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령공주의 섬

2015-05-01 10.39.14_DSC1897001119

야쿠시마(屋久島)는 일본 남서쪽 80km 해상 – 태평양과 동중국해가 교차하는 곳에 위치한 섬입니다. 제주도의 1/4 정도의 작은 크기지만, 1,936m의 미야노우라다케(宮之浦岳)를 품고 있고, 7,200년을 살아온 조몬스기(縄文杉)가 인간의 역사를 지켜보고 있는 곳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もののけ姫)의 실제 무대이기도 한 야쿠시마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야쿠시마까지는 직항이 없고, 일본 내에서도 야쿠시마행 비행기를 운영하는 공항이 적습니다. 편수도 많지 않구요. 그래서 루트가 조금 복잡했는데, 한국에서 후쿠오카(福岡)로 간 뒤 가고시마(鹿兒島)로, 마지막으로 가고시마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여정이었습니다.

2015-05-01 11.10.23_DSC1901001117

새벽부터 잠을 설치고 아침 9시 5분 비행기를 타니 10시 20분에 후쿠오카에 도착했습니다. 후쿠오카공항은 일본 공항 중 가장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일본)국내선 터미널이 국제선보다 크다는데, 아마 일본인들이 휴양을 많이 오는 곳이어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2015-05-01 11.21.23_DSC1911001064

버스를 타고 15분 쯤 하카타(博多)역으로 달렸습니다. 교토의 좌석버스보다는 좀 작고, 어딘지 입석버스라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2015-05-01 12.54.36_DSC1926001066

에키벤(駅弁)을 사고 가고시마행 신칸센(新幹線)에 올랐습니다. 신칸센은 꽤 넓고 쾌적했는데, 가격을 생각하며 당연한 것이겠습니다. 뭐 그래도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2015-05-01 13.32.59_DSC1939001118

 

 

2015-05-01 13.38.17_DSC1945001070

가고시마까지는 한 시간 남짓이었습니다. 창밖으로 낮은 산과 바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온천이 유명한 곳이니 화산들도 섞여있을 것 같았습니다.

2015-05-01 14.18.26_DSC1952001071

가고시마추오(鹿児島中央)역에 도착했습니다. 역 건물 위로 대형관람차가 보이는 모습을 뒤로 하고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시간에 맞춰 야쿠시마행 페리를 타러 가야 했습니다.

2015-05-01 15.13.56_DSC8188001074

 

 

2015-05-01 15.13.05_DSC8187001073

가고시마 선착장에서는 가까이 사쿠라지마(桜島)가 보였습니다. 2013년 분화한 활화산입니다. 화산재가 5천미터 가까이 솟았다는데 한번 쯤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5-05-01 18.26.20_DSC8203001075

한국으로부터 꼬박 9시간의 여정 끝에 야쿠시마를 처음 마주했습니다. 하늘은 야쿠시마에 다가가며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섬의 중턱 위로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려운 생각이 잠깐 들었던 것 같습니다.

2015-05-01 18.43.34_DSC8221001076

선착장에는 세계자연유산이라는 플래카드가 특산인 날치 그림과 함께 붙어있었습니다. 렌터카를 찾고 부지런히 숙소로 향했습니다.

2015-05-01 18.48.43_DSC8223001077

예정보다 1시간 가량 더 걸린 탓에, 미용실에 가지 못했습니다. 엉뚱한 얘기지만, 야쿠시마에서 머리를 자르려고 예약해뒀었거든요. (야쿠시마가 좋아서 10년 전 낙향한 여성 마스터가 운영하는 곳을 찾아냈었습니다.)

어쨌든 긴 하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2015-05-03 10.52.28_DSC1997001079

야쿠시마에서의 첫날은 동네 산책으로 시작했습니다.

2015-05-03 10.52.56_DSC1998001080

 

 

2015-05-03 10.53.19_DSC1999001081

 

 

2015-05-03 10.51.25_DSC1992001078

일본답게 작고 깨끗한 마을 풍경은 먼 야쿠시마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소박하고 조용한 마을을 걸은 후 차를 타고 센피로폭포(千尋滝)를 보러갔습니다.

2015-05-03 11.45.35_DSC9061001101

센피로 폭포는 “못초무다케(モッチョム岳) 기슭의 거대한 화강암 암반을 다이노강(鯛之川)이 깎아서 장대한 V자 계곡의 경관을 만들어낸 것으로 폭포의 높이는 약 60미터입니다. 중앙으로부터 대량의 물이 흘러 떨어지는 야쿠시마(屋久島)를 대표하는 폭포 중 하나입니다. 폭포의 왼쪽에 있는 암반은 마치 1,000명이 손을 잡은 정도의 크기라고 해서 센피로의 폭포(千尋の滝) 라고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출처. 규슈관광정보)

2015-05-03 12.11.14_DSC9080001102

 

 

2015-05-03 12.11.36_DSC9081001103

멍하니 폭포를 바라보다 기념사진을 찍고 원시림 사이를 지나 작고 예쁜 샵 호누(HONU)로 향했습니다.

