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EI 35 SE

나에게 필름 카메라는 M6 하나로 차고 넘치기에 다른 카메라 따위 눈 하나 팔지 않았다. 다른 카메라의 부류에는 지인이 쓰던 롤라이35도 물론 포함되어 있었다. 작지만 다부진 체구에 오밀조밀 이쁘장하게 생긴 색다른 매력의 카메라는 당시 내게 일말의 동요도 일으키지 못했다. 한창 라이카와 사랑에 빠진 탓이리라.

밀월은 달콤하나 짧을 수 밖에 없는 운명, 라이카시스템은 수려하면서도 충분히 실용적이었지만 필부의 일상을 함께하기엔 그 잘난 몸값이 늘 걸리적거렸다. 앞만 보고 달리던 경주마의 눈가리개가 벗겨진 듯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 마침 이 곳 비급매거진에 “Minolta TC-1 Review”라는 천민수님의 필름카메라 리뷰가 포스팅되었다. 화사한 샴페인색으로 화장한 조막만한 얼굴에 G-Rokkor 28mm f3.5 렌즈는 컬러와 흑백을 넘나들며 발군의 성능을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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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은듯 신이 난 나는 곧장 이런 덧글을 남겼다.

“흑백도 좋지만 쬐그마한 녀석이 뽑아주는 컬러에 마음이 빼앗겨버렸습니다. 손에 들린 도구에 따라 찍는 이의 마음가짐도 변하기 마련인지라 엠육의 엄숙함을 이런 녀석이 벗겨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네요. 꼭 한번 써보고 싶은 장비리스트에 올려둡니다.”

나는 곧장 미놀타 TC-1, 콘탁스 T3 같은 애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간 귓등으로 듣던 얘네들 몸값이었는데 중고 거래가를 직접 확인해보니 진짜 장난없다. 특히 T3는 몇몇 셀레브리티들이 소장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치솟아 M6랑 몸값으로 비등비등하다. 모시고 다니려 찾는 카메라가 아닌데..라는 생각에 고민의 실타래는 다시 꼬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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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땅에 내쳐진 씨앗일지라도 적절한 수분과 볕이 주어지면 싹이 트는 법인가.

지름에 고민하는 어둠의 다크에서 문득 송도 바닷가에서 지인이 보여주었던 바로 그 카메라, 롤라이 35가 운명처럼 생각났다. 시세 확인을 위해 당장 장터로 향했다. 싱가폴/독일, 실버/블랙, 35/35S/35TE 등 언뜻 봐도 그 종류가 방대하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필름똑딱이들에 비하면 대체로 부담없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노출계와 구도확인용 파인더가 장착되어 있고 노출은 100% 소유주에게 종속적인 매뉴얼 설정방식이다.

1966년 첫 생산을 시작한 롤라이35는 당시 35mm 범용필름을 장착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카메라였다. 하지만, 자이스社의 Tessar렌즈와 1/500초를 지원하는 Compur셔터 그리고 고센社의 CdS미터를 사용하는 등 성능은 결코 작은 카메라가 아니었다. 다만, 렌즈 촛점거리는 롤라이35라는 이름과 달리 40mm였고 목측식 초점방식이라는 점이 다소 걸림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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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학습은 여기까지로 하고 설계자로 불리는 지인의 영도를 받기로 했다. 메신저로 롤라이 35에 대해 문의하자 모니터 너머의 그는 자세를 고쳐앉더니 롤라이35의 탄생과 배경부터 실타래처럼 엉겨 복잡해보이던 다양한 롤라이35 시리즈를 꼬치꿰듯 한방에 정리해주는 신기神技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그가 덧붙여 보여주는 롤라이35의 결과물은 Summicron에 결코 뒤지지 않는 샤프함과 힘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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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2_35_m6 hp5 9호관사(2) 송도
leica m6, summicron 35mm, ilford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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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3_22_후지기록용100 롤라이35 오도리 효자동 산책
rollei 35 se, sonnar 2.8/40, fujicolor 100

(라이카는 35mm, 롤라이35는 40mm인 초점거리 차이로 원근감 차이가 있지만, 결과물만 놓고 보면 가격 차이가 무색해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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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카메라라는 지인의 개런티까지 보태어 나의 세컨 카메라는 이미 롤라이35로 결정되었다. 이제 장터링만 남았다.

“제꺼 쓰실래요?”

