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으로 생활하기

제목을 너무 거창하게 붙였나 봅니다.

저는 결혼할때 아내가 혼수로 올림푸스 뮤2 줌카메라를 가지고 시집 오던 필름 세대입니다.

제게 필름은
특별히 필름이 좋아서 필름을 고집하고 꼭 필름으로만 내 가족의 일상을 담아야겠다는 등의
거창한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사용하던 시스템을 계속 사용하는 자연스러움이였습니다.

학창시절 소풍 갈때에도 소풍가방에 아버지의 카메라를 빌려 갔었고,
아내와 데이트 할때도 장농에서 카메라를 꺼내 들고 갔었습니다.
결혼식 사진도 역시 모두 필름으로 담아져 있는 것이 당연했던 세대입니다.

결혼 후 디지탈 카메라의 보급으로 필름 카메라에서 갈아 탈 기회가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습니다.
게으르고 미루기 좋아하는 느린 행동 탓도 있지만 그 가격이면 예전부터 들이고 싶었지만
가격이 비싸 침만 흘리던 필름 바디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현상이 있어
오히려 디지틀의 열풍 속에서 저는 필름 바디를 여럿 들였다 내놓기를 반복하며 즐거워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흔한 디카 하나 없이 오로지 필름만으로 가족의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휴대하고 있는 스마트폰으로도 가볍게 많이 담습니다.
하지만 행사든 일상이든 메인은 여전히 필름입니다.
그것도 slr이 아닌 좀 더 불리하지만 이쁜(?) rf입니다.

필름으로 일상을 담을려면 적어도 감도가 800은 되어야 저녁에도 가능합니다.
집에 있는 카메라에는 항상 kodak tx를 한스탑 증감해서 세팅해 둡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셔터스피드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비일비재합니다.

행사에서 가족을 담을려면 90mm이상의 망원도 필요합니다.
사실 135mm 정도는 되어야 아이 얼굴이라도 제대로 잡을 수 있습니다만,
rf에서는 저는 90mm가 한계입니다.

지금은 사실 약간 고집같은 것이 생겨나 모든 생활에서 필름으로 다 해낼려고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생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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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에서 카메라를 자주 휴대하는 편입니다.
아이를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도, 오후에 데리고 오면서도,
태권도 하원차량이 도착해서 내리는 것을 마중 나가서도, 서점에 갈때도,
병원에 가서 치료 받을때도, 자전거 타러 나가서도,
이발하러 가서도, 체험하러 가서도, 등산 갈때도,
캠핑 가서도, 양궁장 가서도, 사격장 가서도, 업체에 방문해서도
가족 여행을 가서도 꼭 카메라를 휴대하고 나갑니다.
아이가 태어나 우리 가족이 늘어나기 이전부터 항상 함께하는 라이카 MP는 이젠 가족입니다.
(이젠 방출되고 없지만 바닷가나 수영장에서 방수팩 안에서 요긴하게 활약한 gr1v에게 감사를.)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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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게도 아내는 저녁식사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남편인 저를 기다렸다가 다 같이 식사를 하도록 합니다.
바삐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내가 저녁상을 차리기 전까지 약간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 시간은 자연스럽게 아이와 같이 놀이를 하는 시간이 됩니다.
웃고 화내고 짜증내고 다양한 상황이 제일 많이 일어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때론 저녁식사 중에도 사진을 찍습니다.
샤워할 때도 카메라를 꺼내서 찍습니다.
심지어 아이가 응가를 할때도 급습하여 사진을 찍습니다.
다 이쁩니다.
아빠 눈엔 하는 행동 모두 다 이쁘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러니 사진으로 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한계감도는 ISO800입니다.

