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와 기억들 – Hanoi Old Quarter

시간이라는 씨줄과 사람이라는 날줄로 엮어낸 장소, Hanoi Old quarter.

통칭 Hanoi Old Quarter라는 구역은 정확히 구분되어 있지는 않지만 Hoankiem 호수의 북쪽에서부터 더 북으로 올라가면 볼 수 있는 Dong Xuan 시장까지를 이야기 한다. 꽤나 좁다란 길에 얽히고 설켜 오가는 사람들을 처음 본다면 가벼운 현기증이 잠시 일어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복잡한 곳이다.

과거 하노이에 모여드는 모든 물산과 사람이 거쳐가고, 도시 내에서 상거래가 집중되는 곳이 이 곳 이었다. 각각의 길은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물건들이 있었고, 그런 길들을 모아놓으면 36개의 길이 되어, Old Quarter는 하노이 63길 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제는 하노이 여행자들에게 유명해 진 Ta hien 맥주거리 부터, 지금은 실크제품 보다는 기념품을 더 많이 파는 실크거리도 있다. 길의 유래에 맞는 물건을 파는 가게도 남아있고, 지금의 삶에 맞게 바뀐 품목을 파는 가게도 있다. 그리고 잘 찾아보면 구석구석 과거의 모습을 보존하고 재현해 놓은 장소들도 볼 수 있다.

하노이에서 베트남 여행을 시작하려는 사람들 에게도 매우 중요한 장소가 Old Quarter다. 골목마다 소규모 현지 여행사가 모여있어, 하노이에서 가까운 곳은 사파와 할롱베이부터 멀리는 다낭이나 호치민 까지, 여행 상품과 교통편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하노이에서 출발하는 다른 지역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Old quarter를 꼭 기억하자.

Old Quarter는 보행자에게 불친절 하기로 손에 꼽을 수 있는 곳이다.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걷기보단 한줄로 서서 걷는것이 더 편하다. 이런 사정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일행의 뒤를 봐주며 걷거나, 앞서가며 일행을 이끌게 된다. 이게 또 희한한 느낌인 것이, 앞서가며 한번씩 돌아다 보면 누군가를 챙긴다는 생각에, 뒤에서 앞사람이 걸어가는걸 바라보면 앞사람을 지켜준다는 생각에 마음이 푸근해 진다. 비록 복잡하고 정신 사나운 거리의 분위기 속에서도,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즐겁게 걸을 수 있는 장소다.

켜켜이 쌓인 시간 속에서 오늘을 사는 하노이 사람들을 보고 싶다면, 일단, Old Quarter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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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0 / LeicaM6 / m-Rokkor 40mm F2 / RPX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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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2 / LeicaM6 / m-Rokkor 40mm F2 / AristaPremium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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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2 / LeicaM6 / m-Rokkor 40mm F2 / AristaPremium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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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9 / Leica M6 / BlackElmar 50mm f3.5 / Kentmere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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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9 / Leica M6 / BlackElmar 50mm f3.5 / Kentmere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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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 Contax iia / CarlZeiss Biogon 21mm f4.5 / Seagull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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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 Contax iia / CarlZeiss Biogon 21mm f4.5 / Seagull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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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 Contax iia / CarlZeiss Biogon 21mm f4.5 / Seagull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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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 Minolta TC-1 / G-Rokkor 28mm f3.5 / Kentmere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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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 Minolta TC-1 / G-Rokkor 28mm f3.5 / Kentmere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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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 Minolta TC-1 / G-Rokkor 28mm f3.5 / Kentmere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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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 Leica M6 / m-Rokkor 40mm F2 / Seagull400(EI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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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2 / Leica IIIc / Orion-15 28mm f6 / Seagull400(EI800)

Leica … 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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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좋아하다가 카메라 좋아하게 되었듯 차 좋아하다가 도자기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도자기는 아름다움과 함께 쓰임이 있습니다. 당대 최고 기술로 만들어지지만 쓰임은 참이나 인문적입니다. 이렇듯 카메라와 도자기는 닮은 듯 과학과 인문이 만나는 접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아름답고 매력적이죠.

