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데우스, 리스보아

에보라(Évora)를 떠나 서쪽으로 달렸습니다.

시간은 어느새 늦은 오후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시네스(Sines)와 대서양 연안 도시들을 돌아보기에는 빠듯할 것 같았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일정을 변경해서 아름다운 해변 콤포르타(Comporta)로 향했습니다.

20170809-D3S_83521

한시간 반 쯤 달려 콤포르타에 도착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행 정보를 다루는 사이트들에서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추천하는 곳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데크를 따라 잠시 걸으니 눈앞에 대서양이 나타났습니다.

20170809-D3S_83562

몇몇 사이트의 리뷰와 달리 제법 큰 해변이었습니다. 발리(Bali)의 쿠타(Kuta) 정도는 아니었지만, 드넓은 대서양을 바라보기에 부족하지 않은 크기였습니다.

잠시 파도소리를 듣다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20170809-D3S_83571

 

20170809-D3S_83563

서유럽이 처음이다보니 서유럽의 해변도 처음이었습니다. 그 동안 가본 해변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쩐지 좀 느슨해보인다는 점과 가족 일행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느긋한 표정의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으니 덩달아 느긋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레일라가 와인을 꺼냈습니다. 포르투(Porto)산 화이트와인이라고, 아마 바다와 어울릴 거라고 했습니다. 정말이지 마시고 싶었지만 운전을 해야 하니 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레일라와 와이프가 와인을 마시는 사이 카메라를 들고 해변으로 나갔습니다.

20170809-D3S_83621

 

20170809-D3S_83622

처음 대서양에 발을 담궜습니다. 태평양 – 인도양 – 대서양, 그러고보니 많은 바다들을 만나왔습니다. 조금은 벅찬 마음이 들었습니다.

20170809-D3S_83641

 

20170809-D3S_83801

 

20170809-D3S_84740

 

20170809-D3S_84041

해변에서 기계체조를 하고 있는 청년들을 구경했습니다. 이제 고등학생 쯤 되어보였는데 탄탄하게 발달된 근육도 그렇고, 무척이나 활기차고 건강한 모습이 좋아보였습니다. 어릴적부터 짐(Gymnasium)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한다는 유럽의 교육 시스템은 타당한 것 같았습니다.

20170809-D3S_84631

 

20170809-D3S_84711

자리로 돌아와 다시 바다를 바라봤습니다. 바다 앞의 커플은 그야말로 레인보우 타월을 두르고 있었습니다. “마미”라고 부르는 아이 셋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 어딘지 근사해보였습니다. 편견 가득한 시선도, 경계하는 듯한 표정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조금 더 개방적이고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170809-D3S_84741

 

20170809-D3S_84751

어느새 길어지는 해 그림자를 보며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빈 와인병을 챙기고 일부러 해변을 한바퀴 돌아 차로 향했습니다.

20170809-D3S_84881

언제 다시 보게될 지 모르는 대서양의 해변을 잠시 바라봤습니다.

아데우스. 바다에 작별인사를 건넸습니다.

20170809-D3S_85491

리스보아에서의 마지막 밤은 바이샤지구(Baixa)에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호텔에 차를 댄 후 택시를 타고 레일라와 약속한 장소로 향했습니다. 바이샤의 골목 안은 알파마(Alfama)의 그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는데, 좁은 골목 안까지 택시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쨌든 친절한 노기사님은 가게 앞까지 택시로 데려다주셨습니다.

20170809-D3S_84961

레일라는 이미 1부 공연부터 보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작은 규모의 라운지에서는 제법 실력이 좋은 밴드가 다양한 레퍼토리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20170809-D3S_84981

모히토(Mojito)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니 잠시 후 2부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꽤 터프한 모히토의 맛이 라운지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20170809-D3S_85001

 

20170809-D3S_85171

한시간 여 쉬지 않고 연주해준 밴드에게 박수를 보내고 라운지를 떠났습니다. 마지막 밤에 어울리는 근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바이샤의 골목을 되짚어 숙소로 향했습니다.

