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을_Asari_朝里

삿뽀로에서 오타루까지 기찻길 드라이브는 단박에 여행자를 사로잡습니다.  낡은 기차지만 깨끗해서 좋고, 마주치는 사람들의 눈빛이 친절합니다. 오길 잘했습니다. 창밖 낮선풍경속으로 정신없이 빨려들 무렵 한쪽 창으로 바다가 쏟아집니다. 바다보다 시린 하늘은 눈만큼이나 하얀 구름을 잔뜩 머금었습니다. 기차, 눈, 바다, 하늘, 구름이 한꺼번에 조탁되는 풍경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상상도 못해 본 풍경이 창 밖으로 흘렀습니다.

여행 3일째, 일행 몇 분과 함께 바닷가 풍경을 만나러 왔습니다. 행복한 느낌이 조금이나마 전해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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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icron 28mm / 400TX / 유통기한 완전 지난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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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月 2018

北海道

리타의 겨울

3년 만의 닛카위스키(ニッカウヰスキー) 요이치증류소(余市蒸溜所)입니다.

리타의 종을 찾아나섰던 그날은 푸르른 여름날이었습니다. 언젠가 눈쌓인 풍경을 보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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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 위로 퍼지는 닛카의 향취는 여름날의 그것과 달랐습니다. 매화처럼 짙으면서도 서늘한 향취는, 닛카가 겨울날을 위한 술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요이치증류소가 지금처럼, 오래도록 남아있기를 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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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사진 홋카이도(北海道)여행 중

ほっかいどう D-12

삿포로 예비모임 2018.1.13

벌써 반년전? 쯤이군요.
삿포로 겨울 출사를 진행 하시는걸 보고 꽤 많이 부럽다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자영업자라서 내가 저길 갈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악마같은)Starless 님께서 저에게 그러셨죠

`우리같은 술꾼은 꼭 가야할 곳이야!’

마침 개인적인 비보도 있었고 바람좀 쐬러 자주 가는 제주도는 슬슬 지겹고
(그러면서 2월에 또 간다죠? ㄷㄷ)
그냥 못먹어도 Go!

그렇게 시작된 출사 준비가 하나둘 착착착 진행이 되더니
결국 이렇게 오늘 예비모임도 하게 되었습니다.
누추한 공간에 참석해주신 모든 회원님들께 감사합니다.
특히나 여행 준비로 진두지휘 하고 계신 Starless , Human 두분께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제 12일 정도 남았는데 (오늘이 딱 D-12 더군요)
2주 후에는 신나게 일본 여행기를 올릴 그날이 오길 바랍니다.
모두 건강히 1월25일에 만나요

p.s 오늘 제비 뽑기 하신 두 형님의 표정을 잊을수가 없을거 같습니다 ㄷㄷ

 

리타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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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札幌)에서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전날 쿠시로(釧路)를 떠나 밤 늦게 도착한데다 열흘 가까이 누적된 피로가 상당했지만 일찍부터 길을 서둘렀습니다. 홋카이도(北海道)를 계획하며 꼭 들러야겠다 생각했던 요이치(余市)에 가는 날이었습니다.