차 마시다가 문득 카메라 그림이 있는 백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시작이 그렇듯 무료를 넘어서는 어떤 것이 필요했을 겁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습니다. 카메라 하나 그려 넣어 보자는 간단하고 단순한 시작이었죠. 취향저격 훌륭한 도공께 라이카 사진 몇 장 보내서 가능유무를 타진해 봅니다. 다행히 만들어 주겠다십니다. 기성품에 그림 입히는 정도면 비교적 간단할 테지만 새로운 시도라면 잔 하나 주문하는데도 크기, 용량, 형태 등 결정해야할 요소가 많습니다. 이렇게 처음 소통을 시작한 것이 지난 삼월이었어요. 그 후 때때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마다 몇 차례 의견이 오고갔습니다.

“담 시리즈에는 관찰자가 등장하는데, 윗 사진들은 원하시는 바를 명확히 이해하게 하네요.^^”
이 한 마디에 맘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한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생각보다 빠른 출력입니다. 사진을 본 순간 제게서 나온 첫 마디는

“대박” 그리고 “야호~~~”

‘Leica … 我’
작가가 작품에 부여한 이름입니다.

‘라이카를 주제로 주문하셨습니다. 여러 장의 관련 사진들과 원하시는 기형에 가능한 얇게, 사진 자료들 중에서 라이카 로고와 주문자로 추측되는 인물과 사진 중 인물을 재구성해서 관찰자로 등장시켰습니다.’
작가의 작품 설명입니다.

함께 감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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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때 마다 놀랍고 기분좋은 포장입니다. 포장이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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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요

빨간 로고가 백자와 잘 어울립니다. 로고를 노출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다가 로고가 강조되지 않은 이미지들을 골라서 보냈습니다만 작가는 욕망을 놓치지 않습니다. 강렬한 빨강이 이글거리면서 솟아 오릅니다. 일출과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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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요

두 명의 관찰자가 등장합니다. 둘 다 저라고 우기는 중입니다. 빨간 로고와 황금로고 포인트가 자극적입니다.  훔쳐보기를 좋아합니다. (정당성 여부는 다른 기회로 미뤄두고) 욕망은 파인더를 거치면서 직접적이고 강력한 힘을 부여받습니다. 셔터를 끊는 모든 순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경험하게 되는 짜릿함은 ‘오르가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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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요

처음 보냈던 이미지를 그려 넣었군요. 이야기를 넣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 때 이렇게 카메라 그림하나 달랑 넣고 말 요량이었습니다. M3가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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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요

가장 맘에 드는 대목입니다. 커다란 바위 뒤에 숨어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신윤복의 그림 한 대목처럼 미인도의 그녀가 목욕하는 장면이라도 훔쳐보는 것일까요? 라고 물었더니 이런 상상은 못 쓴다고 하시네요. 중국친구에게 보여 줬더니 단박에 저 닮았다며 박장대소 합니다.

 

잘 만든 물건에 대한 끌림은 무차별적입니다. 자연에 배태된 여러 가지는 불의 심판을 거쳐 여러가지 느낌으로 말을 걸어 옵니다. 도자기의 매력입니다. 좋아하는 차와 도자기에 좋아하는 사진과 카메라를 통섭하는 일이 재미를 넘어 의미가 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선생님! 다음 작업하실 때 이번 잔 컨셉을 이어서 개완하나 만들어 주실 수 있으실지요?”
좀전에 보낸 문자에요.^^

 

* 엮인 글 : 라이카 단상

수원 화성 (Hwaseong Fortress)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 수원 화성 (Hwaseong Fortress)

 

봄날 2018년 3월 18일 아침 8시50분 ~ 오후 1시20분

전날은 햇볕이 무척이나 좋았지만 이날은 미세먼지 없이 흐린날이었다.

 

간만에 방문했던 서울 일정 중에

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일을 하고 왔다.

“수원 화성 탐방”

아마도 대학생 시절부터 가고 싶었던 것 같기도 했고,

드라마, 영화, 그리고 역사책, 소설을 읽으면서

조선의 역사 속에서 우리가 어쩌면 가장 안타깝게 여길 수도 있는 왕이었던 정조

정조라는 인물에 대한 그리움, 기대감, 그리고 강한 안타까움 때문에

수원 화성에 더 가고 싶어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닥 시청률이 높았던 것 같진 않지만 예전에 KBS 에서 8부작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한성별곡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그 드라마 속에서 정조는 새로운 조선을 열어보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고, 그꿈은 한때 정조를 암살하려던 관노 여주인공과 무관이었던 남자주인공을 통해서 신분제도에 억눌렸던 민초들의 삶을 극복하려는 꿈으로 이어져 나가려다 모두 좌절되며 비극으로 끝나게 되는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 속에서 정조라는 인물 … 참 멋있게 그려졌다. 그래서인지 정조에 대해서 항상 동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

 

하여튼 행복한 바람님의 도움으로 수원 화성을 참 즐겁게 다녀왔다.