아데우스, 리스보아.

20170809-D3S_85601

 

20170809-D3S_85631

 

20170809-D3S_85721

 

20170809-D3S_85781

 

20170809-D3S_85831

 

20170809-D3S_85851

 

20170809-D3S_85971

 

20170809-D3S_85691

 

20170809-D3S_85541

 

20170809-D3S_86041

늦은 밤 리스보아의 마지막 밤을 기억하며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 to be continued

대항해시대

리스보아(Lisboa)에서의 두번째 아침, 벨렝지구(Belém)로 길을 나섰습니다.

벨렝지구는 포르투갈(Portugal)의 대항해시대를 상징하는 곳입니다. 선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세워진 제로니무스 수도원(Mosteiro dos Jerónimos)을 비롯, 벨렝탑(Torre de Belém), 발견 기념비(Padrão dos Descobrimentos)가 있으며, 타구스강(Tagus) 하구와 맞닿은 대서양도 볼 수 있습니다.

20170807-D3S_71921

숙소앞 정류장으로 버스를 타러 갔습니다. 아침 내내 버스 티켓 구입방법을 고민하다가 지하철 자판기에서 구입했는데, 다행히 사용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안내를 좀 더 해줬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20170807-D3S_71961

리스보아의 골목을 휘감아 달린 버스는 40여 분만에 제로니무스 수도원에 도착했습니다. 알파마지구(Alfama)의 트램(Tram)에 비해 훨씬 다이내믹한 코스를 자랑한다는 벨렝지구의 트램이 정류장에 멈춰있었습니다. 잠시 트램 안을 구경하다 수도원으로 향했습니다.

20170807-D3S_73591

1502년 완공된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마누엘 양식(Manueline)의 걸작이기도 하지만, ‘탐험가들의 안식처’라는 별명으로 유명합니다. 본래는 왕의 무덤으로 쓰일 예정이었으나 바스쿠 다 가마(Vasco da Gama)의 성공적 귀환을 기념하기 위해 증축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고 합니다. 탐험가들과, 그들을 기다렸을 가족들의 염원이 지금도 남아있다고 했습니다.

20170807-D3S_72001

 

20170807-D3S_72131

아쉽게도 수도원 내부 관람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보수공사중이라고 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서성이고 있으니 청소를 하던 아주머니가 손을 훠이훠이 저었습니다. 방해가 된 것 같아 꾸벅 인사하고돌아섰습니다.

20170807-D3S_72211

수도원의 바깥을 한바퀴 돌고 길을 건너 발견 기념비로 향했습니다. 멀리 타구스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20170807-D3S_72351

발견 기념비로 향하는 광장에서 다시 칼사다 포르투게사(Calçada Portuguesa)를 만났습니다. 그 가운데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어 다가가보니 바닥에 세계지도가 그려져있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각기 자기 나라를 찾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20170807-D3S_72411

 

20170807-D3S_72361

지도 가운데서 우리나라를 발견하고 사진 한 장을 남겼습니다. 아래로는 마카우(Macau)가 보였습니다. 식민지라고 크게 기록해둔 것인가, 어쩐지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20170807-D3S_72431

발견 기념비는 타구스강을 넘어 대서양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해양왕 엔리케(D. Henrique) 사후 5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졌다는 기념비에는 엔리케왕을 필두로 대항해시대를 이끌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새겨져있었습니다. 무엇이 저들을 바다로,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게 했을까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20170807-D3S_73201

 

20170807-D3S_73231

인간의 꿈, 염원이라는 단어가 머리속에 떠올랐습니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다 벨렝탑으로 향했습니다.

20170807-D3S_72671

 

20170807-D3S_72641

 

20170807-D3S_72741

 

20170807-D3S_72761

 

20170807-D3S_72861

벨렝탑은 본래 리스보아 방어 요새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이후 정치범 수용소, 세관, 우편국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다가 대항해시대 탐험대의 출발점이 되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수수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척 화려하다는 인상을 주는 건물이었습니다.