2015-05-03 12.22.28_DSC2004001082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호누는 야쿠시마의 조개껍질, 돌, 삼나무 조각 등을 이용해 작고 예쁜 물건들을 만들어파는 곳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일찌감치 야쿠시마에 자리를 잡고 기념품을 만들어 팔거나, 쉬는 날에는 서핑을 다니면서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Gone Surfing 팻말 보이시죠?)

입구에서는 이루카(イルカ)라는 이름의 댕댕이가 손님을 반겼습니다. 이루카는 돌고래라는 뜻입니다.

2015-05-03 12.23.24_DSC2007001083

 

 

2015-05-03 12.25.23_DSC2008001084

 

 

2015-05-03 12.27.23_DSC2009001085

 

 

2015-05-03 12.31.15_DSC2014001087

 

 

2015-05-03 12.32.21_DSC2016001088

맘에 드는게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거북이 기념품과 조몬스기 유화 한장을 구입하고 인근의 도자기 공방으로 향했습니다.

파란색 유약을 잘 다루는 것 같은 공방은 예쁜 그릇들로 가득했습니다.

2015-05-03 14.39.39_DSC2056001094

 

 

2015-05-03 14.38.00_DSC2045001092

 

 

2015-05-03 14.36.34_DSC2038001090

 

 

2015-05-03 14.37.42_DSC2044001091

 

 

2015-05-03 14.34.37_DSC2037001089

문 앞의 부처님께 인사를 하고 히라우치(平內) 해중온천을 보러갔습니다. 입욕료 대신 기부금 100엔을 내면,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해수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2015-05-03 15.17.37_DSC9133001111

 

 

2015-05-03 15.09.06_DSC9114001105

마침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할아버지들과 남녀 관광객이 온천을 하고 있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남녀혼탕이었는데, 알몸으로 서로 얘기를 주고 받으며 눈길을 피하거나 하지 않더군요. 별로 가리지 않는 모습이 이채로워 보였습니다. 카메라는 내려두고 잠시 발을 담그고 돌아섰습니다.

 

다시 길을 서둘러 오코노타키(大川の滝)를 보러갔습니다.

2015-05-03 15.44.06_DSC9137001107

 

 

2015-05-03 16.11.11_DSC9169001113

갑자기 굵어진 빗줄기 속을 걸어 일본 10대 폭포에 들어간다는 오코노타키를 만났습니다. 88미터라는 높이도 그렇지만, 풍부한 수량과 엄청난 소음이 대단했습니다. 용소 바로 앞에까지 다가갈 수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구요.

2015-05-03 16.17.30_DSC9176001108

또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유도마리온천으로 향했습니다.

2015-05-03 17.09.34_DSC2072001099

유도마리온천은 히라우치와 마찬가지로 해중온천이었습니다만, 좀 더 아늑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온천 입구에서 마주친 냥이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인사를 건네왔습니다.

2015-05-03 16.57.52_DSC2060001096

 

 

 

2015-05-03 16.58.11_DSC2062001097

 

 

2015-05-03 16.58.26_DSC2064001122

이 곳은 탕의 가운데에 칸막이를 세워 남녀탕을 구분하고 있었습니다. (칸막이 한쪽에는 女, 반대편에는男이 새겨져있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지만, 어쨌든 히라우치온천과 달리 혼탕은 아니라는 뜻인 것 같았습니다.

2015-05-03 17.01.51_DSC2071001121

잠시 발을 담그고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to be continued

광고

ほっかいどう D-12

삿포로 예비모임 2018.1.13

벌써 반년전? 쯤이군요.
삿포로 겨울 출사를 진행 하시는걸 보고 꽤 많이 부럽다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자영업자라서 내가 저길 갈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악마같은)Starless 님께서 저에게 그러셨죠

`우리같은 술꾼은 꼭 가야할 곳이야!’

마침 개인적인 비보도 있었고 바람좀 쐬러 자주 가는 제주도는 슬슬 지겹고
(그러면서 2월에 또 간다죠? ㄷㄷ)
그냥 못먹어도 Go!

그렇게 시작된 출사 준비가 하나둘 착착착 진행이 되더니
결국 이렇게 오늘 예비모임도 하게 되었습니다.
누추한 공간에 참석해주신 모든 회원님들께 감사합니다.
특히나 여행 준비로 진두지휘 하고 계신 Starless , Human 두분께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제 12일 정도 남았는데 (오늘이 딱 D-12 더군요)
2주 후에는 신나게 일본 여행기를 올릴 그날이 오길 바랍니다.
모두 건강히 1월25일에 만나요

p.s 오늘 제비 뽑기 하신 두 형님의 표정을 잊을수가 없을거 같습니다 ㄷㄷ

 

사이묘지, 진고지 西明寺 神護寺

고잔지(高山寺)를 벗어나 사이묘지(西明寺)가 있는 마키노오(槇尾) 방면으로 걸었습니다. 별도로 인도가 있지 않은 탓에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느긋하게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도로의 차들도 적절히 속도를 줄이고 조심스레 지나갔습니다.

