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Keith de Lellis Gallery

Keith de Lellis 갤러리는 Nailya Alexander 갤러리와 바로 마주하여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 2017년 가을에 현재의 The Fuller 빌딩 자리로 옮겨 왔다. 갤러리가 기존에 진행했던 전시들을 살펴보면 다양한 시대, 장르의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아프리카계 작가들의 작업과 빈티지 프린트들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개인전보다는 그룹전을 진행한 경우가 많았는데 예를 들면 건축 추상 사진, 20세기 중반 미국, 거리 풍경처럼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고 이에 어울리는 빈티지 작품들을 선별하여 소개해 왔다.

갤러리가 내세우는 것 중 하나는 젊은 시절 무하마드 알리의 수중 권투 사진으로 유명한 <Ali Underwater> 시리즈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가 플립 슐크(Flip Schulke)가 <LIFE> 지를 위해 담은 사진으로 19살의 어린 복서 알리(당시는 캐시어스 클레이(Cassius Clay))가 수중 훈련을 하는 모습인데, 가장 널리 알려진 슐크의 사진이기도 하다. 여기엔 숨겨진 뒷 이야기가 있는데 1961년 촬영 당시 평소 수압을 견뎌 내며 연습하기 위해 수중 훈련을 한다는 알리의 말을 믿고 사진을 찍었는데, 실은 그것이 슐크를 놀려 먹기 위한 알리의 꾀였다는 것이다.* (물론 슐크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이다.) 역사 속의 아이콘이 된 사진 한 장이 어린 복서의 장난기에서 탄생했다니 재밌지 않은가.

유리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쪽에 놓인 작은 테이블에 체크리스트와 전시 팸플릿이 놓여 있다. Keith de Lellis 갤러리의 특징 중 하나는 포스터 형식으로 전시 팸플릿을 만든다는 것이다. 내가 찾아갔던 두 번의 전시도 그랬고, 몇 년 전 전시 자료도 이런 동일한 형태로 만든 걸 보면 꽤 오래 이런 양식을 활용한 것 같다. 접으면 엽서 정도 크기이지만 펼치면 제법 큰 크기가 되는 팸플릿은 만듦새가 꼼꼼해서 좋은 기념품이 될 수 있다.

입구의 복도를 지나면 바로 전시홀이며 크지는 않지만 벽 공간을 촘촘히 활용하여 사진들을 걸고 있다. 전시홀 중간에는 두 개의 소파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고, 한쪽 벽면에 놓인 길쭉한 탁자 위에 다른 전시 관련 자료와 갤러리 소개 자료 등이 놓여 있다. 전시 공간 뒤쪽은 사무실과 작품 보관고이며 사무실 벽면에도 보유 작품들 일부를 전시하여 놓아서 자유롭게 감상이 가능하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는 앤서니 바보자(Anthony Barboza)의 <Black Borders>이다. 동생과 함께 뉴욕에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성공한 아프리카계 작가 중 한 명이었던 바보자는 오랜 기간 다양한 작업을 해 온 사진가이다. 사진을 배우기 위해 19살이 되던 해에 단신으로 뉴욕에 온 바보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진가들의 그룹인 Kamoinge Workshop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가 생활을 시작하였다. 이후 군 생활을 거쳐 제대 후 뉴욕에 스튜디오를 열고 하퍼스 바자의 뒤표지에 사진을 싣기 시작하면서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 갔다.

“필름 값을 대기 위해서” 패션 사진을 선택한*** 바보자의 관심은 물론 패션 사진에만 머물지는 않았다. “바보자의 네 얼굴”****이라고 표현되었던 그의 작업 영역은 광고/상업 사진, 거리 사진, 저널리즘 사진에 스튜디오 인물 사진까지 다방면에 걸쳐 있다. 그중 이번에 전시 중인 <Black Borders> 시리즈는 작가가 1975년에 반쯤 취미로 시작하였던 스튜디오 포트레이트 작업이다.

자신의 친한 친구들과 당시의 유명한 예술가들을 스튜디오로 불러 찍기 시작한 이 시리즈는 이후 5년 동안 150장이 넘는 이미지로 이어졌다. 바보자는 포트레이트 작업이 피사체와 사진가에 대해 “50대 50”*****으로 이야기를 담는 사진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피사체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과 사진가가 보는 모습이 합쳐져 만들어내는 장면에 대한 얘기이다.

바보자의 카메라 앞에 선 예술가들은 사진가부터 시작해서 무용가, 배우, 모델, 음악가, 시인 등등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쳐 있는데 그중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진가 듀안 마이클스(Duane Michals), 리젯 모델(Lisette Model)과 애버든(Richard Avedon)의 친구이자 유명한 흑인 작가였던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도 있다.

<Black Borders> 작업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사진 배경의 활용 방법이다. 포트레이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애버든과 펜(Irving Penn)의 인물 사진들을 연구했던 바보자는 자신만의 배경을 창조하여 피사체를 표현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다른 작가들이 무채색의 배경으로 인물을 강조하려 했다면, 바보자는 부정형의 스크래치나 다른 이미지들을 그려 만들어 낸 배경을 통해 카메라 앞의 피사체를 해석하려 했다. 그래서인지 <Black Borders> 사진을 보면 평이하지 않은 다양한 배경의 느낌이 눈에 들어온다.

성공한 흑인 사진가로서 바보자가 진행했던 작업 중 하나는 잊히거나 알려지지 않은 역사 속의 아프리카계 사진가들을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것이었다.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오직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다게르(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 Louis Jacques Mande Daguerre)와 함께 사진을 공부하고 1800년대 후반에 활동했던 James T. Ball, 바보자의 우상이었던 흑인 사진가 James Van Der Zee 등 50여 명이 넘는 역사 속의 사진가들을 찾아내어 알렸다.******* 얼마 전 Jack Shainman 갤러리에서 보았던 고든 파크스(Gordon Parks)의 전시******** 때도 느꼈지만 사진의 역사에서 아프리카계 작가이 여전히 과소평가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바보자의 작업은 적지 않은 의미로 다가온다.