 

[식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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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맛난 식당에 가서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습니다.
주로 흑백필름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가족도 그렇고 음식사진들이 거진 흑백입니다.
어쩔땐 이 음식의 본래색이 뭐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도 있습니다. ㅎㅎ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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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은 휴식겸 차 마실겸 카페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아내와 저는 잡지도 보고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며
그 시간동안 아이는 만화를 한편 보기도 하고 엄마랑 책을 같이 읽기도 하고
다 같이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한 낮에도 카페안은 감도 800으론 좀 버겁습니다.
하지만 손각대로 열심히 찍어 봅니다.
역시 흑백사진이 많지만 커피는 어짜피 블랙이니 괜찮다고 생각하며 넘어갑니다.

 

[행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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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식을 강당에서 했습니다.
가장 애정하는 35mm 크론과 90mm 망원렌즈를 챙겨서 출동했습니다.
제가 가진 90mm렌즈는 조리개 4.5의 엘마릿입니다.
강당에서 셔터스피드 확보는 역시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순 없습니다.
다행히 빛이 잘 드는 교실에서는 35크론으로 무리없이 잘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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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운동회에서는 다행히 셔터스피드 걱정없이 담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멀리 있는 아이를 담기엔 90mm론 좀 역부족 임을 느낍니다.
그래도 과감하게 치고 빠지면서 요령껏 잘 담아 봅니다.
옆에서 흰색의 긴 망원렌즈를 장착한 아빠들이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 봅니다.
모른척 얼른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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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심사가 아주 큰 실내 체육관에서 있었습니다.
실내라 셔터스피드도 안 나오지만 더 큰 문제는 거리입니다.
어찌나 멀리서 심사를 받는지 90mm가지고는 정말 택도 없습니다.
하지만 역시 열심히 전체 모습이라도 담습니다.
이래저래 핑개대면 끝도 없습니다.
나는 그저 이 카메라랑 이 렌즈 뿐이다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합니다.
그래서 좀 못나오거나 흔들려도 별 불평을 안합니다.
내가 가진 장비로 그 정도만 나와도 좋은 결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 못나오거나 흔들린 사진도 그 상황을 추억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사진들이기 때문입니다.

 

[비장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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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셔터스피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역광에서 주 피사체인 가족이 어둡게 나오고
해가 떨어지면 카메라를 꺼내기 두려웠던 지난 날들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전부터는 플래쉬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력 카메라인 라이카 MP에 물려서 사용하기 위해
라이카 SF-20을 제일 먼저 들였으나 부피를 너무 많이 차지하는 대다가
스트랩으로 메고 있으면 균형을 못잡고 자꾸 기울어져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고민하여 들인 것이 콘탁스 TLA200입니다.
요 녀석은 MP랑 메칭도 너무 좋고 크기도 작아 딱이였습니다.
광량도 크기에 비해 쎄서 사용하기 좋았습니다.

플래쉬를 사용하면서 역광과 실내에서도 좋은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실내 체험학습장 같은 곳에 가면 그 역활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작년엔 오래된 뮤2 똑딱이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역시 플래쉬기능이 요긴합니다.

leica mp, barnack III, ricoh gr1v, olympus mju2 zoom
kodak tx, ilford hp5+ d-76 1:1 자가현상
kodak potra400, fuji xtra400  업체현상
epson4870 자가스캔

B급 매니저님께서는 작년 한해의 매달 선정된 총 12장의 사진을 원하셨지만
저는 선택의 고민에서 머리 싸메고 헤메다가
결국,
2017년 작년 한해동안 일상에서 같이한 필름들을 다 꺼내 봤습니다.

말 그대로 필름과 함께한 저희 가족의 2017년의 기록을 고스란히 올립니다.

사진의 질이나 완성도 면에서 많이 떨어지는 사진일지 모르나,
저희 가족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한장한장의 추억이고 기록입니다.

이렇게 많은 가족의 얼굴이 노출된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은 처음입니다.

이렇게 필름으로만 찍는다는 것이 레트로가 유행인 요즘 세상에선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고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어려운 일도 아니여서
필름이 계속 생산되는 한 저는 하던대로 계속 이어갈 것 같습니다.

