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자기_건수자도

젠수이(建水)는 아름다운 도시다. 2009년 처음 왔을 때 아직 이곳은 고풍스런 한적한 도시였다. 십여 년이 지났건만 눈부신 개발 한편으로 옛것을 보존하려는 몸부림이 곳곳에 남아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젠수이는 윈난의 다른 큰 도시들에 비해 일찍 발전된 곳이다.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곳이란 말이기도 하다. 리장, 따리와 함께 윈난 3대 고성이 있는 곳이다. 중국 3대 문묘(공자를 모신 사당) 가운데 하나가 중원에서 멀고도 멀리 떨어진 이곳에 창대하게 남아있다는 것은 이방인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덕분에 이곳은 일찍 유가풍의 문화가 자리 잡은 선비의 도시이기도 하다. 글줄이나 읽은 노인들이 심심파적 삼아 붓 놀이 즐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것도 다 이 때문일 것이다. 먹을 것 볼 것이 풍부하고 소박하고 깨끗한 환경 덕분에 근래 중국에서도 뜨는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젠수이 여행 마지막 날, 자도(紫陶)공방을 다시 찾았다. 첫날 도예촌에서 실망한 탓도 있으려니와 자도와 관련된 문화나 자도의 제작과정이 궁금하던 터였다. 형님을 졸랐더니 꽌시가 있는 제법 큰 규모의 공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젠수이 자도는 우리에게 비교적 늦게 알려진 도자기다. 송대에 시작된 자도의 역사는 산업화와 함께 근래까지 다른 전통도자기 산업과 마찬가지로 사양길을 걸으며 명맥을 유지하다가 전통문화 부흥 정책과 보이차의 역대급 히트에 힘입어 근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천연의 오색토((五色土: 적, 황, 청, 갈, 백의 다섯 가지 색깔의 원료) 원료를 숙성시켜 기물의 형태를 만들고 상감기법으로 문양, 그림, 글자를 넣는다. 유약을 사용하지 않고 고온(1150 ~ 1200 ℃)으로 소성한 후 숫돌로 물광을 내서 완성한다. 이싱의 자사호와 비슷한 듯 다른 점은 재료, 상감기법 그리고 물광을 내는 것 정도가 되겠다. 항아리, 병, 화분 등 다양한 기물을 만들지만 근래에 차호로 각광받고 있는 아름다운 도자기다.

R0073062[오후 도자촌 거리는 한산하다. 작은 공방들이 다닥다닥 어깨를 붙이고 늘어섰다.]

 

R0073064[누가 오거나 말거나 저 할일에 집중하던 도공이 작업 한대목을 마치자 차를 내며 자리를 청한다. 잡히면 한 두개 사서 나와야 할 것 같아 사양하고 물러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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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마지막 날
쌍용교 근처 제법 갖추어진 공방을 찾았다. 갑자기 들이닥친 이방인이 어리둥절한 여사장은 속살을 내어보이는 것이 못마땅해 보였다.

R0073353[원료창고, 오색토로 자도의 원료가 된다. 소성되면 각각의 빛깔을 낼 것이다. 덩어리가 보이는 것은 괴상으로 보이지만 만져보면 분처럼 부드럽다.]

 

R0073356[제토과정을 거쳐서]

 

R0073352[정제된 원료를 숙성한다.]

 

R0073362[자사호는 대부분 판성형을 하는데 자도는 물레로 성형한다. 이름 없는 도공이지만 숙련도가 장난아니다. 공방에 소속되었으니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남기지는 못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많은 사람들 처럼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이 없지 않을 것인데…]

 

R0073359[성형된 기물이 어느정도 건조되면 형태를 다듬는다.]

 

R0073364[깍고 다듬고]

 

R0073365[또 깍고 다듬고]

 

R0073369[건조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린다. 공방에선 철저한 분업이다. 제토하는 사람, 성형하는 사람, 다듬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 상감하는 사람 등…20여명의 여성들이 지난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몇 마디 물어도 대꾸를 안한다…ㅠㅠ]

 

R0073367[밑그림이 그려진 자도 성형품에 그림을 따라 기벽을 파낸다. 색깔이 다른 흙으로 파낸 부위를 채우고 다시 다듬는다. 상감기법이다. 글, 그림, 문양 등 다양한 장식을 하는데 우리 정서는 아니다 싶다.]

