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동시에 다른 전시들을 병행하기 때문에 여러 전시를 다양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게다가 2018년 말 첼시에 또 하나의 전시 공간을 열 예정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네 개의 서로 다른 전시들을 동시에 보여주게 될 것이다.

그중 이번에 찾아간 곳은 297 10번가에 자리한 갤러리로 10번가와 27번가가 만나는 사거리의 북서쪽 코너에 자리 잡고 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첼시 공원과 마주하고 있는 갤러리 공간은 그리 넓지는 않지만 높은 천장고로 탁 트인 느낌을 주는 직방형의 홀로 한쪽 구석에 직원이 근무하는 간이 책상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단출한 공간이다. 출입구가 있는 동쪽 전면 및 남쪽 벽의 일부가 유리이기 때문에 낮 시간에는 강한 햇살이 전시를 방해하지 않도록 블라인드를 내려 두었다. 책상 위에는 체크리스트와 전시 관련 자료 등이 함께 놓여 있다.

지금* 전시를 진행 중인 <Landscapes>는 미국 사진작가 티나 바니의 새로운 작품들로 그녀가 대형 뷰 카메라로 담은 풍경 사진들이다. 작품 수는 11점으로 많지는 않은데, 큰 사진은 긴 폭이 60인치 가까이 되는 대형 인화물들로 작가가 80년대 말과 2017년에 작업한 사진들을 함께 걸어 두었다.

바니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고, 속해 있던 미국 동부 최상류 층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잘 알려진 사진가이다. 가족, 친구들,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풍경에 대한 스냅들인데 작가 자신이 상황을 어느 정도 통제하며 사진을 담았다는 점에서 그녀의 작업은 네오-다큐멘터리 장르로 불리기도 한다.** 가족을 담은 첫 작업 이후 지금까지 사진가로서의 커리어를 이어 오는 동안 바니의 작업은 그 대상과 주제가 무엇이든 모두 인물을 담은 작업들이었다. 이는 지금까지 발표된 그녀의 많은 작품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전시는 그녀가 처음으로 보여 주는 풍경 사진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80년대 말 일부 풍경 사진을 시도했던 바니는 그 작업이 자신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고 느꼈고, 이후 최근까지 풍경은 그녀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2017년에 발간된 회고록 성격의 새로운 사진집****을 위해 예전의 네거티브들을 다시 살펴보던 중 오래전에 찍었던 풍경 작업들이 다시 그녀의 눈에 들어왔고, 이후 2017년에 새롭게 담은 사진들과 예전 사진들을 함께 이번 전시를 통해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사람이 아예 들어있지 않거나 (<Drive-in, 2017>, <Dusk, 1989>) 또는 있더라도 사람이 그저 거대한 풍경 안의 하나일 뿐이라는 점에서 작가가 지금까지 보여 줬던 인물 사진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하지만 그녀의 기존 작업들이 단지 인물 사진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계층(미국 동부의 상류층) 의식을 기저에 깔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번 작품들 또한 단순한 지리적 풍경이 아닌 바로 그 상류층 지역의 사회적 풍경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의 논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근 30년의 세월을 건너뛴 80년대 말과 2017년의 작품들이 체크리스트에 명기된 연도가 아니었다면 직관적으로는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이물감이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작가의 의도가 반영되었겠지만, 어찌 보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의 근본은 그리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덧붙이자면 이번 전시도 좋았지만 티나 바니라는 작가를 알게 되면서 찾아본 그녀의 예전 작업들이 나는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 특히 초기 작업인 <Family & Relations>와 <Theater of Manners>는 단순히 소재(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최상류 층의 생활)의 흥미로움뿐만 아니라 사진들이 품고 있는 묘한 긴장감이 작품을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그 긴장감은 단지 구성 때문일 수도 있고, 사진 속 인물들의 관계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다른 어떤 것일 수도 있다. 다만 그 연유가 무엇이었든 관람자의 시선에까지 와 닿는 긴장감의 기운이 그녀의 작품 전반에 녹아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큐멘터리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기록’이라는 순수한 언어적 의미에서 보았을 때 바니의 초기 작업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한 단면을 담고 있는 매우 훌륭한 기록이며 이는 작가 스스로 말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바니는 자신의 작업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상류층의 생활방식(to live with quality – in a stlye of life that has quality)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 자신의 작업들이 상류사회와 그들의 생활에 대한 질투심을 유발한다면 이는 자신이 아닌 보는 이가 문제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녀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가 ‘엘리트’라는 단어로 뭉뚱그려져 인식되는 것을 불쾌해했다.********) 그러니, 혹여나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그럴 분은 없겠지만, 고까운 시선 말고 순수한 눈으로 그녀의 작품들을 보며 즐거움을 느껴보길 바란다. 🙂

기본 정보

갤러리명: Paul Kasmin Gallery

주소: 293 10th Ave. / 515 W 27th St. / 297 10th Ave., New York, NY, 10001

운영시간: 화 – 토 10:00 am – 6:00 pm

웹사이트: https://www.paulkasmingallery.com

*18년 2월 27일 기준

**Tinay Barney & Andy Grundberg, <Tinay Barney: Theater of Manners>, Distributed Art Pub Inc., 1997, p. 253.

***가족, 친구들의 일상을 담은 <Family & Relations>, <Theater of Manners>와 유럽 상류층의 생활을 담은 <The Europeans>, 그리고 극단 Wooster Group의 모습을 담은 <Players> 등이 있다.

****<Tina Barney>, Rizzoli, 2017.

*****전시 보도 자료 및 작가 인터뷰 영상. (https://www.paulkasmingallery.com/exhibition/tina-barney–landscapes)

******전시 리뷰, David Rosenberg, <photograph>, March/April 2018, p.90.

*******Tina Barney, <Friends and Relations>, The Smithsonian Institution Press, 1991, p.6.

********Tinay Barney & Andy Grundberg, <Tinay Barney: Theater of Manners>, Distributed Art Pub Inc., 1997, p.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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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a Barney, <Landsca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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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간 날은 볕이 워낙 좋은 날이라 블라인드를 내려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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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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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e-i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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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th of July on Beach,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