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EI 35 SE

나에게 필름 카메라는 M6 하나로 차고 넘치기에 다른 카메라 따위 눈 하나 팔지 않았다. 다른 카메라의 부류에는 지인이 쓰던 롤라이35도 물론 포함되어 있었다. 작지만 다부진 체구에 오밀조밀 이쁘장하게 생긴 색다른 매력의 카메라는 당시 내게 일말의 동요도 일으키지 못했다. 한창 라이카와 사랑에 빠진 탓이리라.

밀월은 달콤하나 짧을 수 밖에 없는 운명, 라이카시스템은 수려하면서도 충분히 실용적이었지만 필부의 일상을 함께하기엔 그 잘난 몸값이 늘 걸리적거렸다. 앞만 보고 달리던 경주마의 눈가리개가 벗겨진 듯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 마침 이 곳 비급매거진에 “Minolta TC-1 Review”라는 천민수님의 필름카메라 리뷰가 포스팅되었다. 화사한 샴페인색으로 화장한 조막만한 얼굴에 G-Rokkor 28mm f3.5 렌즈는 컬러와 흑백을 넘나들며 발군의 성능을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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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은듯 신이 난 나는 곧장 이런 덧글을 남겼다.

“흑백도 좋지만 쬐그마한 녀석이 뽑아주는 컬러에 마음이 빼앗겨버렸습니다. 손에 들린 도구에 따라 찍는 이의 마음가짐도 변하기 마련인지라 엠육의 엄숙함을 이런 녀석이 벗겨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네요. 꼭 한번 써보고 싶은 장비리스트에 올려둡니다.”

나는 곧장 미놀타 TC-1, 콘탁스 T3 같은 애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간 귓등으로 듣던 얘네들 몸값이었는데 중고 거래가를 직접 확인해보니 진짜 장난없다. 특히 T3는 몇몇 셀레브리티들이 소장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치솟아 M6랑 몸값으로 비등비등하다. 모시고 다니려 찾는 카메라가 아닌데..라는 생각에 고민의 실타래는 다시 꼬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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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땅에 내쳐진 씨앗일지라도 적절한 수분과 볕이 주어지면 싹이 트는 법인가.

지름에 고민하는 어둠의 다크에서 문득 송도 바닷가에서 지인이 보여주었던 바로 그 카메라, 롤라이 35가 운명처럼 생각났다. 시세 확인을 위해 당장 장터로 향했다. 싱가폴/독일, 실버/블랙, 35/35S/35TE 등 언뜻 봐도 그 종류가 방대하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필름똑딱이들에 비하면 대체로 부담없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노출계와 구도확인용 파인더가 장착되어 있고 노출은 100% 소유주에게 종속적인 매뉴얼 설정방식이다.

1966년 첫 생산을 시작한 롤라이35는 당시 35mm 범용필름을 장착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카메라였다. 하지만, 자이스社의 Tessar렌즈와 1/500초를 지원하는 Compur셔터 그리고 고센社의 CdS미터를 사용하는 등 성능은 결코 작은 카메라가 아니었다. 다만, 렌즈 촛점거리는 롤라이35라는 이름과 달리 40mm였고 목측식 초점방식이라는 점이 다소 걸림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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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학습은 여기까지로 하고 설계자로 불리는 지인의 영도를 받기로 했다. 메신저로 롤라이 35에 대해 문의하자 모니터 너머의 그는 자세를 고쳐앉더니 롤라이35의 탄생과 배경부터 실타래처럼 엉겨 복잡해보이던 다양한 롤라이35 시리즈를 꼬치꿰듯 한방에 정리해주는 신기神技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그가 덧붙여 보여주는 롤라이35의 결과물은 Summicron에 결코 뒤지지 않는 샤프함과 힘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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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2_35_m6 hp5 9호관사(2) 송도
leica m6, summicron 35mm, ilford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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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3_22_후지기록용100 롤라이35 오도리 효자동 산책
rollei 35 se, sonnar 2.8/40, fujicolor 100

(라이카는 35mm, 롤라이35는 40mm인 초점거리 차이로 원근감 차이가 있지만, 결과물만 놓고 보면 가격 차이가 무색해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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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카메라라는 지인의 개런티까지 보태어 나의 세컨 카메라는 이미 롤라이35로 결정되었다. 이제 장터링만 남았다.

“제꺼 쓰실래요?”

문득 건네는 그의 말이 놀랍고도 다행스러웠다. 안그래도 판매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멀리 모르는 사람에게 보내느니 가까운데 보내면 좋겠다라는 그의 말. 혹시라도 쓰다가 팔 생각이면 자기에게 팔아달라는 조건과 함께 나는 운명처럼 영혼 충만한 그의 롤라이35SE를 분양 받아냈다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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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SE 모델은 1979년에서 1981년 싱가폴에서 15만대가 생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모델은 롤라이35S 기반에 CdS 노출계 대신 전자식 노출계가 장착돼있어 뷰파인더에서 LED 불빛으로 노출 과부족을 확인 가능하다. 렌즈셔터는 벌브~1/500초를 지원하고 Sonnar 2.8/40 렌즈는 f2.8~22, 감도는 25~1600까지 세팅할 수 있다. 특히 조리개 설정시 다이얼 하단에 Lock버튼이 없는 모델이므로 뷰파인더에서 노출을 확인하면서 조리개 다이얼을 손가락 감각만으로 조정할 수 있어 더욱 실용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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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장비는 언제나 새로운 열정까지 패키징되어 온다. 요 며칠 40년 된 카메라로 출퇴근길, 동네 산책을 함께 했다. 손목스트랩을 걸고 손바닥으로 감싸면 손아귀에 폭 안기는 컴팩트한 카메라지만 335g의 무게감이 그리 만만치 만은 않다. 일포드 hp5+ 1롤과 후지필름 기록용필름 100 2롤을 사용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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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롤라이35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사용소감을 적어보면,

(그닥 많은 카메라를 섭렵해보지 못한 처지라, 주된 비교대상은 롤라이에게 ‘에브리데이-캐리-카메라’ 자리를 잠시 내어 준 라이카 엠육이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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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엠육은 셔터를 장전해야 노출계가 동작하는 반면 롤라이35는 미장전 상태에서도 반셔터로 노출 확인이 가능해 편리하며, 카메라 내장노출계는 외장노출계 값과 비교해봐도 상당히 정확한 수치를 제시해 줌

둘째, 목측식이라 초점에 대해 걱정했으나 풍경 혹은 사물 위주의 스냅일 경우 “피사체와의 거리추정-초점값 세팅-노출확인-조리개/셔터속도 조정-프레이밍-촬영”등의 순서로 차근차근 진행하면 별다른 어려움 없음. 다만, “프레이밍-초점세팅-노출확인/조정”이 동시에 가능한 라이카시스템에 비해서는 촬영이 두, 세호흡 느릴 수 밖에 없어 순발력이 필요한 스냅에는 활용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됨

셋째, 35mm도 아니고 50mm도 아닌 어정쩡한 40mm 초점거리에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싶었으나, 몇 롤 찍어본 소감으로는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은 그래서 너무 들어갈 필요도 물러날 필요도 없는 균형감 있는 초점거리인듯 함. (35mm와 달리) 인물을 중심으로 (50mm와 달리) 주변 풍경을 살짝 녹여넣을 수 있어 가족 나들이에 적합해 보이기도 함

넷째, 셔터와인딩과 셔터릴리즈의 감각은 라이카의 그것과 비교할만한 것은 아님(가격도 그러하니 뭐). 라이카의 조작감에 대해 흔히 얘기하는 “Silky smooth’가 이런거였구나를 새삼 깨닫게 됨. 그렇다고 롤라이 만듦새가 토이 수준이거나 그런 것 아니니 오해가 없길 바라며, 조작감 측면은 라이카가 월등해서 생기는 차이일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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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이35는 이른바 ‘찍는 재미’가 있는 카메라다. 손목에 걸고서 가벼운 마음 가벼운 발걸음에 스치는 풍경 목측으로 어림잡아 담아내야 만 카메라. 초점이 맞는지 맞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그런게 중요하지 않은 카메라.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믿음 그리고 현재를 즐기는 것이란 걸 일깨워 주는 카메라가 바로 롤라이35라는 생각이 든다.

기껏 한달 써보고 끄적이는 글이라 나중에 이불킥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사용 초반의 경험 또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자기최면을 걸며 롤라이35 입문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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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 SE with “Ilford HP5+ Black and white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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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 SE with “Fujifilm 記錄用 100 Color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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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SE : BW vs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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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 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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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좋아하다가 카메라 좋아하게 되었듯 차 좋아하다가 도자기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도자기는 아름다움과 함께 쓰임이 있습니다. 당대 최고 기술로 만들어지지만 쓰임은 참이나 인문적입니다. 이렇듯 카메라와 도자기는 닮은 듯 과학과 인문이 만나는 접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아름답고 매력적이죠.