20171125-DSC016252

 

20171125-DSC016381

과연 단풍 명소답게 표지판에도 단풍 그림이 그려져있었습니다. 일본인들은 이런걸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기자기하고 귀엽지만 촌스럽지 않은 느낌입니다.

20171125-DSC016251

숲과 나무의 풍경은 화려함보다는 어딘지 쓸쓸한 분위기였습니다. 바짝 마른 나무의 색과 바랜 단풍의 색이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20171125-DSC016361

 

20171125-DSC016661

 

20171125-DSC017471

10여 분을 걸어 사이묘지로 이어지는 붉은 다리를 만났습니다. 도리이(鳥居)의 붉은색을 떠올리며, 제례적 의미는 같은 것일까, 궁금해졌습니다.

20171125-DSC016751

 

20171125-DSC016761

 

20171125-DSC016883

사이묘지는 아주 작은 곳이었습니다. 10여 분 정도면 돌아볼 크기였습니다. 경내 이곳 저곳에 세워둔 석등이 자꾸 눈길을 끌었는데, 역시나, 석등이 이 절의 상징이라고 했습니다.

20171125-DSC016971

 

20171125-DSC016885

 

20171125-DSC017051

 

20171125-DSC017061

닌나지(仁和寺)의 긴 회랑에서 보이던 액자정원을 발견했습니다. 두 칸에 불과했지만, 나름 운치있는 풍경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20171125-DSC017181

 

20171125-DSC017211

건물 하나는 다실로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저곳에 앉으면 어떤 풍경일까, 궁금했지만 길을 재촉하기로 했습니다.

20171125-DSC017241

 

20171125-DSC017291

 

20171125-DSC016882

절 앞의 석등들에 일일이 손을 대보고 돌아섰습니다.  이제 진고지(神護寺)로 가는 길입니다.

20171125-DSC017441

 

20171125-DSC017491

 

20171125-DSC017511

 

20171125-DSC017521

 

20171125-DSC017551

 

20171125-DSC017561

 

20171125-DSC017571

 

20171125-DSC017591

 

20171125-DSC019841

계곡을 따라 조금 더 걸어 진고지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멀리 물가에 놓인 평상들이, 화려했을 여름날을 떠올렸습니다. 왁자지껄 모여앉아 잔을 기울였겠지요. 폭이 좁은 강에 놓인 다리를 건너 길을 걸어 올라갔습니다.

20171125-DSC017711

 

20171125-DSC017831

 

20171125-DSC017861

 

20171125-DSC017890

 

20171125-DSC017971

 

20171125-DSC018031

두어 개의 찻집을 지나쳐 낙엽을 태우는 풍경을 만났습니다. 무작정 서 있는 사람들 곁에 서서 한동안 연기를 구경했습니다. 냄새도, 풍경도 근사했습니다.

20171125-DSC018161

 

20171125-DSC019571

산비의 세 사찰 중 진고지가 가장 큰 절입니다. 그대로 자연에 융화된 듯한 고잔지와 작고 아담한 사이묘지에 비해 웅장하고 남성적입니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엔랴쿠지(延曆寺)와도 무척 닮아서 같은 시대에 지어진 것인가 궁금해졌습니다.

20171125-DSC018391

 

20171125-DSC018501

대웅전에 들러 부처님을 뵙고 경내를 천천히 거닐었습니다.

20171125-DSC018541

 

20171125-DSC018571

 

20171125-DSC018661

 

20171125-DSC018761

 

20171125-DSC018851

 

20171125-DSC018901

 

20171125-DSC018911

 

20171125-DSC018981

 

20171125-DSC019031

 

20171125-DSC019041

 

20171125-DSC016881

 

20171125-DSC019101

 

20171125-DSC019150

숲으로 난 길을 따라 한무리의 사람들을 따라가니 가와라케나게(かわらけ投げ)를 할 수 있는 곳이 나왔습니다. 가와라케나게는 질그릇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것인데, 깊은 계곡을 향해 멀리 던질수록 좋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20171125-DSC019152

전망대에 서서, 사람들과 함께 질그릇을 던졌습니다.

다른 소원이 있을리가 없습니다.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기를 빌었습니다.

20171125-DSC019251

 

20171125-DSC019261

 

20171125-DSC019262

 

20171125-DSC019331

 

20171125-DSC019461

 

20171125-DSC019471

 

20171125-DSC019511

길을 되짚어 내려왔습니다. 진고지는 다른 두 절에 비해 상당히 높은 곳에 있는 탓에 내려가는 계단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20171125-DSC019581

 

20171125-DSC019652

올라올 때 보아둔 찻집에 들렀습니다. 만추의 분위기를 한껏 느끼고 싶었습니다.

20171125-DSC019655

풍경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특산인 모미지(紅葉)떡과 맛차(末茶)를 주문했습니다. 주인할머니가 함께 내주신 모나카는 그리운 맛이었습니다.