20170807-D3S_72971

 

20170807-D3S_72921

 

20170807-DSC004081.jpg

벨렝탑을 돌아보며 인근의 카페테리아로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의 테이블에서 맥주와 포르투갈식 샌드위치를 즐겼습니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늘 아래에 시원한 공기의 흐름을 만들어줬습니다.

20170807-D3S_72903

 

20170807-D3S_73061

점심도 먹었겠다, 발걸음을 돌려 제로니무스 수도원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벨렝지구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파스테이스 지 벨렝(Pastéis de Belém)은 수도원 바로 옆에 있습니다.

20170807-D3S_73301

 

20170807-D3S_73371

 

20170807-D3S_73421

 

20170807-D3S_73521

 

20170807-D3S_73641

 

20170807-D3S_73647

에그타르트를 세계 최초로 만든 곳이 제로니무스 수도원입니다. 그리고, 그 레시피를 이어 받은 유일한 곳, 파스테이스 지 벨렝은 1873년 이후 세계 최고의 에그타르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20170807-D3S_73651

 

20170807-DSC004391.jpg

 

20170807-D3S_73645-2

 

20170807-D3S_73646

 

20170807-D3S_73650

 

20170807-D3S_73655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요. 이전까지 먹어본 모든 에그타르트를 가짜로 만드는, 그야말로 오리지널 에그타르트였습니다. 어쩌면 이 에그타르트를 먹기 위해 포르투갈에 올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가게에서 즐기고도 모자라, 레일라를 위한 한 박스와 내일을 위한 한 박스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는 행복한 기분으로 리스보아 시내로 향했습니다.

20170807-D3S_73701

다시 버스로 30여 분, 어느새 익숙해진 코메르시우광장(Praça do Comércio)에 도착했습니다. 타구스강을 돌아보며 바이샤지구(Baixa)로 향했습니다.

20170807-D3S_73771

 

20170807-D3S_73791

 

20170807-D3S_73951

 

20170807-D3S_74021

어제 지나쳤던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Elevador de Santa Justa)를 와이프와 함께 보러 갔습니다. 잔뜩 줄 서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늦은 오후를 보내기 위해 알파마지구로 향했습니다.

20170807-D3S_74091

알파마지구로 올라가는 길에 28번 트램의 정류장을 발견했지만, 도무지 탈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았습니다.

결국 리스보아를 떠날 때까지 트램은 타지 못했습니다. 일정에 넣지 않았던 벨렝지구의 트램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그쪽은 사람이 많지 않아보였고, 트램에서 바다도 보인다고 했습니다.

20170807-D3S_74191

28번 트램을 따라 천천히 걸어 대성당(Sé Cathedral)으로 향했습니다. 1150년 세워진, 리스보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입니다. 리스보아만큼이나 수수하고 경건한 건물 안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20170807-D3S_74351

 

20170807-D3S_74381

 

20170807-D3S_74561

계속 28번 트램을 따라 걸었습니다. 알파마지구를 지나 길은 어느새 그라사지구(Graça)로 향했습니다. 여러 전망대 중 가장 높은 전망대가 그라사지구에 있다고 했습니다.

20170807-D3S_74581

 

20170807-D3S_74591

 

20170807-D3S_74661

 

20170807-D3S_74641

 

20170807-D3S_74701

그라사지구로 올라가는 길은 바이샤지구나 알파마지구보다 고풍스러웠습니다. 이 지역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인 것 같았습니다. 걷기를 잘했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70807-D3S_74721

 

20170807-D3S_74771

 

20170807-D3S_74861

그라사지구의 중심가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식당은 각종 재료를 구워주는 곳 같았습니다.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조금은 한산한 식당 한구석에 자리잡고 웨이터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조금은 딱딱한 미소가 돌아왔습니다. 문득, 엄청나게 정성스러운 프랑스어 발음으로 주문을 확인하던 상트 페테르부르크(Санкт-Петербург)의 한 웨이터가 생각났습니다.