차 마시다가 문득 카메라 그림이 있는 백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시작이 그렇듯 무료를 넘어서는 어떤 것이 필요했을 겁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습니다. 카메라 하나 그려 넣어 보자는 간단하고 단순한 시작이었죠. 취향저격 훌륭한 도공께 라이카 사진 몇 장 보내서 가능유무를 타진해 봅니다. 다행히 만들어 주겠다십니다. 기성품에 그림 입히는 정도면 비교적 간단할 테지만 새로운 시도라면 잔 하나 주문하는데도 크기, 용량, 형태 등 결정해야할 요소가 많습니다. 이렇게 처음 소통을 시작한 것이 지난 삼월이었어요. 그 후 때때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마다 몇 차례 의견이 오고갔습니다.

“담 시리즈에는 관찰자가 등장하는데, 윗 사진들은 원하시는 바를 명확히 이해하게 하네요.^^”
이 한 마디에 맘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한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생각보다 빠른 출력입니다. 사진을 본 순간 제게서 나온 첫 마디는

“대박” 그리고 “야호~~~”

‘Leica … 我’
작가가 작품에 부여한 이름입니다.

‘라이카를 주제로 주문하셨습니다. 여러 장의 관련 사진들과 원하시는 기형에 가능한 얇게, 사진 자료들 중에서 라이카 로고와 주문자로 추측되는 인물과 사진 중 인물을 재구성해서 관찰자로 등장시켰습니다.’
작가의 작품 설명입니다.

함께 감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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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때 마다 놀랍고 기분좋은 포장입니다. 포장이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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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요

빨간 로고가 백자와 잘 어울립니다. 로고를 노출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다가 로고가 강조되지 않은 이미지들을 골라서 보냈습니다만 작가는 욕망을 놓치지 않습니다. 강렬한 빨강이 이글거리면서 솟아 오릅니다. 일출과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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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요

두 명의 관찰자가 등장합니다. 둘 다 저라고 우기는 중입니다. 빨간 로고와 황금로고 포인트가 자극적입니다.  훔쳐보기를 좋아합니다. (정당성 여부는 다른 기회로 미뤄두고) 욕망은 파인더를 거치면서 직접적이고 강력한 힘을 부여받습니다. 셔터를 끊는 모든 순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경험하게 되는 짜릿함은 ‘오르가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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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요

처음 보냈던 이미지를 그려 넣었군요. 이야기를 넣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 때 이렇게 카메라 그림하나 달랑 넣고 말 요량이었습니다. M3가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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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요

가장 맘에 드는 대목입니다. 커다란 바위 뒤에 숨어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신윤복의 그림 한 대목처럼 미인도의 그녀가 목욕하는 장면이라도 훔쳐보는 것일까요? 라고 물었더니 이런 상상은 못 쓴다고 하시네요. 중국친구에게 보여 줬더니 단박에 저 닮았다며 박장대소 합니다.

 

잘 만든 물건에 대한 끌림은 무차별적입니다. 자연에 배태된 여러 가지는 불의 심판을 거쳐 여러가지 느낌으로 말을 걸어 옵니다. 도자기의 매력입니다. 좋아하는 차와 도자기에 좋아하는 사진과 카메라를 통섭하는 일이 재미를 넘어 의미가 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선생님! 다음 작업하실 때 이번 잔 컨셉을 이어서 개완하나 만들어 주실 수 있으실지요?”
좀전에 보낸 문자에요.^^

 

* 엮인 글 : 라이카 단상

Me and My family

 

 

사진가라면 한롤에 한컷은 찍게되는 그것이 있다.
바로 self-portrait(이하 ‘셀피’)다.

 

지난 몇년동안 열심히 담아낸 가족사진.
시간이 멈춰진 그곳엔 아이들의 웃는 얼굴.
그리고 자기의 모습이 찍히는 것이 못마땅해 하는
와이프의 모습만이 있었다.
‘내가 없는’ 나의 가족사진을 보면서 부터 한롤에 한컷은 셀피를 찍는다.

 

 

그러던 와중에 바디도 없이 덜컥 사놓았던
Voigtla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 라는 렌즈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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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gtlander 15mm f/4.5 ASPH Super Wide Heliar 1st>
– 15mm f4.5 화각 110도
– 초점 : 목측
– 초점영역 : 30cm ~ 무한대
– L마운트(m39)

 

 

 

15mm면 넓은 화각과 깊은 심도로 인해 초점에 상관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나와 가족’의 셀피를 담을 수 있다.

 

초광각 렌즈에서 보여지는 주변부 왜곡과 화질저하.
노파인더 샷으로 인한 구도의 불확실.
불안한 노출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반쪽짜리 가족사진이 아닌 온전한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그런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15미리를 이용한 ‘나와 나의 가족’을 담는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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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나 계획은 틀어지기 마련이듯,
사소한 생각들로 인해 렌즈를 팔아버린 후 나의 가족셀피는 잠시 중단되었다.

 

몇달 전 새로들인 S.A 21mm로는 위 사진의 느낌이 아지 않고
원바디로 초광각을 활용한 ‘가족 셀피’를 꾸준히 찍기란 무리다.
다시한번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중단된 프로젝트를 이어나가고 싶다.

 

 

 

JPG는 이미지가 아니다.

일년에 겨우 두어번밖에 사용하지 못하지만 작업실은 이속에 독락의 성소입니다. 허접합니다. 덩그러니 확대기에 수도시설은 문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에어컨도 없고 보일러가 고장이라 여름이나 겨울엔 인화작업을 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이 작업실을 이용하기에 ‘딱’인거죠….정수기 물을 빼면 딱 20도! 현상하고 인화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추억은 인화지에 노광될 때 비로소 살아나 온전히 추억이 됩니다. 컴퓨터 하드에 또는 스마트폰 사진함에 보관된 파일들이 이미지라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이렇게 꼭 아날로그 작업이어야 할 이유는 없을 겁니다.  잠자고 있는 파일들을 깨워 종이에 옮겨보면 좋겠습니다. 물질만이 전해 줄 수 있는 느낌이 있습니다. 모니터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그런 것 말이죠.

jpg는 이미지가 아니라 그냥 파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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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암실입니다. 싸구려 테이블을 바꿔야 겠다고 생각합니다만 행동에 옮겨지지가 않네요. 게으름이 천성이라 안타깝기가 국회의사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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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L7452 흑백전용 확대기를 사용합니다. 미국으로 사진유학 간 지인이 쓰던 것인데 강원도에서 데려왔습니다. 벌써 강산이 한번쯤은 변한 것 같은데요. 4×5 시트 필름까지 작업할 수 있습니다. 아주 깔끔한 확대기 입니다. 타이머랑 이젤 등 악세사리들도 모두 제치들이라 나름 만족스런 조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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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약품을 준비합니다. 현상액, 정지액, 정착액, 1차수세, 테스트 용지 버릴 여분의 바트까지…스텐 싱크를 주문해서 수도시설을 할까 싶기도 한데 배수문제도 있고 공사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아직은 그냥 두고 있습니다만. 이집에 계속 살겠다는 확신이 서면 공사를 해야겠어요. 정지액을 담은 바트는 덮어둡니다. 현상이나 인화를 해 보신 분들은 이유를 아실 듯 한데요. 나름 저만의 노하우라고도 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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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이제 인화할 네거티브를 골라야죠. 이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라이트박스나 밀착해 놓은 것이 있으면 쉽게 선택 할 수 있을테지만 번거럽고 또 그렇게 치밀하지 않은 사람이라 백열등으로 족합니다. 한 컷 한 컷 들여다 보는 재미는…뭐랄까요. 보물상자에 쌓아둔 것들을 하나씩 꺼내보는 그런 느낌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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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한 네거티브를 케리어에 물려서 확대기에 겁니다. 두근 반 세근 반…글을 쓰는 지금, 생각만으로도 즐겁네요. 달깍…케리어를 확대기에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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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등을 제외한 조명을 모두 끕니다. 상이 맺히네요. 핀을 맞춥니다. 이 순간은 늘 짜릿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사진 찍을 때 보다 이때가 기분이 더 좋습니다. 테스트 인화지를 올려서 노광시간을 측정합니다. 2초 간격을 두기도 하고 3초 간격을 두기도 하고 화이버 베이스 인화지인 경우는 노광시간을 훨씬 더 줘야 합니다. 원고가 좋으면 대부분 1차 테스트로 데이터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컨디션이 꽝이거나 원고가 거친 것은 한번쯤 테스트를 더 해서 데이터를 얻습니다. 이제 인화지를 이젤에 꼼꼼히 물리고 타이머를 셋팅합니다. 한번에 다 주지 않고 잘라서 여러번…이 때 닷징, 버닝을 열심히 합니다. 저는 주로 2호반, 4호반 필터를 주로 사용하는데요. 가끔 0호나 5호 필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작업한지 오래 되서 감각도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만 대략 맞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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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 정지, 정착은 암실에서 이루어 집니다. 1차 수세를 마치고 2차 수세를 위해 암실밖 싱크대로 왔습니다. 노광이 적당합니다. 맘에 들어요. 수온이 작업하기에 ‘딱’입니다. 게다가 맘에 드는 인화물을 보는 것 만큼 기분좋은 일도 드물겁니다. 흐르는 물에 꼼꼼히 씯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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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의 인화물이 완성되었네요. 이제 말리면 됩니다. RC인화지 전용 건조기를 쓰기도 하고 널어서 빨래처럼 말리기도 하는데 저는 헤어드라이기로 말립니다.^^

오랜만에 작업실 청소라도 좀 해야할 것 같아요.