20171125-DSC019661

 

20171125-DSC019681

 

20171125-DSC019691

 

20171125-DSC019551

잠시 바람소리를 듣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20171125-DSC019891

 

20171125-DSC019941

 

20171125-DSC019971

 

20171125-DSC019981

 

20171125-DSC020001

 

20171125-DSC020091

 

20171125-DSC020101

 

20171125-DSC020051

 

20171125-DSC020121

 

20171125-DSC020141

길을 되짚어 사이묘지를 멀리서 바라보며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버스에 올라, 언젠가 녹음이 가득한 여름, 혹은 눈 쌓인 겨울에 찾아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to be continued

주말여행

20171124-DSC011751

올해는 교토(京都)를 가보지 못하나보다 생각했습니다. 악전고투 끝의 이직과 포르투갈로의 늦은 휴가로 일정도, 마음의 여유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기회가 생겼습니다. 어지간히 좋아하는 도시, 이제는 너무 익숙해서 별다른 준비 없이도 훌쩍 떠나게 되는 곳, 교토로의 주말여행입니다.

20171124-DSC011881

 

20171124-DSC011891

아침일찍 도착한 간사이공항(関西国際空港)에는 예상보다 사람이 적었습니다. 단풍시즌 마지막 주인데다 금요일 아침이라 잔뜩 긴장했는데, 30분도 걸리지 않아 유유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지문과 홍채 등록 프로세스를 별도로 구축한 것이 주효한 것 같았습니다. 별도 카운터를 설치하고 한국어, 중국어가 어느 정도 되는 직원들이 진행을 돕고 있었습니다. 처음 일본에 오시는 듯한 분들의 “대체 지문등록은 왜 하는거냐?”는 클레임에 씁쓸한 기분을 공유하면서 공항을 빠져나왔습니다. 여러 번 경험해도 매번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20171124-DSC011950

언제나처럼 공항리무진 왕복을 끊고 버스에 올라 오사카만(大阪湾)을 지났습니다. 주말에 비 소식이 있다고 했는데, 청명한 하늘이어서 다행이었습니다.

20171124-DSC011951

 

20171124-DSC012031

멀리 교토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낮은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한적한 풍경은 볼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길을 너무 좋아하게 되어서 오사카-교토 간 전철은 영영 타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20171124-DSC012241

지난번 방문 때 이세탄(伊勢丹)백화점의 라멘골목이 없어졌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늘 가던 스미레(すみれ) 교토점이 없어졌으니 새로운 라멘집을 찾아갔습니다. 트립어드바이저 라멘 부문 2위, 음식점 전체로는 25위를 차지한 혼케 다이치아사히 다카하시(本家 第一旭 たかばし)입니다.

20171124-DSC012440

교토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가게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잠깐 세어보니 55명이었습니다. 허허. 이걸 어째야 하나 고민하다가, 기왕 이렇게 된 것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20171124-DSC012441

면을 납품하는 아저씨의 바쁜 모습을 구경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한 시간 남짓,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가게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20171124-DSC012581

일본에 오면 받는 인상 중 하나는, 작은 가게, 큰 가게를 떠나 대부분의 상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무척 열심히 일한다는 인상을 받는데, 이곳 역시 그랬습니다. 바쁜 스탭들의 모습이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줬습니다.

20171124-DSC012651

 

20171124-DSC012661

군만두와 특제라멘을 주문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꽤 괜찮은 라멘집을 발견한 것 같았습니다. 푹 우려낸 돼지뼈 육수에 두 종류의 차슈와 신선한 파를 푸짐하게 얹어서 내주는 라멘은, 보통의 일본 라멘보다 덜 짜고 덜 느끼했습니다. 가게에 외국인이 많은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메뉴에서 한, 중, 일 3개국의 흔적이 느껴지는 점이었습니다. 군만두는 중국식으로 한쪽만을 바삭하게 구워서 내주고, 사이드 메뉴에는 김치가 있었습니다.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걸 보니 한국식이었습니다. 공기밥도 주문할 수 있는데, 라멘만 주문하면 주지 않던 쓰케모노(漬物)를 함께 내줬습니다. 라멘은 전통 방식을 고수하면서, 다양한 메뉴를 통해 다양성을 추구하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물까지 남김없이 마시고 가게를 떠났습니다.

20171124-DSC012741

기요미즈데라(清水寺)에서 가까운 숙소는 일본식 가옥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였습니다. 짐만 내려놓고 저녁을 보내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20171124-DSC012771

버스를 타고 데라마치도리(寺町通り)로 향했습니다. 아직도 맛보지 못한 교토규(京都牛) 스테이크집 하푸(Hafuu)에서 저녁을 먹고, 부탁받은 차를 사러 잇포도차호(一保堂茶舗) 교토 본점에도 들르기 위해서였습니다.

20171124-DSC012772

 

20171124-DSC012981

 

20171124-DSC013121

오픈 시간에 맞춰 갔지만, 하푸는 예약이 모두 차 있었습니다. 하루에 한 번, 예약받은 손님들에게 음식을 내고 더 이상은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가게를 떠났습니다.