문득 건네는 그의 말이 놀랍고도 다행스러웠다. 안그래도 판매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멀리 모르는 사람에게 보내느니 가까운데 보내면 좋겠다라는 그의 말. 혹시라도 쓰다가 팔 생각이면 자기에게 팔아달라는 조건과 함께 나는 운명처럼 영혼 충만한 그의 롤라이35SE를 분양 받아냈다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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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SE 모델은 1979년에서 1981년 싱가폴에서 15만대가 생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모델은 롤라이35S 기반에 CdS 노출계 대신 전자식 노출계가 장착돼있어 뷰파인더에서 LED 불빛으로 노출 과부족을 확인 가능하다. 렌즈셔터는 벌브~1/500초를 지원하고 Sonnar 2.8/40 렌즈는 f2.8~22, 감도는 25~1600까지 세팅할 수 있다. 특히 조리개 설정시 다이얼 하단에 Lock버튼이 없는 모델이므로 뷰파인더에서 노출을 확인하면서 조리개 다이얼을 손가락 감각만으로 조정할 수 있어 더욱 실용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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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장비는 언제나 새로운 열정까지 패키징되어 온다. 요 며칠 40년 된 카메라로 출퇴근길, 동네 산책을 함께 했다. 손목스트랩을 걸고 손바닥으로 감싸면 손아귀에 폭 안기는 컴팩트한 카메라지만 335g의 무게감이 그리 만만치 만은 않다. 일포드 hp5+ 1롤과 후지필름 기록용필름 100 2롤을 사용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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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롤라이35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사용소감을 적어보면,

(그닥 많은 카메라를 섭렵해보지 못한 처지라, 주된 비교대상은 롤라이에게 ‘에브리데이-캐리-카메라’ 자리를 잠시 내어 준 라이카 엠육이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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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엠육은 셔터를 장전해야 노출계가 동작하는 반면 롤라이35는 미장전 상태에서도 반셔터로 노출 확인이 가능해 편리하며, 카메라 내장노출계는 외장노출계 값과 비교해봐도 상당히 정확한 수치를 제시해 줌

둘째, 목측식이라 초점에 대해 걱정했으나 풍경 혹은 사물 위주의 스냅일 경우 “피사체와의 거리추정-초점값 세팅-노출확인-조리개/셔터속도 조정-프레이밍-촬영”등의 순서로 차근차근 진행하면 별다른 어려움 없음. 다만, “프레이밍-초점세팅-노출확인/조정”이 동시에 가능한 라이카시스템에 비해서는 촬영이 두, 세호흡 느릴 수 밖에 없어 순발력이 필요한 스냅에는 활용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됨

셋째, 35mm도 아니고 50mm도 아닌 어정쩡한 40mm 초점거리에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싶었으나, 몇 롤 찍어본 소감으로는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은 그래서 너무 들어갈 필요도 물러날 필요도 없는 균형감 있는 초점거리인듯 함. (35mm와 달리) 인물을 중심으로 (50mm와 달리) 주변 풍경을 살짝 녹여넣을 수 있어 가족 나들이에 적합해 보이기도 함

넷째, 셔터와인딩과 셔터릴리즈의 감각은 라이카의 그것과 비교할만한 것은 아님(가격도 그러하니 뭐). 라이카의 조작감에 대해 흔히 얘기하는 “Silky smooth’가 이런거였구나를 새삼 깨닫게 됨. 그렇다고 롤라이 만듦새가 토이 수준이거나 그런 것 아니니 오해가 없길 바라며, 조작감 측면은 라이카가 월등해서 생기는 차이일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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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이35는 이른바 ‘찍는 재미’가 있는 카메라다. 손목에 걸고서 가벼운 마음 가벼운 발걸음에 스치는 풍경 목측으로 어림잡아 담아내야 만 카메라. 초점이 맞는지 맞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그런게 중요하지 않은 카메라.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믿음 그리고 현재를 즐기는 것이란 걸 일깨워 주는 카메라가 바로 롤라이35라는 생각이 든다.

기껏 한달 써보고 끄적이는 글이라 나중에 이불킥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사용 초반의 경험 또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자기최면을 걸며 롤라이35 입문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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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 SE with “Ilford HP5+ Black and white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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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 SE with “Fujifilm 記錄用 100 Color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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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SE : BW vs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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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와 기억들 – Ba Dinh Square

독립 선언의 현장, 모두의 공간으로.