21세기 필름입문자를 위한 안내서

바야흐로 2017년 정유년하고도 초여름이다. 전세계 컴퓨터가 Y2K 오류로 고장나 일대혼란이 올거라던 2000년 1월 1일도 무탈하게 지나 어느덧 1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아직은 비록 출퇴근용 자동차들이 하늘을 날고 있진 않지만, 인공지능 컴퓨터가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를 이기고 의료기술 발전에 힘입어 바야흐로 백세시대가 도래한 바 팔팔한 60대들의 환갑잔치는 이제 책 속에나 볼 수 있는 전통의례가 되어버렸다.

기술의 발전은 광학/전자기술을 요체로 하는 카메라 산업을 비껴가지 않았다. 10년 전만 해도 언감생심이던 35미리 풀프레임 센서를 장착한 디지털카메라들이 대중화된지 오래고(적어도 취미가 사진이라 말하는 부류에게는) 카메라 제조사들은 5000만 화소의 초고화질, ISO값 500,000을 육박하는 초저조도 촬영능력 그리고 수 십개의 올 크로스 측거점과 연동한 광속의 오토포커스 등의 어마무시한 기능을 탑재한 좋은 카메라를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이러한 호시절에 우리 취미사진가들은 그저 가벼운 주머니 사정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러한 디지털 카메라의 눈부신 발전의 이면에는 필름 카메라를 위시한 필름시장의 급격한 몰락이 자리했다. 우리는 영원할 것만 같았던 공룡기업 KODAK이 디지털 시대에 대한 부적응으로 파산하는 것을 목도하였고, 지금의 동네 휴대폰 가게만큼이나 흔했던 필름 현상소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 되어버렸다. 디지털 카메라가 가진 즉시성과 경제성과 더불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연계한 활동의 용이함은 필름 카메라가 제공하기 어려운 혹은 대체불가한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필름만이 유일한 선택지였던 시절, 사진은 진입장벽이 꽤나 높은 취미였다. 디지털에서는 LCD화면을 통해 현장에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필름의 경우 현상과 인화를 위한 비용과 기다림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비근한 예로 조리개 값에 따른 심도의 차이를 필름으로 확인한다고 가정해보자. 당장 필름값이 소요되고 테스트한 조건을 별도로 기록해두어야 함은 물론 현상과 인화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필름과 달리 입문자가 카메라를 익히고 사진을 연습하는데 따르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디지털은 사진 입문자들에게 축복 그 자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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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의 동향을 살펴보면 필름 입장에서 마냥 신세 한탄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큰 그림상 디지털 카메라의 급격한 보급으로 사진을 취미로 하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비록 더디긴하나 사진을 즐기는 방법과 문화 역시 저변이 확대되고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필자와 같이 디지털로 입문한 후 아날로그에 대한 호기심으로 필름으로 역행(회귀가 아니다)하는 흐름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Ilford社의 발표에 따르면 30%의 필름 유저들이 35세 미만이고 이들 중 60%는 최근 5년 이내에 필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울러 지난 몇 년동안 전세계 사진용 필름의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실제로 2013~2015년 코닥필름의 판매량은 오랜 감소세를 멈추고 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KODAK 社는 인화가 아닌 스캔이 최 종 목적인 유저들의 니즈를 반영하여 최적의 스캔품질을 목적으로 설계된 포트라필름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쯤에서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21세기 디지털 카메라의 진보된 기술과 압도적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필름사진을 찍는 걸까?

주변 지인들의 의견과 짧으나마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필름은 분명 디지털과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과 톤(tone)이 있다. 오디오 쪽에서 이야기하는 mp3와 LP판의 차이와 같이 디지털 사진을 구성하는 신호정보(손으로 만질 수 없는)와는 달리 필름은 물리적 실체(손으로 만질 수 있는)을 가지는 바 디지털의 그것과 태생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는 흔히 말하는 스펙으로 설명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효율과 생산성의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영역 또한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인간의 취향과 선호 그리고 사용자 경험에 따른 만족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필름의 실용적 측면을 살펴보자면 디지털로 촬영된 사진은 디지털 파일의 형태로 컴퓨터 하드드라이브 혹은 백업디스크에 저장이 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파일 포맷이나 디스플레이 방법은 변하기 마련이고 현재 보관되고 있는 JPEG 혹은 RAW 포맷(심지어 지금도 각 회사마다 포맷이 다르다)이 20~30년 뒤에도 과연 범용의 이미지 포맷으로 쓰여지고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보관매체로서 중요한 것은 지속적 보관성과 상황에 따라 최적의 포맷(JPG, TIFF 등)으로 변환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러한 점에서 디지털이 갖지 못한 필름의 물리성은 우위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 쓰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당장 중고장터에 내놓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비록 필름 전성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필름은 여전히 생산되고 있고, 과거 명기라 일컬어지던 중고 필름 카메라들이 좋은 상태에도 불구하고 착한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으니 그냥 한번 재미로 써보시란 이야기다. 다양한 필름을 고르는 재미와 클래식한 멋의 카메라를 소유하는 재미 그리고 찍고난 후 현상을 기다리는 설레임 등 필름카메라는 당신이 디지털에서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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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고 장황한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당신이라면, 필름사진에 대한 호기심 혹은 열정은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필름으로 사진을 즐기기 위한 카메라의 선택과 기회비용 그리고 전반적인 프로세스에 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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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용대결: 디지털 vs 필름

흔히 필름으로 사진하면 비용지출이 많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선입관을 가진 사람 중 하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 간단한 가정 하에 계산기 한번 두드려보자.

디지털의 경우 풀프레임 신품바디 구입 후 5년 정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3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필름을 사용할 경우에도 공히 소요되는 렌즈 등 부대용품은 제외하였다. 반면, 필름의 경우 라이카 M마운트 중고바디를 100만원에 구입(니콘 FM2 같은 경우 25만원 내외로 더 저렴)하고, 주당 1롤씩 5년간 사용한다면 컬러필름 구입에 78만원(매주 1롤씩 3000원 * 52주 * 5년) 및 현상료에 78만원(매주 1롤씩 3000원 * 52주 * 5년)가 소요된다. 그리고 필름 소비량이 많은 경우 중고 필름스캐너를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므로 40만원 가량 지출되면 총 296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사용기간 대비 비용으로 따져보면 초기투자 비용이 큰 디지털과 유지비용이 꾸준히 드는 필름은 사실 엇비슷하다. “디지털바디 사용 주기가 왜 5년 밖에 안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잘 만들어진 기계식 필름카메라의 경우 전자제품과도 같은 디지털카메라보다 수명이 훨씬 길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외려 필름 쪽이 더 유리할 것이다.

(참고로 필자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라이카 m6 바디는 1995년산이고, 코니카 uc-hexanon 35mm f/2렌즈는 비교적 최신?인 2000년산이다. 라이카 summicron 50mm f/2렌즈는 1974년산임에도 모두들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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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메라 고르기: SLR vs RF

인기 많은 중고 필름카메라들은 이미 중고 가격이 어느정도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깨끗하게 사용하고 기능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장터에 다시 내놓아도 구입 가격 그대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구입에 부담이 없는 편이다. 다만, 신품이 아닌 중고이니 제품마다 편차가 있는 편이고, 필카를 처음 접하는 이의 경우 재품상태에 맞는 적정가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으므로 구입 시에는 주변에 필름카메라를 잘 아는 지인 혹은 믿을 수 있는 샵을 통해 구입하기를 권한다.

