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을_Asari_朝里

삿뽀로에서 오타루까지 기찻길 드라이브는 단박에 여행자를 사로잡습니다.  낡은 기차지만 깨끗해서 좋고, 마주치는 사람들의 눈빛이 친절합니다. 오길 잘했습니다. 창밖 낮선풍경속으로 정신없이 빨려들 무렵 한쪽 창으로 바다가 쏟아집니다. 바다보다 시린 하늘은 눈만큼이나 하얀 구름을 잔뜩 머금었습니다. 기차, 눈, 바다, 하늘, 구름이 한꺼번에 조탁되는 풍경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상상도 못해 본 풍경이 창 밖으로 흘렀습니다.

여행 3일째, 일행 몇 분과 함께 바닷가 풍경을 만나러 왔습니다. 행복한 느낌이 조금이나마 전해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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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icron 28mm / 400TX / 유통기한 완전 지난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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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

 

광고

숲으로 난 길

야쿠시마(屋久島)에서의 마지막 날, 세이부린도(西部林道)로 향했습니다. 섬의 북서쪽, 깎아지른 해안 절벽으로 난 길에는 원숭이와 사슴들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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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길을 걸으면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데, 차가 큰 탓에 세울 수가 없었습니다. 경차 두 대가 간신히 교차할 정도로 좁았고 갓길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차창 밖으로 원숭이들과 귀여운 엉덩이의 사슴들에게 손을 흔들며 천천히 등대로 향했습니다. (엉덩이가 하트 모양의 하얀 털로 덮여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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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등대에 도착했습니다.

짧은 곶의 끝에 세워진 등대는 동중국해와 태평양을 오가는 수 많은 배들에게 길을 열어줬을 겁니다. 지금은 상시 운영하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등대 주위를 한바퀴 돌고 돌아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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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부린도를 지나 섬의 북쪽으로 접어드니, 머지 않아 나가타이나카해변(永田いなか浜)이 보였습니다. 바다거북의 산란지인 이 해변은 5월부터 새끼거북들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알에서 태어난 거북들이 바다로 향하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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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맞지 않아 거북이는 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태풍이 몰아칠 것 같던 바다와 어느 연인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저런 표현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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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비가 흩뿌리는 바다를 보다가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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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에서 발견한 스파게티집은 그야말로 일본스러운 음식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직접 기른 재료로 만든 한정판’이라고 이름 붙인 메뉴들이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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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앞에서 어쩐지 오가는 사람들을 시크하게 관찰하고 있는 댕댕이에게 인사하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인 시라타니운스이쿄(白谷雲水峡)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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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에서도 시라타니운스이쿄는 애니메이션의 실제 무대가 된 ‘원령공주의 숲’입니다.

숲을 만나기 위해 깎아지른 절벽길을 따라 한참을 달렸습니다. 멀리로 동중국해가 보이는 계곡의 풍광이 대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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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타니운스이쿄는 각종 다큐멘터리나 야쿠시마 소개영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조몬스기(縄文杉)까지 가지 않는다면, 숲 자체는 느긋한 걸음으로 3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이드와 함께 숲을 걷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궁금증에 안내서를 찾아봤는데 한국어를 하는 가이드는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가이드로 살아가면 어떨까, 잠시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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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의 다른 숲에 비해 상대적으로 걷기 편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길이 평지이거나 잘 닦인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숲을 걷는 아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아빠의 목마를 타고 있었는데, 무척 신이나보였습니다. 아이와 함께 원령공주의 숲을 걷는 건 꽤 근사한 일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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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의 어느 장면에선가 만났을 풍경들이었습니다. 숲과 계곡, 나무와 개울이 흐르는 소리, 숲의 향기까지 어쩐지 익숙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숲의 정령들도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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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숲의 끝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3시간 코스를 1시간 반 만에 돌아와야했거든요. 일행 중 일부는 조금 더 올라갔다고 했는데, 제가 돌아선 곳 바로 위에 ‘원령공주의 숲’으로 조성된 공간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 전해들었습니다. 조금 더 무리해볼걸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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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음으로 숲을 걸어나와 꾸불꾸불한 도로를 되짚어 내려왔습니다. 햇볕 사이로 멀리 바다와 계곡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자꾸만 눈에 넣었습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장면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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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으로 향하다, 태평양을 볼 수 있는 바닷가에 들렀습니다. 거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태평양의 바람인가, 잠시 생각하며 먼 풍경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야쿠시마공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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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福岡), 가고시마(鹿児島)로부터 오는 프로펠러기가 전부인 작은 공항입니다. 그간 가본 공항 중 가장 작을 것 같았는데, 하루 두 번 비행기가 뜨던 네팔의 룸비니(Lumbini)공항도 여기 보다는 컸습니다.