20170807-D3S_74863

 

20170807-D3S_74864

 

20170807-D3S_74865

빵 주머니와 치즈덩어리, 문어샐러드가 기본으로 나왔습니다.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치즈도 샐러드도 맛이 궁금해서 손대지 않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는, 사실상 무료 서비스에 가까웠습니다.)

20170807-D3S_74867

 

20170807-D3S_74868

농어와 문어요리를 즐겼습니다. 농어구이는 우리의 임연수구이와 요리법이 비슷해보였는데, 살이 훨씬 부드러워서 놀랐습니다. 문어 역시 흔히 아는 문어와는 달랐습니다. 데쳐서 숙성한 것을 구워내는 것일까, 껍질은 바삭했지만 속살은 질기지 않았습니다. 함께 플레이팅된 으깬 감자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20170807-D3S_75141

배를 두들기며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리스보아 시내를 내려다며 잠시 바람을 느끼다, 일몰은 어제의 전망대가 좋을 것 같아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20170807-D3S_75411

 

20170807-D3S_75321

 

20170807-D3S_75412

길을 내려오는데 하늘이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포르투갈에 오면 볼 수 있다던 분홍색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20170807-D3S_75501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이미 화려하게 변해있었습니다. 부드러운 컨트라스트와 과하지 않은 색이 포르투갈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박하고 빈티지한 건물들과도 무척 잘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20170807-D3S_75531

 

20170807-D3S_75541

해가 지는 전망대에서 맥주를 마셨습니다. 어제의 파두(Fado)를 들을 수 없었지만, 오늘도 전망대에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어스름이 짙어질 때까지 그대로 머물렀습니다. 알파마지구도 오늘로 마지막입니다.

20170807-D3S_75671

 

20170807-D3S_75901

아쉬운 마음에 골목 사이로 한참을 걸었습니다. 거리에 켜지는 불빛들을 바라보다 숙소로 향했습니다.

… to be continued

 

리스보아

리스보아(Lisboa)에서의 첫 아침입니다.

전날 새벽에 도착한데다 시차적응도 못한 상황이라 아침부터 눈꺼풀이 무거웠습니다.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레일라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전날 오후에 도착한 레일라는 아침부터 돌아다니고 있는 듯 했습니다. 메신저로 약속 장소를 정하고 서둘러 호텔을 나섰습니다.

20170806-D3S_67961

택시를 탈까 하다가, 호텔 바로 앞의 지하철역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무래도 대중교통이 흥미롭습니다. 나라마다 제법 다르고 사람들의 표정도 엿볼 수 있습니다.

20170806-D3S_68051

승차권판매기와 한바탕 씨름을 한 뒤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티켓을 산 다음에 편도, 왕복, 정액, 정기로 구분된 요금제에 따라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역명은 낯설고 노선은 모르겠고 표지판은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해 멘붕에 빠졌지만, 다행히 많이 헤매지는 않았습니다. 유럽에 오면 만나는 자유분방한 열차 분위기가 반가웠습니다. 적당히 서거나 앉은 사람들이 여유있는 표정으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습니다.

20170806-D3S_68071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쳤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열차가 출발하고 있었습니다. 놀라서 가이드북을 보니, 다행히 목적지가 두 역 사이의 중간이었습니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음 역에 내렸습니다.

20170806-D3S_68121

역을 나서자, 갑자기 눈앞이 환하게 밝아왔습니다. 처음 만나는 밝기의 빛에 눈이 부셨습니다. 와, 이 햇볕속에 잠시만 서있으면 구워지겠다 싶었습니다.

20170806-D3S_68221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코메르시우광장(Praça do Comércio)이 있었습니다. 크다, 생각하며 약속장소인 개선문으로 향했습니다. 개선문 아래에 레일라와 영국에서 일한다는 선배가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선배는 오늘 영국으로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포르투갈로 떠나는 1박 2일 주말여행이라…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체코에는 주말여행을 온 독일인들이 많았었습니다. 유럽에 살면 이런건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선배의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20170806-D3S_68361

바쁘게 걸으면서도 끊임 없이 두리번거렸습니다. 사방으로 뻗은 트램(Tram) 선로 위로는 전선이 거미줄처럼 나있었습니다. 교차로에 서서 또 한참 두리번거렸습니다.