 

수원 화성은 정조의 지시로 정약용 등의 주도하에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지만, 화성 건조는 정조 시대 100년 전에 실학자였던 유형원에 의해 제시되었던 적이 있고, 이상적인 도시를 건설하고 싶었던 정조가 당시 신하들과 상의끝에 받아들여서 화성을 축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정조는 화성을 짓고 왕권 강화를 위한 군사적 거점을 확보하고(장용영), 아버지였던 사도세자의 묘 이장을 하고, 그리고 아들인 순조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거처할 곳을 마려하려고 했다고도 한다.

 

화성 탐방은 북문인 장안문에서 시작하여 시계방향으로 동문인 창룡문, 그리고 남문인 팔달문, 그리고 서문인 화서문 순으로 했고, 이후 화성행궁을 돌아봤다.

 

장안문 (북문)

수원 화성의 정문.

정조가 한양에서 행차할 때 북쪽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이곳을 정문으로 했다고 한다.

다른 문들과는 좀 다르게 양 옆으로 포대를 둔 것도 정문이었기 때문인 듯 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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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문에서 창룡문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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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은 바깥으로는 돌로 벽을 만들었고 안쪽으로는 비슷한 높이로 토성으로 받치는 구조를 하여 포격으로 성벽이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도록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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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수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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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가 용이하게 정면과 사면으로 번갈아 가면서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아래쪽에서는 안쪽을 볼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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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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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심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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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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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에서 팔달문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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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치 (경계 근무 서는 초소 같은 곳) – 포루와 포루 사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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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포루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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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돈 – 봉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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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성벽도 수원 화성의 일부

여기 지점까지도 설마 앞에 보이는 산이 성의 일부일 줄이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저 곳도 성의 일부로 만들어 놓으면 방어용으로 딱 좋을텐데란 생각을 하긴 했다.)

아래 남수문이 보이고 멀리 팔달문도 보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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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각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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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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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문에서 성벽이 끊긴다. 아쉽게도.

이후 시장 (영동시장, 팔달문 시장) 을 지나서 팔달문이 보이고 이후 조금 떨어진 곳부터 다시 성벽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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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문 (남문)

양옆으로 성벽이 끊겨 홀로 팔달문만 원형 로타리 도로의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주변 환경을 보니 성벽을 연결해서 복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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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monochrome / ZM c-biogon 35mm f2.8

(2편에서 계속)

お元気ですか?

따로 또 같이 였습니다. 삼삼오오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행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걷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느켰습니다. 일행과 함께 보낸 밤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제게 이번 여행은 오타루였습니다. 세 번의 밤을 보내는 동안 비슷한 동선으로 오타루를 걸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에 남은 풍경과 필름 카메라에 남은 풍경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현상해 놓고 알았습니다. 기록한 이미지를 두 번에 걸쳐 포스팅 합니다.

처음은 처음은 필름에 남은 흔적입니다.

[첫 번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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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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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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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 / Otaru
Leica MP, Summicron 28mm, 400TX(유통기한 지난…ㅠㅠ)

 

추억소환

찍다가 만 필름이 냉장고에 쳐박혀 있다가 지난 1월 홋카이도 비행기를 탔다. 덕분에 오타루·아사리 풍경이 덧씌워진 바랜 기억이 소환되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그러니까 이 필름은 2006년 무렵이지 싶다. 아날로그 사진을 좋아하고 카메라를 좋아하는 일단의 아저씨들이 하나 둘 모이더니 제법 모양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마이너한 성향의 이들은 모임 이름까지 ‘마이너’로 지어 불렀다. 카메라와 아날로그 사진의 알파와 오메가를 지향하던 덕후들의 뜨겁던 시절 한 대목이 필름에 저장된 채 박제되어 있다가 홋카이도 풍경에 포개진채 발굴되었다.  뜻하지 않게 얻은 행운이라 하자. 12년 동안 터졌을 불꽃들에게 덜 미안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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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01 / 홋카이도, 오타루, 아사리 / Leica MP + Summicron 28mm 2nd + 400TX

Zeiss Opton T Tessar 50mm f3.5

Carl Zeiss and Tokyo.