하노이 시내의 동부, 그곳으로 가면 하늘이 활짝 열린 광장이 한 곳 있다. Ba Dinh Square. 녹음이 짙은 여름이건, 스산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아 도는 겨울이건 이곳은 열려있다.

주변의 고색 창연한 프랑스 식민양식의 건물들과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에, 넓게 펼쳐진 콘크리트 광장과 낮게 내려앉은 호치민 묘역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곳이 갖는 의미는 베트남의 독립 선언이 호치민에 의해 읽힌 장소, 그리고 그의 사후에 영원히 그를 기리는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 두가지가 가장 크다.

포츠담 선언에서 일본의 항복이후 베트남은 1945년 9월 2일 독립 선언을 했다. 왜 일본이 항복을 한 뒤 독립선언을 했을까? 19세기 프랑스의 침략으로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는 국가 중 하나로 베트남은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었다. 이후 프랑스의 갖은 착취를 당하던 베트남은 2차대전 중 일본의 재침략을 받고, 베트남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프랑스는 무장해제 후 패주, 그리고 1940년 베트남의 새로운 식민국으로 일본이 들어서게 된다. 결국 일본의 식민지배를 5년이나 더 받은 후 일본의 항복 뒤 베트남은 독립선언을 하게 된다. 이런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호치민이 독립 선언서를 읽은 장소가 이곳 바딘 광장이다.

대부분의 베트남 사람들은 호치민들 매우 존경한다. 남베트남 정부의 무능과 부패등에 대비해,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저항운동에서부터 시작해 일본 식민 시절에 대한 저항 운동, 그리고 이후 프랑스 및 미국 침략세력에 대한 저항까지, 그의 한 평생 청렴한 생활과 나라를 위해 저항하며 살아온 인생 자체를 존경하고 경외하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그의 묘역을 공개하고 참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며, 이 시간에는 참배하기 위한 사람의 줄이 상당히 긴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호치민을 기리기 위해 묘역 뿐 아니라 호치민 박물관이 Ba Dinh Square 서남측에 자리해 있다. 호치민이 펼쳤던 베트남 독립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70년대 이후 베트남의 통일 이후의 활동상까지 정리가 되어 있는 박물관이다. 호치민의 활동 상황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한국어 자료는 찾아보기 힘들며, 대부분 베트남어 및 영어로 설명되어 있다.

또한 바딘광장의 동편으로는 19세기 하노이로의 수도 이전과 함께 생겨난 Thang Long 황성 유적이 남아있다. 남북으로 길게 자리잡은 황성 유적은 과거의 건물들을 조금이나마 살펴볼 수 있으며, 그곳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프랑스 식민지 양식의 건물들을 볼 수 있다.

Ba Dinh Square는 식민 지배의 잔재들 사이에 낮게 자리잡은 광장과 호치민 묘역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공간 이다. 공산당의 나라, 베트콩으로 이 나라를 바라보는 시선도 물론 존재하지만 또 다른 시선으로 베트남을 바라보는 시간을 이곳에서 가져보면 어떨까?

20170626 / Rolleiflex MX-EVS / Xenar 75mm f3.5 / Pro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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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속도가 느려질수록, 사진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꼭 그러잡은 바디, 조심스럽게 누르는 셔터 버튼. 그리고 이내 열렸다 닫히는 셔터. 셔터가 열러있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필름은 조용히 그 순간을 받아들인다.

흔들리지 않고 정확하게 멈춰세운 시간을 보기 위해 우리는 밝은 렌즈와 셔터 속도에 열광하지만, 그 열광속에 놓치게 되는 순간이 분명 존재한다. 어쩔수 없는 불편한 상황에서 욕심은 내려놓고 당시를 즐겨보고자 했다. 안나오면 뭐 어쩔 수 없지. 렌즈 밝기 F6, 잔뜩 흐려 부슬비가 내리는날, 그리고 감도 200의 필름은 모든것을 내려놓고 그 상황을 그저 즐기라고 나를 재촉했다.

비가 오는 골목에서도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맑은 날에 비하면 한결 느려진 속도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활기는 잃지 않은 채였다. 어디론가 이동하는 와중에도 커다란 짐을 자전거에 싣고, 팔 것을 어깨에 지고 있었으며, 그 와중에도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걸 잊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런 장면 장면 속에서 사람 사는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

비록 부슬비가 머리와 옷을 적시다 못해 카메라 까지 눅눅하게 만드는 상황이었지만,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나서 일에 지쳐 한동한 무미건조했던 내 마음도 촉촉하게 젖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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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IIIc / Orion-15 28mm F6 / Fujifilm C200

Hanoi. Vietnam.

