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이미나토

돗토리현 서부 끄트머리에 자리한 사카이미나토는 일본 국민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으로 그의 대표작 ‘게게게의 기타로’를 테마로 한 요괴마을로 유명함과 동시에 산인지방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특유의 스타일을 구축한 세계적 사진가 우에다 쇼지의 고향이기도 하다. 고향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돗토리 사구는 일평생 그에게 있어 훌륭한 스튜디오였으며, 이 곳에서 가족사진과 유머러스한 셀프사진 그리고 평생의 모델이었던 아이들을 원없이 찍었다. 지금도 요괴거리 ‘미즈키 시게루 로드’ 한켠에는 70년간 우에다 쇼지 작업의 근간이 된 ‘우에다 카메라’가 그의 셋째 아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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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 사카이미나토 수산진흥협회를 통해 예약해 둔 어시장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이른 아침 나는 숙소를 나와 요괴들의 천국인 미즈키 시게루 로드로 들어섰다. 산인(山陰)지방의 8월 하늘은 지명마냥 우중충하고 무겁다. 인기척 없는 새벽거리를 걸으며 만나게 되는 눈알 가로등과 검은 고양이 그리고 신사나무에 둘러쳐진 금줄은 오직 음산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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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벽적으로 깨끗하고 단조로운 골목풍경을 벗어나 탁트인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출발지인 호텔로부터 어시장은 정동쪽이었으므로 왼쪽으로 꺽은 채 두 블럭 정도 걸어나가면 나카우미호에서 미호만으로 흐르는 해협을 만날 수 있다. 멋스런 구름 스카프를 걸친 해협 건너 이나리산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문득 호수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물은 어떤 지점을 경계로 민물과 해수로 구분되어지는지 궁금해졌다. 학문적인 접근에서 염분의 농도구배 따위로 구분하자니 드넓은 강을 두고 일일이 측정이 가당키나 할까 싶고, 행정편의적 접근으로 지리적 생김새에 의거해 구분하자니 섬세하고 정교한 자연이 섭섭해할 것만 같다. 어쨋든, 이런 저런 잡생각은 마침내 나를 목표지점인 어시장 입구로 안내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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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약속된 시간, 약속된 장소에서 투어 가이드를 만날 수 있었다. 예약 관계로 주고받은 메일에서 먼저 알게된 ‘에지리상’은 실제 만나보니 나이 지긋한 백발의 신사였다. 30대 전후의 젊은이일거란 내 멋대로의 추측 따위는 보기좋게 빗나간 것이다.

오전 7시 투어참가자는 나 혼자였음은 이내 알 수 있었다. 에지리상은 나를 보자마자 수산협회 사무실로 안내했고, 어판장 내 간단한 안전수칙을 일러준 후 투어참가자 식별용 노란 모자를 건넸다. 사카이미나토 항과 마찬가지로 넉넉한 동해바다를 등에 업은 죽도시장에서 사진잔뼈가 굵은 나였기에 ‘경매에 방해되지 말 것’, ‘지게차와 바닥 미끄럼 주의’ 등 어판장 투어 유의사항은 이미 체화된 터였다.

노란모자 쓰고 병아리마냥 어미닭 에지리상을 따라 어판장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봄에는 연어, 여름은 참치와 굴 그리고 가을과 겨울은 각종 게와 오징어가 주류를 이룬다며, 계절 따라 많이 잡히는 어종에 대한 설명을 곁들어주신다.

한편, 사카이미나토 어판장 풍경 중 눈에 띄인 것은 바로 호가방식이 죽도시장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점이었다. 수신호로 호가하고 경매사는 그 중 최고가를 제시한 입찰자를 지명하여 낙찰하였다. 오히려 같은 일본이라도 손바닥만한 수첩을 사용하던 가고시마와는 달랐다. 포항과 사카이미나토는 씁쓸한 역사 위에 동해바다를 매개로 수산자원 뿐 아니라 경매시스템 또한 공유하게 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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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의 방문 그것도 제한된 시간 50분간 찍어낼 수 있는 사진은 사실 거기서 거기다. 투어프로그램을 통해서만 견학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은 시점에 이미 사진욕심은 내려두었기에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저 위엄서린 경매모자 사이에서 어판장이 발산하는 낯선듯 낯익은 자극들을 나의 감관을 동원하여 최대한 수용하려 애를 썼을 뿐.