Carl Zeiss 렌즈를 쓰면서 문득 떠오른 도시는 도쿄였다. 높게솟은 마천루와 그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근대 건물들, 그 사이를 지나다니는 사람들까지. 이번 여행을함께한 Carl Zeiss Biogon 21mm f4.5, Zeiss Opton Tessar T 50mm f3.5, Zeiss Opton Sonnar 50mm f1.5 세개의 렌즈를 통해 본 도쿄의 모습을 짧은 글과 함께 남기고자 한다.

두번째 렌즈는 Zeiss Opton T Tessar 50mm f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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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렌즈를 인터넷 상에서 알아가고 접하며 엄청 깔끔하게 떨어지는 결과물을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서 말했던 Carl Zeiss Biogon 21mm f4.5 렌즈와 같이 선명한 선들이 여기저기 있는 도시에서 참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이 렌즈도 언젠가 도쿄에 갈 날이 있다면 챙겨가야 겠다는 맘을 먹고 있던 도중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 렌즈에서 느낀 느낌은 상당히 절제되고 억눌린 색표현을 해 준다는 것이었다. 21mm Biogon이 눈으로 본 그대로의 색을 사진에서 그대로 보여준다면, 50mm Tessar는 눈으로 본것보다 한결 차분하게 가라앉은 느낌의 색을 보여줘 상당히 단단한 느낌의 결과물이 되곤 한다. 차분하면서도 구석구석 세밀한 묘사는 우직하게 자기의 할일을 다하는 장인정신을 느끼게 해준다. 이 렌즈의 미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광택의 바디에 전면에 위치한 무광 테두리 한줄의 장식성은 차고 넘치지 않는 아름다움을 장식하는 열쇠가 된다. 굳이 촬영을 하지 않고 손으로 조작만 하고 있더라도 충분히 만족감을 안겨줄 수 있는 Carl Zeiss의 렌즈 다운 만족감이라고 할 수 있다.

Tessar 50mm의 첫번째 목적지는 오차노미즈역 근처. 간다 진보쵸에서 걸음을 옮겨 다음 목적지로 삼은 곳이 오차노미즈역 이었으며, 그곳에서 간다묘진 방향으로 길을 잡아 이동했다. 그 중간 오차노미즈역 근처에서 촬영한 컷들이 살아남았는데, 또렷하게 뻗은 선과 푸른하늘의 절제된 표현이 인상적인 결과물로 나왔다. 오차노미즈역은 특히 일본의 복잡한 열차 노선을 상징하는 것으로 유명한 역이다. 개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다 보면 여러갈래로 얽힌 열차 노선을 보게 되는데, 그곳에서 지나가는 열차를 바라보다 보면 시간은 훌쩍 몇십분이 지나가 있고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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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향한곳은 긴자. 역시나 도시에 어울리는 렌즈를 테스트 할만한 곳은 긴자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값비싼 것들은 모두 모인다는 긴자는 20세기 초반부터 이미 상당한 번화가로 자리 잡은 곳이었다. 그런 번화했던 힘의 바탕은 어디일까 생각해 보면 마음이 개운치 못하지만, 일단 눈으로 보기에 근대의 건물과 유리로 둘러친 건물의 조화가 기기묘묘하다 느끼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사진을 촬영하러 간 날은 하늘이 매우 맑아 컨트라스트가 엄청 강하긴 했으나,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하는 만큼 드라마틱한 화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잘 이용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늘과 빛이 드는 부분을 신경써 촬영했고 조금 아쉽지만 렌즈의 개성은 어느정도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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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에 가져간 다른 바디에 흑백필름이 마운트 되어있었던 덕분에 흑백 결과물도 같이 확인 할 수 있었다. 빛이 매우 강한 상황이었고, 덕분에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긴 했지만 역광의 상황에서도 암부 표현이 이상하거나 뜨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순광에서도 상당히 안정적인 표현을 보여주며 화면 구석구석까지 열심히 묘사해 내는 장인정신은 흑백필름에서도 쉬지않고 살아 숨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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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도시의 풍경을 담기에 참 좋은 Zeiss Opton T Tessar 50mm f3.5 렌즈. 단단하게 손에 꽉 차는 조작감이나 차분하고 꾹 눌러 표현하는 결과물까지 마음에 쏙 드는 이 Tessar 렌즈는 50mm를 사랑하는 내게는 정말 보석같은 렌즈다. 게다가 후기 Carl Zeiss렌즈의 특징인 아름다운 코팅색 까지 더하면, 외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Carl Zeiss 렌즈중에서도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렌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Contax IIa / Zeiss Opton T Tessar 50mm f3.5 / Fujifilm Provia 100F

M4 / Zeiss Opton T Tessar 50mm f3.5 / Seagull400 (EI800)

오타루의 밤, 그리고 봄에 처음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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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시간, 요이치 위스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오타루로 돌아왔지만 아직 해가 중천이다.