Zeiss Opton T Tessar 50mm f3.5

Carl Zeiss and Tokyo.

Carl Zeiss 렌즈를 쓰면서 문득 떠오른 도시는 도쿄였다. 높게솟은 마천루와 그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근대 건물들, 그 사이를 지나다니는 사람들까지. 이번 여행을함께한 Carl Zeiss Biogon 21mm f4.5, Zeiss Opton Tessar T 50mm f3.5, Zeiss Opton Sonnar 50mm f1.5 세개의 렌즈를 통해 본 도쿄의 모습을 짧은 글과 함께 남기고자 한다.

두번째 렌즈는 Zeiss Opton T Tessar 50mm f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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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렌즈를 인터넷 상에서 알아가고 접하며 엄청 깔끔하게 떨어지는 결과물을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서 말했던 Carl Zeiss Biogon 21mm f4.5 렌즈와 같이 선명한 선들이 여기저기 있는 도시에서 참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이 렌즈도 언젠가 도쿄에 갈 날이 있다면 챙겨가야 겠다는 맘을 먹고 있던 도중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 렌즈에서 느낀 느낌은 상당히 절제되고 억눌린 색표현을 해 준다는 것이었다. 21mm Biogon이 눈으로 본 그대로의 색을 사진에서 그대로 보여준다면, 50mm Tessar는 눈으로 본것보다 한결 차분하게 가라앉은 느낌의 색을 보여줘 상당히 단단한 느낌의 결과물이 되곤 한다. 차분하면서도 구석구석 세밀한 묘사는 우직하게 자기의 할일을 다하는 장인정신을 느끼게 해준다. 이 렌즈의 미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광택의 바디에 전면에 위치한 무광 테두리 한줄의 장식성은 차고 넘치지 않는 아름다움을 장식하는 열쇠가 된다. 굳이 촬영을 하지 않고 손으로 조작만 하고 있더라도 충분히 만족감을 안겨줄 수 있는 Carl Zeiss의 렌즈 다운 만족감이라고 할 수 있다.

Tessar 50mm의 첫번째 목적지는 오차노미즈역 근처. 간다 진보쵸에서 걸음을 옮겨 다음 목적지로 삼은 곳이 오차노미즈역 이었으며, 그곳에서 간다묘진 방향으로 길을 잡아 이동했다. 그 중간 오차노미즈역 근처에서 촬영한 컷들이 살아남았는데, 또렷하게 뻗은 선과 푸른하늘의 절제된 표현이 인상적인 결과물로 나왔다. 오차노미즈역은 특히 일본의 복잡한 열차 노선을 상징하는 것으로 유명한 역이다. 개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다 보면 여러갈래로 얽힌 열차 노선을 보게 되는데, 그곳에서 지나가는 열차를 바라보다 보면 시간은 훌쩍 몇십분이 지나가 있고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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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향한곳은 긴자. 역시나 도시에 어울리는 렌즈를 테스트 할만한 곳은 긴자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값비싼 것들은 모두 모인다는 긴자는 20세기 초반부터 이미 상당한 번화가로 자리 잡은 곳이었다. 그런 번화했던 힘의 바탕은 어디일까 생각해 보면 마음이 개운치 못하지만, 일단 눈으로 보기에 근대의 건물과 유리로 둘러친 건물의 조화가 기기묘묘하다 느끼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사진을 촬영하러 간 날은 하늘이 매우 맑아 컨트라스트가 엄청 강하긴 했으나,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하는 만큼 드라마틱한 화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잘 이용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늘과 빛이 드는 부분을 신경써 촬영했고 조금 아쉽지만 렌즈의 개성은 어느정도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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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에 가져간 다른 바디에 흑백필름이 마운트 되어있었던 덕분에 흑백 결과물도 같이 확인 할 수 있었다. 빛이 매우 강한 상황이었고, 덕분에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긴 했지만 역광의 상황에서도 암부 표현이 이상하거나 뜨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순광에서도 상당히 안정적인 표현을 보여주며 화면 구석구석까지 열심히 묘사해 내는 장인정신은 흑백필름에서도 쉬지않고 살아 숨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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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도시의 풍경을 담기에 참 좋은 Zeiss Opton T Tessar 50mm f3.5 렌즈. 단단하게 손에 꽉 차는 조작감이나 차분하고 꾹 눌러 표현하는 결과물까지 마음에 쏙 드는 이 Tessar 렌즈는 50mm를 사랑하는 내게는 정말 보석같은 렌즈다. 게다가 후기 Carl Zeiss렌즈의 특징인 아름다운 코팅색 까지 더하면, 외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Carl Zeiss 렌즈중에서도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렌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Contax IIa / Zeiss Opton T Tessar 50mm f3.5 / Fujifilm Provia 100F