Keith de Lellis 갤러리는 전시 작품들, 관람의 용이성, 풍부한 전시 자료 등 많은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웹사이트의 유저 인터페이스나 자료가 상당히 부실하다는 것이다. 갤러리 소개나 전시 보도 자료 등도 제대로 올라와 있지 않고, 디자인이나 메뉴 접근의 편의성도 굉장히 불편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시 체크리스트가 꼼꼼하게 올라와 있다는 것 정도인 듯하다. 향후 웹사이트 개선을 통해 조금 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갤러리가 되길 바라본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Keith de Lellis Gallery
  • 주소: 41 E 57th St., Suite 703, New York, NY 10022
  • 운영시간: 화-토 11:00 am – 5:00 pm
  • 홈페이지: http://www.keithdelellisgallery.com

*http://www.aliunderwater.com/history.htm

**18년 3월 14일 기준.

***Roberta Gardner, “Spatial Relations”, <Camera Arts>, July/August Volume 1, Number 4, p. 66.

****Michael Edelson, “The Four Faces of Barboza”, <35MM Photography>, Spring. 1977, p. 48.

*****<Camera Arts>, July/August Volume 1, Number 4.

******같은 책.

*******ICP Library Artist File 자료. Directions and Perspective – Spring 1975, Lecture Series – Photographers – DP 3.

********뉴욕 사진 화랑 및 전시 탐방기 / #19. Jack Shainma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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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출입문. 뒤쪽으로 보이는 것이 사무실 및 작품 보관고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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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전시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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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Willi & Toukie Smith – Designer & Model, 1978>, <Howard E. Rollins – Actor, 1980>, <Debbie Allen – Dancer, 1977>, <Sylvester – Musician, 1980>, <Angelo Colon – Designer,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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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ane Michals – Photographer,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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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ette Model – Photographer,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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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y Carter – Musician,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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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iri Baraka – Poet,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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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Toukie Smith – Model, 1980>, <Marvin Hagler – Boxer,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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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팸플릿 뒷면. 기념으로 벽에다 걸어도 좋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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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자가 직접 출간한 <Black Borders> 사진집 속표지. 1,500부 한정으로 시리즈 사진들 중 약 30여 점이 실려 있으며 작가의 서명이 되어 있다.

#21. Steven Kasher Gallery

1995년 설립된 Steven Kasher 갤러리는 지금까지 200회가 넘는 전시를 개최하며 순수 사진 및 컨템퍼러리 작품들을 소개해 온 사진 전문 갤러리이다. 특히 다큐멘터리 장르의 사진들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는데 그간 민권 운동(Civil Rights Movement)을 기록한 사진들에 대해서 30회 이상 전시를 열었다. Steven Kasher 갤러리의 소속 작가는 30여 명으로 적지 않은 규모인데 그중에는 일본 사진가 다이도 모리야마(Daido Moriyama)와 뉴욕타임스에 사진 관련 칼럼을 쓰며 사진 에세이집을 낸 테주 콜(Teju Cole) 등이 포함되어 있다.

첼시 515 West 26번가 건물의 2층에 위치한 갤러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왼쪽으로 전시 자료와 안내 책자가 놓인 데스크가 있고, 앞쪽으로는 직방형의 메인 전시홀이 펼쳐진다. 메인 전시홀 중간에는 길쭉한 가변 벽이 있으며 해당 벽의 양면도 전시를 위해 활용 중이다. 메인 전시홀과 연결된 부 전시홀은 크기는 작지만 별도의 전시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Steven Kasher 갤러리는 상시 두 개의 전시를 병행한다. 전시홀들 뒤쪽으로 이어지는 복도형의 공간은 작품 보관과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다. 길을 마주한 쪽으로 일부 자연광이 들어오나 전시 조명은 자연광을 배제하고 인공광만으로 설치하였다.

지금*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전시는 마이클 스파노(Michael Spano)의 <Urban Report>와 안냐 니예미(Anja Niemi)의 <She could have been a cowboy>이다. 메인홀에 걸려 있는 스파노의 전시는 작가가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뉴욕에서 직접 찍은 이미지들을 콜라주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들이다. 다양한 이미지들이 복잡하게 중첩, 혼재되어 있는 스파노의 작업은 어지러운 잔상을 보여준다. 아직 다양한 변주가 반영된 사진들을 잘 읽지 못하기 때문에 깊이 있게 보지는 못 했지만 어찌 됐든 새로운 작업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사실 이번에 내 흥미를 끌었던 전시는 부 전시홀에서 진행 중인 노르웨이 사진가 니예미의 <She could have been a cowboy>로 미국에서 열리는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영국의 British Journal of Photography가 ‘최근 활동 중인 작가 중 가장 주목할만한 모던 아티스트 중 한 명(one of the most compelling modern artists working today)’라고 칭한** 안냐 니예미는 1-2년 간격으로 꾸준히 새로운 시리즈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1976년생의 젊은 사진가이다.

니예미는 자신의 사진 작업을 위한 분장부터 모델 역할, 연출, 촬영까지 모두 직접 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신디 셔먼(Cindy Sherman), 그중에서도 <Untitled Film Stills>를 바로 떠올리게 한다. 물론 작업 방식의 유사성이 작품의 유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방법론의 유사성은 니예미와 셔먼이 자신의 의도를 제 뜻대로 표현하기 위해 궁리하는 와중에 만나게 된 접점일 것이다. 모든 조건들을 작가의 손 아래 둠으로써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의 의미까지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니예미의 최신 시리즈인 이번 전시는 작가가 창조한 상상 속의 ‘핑크 드레스 아가씨’가 실은 진짜로 되고 싶은 ‘서부의 카우보이’가 되는 모습을 또 한 번 상상하며 만든 작품이다. 어떤 굴레에 갇힌 벽을 깨고 나오려는 인물을 표현하려 한 것인데 왜인지 결국엔 그 벽을 다 깨지 못했다는 답답함이 조금 남는 사진들이기도 하다. 전시장 한편에는 촬영 때 사용했던 의상과 도구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내 눈 앞에 실재하는 그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저 아가씨와 카우보이는 실존하는 것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소품들을 전시한 작가의 의도도 그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전시된 사진들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짧은 단편을 본 느낌이 드는데, 작가의 초기 시리즈들인 <Do not disturb, 2011>, <Starlets, 2013>이 한 장 한 장 사진의 완결성을 더 고려했다면 이후 작업들은 이번처럼 전체를 통한 서사 구조를 만드는데 조금 더 집중하고 있다.

니예미 작업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복제된(multiply, doubling)*** 인물의 이미지는 이번 시리즈 작품에도 사용되었는데 한 공간에 존재하는 핑크색 드레스의 아가씨와 카우보이, 거대한 석비 양쪽으로 결투를 벌이는 카우보이들의 모습은 무엇이(또는 누가) 진실인지 헷갈리게 한다.

이번 전시를 보고 나서 새삼 느낀 점은 철저하게 연출된 사진 속의 디테일 하나하나를 어떻게 읽어내는가이다. 침대에 앉아 코르셋을 벗는 아가씨의 머리 위로 걸려 있는 성화 작품, 모든 사진 중 유일하게 얼굴이 등장하는 남자 카우보이 초상화**** 등은 작가가 사진 속에 담아 놓은 의미들에 대해 조금 더 깊고 천천히 보고 싶게 만든다.