공항 건물 옆으로 활주로를 들여다보다 기념품을 사고 돌아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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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를 반납하고, 바다로 난 길을 걸어 숙소로 향했습니다. 어스름이 지는 풍경도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다시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숙소 인근의 이자카야를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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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젊은 시절을 보냈을 것 같은 얼굴의 마스터가, 투박하지만 정감있는 말투로 맛있는 술을 내주셨습니다. 야쿠시마 특산인 미다케(三岳)는 오유와리(お湯割り)가 제격이라며 이것저것 챙겨주시는데, 속절없이 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술이 제법 올라 마스터와 기념사진을 찍고, 언젠가 또 뵙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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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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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의 법칙일까요, 떠나오는 날의 아침은 날이 활짝 개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잠시 숙소 앞 안보가와(安房川)를 거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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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아침, 짐을 챙기다가 숙소 거실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과 친필 서명이 올려진 풍금을 발견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실제로 이곳에 머물며 스케치도 하고 작품 구상도 했답니다. 원령공주의 산장이라고 불러야 할까, 실없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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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다로 난 길을 걸어, 안보항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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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에서 본 야쿠시마의 마지막 얼굴은 아름다웠습니다. 마음속으로 야쿠시마와, 무엇보다 조몬스기에 다시 인사를 했습니다.

저 가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fin

 

조몬스기

야쿠시마(屋久島)에서의 둘째날 새벽, 조몬스기(縄文杉)를 뵈러 떠났습니다.

7,200년 동안 살아오며 인간의 역사를 지켜온, 야쿠시마의 삼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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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몬스기를 뵈러 가는 루트는 보통 3가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아라카와 코스는 왕복 22km로 약 10시간, 원령공주의 숲으로 알려진 시라타니운스이쿄 코스는 25km로 12시간이 소요됩니다. 일행이 선택한 요도가와 코스도 전체 25km 정도이지만 대부분이 등산로인 루트입니다. 요도가와 산장을 지나 미야노우라야마(宮之浦山)의 여러 계곡과 능선을 거쳐 최정상까지 올라갔다가 조몬스기를 거쳐 아라카와로 나오는 코스입니다.

어느 코스로 갈까 고민하다가, 존경하는 선배의 조언에 따라 요도가와 코스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새벽잠을 설치고 도시락도 먹는 둥 마는 둥 전화도, GPS도 안들어오는 산길을 달려 요도가와등산로 입구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벌써 6시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소박한 등산로를 따라 숲으로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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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처음 만난 것은 이끼로 덮인 키큰 나무들이었습니다.
야쿠시마는 섬 전체가 화강암 덩어리라고 했습니다. 보통의 화산섬과 달리 지각 융기에 의해 생긴 섬이고, 태생적으로 흙이 귀하다보니 뿌리가 드러난 나무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 모습이 무척 생경하면서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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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태고의 숲’이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는데, 숲에서 받은 인상이 바로 그랬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을 것 같은 숲 속으로 계속 걸어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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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한 숲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어디선가 숲의 정령이 나타나도 조금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풍경 – 숲은 온전히 그런 신비감으로 가득차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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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고에고(花之江河)에 도착했습니다. 미야노우라야마의 중턱에 위치한 고원 습지인데, 6월 중순 이후로는 이름 그대로 꽃이 만발하다고 합니다. 꽃을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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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는 일본 전역의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급격히 높아지는 고도에 따라 층층히 다른 생태계를 보여주는데, 맨 아래 계곡의 고사리군, 그 위의 삼나무숲, 그 위의 고사목들이 있는 너른 평원, 가장 높은 곳의 조리대 평원까지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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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공중에 띄워놓은 데크 위를 걸었습니다. 발을 헛디디면 무릎까지 푹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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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게시다이라(投石平)에 도착했습니다. 원령공주의 늑대, 모로가 뛰어다니던 곳입니다. 말 그대로 바위를 던져놓은 것 같은 평원이었습니다. 너른 바위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땀을 식혔습니다. 탁 트인 풍경이 가슴 깊이 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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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재촉해 걷다가 저 앞에 멈춰선 와이프의 시선을 좇으니, 한 마리 사슴이 보였습니다. 열심히 조리대를 씹는 사슴은 사람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야쿠시마에는 주민의 수만큼 많은 사슴과 원숭이들이 살아가고 있다더니, 어쩌면 사슴도 원숭이도 스스로 섬의 주인이라 생각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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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능선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거대한 바위와 조리대의 풍경이 끝없이 펼쳐졌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바다도 볼 수 있다는 얘기에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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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 가까워졌습니다. 평평한 데크를 밟으며, 구름 속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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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에서 흔히 만나는 풍경을 일본에서도 발견했습니다. 무척 신기해서 보고 있는데,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무심히 지나쳐갔습니다. 우리처럼 익숙하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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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노우라야마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600m에서 시작해 1,936m까지 올라왔으니 제법 올라온 셈이었습니다. 아쉽게도 구름 속에 들어와버려서 먼 풍경을 볼 수 없었고, 예정보다 시간이 지체되고 있어 느긋한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간단히 도시락을 먹고 조몬스기가 계신 곳을 향해 서둘러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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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몇 개를 넘고 한참을 뛰는 둥 나는 둥 달려서 다시 삼나무숲으로 들어섰습니다. 요도가와 코스와 달리 이쪽 길은 많은 관광객이 다니는 길이어서인지 데크가 좀 더 넓고 잘 만들어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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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에서는 삼나무가 1,000살이 넘어야 ‘야쿠스기(屋久杉)”라 부른다고 했습니다. 그보다 젊은 삼나무는 쳐주지 않는거겠죠. 조몬스기를 뵈러 가는 길에는 야쿠스기라 불러야 할 지, 혹은 그렇게 부르면 안될 지 알 수 없는,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은 되었을 삼나무들이 숲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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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려, 마침내 조몬스기가 계신 곳에 도착했습니다. 텅 빈 데크 위에 서 있다, 어쩐지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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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0년이라는, 인간의 역사만큼 오랜 시간을 살아온 조몬스기는 무엇을 목도하고 무엇을 생각해왔을까, 숲에 찾아온 인간들에게 어떤 얘기를 들려줬을까, 그 오랜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알 수 없는 경외감에 휩싸여 수 없는 질문을 했습니다.