M4 / Zeiss Opton T Tessar 50mm f3.5 / Seagull400 (EI800)

Carl Zeiss Biogon 21mm f4.5

Carl Zeiss and Tokyo.

Carl Zeiss 렌즈를 쓰면서 문득 떠오른 도시는 도쿄였다. 높게솟은 마천루와 그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근대 건물들, 그 사이를 지나다니는 사람들까지. 이번 여행을함께한 Carl Zeiss Biogon 21mm f4.5, Zeiss Opton Tessar T 50mm f3.5, Zeiss Opton Sonnar 50mm f1.5 세개의 렌즈를 통해 본 도쿄의 모습을 짧은 글과 함께 남기고자 한다.

이번 첫 렌즈는 Carl Zeiss Biogon 21mm f4.5

20세기 최고의 21mm 렌즈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극도로 억제된 왜곡과 깔끔한 주변부 화질이 특징인 렌즈이다. 잘 설계된 덕분에 최대개방이 아니라면 중앙부 부터 화면의 바깥쪽까지 고루 선명하게 상이 맺힌다. 특히나 렌즈의 뒷부분이 필름면과 매우 가까워 해상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준다 하며, 결과물을 실제로 보면 확대했을때 상당히 정확한 표현을 해 주는걸 볼 수 있다. 전반적인 렌즈의 색 표현은 현행 렌즈와 다르지 않다 싶은 정도의 정확한 결과물을 볼 수 있다. 딱 떨어지는 이 렌즈의 직선 표현은, 종이에 손을 베일때 뒷목이 선득선득해 지는 느낌과 비슷할 정도로 날카롭다는 느낌을 준다.

사진 촬영에 무감각한 사람들, 길게 뻗은 도쿄의 빌딩과 도로들은 비오곤의 성능이 어떨지 테스트 해보기에 참 좋은 환경이라 생각하던 차에 도쿄로 갈 기회가 생겼고 Biogon 21mm를 쓰기 위해 카메라와 렌즈를 챙겼다.

도쿄에서의 21mm 촬영에는 슬라이드 필름만 사용했다. 날씨가 워낙에 맑고 빛이 좋아 슬라이드에 제격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Biogon 21mm를 구입하고 슬라이드를 사용해 본 적은 없었지만 지금까지 잘 작동해 왔던 카메라를 믿고 촬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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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곳은 도쿄의 간다 진보쵸 지역이다. 이 지역은 고서점이 많이 모여있기로 유명하다. 메이지 시대에 주변에 유명한 사립 대학교가 들어서기 시작하며 자연스레 중고 책거래가 활발해 지기 시작하며 고서점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래되기로 유명한 야구치 서점부터 골목골목 길가 곳곳에 서점이 참 많이 있었다. 일본어를 자연스레 읽을수만 있었다면 살 책을 찾느라 정신을 못차리고 돌아다니기 바빴겠지만, 그렇지 못한 덕분에 별 다른 유혹 없이 사진만 찍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이한 점으로는 골목골목에 저렴한 커피집, 커피 로스팅 공방, 오래된 고급 커피집들이 있었다. 대학들이 밀집해 있어 학생들의 커피 수요도 많을 것이고, 오래된 책을 구하러 오는 분들이 많은 유서깊은 곳이기도 해 저렴한 커피가게 부터 고급 커피가게 까지 다양하게 잡은건 아닐지 조심스레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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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Biogon 21mm를 사용해 본 곳은 도쿄역 야에스구치 부근이었다. 흔히 많은사람들이 알고 있는 ‘도쿄역’의 파사드는 야에스구치가 아닌 마루노우치구치 쪽의 파사드가 유명하다. 특히 이곳의 오래된 도쿄역 건물은 우리나라의 서울역 디자인의 모태가 된다고 해 한국사람들에게도 꽤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인라커를 잘못 고른 덕분에(실은 신칸센 탑승구가 가까운곳에 가방을 넣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마루노우치구치까지는 돌아볼 수 없어 야에스구치부터 유락초역까지 걸어 다녀오면서 사진을 담았다. 도쿄역에서 유락초 역을 가는 길은 다르게 말해 긴자까지 가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덕분에 야에스구치를 나오자마자 높은 빌딩들은 내 시야를 가리기 시작해 유락초 역으로 갈 때까지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빌딩 숲 사이사이에서 만나는 도카이도 선 철길을 받치고 있는 교각들은 적벽돌을 가지런히 쌓아 만든 아치와 기둥의 연속이었다. 첨단의 도시 속에서 만나는 근대라고 할 수 있다. 유락초 역에 잠시 들릴 일이 있었던 덕분에 맘에 드는 사진들도 몇장 남겨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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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21mm 화각을 잘 사용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하는지 아직 가늠조차 할 수 없지만, Carl Zeiss Biogon 21mm f4.5를 사용했을 때는 이런 사진이 찍힌다는 것 정도는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어설프지만 짧은 사용기를 마무리 지을까 한다. 부디 조금이라도 이 렌즈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계신 분께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Contax IIa / Carl Zeiss Biogon 21mm f4.5

