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의 밤, 그리고 봄에 처음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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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시간, 요이치 위스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오타루로 돌아왔지만 아직 해가 중천이다.

설렁설렁 시장을 한 바퀴 하면서 점심거리를 찾기로 했다.

오타루역 삼각시장을 지나 중앙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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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 한켠에서 흥미로운 곳을 발견했다.

쇼와(昭和) 30년대의 모습이라고 재연해 놓은 것.

쇼와시대가 1926년 부터라니, 1956년 경 북해도의 모습이다.

내가 알고 있는 우리의 50년대를 떠올려보니 다시금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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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지나 운하 근처로 가자 지붕에 쌓인 눈을 치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일사분란한 모습이 숙소 근처 주택가에서 개별적으로 눈을 치우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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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쑥하게 차려입은 듯한 오타루 운하와 오랜동안 내린 눈으로 겹겹이 쌓여 본래의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고 있는 운하 주변 풍경이, 나에게는 의뭉스러운 분위기로 다가왔다.

그 시절 번성했던 운하의 모습을 잠시 상상할 뿐, 이리저리 관광객들과 지나치게 되는 운하주위를 한동안 걷다가 곧 자리를 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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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조노 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짧은 시간 동안 해는 넘어가 버리고, 다시 눈발이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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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 메인 라인을 따라 철길 아래에 그럴싸하게 보이는 사케집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죄송합니다. 예약하지 않았으면 자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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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걸음으로 가게를 찾아다니는 현지인들을 따라가봐야 매번 허사였다.

계속되는 눈발에, 인적이 드문 구시가지라고 만만하게 본 값을 다리가 대신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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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눈밭에 푹푹 빠지는 언 발의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앞을 가리는 눈발은 낯선 도시의 속살로 인도하는 투명한 지도였고, 눈밭에 푹푹 빠지는 언 발은 익숙한 경험자들의 발길을 음미하는 이정표와 같다.

그렇게 의도하지 않게 하나조노의 골몰을 하나하나 탐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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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걷다가 문득, 처음 이 길로 들어섰을 때 무심코 지나친 가게, はつ花 (はつはな) 쪽으로 다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미진 그곳이라면 왠지 자리가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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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자로 열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다찌 자리와 뒷쪽 다다미 자리 몇개가 있는 작은 가게.

짧은 다찌쪽에 자리를 잡았다.

히터가 있는 안쪽자리에서 여주인이 뽑아주는 생맥주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동네 손님.

한모금 깊게 내 뿜는 담배연기가 はつ花의 분위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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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벽에는 2011년 지역신문에 소개된 주인장의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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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내놓는 오뎅은 한 국물에서 나왔지만 제각각 잘난 식감을 자랑하듯 입안을 요란하게 하고, 따뜻한 사케는 언발을 지나 심장 언저리까지 온기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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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속의 남자 주인장 모습이 궁금할 때쯤 어디선가 홀연히 스스로의 술잔을 들고 나타난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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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 주인장이 서로 공손하지만, 오히려 더 분위기를 잡고 있는 주인장의 포스가 재미있다.

마치, 영화 “자토이치”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작은 선술집에서 서빙을 보고 있던 악당 오야붕의 모습이 떠올라 혼자 유쾌한 상상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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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타루, はつ花의 밤이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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はつ花 (はつはな)  :  봄에 (철이 되어) 처음 피는 꽃 (네이버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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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계속…>

 

 

 

 

 

시선

같은 곳을 여행한 사진가들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담은 사진들을 모아서 보고 싶었습니다. 동선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어서 함께 떠났지만 조금씩 다르기도 했고 같기도 했습니다. 가지 못한 곳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걸었던 길에 남은 시선을 느껴보는 것은 여행을 추억하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믿습니다.

[사진가 김용준, 삿뽀로, 2018.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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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서원호, 오타루, 2018.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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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조금주, 오타루, 2018.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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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김용준, 요이치, 2018.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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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김용준,  2018.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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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조금주, 비에이, 2018.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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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사진 기꺼이 제공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Yoichi, Hokka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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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었지만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고, 시야를 가리는 눈발 때문에 더 흐려보이는 날씨는 설국의 분위기를 한껏 우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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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역에서 대기하고 있는 기차는 목욕 거품을 뒤집어 쓴 사이보그의 얼굴 같다.

어제보다 더 많이 내리고 있는 눈이지만,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는 이유는 꼭 가야만 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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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는 승객들.