시간은 이미 늦은 오후, 정상적으로 내려간다해도 아라카와 입구에 도착하면 밤 9시였습니다. 이대로는 조난당할 위험도 있었습니다. 생각으로는 무작정 머물며 더 많은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저 가보겠습니다. 또 뵐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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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재촉했습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GPS 조차 잡히지 않는 산속에 고립되는 건 좋은 상황이 아닐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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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윌슨그루터기를 지나칠 수는 없었습니다. 3,000년을 살아왔고, 밑둥까지 잘린 뒤에도 300년을 살았다고 했습니다. 그 경이로운 생명력에 홀려 그루터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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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잠시 바라보다, 새순이 돋아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앞으로도 끄덕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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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야쿠스기를 지나 아라카와로 이어지는 철로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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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는 야쿠시마의 삼나무들을 베어서 운반하던 궤도라고 했습니다. 야만의 흔적들은 이제 옛 시절의 기억으로만 남아, 조몬스기를 뵈러 오는 사람들을 인도하고 있었습니다.

철로를 따라, 해가 진 숲을 걸어 – 어디에도 불빛은 없었습니다 – 종착지인 아라카와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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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to be continued

 

원령공주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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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屋久島)는 일본 남서쪽 80km 해상 – 태평양과 동중국해가 교차하는 곳에 위치한 섬입니다. 제주도의 1/4 정도의 작은 크기지만, 1,936m의 미야노우라다케(宮之浦岳)를 품고 있고, 7,200년을 살아온 조몬스기(縄文杉)가 인간의 역사를 지켜보고 있는 곳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もののけ姫)의 실제 무대이기도 한 야쿠시마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야쿠시마까지는 직항이 없고, 일본 내에서도 야쿠시마행 비행기를 운영하는 공항이 적습니다. 편수도 많지 않구요. 그래서 루트가 조금 복잡했는데, 한국에서 후쿠오카(福岡)로 간 뒤 가고시마(鹿兒島)로, 마지막으로 가고시마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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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잠을 설치고 아침 9시 5분 비행기를 타니 10시 20분에 후쿠오카에 도착했습니다. 후쿠오카공항은 일본 공항 중 가장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일본)국내선 터미널이 국제선보다 크다는데, 아마 일본인들이 휴양을 많이 오는 곳이어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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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15분 쯤 하카타(博多)역으로 달렸습니다. 교토의 좌석버스보다는 좀 작고, 어딘지 입석버스라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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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키벤(駅弁)을 사고 가고시마행 신칸센(新幹線)에 올랐습니다. 신칸센은 꽤 넓고 쾌적했는데, 가격을 생각하며 당연한 것이겠습니다. 뭐 그래도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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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까지는 한 시간 남짓이었습니다. 창밖으로 낮은 산과 바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온천이 유명한 곳이니 화산들도 섞여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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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추오(鹿児島中央)역에 도착했습니다. 역 건물 위로 대형관람차가 보이는 모습을 뒤로 하고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시간에 맞춰 야쿠시마행 페리를 타러 가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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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선착장에서는 가까이 사쿠라지마(桜島)가 보였습니다. 2013년 분화한 활화산입니다. 화산재가 5천미터 가까이 솟았다는데 한번 쯤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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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부터 꼬박 9시간의 여정 끝에 야쿠시마를 처음 마주했습니다. 하늘은 야쿠시마에 다가가며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섬의 중턱 위로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려운 생각이 잠깐 들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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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는 세계자연유산이라는 플래카드가 특산인 날치 그림과 함께 붙어있었습니다. 렌터카를 찾고 부지런히 숙소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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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보다 1시간 가량 더 걸린 탓에, 미용실에 가지 못했습니다. 엉뚱한 얘기지만, 야쿠시마에서 머리를 자르려고 예약해뒀었거든요. (야쿠시마가 좋아서 10년 전 낙향한 여성 마스터가 운영하는 곳을 찾아냈었습니다.)