20171124-DSC013091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잇포도차호를 찾아갔습니다. 1717년 영업을 시작했다는 차 명문가는 외관에서부터 만만치 않은 내공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차를 시향하거나 마실 수 있고, 체험도 할 수 있는 매장 안에서 차향에 취해 머물렀습니다.

20171124-DSC013051

 

20171124-DSC013031

부탁받은 차와 두 종류의 티백을 구입하고 점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습니다.

20171124-DSC013122

이웃 가게의 시바를 쓰다듬어주고 가와라마치(河原町) 방향으로 길을 걸어내려갔습니다. 양쪽으로, 고풍스럽고 세련된 상점들이 자꾸만 발걸음을 붙잡았습니다. 다음번에는 조금 더 시간을 내서 산책하러 와도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20171124-DSC013101

 

20171124-DSC013111

 

20171124-DSC013131

가미지카키모토(紙司柿本)에 잠시 들렀습니다. 가미지라니, 자부심 가득한 이름답게 가게 안은 온갖 종류의 종이와 공예품들로 가득차있었습니다.

20171124-DSC013151

두 종류의 카드를 구입하고 길을 재촉했습니다.

20171124-DSC013191

 

20171124-DSC013201

 

20171124-DSC013211

 

20171124-DSC013221

 

20171124-DSC013231

 

20171124-DSC013241

 

20171124-DSC013251

 

20171124-DSC013291

 

20171124-DSC013341

사랑해 마지않는 앙제르(ANGERS)에 도착했습니다. 일년만에 찾은 매장에는 여전히 세련되고 흥미로운 물건들이 가득했습니다.

1층에서 신형 융한스(Junghans)의 블랙 페이스와 70년대 펠리컨(Pelikan)에 정신을 뺏겼다, 2층에서는 요모우또오하나(羊毛とおはな)의 음악을 들으며 매대 사이를 걸어다녔습니다. 브래디(Brady)의 꽃모양 파우치를 들여다보다,  3층의 무민(Muumi) 한정판 식기 세트를 한참 노려보고 나서야 가게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위험한 방문이었습니다.

20171124-DSC013301

메리 크리스마스! 쇼윈도의 순록 모형에 손을 흔들고 산조(三条)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20171124-DSC013402

 

20171124-DSC013401

오늘도 무척이나 바쁘군, 스시노무사시(寿しのむさし 三条本店)의 도시락을 잠깐 구경하고,

20171124-DSC013361

두번째 헌책방을 흘낏 들여다보고,

20171124-DSC013411

파르페(Parfait)전문점의 모형을 신기하게 쳐다보다,

20171124-DSC013461

기온시조(祇園四条)로 향했습니다.

20171124-DSC013561

가모가와(鴨川)를 따라 늘어선 가시와야초(柏屋町)의 음식점들에는 오늘도 환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습니다. 한번쯤은 저곳에서 술을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엄청 취하겠지만 말입니다.

20171124-DSC013531

 

20171124-DSC013571

횡단보도를 건너 기온(祇園)거리로 들어섰습니다.

20171124-DSC013581

 

20171124-DSC013611

가게들의 불빛 사이를 걸어 이즈우(いづう)에 도착했습니다. 교토에서는 아무래도 이요마타(伊豫又)지만, 한번 쯤은 사바스시(鯖寿司)로 이름 높은 이곳에 와보고 싶었습니다.

1781년 열었다는 가게는 작고 정갈했습니다. 무엇보다, 식당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조용하고 품격있는 공간이 묘한 기분이 들게 했습니다.

20171124-DSC013661

 

20171124-DSC013671

 

20171124-DSC013641

 

20171124-DSC013761

이요마타(400년)보다 업력이 짧다(236년)고는 하나, 그 세월이 결코 만만치 않겠습니다. 둥글게 말린 다시마를 벗겨내고 맛을 보니, 과연, 적어도 사바스시로는 이요마타보다 한 수 위라고 느껴졌습니다. 기온마쯔리(祇園祭)의 공식 지정 도시락이라는 설명도 납득이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가끔은 들러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71124-DSC013701

 

20171124-DSC013711

사바스시 외에도 도미와 여러 종류의 초밥을 맛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20171124-DSC013821

화장실로 가는 길에는 작은 정원이 꾸며져있었습니다. 확실히 이요마타와는 방향이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20171124-DSC013851

 

20171124-DSC013931

 

20171124-DSC013911

 

20171124-DSC013941

저녁도 먹었겠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 기다란 줄을 발견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당고를 사기 위한 줄이었습니다. 눈 짐작으로 대략 30명 쯤,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무슨 당고길래 이런 줄이?

20171124-DSC014011

 

20171124-DSC014041

30분 넘게 줄을 서서 받은 당고는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떡을 숯불에 구워 콩가루를 듬뿍 뿌린 뒤, 말린 바나나잎에 조청과 함께 싸주셨습니다. 뭔 당고를 이렇게까지, 싶으면서도 과연 일본인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작 110엔의 당고지만, 그 정성에 살짝 감동까지 느꼈습니다.