사카이미나토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그 날의 일포드 흑백필름은 기억의 책갈피로서 나에게 훌륭한 6번째 감관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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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카이미나토 교통편: 에어서울 ‘인천-요나고’ 노선와 DBS크루즈 ‘동해-사카이미나토’ 노선이 운영 중임
  • 사카이미나토 수산경매장: 경매 관계자가 아닌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으며, 수산진흥협회에서 주관하는 투어를 통해 참관이 가능함. 비용은 1인당 300엔이며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음. 투어시간은 50분이며 오전 7시, 9시, 10시에 진행됨. http://sakaiminato-suisan.jp
  • 우에다카메라 주소: 〒684-0012 Tottori-ken, Sakaiminato-shi, Nakamachi,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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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aken with leica m6, summicron 35mm 4th, ilford hp5+

홋카이도, Snaps

계절의 방향이 뒤바뀐 다음에야 그곳에 두고 온 나를 떠올린다.

밤새 소복이 내린 눈 위로 다시 눈이 쌓이고 있었다.

다시 오래전 기억을 떠올렸다.

‘혹시, 눈이 녹아드는 바다를 본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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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kkaido. 2018. 1.

데자뷰

깜깜한 늦은 밤에 도착했습니다. 볼이 시린 날씨였지만 어쩌자고 이렇게 포근한 것일까요. 짊어지고 온 피로에 까무러칠 것 같았습니다만 어디서 온 것인지 스멀스멀 밀려드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어집니다. 늘어지고 싶었습니다. 반듯하게 각진 택시 타고 숙소로 가는 잠시 동안 창밖 풍경은 신비였습니다.

밤새 끙끙 앓다가 새벽녘에 잠이 들었습니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거실 창을 열었습니다. 쌓이는 눈이 세상 평화롭습니다. 한참 멍 때리다 감전된 듯 챙겨 입고 길을 나섰습니다. 발이 이끄는 곳으로 걸었습니다.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했고, 어느 골목에서 한 동안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셔터를 몇 번 눌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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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가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는 … 이 곳에서 그렇게 한 동안 어슬렁거렸다. ]

 

여행에서 돌아왔습니다. 한 동안 서 있던 그 골목이 그리웠습니다. 영화 보다가 스프링 튕기듯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그 골목을 만났습니다. 그러니까 그랬던거죠. 언제인지도 모를 언젠가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곤 하얗게 잊었어요. 세월이 흘러 영화의 장면 가운데 있게 되었습니다. 의식 저편 깊숙한 곳에 저장되어 있던 장면하나가 의지와 관계없이 소환되었습니다. 포근함, 안도감, 익숙함 따위의 느낌은 깊숙히 저장되었던 몇 개의 장면 덕분이었을까요.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겪게 되는 영혼의 끌림처럼 말이죠.

 

Love.Letter.1995.1080p.BluRay.x264.AC3-ONe.mkv - 00.10.54.863

[영화 ‘러브레터’ 중에서]

아침마을_Asari_朝里

삿뽀로에서 오타루까지 기찻길 드라이브는 단박에 여행자를 사로잡습니다.  낡은 기차지만 깨끗해서 좋고, 마주치는 사람들의 눈빛이 친절합니다. 오길 잘했습니다. 창밖 낮선풍경속으로 정신없이 빨려들 무렵 한쪽 창으로 바다가 쏟아집니다. 바다보다 시린 하늘은 눈만큼이나 하얀 구름을 잔뜩 머금었습니다. 기차, 눈, 바다, 하늘, 구름이 한꺼번에 조탁되는 풍경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상상도 못해 본 풍경이 창 밖으로 흘렀습니다.