물론 이와 같은 사진 읽기를 위해서는 사진을 넘어서는 여러 예술, 인문 분야에 대한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할 터, 아직도 갈길은 멀고 험하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지만 말이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Steven Kasher Gallery
  • 주소: 515 W 26th St., New York, NY 10001
  • 운영시간: 화-토 10: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www.stevenkasher.com

*18년 3월 24일 기준

**Fiona Rogers & Max Houghton, <Firecrackers: Female Photographers Now>, Thames & Hudson, 2017, p. 216.

***같은 책, p. 139.

****<월간 사진예술>, (주)사진예술, 2018년 4월, p.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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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왼편으로 보이는 갤러리 간판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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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전시홀. 뒤쪽의 출구가 부 전시홀로 이어지며 왼쪽으로 보이는 커다란 가변 벽 사이로 메인 전시홀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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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전시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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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전시홀 입구. 뒤쪽으로 보이는 사진은 <The Imainary Cowbo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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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The Girl, 2018>, <The Cowbo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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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could have been a cowbo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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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tel She Never Visited,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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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ncing Cowbo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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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에 사용한 소품들이 오히려 사진 속 인물의 허구성을 헷갈리게 만든다. 누군가가 진짜로 사용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기분.

#20. Nailya Alexander Gallery

2004년 설립된 Nailya Alexander 갤러리는 컨템퍼러리 작품들 및 러시아 작가들의 사진에 특화된 곳으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흔히 사진의 역사를 공부할 때 접하게 되는 것이 보통 미국, 그리고 일부 유럽 국가 중심의 사건들과 흐름에 대한 해석이기 때문에 러시아 사진 또는 작가에 대해 들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물론 내가 과문한 탓이 가장 크다 하겠다.) 그런 점에서 Nailya Alexander 갤러리는 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작가와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소속 작가들은 물론 러시아 작가들이 많지만 프랑스, 독일 등 다른 국가 태생의 작가들도 여럿 대표하고 있다.

Nailya Alexander 갤러리는 Howard Greenberg와 Gitterman 갤러리도 들어와 있는 57번가와 메디슨가 코너 The Fuller 빌딩의 7층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 중간에 위치한 갤러리는 넓지는 않지만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작품 보관고 및 사무실을 함께 구축해 놓았다. 전시 메인홀은 사무실 및 작품 보관고를 구분해 주는 분리형 벽면들을 활용한 직방형의 공간이며 출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벽면 뒤쪽으로 작품 보관함들이 놓여 있다. 보관함 위에 전시 안내 자료와 체크리스트를 두었으며, 작품 보관 공간의 안쪽으로는 갤러리가 소유 중인 다른 작품들 일부도 함께 전시 중이다. 출입문을 들어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커다란 가변 벽 뒤쪽이 사무 공간인데 이곳에도 일부 소장 작품들을 전시하여 놓았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는 <Boris Ignatovich: Master of Russian Avant-garde Photography>이다. 1899년 러시아 태생(정확히는 구 소련 연방의 벨라루스 지역)의 작가인 보리스 이그나토비치(Boris Ignatovich)는 잡지사 기자 생활 중 사진에 관심을 가지며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되었고 저널리즘부터 순수 사진까지 다양한 장르의 사진들을 넘나 들었다. 이번 전시는 뉴욕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그나토비치의 개인전으로 1969년 작가 탄생 70주년에 열렸던 모스크바 전시에 작가가 직접 인화해 걸었던 빈티지 프린트** 등 접하기 힘든 작품들을 포함하고 있다.

전시작은 총 21점으로 작가가 사진 생활을 시작한 1920년대부터 1930년대 말까지의 주요 작품들이며, 작게는 3인치에서 크게는 40인치까지 다양한 크기의 인화물이 혼재되어 있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받은 전반적인 느낌은 비정형의 프레이밍이 주는 인상이었다. 피사체를 자르고 비스듬히 배치하며 단순히 눈에 보이는 장면이 아니라 어떠한 메타포를 담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이러한 프레이밍을 통해 전해 지는 것 같았다. 혁명의 구호가 적힌 채 바람에 나부끼는 배너들 사이로 보이는 오래된 양식의 성당 첨탑, 노동자의 손과 “앞으로”라는 문구가 한 프레임 안에 담긴 사진은  그러한 프레이밍을 잘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1930년에 이그나토비치가 찍은 <The Conductor Dmitry Shostakovich> 사진과 이후의 로버트 프랭크 사진 프레임의 유사성을 말하는 글****도 있는데, 로버트 프랭크가 기존 사진 문법의 규칙들을 깨며 보여 줘던 구성과 화면에 사람들이 놀랐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는 이그나토비치의 프레임이 어떠한지를 잘 표현해 주는 듯하다. )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보리스 이그나토비치는 러시아(엄밀히는 구 소련-소비에트 연방) 사진 및 예술계의 중추적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러시아 사진작가인 알렉산더 로드첸코(Alexander Rodchenko)에게 사사한 후 그와 함께 러시아 구성주의(Contructivism) 작가들의 모임인 옥토버(October) 그룹에서 활동*****하다가 후반에는 직접 그룹을 이끌기도 하였다.

1920~30년대의 소련은 1917년 10월 혁명 이후 체제의 프로파간다를 위해 예술이 활용됐던 시대였다. 소련은 당시의 다른 국가들과 달리 체제 선전을 위해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으며 이는 작가, 사진가 등등 당시의 능력 있는 예술가들을 대거 포함하고 있었다.****** 이러한 소련의 방식은 결과적으로 단순히 선전, 선동을 위한 위한 ‘제작물’이 아닌 예술적 표현의 ‘작품’들이 나올 수 있게 하였는데, 이그나토비치 또한 그 시절에 활발히 활동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그만의 표현을 보여 주는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이번 전시를 보고 난 후 생각난 것 한 가지를 덧 붙이자면 이곳에 한국 작가들을 위한 전시 공간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뉴욕에는 중국 작가들을 위한 Klein Sun 갤러리, 일본 작가들 중심인 Miyako Yoshinaga 갤러리, 그리고 이번에 전시를 관람한 Nailya Alexander 갤러리처럼 특정 국가 작가들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곳들이 제법 있다. 가끔씩 뉴욕 한국문화원이나 Korea Society 등에서 한국 작가의 전시 등을 열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작가들을 소개하고 시장과 연결시켜 주는 전문 갤러리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쉬운 점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저 한국 문화 소개 공간 정도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상업적 운영(생존)이 가능하면서도 가능한 많은 한국 작가들을 알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사진가들이 충분히 많으니 이곳과 연결시켜 줄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이 있는 조직만 만들 수 있다면 가능하긴 할 텐데 말이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Nailya Alexander Gallery
  • 주소: 41 E 57th St., Suite 704, New York, NY 10022
  • 운영시간: 화-토 10: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www.nailyaalexandergallery.com