 

R0073372[소성하기 전 바닥에 시그니쳐!]

 

R0073375[나서기 전에 전시장을 찾았다. 내내 쫄쫄 따라다니면서 낮빛이 울그락 불그락 하던 여사장이 이 대목에선 판매담당경리라면서 소개시켜 주고 방구새듯 빠져 버린다. 여우같으니라고…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깍아 달랬더니 자기는 깍아줄 권한이 없고 쿤밍과 젠수이 시내 총판이 있는데 그곳과 가격 차이가 나면 안된단다. 여사장이 도망간 이유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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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물든 쌍용교가 교태롭다.

 

광고

장소와 기억들 – Ba Dinh Square

독립 선언의 현장, 모두의 공간으로.

하노이 시내의 동부, 그곳으로 가면 하늘이 활짝 열린 광장이 한 곳 있다. Ba Dinh Square. 녹음이 짙은 여름이건, 스산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아 도는 겨울이건 이곳은 열려있다.

주변의 고색 창연한 프랑스 식민양식의 건물들과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에, 넓게 펼쳐진 콘크리트 광장과 낮게 내려앉은 호치민 묘역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곳이 갖는 의미는 베트남의 독립 선언이 호치민에 의해 읽힌 장소, 그리고 그의 사후에 영원히 그를 기리는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 두가지가 가장 크다.

포츠담 선언에서 일본의 항복이후 베트남은 1945년 9월 2일 독립 선언을 했다. 왜 일본이 항복을 한 뒤 독립선언을 했을까? 19세기 프랑스의 침략으로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는 국가 중 하나로 베트남은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었다. 이후 프랑스의 갖은 착취를 당하던 베트남은 2차대전 중 일본의 재침략을 받고, 베트남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프랑스는 무장해제 후 패주, 그리고 1940년 베트남의 새로운 식민국으로 일본이 들어서게 된다. 결국 일본의 식민지배를 5년이나 더 받은 후 일본의 항복 뒤 베트남은 독립선언을 하게 된다. 이런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호치민이 독립 선언서를 읽은 장소가 이곳 바딘 광장이다.

대부분의 베트남 사람들은 호치민들 매우 존경한다. 남베트남 정부의 무능과 부패등에 대비해,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저항운동에서부터 시작해 일본 식민 시절에 대한 저항 운동, 그리고 이후 프랑스 및 미국 침략세력에 대한 저항까지, 그의 한 평생 청렴한 생활과 나라를 위해 저항하며 살아온 인생 자체를 존경하고 경외하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그의 묘역을 공개하고 참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며, 이 시간에는 참배하기 위한 사람의 줄이 상당히 긴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호치민을 기리기 위해 묘역 뿐 아니라 호치민 박물관이 Ba Dinh Square 서남측에 자리해 있다. 호치민이 펼쳤던 베트남 독립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70년대 이후 베트남의 통일 이후의 활동상까지 정리가 되어 있는 박물관이다. 호치민의 활동 상황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한국어 자료는 찾아보기 힘들며, 대부분 베트남어 및 영어로 설명되어 있다.

또한 바딘광장의 동편으로는 19세기 하노이로의 수도 이전과 함께 생겨난 Thang Long 황성 유적이 남아있다. 남북으로 길게 자리잡은 황성 유적은 과거의 건물들을 조금이나마 살펴볼 수 있으며, 그곳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프랑스 식민지 양식의 건물들을 볼 수 있다.

Ba Dinh Square는 식민 지배의 잔재들 사이에 낮게 자리잡은 광장과 호치민 묘역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공간 이다. 공산당의 나라, 베트콩으로 이 나라를 바라보는 시선도 물론 존재하지만 또 다른 시선으로 베트남을 바라보는 시간을 이곳에서 가져보면 어떨까?

20170626 / Rolleiflex MX-EVS / Xenar 75mm f3.5 / Pro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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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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经开区(jīngkāiqū)! 알아듣는 택시기사가 신기했다. 이렇게 말하면 어김없이 데려다 준다. 낡은 것들이 쓸려나가고 매일 아침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이곳을 사람들은 ‘경제개발구’라고 부른다. 길 건너 우람한 정원이 드리워진 화려한 아파트촌이 펼쳐지고 그곳에 황금성이 있었다. 작년엔 없던 건물이다. 호기심에 이끌려 기웃거려 보지만 황금성은 거대한 담벼락으로 고립되어 있었다. 한 동안 기웃거렸지만 개미새끼 한 마리 지나다니지 않는다.