요이치는 삿포로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소도시로, 일본의 양대 주류 회사 중 하나인 닛카위스키(ニッカウヰスキー)의 요이치증류소(余市蒸溜所)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당주 다케츠루(竹鶴)씨와 리타(Rita)여사의 사랑이라던가, 쇼와(昭和)시대에 대한 일본인들의 향수로 인해 종종 드라마에 나오는 곳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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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는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라는데, 홋카이도의 다른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정취를 풍겼습니다. 획일적으로 그어진 구획과 도심을 가득 채운 지나치게 큰 건물은 어딘지 삭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는데, 외곽은 외곽대로 쇠락한 분위기를 풍겨서 또 다른 의미에서 삭막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어쨌든 길을 점령한 까마귀들과 – 듣던대로 거대하더군요 – 쇠락한 부심을 돌아보며 기차를 타고 오타루역(小樽驛)에 도착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남아 역사 앞을 서성이다 요이치행을 타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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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치행 열차에는 이벤트 칸이 있었는데, 홋카이도에 사는 동물들로 장식된 좌석이 있었습니다. 뭔가 즐거운 기분으로 앉아서 풍경을 구경하다가, “이곳은 포토존입니다.”라는 설명을 듣고 본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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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에서 요이치로 이어지는 해안선은 태평양을 바라보며 달립니다. 동쪽 끝에서 본 태평양을 떠올리다보니 어느새 요이치역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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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타케츠루 마사타카(竹鶴 政孝)씨는 스코틀랜드에서 유학했는데, 스카치 위스키에 반해 스스로 위스키 생산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스코틀랜드와 환경이 가장 비슷한 곳을 찾아 일본 전역을 헤매다, 1934년 요이치에 증류소를 짓고 위스키를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당시의 공장들은 지금까지도 남아 그 당시 공법 그대로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스코틀랜드에서도 중단한 석탄 증류 방식을 요이치에서는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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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동, 당화동, 발화동으로 이어지는 시설들을 구경하고 리타 하우스(Rita House)에 도착했습니다. 리타여사는 다케츠루씨가 유학 중 만난 일생의 사랑입니다. 다케츠루씨는 아내를 위해 스코틀랜드의 집을 그대로 일본까지 가져왔다고 하는데, 이 집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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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여사는 이곳에 살면서 남편과 함께 위스키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종과 하루를 마치는 종을 손수 울렸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요이치에서는 “리타의 종”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아침 저녁 종을 울린다고 합니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요절했지만 리타여사가 없었다면 닛카도 없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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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떤 여성이길래, 라는 기분으로 두 사람의 사진을 들여다봤습니다. 낡은 흑백사진 속에 한 여성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딘지 그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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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고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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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건물 앞, 아이가 기웃거리는 모습을 쫓아 건물안에 들어서니, 한켠에 쌓인 캐스크(Cask)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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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로 구분된 캐스크들을 들여다보다,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익어갈 위스키의 맛이 궁금해졌습니다. 저 술이 익을 때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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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치증류소에서는 두 곳의 시음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일 세 종류의 닛카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무료 시음소와 빈티지 및 상위 라인의 현행들을 마실 수 있는 유료 시음소입니다. 유료라고 해봐야 싱글샷 기준 빈티지가 700엔, 현행 300엔의 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입니다.

무심코 유료 시음소에 갔더니 노(老)바텐더가 “무료 시음소를 먼저 들러주세요.”라고 하셨습니다. 좋은 술을 나중에 맛보라는 뜻인가보다, 생각하며 무료 시음소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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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시음소 안에는 세 종류의 위스키가 담긴 수 백개의 글래스와 미즈와리(水割り)를 위한 물, 언더락을 위한 얼음, 우롱차가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 종류의 위스키 당 한 잔을 권장한다고 써있지만 더 마신다고 제재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방문했을때는 수퍼 닛카(Super Nikka)와 퓨어 몰트(Pure Malt), 올 몰트(All Malt)가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기꺼운 마음에 싱글과 언더락을 한 잔씩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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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싱글로 수퍼 닛카를 한 잔 더 청해 요이치의 풍경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향기로운 위스키의 향과 요이치의 정취에 속절없이 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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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의 판매소에서 요이치 12년과 싱글 몰트, 수퍼 닛카를 한 병씩 구입하고 유료 시음소로 향했습니다.

빈티지를 청하고 老바텐더의 닛카 얘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요이치 12년은 요이치증류소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데, 하루 100병 한정으로 판매한다고 하셨습니다. 닛카 위스키 중 유일하게 요이치의 보리와 물과 공기로만 빚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잘 구입한거라는 칭찬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다케츠루조차 센다이(仙台)의 보리로 빚는다고도 하셨습니다.)