*18년 3월 14일 기준

**전시 보도 자료. (http://www.nailyaalexandergallery.com/exhibitions/boris-ignatovich-master-of-russian-avant-garde-photography)

***전시 체크리스트 설명 자료.

****Ian Jeffrey, <How to read a photograph>, Harry N. Abrams, 2009, p. 94.

*****나탈리 허시도르퍼(Nathalie Herschdorfer), <포토그래피 바이블>, 시그마 프레스, 2017, p. 216 & 343.

******Mikhail Karasik, <The Soviet Photobook: 1920-1941>, Steidl, 2015, p.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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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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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을 들어서 마주하는 풍경. 뒤쪽으로 보이는 곳이 작품 보관함들이 있는 곳이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사진은 <Youth,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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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전시홀. 뒤쪽으로 보이는 의자가 있는 곳은 사무실로 쓰이는 곳이다. 왼쪽으로 보이는 작품은 에르미타쥬 박물관 앞에서 담은 <At the Hermitage,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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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보관고 안쪽 벽면에는 갤러리 소장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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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er, 1935>.

“In 1935, photographer Boris Iganatovich, a former member of the October Group, took a photograph of a group of young, athletic men in a public shower. It showed one figure sitting in the foreground, his muscular back to the viewer, with more bathers standing together in the background. Ignatovich’s friend, painter Alexander Deyneka, came across this photograph and asked if he could use it as a prototype for one of his paintins. Later he produced a work which he himself considered to be a failuer in comparison to the original photograph.”, Arts Magazine, November 1989, Curator, scholar and critic Margarita Tupitsyn, Ph.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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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lten Steel, 1938>.

Ignatovich captured the major industrial advancements in the Soviet Union through the 1920s and 1930s. He took this photograph at the Azovstal’ metallurgical complex in Maripol’, Ukraine. It was one of the Soviet Union’s largest steel plants at th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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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ol Lever, Dinamo Factory, 1930>.

Ignatovich shot this photograph at the Dinamo factory, one of Russia’s oldest electrical plants. The hand – well-worn but visibly powerful – coupled with the Russian word for “forward” conveys Ignatovich’s optimistic belief in the laboring masses’ ability to transform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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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stnoy Boulevard, Moscow, 1930>.

Strastnoy Boulevard is a street rich with cultural iconography that strecthes from Strastnoy (now Pushkin) Squar to Peter’s Gates. It is 123 meters wide, making it one of the widest streets in the boulevard ring. The contrast here between socialist slogans and Romanov-era architecture highlights dramatic differences in pre- and post-revolutionary worldviews. This photo – controversial at the time for not offering viewers an easily-digestable, straight-forward message – is emblematic of Ignatovich’s tireless spirit of experimentation.

#18. Milk Gallery

문화적 감각이 있는(Culturally coscious) 회사라는 소개글을 달아 놓은 Milk 그룹에서 운영하는 Milk 갤러리는 뉴욕의 여타 상업 갤러리라기보다는 비정기적으로 이벤트성 전시를 진행하는 공간에 가깝다. Milk Group Company는 뉴욕과 LA에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인화를 포함한 디지털 이미징 작업, 홍보/마케팅 이벤트 운영, 모델 캐스팅 및 메이크업까지 일종의 통합 문화/이미지 서비스 기업이다.

첼시 마켓 건물의 끝자락과 길 하나를 건너 마주한 450 West 15번가 건물의 지상층에 위치한 Milk 갤러리는 외부로 향한 벽면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 있어 볕이 매우 잘 드는 구조이다. 반층 정도의 계단을 올라간 높이에 있는 갤러리는 중간중간 회전 및 이동이 가능한 가변 벽들을 활용하여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전시 외 다른 이벤트를 위해서도 활용하기 때문에 공간 면적이 매우 넓은 편이다.

이번에* Milk 갤러리를 찾아간 까닭은 사진집단 매그넘과 후지필름의 협업 프로젝트인 <HOME>** 전시를 보기 위해서였다. 16명의 매그넘 사진가들이 “집(Home)”이라는 단일한 주제 아래 각자의 시선으로 담은 작품들로 후지필름의 중형 디지털카메라인 GFX50S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필요에 따라 X 시리즈 카메라들로 보완하며 작업한 프로젝트이다.

참여 작가들은 올해로 90세인 엘리엇 어윗(Elliot Erwitt)과 아시아 최초의 매그넘 멤버인 히로지 구보타(Hiroji Kubota) 등의 노장들부터 비교적 최근 매그넘에 합류한 조나스 벤디크센(Jonas Bendiksen) 등 신진 세대들까지 다양하게 아우르고 있다.

사실 어느 정도 후지필름의 홍보성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아무리 매그넘이라 해도 전시 자체에 많이 끌렸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일일 도슨트이자 강연회를 진행한 데이빗 앨런 하비(David Alan Harvey)가 아니었다면 아마 굳이 전시에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Cuba>와 <Divided Soul> 등으로 유명한 하비 선생님은 작년 12월 뉴욕에서 열린 제주 해녀 특별 전시회 오프닝 때 먼발치에서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직접 가까이서 얘기를 듣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한 시간 정도 진행된 하비의 작품 설명은 사진 자체를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살짝 가미된 유머들이 더 귀에 들어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여기 제목에 보이는 것처럼 집(Home)을 담는 것이었어요. 그냥 집에 있으면서 사진을 찍고 돈을 받으면 되니 솔직히 이번처럼 편한 일은 없었죠. :)”

대부분의 사진을 실제 살고 있는 집에서 찍은 엘리엇 어윗의 작품들 앞에선 부동산에 대한 얘기가 이어졌다.

“여기 이 사진 속의 뉴욕 풍경 멋지죠? 여러분 그거 아세요? 어윗에게는 센트럴파크가 아주 잘 보이는 집이 있어요. 그것도 두 채나 있죠. 전 솔직히 조금 부러워요.”

이탈리아 출신 작가 알렉스 마졸리(Alex Majoli)의 작품들 앞에선 요리 이야기로 주제가 넘어갔다.

“알렉스 마졸리는 칼라를 아주 인상적으로 찍는 친구죠. 이 사진들 보시면 아실 거예요. 그런데 이 친구 실은 파스타를 엄청 맛있게 요리한답니다. 혹시 여러분들 중에 그의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 분이 있어도 그의 요리는 좋아하게 될 겁니다.”

16명의 시선으로 바라 본 “집(Home)”은 그 시선의 숫자만큼이나 다채로웠다. 물리적인 집의 공간에서 시작해 가족의 범위로 확장되는 집의 개념, 그리고 고향과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들로 퍼져 나가는 집까지. 단순히 단어 하나의 의미로 정의될 수 없는 “집(Home)”의 모습들이었다.