20170806-D3S_68411

 

20170806-D3S_68460

포르투갈의 상징이 되어버린 사디나(sardiña)는 장식 소재도로 많이 쓰이는 것 같았습니다. 쿠션을 하나 사볼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70806-D3S_68461

 

20170806-D3S_68501

커다란 나무 그늘에는 노천카페가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거리자 식사를 하던 할아버지가 윙크를 해왔습니다. 무뚝뚝하다던 가이드북의 설명과는 다른 인상이었습니다.

20170806-D3S_68505

타임 아웃 마켓(TimeOut Market Lisboa)에 도착했습니다. 일종의 푸드코트인데, 크고 작은 식당들의 다양한 메뉴에 놀라고, 사람이 정말 많아서 놀라고, 비둘기들이 건물 안을 날아다녀서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음식이 수준급인게 가장 놀라웠습니다.

20170806-D3S_68503

 

20170806-D3S_68504

 

20170806-D3S_68502

바칼라우(Bacalhau) 요리와 샌드위치, 맥주와 와인으로 점심을 즐겼습니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오래 앉아있기 힘들었습니다. 무척 시끄러운데다 동시에 여러나라 말을 들으니 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20170806-D3S_68711

선배의 짐을 챙기러 레일라의 아파트로 향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호시우 광장(Praça do Rossio)을 가자고 하니, 노老기사님은 “루씨우”라고 고쳐줬습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어를 쓰는데, 사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스페인어로 말을 거는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었습니다. 무엇보다 두 나라 말이 서로 다르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관계는 우리와 일본의 관계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호시우는 스페인식 발음인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시뇰”이라고 아저씨들을 불렀던 것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20170806-D3S_68761

 

20170806-D3S_68762

 

20170806-D3S_68763

 

20170806-D3S_68781

알파마지구(Alfama)로 이어지는 골목을 이리저리 지나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창문을 여니 리스보아 시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 예쁘다, 그대로 창가에 서서 대서양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습니다.

레일라가 선배를 배웅하러 간 동안 잠시 쉬다가 혼자 산책을 나섰습니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 와이프와 레일라는 좀 더 쉬겠다고 해서 저녁이 되기 전에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20170806-D3S_69091

길 아래에서 흑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길가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월로프어(Wolof)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옷차림도 아프리카인들 같았습니다.

나무그늘 아래 쉬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꾸벅 목례를 하고 지나쳤습니다. 미소가 돌아왔습니다. 앞서가는 아주머니의 옷색깔에 감탄하며 잠시 따라 걸었습니다.

20170806-D3S_69181

 

20170806-D3S_69201

루씨우 광장에서 또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한 젊은이가 다가왔습니다. “Drungs?” 손바닥을 펴서 보여주는데, 영화에서나 봤던 백색가루였습니다. 이런 경험도 하는구나, 손을 흔들어 거절하고 길을 재촉했습니다.

20170806-D3S_69311

리스보아의 상징 노란 트램을 만났습니다. 프라하(Prague)의 트램과 달리, 리스보아의 트램은 무척 낡은 모습이었습니다. 그 빈티지한 모습에 무척 마음이 끌렸지만, 나중에 타야지, 인사를 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나저나 28번 트램의 정류장은 어디일까, 계속 두리번거렸습니다. (28번 트램은 알파마지구를 오가는 가장 유명한 트램입니다.)

20170806-D3S_69331

 

20170806-D3S_69371

 

20170806-D3S_69461

 

20170806-D3S_69581

코메르시우 광장 근처에서 빨간 트램도 만났습니다. 프라하의 트램도 이렇게 낡은 것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빈티지한 도시에는 아무래도 빈티지한게 더 어울리겠죠.