2018년 올해도
저랑 같이 필름으로 생활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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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찍은부산

청접장이 도착했다. 어릴적 고무신 신고 개울서 같이 뛰놀던 녀석의 늦은 결혼이다. 식은 주말에 멀지않은 부산! 대충 축의금만 보내고 말일은 아니기에 아내에게 하루 갔다와야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아내는 이왕 내려가는거 부산 한바퀴 돌아보고 사진도 찍고 그리 하란다. 우왕 성은이가 무지망극이다.

아내의 승인도 떨어졌겠다 본격적으로 지인찬스와 인터넷 검색 등으로 부산에 가볼만한 곳 몇 군데를 후보로 올리고, 도보여행인 점을 감안하여 이동거리가 짧은 코스로 다음과 같이 선정하였다.

“자갈치시장 – 보수동(책방골목) – 국제시장”

죽도시장에 대한 애착이 다른 도시의 어판장으로도 이어지는 것인진 모르겠지만 자갈치는 꼭 가고 싶었다. 최대한 일찍 가서 운이 좋으면 경매현장도 볼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부산여행 관련 블로그에서 이미 익숙해져버린 보수동 책방골목과 군것질로 허기도 채울 겸 먹자골목이 유명한 국제시장을 코스에 끼워넣었다. 대충 장소도 정해진 만큼 이젠 장비를 고민할 차례였으나, 한창 필름찍는 재미에 빠져있는 나에겐 필름바디에 35미리 초점거리의 렌즈 하나 그리고 일포드 HP5+ 흑백필름 서너롤이면 차고넘쳤다.