어쨌든 긴 하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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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에서의 첫날은 동네 산책으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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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답게 작고 깨끗한 마을 풍경은 먼 야쿠시마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소박하고 조용한 마을을 걸은 후 차를 타고 센피로폭포(千尋滝)를 보러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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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피로 폭포는 “못초무다케(モッチョム岳) 기슭의 거대한 화강암 암반을 다이노강(鯛之川)이 깎아서 장대한 V자 계곡의 경관을 만들어낸 것으로 폭포의 높이는 약 60미터입니다. 중앙으로부터 대량의 물이 흘러 떨어지는 야쿠시마(屋久島)를 대표하는 폭포 중 하나입니다. 폭포의 왼쪽에 있는 암반은 마치 1,000명이 손을 잡은 정도의 크기라고 해서 센피로의 폭포(千尋の滝) 라고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출처. 규슈관광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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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폭포를 바라보다 기념사진을 찍고 원시림 사이를 지나 작고 예쁜 샵 호누(HONU)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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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호누는 야쿠시마의 조개껍질, 돌, 삼나무 조각 등을 이용해 작고 예쁜 물건들을 만들어파는 곳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일찌감치 야쿠시마에 자리를 잡고 기념품을 만들어 팔거나, 쉬는 날에는 서핑을 다니면서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Gone Surfing 팻말 보이시죠?)

입구에서는 이루카(イルカ)라는 이름의 댕댕이가 손님을 반겼습니다. 이루카는 돌고래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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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드는게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거북이 기념품과 조몬스기 유화 한장을 구입하고 인근의 도자기 공방으로 향했습니다.

파란색 유약을 잘 다루는 것 같은 공방은 예쁜 그릇들로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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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의 부처님께 인사를 하고 히라우치(平內) 해중온천을 보러갔습니다. 입욕료 대신 기부금 100엔을 내면,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해수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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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할아버지들과 남녀 관광객이 온천을 하고 있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남녀혼탕이었는데, 알몸으로 서로 얘기를 주고 받으며 눈길을 피하거나 하지 않더군요. 별로 가리지 않는 모습이 이채로워 보였습니다. 카메라는 내려두고 잠시 발을 담그고 돌아섰습니다.

 

다시 길을 서둘러 오코노타키(大川の滝)를 보러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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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굵어진 빗줄기 속을 걸어 일본 10대 폭포에 들어간다는 오코노타키를 만났습니다. 88미터라는 높이도 그렇지만, 풍부한 수량과 엄청난 소음이 대단했습니다. 용소 바로 앞에까지 다가갈 수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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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유도마리온천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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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마리온천은 히라우치와 마찬가지로 해중온천이었습니다만, 좀 더 아늑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온천 입구에서 마주친 냥이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인사를 건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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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탕의 가운데에 칸막이를 세워 남녀탕을 구분하고 있었습니다. (칸막이 한쪽에는 女, 반대편에는男이 새겨져있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지만, 어쨌든 히라우치온천과 달리 혼탕은 아니라는 뜻인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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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발을 담그고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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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月 2018

北海道

리타의 겨울

3년 만의 닛카위스키(ニッカウヰスキー) 요이치증류소(余市蒸溜所)입니다.

리타의 종을 찾아나섰던 그날은 푸르른 여름날이었습니다. 언젠가 눈쌓인 풍경을 보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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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 위로 퍼지는 닛카의 향취는 여름날의 그것과 달랐습니다. 매화처럼 짙으면서도 서늘한 향취는, 닛카가 겨울날을 위한 술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요이치증류소가 지금처럼, 오래도록 남아있기를 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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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사진 홋카이도(北海道)여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