설렁설렁 시장을 한 바퀴 하면서 점심거리를 찾기로 했다.

오타루역 삼각시장을 지나 중앙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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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 한켠에서 흥미로운 곳을 발견했다.

쇼와(昭和) 30년대의 모습이라고 재연해 놓은 것.

쇼와시대가 1926년 부터라니, 1956년 경 북해도의 모습이다.

내가 알고 있는 우리의 50년대를 떠올려보니 다시금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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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지나 운하 근처로 가자 지붕에 쌓인 눈을 치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일사분란한 모습이 숙소 근처 주택가에서 개별적으로 눈을 치우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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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쑥하게 차려입은 듯한 오타루 운하와 오랜동안 내린 눈으로 겹겹이 쌓여 본래의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고 있는 운하 주변 풍경이, 나에게는 의뭉스러운 분위기로 다가왔다.

그 시절 번성했던 운하의 모습을 잠시 상상할 뿐, 이리저리 관광객들과 지나치게 되는 운하주위를 한동안 걷다가 곧 자리를 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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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조노 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짧은 시간 동안 해는 넘어가 버리고, 다시 눈발이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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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 메인 라인을 따라 철길 아래에 그럴싸하게 보이는 사케집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죄송합니다. 예약하지 않았으면 자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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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걸음으로 가게를 찾아다니는 현지인들을 따라가봐야 매번 허사였다.

계속되는 눈발에, 인적이 드문 구시가지라고 만만하게 본 값을 다리가 대신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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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눈밭에 푹푹 빠지는 언 발의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앞을 가리는 눈발은 낯선 도시의 속살로 인도하는 투명한 지도였고, 눈밭에 푹푹 빠지는 언 발은 익숙한 경험자들의 발길을 음미하는 이정표와 같다.

그렇게 의도하지 않게 하나조노의 골몰을 하나하나 탐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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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걷다가 문득, 처음 이 길로 들어섰을 때 무심코 지나친 가게, はつ花 (はつはな) 쪽으로 다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미진 그곳이라면 왠지 자리가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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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자로 열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다찌 자리와 뒷쪽 다다미 자리 몇개가 있는 작은 가게.

짧은 다찌쪽에 자리를 잡았다.

히터가 있는 안쪽자리에서 여주인이 뽑아주는 생맥주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동네 손님.

한모금 깊게 내 뿜는 담배연기가 はつ花의 분위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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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벽에는 2011년 지역신문에 소개된 주인장의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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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내놓는 오뎅은 한 국물에서 나왔지만 제각각 잘난 식감을 자랑하듯 입안을 요란하게 하고, 따뜻한 사케는 언발을 지나 심장 언저리까지 온기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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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속의 남자 주인장 모습이 궁금할 때쯤 어디선가 홀연히 스스로의 술잔을 들고 나타난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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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 주인장이 서로 공손하지만, 오히려 더 분위기를 잡고 있는 주인장의 포스가 재미있다.

마치, 영화 “자토이치”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작은 선술집에서 서빙을 보고 있던 악당 오야붕의 모습이 떠올라 혼자 유쾌한 상상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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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타루, はつ花의 밤이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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はつ花 (はつはな)  :  봄에 (철이 되어) 처음 피는 꽃 (네이버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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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계속…>

 

 

 

 

 

Yoichi, Hokka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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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었지만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고, 시야를 가리는 눈발 때문에 더 흐려보이는 날씨는 설국의 분위기를 한껏 우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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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역에서 대기하고 있는 기차는 목욕 거품을 뒤집어 쓴 사이보그의 얼굴 같다.

어제보다 더 많이 내리고 있는 눈이지만,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는 이유는 꼭 가야만 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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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는 승객들.

외국인 여행자, 내국인 여행자, 현지인

긴 머리, 짧은 머리, 긴 머리

포갠 손, 깍지 낀 손, 깍지 낀 손

배낭, 배낭, 핸드백

음… 또 뭐가 더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몇 컷 셔터를 더 누를 때 쯤, 내 옆에 앉아 있던 저 백인 남자의 일행이 자기 일행을 촬영하는 그런 나를 보고 킥킥 웃음을 보였다.

