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으로 생활하기

제목을 너무 거창하게 붙였나 봅니다.

저는 결혼할때 아내가 혼수로 올림푸스 뮤2 줌카메라를 가지고 시집 오던 필름 세대입니다.

제게 필름은
특별히 필름이 좋아서 필름을 고집하고 꼭 필름으로만 내 가족의 일상을 담아야겠다는 등의
거창한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사용하던 시스템을 계속 사용하는 자연스러움이였습니다.

학창시절 소풍 갈때에도 소풍가방에 아버지의 카메라를 빌려 갔었고,
아내와 데이트 할때도 장농에서 카메라를 꺼내 들고 갔었습니다.
결혼식 사진도 역시 모두 필름으로 담아져 있는 것이 당연했던 세대입니다.

결혼 후 디지탈 카메라의 보급으로 필름 카메라에서 갈아 탈 기회가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습니다.
게으르고 미루기 좋아하는 느린 행동 탓도 있지만 그 가격이면 예전부터 들이고 싶었지만
가격이 비싸 침만 흘리던 필름 바디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현상이 있어
오히려 디지틀의 열풍 속에서 저는 필름 바디를 여럿 들였다 내놓기를 반복하며 즐거워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흔한 디카 하나 없이 오로지 필름만으로 가족의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휴대하고 있는 스마트폰으로도 가볍게 많이 담습니다.
하지만 행사든 일상이든 메인은 여전히 필름입니다.
그것도 slr이 아닌 좀 더 불리하지만 이쁜(?) rf입니다.

필름으로 일상을 담을려면 적어도 감도가 800은 되어야 저녁에도 가능합니다.
집에 있는 카메라에는 항상 kodak tx를 한스탑 증감해서 세팅해 둡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셔터스피드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비일비재합니다.

행사에서 가족을 담을려면 90mm이상의 망원도 필요합니다.
사실 135mm 정도는 되어야 아이 얼굴이라도 제대로 잡을 수 있습니다만,
rf에서는 저는 90mm가 한계입니다.

지금은 사실 약간 고집같은 것이 생겨나 모든 생활에서 필름으로 다 해낼려고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생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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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에서 카메라를 자주 휴대하는 편입니다.
아이를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도, 오후에 데리고 오면서도,
태권도 하원차량이 도착해서 내리는 것을 마중 나가서도, 서점에 갈때도,
병원에 가서 치료 받을때도, 자전거 타러 나가서도,
이발하러 가서도, 체험하러 가서도, 등산 갈때도,
캠핑 가서도, 양궁장 가서도, 사격장 가서도, 업체에 방문해서도
가족 여행을 가서도 꼭 카메라를 휴대하고 나갑니다.
아이가 태어나 우리 가족이 늘어나기 이전부터 항상 함께하는 라이카 MP는 이젠 가족입니다.
(이젠 방출되고 없지만 바닷가나 수영장에서 방수팩 안에서 요긴하게 활약한 gr1v에게 감사를.)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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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게도 아내는 저녁식사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남편인 저를 기다렸다가 다 같이 식사를 하도록 합니다.
바삐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내가 저녁상을 차리기 전까지 약간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 시간은 자연스럽게 아이와 같이 놀이를 하는 시간이 됩니다.
웃고 화내고 짜증내고 다양한 상황이 제일 많이 일어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때론 저녁식사 중에도 사진을 찍습니다.
샤워할 때도 카메라를 꺼내서 찍습니다.
심지어 아이가 응가를 할때도 급습하여 사진을 찍습니다.
다 이쁩니다.
아빠 눈엔 하는 행동 모두 다 이쁘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러니 사진으로 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한계감도는 ISO800입니다.

 

[식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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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맛난 식당에 가서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습니다.
주로 흑백필름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가족도 그렇고 음식사진들이 거진 흑백입니다.
어쩔땐 이 음식의 본래색이 뭐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도 있습니다. ㅎㅎ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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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은 휴식겸 차 마실겸 카페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아내와 저는 잡지도 보고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며
그 시간동안 아이는 만화를 한편 보기도 하고 엄마랑 책을 같이 읽기도 하고
다 같이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한 낮에도 카페안은 감도 800으론 좀 버겁습니다.
하지만 손각대로 열심히 찍어 봅니다.
역시 흑백사진이 많지만 커피는 어짜피 블랙이니 괜찮다고 생각하며 넘어갑니다.