첫 필카일 경우에는 완전 기계식보다는 내장노출계가 달려있고 조리개우선 혹은 셔터우선이 지원되는 카메라를 추천한다. 35mm 필름 카메라는 SLR(Single-lens Reflex)방식과 RF방식(Range Finder)으로 크게 구분이 되며, 어떤 방식이 우월한가보다는 촬영자의 기호와 촬영환경 등에 따라 적절한 도구를 선택하면 될 일이다. 일반적으로 SLR방식 카메라는 보이는대로 찍힌다는 장점이 있어 RF방식에 비해 망원 계열 촬영에 유리한 반면, 촬영시 미러업이 되면서 시야를 가리게 되어 대상과의 단절이 발생하고 저속셔터에서는 미러쇼크로 인한 흔들림에도 취약할 수 있다. RF방식의 카메라는 SLR방식과 같은 미러가 없기 때문에 렌즈와 바디가 컴팩트하며 촬영시에도 렌즈와 분리된 별도의 파인더로 보기 때문에 렌즈의 조리개값과 관계없이 카메라 앞 상황변화를 잘 관찰할 수 있는 반면, 태생적 한계로 인해 근거리일수록 시차가 발생하여 보이는 것과 찍히는 것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니콘 FE2, 펜탁스 ME super과 같은 조리개 우선이 지원되는 SLR 기종들은 과거 명성에 걸맞는 성능과 함께 상태 좋은 매물들이 착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35mm 혹은 50mm 단렌즈와 거리스냅을 즐기는 타입이라면 레인지파인더 방식의 라이카 M마운트 바디 중 내장노출계가 장착되어 있는 m6가 적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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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필름 고르기: 칼라 vs 흑백

카메라를 정했다면 이제 필름을 고를 차례다. 필름은 가장 널리 쓰이는 컬러네거티브(negative)와 슬라이드라고 불리는 컬러포지티브(positive) 그리고 팬 크로매틱(Panchromatic)이라 일컬어지는 흑백필름이 있다. 매 촬영 컷마다 촬영자 마음대로 감도를 설정할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필름은 ISO값이 정해져 있으므로 한 롤을 넣으면 촬영이 끝날 때까지 감도를 바꿀 수가 없다. 따라서 필름 선택에는 다소 신중함이 필요한데, 필름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어떤 필름을 써야할지 그리고 ISO값은 어떤 걸로 정해야할지 당장 난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손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것으로 컬러는 코닥 칼라플러스 200이나 후지필름 수퍼리아 200, 흑백으로는 클래식한 입자감이 매력적인 코닥 400TX를 추천한다. 앞서 이야기한 컬러필름의 경우 롤당 3000원 내외로 국내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며, ISO 값도 200으로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 그리고 어두운 실내만 아니라면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흑백필름의 경우 아직까지 국내에서 다소 구하기 어려우며 가격 또한 롤당 8000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따라서 흑백필름에 관심이 있다면 오히려 미국 사진영상기자재 전문몰인 BnH를 통해 면세한도인 20만원 안쪽으로 30롤 정도 대량 구매할 경우 배송비 포함하여 롤당 대략 6000원 정도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만약 당신에서 열정과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일포드 HP5플러스 100ft 롤필름을 구입한 후 필름로더(film loader)를 이용해 말아쓰는 방법도 있으며, 이 경우 롤당 3000원 내외로 비용이 내려가 경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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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촬영

드디어 마음에 드는 카메라와 필름을 골랐으니 이제 새로운 친구와 함께 촬영하고 즐기는 일만 남았다. 카메라 모델에 따라 필름 로딩방식과 되감는 방식이 다르니 사용 전에는 반드시 해당 카메라 작동방법에 대한 정확한 숙지가 필요하다. 아울러 디지털과 달리 필름은 촬영 후 사진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관계로 촬영장소와 렌즈 혹은 촬영데이터 등을 핸드폰 메모장 같은 곳에다 기록해두면 추후 필름정리할 때에 많은 도움이 되니 참고하기 바란다.

여기서 한 가지, “한 롤에 36장이면 너무 적은거 아냐?”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듯한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36방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라는 점이다.

실제로 필름을 카메라에 로딩한 후 길거리를 나서면, 셔터를 누르기가 망설여지는게 인지상정이다. 당장 비용걱정이 앞서기 때문에 디카였으면 서너컷 손쉽게 눌렀을 장면에서 1컷 찍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필름은 우리를 좀 더 신중하고 좀 더 기다리는 촬영자로 만들어준다. 이런 면에서 어쩌면 필름은 우리로 하여금 (싫든좋든) 흔히 이야기하는 좋은 사진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내 경험상 한 롤 촬영하는데 평균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것 같다. 가끔은 한 롤 촬영하고도 진이 쏙 빠지는걸로 봐서는 적어도 나의 경우엔 36장이 적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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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상: 업체 or 자가

현상(develop)란 노광된 필름의 숨어 있는 잠상을 현상액이라는 약품을 통해 눈에 보이는 상으로 나타내는 작업을 의미한다. Adobe사의 라이트룸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프로그램 우측 상단에 Develop 메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용어는 필름시대의 유산으로 암실(darkroom)에서 현상/인화단계에 다양한 방법으로 노출, 대비를 조정하던 것에 착안하여 디지털시대 PC화면 속 명실(lightroom)속으로 옮아온 것이다.

현상을 하는데 있어 간편한 방법으로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전문 현상소에 맡기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 현상소가 있다면 축복일 것이고, 주변에 현상소가 없다면 대부분 택배를 통해 현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이다. 한편, 독성이 강한 약품을 사용하는 컬러필름과 달리 흑백필름은 약품과 몇 가지 도구 그리고 화장실만 있다면 비교적 손쉽게 자가 현상(self develop)을 할 수 있다. 필자는 지방에 사는 관계로 업체에 보내려면 택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1~2롤 찍고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10롤 내외로 모아서 보내야 한다. 내 경우엔 두 달정도 지나야 겨우 10롤 내외가 모이는 터라, 찍고나서 꽤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현상된 롤을 스캔할 때도 한꺼번에 물량이 몰려서 부담이 된다. (니콘 쿨스캔 IV ED 기종의 경우 36컷 짜리 한 롤 스캔하는데 1시간 반정도 소요됨) 따라서, 두 롤이 모이면 집 화장실에서 현상하고 다음 날 바로 스캔떠서 촬영한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자가현상을 선호하게 되었다.

혹여 35mm 흑백필름 자가현상에 관심있으신 분을 위해 준비물과 프로세스를 간략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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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 현상탱크, 현상릴(플라스틱 릴 추천), 필름피커, 암백, 가위, 온도계, 비어커, 필름클립, 타이머 혹은 현상어플(iOS의 경우 무료앱인 “Develop!” 추천)

– 현상액, 정지액, 정착액, 수세촉진제, 포토플로(수적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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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전 준비]

a. 촬영이 끝난 필름은 필름피커를 이용해 끝단부를 밖으로 빼낸다. (리와인딩할 때 끝단부가 끝까지 말려들어가지 않도록 감는 것도 방법이다)

b. 현상 릴(Reel)에 잘 감기도록 필름 끝단부 양 귀퉁이를 커팅한다.

c. 현상을 앞 둔 필름은 100% 차광된 공간에서 릴에 감아야 하므로 암백을 이용한다. 암백이 없는 경우 완전히 해가 진 후 창문이 없는 화장실에서 불을 끄고 작업하여도 좋다.

d. 암백에 필름, 가위, 현상탱크, 현상릴을 넣고 손끝 감각에 의존하여 플라스틱 릴에 감은 후 가위로 커팅한다.

e. 릴에 모두 감았다면 현상탱크에 릴을 넣고 뚜껑을 확실하게 닫아 차광한 후 암백에서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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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방법]    * 코닥 400TX 기준

a. 전습(Pre-wetting), 물 20도, 1분간 실시

   – 전습액 투입 후, 1분간 연속 교반

b. 현상(Develop), D76 working solution 300ml : 물 300ml, 20도, 9.75분간 실시

  – 현상액 투입 후 60초간 연속교반

  – 30초마다 5초 교반

  – 마지막 10초 전부터 버리기 시작하며, 현상액은 재활용하지 않는다.

c. 정지(Stop-bath) Kodak Indicator Stop bath, 스탑배스 9.6ml : 물 590.4ml, 20도, 1분간 실시

  – 정지액 투입 후 1분간 연속 교반 실시

  – 노란색의 용액 색깔이 보라색으로 변할때까지 재활용 가능

d. 정착 (Fix), 1 : 4비율로 희석 (정착원액 120ml : 물 480ml), 20도, 10분간 실시

  – 현상방법과 동일하게 교반

  – 최초 1분간 연속교반 후 매 30초마다 교반

  – 정착액은 3~5회 정도 사용 가능

e. 수세 (Washing) Ilford Washaid, 1 : 4비율로 희석 (원액 120ml : 물 480ml)

  – 흐르는 물에 30초 수세 (수시로 교반 및 물교체)

  – 수세촉진제에 2분 연속 교반

  – 흐르는 물에 5분 이상 수세

  – 수세액은 3회 정도 사용 가능

f. 포토플로 (Photo Flo), 1 : 200 비율(3ml : 600ml), 1분 담그기

  – 포토플로에 1분간 담근 후 버리며, 거품 생기므로 교반금지

  – 필름클립에 끼운 후 그늘진 곳 매달아 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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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자잘하게 준비할 것도 많고 절차도 복잡해보이지만, 약품 섞는 ‘비율’과 ‘온도’ 그리고 ‘시간’만 잘 지키면 별 문제 없이 현상이 잘 되어나온다. 제시된 수치들은 한 치의 오차 정도는 가볍게 허용해주므로 너무 강박적으로 맞출 필요는 없으니 지레 스트레스 받지 말자. 영어로 솰라거리긴 하지만 Matt Day라는 유튜버의 흑백 자가현상 영상(https://youtu.be/fuwE3Lvysvs)을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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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캔

Scan 과정은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이어주는 다리와 같다. 필름에 맺힌 상은 스캐너를 통해 TIFF 파일로 변환된 후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을 이용하여 리터칭이 가능하고 디지털 파일로서 보관 및 웹을 통해 유통할 수 있게 된다. 즉 스캔을 통해 필름은 디지털카메라에 찍은 파일과 같은 형태가 되는 것이다.