그 친구와 눈을 마주친 다음 같이 웃고는, 다시 맞은 편 풍경 몇 컷을 더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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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실 문이 객실과 바로 연결돼 있는 것이 흥미롭다. 심지어 문도 열려있고.

메텔은 없지만, 눈으로 뒤덮인 행성에 도착한 은하철도 999를 탄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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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깬 그도 내 카메라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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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남자이자, 외국인 여행자이면서, 긴 머리의 포갠 손으로 배낭을 안고 있던,

내 옆자리의 일행인 맞은 편 그에게 사진을 한 장 찍자고 한 다음,

필름 카메라 셔터를 눌렀지만 마지막 컷에 걸린 듯 셔터가 더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세로로 무지개를 만들어서 호주 사람인데도 이태리나 프랑스 사람같은 느낌이랄까?

요이치에 멋진 위스키 증류소가 있다고 했는데도 자기들은 더 가야할 곳이 있다고 했다.

뭣이 중헌지 모르는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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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치역의 아침은 한산했지만, 여전히 바람과 눈이 뒤섞어 붐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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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을 알리는 은하철도 999 차장의 호루라기 소리가 냉냉한 공기속에서 마치 환청처럼 그렇게 들리는 것 같다.

“요이치에서 위스키 한 병을 다 드시면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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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을 얻으면 저런 표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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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치역에서 목적지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작은 사거리를 하나 지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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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서둘러야했던 이유.

요이치 니카 위스키 증류소.

존 스노우가 그랬지. 윈터 이즈 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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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이즈 커밍.

플리즈 깁미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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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 위스키

니까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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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시음장 바텐더의 여유로움에서 고수의 체취가 느껴진다.

“여어~ 낮술하러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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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제임스 본드의 거만한 자기 소개처럼,

마이 네임 이즈 니카, 니카 요이치 몰트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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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느낌은 마치 아일레이 몰트 위스키처럼 강한 피트감이 입술을 자극하지만, 곧 부드러운 감촉이 침샘 주위를 감싸 돈다.

그 유연한 손목 스냅으로, “더블같은 한 잔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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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안심이다. 나만 아침부터 퍼마시고 있는 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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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치는 아침에 올만 하다.

아니, 아침에 와야만 한다.

뜬금없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에서 데보라를 위해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린 누들스가 데보라와 나누던 대사가 떠올랐다.

“얼마나 기다렸어?”

“평생을 기다렸지”

시음장 한 쪽에 난 통유리에 기대어 깊게 한 모금 삼키니 세상을 통째로 빌린 것 같은 행복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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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잠시 머물다가 떠나게 되는 니카 위스키 증류소 주변은 도착할 때와는 달리 갑자기 평온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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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앤 위스키 때문인지

더 고즈넉해 보이는 요이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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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계속…>

 

 

 

 

Sapporo, Hokka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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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  창밖으로 보이는 베트남 항공으로 갈아 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혹한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는 이곳의 시간도 부족해서 어쩌다가 내가 홋카이도행 비행기에 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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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이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해 상공에서 한마리 티라노사우루스를 발견했다. 티라노 사우루스도 추위에 떨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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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이 홋카이도의 설경을 예고하는 듯 끝없이 펼쳐져 있다.                          기내식이라도 나온다면 헛헛한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기라도 하련만. 야속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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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을 대신한 맥주는 허전한 마음을 더 싸늘하게 가라앉힐 뿐이다. 평소보다 더 부풀어 오른 거품이 설국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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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이나 러브레터 같은, 이제는 그다지 머리 속에 많이 남아있지 않은 희미한 이미지들을 조합해보았지만 그 시절 느꼈던 아련한 감정이 다시 생기지 않았었는데, 홋카이도를 실제 눈으로 확인하자 가슴 한쪽 아래가 뜨듯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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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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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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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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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나도 설국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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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의 라멘국물을 마시지 않은 자, 아직 설국의 일원이 아니지.                                                  산넘고 물건너 바다 건너셔셔셔, 원조라멘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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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를 자처하는 여러 내공있는 가게들의 원조라멘 골목도 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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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오늘은, 대관람차 근처에 있다는 외딴집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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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 소라(Ramen Sora)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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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Ramen, No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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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생을 빼고 적당히 끼니를 떼울 생각을 하지마.