여행 3일째, 일행 몇 분과 함께 바닷가 풍경을 만나러 왔습니다. 행복한 느낌이 조금이나마 전해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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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icron 28mm / 400TX / 유통기한 완전 지난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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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

 

문득문득 생각나는

작년 1월, 가고시마 여행을 위해 全규슈 레일패스를 끊었다. 물론 남규슈의 명물 하야노토카제, 이사부로-신페이 그리고 SL히토요시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드디어 레일패스의 구매 명분이었던 클래식 특급열차여행을 시작하는 날이 되었고, 우리는 가고시마츄오역을 출발해 요시마츠까지는 하야토노카제를, 요시마츠에서 히토요시까지는 이사부로-신페이를 이용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장 기대가 컸던 (클래+무식하게 진짜 석탄을 때워 동력을 얻는) 증기기관차 SL히토요시는 운휴상태였다. 매년 12월부터 익년도 2월까지는 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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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단 이사부로-신페이의 종착지인 히토요시역에 내려 잠시 고민에 빠졌다. 비록 증기기관차는 아니지만 다른 열차를 타고 예정대로 구마모토로 갈지 아니면 그냥 다시 가고시마로 돌아갈지 생각하는데, 자그마한 히토요시역 구내에 관광안내소가 문득 눈에 들어온다. 호기심에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니 화려하지 않지만 일본 특유의 정갈한 실내가 맘에 든다. 마침 한국어로된 관광지도가 있어 하나 집어 들었다. 안내서에는 히토요시가 ‘규슈의 작은 교토’로 소개되어 있었는데, 마법의 주문과도 같이 ‘교토’라는 말에 우리는 그만 마음을 쏙 빼앗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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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요시(人吉),

이름만으로도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동네다. 사전정보 없이 미지를 탐험(?)하는 것 또한 여행의 재미 아니겠냐며 우리는 반나절 가량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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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광장에는 지금은 없어진 히토요시성 천수각을 축소한 모형 시계탑이 세워져 있다. 정시가 되면, 인형극을 볼 수 있다는데 짜드라 그런데 별 관심 없는 우린 그냥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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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몬 옆에서 포즈 한번 부탁했더니 저 모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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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10분 정도 걸어 나가면 아오이 아소 신사에 도착한다. 규슈에서 두번째로 국보에 등재된 신사라는데 별다른 감흥은 없다. 당연히 첫번째가 어딘지도 안물안궁. 그보단 경내에 있는 도도한 장닭들이 오히려 재밌었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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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도에 표시된 추천 방문지를 보니 인구 3만의 조용한 도시에도 꽤 훌륭한 주조장이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신사를 나서 잔잔한 구마강 다리를 건넌 후 히토요시 특산품 구마소주를 제조하는 센게츠주조장으로 향했다. 주조장에서는 무료견학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입구 안내소에서 신청서를 써낸 후 잠시 기다리면 안내자가 나온다. 견학자가 많지 않은 한적한 곳이라 가능한 운영형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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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가량 안내자의 설명이 곁들여진 소주공장 견학의 마지막은 ‘시음&쇼핑’이었는데, 방 전체가 술판(?)이다. 테이블마다 원재료와 도수 그리고 숙성기간에 따라 각기 다른 종류의 소주 8병이 놓여있고 시음용 잔이 함께 비치되어 있었다. 1인당 시음시간은 15분이고 안주는 제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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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큰한 낮술 몇 잔을 뒤로하고 다음코스는 히토요시 성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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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 x-t1, xf 23mm f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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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summicron 35mm f2, ilford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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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정문인 오테몬이 있던 자릴 지나 히토요시성 역사관 건물 앞쪽에 병풍처럼 늘어선 고목들이 시선을 붙들어맨다. 나는 같은 포지션에서 디카랑 필카를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었는데, 나란히 놓고보니 흑백필름은 마치 앞으로 자라날 가지마저 영혼의 붓이 그려넣은 듯 한결 드라마틱하다. 비록 늦은 시작이었으나 지금은 필카가 주력이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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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성터를 한바퀴 둘러본다. 12세기부터 19세기 유신으로 히토요시 번이 폐지될 때까지 이 지역의 맹주였던 사가라 가문의 성이 있던 자리이며 지금은 검은 석벽과 성터만 남아있다. 석축계단을 따라 산노마루, 니노마루에 오르면 한가로운 히토요시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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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말 비수기의 영향이었을까? 성터를 둘러보는 내내 관리인으로 보이는 서넛과 행인 몇몇을 본 게 다일 정도로 조용한 곳이었다. 잘 가꾸어진 숲과 돌계단 그리고 허리 굽은 늦오후 햇살은 가족들과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걷기에 완벽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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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 예상치 못했기에 더욱 만족스웠던 여행의 족적을 복기 중인 여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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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간은 짧은 반면 일상은 길고도 지루한 법이다. 하지만 영원히 끝나지 않을듯 따분한 일상 중에도 불현듯 생각나는 여행의 순간이 있기 마련인데, 여행이 끝나고 1년이 흐른 지금 히토요시는 나에게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런 곳 중의 하나로 정착되었다. 우리가 문득 히토요시를 찾았던 우연한 첫 만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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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ttle kyoto’ map