Fujifilm Provia 100F

내가 사랑하는 선열색 리버설 필름 Fortia SP

안녕하세요, verbal입니다.

8년전에 작성한 글인데, 아직은 새롭게 글을 쓸 여력이 없어서 기존에 없던 예제 사진을 ‘살짝’ 추가하여 게시합니다.

글쓴지가 정말 너무 오래되어서 필력 그리고 사진이 많이 부족하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또한 너무 오래 사진을 안찍다 최근 다시 찍으며 사진 정체성에 대해 혼란이 오는 중이라 정신이 좀 없는 상황인데 좋은 모습으로 조금씩 글이던 사진이던 게시해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슬라이드 필름 중에 하나인 Fortia SP에 대해서 가볍게 소개합니다.

fortia-sp-120_mfloverbal

위의 사진은 120(브로니) 포맷의 Fujifilm의 Fortia SP 5개들이 패키징이다.

패키징 표면에 우선 눈에 보이는 것은 鮮列色 リバーサル(선열색 리버설) 이라는 문구이다.

선열은 선명하고 강렬한이란 의미인데, 포장 전면에 이렇게 내걸 정도면 얼마나 그 색상이 강렬한 것일까.

뒤에 보여있는 색 팔렛트도 상당히 강렬한 채도로 표현되어있기도 하다.

Fortia SP는 포르티아 혹은 포티아라고 읽는데

일단 일어표기로는 포르티아가 맞고 개인적으로는 포티아라고 읽고 있다.

2004년 2월 25일 벨비아를 능가하는 고채도 필름으로 세상에 첫발을 내딛은 이 녀석은 무려 일본내에서만 한정 발매를 했었다.

이후 유저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최근까지 1회 더 한정 생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까지 남아있는 물품들은 유통기한이 모두 지난 것이 맞다.

이제부터 Fortia SP 결과물들을 보며 간단하게 얘기해볼까 한다.

개인적인 눈에 의한 색감 조절 등의 보정이 이루어졌기에 라이트 박스 위에서 보던 완벽한 색재현은 힘들었는데,  지금 보니 필름별로 퍼포레이션 색이나 밝기 또한 미묘하게 다르니 원본 필름과 완전 동일하지는 않다는 전제하에 사진을 보아주셨으면 한다.

 img03006_tx-1_fortia_mfloverbalFuji TX-1, SUPER-EBC Fujinon 45mm f4, Fortia SP @강원도 영월

이보다 더 멋진 하늘과 구름을 분리해내는 듯한 필름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img03009_tx-1_fortia_mfloverbal Fuji TX-1, SUPER-EBC Fujinon 45mm f4, Fortia SP @강원도 영월, 한반도 지형

싱그러운 녹색 표현을 보면, 마치 살아있는 식물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img03010_tx-1_fortia_mfloverbalFuji TX-1, SUPER-EBC Fujinon 45mm f4, Fortia SP @강원도 영월, 한반도 지형