20171124-DSC013871

길거리의 산타 장식을 올려다보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 to be continued

 

오오하라

교토(京都)의 동북쪽에 위치한 오오하라(大原)는 작은 산촌입니다.

아담하고 예쁜 잣코인(寂光院)을 비롯한 수많은 사찰들과 지장보살이 숨어있는 산젠인(三千院)의 정원, 시간이 멈춰버린 호센인(宝泉院)의 액자정원도 만날 수 있습니다. 손꼽히는 츠케모노(漬物)가게에도 들르고, 낮은 언덕으로 이어지는 소박한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오오하라산소우(大原山莊)에 묵는다면 교토 특산 유도후(湯豆腐) 정식을 아침 저녁으로 맛볼 수 있고, 네 종류의 노천온천과 실내온천도 즐길 수 있습니다. 노천온천에 앉아 봄이면 벚꽃이, 가을이면 붉은 단풍이 흩날리는 것을 보게 되겠죠.

오오하라의 여름과 가을입니다. 언젠가 함께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리타의 종

8605-0

삿포로(札幌)에서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전날 쿠시로(釧路)를 떠나 밤 늦게 도착한데다 열흘 가까이 누적된 피로가 상당했지만 일찍부터 길을 서둘렀습니다. 홋카이도(北海道)를 계획하며 꼭 들러야겠다 생각했던 요이치(余市)에 가는 날이었습니다.

요이치는 삿포로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소도시로, 일본의 양대 주류 회사 중 하나인 닛카위스키(ニッカウヰスキー)의 요이치증류소(余市蒸溜所)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당주 다케츠루(竹鶴)씨와 리타(Rita)여사의 사랑이라던가, 쇼와(昭和)시대에 대한 일본인들의 향수로 인해 종종 드라마에 나오는 곳이라고 합니다.

8612-0

 

8633-0

삿포로는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라는데, 홋카이도의 다른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정취를 풍겼습니다. 획일적으로 그어진 구획과 도심을 가득 채운 지나치게 큰 건물은 어딘지 삭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는데, 외곽은 외곽대로 쇠락한 분위기를 풍겨서 또 다른 의미에서 삭막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어쨌든 길을 점령한 까마귀들과 – 듣던대로 거대하더군요 – 쇠락한 부심을 돌아보며 기차를 타고 오타루역(小樽驛)에 도착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남아 역사 앞을 서성이다 요이치행을 타러 갔습니다.

8636-0

 

8636-1

요이치행 열차에는 이벤트 칸이 있었는데, 홋카이도에 사는 동물들로 장식된 좌석이 있었습니다. 뭔가 즐거운 기분으로 앉아서 풍경을 구경하다가, “이곳은 포토존입니다.”라는 설명을 듣고 본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8636-2

오타루에서 요이치로 이어지는 해안선은 태평양을 바라보며 달립니다. 동쪽 끝에서 본 태평양을 떠올리다보니 어느새 요이치역에 도착했습니다.

8636-3

8636-4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타케츠루 마사타카(竹鶴 政孝)씨는 스코틀랜드에서 유학했는데, 스카치 위스키에 반해 스스로 위스키 생산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스코틀랜드와 환경이 가장 비슷한 곳을 찾아 일본 전역을 헤매다, 1934년 요이치에 증류소를 짓고 위스키를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당시의 공장들은 지금까지도 남아 그 당시 공법 그대로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스코틀랜드에서도 중단한 석탄 증류 방식을 요이치에서는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8655-0

 

8655-1

 

8655-2

건조동, 당화동, 발화동으로 이어지는 시설들을 구경하고 리타 하우스(Rita House)에 도착했습니다. 리타여사는 다케츠루씨가 유학 중 만난 일생의 사랑입니다. 다케츠루씨는 아내를 위해 스코틀랜드의 집을 그대로 일본까지 가져왔다고 하는데, 이 집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8655-3

리타여사는 이곳에 살면서 남편과 함께 위스키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종과 하루를 마치는 종을 손수 울렸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요이치에서는 “리타의 종”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아침 저녁 종을 울린다고 합니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요절했지만 리타여사가 없었다면 닛카도 없었겠지요.

8655-4

대체 어떤 여성이길래, 라는 기분으로 두 사람의 사진을 들여다봤습니다. 낡은 흑백사진 속에 한 여성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딘지 그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8655-6

 

8655-7

저장고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습니다.

8655-8

 

8655-9

어느 건물 앞, 아이가 기웃거리는 모습을 쫓아 건물안에 들어서니, 한켠에 쌓인 캐스크(Cask)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8656-0

연도별로 구분된 캐스크들을 들여다보다,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익어갈 위스키의 맛이 궁금해졌습니다. 저 술이 익을 때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8656-1

 

8656-2

 

8656-3

요이치증류소에서는 두 곳의 시음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일 세 종류의 닛카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무료 시음소와 빈티지 및 상위 라인의 현행들을 마실 수 있는 유료 시음소입니다. 유료라고 해봐야 싱글샷 기준 빈티지가 700엔, 현행 300엔의 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입니다.