전시 관람에 이어진 하비의 강연회는 준비된 100석의 좌석을 가득 채우고도 주변에 둘러 서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찰 만큼 성황이었다. 매그넘 작가라는 타이틀을 단 하비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이니 물론 그럴 법도 하다 싶었다.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사진의 길과 최근 작업들, 그리고 젊은 작가들에 대한 조언은, 언뜻 들으면 이미 성공한 선배 세대의 충고쯤으로 비칠 수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충분히 새겨들을만했다. 미래의 결과를 기대하기 전에 눈 앞의 작업에 충실하라는 것. 자신의 첫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돈도, 이름도, 그 아무것도 없이 그저 아이 딸린 유부남 학생 사진가였던 하비의 이야기는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 하비는 특히 지금 세대의 작가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그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의견을 많이 주었는데, 명성을 좇지 않고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 내라는 이야기는, 당연한 말이지만 역시 당연한 것이 불변의 진리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해 주었다. (하비는 자신이 창간한 온라인 매거진 Burn***을 통해 신진 사진가들에 대한 지원과 교육을 여러모로 하고 있으므로 관심 있는 분들은 해당 매거진의 사이트를 참조하기 바란다.)

이번 전시 방문에서 얻은 또 하나의 소득은 하비가 자신의 학생이라고 소개한 사진가 아거스 폴(Argus Paul)****의 작업을 알게 된 것이었다. 하비의 강연회가 끝난 후 잠시 훑어보기 위해 집어 든 폴의 사진집은 놀랍게도 세월호와 단원고 학생들에 관한 다큐 작업이었다.

“어? 이거? 너 이 일을 어떻게 알고 작업한 거니?”

“아. 내 친구 중에 한 명이 사촌을 사고로 잃었거든. 그 이후 세월호에 대한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

뉴욕의 한적한 갤러리에서 마주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작업이라, 그리고 마침 4월이 찾아오고 있던 터라 아마도 폴의 작업이 더 눈에 들어왔을 테다. 알고 보니 서울을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교포 사진가인 폴은 세월호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 사회의 여러 이슈들에 관해 많은 기록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는 작가이다.

마침 이 글을 쓰는 지금 이곳은 4월 16일이다. 4년 전 그때, 나는 독일에 머물고 있었는데 수십 년째 독일에 살고 계신 고모님과 독일계 혼혈인 사촌 형, 동생을 보기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저 어린 학생들을 저렇게 보내 버리는 나라의 모습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지라는 생각이었다.

다만 뉴욕 한 구석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여러 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그날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 언젠가는 그날의 모든 슬픔들이 보듬어지길 바라본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Milk Gallery
  • 주소: 450 W 15th St., New York, NY, 10011
  • 운영시간: 월-금 10:00 am – 6:00 pm / 토-일 11:00 am – 7:00 pm
  • 홈페이지: http://www.themilkgallery.com

*18년 3월 11일 기준.

**전시 홈페이지: http://home-magnum.com/en/

***http://www.burnmagazine.org

****http://www.arguspa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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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풍경. 가변 벽들을 활용하여 전시 공간을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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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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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을 진행 중인 하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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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어윗의 작품들. 올해로 90세인 어윗의 2017년 최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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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윗 사진 속의 위트는 여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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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마졸리(Alex Majo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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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기억을 좇아간 히로지 구보타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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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 소스(Alec Soth)와 알렉스 웹(Alex We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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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한편에 있던 후지필름 체험 및 서비스 공간. GFX50S는 생각보다 작고 가벼웠다.

#17. Gladstone Gallery

(이번 탐방기는 일부 불편한 사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아트 딜러인 바바라 글래드스톤(Barbara Gladstone)이 1980년 설립한 Gladstone 갤러리는 소호 Wooster 가의 작은 공간에서 첫출발을 시작하여 90년대에 첼시로 자리를 옮기며 현재까지 긴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오너인 글래드스톤은 2012년 포브스지의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 딜러” 기사에서 9위로 선정되기 했을 정도로* 명망 있는 딜러로 지금은 첼시 두 곳을 포함하여 뉴욕에만 세 곳, 그리고 2000년대 후반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세운 벨기에 브뤼셀의 갤러리까지 세계적으로 총 네 곳의 공간을 운영 중이다. Gladstone 갤러리는 사진을 포함하여 조각, 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컨템퍼러리 예술작품들에 집중하고 있으며 키스 헤링(Keith Haring)의 작품들을 대표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를 보기 위해 찾아간 곳은 첼시의 515 West 24번가에 위치한 전시 공간이다. 인도에 접해 있는 커다란 젖빛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게 되어 있는 갤러리는 내부 배치에 따라 1, 2, 3 세 개의 전시홀로 구분되어 있다. 출입문 바로 앞에 위치한 데스크 뒤쪽으로 2 전시홀이 자리 잡고 있으며 간이벽을 사이에 두고 그 왼쪽으로 1 전시홀이 위치한다. 1 전시홀과 2 전시홀이 비슷한 크기로 메인 전시홀을 형성하고 있다면 갤러리 뒤쪽 좁은 통로를 지나 연결되어 있는 3 전시홀은 매우 작은 공간으로 천장에 난 자연채광창이 특징이다. 전시홀을 연결하는 좁은 통로 사이에는 사무실로 연결되는 별도의 문이 있다.

전시를 보기 위해 갤러리를 방문한 날**, 1 전시홀 한쪽에서 작품들을 둘러보던 장년 커플의 소곤대는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Isn’t is disturbing? (좀 불편하지 않아요?)”

“So disturbing! (굉장히요!)”

우연히 듣게 된 대화가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던 이번 전시는 바로 <Robert Mapplethorpe>. 작품의 소재와 표현 때문에 많은 논란의 중심이었고, 스스로의 삶과 작품을 분리할 수 없었던 듯 결국 후천성 면역결핍증으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이다. 작가 사후의 순회 사진전이었던 <Mapplethorpe: The Perfect Moment>와 이를 둘러싼 법정 공방, 그리고 그 시기에 벌어진 수백 건의 논쟁***에 관한 이야기는 그의 작품들이 촉발시켰던 상황을 잘 보여 준다. 아마 지금도 사람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가를 꼽으라면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뉴욕 퀸즈의 가톨릭 가정에서 여섯 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메이플소프는 특별할 것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림에 소질이 있었고 무언가 ‘자신만의’ 예술을 추구하겠다는 열망은 있었지만 그 방향성은 불명확했다. 특히 향후 그의 사진 세계를 지배한 핵심 주제인 동성애는 가톨릭 교육의 영향을 받았던 메이플소프가 의식적으로 피하려 했던 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맹인 판매인의 가판대에서 훔친 동성애 포르노 잡지를 통해 처음 접한 이미지들은 향후 그가 죽을 때까지 천착하게 된 소재가 되는데, 이는 직접적인 성적 자극보다는 이러한 소재를 통해 오직 자신만의 예술을 창조해 내겠다는 생각에 더 가까웠다.****