프리지아의 왕 미다스는 길 잃은 실레노스를 후대하였다. 실레노스는 디오니소스를 길렀다고 알려져 있는 그의 스승이다. 디오니소스는 스승을 잘 돌봐 준 미다스에게 한 가지 소원을 말하라고 했다. “제 손에 닿는 것이면 무엇이든 황금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디오니소스는 의아했지만 소원을 들어 주었다. 이제 미다스의 손이 닿는 것은 무엇이든 황금이 되었다. 손이 닿자마자 황금으로 변하는 것은 황홀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해 버리는 통에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지경이 되고 만 것이다. 이제야 자신의 소원이 부질없음을 알고 철회해 줄 것을 신에게 간청했다. 그의 간절한 기도에 신이 응답했다. 신은 파크톨로스 강에 몸을 씻으라 명했다. 미다스 왕은 신의 뜻에 따라 파크톨로스 강에 몸을 씻은 후에야 원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때부터 파크톨로스 강은 사금이 넘쳐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상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가 전한 이야기다.

길 건너 고치 구이 판을 앞에 두고 난장에 앉았다. 넘어가는 해가 걸린 황금성이 붉게 물들어간다. 부귀, 영화, 권력, 탐욕…너는 어느 것의 것이냐!

 

 

장소와 기억들 – Hanoi Old Quarter

시간이라는 씨줄과 사람이라는 날줄로 엮어낸 장소, Hanoi Old quarter.

통칭 Hanoi Old Quarter라는 구역은 정확히 구분되어 있지는 않지만 Hoankiem 호수의 북쪽에서부터 더 북으로 올라가면 볼 수 있는 Dong Xuan 시장까지를 이야기 한다. 꽤나 좁다란 길에 얽히고 설켜 오가는 사람들을 처음 본다면 가벼운 현기증이 잠시 일어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복잡한 곳이다.

과거 하노이에 모여드는 모든 물산과 사람이 거쳐가고, 도시 내에서 상거래가 집중되는 곳이 이 곳 이었다. 각각의 길은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물건들이 있었고, 그런 길들을 모아놓으면 36개의 길이 되어, Old Quarter는 하노이 63길 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제는 하노이 여행자들에게 유명해 진 Ta hien 맥주거리 부터, 지금은 실크제품 보다는 기념품을 더 많이 파는 실크거리도 있다. 길의 유래에 맞는 물건을 파는 가게도 남아있고, 지금의 삶에 맞게 바뀐 품목을 파는 가게도 있다. 그리고 잘 찾아보면 구석구석 과거의 모습을 보존하고 재현해 놓은 장소들도 볼 수 있다.

하노이에서 베트남 여행을 시작하려는 사람들 에게도 매우 중요한 장소가 Old Quarter다. 골목마다 소규모 현지 여행사가 모여있어, 하노이에서 가까운 곳은 사파와 할롱베이부터 멀리는 다낭이나 호치민 까지, 여행 상품과 교통편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하노이에서 출발하는 다른 지역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Old quarter를 꼭 기억하자.

Old Quarter는 보행자에게 불친절 하기로 손에 꼽을 수 있는 곳이다.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걷기보단 한줄로 서서 걷는것이 더 편하다. 이런 사정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일행의 뒤를 봐주며 걷거나, 앞서가며 일행을 이끌게 된다. 이게 또 희한한 느낌인 것이, 앞서가며 한번씩 돌아다 보면 누군가를 챙긴다는 생각에, 뒤에서 앞사람이 걸어가는걸 바라보면 앞사람을 지켜준다는 생각에 마음이 푸근해 진다. 비록 복잡하고 정신 사나운 거리의 분위기 속에서도,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즐겁게 걸을 수 있는 장소다.