현존 최고의 극채도 필름임이 분명하지만 그 발색은 튄다기 보다, 산뜻한 느낌이다.

img03013_tx-1_fortia_mfloverbalFuji TX-1, SUPER-EBC Fujinon 45mm f4, Fortia SP @강원도 평창, 양떼목장

Fortia SP의 최대의 단점은 누가 뭐래도 극도로 좁은 노출 관용도와 계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img03014_tx-1_fortia_mfloverbalFuji TX-1, SUPER-EBC Fujinon 45mm f4, Fortia SP @강원도 평창, 양떼목장

그러한 좁은 계조로 이런 드라마틱한 느낌을 만들어 주기도 하며,

img03026_tx-1_fortia_mfloverbalFuji TX-1, SUPER-EBC Fujinon 45mm f4, Fortia SP @강원도 평창, 양떼목장

강한 대비로 인하여 묘한 입체감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img03019_tx-1_fortia_mfloverbalFuji TX-1, SUPER-EBC Fujinon 45mm f4, Fortia SP @명일동

빨강, 노랑, 녹색, 파랑의 모든 원색이 들어가있는 컷. 원색의 살아있음이 느껴지는가?

 묘하게 밸런스가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

 img03020_tx-1_fortia_mfloverbalFuji TX-1, SUPER-EBC Fujinon 45mm f4, Fortia SP @고덕동

이 필름이 가진 모든 느낌을 제대로 표현한건지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Super-EBC 코팅의 Fujinon 렌즈와 매우 궁합이 잘맞았던 것 같다.

원색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렌즈를 만났을 때 더욱 빛을 발휘할 수 있는 필름이다.

벨비아 혹은 E100VS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름이기도 하고. 🙂

다만, 언제 다시 발매할지 기약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운 점이다.

Fortia SP의 재발매 소식을 기다리며 이만 줄이겠다. 🙂

아래는 약간 추가하는 Fortia SP의 예제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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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on-15 28mm F6

바이칼의 푸르름을 닮은 Lens. Orion-15 28mm F6

겨우 한 롤 사용해 본 느낌으로 뽑은 제목 치고는 너무 거창했나 싶다. 하지만 결과물을 봤을때의 균형 잡히고 아름다운 발색은 이 제목을 사용하고 싶게끔 만들었다.

맑고 화창한 가을 초입의 경주 하늘, 바람이 불듯 구불구불 펼쳐지는 주변 산들의 부드러운 능선, 하늘에서 투명하게 떨어지는 빛은 먼 한국까지 애써 넘어온 러시아 태생의 렌즈를 테스트 해 보기에 충분했다.

급한 마음에 장비사진은 남기지도 못하고 테스트 부터 시작했다. 조합은 CanonP와 Voigtlander 28mm Finder. 노출계가 없는 카메라인 덕분에 휴대폰의 Light meter 어플과 Sekonic 408을 사용 했다. 조리개는 최대개방이 6까지 가능해 약점으로 생각 할 수도 있지만, 눈이 부시게 청명했던 날의 경주에서 F6의 조리개는 한계가 될 수 없었다. 일반적인 광각렌즈 촬영 상황의 특성상 필드에서 촬영을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고, 필드 촬영의 경우 광량이 부족한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사진의 발색은 시원한 느낌이다. 실제 필름에서도 마젠타(Magenta)를 느낄 수 없었고, 이 특징은 스캔 후에도 같았다. 마젠타가 끼지 않고 표현된 하늘은 눈이 시릴정도로 파란 색이었고, 숲의 초록은 눈이 시리다 못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날이 청명했던 만큼 악조건의 상황도 일부러 만들어 촬영했으나 결과물은 걱정했던것 보다 훨씬 좋은 – 어떻게 보면 걱정을 했던게 바보같다고 생각할 만큼 좋은 – 결과물을 볼 수 있었다. 역광 상황에서 조리개 모양에 따라 플레어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암부가 뜨는 현상이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고, 색이 틀어지는 현상은 잘 보이지 않았다.

작은 사이즈, 괜찮은 가격, 시원한 결과물이란 장점을 갖춘 Orion-15.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사용 해 보고 싶은 렌즈다.

마지막으로 이 렌즈를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PIYOPIYO님의 리뷰를 링크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ㅡ 토포곤의 영혼 / Orion-15 28mm f6.0 – by PIYOPIYO

::매거진 첫 포스팅으로 인사드립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