전시 작품 수는 총 50점으로 메이플소프의 트레이드 마크인 강렬한 육체, 성애의 이미지들과 함께 단아한 미가 느껴지는 정물 사진들, 그리고 몇몇 인물 포트레이트들이다. 처음으로 직접 마주한 메이플소프의 사진들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강한 인상을 주었고, 전시장을 거닐던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헉 소리가 날 정도의 사진들도 제법 있었다. 반면 진짜 같은 작가의 작업인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정갈한 꽃 사진들은 매우 부드러운 미를 품고 있어 다른 작품들에 놀란 마음과 눈을 진정시켜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메이플소프가 태어나고 자란 뉴욕 퀸즈 플로랄 파크의 교구 성당에서 재임했고, 그의 장례 미사를 집전했던 스택(Stack) 신부는 메이플소프의 이러한 정물 작품들이 그가 찍은 다른 성향 – 동성애/S&M(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Sex & Magic*****) – 의 작품들을 상쇄해 주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는 사진가인 로 에쓰리지(Roe Ethridge)*******로 전시 작품들의 선정부터 배치까지 모두 그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번 MOMA <Stephen Shore> 전의 언론 간담회 때 쇼어(Stephen Shore)의 말 중 인상적이었던 것 하나는 전시에 관한 그의 생각이었다. “이번 전시는 제가 아니고 (큐레이터인) 퀜틴 바젝(Quentin Bajac)의 전시입니다. 제가 76년 MOMA 전시 때 받았던 조언 중 하나가 전시는 큐레이터에게 맡기라는 것이었죠. 제가 지금까지 쭉 지켜 온 조언이기도 하고요.”******** 전시를 준비하고 기획하는 큐레이터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번 <Robert Mapplethorpe> 또한 모든 작품을 리뷰하고 선정하고 구성한 에쓰리지의 전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생각을 교환할 수 있는 작가가 살아 있지 않기 때문에 사진들의 선정에 있어 전적으로 큐레이터의 생각과 소신이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금번 전시에서 사진들이 주는 임팩트를 특히 강화시켜 준 것은 작품들의 배치였다. 성애 이미지들 사이사이 병치된 정물과 꽃 사진들의 대비는 각각의 작품이 원래 담고 있던 느낌을 훨씬 배가시켜 주었다. 이러한 전시 구성은 메이플소프의 작품들을 바라 보고, 또 보여 주려 하는 큐레이터 에쓰리지의 관점이며 그러한 점에서 결국 그가 바라본 작가 메이플소프의 세계일 것이다.

Gladstone 갤러리가 뉴욕에서 메이플소프의 작품을 대표하게 된 것은 작년 4월로 이제 일 년이 되었다. 그전까지 약 15년간은 Sean Kelly 갤러리가 뉴욕에서 메이플소프의 작품을 대표하는 갤러리였다. 관련 기사*********를 보면 이전 갤러리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마무리하고 Gladstone과 시작하는 새로운 동거를 기대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코멘트가 나온다. 물론 예술가의 작품 세계와 작가를 이해하는 것이 갤러리와 소속 작가들 관계의 시작이겠지만, 어느 정도 상업 논리를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서 본다면, 메이플소프 같은 유명인을 대표하게 된 건 Gladstone 갤러리에게 분명 득이 되는 일임에 틀림없다.

생은 짧았지만, 그 뒤에 남겨진 발자취만큼은 결코 짧지 않았던 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 이미 그가 죽은 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작품들이 뿜어 내는 힘은 세월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강렬했다. 오래간만에 볕이 좋던 날씨인 지난 토요일 오후에 뉴욕 퀸즈 미들 빌리지의 St. John 공동묘지를 찾았다. 메이플소프의 뜻에 따라 화장된 유해는 그곳에서 그의 부모님과 함께 잠들어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작은 묘비 하나가 다인 곳. 온갖 논란을 불러왔던 예술가의 마지막 안식처는 몇몇 장례 행렬 차량을 제외하면 적막하리만치 고요했다. 마치 잠시 구름 사이로 비친 작은 햇살만이 그가 여기서 쉬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는 듯.

기본정보

  • 갤러리명: Gladstone Gallery
  • 주소: 515 W 24th St. New York, NY 10011 / 530 W 21st St. New York, NY 10011 / (Gladstone64) 130 East 64th St. New York, NY 10065.
  • 운영시간: 화-토 10: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s://gladstonegallery.com

*포브스 기사: https://www.forbes.com/sites/michaelnoer/2012/05/03/americas-most-powerful-art-dealers/#2beb0b1262a6 (크리스티, 소더비 등의 대형 업체 및 퍼블릭 갤러리를 운영하지 않는 딜러들은 선정에서 제외한 순위임.)

**18년 3월 9일 기준.

***진동선, <현대사진가론>, 태학원, 1998, p. 75.

****Patricia Morrisroe, <Mapplethorpe>, Random House, Inc., 1995, Location 492 of 8138.

*****같은 책, Location 2488 of 8138.

******같은 책, Location 188 of 8138.

*******Roe Ethridge는 Gladstone 갤러리 소속 사진가로 곧 전시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갤러리 아티스트 소개 페이지 참조: https://gladstonegallery.com/artist/roe-ethridge/work#&panel1-1

********MOMA 전시 안내 페이지: https://www.moma.org/calendar/exhibitions/3769?locale=en.

*********Art News: http://www.artnews.com/2017/04/28/gladstone-gallery-now-represents-the-estate-of-robert-mapplethor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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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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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로 들어서 처음 마주하는 풍경은 데스크와 천장까지 맞닿은 높은 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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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시홀 풍경. 우연히 들려온 장년 커플의 대화는 내가 누구의 전시에 왔는지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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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시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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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통로를 지나면 3 전시홀로 이어진다. 3 전시홀에는 작가의 자화상 한 점만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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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Pictures / Self Portrait, 1977>, <Pictures / Self Portrait,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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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 Amurri,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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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Lisa Lyon, 1982>, <Apples and Urn, 1987>, <Jim and Tom, Sausalito,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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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Freesia, 1982>, <Marty Gibson, 1982>, <Daisy,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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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Carol Overby, 1979>, <Phillip Prioleau / Cock, 1980>, <Azalea, 1979>, <Patti Smith, 1978>, <Watermelon with Knife, 1985>, <Baby Larry, 1978>, <Sean Young,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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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Richard Gere, 1982>, <Robert Rauschenberg and Trisha Brown,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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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 Portrait, 1988>. 죽기 직전 해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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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퀸즈 St. John 공동묘지에 잠들어 있는 메이플소프의 묘비.