어차피 이렇게 디지털 화할거면 “돈이며 시간들여 필름으로 왜 찍지?”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Input의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즉 디지털카메라 센서가 담을 수 있는 이미지와 필름이 담을 수 있는 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이고, 애써 우리가 필름을 사용하는 이유도 디지털이 할 수 없는 필름만이 표현해주는 특유의 이미지를 얻기 위함이다. 다만 우리는 필름이 뽑아주는 독특한 이미지를 디지털로 변환해주는 과정이 필요할 뿐이다.

스캐너의 종류에는 평판 스캐너와 35mm 전용 스캐너가 있으며, 평판 스캐너는 다양한 포맷(35mm, 중형 등)을 스캔할 수 있는 장점 대신 필름홀더와 필름 컬링정도에 따라 편평도 문제로 스캔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니콘 쿨스캔과 같은 35mm 전용스캐너는 별도의 어댑터를 이용하면 필름홀더에 끼울 필요없이 6컷씩 잘라서 간편하게 스캔이 가능한 반면, 중형필름 등 다양한 필름포맷에 대응하지 못한다. (니콘 쿨스캔 모델 중 중형필름을 지원하는 경우 가격이 꽤나 높다) 중고 스캐너를 구입할 때에는 충격에 예민한 기기임을 감안하여 가능한 한 직거래를 추천하며, 사정상 택배거래를 해야할 경우는 뽁뽁이를 대량으로 투입하는 등 포장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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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터칭

한때 #필름감성이라며 필름라이크하게 보정하는 방법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보정방법의 핵심은 암부를 끌어올려 살짝 바랜 느낌의 페이드(fade)를 가미하는 것이었다. 필름을 스캔하고 난 직후 아무런 보정을 하지 않은 사진은 암부가 떠서 바로 이런 느낌을 자아내는데 아마도 무보정 스캔결과물을 흉내내는 것이 필름 느낌이라고 생각되어졌나 보다.

무보정 스캔 결과물 역시 디지털 Raw파일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후반작업(post-processing)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노출조정부터 암부에서 명부에 이르는 계조분포 그리고 필요하다면 닷징과 버닝까지 손을 봐주어야 맛깔나는 사진을 뽑아낼 수 있다. 무보정은 결코 좋은 사진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프로세스를 공개하니 도움이 되면 좋겠다.

한 롤 스캔이 끝나면 TIFF 파일을 포토샵으로 불러와 스팟힐링 브러쉬 툴(Spot healing brush tool)과 도장툴(Stamp tool) 등으로 먼지와 스크래치를 제거한다. 먼지들은 대부분 스팟힐링브러시로 해결이 가능하나 배경이 복잡한 곳에 형성된 스크래치 등은 도장툴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음으로 파일들을 라이트룸에 임포트(Import)한 후 크롭툴(Crop tool)을 활용하여 3:2 비율로 잘라 스캔하면서 발생하는 테두리 부분을 제거한다. 그리고 라이트룸의 가장 강력한 기능 중 하나인 싱크로(Sync) 버튼으로 1롤 전체에 크로핑 효과를 일괄 적용시킨다.

이제 한 장씩 차근차근 리뷰하면서 각각의 사진에 걸맞는 노출과 콘트라스트를 조정한다. 적절하게 노광된 필름을 스캔한 경우 노출은 최대 ±1 스톱 내에서 조절하고 콘트라스트는 가능한 한 조정하지 않는 편인데 필요시 ±5 내외로 손을 본다. 그러나, 앞서 말했다시피 암부의 경우 들떠서 스캔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라이트룸 기준으로 “Blacks” 값을 마이너스 30에서 최대 마이너스 50까지 과감하게 내려주는 편이다. 사진의 암부가 차분하게 무게감이 생기는 정도에서 각자 파라미터 값을 정하기 바란다.   이렇게 전반적인 톤 조정이 끝나면 부분적인 닷징과 버닝을 실시한다. 어드저스트먼트 브러시 툴에서 노출값을 +0.33으로 조정하면 닷징, -0.33으로 조정하면 버닝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해당 설정 후 필요한 부분에 브러시로 칠해주면 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ctrl+z를 눌러 실행을 취소할 수 있다. 조금 숙달이 되면 이런 방식으로 사진 한장 리뷰하고 보정하는데, 1분 내외로 소요되고 최대 3분을 넘지 않는다. 라이트룸에서 3분이 넘는 보정이 필요하다면 포토샵이나 실버에펙스 같은 전문 보정 툴을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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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라이카 m6를 구입해 필름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후 2017년 5월 현재 약 1년 동안 총 53롤을 찍었다. 매주 한 롤씩 찍은 셈이다. 디지털 카메라도 여전히 가지고 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필름카메라는 나의 주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였다. 그간 필름으로 찍은 사진 중 몇 장 골라 글 마지막에 붙여둔다. 부족한 사진들로나마 당신이 필름사진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내겐 큰 영광일 것이다.

한창 필름을 즐기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긴 글 마지막에 덧붙이는 소망이라면, 필름사진이 과거의 영광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라져가는 것이 아닌 디지털 사진과 더불어 하나의 확고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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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d video really kill the radio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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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양동마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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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포항,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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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죽도시장,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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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포항,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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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포항,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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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구룡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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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죽도시장,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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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죽도시장,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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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죽도시장,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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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죽도시장,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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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죽도시장,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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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포항,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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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포항,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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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포항시립미술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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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포항,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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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죽도시장,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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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영일대해수욕장,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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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죽도시장,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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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포항,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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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죽도시장,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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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죽도시장,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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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포항,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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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포항,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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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양동마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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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양동마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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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대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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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포항,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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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포항,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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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포항,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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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죽도시장,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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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포항,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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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포항시립미술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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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영일대해수욕장,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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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kodak 400tx, 포항,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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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포항,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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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포항,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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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왕룡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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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포항,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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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부산,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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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부산,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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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부산,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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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부산,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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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포항,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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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대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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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포항,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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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포항,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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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이부스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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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이부스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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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이부스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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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가고시마,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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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가고시마어시장,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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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사쿠라지마,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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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가고시마어시장,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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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사쿠라지마,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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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가고시마어시장,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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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히토요시,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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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구룡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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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포항,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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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포항,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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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경주,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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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경주,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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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죽도시장,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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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포항,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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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죽도시장,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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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포항,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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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포항,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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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포항,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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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안강,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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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fuji acros, 안동,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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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fuji acros, 안동,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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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fuji acros, 안동,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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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안동,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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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안강,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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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안강,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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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안강,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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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안강,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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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건천,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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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건천,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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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건천,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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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건천,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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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경주,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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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포항,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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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경산,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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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건천,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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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금척,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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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금척,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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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서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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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서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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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서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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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ilford hp5, 서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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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마린

나는 내성적이다. 확실히 여럿보다는 혼자가 편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서도 잘 논다. 그리고 걷는 걸 좋아해서 가족여행은 물론이고 출장지의 피곤한 아침에도 빠뜨리지 않고 주변을 산책하곤 한다. 이런 내게 사진은 그야말로 소울메이트! 좀 더 일찍 알지 못한 것이 늘 후회스럽다. (총각 때였다면 장비라도 세팅해놨..응?)

카메라를 메고 현관을 나서면 일상은 모험이 되고, 익숙했던 동네는 어느새 호기심 넘치는 탐험지로 변모 해 있다. 여행작가이자 소설가인 피코 아이어는 “여행의 묘미는 불확실함 속으로 뛰어드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카메라는 내게 정적인 삶으로부터 과감하게 불확실함 속으로 뛰어들게 해주는 용기를 불어넣는다.