 

[행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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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식을 강당에서 했습니다.
가장 애정하는 35mm 크론과 90mm 망원렌즈를 챙겨서 출동했습니다.
제가 가진 90mm렌즈는 조리개 4.5의 엘마릿입니다.
강당에서 셔터스피드 확보는 역시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순 없습니다.
다행히 빛이 잘 드는 교실에서는 35크론으로 무리없이 잘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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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운동회에서는 다행히 셔터스피드 걱정없이 담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멀리 있는 아이를 담기엔 90mm론 좀 역부족 임을 느낍니다.
그래도 과감하게 치고 빠지면서 요령껏 잘 담아 봅니다.
옆에서 흰색의 긴 망원렌즈를 장착한 아빠들이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 봅니다.
모른척 얼른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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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심사가 아주 큰 실내 체육관에서 있었습니다.
실내라 셔터스피드도 안 나오지만 더 큰 문제는 거리입니다.
어찌나 멀리서 심사를 받는지 90mm가지고는 정말 택도 없습니다.
하지만 역시 열심히 전체 모습이라도 담습니다.
이래저래 핑개대면 끝도 없습니다.
나는 그저 이 카메라랑 이 렌즈 뿐이다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합니다.
그래서 좀 못나오거나 흔들려도 별 불평을 안합니다.
내가 가진 장비로 그 정도만 나와도 좋은 결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 못나오거나 흔들린 사진도 그 상황을 추억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사진들이기 때문입니다.

 

[비장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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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셔터스피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역광에서 주 피사체인 가족이 어둡게 나오고
해가 떨어지면 카메라를 꺼내기 두려웠던 지난 날들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전부터는 플래쉬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력 카메라인 라이카 MP에 물려서 사용하기 위해
라이카 SF-20을 제일 먼저 들였으나 부피를 너무 많이 차지하는 대다가
스트랩으로 메고 있으면 균형을 못잡고 자꾸 기울어져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고민하여 들인 것이 콘탁스 TLA200입니다.
요 녀석은 MP랑 메칭도 너무 좋고 크기도 작아 딱이였습니다.
광량도 크기에 비해 쎄서 사용하기 좋았습니다.

플래쉬를 사용하면서 역광과 실내에서도 좋은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실내 체험학습장 같은 곳에 가면 그 역활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작년엔 오래된 뮤2 똑딱이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역시 플래쉬기능이 요긴합니다.

leica mp, barnack III, ricoh gr1v, olympus mju2 zoom
kodak tx, ilford hp5+ d-76 1:1 자가현상
kodak potra400, fuji xtra400  업체현상
epson4870 자가스캔

B급 매니저님께서는 작년 한해의 매달 선정된 총 12장의 사진을 원하셨지만
저는 선택의 고민에서 머리 싸메고 헤메다가
결국,
2017년 작년 한해동안 일상에서 같이한 필름들을 다 꺼내 봤습니다.

말 그대로 필름과 함께한 저희 가족의 2017년의 기록을 고스란히 올립니다.

사진의 질이나 완성도 면에서 많이 떨어지는 사진일지 모르나,
저희 가족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한장한장의 추억이고 기록입니다.

이렇게 많은 가족의 얼굴이 노출된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은 처음입니다.

이렇게 필름으로만 찍는다는 것이 레트로가 유행인 요즘 세상에선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고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어려운 일도 아니여서
필름이 계속 생산되는 한 저는 하던대로 계속 이어갈 것 같습니다.

2018년 올해도
저랑 같이 필름으로 생활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시장 … 뒷길

나는 시장을 좋아한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지만 그래도 시장에서 사람도 구경하고 이것 저것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아직도 떡볶이도 튀김도 순대도 좋아하고 …

그러다 문득 … 사람도 없고, 물건도 없는 상점과 상점 사이, 건물과 건물 사이 이 공간엔 무엇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이번 봄에 부산에 학회차 방문 기회가 있었고, 매번 가는 국제시장, 그리고 깡통시장, 그리고 서면을 갈 때면 지난 번 부터 꼭 가고 있는 부전시장엘 다시 다녀왔다.  상점과 상점 사이, 그리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기웃거리면서 나름 유심히 담아보았다.

어떻게 보면 또 하나의 시장의 골목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 …  이 공간을 ………… 조심스럽게 담았다.

 

부평 깡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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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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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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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4일에서 4월 15일

부산 

부평깡통시장/국제시장/부전시장

시그마 SD quattro / art 30.4

리코GR1V 그 어설프고 아픈 첫 경험

오두막 시절.
초보인 나한테 분명 과분한데 측거점도 적고 핀이 나가는 경우가 많다! 오막삼이 좋다하던데…

오막삼 시절.
그래 바로 이거야~~!!!   몇년간 잘~~쓰다가 문득 카메라를 만졌으니 라이카는 한번 접해봐야지!