#16. Yossi Milo Gallery

2000년에 개관한 Yossi Milo 갤러리는 사진을 중심으로 한 컨템퍼러리 예술 작품들에 집중하고 있는 곳으로 2012년 현재의 첼시 공간으로 이전하며 십 년이 넘는 연혁을 쌓아 가고 있는 곳이다. 갤러리의 현재 소속 작가 중에는 <Tree> 시리즈 작업을 진행한 한국인 사진가 이명호(Myung Ho Lee)가 있으며 2009년과 2017년에 작가의 해당 시리즈로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한국 작가 윤지선(Yoon Ji Seon)의 프로젝트 작업을 전시하기도 했으니 Yossi Milo 갤러리는 상대적으로 한국 작가들과 연이 많은 곳이다.

245 10번가 건물 1층에 위치한 갤러리는 가운데의 좁은 통로를 중심으로 이스트 홀과 웨스트홀 두 곳의 전시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각 전시홀 중간에는 노출 콘크리트 기둥이 서 있으며, 가운데 통로 양 옆으로 데스크와 별도의 뷰잉 룸 및 사무공간, 그리고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있다. 출입구와 붙어 있는 이스트 홀은 일부 자연광과 조명을 활용하여 전시를 볼 수 있도록 해 놓았고, 안쪽의 웨스트홀은 이스트 홀에 비해 조금 더 넓으며 자연광이 들어오지 않는 점을 감안하여 더 밝은 조명을 준비해 놓았다. (참고로 지금은 갤러리 건물 전면이 공사 중이라 이스트 홀은 조금 어두운 편이다.) 통로의 데스크 위에 체크리스트, 보도 자료 등과 작가의 사진집이 놓여 있어 전시와 함께 감상할 수도 있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는 독일 사진작가 마쿠스 브루네티(Markus Brunetti)의 <FACADES – Grand Tour>이다. Yossi Milo 갤러리에서 열리는 브루네티의 두 번째 개인전으로 작가가 지속해서 작업해 온 <FACADES> 시리즈의 최신작들을 전시 중이다. ‘Facade(파사드)’는 건축 용어로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또는 인상적인 면’을 뜻하는 용어이다. 현대에 들어 다양한 디자인으로 그 의미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건물의 정면(현관)이 한 건물을 대표하는 ‘파사드’라 할 수 있다. 사진작가인 브루네티는 컴퓨터 장비를 가득 실은 차를 끌고 전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오래된 성당, 교회, 수도원 등의 고건축물의 파사드를 채집, 기록하는 작업을 해 왔다. 이 중에는 밀라노의 두오모 등 유명 건축물부터 리투아니아의 정교회 건물이나 노르웨이 보르군드의 목조 교회당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들도 있다. 서유럽 지역 중심으로 작업을 시작했던 작가가 점차 전유럽으로 관심의 범위를 확장하여 작업해 온 결과이다.

전시장에 들어서 사진을 둘러보며 처음 든 생각은 독일 출신인 베른트와 힐라 베허 부부(Bernd & Hilla Becher)의 유형학(Typology) 사진이었다. <급수탑> 시리즈 등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현대 유형학 사진 계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의 베허 부부는 자신들의 전통을 계승하는, 일명 베허학파 작가들을 만들어 내 왔다. 이번 전시작들도 이러한 유형학 사진의 전통을 따라 여러 건축물의 파사드들을 일종의 규칙적 형을 따라 담은 작품들로 전시 보도 자료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베허 부부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다.** (당신의 사진 감상 능력이 +1 상승하였습니다!)

예전에 베허 부부의 작품들에 관한 기계/사진 비평가 이영준 교수님의 북 토크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교수님이 말한 작품에 대한 감상평이었는데 대략의 요지는 이랬다.

“여러분은 베허 부부의 작품을 직접 본 적이 있나요? 저는 베허 부부 사진들의 힘은, 유형학이고 뭐고 다 떠나서 일단 그 작품의 디테일과 정교함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급수탑> 사진들을 보세요. 일체의 왜곡 없이, 정면 그대로의 모습을 이렇게 담는 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에요. 그래서 베허 부부의 작품들은 단순히 유형학이 아니라 사진 자체가 품고 있는 아름다움에 감동하게 되죠.”

(베허 부부의 작품들에 감동하여, 마침 조금 친분이 있던 갤러리라 할인을 좀 받아 작품을 살까 하고 가격을 문의하였는데 교수님 생각보다 영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는 후일담은 덤이었다.^^)

이번 전시에 걸린 브루네티의 사진들에서 내가 느낀 인상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우와, 뭐지? 도대체 어떻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섬세한 사진들. 성당 기둥에 새겨진 조각상들 하나하나가 너무도 세세하게 손에 잡힐 듯했다. 60인치가 넘는 대형 인화물에서 느껴지는 디테일의 정교함은 보는 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브루네티 사진들의 디테일을 가능케 한 것은 바로 사진을 만든 방법에 있었다. 예를 들어 <Trondheim, Nidarosdomen> 작품에 대해 명기된 체크리스트의 제작연도는 2007-2017이다. 11년에 걸쳐 한 장의 사진의 만든 것이다. 다른 사진들도 이보다 길지는 않지만 최소 몇 년의 시간을 작품 제작에 소요하였다.

이른 아침의 옅은 빛을 광원으로 택한 브루네티는 파사드의 제일 아래부터 위까지 렌즈를 따라가며 1제곱미터 단위로 면의 일부분을 잘라 수천 장의 사진들을 담는 작업을 몇 주, 몇 년에 걸쳐 진행했다. 이후 정교한 컴퓨터 작업을 거쳐 파사드 전체를 담은 한 장의 사진을 완성한 것이다.***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인 작업을 거쳐 기둥 조각상 하나하나의 섬세함과 건물 대리석 한 장 한 장이 담고 있는 세월의 질감이 생생하게 표현될 수 있었다.

이번 갤러리 탐방에 함께했던 짝꿍도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갤러리 매니저에게 가격을 물어본다. 인화 사이즈에 따라 대략 천~이천만 원 중반대의 가격. 에라 모르겠다 하고 미국을 떠날 때 한 장 지르자는 걸, 보관할 곳도 없다고 말리긴 했지만 이런 작품 하나 집 안에 걸어 두고 감상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즐거운 시간이겠구나 싶기도 하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Yossi Milo Gallery
  • 주소: 245 10th Ave. (between 24th & 25th St.), New York, NY 10001
  • 운영시간: 화-토 10: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www.yossimilo.com

*18년 3월 1일 기준.