お元気ですか?

따로 또 같이 였습니다. 삼삼오오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행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걷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느켰습니다. 일행과 함께 보낸 밤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제게 이번 여행은 오타루였습니다. 세 번의 밤을 보내는 동안 비슷한 동선으로 오타루를 걸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에 남은 풍경과 필름 카메라에 남은 풍경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현상해 놓고 알았습니다. 기록한 이미지를 두 번에 걸쳐 포스팅 합니다.

처음은 처음은 필름에 남은 흔적입니다.

[첫 번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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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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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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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 / Otaru
Leica MP, Summicron 28mm, 400TX(유통기한 지난…ㅠㅠ)

 

홋카이도 대학

JR 삿포로역에서 북으로 10여분 걸으면 북해도 유일의 종합대학 홋카이도대 캠퍼스를 만날 수 있다. 교직원으로 밥벌이하는 탓에 여행을 가서도 직업적, 사진적 호기심 범벅으로 그 지역 주변의 학교를 둘러보는 편인데, 운 좋게도 우리 숙소가 지척이라 이른 아침시간을 빌어 살짝 다녀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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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대학의 남문, 정문과 불과 50여미터 떨어져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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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중심에 한적하고 너른 캠퍼스는 삿포로 시민들의 좋은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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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이후, 본격적인 근대화의 행로에서 북해도는 본토의 시각에서 볼 때 일종의 아메리카 대륙과도 같았으리라. 비옥한 토지와 동해의 풍부한 수산자원은 철저히 개척되어야 할 대상이었을테고, 이를 착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의 수요는 당시 북해도 개발의 거점도시였던 삿포로시에 대한 대학 설립의 명분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배경을 업고 홋카이도 대학은 학생 24명으로 1876년 삿포로농학교[札幌農學校]로 문을 열었다. 이후 20세기에 접어들어 도호쿠 제국대학과 홋카이도 제국대학 농과대학을 거쳐 패망 직후인 1947년 종합대학으로서 편제를 갖춘 채  홋카이도 대학으로 교명을 변경 후 학생수 15,000명에 달하는 현재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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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대학의 기원이었던 농과대학 건물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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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초기의 모습을 잘 간직한 농대건물 인근에는 “Boys, be ambitious”로 유명한 윌리엄 클라크 박사의 동상이 있다. 그는 메사추세츠 농업대학 재임시절 삿포로농학교 초대 부학장으로 1년간 부임해 설립 초기 학교 기틀을 다지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하는데, 특히 삿포로를 떠나며 남긴 “소년이여, 야망을”이라는 명언은 당시 일본 젊은이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 말은 아마도 일제시대를 거치면서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한일강제합방과 대동아공영권 주장 그리고 2차 세계대전까지, 어쩌면 일본 젊은이들에게 빗나간 야망마저 끈질기게 추구하게 만든 하나의 불씨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클라크 박사 턱밑에 새겨진 그의 말 한 마디가 고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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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클라크 박사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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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을 자랑하는 역사 덕에 캠퍼스 곳곳에 산재된 나무들은 저마다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대학본관을 중심으로 캠퍼스의 남과 북을 잇는 메인도로는 커다란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있어 가을이면 노랑 단풍으로 채색되어 이 일대는 보나마나 장관일 듯하다. 나는 곧장 본관건물을 돌아 은행나무길과 함께 홋카이도 대학의 또 다른 명소인 포플러 애비뉴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이 넉넉히 걷기 좋은 폭의 길 양쪽으로 웅장한 포플러 나무들이 사열해 있는 곳이다. 초록초록 싱그러울 포플러길을 상상해보니 이 곳 역시 연인들의 성지일 것임에 분명하다. 이른 아침, 세상 하얀 눈길을 걷고 있는 나 역시 갓 스물 연인에게 뒤지지 않을 이 행복감을 기억회로에 촘촘히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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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 다소 볼품없어 뵈는 포플러 애비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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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플러 가도 양옆으로는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다. 쌓인 눈 위로 삐죽 튀어나온 철재 지지대들로 미뤄보아 연구용 작물을 재배하는 농과대학 소속의 실습농장인듯 하다. 여기 눈 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새하얀 여백은 소매가 짧아지는 속도에 맞춰 진한 초록으로 채색되어갈 것이다. 1936년 세계 최초로 인공설을 만드는 데 성공한 이 대학 물리학과 교수 나카타니 우키치로(1900~62)는 ‘눈은 하늘에서 보낸 편지’라는 말을 남겼는데, 연구실 창문너머 설경을 감상하던 그에게 하늘이 보내는 편지는 아름다운 선율로 노래한 사랑의 메세지였음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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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그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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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를 조금 넘긴 시각, 캠퍼스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그렇다. 오늘은 수요일이다.