무심코 유료 시음소에 갔더니 노(老)바텐더가 “무료 시음소를 먼저 들러주세요.”라고 하셨습니다. 좋은 술을 나중에 맛보라는 뜻인가보다, 생각하며 무료 시음소로 향했습니다.

8656-4

 

8656-5

무료 시음소 안에는 세 종류의 위스키가 담긴 수 백개의 글래스와 미즈와리(水割り)를 위한 물, 언더락을 위한 얼음, 우롱차가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 종류의 위스키 당 한 잔을 권장한다고 써있지만 더 마신다고 제재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방문했을때는 수퍼 닛카(Super Nikka)와 퓨어 몰트(Pure Malt), 올 몰트(All Malt)가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기꺼운 마음에 싱글과 언더락을 한 잔씩 마셨습니다.

8656-6

마지막 싱글로 수퍼 닛카를 한 잔 더 청해 요이치의 풍경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향기로운 위스키의 향과 요이치의 정취에 속절없이 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8656-7

1층의 판매소에서 요이치 12년과 싱글 몰트, 수퍼 닛카를 한 병씩 구입하고 유료 시음소로 향했습니다.

빈티지를 청하고 老바텐더의 닛카 얘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요이치 12년은 요이치증류소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데, 하루 100병 한정으로 판매한다고 하셨습니다. 닛카 위스키 중 유일하게 요이치의 보리와 물과 공기로만 빚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잘 구입한거라는 칭찬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다케츠루조차 센다이(仙台)의 보리로 빚는다고도 하셨습니다.)

술이 오르기 시작해 인사를 드렸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또 오겠습니다, 건강하셔야 합니다.

8656-8

 

8657-0

삿포로에 돌아와 삿포로맥주박물관(サッポロビール博物館)으로 향했습니다. 요이치의 향취에 충분히 취해있었지만 삿포로에 와서 삿포로맥주를 마시지 않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8657-1

 

8657-2

8657-4

 

8657-5

박물관이 쉬는 날이었지만, 다행히 비어 가르텐(Beer Garten)은 정상영업중이었습니다.

8657-6

 

8657-7

근사한 분위기를 뽐내는 거대한 홀에서 두 종류의 양고기 징기스칸과 맥주 무제한 메뉴를 맛봤습니다. 양고기를 무척 좋아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삿포로 생맥주의 맛은 두 말할 필요가 없었구요.

8657-8

 

8657-9

얼큰하게 취해 시내 중심가에 도착하니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이대로는 아무래도 아쉬워 스미레 삿포로혼텐(すみれ 札幌本店)을 찾아갔습니다.

8658-0

 

8658-1

어느 선배님의 표현을 빌자면, “면과 미소 수프만으로 승부한지 51년 된” 라멘집입니다. 교토(京都)점은 여러번 갔었지만 본점은 처음이었습니다. 얼마나 차이가 날까 기대반 의구심반이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불허전이란 이런데 쓰는 말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미소(味噌)와 시오(しお)라멘입니다.

8658-2

 

8658-3

늦은 밤, 배를 두들기며 전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8658-4

8658-5

삿포로 – 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날, 호스텔 복도에서 꽤 맘에 드는 격언을 발견했습니다.

“Eat Well Travel Often”

어쩌면, 인생의 격언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그래야겠다, 생각했습니다.

8658-6

 

8658-7

짐을 챙겨 특급을 타고 하코다테(函館)역으로, 다시 수퍼하쿠초(スーパー白鳥)로 갈아타고 신아오모리(新青森)역에 도착했습니다. 잠깐 시간이 남아 역 안을 구경하고 신칸센(新幹線) 하야부사(はやぶさ)를 타러 갔습니다. 아오모리까지 와서 사과 한 조각 못먹고 가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8658-8

이번 여행의 종착지 도쿄((東京)행 열차에 올랐습니다.

… to be continued

큰 하늘

네무로(根室)에서의 셋째날이 밝았습니다. 동쪽 끝까지 왔으니 이제부터는 길을 되짚어 돌아가는 여정입니다. 3일간 편안히 묵었던 민박집을 떠나 역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일찍 기차여서 주인에게 인사를 못한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낡은 풍경의 시내를 걸어 도착한 역에서 쿠시로(釧路)행 한량을 타고 계곡 사이로 난 간이역을 지나쳐 달렸습니다.

01

 

02

 

03

이게 무슨 역인가 싶으시겠지만, 정식역이 맞습니다. 다만, 승객들이 역사안에 앉아있거나, 역사를 통과하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을 때 잠시 피하는 셸터(Shelter)에 가까운 것 같았습니다.

네무로로 향할 때는 무심히 지나쳤던 귀여운 역들을 하나하나 눈에 새겨넣었습니다. 이 곳까지 다시 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04

쿠시로역에서 열차를 갈아타고 쿠시로습원(釧路湿原)역에 도착했습니다. 쿠시로습원은 약 2만ha에 달하는, 일본 최대의 습지이자 국립공원입니다. 아시아에서는 3번째로 큰 습지입니다. 1980년 람사르습지로도 등록되었습니다.