지난 3월 1일, 카메라를 메고 동빈내항 쪽을 걷다가 포항함 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박된 선체 주변을 돌며 몇 컷 찍고, 함선 내 철로 만든 개미굴 같은 좁은 통로를 오르내리며 몇 컷 더 눌렀다. 필름을 갈아 끼우고 벤치에 앉아 잠시 한숨 돌리는 사이 건장한 체격에 베레모를 눌러 쓴 아저씨 한 명이 포항함에 오른다. 이거 뭔가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직감에 앞뒤 가리지 않고 따라붙었다. 가까이서 보니 이 아저씨 군화까지 신었다. 퇴역군인인걸까? 문득 이 분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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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uc-hexanon 35/2, ilford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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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체격과 달리 내딛는 걸음은 다소 힘에 부쳐 보였다. 그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걸어 함 내에 마련된 ‘천안함 전사자와 한주호 준위 추모실’에 당도하였다. 이 장소는 원래 장교들 회의실로 사용되던 공간이었으나, 천안함 희생자를 위한 추모공간으로 리모델링된 것이었다. 주변을 잠시 둘러보던 그는 갑자기 정자세를 취하며 어디에 그런 기합을 숨겨놓았던지 큰 소리로 한주호 준위 추모 사진을 향해 힘찬 경례를 올린다.

“Semper Fi”

정적 속 급작스런 경례소리에 주변의 어리둥절한 시선들이 잠시 모였다 이내 흩어지고 만다. 눈시울이 젖어드는지 그는 연신 손등으로 눈가를 훔친다. 마침 내 가방에 물티슈가 있어 서너 장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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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uc-hexanon 35/2, ilford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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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서 죽은 군인이 가장 영광스럽지”

목적지 없는 그의 말은 적적한 추모의 공간을 맴돌았다. 나는 좀 더 다가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옅은 소주 냄새가 코 끝을 스친다. 내가 이야기를 들어 줄 준비가 되어 있음을 확인한 그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지난 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포항이 고향이나 집안 사정으로 13세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그 후 미 해병대에 입대해 월남전에 참전하였고 제대 후 이민자로서 치열한 삶을 살며 미국땅에 뿌리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나이 60을 넘긴 이제서야 해병의 도시이자 고향인 포항에 비로소 돌아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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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uc-hexanon 35/2, ilford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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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포항함을 빠져나와 죽도동 쪽으로 걸었다. 아치 모양의 동빈다리 언덕배기에 잠시 멈추고서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낸다. 송도 바람에 흔들리는 라이터 불을 손등으로 잘 감싸 불을 붙인다. 담배를 문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외로워보였다.

“자네 잠깐 소주 한잔 할 시간되는가?”

손목시계를 보니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아직 늦은 오후라 본격적인 술집은 아직 일렀고, 일전에 친구랑 들렀던 육거리 밥집으로 향했다. 대충 자리를 잡고서 김치찌개 백반에 맥주 두 병을 주문했다. 그에게 조금 버거워 뵈는 소주 대신이었다.

보글보글 찌개를 사이에 두고 그의 60년 인생이야기가 건너온다.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이야기, 20대 후반 나이가 차서 결혼하기 위해 대구에 와서 선 봤던 일, 결혼하고 신혼살림 차릴 집 구하며 생긴 웃지 못할 에피소드, 그 때 낳은 아들이 어느덧 자라 대학 졸업하고 취업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 등 맥주 잔 주거니 받거니 하며 유수 같은 세월이 흐른다.

수심 잔뜩 고여있던 그의 눈빛이 꽤나 부드러워졌다. 과연 천국보다 낯술인게다. 나로서는 ‘이민자의 한’이 어떠한 것인지 그저 더듬더듬 넘겨짚어볼 뿐이지만, 적어도 그는 타국에서 겪어낸 인생 역정의 한을 육거리 소박한 밥집에서나마 잠시라도 뱉어낸 듯 보였다.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가능한 한 카메라를 들지 않고 두 귀를 오롯이 열어두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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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uc-hexanon 35/2, ilford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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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소심한 나를 쳇바퀴 일상으로부터 모험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쾌활하고 용기 넘치는 멋진 친구다. 이 친구의 손을 잡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고, 언제나 떠나고 싶어진다. 이 친구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멋진 곳 아름다운 시간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다. 카메라는 내게 말 동무이자 여행 안내자이며 누구보다 믿음직한 기록자이다. 이 친구와 함께 내일은 또 어떤 미지와 조우할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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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카메라

80년대 여느 평범한 집과 마찬가지로 내 아버지의 장롱 한 켠에는 단정하게 모셔진 ‘아빠 카메라’가 한 대 있었다. 카메라는 어린 시절 하루가 다르게 크는 나의 모습을 지켜봤고, 천진한 국민학교와 까까머리 중학시절의 모습을 차곡차곡 기록해 주었다. 사진이 귀하고 카메라가 흔치 않던 시절이라 장롱 속 ‘아빠 카메라’를 간혹 구경만 할 뿐, 감히 빌려 쓴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뽕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 것 마냥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던 카메라가 요즘은 정말 흔해 빠졌다. 일반인들에게 한때 진지하고 근엄하기만 했던 사진의 지위는 디지털의 풍요로 말미암아 손쉽게 즐기고 함께 소비하는 유희와 놀이로 바뀐 것이다. 디지털 세대인 우리 아이 역시 핸드폰으로 촬영하거나 아빠 디카를 빌려 찍는데도 전혀 거리낌이 없다. 강산이 변하긴 변했다.

아마도 사진 찍는 아빠들의 로망 중 하나는 바로 아이와 같이 취미를 공유하는 것이리라. 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아이가 카메라를 다룰 수 있을만한 적당한 나이가 되길 기다려왔다. 그리고 아이가 열살이 되는 올해 떠나는 일본여행이 바로 기다려왔던 바로 그때라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짐을 꾸리는 와중에 아들에게 편하게 찍어보라며 ‘아빠 카메라’를 하나를 쥐여주었다. 내 출퇴근 메이트인 RICOH GRD2였다. 삼분할 구도, AF 잡는 법 따위가 무슨 소용이며 당췌 무슨 의미가 있나. GR의 흑백모드에 2.5m 고정 매뉴얼포커스로 셔터만 누르면 촬영이 되게끔 세팅하고선 아이에겐 그저 ON/OFF하는 법과 이거 누르면 사진 찍힌다고 셔터버튼 위치만 알려주었다. (생각해보니 재생하는 법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찍은 사진 리뷰?하고 있더란.. 과연 디지털세대답다)

 

여행 당일 출발지인 대구공항에서 아이에게 ‘아빠 카메라’를 건네주었다. 그 후 나는 나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각자의 카메라를 통해 여행지의 낯섬을 기록했다. 아빠의 욕심만큼 이 녀석이 사진에 큰 흥미를 보이는 것 같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옆에서 보채거나 나무라지 않았다. 그저 마음가는대로 찍고 싶은게 있으면 찍고 아니면 말아야지 하며 전적으로 아이에게 맡겨두었다. 그렇게 5박 6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아빠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열어보았다.

기록된 사진은 총 163장.

여행 첫날 후쿠오카에서 가고시마까지 신칸센으로 이동 간에 담은 사진이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가 찍은 사진들을 밝은방에 불러들인 후 쭉 살펴보니 괜찮은 사진들이 보인다. 로우앵글, 흔들리고 기울어진 프레임, 교묘한 밸런스감까지 거리사진의 문법을 녹아있는 컷들 위주로 12장을 골랐고, 아이의 관점을 최대한 존중하는 차원에서 기본적인 노출보정과 소극적인 트리밍 외에는 손을 보지 않기로 했다. 내친 김에 고른 사진을 아이에게 보여주며 제목을 붙여달라 부탁했는데, 의외로 술술이다. 아이가 직접 붙인 제목은 사진 하단에 기입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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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학교..일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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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으로 찍은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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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진을 찍는데 한 사람은 졸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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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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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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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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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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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호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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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타고 서울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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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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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버스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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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지마섬과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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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가 찍은 사진을 셀렉하면서 기분이 무지 좋았다. 이유인즉, 아이가 촬영한 163장 중에 엄마 사진은 기껏 1~2장밖에 없는데 반해 아빠 사진은 무려 30장을 육박했던 것이다. 올ㅋ. 5장 중 1장은 아빠를 찍은 셈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결국 대상에 대한 애정을 담보로 하기 마련이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간에, 현실의 무한히 연속된 시간과 공간에서 사진의 프레임으로 재단하는 그 순간은 여지없이 셔터를 누르는 이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한 찰나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이다. 아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순간이 30번도 넘다니.. 낳아준 당신은 고작 1~2장 밖에 없고 말이지 ㅋㅋㅋ

착한 각도와는 대척점에 있는 로우앵글이라 준수한 실물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다들 인지하실거라 믿고 아들 사랑에 대한 증거로써 B급 사진 한 켠에 ‘아빠 카메라’에 담긴 아빠 모습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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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graphed by Ricoh GRD2

 

아버지의 라이카

“나도 다시 필름으로 좀 찍어야겠다.”

아버지께서 얼마전 필름으로의 회귀를 선포하셨다.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신지 수년이 지났지만 예전과 달리 촬영량이 많지 않으신지라 디지털의 스피드와 경제성은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적은 양이나마 그냥 다시 필름으로 찍는 것이 차라리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이셨다.