천국보다 낮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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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초가 들어간 매운 라멘이다. 깊은 육수맛이 뒷골 저 어디메의 한 곳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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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 라멘을 먹었으니 이제 본격 설인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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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오버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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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동하듯, 사선을 몰아치는 눈바람을 뚫고 도착한 곳. 삿포로 맥주 박물관.

도대체 얼마나 마실려고 박물관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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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을 나타낸다는 삿포로의 붉은 별은, 하이네켄의 붉은 별과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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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의 상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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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잘하지 못하는 성격탓에 두어잔 마셨는데도 취기가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핫셀블러드 X1D의 자태가 더욱 아름다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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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판을 돌고 나면 다소 느끼해지는 징기스칸 요리를 위한 팁.

“와사비와 아리마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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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와 아리마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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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와… 오갱끼데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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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와 아리…아, 아리마셍. 와따시와 갱끼데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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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가는 길, 오타루.

 

 

 

<다음에 계속…>

 

 

 

필름으로 생활하기

제목을 너무 거창하게 붙였나 봅니다.

저는 결혼할때 아내가 혼수로 올림푸스 뮤2 줌카메라를 가지고 시집 오던 필름 세대입니다.

제게 필름은
특별히 필름이 좋아서 필름을 고집하고 꼭 필름으로만 내 가족의 일상을 담아야겠다는 등의
거창한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사용하던 시스템을 계속 사용하는 자연스러움이였습니다.

학창시절 소풍 갈때에도 소풍가방에 아버지의 카메라를 빌려 갔었고,
아내와 데이트 할때도 장농에서 카메라를 꺼내 들고 갔었습니다.
결혼식 사진도 역시 모두 필름으로 담아져 있는 것이 당연했던 세대입니다.

결혼 후 디지탈 카메라의 보급으로 필름 카메라에서 갈아 탈 기회가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습니다.
게으르고 미루기 좋아하는 느린 행동 탓도 있지만 그 가격이면 예전부터 들이고 싶었지만
가격이 비싸 침만 흘리던 필름 바디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현상이 있어
오히려 디지틀의 열풍 속에서 저는 필름 바디를 여럿 들였다 내놓기를 반복하며 즐거워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흔한 디카 하나 없이 오로지 필름만으로 가족의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휴대하고 있는 스마트폰으로도 가볍게 많이 담습니다.
하지만 행사든 일상이든 메인은 여전히 필름입니다.
그것도 slr이 아닌 좀 더 불리하지만 이쁜(?) rf입니다.

필름으로 일상을 담을려면 적어도 감도가 800은 되어야 저녁에도 가능합니다.
집에 있는 카메라에는 항상 kodak tx를 한스탑 증감해서 세팅해 둡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셔터스피드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비일비재합니다.

행사에서 가족을 담을려면 90mm이상의 망원도 필요합니다.
사실 135mm 정도는 되어야 아이 얼굴이라도 제대로 잡을 수 있습니다만,
rf에서는 저는 90mm가 한계입니다.

지금은 사실 약간 고집같은 것이 생겨나 모든 생활에서 필름으로 다 해낼려고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생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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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에서 카메라를 자주 휴대하는 편입니다.
아이를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도, 오후에 데리고 오면서도,
태권도 하원차량이 도착해서 내리는 것을 마중 나가서도, 서점에 갈때도,
병원에 가서 치료 받을때도, 자전거 타러 나가서도,
이발하러 가서도, 체험하러 가서도, 등산 갈때도,
캠핑 가서도, 양궁장 가서도, 사격장 가서도, 업체에 방문해서도
가족 여행을 가서도 꼭 카메라를 휴대하고 나갑니다.
아이가 태어나 우리 가족이 늘어나기 이전부터 항상 함께하는 라이카 MP는 이젠 가족입니다.
(이젠 방출되고 없지만 바닷가나 수영장에서 방수팩 안에서 요긴하게 활약한 gr1v에게 감사를.)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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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게도 아내는 저녁식사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남편인 저를 기다렸다가 다 같이 식사를 하도록 합니다.
바삐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내가 저녁상을 차리기 전까지 약간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 시간은 자연스럽게 아이와 같이 놀이를 하는 시간이 됩니다.
웃고 화내고 짜증내고 다양한 상황이 제일 많이 일어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때론 저녁식사 중에도 사진을 찍습니다.
샤워할 때도 카메라를 꺼내서 찍습니다.
심지어 아이가 응가를 할때도 급습하여 사진을 찍습니다.
다 이쁩니다.
아빠 눈엔 하는 행동 모두 다 이쁘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러니 사진으로 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한계감도는 ISO800입니다.