여행자의 엉터리 날짜감각을 정정하며 어제와 다를 것 없을 그들의 일상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내일이면 오늘과 다른 일상의 쳇바퀴로 돌아갈 나 자신에게도 어깨 토닥토닥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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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aken with ilford hp5+

 

Zeiss Opton Sonnar 50mm f1.5

Carl Zeiss and Tokyo.

Carl Zeiss 렌즈를 쓰면서 문득 떠오른 도시는 도쿄였다. 높게솟은 마천루와 그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근대 건물들, 그 사이를 지나다니는 사람들까지. 이번 여행을함께한 Carl Zeiss Biogon 21mm f4.5, Zeiss Opton Tessar T 50mm f3.5, Zeiss Opton Sonnar 50mm f1.5 세개의 렌즈를 통해 본 도쿄의 모습을 짧은 글과 함께 남기고자 한다.

세번째 렌즈는 Zeiss Opton Sonnar 50mm f1.5

여행용 짐을 챙기며 하나 고민했던 것이 야간의 촬영이었다. 휘황 찬란한 도쿄의 밤거리를 걸을 생각을 하면서도 렌즈 걱정을 한 것은 한스탑 이라도 셔터스피드나 조리개 심도를 얻고 싶어하는 모든 카메라 사용자의 마음과 같을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고르게 된 렌즈가 Zeiss Opton Sonnar 50mm f1.5

Sonnar 50mm는 Contax RF마운트의 대구경 렌즈로 빠른 속도의 f1.5 렌즈다. 어두운 상황이 와도 개방을 최대로 하게 되면 어느정도 셔터속도 확보가 가능해 야간 촬영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조리개를 조이면 주간에도 다른 렌즈들 못지않게 정확한 표현이 가능해 주간 및 야간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는 렌즈다.