**전시 보도 자료. http://www.yossimilo.com/exhibitions/2018_02-markus_brunetti/

***전시 보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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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전면은 공사 중이라 족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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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홀 전시 풍경. 뒤쪽 사람들이 서 있는 곳이 데스크이며 통로를 지나 웨스트홀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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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홀 전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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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작품은 긴축이 113인치에 달했다. <Nürnberg, Sankt Lorenz, 2012–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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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dome, Eglise de la Trinité, 2013–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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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chfield, Cathedral, 2014–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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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ürnberg, Sankt Lorenz, 2012–2017>. 부분.

#15. Benrubi Gallery

창립자인 보니 벤루비(Bonni Benrubi)가 자신의 이름을 딴 Bonni Benrubi 갤러리를 설립한 것은 1987년이다. Howard Greenberg, Gitterman 갤러리 등이 있는 57번가의 풀러 빌딩에 첫 둥지를 틀었다가 이후 첼시로 자리를 옮겨 왔고, 2012년 설립자인 보니 벤루비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후 현재는 Benrubi 갤러리로 이름을 바꾸고 3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갤러리 소개글에 따르면 20세기 및 컨템퍼러리 사진 작품들에 특히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갤러리 소속 작가들 중에는 일본 작가 와타나베 히로시(Watanabe Hiroshi)도 포함되어 있다.

갤러리가 위치한 521 W 26번가 건물은 이전에 방문했던 Laurence Miller 갤러리도 들어와 있는 곳으로 Benrubi 갤러리는 2층에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왼쪽은 데스크 및 작은 사무공간으로 체크리스트 등 전시 관련 자료가 놓여 있으며, 오른쪽은 회의실인데 유리창을 통해 안에 걸려 있는 작품들은 자유로이 볼 수 있다. 앞쪽으로 직방형의 메인 전시홀이 펼쳐져 있으며 왼쪽의 데스크를 돌아 통로 쪽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작은 별실인 프로젝트 스튜디오가 메인홀과 별개의 전시를 진행할 수 있도록 구분되어있다. 그 뒤쪽은 사무실과 작품 보관고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공간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갤러리 소속 작가인 제프리 밀스타인(Jeffrey Milstein)의 <Leaning Out>과 갤러리가 작품을 보유 중인 패트릭 D. 파그나노(Patrick D. Pagnano)의 <Empire Roller Disco> 두 개다.

이 중 ‘몸을 굽혀 밖으로 내밀다’는 뜻을 가진 <Leaning Out>은 제목이 은연중에 드러내듯 헬기와 소형 비행기를 타고 수 km 상공에서 담은 항공사진 작품들 전시이다. 작가인 밀스타인은 오래 시간 동안 LA, 뉴욕 등 대도시와 공항, 항만 등을 담은 항공사진 작업을 진행해 왔고 이번 전시에 그 작업들 중 일부가 걸렸다. 전시 작품 수는 총 14점이며 큰 사진은 긴 폭의 길이가 70인치, 작은 작품들도 40인치 이상은 되는 대형 작업들이다.

밀스타인의 항공사진들은 수천만의 인구가 밀집한 메트로폴리탄, 기술 발전의 산물인 대형 발전소와 항만, 공항 등 인간이 만든 풍경이지만, 바로 그 인간들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을 보여 준다. 기존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질서와 아름다움이다. 뉴욕 5번가를 담은 사진은 수직으로 솟아오른 건물들이 촘촘한 작은 블록이 되어 그 사이를 지나다니는 차와 길 속으로 섞여 들어가 만든 풍경이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었다. 런던의 게이트윅 공항을 담은 작품은 분명 인공의 풍경인데 마치 남미 평원의 미스터리한 고대 그림들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든다. 2차원의 평면에 출력된, 게다가 사선이 아닌 평행한 시선으로 바라본 경치가 그 높이로 인한 아찔함 때문에 보는 이에게 현기증까지 느껴지게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다.

사진의 역사를 돌아볼 때 사진이 표현 가능한 영역에 대한 외연적 확장은 필연적으로 기술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면 니엡스가 담은 최초의 사진이 8시간을 노출을 필요로 한 반면, 지금은 우리가 눈 한번 깜박할 시간보다 빨리 한 장의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타임이 선정한 100대 사진에도 선정되었던 해럴드 에드거튼(Harold Edgerton)의 우유 방울 왕관 사진**이나 머이브리지(Edward Muybridge)의 달리는 말의 연속 사진*** 등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시야를 넓혀 준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항공사진 또한 기술 발전의 혜택을 적지 않게 입은 분야일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엔 단순히 카메라와 렌즈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 기술들(항공, 기계 공학 등)들의 발전까지 포함해서이다.

비용이든, 시간이든 항공사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시선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관심을 끌 수 있다. 한국에서도 한때 유명세를 탔던 ‘하늘에서 본’ 시리즈의 작가 얀 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의 작품들도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쉽사리 볼 수 없는 풍경이라는 점이 인기에 한몫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밀스타인의 작품들은 단순히 시선의 스펙터클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무언가가 들어있다. 이는 인간이 만든 풍경들에 천착한 항공사진 <Flying> 시리즈뿐만 아니라 <Airliners>, <Helicopters and Blimps>**** 등 바로 그 하늘을 나는 기계에 집중해 왔던 작가의 눈이 우리가 보지 못했던 미를 새롭게 드러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이자면, 물론 모든 사진들이 그렇겠지만, 특히나 대형으로 인화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작품들은 그 인화물들을 실제 마주할 때의 느낌이 화면 상의 이미지를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밀스타인 전시도 직접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좋았다.

최근에 감상한 전시들 중 이와 같은 대형 작업들이 많다 보니 나도 모르게 대형 인화의 세계에 빠져 들고 있는 중인데, 이다음에 이야기할 Yossi Milo 갤러리의 전시 또한 대형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한 전시이다. (그렇다, 마지막은 다음 편 떡밥이다.) 그럼 다음 편을 기다리는 분들이 생기길 바라며 이번 방문기는 여기서 마무리해야겠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Benrubi Gallery
  • 주소: 521 W 26th St., 2nd Fl., New York, NY 10001
  • 운영시간: 화-토 10: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benrubigallery.com

*18년 2월 28일 기준.

**http://100photos.time.com/photos/harold-edgerton-milk-drop

***http://100photos.time.com/photos/eadweard-muybridge-horse-in-motion

****갤러리 아티스트 소개 페이지 참조: http://benrubigallery.com/artist/75/jeffrey-mil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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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ning Out> 전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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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오른쪽은 회의실로 활용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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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왼쪽은 데스크와 작은 사무공간이 있다. 그 공간 벽면도 작품을 위해 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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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뒤쪽으로 보이는 통로가 프로젝트 별실 및 작품 보관고로 이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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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C Fifth Avenu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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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wick 2 Plane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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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공간에서 진행되던 패트릭 D. 파그나노의 <Empire Roller Di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