켜켜이 쌓인 시간 속에서 오늘을 사는 하노이 사람들을 보고 싶다면, 일단, Old Quarter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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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0 / LeicaM6 / m-Rokkor 40mm F2 / RPX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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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2 / LeicaM6 / m-Rokkor 40mm F2 / AristaPremium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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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2 / LeicaM6 / m-Rokkor 40mm F2 / AristaPremium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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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9 / Leica M6 / BlackElmar 50mm f3.5 / Kentmere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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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9 / Leica M6 / BlackElmar 50mm f3.5 / Kentmere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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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 Contax iia / CarlZeiss Biogon 21mm f4.5 / Seagull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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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 Contax iia / CarlZeiss Biogon 21mm f4.5 / Seagull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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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 Contax iia / CarlZeiss Biogon 21mm f4.5 / Seagull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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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 Minolta TC-1 / G-Rokkor 28mm f3.5 / Kentmere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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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 Minolta TC-1 / G-Rokkor 28mm f3.5 / Kentmere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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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 Minolta TC-1 / G-Rokkor 28mm f3.5 / Kentmere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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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 Leica M6 / m-Rokkor 40mm F2 / Seagull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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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2 / Leica IIIc / Orion-15 28mm f6 / Seagull400(EI800)

셔터 속도가 느려질수록, 사진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꼭 그러잡은 바디, 조심스럽게 누르는 셔터 버튼. 그리고 이내 열렸다 닫히는 셔터. 셔터가 열러있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필름은 조용히 그 순간을 받아들인다.

흔들리지 않고 정확하게 멈춰세운 시간을 보기 위해 우리는 밝은 렌즈와 셔터 속도에 열광하지만, 그 열광속에 놓치게 되는 순간이 분명 존재한다. 어쩔수 없는 불편한 상황에서 욕심은 내려놓고 당시를 즐겨보고자 했다. 안나오면 뭐 어쩔 수 없지. 렌즈 밝기 F6, 잔뜩 흐려 부슬비가 내리는날, 그리고 감도 200의 필름은 모든것을 내려놓고 그 상황을 그저 즐기라고 나를 재촉했다.

비가 오는 골목에서도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맑은 날에 비하면 한결 느려진 속도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활기는 잃지 않은 채였다. 어디론가 이동하는 와중에도 커다란 짐을 자전거에 싣고, 팔 것을 어깨에 지고 있었으며, 그 와중에도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걸 잊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런 장면 장면 속에서 사람 사는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

비록 부슬비가 머리와 옷을 적시다 못해 카메라 까지 눅눅하게 만드는 상황이었지만,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나서 일에 지쳐 한동한 무미건조했던 내 마음도 촉촉하게 젖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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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IIIc / Orion-15 28mm F6 / Fujifilm C200

Hanoi. Vietnam.

데자뷰

깜깜한 늦은 밤에 도착했습니다. 볼이 시린 날씨였지만 어쩌자고 이렇게 포근한 것일까요. 짊어지고 온 피로에 까무러칠 것 같았습니다만 어디서 온 것인지 스멀스멀 밀려드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어집니다. 늘어지고 싶었습니다. 반듯하게 각진 택시 타고 숙소로 가는 잠시 동안 창밖 풍경은 신비였습니다.

밤새 끙끙 앓다가 새벽녘에 잠이 들었습니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거실 창을 열었습니다. 쌓이는 눈이 세상 평화롭습니다. 한참 멍 때리다 감전된 듯 챙겨 입고 길을 나섰습니다. 발이 이끄는 곳으로 걸었습니다.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했고, 어느 골목에서 한 동안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셔터를 몇 번 눌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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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가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는 … 이 곳에서 그렇게 한 동안 어슬렁거렸다. ]

 

여행에서 돌아왔습니다. 한 동안 서 있던 그 골목이 그리웠습니다. 영화 보다가 스프링 튕기듯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그 골목을 만났습니다. 그러니까 그랬던거죠. 언제인지도 모를 언젠가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곤 하얗게 잊었어요. 세월이 흘러 영화의 장면 가운데 있게 되었습니다. 의식 저편 깊숙한 곳에 저장되어 있던 장면하나가 의지와 관계없이 소환되었습니다. 포근함, 안도감, 익숙함 따위의 느낌은 깊숙히 저장되었던 몇 개의 장면 덕분이었을까요.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겪게 되는 영혼의 끌림처럼 말이죠.

 

Love.Letter.1995.1080p.BluRay.x264.AC3-ONe.mkv - 00.10.54.863

[영화 ‘러브레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