렌즈 결과물의 전체적인 느낌은 부드럽고 볼륨감 넘치는 표현이라 말하고 싶다. 특히 야간 촬영시 과하지 않은 컨트라스트 덕분에 과장되지 않은 담담한 표현이 가능하다. 또한 부드럽게 무너지는 보케는 야간 촬영시 배경에서 부서지는 조명을 더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주광의 강한 컨트라스트 상황에서는 렌즈 특성으로 인해 강한 느낌을 어느정도 중화시켜 주는 결과도 볼 수 있다.

자 이제, 조나가 마운트 된 카메라와 함께 도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첫번째 목적지는, 도쿄로 가기 위한 인천공항. 목적지이자 여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아침 8시 출발 비행기를 타기위해 일찍 도착한 공항이었지만 사람은 벌써 복작복작했다. 나보다 부지런한 사랆들이 훨씬 더 많구나 생각하며 짐을 부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공항 출발표시에서 보는 저 날아오르는 비행기는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저 날아오르는 각도는 누가 설계를 했을까? 저 각도만큼 딱 적당히 사람도 들떠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설레며 줄을 서고, 짜증없이 무사히 출국심사를 받게되는것 아닐까? 정말 감사한 사람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출국심사를 무사히 받고 안전하게 비행기에 탑승했다. 문이 닫히고, 비행기는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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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내려 도착한 곳은, 시즈오카의 한적한 시골마을 오마에자키시. 기차역에서도 한시간에 한대 있는 버스를 타고 한시간은 들어와야 하는 곳이다. 그래도 원자력발전소가 있어 그런 것일까 동네는 잘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다. 바다가 가까워 해산물을 쉽게 구할수 있는 동네면서도 조금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낮고 높은 산이 많아 차밭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본의 정말 소도시 중에도 소도시인 곳과 어떤 인연이 있어 이렇게 오가가 되었는지. 이런저런 생각속에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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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신주쿠로. 신주쿠, 그곳에서도 니시구치는 단연 약속이 있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만나는 곳이다. 시부야에 하치코 동상이 있다면, 신주쿠에는 니시구치가 있지 않을까? 반짝거리는 간판과 네온사인, 그리고 그만큼 반짝이는 미소로 사람들과 이야기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은 참 즐거워 보였다. 지인을 만나고, 그 곳을 나도 걷고, 한잔을 기울이면서 든 생각은 ‘나도 그렇게 반짝이는 웃음을 웃고 있을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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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는 긴자. 긴자의 밤은 화려했다. 반짝이는 불빛, 진열대 안을 바라보는 선망어린 눈빛, 빛, 빛… 빛나고 있지 않은 존재가 오히려 어색한 밤이었다. 그 빛이 가득한 공간을 사람들은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담기위해 그들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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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때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고나가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Sonnar 50mm렌즈. 특히나 이번 여행에서는 밤의 사진을 맡이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들고 나선 렌즈였다. 이번 야간스냅들을 들춰보며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후회하지 않을 밤 풍경을 담고 싶다면, 더 이상의 설명은 생락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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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 Zeiss Opton Sonnar 50mm f1.5

공항, 오마에자키, 신주쿠, 에스컬레이터 남자 – Seagull 400 (EI800)

긴자 – Kentmere 400 (EI800)

 

Carl Zeiss and Tokyo. Fin.

Zeiss Opton T Tessar 50mm f3.5

Carl Zeiss and Tokyo.

Carl Zeiss 렌즈를 쓰면서 문득 떠오른 도시는 도쿄였다. 높게솟은 마천루와 그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근대 건물들, 그 사이를 지나다니는 사람들까지. 이번 여행을함께한 Carl Zeiss Biogon 21mm f4.5, Zeiss Opton Tessar T 50mm f3.5, Zeiss Opton Sonnar 50mm f1.5 세개의 렌즈를 통해 본 도쿄의 모습을 짧은 글과 함께 남기고자 한다.