외국인 여행자, 내국인 여행자, 현지인

긴 머리, 짧은 머리, 긴 머리

포갠 손, 깍지 낀 손, 깍지 낀 손

배낭, 배낭, 핸드백

음… 또 뭐가 더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몇 컷 셔터를 더 누를 때 쯤, 내 옆에 앉아 있던 저 백인 남자의 일행이 자기 일행을 촬영하는 그런 나를 보고 킥킥 웃음을 보였다.

그 친구와 눈을 마주친 다음 같이 웃고는, 다시 맞은 편 풍경 몇 컷을 더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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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실 문이 객실과 바로 연결돼 있는 것이 흥미롭다. 심지어 문도 열려있고.

메텔은 없지만, 눈으로 뒤덮인 행성에 도착한 은하철도 999를 탄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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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깬 그도 내 카메라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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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남자이자, 외국인 여행자이면서, 긴 머리의 포갠 손으로 배낭을 안고 있던,

내 옆자리의 일행인 맞은 편 그에게 사진을 한 장 찍자고 한 다음,

필름 카메라 셔터를 눌렀지만 마지막 컷에 걸린 듯 셔터가 더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세로로 무지개를 만들어서 호주 사람인데도 이태리나 프랑스 사람같은 느낌이랄까?

요이치에 멋진 위스키 증류소가 있다고 했는데도 자기들은 더 가야할 곳이 있다고 했다.

뭣이 중헌지 모르는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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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치역의 아침은 한산했지만, 여전히 바람과 눈이 뒤섞어 붐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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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을 알리는 은하철도 999 차장의 호루라기 소리가 냉냉한 공기속에서 마치 환청처럼 그렇게 들리는 것 같다.

“요이치에서 위스키 한 병을 다 드시면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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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을 얻으면 저런 표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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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치역에서 목적지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작은 사거리를 하나 지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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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서둘러야했던 이유.

요이치 니카 위스키 증류소.

존 스노우가 그랬지. 윈터 이즈 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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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이즈 커밍.

플리즈 깁미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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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 위스키

니까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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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시음장 바텐더의 여유로움에서 고수의 체취가 느껴진다.

“여어~ 낮술하러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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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제임스 본드의 거만한 자기 소개처럼,

마이 네임 이즈 니카, 니카 요이치 몰트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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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느낌은 마치 아일레이 몰트 위스키처럼 강한 피트감이 입술을 자극하지만, 곧 부드러운 감촉이 침샘 주위를 감싸 돈다.

그 유연한 손목 스냅으로, “더블같은 한 잔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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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안심이다. 나만 아침부터 퍼마시고 있는 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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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치는 아침에 올만 하다.

아니, 아침에 와야만 한다.

뜬금없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에서 데보라를 위해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린 누들스가 데보라와 나누던 대사가 떠올랐다.

“얼마나 기다렸어?”

“평생을 기다렸지”

시음장 한 쪽에 난 통유리에 기대어 깊게 한 모금 삼키니 세상을 통째로 빌린 것 같은 행복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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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잠시 머물다가 떠나게 되는 니카 위스키 증류소 주변은 도착할 때와는 달리 갑자기 평온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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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앤 위스키 때문인지

더 고즈넉해 보이는 요이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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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계속…>

 

 

 

 

Sapporo, Hokka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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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  창밖으로 보이는 베트남 항공으로 갈아 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혹한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는 이곳의 시간도 부족해서 어쩌다가 내가 홋카이도행 비행기에 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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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이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해 상공에서 한마리 티라노사우루스를 발견했다. 티라노 사우루스도 추위에 떨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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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이 홋카이도의 설경을 예고하는 듯 끝없이 펼쳐져 있다.                          기내식이라도 나온다면 헛헛한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기라도 하련만. 야속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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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을 대신한 맥주는 허전한 마음을 더 싸늘하게 가라앉힐 뿐이다. 평소보다 더 부풀어 오른 거품이 설국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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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이나 러브레터 같은, 이제는 그다지 머리 속에 많이 남아있지 않은 희미한 이미지들을 조합해보았지만 그 시절 느꼈던 아련한 감정이 다시 생기지 않았었는데, 홋카이도를 실제 눈으로 확인하자 가슴 한쪽 아래가 뜨듯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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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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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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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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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나도 설국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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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의 라멘국물을 마시지 않은 자, 아직 설국의 일원이 아니지.                                                  산넘고 물건너 바다 건너셔셔셔, 원조라멘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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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를 자처하는 여러 내공있는 가게들의 원조라멘 골목도 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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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오늘은, 대관람차 근처에 있다는 외딴집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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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 소라(Ramen Sora)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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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Ramen, No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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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생을 빼고 적당히 끼니를 떼울 생각을 하지마.