 

[식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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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맛난 식당에 가서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습니다.
주로 흑백필름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가족도 그렇고 음식사진들이 거진 흑백입니다.
어쩔땐 이 음식의 본래색이 뭐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도 있습니다. ㅎㅎ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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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은 휴식겸 차 마실겸 카페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아내와 저는 잡지도 보고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며
그 시간동안 아이는 만화를 한편 보기도 하고 엄마랑 책을 같이 읽기도 하고
다 같이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한 낮에도 카페안은 감도 800으론 좀 버겁습니다.
하지만 손각대로 열심히 찍어 봅니다.
역시 흑백사진이 많지만 커피는 어짜피 블랙이니 괜찮다고 생각하며 넘어갑니다.

 

[행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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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식을 강당에서 했습니다.
가장 애정하는 35mm 크론과 90mm 망원렌즈를 챙겨서 출동했습니다.
제가 가진 90mm렌즈는 조리개 4.5의 엘마릿입니다.
강당에서 셔터스피드 확보는 역시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순 없습니다.
다행히 빛이 잘 드는 교실에서는 35크론으로 무리없이 잘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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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운동회에서는 다행히 셔터스피드 걱정없이 담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멀리 있는 아이를 담기엔 90mm론 좀 역부족 임을 느낍니다.
그래도 과감하게 치고 빠지면서 요령껏 잘 담아 봅니다.
옆에서 흰색의 긴 망원렌즈를 장착한 아빠들이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 봅니다.
모른척 얼른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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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심사가 아주 큰 실내 체육관에서 있었습니다.
실내라 셔터스피드도 안 나오지만 더 큰 문제는 거리입니다.
어찌나 멀리서 심사를 받는지 90mm가지고는 정말 택도 없습니다.
하지만 역시 열심히 전체 모습이라도 담습니다.
이래저래 핑개대면 끝도 없습니다.
나는 그저 이 카메라랑 이 렌즈 뿐이다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합니다.
그래서 좀 못나오거나 흔들려도 별 불평을 안합니다.
내가 가진 장비로 그 정도만 나와도 좋은 결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 못나오거나 흔들린 사진도 그 상황을 추억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사진들이기 때문입니다.

 

[비장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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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셔터스피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역광에서 주 피사체인 가족이 어둡게 나오고
해가 떨어지면 카메라를 꺼내기 두려웠던 지난 날들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전부터는 플래쉬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력 카메라인 라이카 MP에 물려서 사용하기 위해
라이카 SF-20을 제일 먼저 들였으나 부피를 너무 많이 차지하는 대다가
스트랩으로 메고 있으면 균형을 못잡고 자꾸 기울어져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고민하여 들인 것이 콘탁스 TLA200입니다.
요 녀석은 MP랑 메칭도 너무 좋고 크기도 작아 딱이였습니다.
광량도 크기에 비해 쎄서 사용하기 좋았습니다.

플래쉬를 사용하면서 역광과 실내에서도 좋은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실내 체험학습장 같은 곳에 가면 그 역활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작년엔 오래된 뮤2 똑딱이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역시 플래쉬기능이 요긴합니다.

leica mp, barnack III, ricoh gr1v, olympus mju2 zoom
kodak tx, ilford hp5+ d-76 1:1 자가현상
kodak potra400, fuji xtra400  업체현상
epson4870 자가스캔

B급 매니저님께서는 작년 한해의 매달 선정된 총 12장의 사진을 원하셨지만
저는 선택의 고민에서 머리 싸메고 헤메다가
결국,
2017년 작년 한해동안 일상에서 같이한 필름들을 다 꺼내 봤습니다.

말 그대로 필름과 함께한 저희 가족의 2017년의 기록을 고스란히 올립니다.

사진의 질이나 완성도 면에서 많이 떨어지는 사진일지 모르나,
저희 가족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한장한장의 추억이고 기록입니다.

이렇게 많은 가족의 얼굴이 노출된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은 처음입니다.

이렇게 필름으로만 찍는다는 것이 레트로가 유행인 요즘 세상에선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고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어려운 일도 아니여서
필름이 계속 생산되는 한 저는 하던대로 계속 이어갈 것 같습니다.

2018년 올해도
저랑 같이 필름으로 생활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