다시 필름으로 사진을 찍으시는데 문제될 것은 전혀 없었다. 집에 필름 카메라는 넘쳐나고 있으니까; 하지만 일흔을 바라보시는 아버지께서 이제와서 무거운 SLR을 다시 쓰실 것도 아니었고, 전자식 카메라는 그리 신뢰하지 않으셔 똑딱이도 별로 재미를 못느끼실 것 같았다. Contax IIa를 다시 쓰겠다 하셨지만 젊은 사람들도 짜증내는 그 좁고 침침한 파인더를 다시 들여다보셔야 할 생각을 하니 내가 다 송구스럽다. 이왕 다시 필름을 쓰시는 거 새 판을 짜보기로 했다. 신뢰성 높은 기계적 성능과 휴대성, 사용상의 편의성을 갖추고 손맛도 쏠쏠한 카메라, 결국은 그 조건에 부합하는 건 라이카 밖에 없지 않은가? (참 합리적인 듯..) 쓰신다고만 하시면 내 M3라도 드리겠다만 아버지는 35mm를 선호하신다. 결론은 늘 그렇듯 ‘기추’였다. 거사는 시작되었다. 이 참에 아버지께 라이카를 하나 사드리기로 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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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는 일찌감치 M6로 점찍었다. 아버지의 취향상 MP가 최적일 것은 분명했으나 가격이 너무 높아서 렌즈까지 장만해드리긴 아들의 능력이 부족했다. 기계적 완성도가 높은 M2나 M4도 괜찮지만 노출계가 없다는 점은 어쨌든 불편하시리라. 렌즈는 당연히 가장 선호하시는 35미리로 맞춰야 할 것이고 Summicron 35mm f2.0 ASPH부터 Summaron 35mm f2.8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려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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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견적과 가용자금을 짜맞추다가 P형에게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 라이카 하나 맞춰드릴까 싶다고. P형은 기다렸다는 듯 지인에게 ‘안쓰는’ Leica M6 non-TTL 실버와 & Summicron 35mm f2.0 ASPH 실버 세트가 있다며 사려면 이걸 사라고 했다. 흔하다면 흔한 조합이지만 렌즈가 실버라니 급호기심이 갔다. 그 분이 판매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사겠다면 알아봐 주겠다는 P형은 한마디를 더 보탰다.

‘물건 상태는 진짜 최상! 이런거 구하기 쉽지 않을거임.’

사실 민트급이나 소장급에 해당하는 물건을 구하는데 크게 연연하지 않는(사실은 돈이 없는 ㅠ) 나와 달리 P형은 아주 까탈스러운 편이다. 그런 P형이 최상이라고 하면 그런거다. 사진 한장 보지도 못했고 가격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일단 무조건 사겠다고 얘기해버렸다.

P형의 판매 권유를 받은 그 분은 처음엔 팔지 않겠다고 버텼다. 하지만 남의 것 뺐어오는데 또 일가견이 있는 P형의 압박 끝에 결국 판매하기로 결정했고, 내가 미안해질 정도로 가격까지 저렴하게 책정해주셨다. 환자들의 네트워크는 이럴 때 힘을 발휘한다. 아끼던 좋은 물건의 판매를 망설이던 판매자는 시간이 지체되면 마음이 변하기 쉽다. 틈을 보이면 안된다. 얼른 이체해버렸다. 통장의 음수는 더 커졌지만 물건 있을 때 일단 잡아야 하니깐… 뒷 일은 뒤에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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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은 다음날 P형이 직접 받아왔고 나는 퇴근 후 P형을 만나러 대구로 내달렸다. 오랜만에 하는 짓이다. 카메라든 오디오든 직거래를 위해 달려가는 길은 설레인다. 하필이면 작은 추돌사고도 있어 정체 구간을 통과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좀 늦는다고 도망가는 물건도 아니니 천천히 가자며 흥분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오른발에는 저절로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달려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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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밟아 P형이 기다리고 있는 그의 아지트에 도착했다. 사진 못지 않게 차(茶)에도 조예가 깊은 그의 놀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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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로망 탄노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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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보기전에 P형은 저녁도 안먹고 달려온 동생에게 ‘우주급 막창’을 사주시고 싶어 하셨지만, 아지트의 주인장께서 저녁을 내주시어 한 끼를 정갈하고 담백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이 집은 식당이 아니다) 독특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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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건네받은 Leica M6 & Summicron 35mm f2.0 ASPH

사실 M6야 주변에서 숱하게 만져봤고 주미크론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별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와인딩 레버를 감고 셔터를 눌러본 후 바로 알 수 있었다. ‘아 이거 정말 잘 조정된 기계구나.’ 이제까지 만져본 M6 중 가장 매끄러운 와인딩 느낌과 정숙한 셔터 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뜬 대구의 카메라 수리공 故김성민이 손보았던 카메라라고 했다. 바디에는 꼼꼼하게 보호 필름이 붙여져 있었고 기포나 스크래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용흔적이 보이는 곳은 배터리실 커버 뿐. 정말 깨끗하게 사용한 카메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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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P형의 Leica MP & Summicron 50mm f2.0. 총알이 좀 더 충분했더라면 이왕이면 MP로 사드리고 싶었지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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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에겐 야근해야 할 것 같다고 둘러댄 것이라 되도록 빨리 돌아가야 했으나 끝내주는 보이차와 탄노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취해 좀처럼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보로딘이 아내를 위해 작곡한 현악사중주 2번은 역시나 감미롭다. P형과 카메라 얘기, 사진 얘기 등등 한참을 노닐다가 9시쯤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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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새벽 1시까지 묵은 때를 벗겨냈다. 환자들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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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엄마의 눈을 피해 커피숍에서 아버지와 접선했다. 어젯밤 궁금해서 잠이 안오더라던 아버지는 깨끗한 상태에 거듭 감탄하셨다. 너무 깨끗한게 흠이라 새 것처럼 보이니 엄마 눈에 안띄게 조심하시라 했지만 ‘느그 엄마는 봐도 모를거다.’ 라고 아버지는 짐짓 태평하셨다. 하지만 나는 절대 아니리라 확신했다. 엄마도 부자 지간의 헛짓거리를 봐온 세월이 얼마인데 척 보면 딱 이다. 부디 조심하시라고 당부드렸다. 자금 마련에 일조하기로 한 동생에게도 결과를 보고했다. 동생은 ‘이번 건은 보안 사항인가?’ 라고 내게 물었고 나는 ‘당연하지. 보안임.’ 이라고 답했다. 동생은 대화창의 대화내역을 즉각 파기했다. 삼부자의 호흡은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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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서재에서 찍은 Leica M6. 지인의 KIMOTO 케이스도 눈독들이고 있다가 강탈(?)해왔다. 뒤에는 이제 찬밥이 될 아버지의 디카들이 보인다. 둘 중 하나는 팔자고 했더니 또 팔기는 싫으시단다. 그래 오로지 기추가 정답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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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사진을 처음 시작하신 것은 여느 아빠들이 그러하듯 우리 형제의 성장 과정과 가족의 일상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결혼하시면서 구입하신 캐논 AE-1과 FD50mm f1.4가 아버지의 첫 ‘수동 카메라’였다. 내가 중학생이던 무렵, 아버지는 가족사진을 넘어 본격적으로 취미로서 사진에 빠지시게 되었고 니콘 F801S나 F90X같은 최신 SLR과 렌즈들을 갖춰나가기 시작하셨다. 여러 사진 이론서와 월간 ‘사진’을 탐독하셨고 가끔 우리 몰래 공모전에도 내셨던 것 같다. 아버지의 사진 생활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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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우리 형제가 사진에 미쳤던 대학 시절 이후 당신께선 그전만큼 사진에 열정을 쏟을 여유가 부족해져만 갔었다. 직장에서의 직위가 올라갈 수록 신경써야할 일은 점점 더 많아지셨고 할머니의 건강마저 악화되며 요양병원에 장기간 입원하셨다. 몸이 불편한 노모를 두고 사진이 즐거울 리가 없었다. 그렇게 아버지에게서 사진은 멀어져만 갔다. 디지털 카메라도 몇몇 사보고 하셨지만 예전같이 재미있어 하시지 않았다. 카메라를 놓은지 오래되니 감각도 예전같지 못해 스스로도 사진이 별로 마음에 들어하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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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국문학을 전공하셨지만 아버지는 처음에는 공대생이셨다고 들었다. 기계였나 전기였나..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꽤 놀랐던 기억은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께서는 ‘잘 만들어진 물건’들을 무척 좋아하셨다. ‘하여튼 독일놈들 대단한게 이거 만든거 한번 봐라. 별거 아닌 볼트인데도 이걸 이렇게…’ 뭔가를 보고 감탄을 하실 때면 늘상 하시던 멘트다. 독일놈은 미국놈이나 일본놈, 스위스놈으로 바뀌기도 했다. 전자식, 자동보다는 기계식, 수동의 신뢰성을 특히나 선호하셨던 아버지셨으니 사진을 한참 찍으시던 그 시절, 말씀은 않으셨지만 라이카가 왜 갖고 싶지 않으셨겠는가. 하지만 벌이가 뻔한 교직 생활 동안 라이카는 말그대로 사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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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버지께서 얘기하셨다. ‘나는 이제 사진은 한물 간 것 같다. 대신 니네 둘한테 사진 가르쳐줘서 재미있게 하고 있으니 그거면 됐다.’ 감사하면서도 서운한 말씀이었다. 지금이라도 삼부자가 카메라를 들고 나가면 재미있게 놀 수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필름으로 다시 사진을 찍고 싶으시단 아버지의 이야기를 핑계로 저질러 본 지름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써봤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라이카를 아버지께 안겨드릴 수 있어서 기쁘고 죄송스럽다. 조만간 아버지와 라이카를 들고 어디로든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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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의자