술이 오르기 시작해 인사를 드렸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또 오겠습니다, 건강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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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에 돌아와 삿포로맥주박물관(サッポロビール博物館)으로 향했습니다. 요이치의 향취에 충분히 취해있었지만 삿포로에 와서 삿포로맥주를 마시지 않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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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쉬는 날이었지만, 다행히 비어 가르텐(Beer Garten)은 정상영업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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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분위기를 뽐내는 거대한 홀에서 두 종류의 양고기 징기스칸과 맥주 무제한 메뉴를 맛봤습니다. 양고기를 무척 좋아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삿포로 생맥주의 맛은 두 말할 필요가 없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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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하게 취해 시내 중심가에 도착하니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이대로는 아무래도 아쉬워 스미레 삿포로혼텐(すみれ 札幌本店)을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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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선배님의 표현을 빌자면, “면과 미소 수프만으로 승부한지 51년 된” 라멘집입니다. 교토(京都)점은 여러번 갔었지만 본점은 처음이었습니다. 얼마나 차이가 날까 기대반 의구심반이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불허전이란 이런데 쓰는 말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미소(味噌)와 시오(しお)라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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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배를 두들기며 전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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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 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날, 호스텔 복도에서 꽤 맘에 드는 격언을 발견했습니다.

“Eat Well Travel Often”

어쩌면, 인생의 격언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그래야겠다,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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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챙겨 특급을 타고 하코다테(函館)역으로, 다시 수퍼하쿠초(スーパー白鳥)로 갈아타고 신아오모리(新青森)역에 도착했습니다. 잠깐 시간이 남아 역 안을 구경하고 신칸센(新幹線) 하야부사(はやぶさ)를 타러 갔습니다. 아오모리까지 와서 사과 한 조각 못먹고 가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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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종착지 도쿄((東京)행 열차에 올랐습니다.

… to be continued

큰 하늘

네무로(根室)에서의 셋째날이 밝았습니다. 동쪽 끝까지 왔으니 이제부터는 길을 되짚어 돌아가는 여정입니다. 3일간 편안히 묵었던 민박집을 떠나 역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일찍 기차여서 주인에게 인사를 못한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낡은 풍경의 시내를 걸어 도착한 역에서 쿠시로(釧路)행 한량을 타고 계곡 사이로 난 간이역을 지나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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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역인가 싶으시겠지만, 정식역이 맞습니다. 다만, 승객들이 역사안에 앉아있거나, 역사를 통과하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을 때 잠시 피하는 셸터(Shelter)에 가까운 것 같았습니다.