20170806-D3S_69601

 

20170806-D3S_69661

광장을 지나 타구스강(Tagus)까지 나아갔습니다. 수평선까지 보일 것 같은 큰 강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이 강을 따라가면 대서양입니다.

강가에서 편히 쉬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강을 따라 거닐었습니다.

20170806-D3S_69662

 

20170806-D3S_69931

 

20170806-D3S_69932

 

20170806-D3S_69951

 

20170806-D3S_69971

 

20170806-D3S_70041

 

20170806-D3S_70131

노인의 풍경을 만났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려다 걸음을 멈추고 한참 바라봤습니다.

20170806-D3S_70231-2

 

20170806-D3S_70281

유람선 선착장 부근에 선 간이 시장을 잠시 구경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20170806-D3S_70411

 

20170806-D3S_70431

 

20170806-D3S_70511

길을 되짚어 오다, 통조림 전문점으로 보이는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형형색색으로 장식된 가게에서는 숫자가 새겨진 사디나 통조림을 팔고 있었습니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숫자는 연도를 상징한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출생년도와 그 해의 연도가 새겨진 통조림을 사간다고 했습니다. 리스보아에 방문했던 해를 기억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멋진 이야기였습니다.

20170806-D3S_70571

 

20170806-D3S_70651

루씨우 광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바닥을 가득채운 칼사다 포르투게사(Calcada Portugesa)의 문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두가지 색의 조약돌로 만들어진 문양은 착시에 의해 높낮이가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칼사다 포르투게사는 때로는 파도로, 때로는 꽃밭으로 보인다고 했었습니다. 저는 파도 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20170806-D3S_70691

 

20170806-D3S_70731

 

20170806-D3S_70781

조금씩 낮아지는 빛을 보며 레일라의 아파트로 돌아갔습니다. 쉬고 있던 와이프와 레일라를 깨워 늦은 오후 산책을 나섰습니다.

20170806-D3S_70821

루씨우 광장 가장자리에서 진지냐(Ginjinha)를 마셨습니다. 진지냐는 주로 식전주로 마시는, 달고 독한 포르투갈 술입니다. 한 잔을 털어넣으니 입안 가득 버찌향이 퍼지는 것 같았습니다.

20170806-D3S_70911

 

20170806-D3S_70961

유명한 루씨우 역을 구경하고 마트에 들러 과일을 샀습니다. 납작한 복숭아와 자두가 무척이나 향기롭고 달콤했습니다.

20170806-D3S_71011

택시를 타고 알파마 지구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궁금해하던 28번 트램을 만나 손을 흔들었습니다.

20170806-D3S_71121

전망대 앞 테라스에서 맥주와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일몰을 기다렸습니다. 어스름 사이로 달이 떠오르는 모습이 근사했습니다.

20170806-D3S_71091

전망대 앞은 거리 뮤지션들의 공연장인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레게, 그 다음은 포크, 순서가 돌아가고 한 뮤지션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포르투갈에 오기 전 파두(Fado)를 들어야 한다는 글을 여기저기서 봤었습니다. 그래서 파두 클럽을 가볼까 생각했었고, 아말리아 로드리게스(Amalia Rodrigues)가 2년 간 공연했다는 곳도 찾아냈습니다. 그런 파두를 갑자기, 무방비상태로 거리에서 만난 것 같았습니다.

처연한 바이올린과 기타 선율에 맞춰 심장을 흔드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쩌자고 노래를 저렇게 부르나…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옆자리의 눈이 파란 아가씨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진한 에스프레소 향기와 음악, 해지는 테라스와 눈물이 어우러지는 순간이었습니다.

20170806-D3S_71251

날이 어두워지고 흔들리는 불빛 아래 책을 읽던 아가씨도 책을 덮고 일어났습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인 것 같았습니다.

20170806-D3S_71271

에스프레소를 끓여 준 가게 여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일어났습니다.