의자! 더 정확하게는 빈 의자다. 카메라든 사람치고 의자 한 번 안 찍어 본 사람이 있을까 싶다. 사실 의자는 카메라든 사람에게만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법정은 불일암 뜨락에 성긴 의자를 만들어 놓고 ‘빠삐용’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빠삐용처럼 당신께서도 의자에 앉아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하셨다고 하니 그 의자는 성찰이다. 담배 파이프와 쌈지담배가 궁핍하게 앉은 소박한 의자를 남긴 고흐에게도 의자라는 오브제는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그에게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매개하는 시간의 의자였을 것이다.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다가
의자 몇 개 내 놓는 거여

시인에게 의자는 피붙이의 상징이었다. 그늘 좋고 풍경 좋은 곳에 내 놓은 의자 몇 개는 뒷배가 생긴 마냥 푸근하고 좋다. ‘서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의 자리가 돼 드리리다.’ 노래하던 가수에게 의자는 휴식이었다. 힘들과 외로운 사람들 무더기로 와도 괜찮다고 하니 무척 너른 의자였던 모양이다.

의자는 권력과 욕망의 상징이다. 자리의 우두머리를 서양에서는 의자아저씨(chairman)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 의자의 상징성은 동서양을 막론한다. 구들과 마루문화가 근간을 이루는 우리에게서 조차 의자의 상징성이 조금도 훼손되지 않는 것으로 봐서 더욱 그렇다. 그러고 보니 인간사 욕망의 시작과 끝이 의자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 놀랍다. 쉼도 일도 권력도 의자가 매개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의자에 앉아서 먹고 마시고 움직이고 일한다. ‘의자가 인생을 바꾼다’ 의자회사 광고 카피다. 상징을 포괄적으로 함의하고 있는 것 같아 맘에 든다. 상징은 체계가 없는 구체적 은유다. 결핍, 치유, 휴식, 욕망이 한 덩어리가 되어 의자에 투사되었다. 이것은 모순의 모순이다. 때문에 인간사를 관통하는 메타포를 그대로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인간은 이성(합리)적으로 사고하지만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선인의 통찰에 공명한다. 의식의 흐름을 이성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애시당초 성립하지 않는다.

소로우네 집엔 의자가 세 개 있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우정을 위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사교를 위한 것이라고 했단다. 우리가 생뚱맞거나 낮선 곳에 널브러진 낡은 의자에 환장하는 것이 서정적 심상의 발로만은 아닐 것인데 이 마당에 저마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셔터를 끊은 사진가들의 흔적들을 모아 보았다.

독자들에겐 어떤 느낌과 의미가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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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23 / 제주 광평마을 / Ricoh GR / 소자 作

 1월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겪었던 이래로
제주시내에 이렇게 폭설이 내렸던 적이 없었을 정도로
눈이심하게 많이 내렸던 날이었습니다.
직장까지도 결국 걸어서 힘들게 힘들게 갔던 날

살고 있는 동네에서 가끔 지나다 보면 이 의자가 항상 있었는데
이 날도 이 의자는 꿋꿋하게 서 있었습니다.
폭설에도 꿋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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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6 / 포항 / Ricoh GR / 피울 作

빈 의자, 버려진 의자만 보면
셔터를 누르게 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답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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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 제주 서귀포 / Leica M8 + Color skopar 28mm / 소자 作

이 정도는 되어야 같이 앉을 수 있지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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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동명항 / Nikon AF600 + pro image 400 / 라페스타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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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계본동 /  Leica M7 + Summirux 35mm / 라페스타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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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e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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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 서울, 구로시장 / Leica M3 + elmar 50mm f3.5 + superia200 / daydayday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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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icron 35mm + kentmere400 / 화수부두 / 행복한 바람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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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1v / 28mm GR lems 1:2.8 / HP5+ / 문래동, 2016 / Quanj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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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 서울, 쌍문동 / Leica M3 + elmar 50mm f3.5 + superia200 / daydayday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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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chrom (typ246) / 50mm noctilux-m, 4th 1:1.0 / 구의동, 2015 / Quanj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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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동 /  Fuji XF1 / 라페스타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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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 진해 / 손용덕 作

요즘도 폴라로이드 많이 찍으시나요?

요즘도 폴라로이드 많이 찍으시나요?
요즘은 다들 후지필름에서 나온 인스탁스미니로 많이 찍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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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폴라로이드를 많이 찍었어요.
아이가 태어난 후에 완전 폴라로이드로 아이 담느라 월급을 필름값에 다 갖다 바쳤죠. ㅎㅎ
처음 사용한 기종은 SX-70이예요.
이 녀석은 워낙 이뻐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인기가 참 좋았죠.
근데 이녀석을 한참 잘 사용하고 있는데 폴라로이드사가 사업을 접는 불행이…
폴라로이드 600 필름 값이 엄청 나게 오르기 시작하더니 나중엔 웃돈을 주고 구할려해도 구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집에 있던 몇대의 sx-70들은 장식품 신세가 되어 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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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신하게 된게 같은 회사의 랜드카메라예요.
폴라로이드사가 필름생산을 접었지만 이 녀석의 필름은 다행히 일본 후지필름에서도 생산하고 있었거든요.
흑백도 있고 칼라도 있도 필름이 생산되고 있으니 우선 안심하고 넘어 왔죠.
흑백필름은 감도가 어마어마해서 실내고 밤이고 왠만하면 다 사진이 잘 나와줘서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어요.
제껀 랜드360 이라고 보급기인데 이 녀석의 고급기인 랜드180 같은 건 수동 조작도 다 되고
랜즈도 워낙 좋아서 지금은 대형필름용으로 개조가 많이 되었어요.
그덕에 매물수가 급격하게 줄어 구하기도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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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녀석도 이젠 장식장으로 갈 팔자예요.
후지에서 랜드 카메라용 즉석필름을 단종 시켰거든요.

물론 임파서블이라고 열심히 폴라로이드사의 공장을 인수해서 폴라로이드 필름을 다시 생산해낼려고 노력하는 회사가 있어요.
근데 그들이 생산하는 필름은 솔직히 예전의 그 필름으로 복각하는데는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세피아니 모노니 하며 다양한 형태로 내 놓고 있지만 저는 맘에 안들더군요.

물론 후지 인스탁스도 즉석카메라이긴 하지만 너무 작고 색이 금방 변질되요.
인스탁스 와이드라고 판형이 조금 더 큰 폴라로이드가 있긴한데 얘는 맑은날 야외에서만 잘 나와요.
실내나 조금이라도 어두운 곳에선…..ㅠㅠ

폴라로이드 매니아인 친한 동생이 마미야에 인스탁스 와이드용 필름이 사용가능하게 개조에 성공했다는데
어떤지 한번 담에 물어 봐야겠습니다.

이젠 우리 꼬마도 사진을 직접 찍고 놀기를 좋아해서 꼬맹이용으로 인스탁스미니가 하나 있어요.
오늘 저녁에 할로윈 파티때 입을 의상이 택배와서 좋다며 입고 노는 모습이길래
얼른 귀한 마지막 필름이 들어 있는 랜드360을 꺼내서 한장찍고,
나중에 다시 인스탁스 미니로도 한장 찍어서 이렇게 보니 참 다르네요.

저 느낌을 이젠 더 이상 가질 수 없다는게 참 슬퍼요.
지금 사용하는 필름들은 더 이상 단종되지 말고 계속 생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집 한쪽면에 찍은 것들 중 기억하고 싶은 폴라로이드 필름을 붙여둔 폴라사진벽이 있어요.
왔다갔다하면서 오래된 사진들 보면 추억도 되고 우리 아이 어릴때 보며 미소도 지으며 참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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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퇴근 길에 get/gilberto LP를 한장 사들고 왔는데
나이들어 감에 점점 옛것이 찾아지고 그리워 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어린놈이 선배님들 죄송합니다.)

뭐라도 B급사진에 글을 올리고 싶어 얼마전 온라인에 올린 글을 재탕합니다.
또 재탕이라 죄송합니다. 담번엔 꼭 새로운 글과 사진을 올릴께요.

이거 마무리가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