M9P 시절.
와~~우!!  신세경이닷!!!  출사 나가서 무거운 DSLR을 보면 왠지 좀 우습다, 어깨 힘이 들어간다.

또 다시 문득! 라이카 필름바디가 궁금하다.  M9P를 말도 안되는 가격에 정리하고 필름으로 달린다. 아~~~뭔가 있어 보인다. 자글자글한 이것이 그레인이란다. 와인딩 레버를 돌리는 내가 넘 멋지다.  레버의 감촉을 위해 M6에서 M7을 거쳐 MP까지 달렸다. 이제 필름바디 하나가 더 필요하다. 하나는 컬러, 하나는 흑백필름을 넣어 다녀야 하니까. 와우! 이것이 바로 죽기전에 한번은 써봐야한다는 M3!  그것도 birth year M3다.

이쯤 되고나니 판형이 깡패란다. 6군8매가 무슨 소용이랴! 필름하면서 중형쯤은 하나 있어야지! 이제 롤라이플렉스까지 생겼다. 아~~다 좋은데 화각이 아쉽다. 파노라마 카메라만 있으면 화각이 완성되겠는 걸.

드디어 완성이다.
필름바디 두대 + 롤플 + tx-1, 거칠것 없이 왔다. 이걸 다 매고 교토를 2박 3일간 누볐다. 완벽한 조합이다. 근데…무겁다. 한 손으로 틱틱 찍을수 있는 똑딱이 한대 있으면 24시간 들고 다니면서 찍을텐데.

이렇게 장만한 gr1v ! (special thanks to 우면산님 & quanj님) 그 첫 경험. 손에 쥐는 순간, 어! 이게 아닌데??  만듬새가 넘 허술해. 이게 사진이 찍힐라나? 그래도 피요님의 작례를 보고 용기를 얻어 안주머니에 늘 휴대했다. 일주일 간 사용하고 주말에 현상하여 드디어 그 첫 롤. 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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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든 장비의 첫 샷!
머그컵을 겨냥했는데 촛점은 도가니와 감자탕을 지나쳐 저기 침대에 맞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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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할머니 빨리 회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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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그림찾기, 만수동생(mansoobrother)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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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캔디드 카메라 했는데 잘못 전자서(겨누어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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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무실…내년엔 삼성이 10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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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잦다.
우산쓰고 한 손으로 찍는 맛!    바로 이맛 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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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스트 이빠이 함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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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각도 맘에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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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숲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는…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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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기없는 나도 전철샷이 가능하구나.  음화화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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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은 뭐하는 짜장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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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수욜 저녁 부부동반 송년회 모임, 마눌님이 한껏 차려입고는 갑자기 한장 찍어달라고 하신다. 얼떨결에 플래쉬까지 터뜨리며 찍어드렸는데 아직 흑백이라 말을 못했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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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점이 이상하게 조폭님의 허리부분과 휠체어 바퀴에 맞았다. 용문신만 비켜간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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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점심시간~~ (수술실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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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화면은 언제나 삐끕 본사와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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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비친 센텀시티가 아름답다.
그래 이런거 때문에 늘 휴대가능한 카메라가 필요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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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보람찬 하루일을 끝마치고서~~퇴근하니 맞벌이 하는 부인님은 아직 귀가 전이시고, 이 녀석이 만져달라고 배를 까뒤집는다.나의 플래쉬 세례를 받아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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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도 플래쉬 한방~~
플래쉬는 눈에, 촛점은 어디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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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리코 GR1V의 허접한 첫롤과 사용기!
고장이 잘 난다하니 정말 만지기가 조심스러워지고 언제 액정이 나갈지 조마조마하다~~ㅠㅠ
수동렌즈만큼 촛점이 안 맞는데 mode를 잘 조절하면 좀 더 좋아지겠지^^
화질, 화소수, 화일크기, 선예도, 아웃포커싱이 중요하냐, 가볍게 늘 들고 다니며 똑딱똑딱 찍는게 중요하냐~~

That is the question~!!!