20170806-D3S_71371

 

20170806-D3S_71531

잠시 골목 아래를 내려다보다 타구스 강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강 위로 떨어지는 달빛이 한참동안 눈길을 끌었습니다.

20170806-D3S_71621

 

20170806-D3S_71651

 

20170806-D3S_71661

 

20170806-D3S_71681

 

20170806-D3S_71831

 

20170806-D3S_71781

 

20170806-D3S_71731

 

20170806-D3S_71751

멀어지는 노란 트램에 손을 흔들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 to be continued

 

마음은 무뎌질 줄 모른다

“어둡고 짙은 바다로 떠나는 연인은 다시 돌아오겠다는 희뿌연 약속만을 남기고 간다. 항해를 마치고 온 고단한 배는 그의 부재를 알리는 검은 돛을 휘날린다. 연인은 대서양의 깊은 곳에서 길을 잃었을 뿐 영원히 그녀의 마음 속에 있다. …운명 또는 숙명이라는 뜻의 파두는 바다로 떠나는 이의 향수와 남은 이의 그리움을 나타낸다. 지금도 리스본 골목을 파고드는 파두Fado, 시간이 흘러도 날이 선 마음은 무뎌질 줄 모른다.”  – 송윤경

대서양, 항해, 파두, 포트와인(Port wine), 아줄레주(Azulejo), 노란 트램(Tram)을 만나러 포르투갈(Porgutal)로 떠난 길입니다. 바랜 색과 어스름한 빛, 소박한 음식과 달콤한 와인으로 가득했던 시간은 기억에 깊은 각인을 남겼습니다. 흐려지지 않는 기억속에서 차곡차곡 그 순간들을 꺼내봅니다.

20170805-D3S_67931

뜨겁던 어느 여름날 푸랑크푸르트(Frankfurt)행 비행편에 올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포르투갈로 가는 직항편이 없다보니 어딘가를 경유해야했는데, 마침 독일로 가는 마일리지 항공권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까지 11시간, 3시간의 대기 후 다시 3시간 비행이라는 기나긴 여정이었지만요.

20170805-DSC002411

독일행 항로의 트래픽이 많아 출발이 지연된다는 안내방송이 반복적으로 나왔습니다. 지루하기는 했지만, 연결시간이 단축된다는 생각도 들고 연결시간을 3시간 이상으로 잡지 않았으면 안될 뻔 했네, 생각도 들었습니다. 연결시간 1시간 반만에 입국하고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했던 3년 전 모스크바에서의 기억도 났습니다. 따지고보면 참 간이 컸습니다. 비행편을 놓치기라도 하면 예약을 줄줄이 미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50분 정도 늦게 비행기는 활주로로 이동했습니다. 차가 밀리듯 줄 서있는 비행기들의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20170806-DSC002791

중국과 몽골, 러시아와 북극을 지나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독일도 처음이었는데 하루 정도 머물 걸 그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발권할 때 그냥 지나친 것이 후회되었습니다.

20170806-DSC002831

유럽에 올 때마다 보는, 구름이 낮게 떠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에 계속 눈이 갔습니다.

20170806-DSC002871

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꼭 뭔가를 빼놓습니다. 체코에 갈 때에는 프라하(Prague)에서 체스키  크룸로프(Cesky Krumlov)로 가는 방법을 아예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떠나기 전 날 찾아보니, 옆동네도 아니고 고속버스로 3시간 반을 가야 하는데,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못 갈 수도 있는 곳이었습니다. 부랴부랴 버스편을 찾고 예약하고 바우처를 출력해야 했었습니다.

이번에는 인천 – 프랑크푸르트 항공편과 프랑크푸르트 – 포르투갈 항공편을 각각 구입하고는 득의양양해하다가, 공항 카운터에서 두 항공편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독일에서 입국심사를 받고 짐을 찾은 다음, 다시 출국장으로 이동해서 체크인하고 짐을 부치고  출국해야 했습니다. 터미널 두 군데의 동선도 복잡해서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었습니다.