천국보다 낮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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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초가 들어간 매운 라멘이다. 깊은 육수맛이 뒷골 저 어디메의 한 곳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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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 라멘을 먹었으니 이제 본격 설인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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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오버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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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동하듯, 사선을 몰아치는 눈바람을 뚫고 도착한 곳. 삿포로 맥주 박물관.

도대체 얼마나 마실려고 박물관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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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을 나타낸다는 삿포로의 붉은 별은, 하이네켄의 붉은 별과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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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의 상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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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잘하지 못하는 성격탓에 두어잔 마셨는데도 취기가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핫셀블러드 X1D의 자태가 더욱 아름다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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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판을 돌고 나면 다소 느끼해지는 징기스칸 요리를 위한 팁.

“와사비와 아리마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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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와 아리마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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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와… 오갱끼데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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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와 아리…아, 아리마셍. 와따시와 갱끼데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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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가는 길, 오타루.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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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月 2018

北海道

ほっかいどう D-12

삿포로 예비모임 2018.1.13

벌써 반년전? 쯤이군요.
삿포로 겨울 출사를 진행 하시는걸 보고 꽤 많이 부럽다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자영업자라서 내가 저길 갈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악마같은)Starless 님께서 저에게 그러셨죠

`우리같은 술꾼은 꼭 가야할 곳이야!’

마침 개인적인 비보도 있었고 바람좀 쐬러 자주 가는 제주도는 슬슬 지겹고
(그러면서 2월에 또 간다죠? ㄷㄷ)
그냥 못먹어도 Go!

그렇게 시작된 출사 준비가 하나둘 착착착 진행이 되더니
결국 이렇게 오늘 예비모임도 하게 되었습니다.
누추한 공간에 참석해주신 모든 회원님들께 감사합니다.
특히나 여행 준비로 진두지휘 하고 계신 Starless , Human 두분께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제 12일 정도 남았는데 (오늘이 딱 D-12 더군요)
2주 후에는 신나게 일본 여행기를 올릴 그날이 오길 바랍니다.
모두 건강히 1월25일에 만나요

p.s 오늘 제비 뽑기 하신 두 형님의 표정을 잊을수가 없을거 같습니다 ㄷㄷ

 

리타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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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札幌)에서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전날 쿠시로(釧路)를 떠나 밤 늦게 도착한데다 열흘 가까이 누적된 피로가 상당했지만 일찍부터 길을 서둘렀습니다. 홋카이도(北海道)를 계획하며 꼭 들러야겠다 생각했던 요이치(余市)에 가는 날이었습니다.

요이치는 삿포로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소도시로, 일본의 양대 주류 회사 중 하나인 닛카위스키(ニッカウヰスキー)의 요이치증류소(余市蒸溜所)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당주 다케츠루(竹鶴)씨와 리타(Rita)여사의 사랑이라던가, 쇼와(昭和)시대에 대한 일본인들의 향수로 인해 종종 드라마에 나오는 곳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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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는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라는데, 홋카이도의 다른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정취를 풍겼습니다. 획일적으로 그어진 구획과 도심을 가득 채운 지나치게 큰 건물은 어딘지 삭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는데, 외곽은 외곽대로 쇠락한 분위기를 풍겨서 또 다른 의미에서 삭막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어쨌든 길을 점령한 까마귀들과 – 듣던대로 거대하더군요 – 쇠락한 부심을 돌아보며 기차를 타고 오타루역(小樽驛)에 도착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남아 역사 앞을 서성이다 요이치행을 타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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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치행 열차에는 이벤트 칸이 있었는데, 홋카이도에 사는 동물들로 장식된 좌석이 있었습니다. 뭔가 즐거운 기분으로 앉아서 풍경을 구경하다가, “이곳은 포토존입니다.”라는 설명을 듣고 본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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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에서 요이치로 이어지는 해안선은 태평양을 바라보며 달립니다. 동쪽 끝에서 본 태평양을 떠올리다보니 어느새 요이치역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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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타케츠루 마사타카(竹鶴 政孝)씨는 스코틀랜드에서 유학했는데, 스카치 위스키에 반해 스스로 위스키 생산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스코틀랜드와 환경이 가장 비슷한 곳을 찾아 일본 전역을 헤매다, 1934년 요이치에 증류소를 짓고 위스키를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당시의 공장들은 지금까지도 남아 그 당시 공법 그대로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스코틀랜드에서도 중단한 석탄 증류 방식을 요이치에서는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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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동, 당화동, 발화동으로 이어지는 시설들을 구경하고 리타 하우스(Rita House)에 도착했습니다. 리타여사는 다케츠루씨가 유학 중 만난 일생의 사랑입니다. 다케츠루씨는 아내를 위해 스코틀랜드의 집을 그대로 일본까지 가져왔다고 하는데, 이 집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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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여사는 이곳에 살면서 남편과 함께 위스키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종과 하루를 마치는 종을 손수 울렸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요이치에서는 “리타의 종”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아침 저녁 종을 울린다고 합니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요절했지만 리타여사가 없었다면 닛카도 없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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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떤 여성이길래, 라는 기분으로 두 사람의 사진을 들여다봤습니다. 낡은 흑백사진 속에 한 여성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딘지 그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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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고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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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건물 앞, 아이가 기웃거리는 모습을 쫓아 건물안에 들어서니, 한켠에 쌓인 캐스크(Cask)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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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로 구분된 캐스크들을 들여다보다,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익어갈 위스키의 맛이 궁금해졌습니다. 저 술이 익을 때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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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치증류소에서는 두 곳의 시음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일 세 종류의 닛카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무료 시음소와 빈티지 및 상위 라인의 현행들을 마실 수 있는 유료 시음소입니다. 유료라고 해봐야 싱글샷 기준 빈티지가 700엔, 현행 300엔의 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입니다.