두번째 렌즈는 Zeiss Opton T Tessar 50mm f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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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렌즈를 인터넷 상에서 알아가고 접하며 엄청 깔끔하게 떨어지는 결과물을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서 말했던 Carl Zeiss Biogon 21mm f4.5 렌즈와 같이 선명한 선들이 여기저기 있는 도시에서 참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이 렌즈도 언젠가 도쿄에 갈 날이 있다면 챙겨가야 겠다는 맘을 먹고 있던 도중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 렌즈에서 느낀 느낌은 상당히 절제되고 억눌린 색표현을 해 준다는 것이었다. 21mm Biogon이 눈으로 본 그대로의 색을 사진에서 그대로 보여준다면, 50mm Tessar는 눈으로 본것보다 한결 차분하게 가라앉은 느낌의 색을 보여줘 상당히 단단한 느낌의 결과물이 되곤 한다. 차분하면서도 구석구석 세밀한 묘사는 우직하게 자기의 할일을 다하는 장인정신을 느끼게 해준다. 이 렌즈의 미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광택의 바디에 전면에 위치한 무광 테두리 한줄의 장식성은 차고 넘치지 않는 아름다움을 장식하는 열쇠가 된다. 굳이 촬영을 하지 않고 손으로 조작만 하고 있더라도 충분히 만족감을 안겨줄 수 있는 Carl Zeiss의 렌즈 다운 만족감이라고 할 수 있다.

Tessar 50mm의 첫번째 목적지는 오차노미즈역 근처. 간다 진보쵸에서 걸음을 옮겨 다음 목적지로 삼은 곳이 오차노미즈역 이었으며, 그곳에서 간다묘진 방향으로 길을 잡아 이동했다. 그 중간 오차노미즈역 근처에서 촬영한 컷들이 살아남았는데, 또렷하게 뻗은 선과 푸른하늘의 절제된 표현이 인상적인 결과물로 나왔다. 오차노미즈역은 특히 일본의 복잡한 열차 노선을 상징하는 것으로 유명한 역이다. 개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다 보면 여러갈래로 얽힌 열차 노선을 보게 되는데, 그곳에서 지나가는 열차를 바라보다 보면 시간은 훌쩍 몇십분이 지나가 있고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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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향한곳은 긴자. 역시나 도시에 어울리는 렌즈를 테스트 할만한 곳은 긴자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값비싼 것들은 모두 모인다는 긴자는 20세기 초반부터 이미 상당한 번화가로 자리 잡은 곳이었다. 그런 번화했던 힘의 바탕은 어디일까 생각해 보면 마음이 개운치 못하지만, 일단 눈으로 보기에 근대의 건물과 유리로 둘러친 건물의 조화가 기기묘묘하다 느끼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사진을 촬영하러 간 날은 하늘이 매우 맑아 컨트라스트가 엄청 강하긴 했으나,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하는 만큼 드라마틱한 화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잘 이용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늘과 빛이 드는 부분을 신경써 촬영했고 조금 아쉽지만 렌즈의 개성은 어느정도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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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에 가져간 다른 바디에 흑백필름이 마운트 되어있었던 덕분에 흑백 결과물도 같이 확인 할 수 있었다. 빛이 매우 강한 상황이었고, 덕분에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긴 했지만 역광의 상황에서도 암부 표현이 이상하거나 뜨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순광에서도 상당히 안정적인 표현을 보여주며 화면 구석구석까지 열심히 묘사해 내는 장인정신은 흑백필름에서도 쉬지않고 살아 숨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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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도시의 풍경을 담기에 참 좋은 Zeiss Opton T Tessar 50mm f3.5 렌즈. 단단하게 손에 꽉 차는 조작감이나 차분하고 꾹 눌러 표현하는 결과물까지 마음에 쏙 드는 이 Tessar 렌즈는 50mm를 사랑하는 내게는 정말 보석같은 렌즈다. 게다가 후기 Carl Zeiss렌즈의 특징인 아름다운 코팅색 까지 더하면, 외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Carl Zeiss 렌즈중에서도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렌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Contax IIa / Zeiss Opton T Tessar 50mm f3.5 / Fujifilm Provia 100F

M4 / Zeiss Opton T Tessar 50mm f3.5 / Seagull400 (EI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