RICOH GR1V + 400TX + Xtol + 9000ed

부산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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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장모님과 아내가 준비해준 생일선물 –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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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0시 기차를 타니 12시 반 쯤 부산역에 도착했습니다. 부산은 기차를 타고 가는게 정석이라지만, 요즘의 KTX는 비싸도 너무 비쌉니다. 대안이 없다는게 문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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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벽에 비친 부산시내를 돌아보며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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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잘나간다는 본전돼지국밥입니다. 처음 먹어보는데, 글쎄요, 타지인 입맛에 맞춘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덜 진하고, 그래서 덜 비리더군요. 맑은 국물이라는 느낌입니다. 배를 채우고 호텔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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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을 가로질러 중앙동 뒷길을 걸어올라 코모도호텔입니다. 한국적 인테리어 덕분에 외국인들이 많이 묵는다는데, 그다지 권하고 싶은 호텔은 아니었습니다. 시설이 낡았고 어딘가 왜색도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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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던져두고 영도로 향했습니다. 부산대교를 처음 건너며 내려다본 영선동은 많이 변해있었습니다. 어릴적의 기억들이 떠올랐지만 그 풍경을 찾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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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대 입구에서 다누비열차를 보고, 줄이 너무 길어서 걷기로 했습니다. ‘힘들다던데…’ 아내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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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40분 쯤 걸어 모자상에 다다랐습니다. 바다가, 파랗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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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0여 분 걸어 신선바위와 영도등대도 바라봤습니다. 여전히 파란 바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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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대교를 건너 동백섬으로 향했습니다. 통행료는 천사백원이지만, 빙 돌아서 갈 때보다 5천원은 절약된다는 기사님의 설명입니다. 높이가 굉장하던데 다리의 모양도 그렇고 라이트업하는 것도 어딘지 레인보우브릿지를 닮았습니다.

광안대교를 건널 즈음 해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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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는 수영만을 동백섬에서 보고 다시 해운대로 난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바다가 고요하게 잠들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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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것 사먹으라고 장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유명하다는 해운대 암소갈비를 먹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주말이라 생갈비가 떨어지고 없답니다. 양념갈비를 시켜봤더니 본수원갈비 보다는 양념이 덜 진하고 육질이 부드러웠습니다. 어디가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왠지 이쪽이 맘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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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달맞이고개에 올라 망원렌즈를 들고왔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광안대교는 무척 멀리에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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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는 어둠에 잠겨있었습니다. 모래를 살짝 밟아보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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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두 번이나 실패했다는 포차촌을 찾았습니다. 늘 자리가 없고 특히 단체손님이 앉기란 하늘의 별따기랍니다. 바닷가재를 많이 먹는 분위기가 낯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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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멍게를 시켰습니다. 멍게를 싫어하는 아내는 돌멍게가 맛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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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다 창 밖 그림자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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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의 시작은 감천문화마을입니다. 어릴 적 건물들은 그대로여도 분위기는 많이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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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올라 남들 다 찍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딘지 먹먹해져서 먼 풍경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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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집에서 밀면을 먹었습니다. 별 것 없는 음식인데 부산에 오면 먹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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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동네 구경을 하며 스템핑을 한 뒤 보수동으로 향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풍경은 언제나 설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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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오랜만에 보는 풍경입니다. 책을 책 그대로 읽어본 것은 더 오랜만인 것 같았습니다. 현대인들은 단문 위주로 글을 읽지만, 그 양은 과거보다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합니다. SNS, 신문기사, 각종 보고서 등 읽을게 많다는 뜻이겠지요.

그래도 책을 읽는 것만 ‘읽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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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에도 먹거리촌이 생겼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인가 봅니다. 제 기억 속의 국제시장은 보세를 팔던 골목이었는데요.

손가락 굵기의 떡볶이와 두툼한 오뎅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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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어묵에 갔습니다.
부산은 요새 어묵마케팅을 하나 봅니다. 국제시장 먹거리골목 중심에 어묵집들이 포진해있고, 영도의 삼진어묵은 부산역에 지점을 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사람이 정말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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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자갈치입니다. 어릴적에는 자갈치와 영도를 오가는 조각배가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통통배로 바뀌었는데, 통통배를 타고 고래고기를 먹던 기억이 어렴풋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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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의 꼼장어를 좋은데이와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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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한 잔 했겠다, 거나한 얼굴로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역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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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어릴적의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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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서울역의 뒷편으로 택시를 타러 갔습니다.

좌천동(더딘 시간속으로의 여행)

언젠가 우연히 보게된 사이트에서 미로처럼 좁은 골목길에 켜켜히 쌓인 세월과 소시민의 삶의 애환이 가득 담긴.. 그러면서도 무언가 살가운 느낌의 골목사진을 발겼했다.

그리고 그 사진들 말미에 ‘좌천동’이란 글자가 박혀 있었다.