무심코 유료 시음소에 갔더니 노(老)바텐더가 “무료 시음소를 먼저 들러주세요.”라고 하셨습니다. 좋은 술을 나중에 맛보라는 뜻인가보다, 생각하며 무료 시음소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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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시음소 안에는 세 종류의 위스키가 담긴 수 백개의 글래스와 미즈와리(水割り)를 위한 물, 언더락을 위한 얼음, 우롱차가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 종류의 위스키 당 한 잔을 권장한다고 써있지만 더 마신다고 제재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방문했을때는 수퍼 닛카(Super Nikka)와 퓨어 몰트(Pure Malt), 올 몰트(All Malt)가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기꺼운 마음에 싱글과 언더락을 한 잔씩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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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싱글로 수퍼 닛카를 한 잔 더 청해 요이치의 풍경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향기로운 위스키의 향과 요이치의 정취에 속절없이 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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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의 판매소에서 요이치 12년과 싱글 몰트, 수퍼 닛카를 한 병씩 구입하고 유료 시음소로 향했습니다.

빈티지를 청하고 老바텐더의 닛카 얘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요이치 12년은 요이치증류소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데, 하루 100병 한정으로 판매한다고 하셨습니다. 닛카 위스키 중 유일하게 요이치의 보리와 물과 공기로만 빚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잘 구입한거라는 칭찬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다케츠루조차 센다이(仙台)의 보리로 빚는다고도 하셨습니다.)

술이 오르기 시작해 인사를 드렸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또 오겠습니다, 건강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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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에 돌아와 삿포로맥주박물관(サッポロビール博物館)으로 향했습니다. 요이치의 향취에 충분히 취해있었지만 삿포로에 와서 삿포로맥주를 마시지 않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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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쉬는 날이었지만, 다행히 비어 가르텐(Beer Garten)은 정상영업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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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분위기를 뽐내는 거대한 홀에서 두 종류의 양고기 징기스칸과 맥주 무제한 메뉴를 맛봤습니다. 양고기를 무척 좋아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삿포로 생맥주의 맛은 두 말할 필요가 없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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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하게 취해 시내 중심가에 도착하니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이대로는 아무래도 아쉬워 스미레 삿포로혼텐(すみれ 札幌本店)을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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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선배님의 표현을 빌자면, “면과 미소 수프만으로 승부한지 51년 된” 라멘집입니다. 교토(京都)점은 여러번 갔었지만 본점은 처음이었습니다. 얼마나 차이가 날까 기대반 의구심반이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불허전이란 이런데 쓰는 말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미소(味噌)와 시오(しお)라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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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배를 두들기며 전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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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 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날, 호스텔 복도에서 꽤 맘에 드는 격언을 발견했습니다.

“Eat Well Travel Often”

어쩌면, 인생의 격언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그래야겠다,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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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챙겨 특급을 타고 하코다테(函館)역으로, 다시 수퍼하쿠초(スーパー白鳥)로 갈아타고 신아오모리(新青森)역에 도착했습니다. 잠깐 시간이 남아 역 안을 구경하고 신칸센(新幹線) 하야부사(はやぶさ)를 타러 갔습니다. 아오모리까지 와서 사과 한 조각 못먹고 가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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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종착지 도쿄((東京)행 열차에 올랐습니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