05

 

06

통나무로 지어진 간이역을 벗어나 계단을 오르니 넓은 숲이 나왔습니다. 호소오카(細岡) 비지터스 라운지에 들러 홋카이도산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우유만큼이나 매혹적인 맛이었습니다.

07

 

08

호소오카전망대에서 쿠시로의 하늘을 만났습니다. ‘큰 하늘’이라는 별칭이 어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긴 탄식을 하며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09

 

10

 

11

천천히 걸어 호소오카역으로 향했습니다. 민박집 안내를 구경하는데 한량이 지나쳐갔습니다. 네무로행 한량처럼 루팡3세의 에피소드가 그려져있었습니다.

13

역 인근의 카누 선착장에서 도로(塘路)호의 하늘을 만났습니다. 낮게 떠있는 구름을 보며 또 다시 긴 탄식을 했습니다. 이대로 무작정 머물고 싶어졌습니다.

15

호숫가를 서성이는데 수달 한마리가 발 앞 물에서 나와 눈을 마주쳐왔습니다. 그다지 사람을 경계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길고양이마저 사람을 피하는 우리나라의 골목 풍경이 떠올라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예정했던 노롯코(ノロッコ)열차 시간이 되어 호소오카역으로 향했습니다.

16

 

17

 

19

 

20

노롯코는 JR(Japan Railroad)에서 운영하는 관광열차인데, 밖을 내다보기 좋은 넓은 창과 목재 의자를 갖추고 있습니다. 조명은 구식 전등입니다. 봄, 가을에는 하루 1회, 여름에는 2회 왕복하고, 겨울에는 운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교토(京都)의 아라시야마(嵐山)에서 만날 수 있는 도롯코 열차와는 친척 쯤 되겠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풍경과 승객들을 쳐다보고 있으니, 승무원이 다가와 상장처럼 생긴 승차증명서를 발급해줬습니다. 이런 이벤트를 참 잘하는군, 생각했습니다.

21

 

22

도로역에 도착해 노롯코에 손을 흔들었습니다. 돌아갈 때도 탈 계획이어서 영영 이별은 아니었지만요.

23

쿠시로습원의 여러 전망대 중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는 사이, 역 앞 대여 자전거가 동이나버렸습니다. 하릴없이 걸어서 사루보(サルボ)전망대로 향했습니다.

24

 

25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자전거 생각이 계속 났습니다. 터벅거리며 걸어다니기에 좋은 길은 아니었습니다.

26

 

27

 

29

꽤 나이를 먹었을 숲을 걸어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31

 

32

높은 곳에서 다시 ‘큰 하늘’을 만났습니다. 눈이 맑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33

멀리 한량이 달려가는 모습을 좇았습니다.

35

 

36

 

37

다시 길을 되돌아 도로역으로 향했습니다. 쿠시로역으로 데려다 줄 노롯코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느긋하게 풍경을 즐겼습니다.

38

 

39

한 장면 한 장면, 쿠시로의 ‘큰 하늘’을 눈에 새겨넣었습니다. 꼭 다시 와보고 싶었지만, 쉽게 올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40

쿠시로역에 도착했습니다. 삿포로(札幌)행 열차가 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넉넉했습니다.

시내를 걸어 항구로 향했습니다.

41

 

42

 

43

한 때 일본의 3대 항구에 들어갔다는 쿠시로항은 대단한 크기였지만, 쇠락해가는 현실을 어쩔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무척이나 큰 항구에 배가 듬성듬성 떠있는 풍경이 쓸쓸해보였습니다.

44

출항 준비중인 배 앞에 잠시 멈춰섰다가 누사마이바시(幣舞橋)의 뒷편으로 향했습니다. 쿠시로의 또 다른 볼거리인, 안개 낀 네온등의 풍경을 자랑하는 다리입니다만, 밤이면 떠나야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더 깊어졌습니다.

47

누군가 던져 준 물고기를 뜯던 갈매기가 저를 보고는 무심한 척 멈춰섰습니다. 방해가 된 것 같아 자리를 비켜줬습니다.

쿠시로에서의 저녁을 먹으러 로바다야끼(炉端焼き)집으로 향했습니다.

49

어느 선배님의 설명으로 알게 되었는데, 로바다야끼는 쿠시로가 원조라고 합니다. 쿠시로식 로바다야끼는 은근한 숯불에 각종 해산물과 육류를 구워먹는 음식이었습니다. (90년대 한국에서 유행한 로바다야끼는 이름과 달리 버터로 범벅을 한 철판요리였습니다.) 원조의 맛이 훨씬 맘에들었습니다.

로바다야끼에 곁들여진 쿠시로 특산 사케를 마시고 훠이훠이 쿠시로역으로 열차를 타러 갔습니다. 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도시, 삿포로행 열차였습니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