20170806-DSC002901

 

20170806-DSC002941

 

20170806-DSC002951

두 터미널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며 모든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모노레일을 타고나서야 느긋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20170806-DSC002981

 

20170806-DSC003001

 

20170806-DSC003031

 

20170806-DSC003111

포르투갈행 비행편에는 독일인과 포르투갈인이 각각 절반 쯤 되는 것 같았습니다. 승객 중 동양인은 우리 뿐인 것 같았습니다. 단체 여행이라도 다녀오는 듯한 포르투갈 학생들의 큰 목소리에 익숙해질 때 쯤 비행기가 이륙했습니다.

창 밖으로는 해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시간대를 거꾸로 여행한 덕에 오후에 출발하고도 15시간이 지나서야 해지는 장면을 만났습니다. 두꺼운 구름 위로 사라져가는 빛을 한참을 좇았습니다.

20170806-DSC003121

 

20170806-DSC003231

리스보아(리스본은 영어식 표현입니다. 포르투갈식이 훨씬 매력적이죠.) 공항에 도착했을때, 시간은 이미 자정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출발 지연 탓이었는데, 호텔에 부탁해서 마중나오기로 한 기사님이 아직도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약속시간이 이미 한시간 가까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20170806-DSC003261

 

20170806-DSC003301

다행히 입국절차는 일사천리였습니다. 독일과 포르투갈이 모두 솅겐 조약Schengen Agreement 가입국인 덕분에 입국심사도 세관검사도 없었습니다. 마치 국내선을 타듯이 비행기 내려서 짐찾고 끝이었습니다. 이런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짐을 찾기까지는 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느긋한 컨베이어 벨트는 한참 만에야 짐을 내줬습니다. 자정을 훨씬 넘겨 새벽 1시를 바라볼 때 쯤에야 공항 밖에서 기사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20170806-DSC003311

 

20170806-DSC003341

정장을 한 늙은기사님은 오랜 시간 기다렸음에도 환한 미소로 맞아주셨습니다. 20년은 된 듯한  낡은 벤츠에 올라 30분을 달려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리스보아에서의 첫 밤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 to be continued

 

장면 #17

20170806-D3S_71091

포르투갈(Portugal)에서의 첫 날, 리스보아(Lisboa) 알파마지구(Alfama)에 들렀습니다.

전망대 앞 테라스에 자리 잡고 맥주를 마시는데, 뒤쪽에서 음악이 들려왔습니다. 뮤지션들이 버스킹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레게, 그 다음은 포크, 순서가 돌아가고 한 뮤지션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포르투갈에 오기 전 파두(Fado)를 들어야 한다는 글을 여기저기서 봤었습니다. 그래서 파두 클럽을 가볼까 생각했었고, 아말리아 로드리게스(Amalia Rodrigues)가 2년 간 거처하며 공연했다는 곳도 찾아냈습니다. 그런 파두를 갑자기, 무방비상태로 거리에서 만난 것 같았습니다.

처연한 바이올린과 기타 선율에 맞춰 심장을 흔드는 목소리였습니다. “어쩌자고 노래를 저렇게 부르나…” 탄식이 절로 흘러나왔습니다. 어느새 파란눈의 아가씨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진한 에스프레소 향기와 음악, 해지는 테라스와 눈물이 어우러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두번째 곡이 시작되었을 때, 기타 케이스에 놓인 씨디를 발견했습니다. 서로 다른 자켓의 두 장을 사고, 한쪽 무릎을 꿇고 카메라를 보여주며 씽긋 웃었습니다. 마주쳐오는 눈빛이 승낙의 의미라 읽혔습니다. 한 컷을 담고 자리에 돌아왔습니다.

다시 목소리에 취해 흔들리는데 누군가 말을 건네왔습니다. 돌아보니 처음 보는 남자가 씨디 한 장을 들고 있었습니다. “이 앨범에서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걱정 말아요. 이건 선물입니다.” 그래서 씨디가 세 장이 되었습니다.

포르투갈에서의 첫 밤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