이렇게 저렇게 친구의 결혼식 날이 밝았고, 이른 아침 터미널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노포동에 떨어진 후 다시 지하철을 타고 남포역에 당도했다. 구멍을 빠져나오니 하늘에 구름이 빼곡하다. 야외에서 수동카메라 쓰기엔 참 좋은 날씨다. 카메라 셔터속도 다이얼과 렌즈의 조리개링을 적당한 값에 세팅하고 영도다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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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스무걸음 남짓 걸었나? 약재상을 하시는 할머니와 강아지를 만났다. 잠시 물건가지러 가시는 할머니와 놀아달라고 조르는 강아지의 실랑이를 첫 컷에 담았다. 뭔가 재밌는 순간을 잡아낸 듯 했으나 필름카메라기에 당장 확인할 길이 없다. 디지털이었으면 재생버튼 눌러 그 자리에서 확인했겠건만.. 스냅 결과물에 대한 궁금증이 잠시 일었으나 어찌할 도리 없이 영도다리 쪽으로 걸음을 재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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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영도대교를 건너지 않고, 반세기 전 점집들이 성황을 이루던 다리 옆 좁은 계단으로 내려갔다. 익숙한 바다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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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같았으면 분주했을 어판장 옆 해산물 창고도 한가한 일요일 오전을 보내고 있었다. 잉? 잠깐만..혹시 어판장도 한가한가? 아니나 다를까 서둘러 도착한 자갈치 어판장은 고요했다. 아뿔싸! 내심 기대했던 경매풍경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하릴없이 노점 몇 개를 지나 탁 트인 바다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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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음.. 과연 부산하면 갈매기 갈매기 하면 부산이로구나. 포항보다 백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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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바다를 품은 사내는 버거운 일상의 의연함을 잠시 내려놓고 센티멘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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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자갈치 주변을 돌며 게으른 시장의 일요일 풍경을 필름 몇 컷에 구겨넣은 후 국제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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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텍스트는 강력하다. 이미지와 형태 따위보다 수만배 힘이 있다. 우리 안구는 자동인식기능이 탑재된 양 흘러넘치는 텍스트들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조목조목 색인한다. 그리고 나와 1이라도 관계된 것들은 연결점을 생성하여 붙잡아두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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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도착한 광복동 젊음의 거리는 간밤의 술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고약한 풍경이었다. 젊은이들의 이런 모습에 혀를 차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나도 이제 40줄 어엿한 아재임을 셀프로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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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보수동 책방골목. 흘러가며 몇 컷 찍고 금세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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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간격으로 재밌는 순간을 발견했던 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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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흥미 없었던 보수동 책골목에서 보다 외려 여기서만 족히 20분 가량 머물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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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 코너를 돌아 가파른 언덕을 지긋이 밟으며 올랐다. 숨이 가빠질 무렵 용두산공원 부산타워를 품은 옛 부산의 아기자기한 풍광을 만났다. 그래 바로 이게 부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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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내려와 국제시장 먹자골목으로 들어선다. 이른 아침부터 버스에 지하철 그리고 바지런히 걸었던 탓에 꽤나 허기가 진다. 뜨끈한 오뎅국물도 좋고, 내 평생 페이보릿 떡볶이도 무지 맛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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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재지않고 적당한 식당을 골라 곧장 들어갔다.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음식 나올때가지 가게 안을 살폈는데,  개업할 때 시집와 가게의 역사를 묵묵하게 목도하고 있는 벽시계와 오래된 등유난로 그리고 좁은 가게 안에서 긴 시간동안 최적화된 테이블과 조리도구들의 배치까지.. 모든 것에 사람 냄새가 진하게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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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이제 친구의 결혼식장으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다. 이곳에 도착했던 남포역으로 되돌아가는 길에서 우연히 용두산공원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손목시계는 시간이 빠듯하다고 아우성이었으나 언제 또 이곳에 오겠나 싶어 다녀와보기로 했다. 용두산은 실제 해발 49m로 높지 않은데다 광복동 방향에서 손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부담은 훨씬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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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는 도중 용두산 어깨치에 마련된 야외 체육시설이 흥미롭다. 어르신들 모두 기구 하나씩 맡아서 각자의 운동에 열중하고 계신다. 20년 뒤 나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사진은 계속 찍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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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산공원을 마지막으로 지하철에 올랐다. 오전 내내 부지런히 걸었던 탓에 딱딱한 철제의자임에도 꽤나 아늑하다. 노곤함을 친구삼아 목적지까지 꾸벅꾸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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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친구야. 결혼 축하한다.

도시가 잠들 준비를 하는 시간

그런 시간이 있습니다.
밤의 가로등불이 어두운 밤을 오히려 더 밝고 화려하게 만드는 그 시간들이 지나고,
모두들 어디론가 사라지고 차가운 바람만 땅을 스치는 가로등 마져도 꺼질려고 준비하는 시간,
완전한 어둠으로 들어가기 일보 직전의 시간, 그 고요의 고독의 스산한 도시의 시간

그 시간의 도시의 풍경이 궁금했습니다.
특히 퇴근 후 저녁시간 많은 사람들이 저녁 운동으로 산보로 나들이로 붐비는 도시의 강변
그 사람들이 모두 빠져 나간 시간의 그 곳이
그래서 담았던 풍경들입니다.

이 사진들로 제 옆테의 아름다움의 뽐뿌에 못이겨
B급에 불어 닥친 SWC의 바람에 힘을 실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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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903swc / TMX / D-76 / epson4870 / 2010년 01월 부산 수영천]

 

 
 
 