‘좌천동??  여기 어디지? 분위기 정말 좋은데 조만간 꼭 가봐야겠다.’ 라는 결심 아닌 결심을 하게되었다.

처음엔 서울이나 경기도 어디쯤 붙어있는 동네일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좌천동을 검색하자 지도의 화면은 부산의 어느 지점에 화살표를 가리키고 있었다.

부산…멀다.. 물리적 거리도 멀지만 무엇보다 당시 여러 상황의 여의치 못함으로 인한 심리적 거리가 더 부담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속에 들어와 있던 그 정겨운 골목길 풍경이 나에게 계속 어서오라고 재촉하는 통에 나는 결국 어느 여름날 좌천동 좁디 좁은 풍경속에 서 있었다.

좌천동 – 부산 동구의 법정동으로 동네를 끼고 흐르는 소하천인 좌자천(左自川)에서 유래된 동명이라 한다.

긴세월 여러번의 행정 구역 개편으로 이웃한 범일동과 합치고 나눠질 정도로 인접해 있어서 실제 내가 다닌 골목들도 좌천동과 범일동에 걸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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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첫 인상은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느낌이었다.
이제는 많이 찾아볼 수 없는 어린 시절의 익숙한 골목길 풍경에 마음은 편안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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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쉬이 보기 힘든 프로판 가스배달집이나 난방용 등유를 파는 기름집을 보니 이곳의 시간은 골목바깥 세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듯 하여 정겨운 풍경에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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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좁은 골목길에 이렇게 집집마다 보일러며 장독이며를 내놓고 있다보니 골목은 더 좁아졌고 두사람이 나란히 다닐 수 없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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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마다 늘어져 있는 각양각색의 빨래들은 이곳이 여전히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누군가의 삶의 터전임을 말해주지만 문만 열면 마주하는 앞집과는 코앞이요.

골목길을 지나는 이에게 조차 삶의 속살이 창을 통해 훤히 내비치는 이곳의 환경은 외지인에겐 그 불편함의 정도를 예상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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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에 보는 연탄 보일러인가.. 연탄재 조차 쉽게 보기 힘든 시절인데…

그렇게 도시에서 온 이방인이 혼자 감성에 젖어 이골목 저골목을 다니던 중
어디선가 왁자한 소리가 들리길래 소리에 이끌려 찾아간 곳에는..

할마씨들이 그림맞추기 놀이 삼매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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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즈씨예~ 거 와 찍는데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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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다~ 보자 내 잘나왔나??”    “………….”

그렇게 할머니들 틈에 끼어서 훈수도 두고 재롱좀 떨다 코피두 한곱뿌 얻어마시고 다시 골목길 탐험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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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얼마나 겪었는지 그대로 드러나는 추억의 미원 진열대(?)  정말 오랜만에 본다.
그 밑에 추를 달아 계량하는 저울도 이젠 보기 힘든 골동품..

다시한번 이곳의 시간이 골목 바깥의 시간과 다르게 흘러간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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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의 골목길 탐험을 마치고 동네를 벗어나는 경계쯤에  일본식 적산가옥과 쌀집 간판뒤로 신식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가 새로움의 가치만을 추구하고 보다 크고 보다 높은 것들에 대한 열망만을 우선시하면서 반대로 오래되고 낡은 것들에 대한 존중은 결여되어 가고 있다.

이 사진만 봐도 고층아파트와 대비되는 오래된 가옥 둘중 어느 것이 보기 좋은가는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갈릴 것이다.

요즘들어 전국의 오래된 동네들마다 새롭게 칠을 하고 그림을 그려넣어 새상품처럼 바꾸고 관광지화 하는 사업이 엄청 늘어나는 것만 봐도 우리 사회가 우리의 지나온 삶의 시간을 어떻게 여기는지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오래되고 낡았다고 무작정 허물거나 바꾸는 것 말고도 있는 그대로의 삶의 흔적들을 보존할 방법을 같이 논의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낙후된 지역의 주민들의 불편한 삶을 그대로 방치해서도 안되겠지만 통영의 동피랑이나 부산의 감천동처럼 벽화를 그리고 채색을 새로 해서 관광객이 몰리는 현상역시 거주민들에겐 더 많은 불편함을 강요하는 행위인 만큼 삶의 질을 개선함과 동시에 자연스러운 시간의 흔적을 지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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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천동으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철길을 가로지르는 육교는 마치 현재와 골목의 다른 시간을 잇는 통로처럼 보인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나는 골목을 벗어나 현재의 시간으로 복귀하고 여전히 누군가는 조금 더딘 그 곳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