부산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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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장모님과 아내가 준비해준 생일선물 –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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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0시 기차를 타니 12시 반 쯤 부산역에 도착했습니다. 부산은 기차를 타고 가는게 정석이라지만, 요즘의 KTX는 비싸도 너무 비쌉니다. 대안이 없다는게 문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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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벽에 비친 부산시내를 돌아보며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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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잘나간다는 본전돼지국밥입니다. 처음 먹어보는데, 글쎄요, 타지인 입맛에 맞춘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덜 진하고, 그래서 덜 비리더군요. 맑은 국물이라는 느낌입니다. 배를 채우고 호텔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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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을 가로질러 중앙동 뒷길을 걸어올라 코모도호텔입니다. 한국적 인테리어 덕분에 외국인들이 많이 묵는다는데, 그다지 권하고 싶은 호텔은 아니었습니다. 시설이 낡았고 어딘가 왜색도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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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던져두고 영도로 향했습니다. 부산대교를 처음 건너며 내려다본 영선동은 많이 변해있었습니다. 어릴적의 기억들이 떠올랐지만 그 풍경을 찾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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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대 입구에서 다누비열차를 보고, 줄이 너무 길어서 걷기로 했습니다. ‘힘들다던데…’ 아내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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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40분 쯤 걸어 모자상에 다다랐습니다. 바다가, 파랗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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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0여 분 걸어 신선바위와 영도등대도 바라봤습니다. 여전히 파란 바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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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대교를 건너 동백섬으로 향했습니다. 통행료는 천사백원이지만, 빙 돌아서 갈 때보다 5천원은 절약된다는 기사님의 설명입니다. 높이가 굉장하던데 다리의 모양도 그렇고 라이트업하는 것도 어딘지 레인보우브릿지를 닮았습니다.

광안대교를 건널 즈음 해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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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는 수영만을 동백섬에서 보고 다시 해운대로 난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바다가 고요하게 잠들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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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것 사먹으라고 장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유명하다는 해운대 암소갈비를 먹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주말이라 생갈비가 떨어지고 없답니다. 양념갈비를 시켜봤더니 본수원갈비 보다는 양념이 덜 진하고 육질이 부드러웠습니다. 어디가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왠지 이쪽이 맘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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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달맞이고개에 올라 망원렌즈를 들고왔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광안대교는 무척 멀리에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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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는 어둠에 잠겨있었습니다. 모래를 살짝 밟아보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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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두 번이나 실패했다는 포차촌을 찾았습니다. 늘 자리가 없고 특히 단체손님이 앉기란 하늘의 별따기랍니다. 바닷가재를 많이 먹는 분위기가 낯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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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멍게를 시켰습니다. 멍게를 싫어하는 아내는 돌멍게가 맛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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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다 창 밖 그림자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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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의 시작은 감천문화마을입니다. 어릴 적 건물들은 그대로여도 분위기는 많이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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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올라 남들 다 찍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딘지 먹먹해져서 먼 풍경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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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집에서 밀면을 먹었습니다. 별 것 없는 음식인데 부산에 오면 먹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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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동네 구경을 하며 스템핑을 한 뒤 보수동으로 향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풍경은 언제나 설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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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오랜만에 보는 풍경입니다. 책을 책 그대로 읽어본 것은 더 오랜만인 것 같았습니다. 현대인들은 단문 위주로 글을 읽지만, 그 양은 과거보다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합니다. SNS, 신문기사, 각종 보고서 등 읽을게 많다는 뜻이겠지요.

그래도 책을 읽는 것만 ‘읽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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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에도 먹거리촌이 생겼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인가 봅니다. 제 기억 속의 국제시장은 보세를 팔던 골목이었는데요.

손가락 굵기의 떡볶이와 두툼한 오뎅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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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어묵에 갔습니다.
부산은 요새 어묵마케팅을 하나 봅니다. 국제시장 먹거리골목 중심에 어묵집들이 포진해있고, 영도의 삼진어묵은 부산역에 지점을 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사람이 정말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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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자갈치입니다. 어릴적에는 자갈치와 영도를 오가는 조각배가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통통배로 바뀌었는데, 통통배를 타고 고래고기를 먹던 기억이 어렴풋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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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의 꼼장어를 좋은데이와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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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한 잔 했겠다, 거나한 얼굴로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역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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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어릴적의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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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서울역의 뒷편으로 택시를 타러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