네무로로 향할 때는 무심히 지나쳤던 귀여운 역들을 하나하나 눈에 새겨넣었습니다. 이 곳까지 다시 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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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시로역에서 열차를 갈아타고 쿠시로습원(釧路湿原)역에 도착했습니다. 쿠시로습원은 약 2만ha에 달하는, 일본 최대의 습지이자 국립공원입니다. 아시아에서는 3번째로 큰 습지입니다. 1980년 람사르습지로도 등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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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로 지어진 간이역을 벗어나 계단을 오르니 넓은 숲이 나왔습니다. 호소오카(細岡) 비지터스 라운지에 들러 홋카이도산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우유만큼이나 매혹적인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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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오카전망대에서 쿠시로의 하늘을 만났습니다. ‘큰 하늘’이라는 별칭이 어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긴 탄식을 하며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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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어 호소오카역으로 향했습니다. 민박집 안내를 구경하는데 한량이 지나쳐갔습니다. 네무로행 한량처럼 루팡3세의 에피소드가 그려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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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인근의 카누 선착장에서 도로(塘路)호의 하늘을 만났습니다. 낮게 떠있는 구름을 보며 또 다시 긴 탄식을 했습니다. 이대로 무작정 머물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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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를 서성이는데 수달 한마리가 발 앞 물에서 나와 눈을 마주쳐왔습니다. 그다지 사람을 경계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길고양이마저 사람을 피하는 우리나라의 골목 풍경이 떠올라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예정했던 노롯코(ノロッコ)열차 시간이 되어 호소오카역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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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롯코는 JR(Japan Railroad)에서 운영하는 관광열차인데, 밖을 내다보기 좋은 넓은 창과 목재 의자를 갖추고 있습니다. 조명은 구식 전등입니다. 봄, 가을에는 하루 1회, 여름에는 2회 왕복하고, 겨울에는 운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교토(京都)의 아라시야마(嵐山)에서 만날 수 있는 도롯코 열차와는 친척 쯤 되겠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풍경과 승객들을 쳐다보고 있으니, 승무원이 다가와 상장처럼 생긴 승차증명서를 발급해줬습니다. 이런 이벤트를 참 잘하는군,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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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역에 도착해 노롯코에 손을 흔들었습니다. 돌아갈 때도 탈 계획이어서 영영 이별은 아니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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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시로습원의 여러 전망대 중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는 사이, 역 앞 대여 자전거가 동이나버렸습니다. 하릴없이 걸어서 사루보(サルボ)전망대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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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자전거 생각이 계속 났습니다. 터벅거리며 걸어다니기에 좋은 길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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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나이를 먹었을 숲을 걸어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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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서 다시 ‘큰 하늘’을 만났습니다. 눈이 맑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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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한량이 달려가는 모습을 좇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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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되돌아 도로역으로 향했습니다. 쿠시로역으로 데려다 줄 노롯코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느긋하게 풍경을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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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면 한 장면, 쿠시로의 ‘큰 하늘’을 눈에 새겨넣었습니다. 꼭 다시 와보고 싶었지만, 쉽게 올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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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시로역에 도착했습니다. 삿포로(札幌)행 열차가 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넉넉했습니다.

시내를 걸어 항구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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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일본의 3대 항구에 들어갔다는 쿠시로항은 대단한 크기였지만, 쇠락해가는 현실을 어쩔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무척이나 큰 항구에 배가 듬성듬성 떠있는 풍경이 쓸쓸해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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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준비중인 배 앞에 잠시 멈춰섰다가 누사마이바시(幣舞橋)의 뒷편으로 향했습니다. 쿠시로의 또 다른 볼거리인, 안개 낀 네온등의 풍경을 자랑하는 다리입니다만, 밤이면 떠나야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더 깊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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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던져 준 물고기를 뜯던 갈매기가 저를 보고는 무심한 척 멈춰섰습니다. 방해가 된 것 같아 자리를 비켜줬습니다.

쿠시로에서의 저녁을 먹으러 로바다야끼(炉端焼き)집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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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선배님의 설명으로 알게 되었는데, 로바다야끼는 쿠시로가 원조라고 합니다. 쿠시로식 로바다야끼는 은근한 숯불에 각종 해산물과 육류를 구워먹는 음식이었습니다. (90년대 한국에서 유행한 로바다야끼는 이름과 달리 버터로 범벅을 한 철판요리였습니다.) 원조의 맛이 훨씬 맘에들었습니다.

로바다야끼에 곁들여진 쿠시로 특산 사케를 마시고 훠이훠이 쿠시로역으로 열차를 타러 갔습니다. 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도시, 삿포로행 열차였습니다.

… to be continued

 

길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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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무로(根室)에서의 둘째 날은 일본의 땅끝까지 가는 날이었습니다.
이번 여정의 최종 목적지였습니다.

아침 일찍 차를 빌려 히가시네무로(東根室)역으로 향했습니다. 역무원이 있는 역으로는 네무로역이 JR(Japan Railroad)의 최동단이지만, 전체 역 중에서는 히가시네무로역이 최동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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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사이에 숨어있는 역에는 플랫폼과 표지판, 시간표 정도가 걸려있었습니다.

열차가 오려나, 잠시 서성이다 셀프를 찍고 하나사키(花咲)항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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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北海道)자체가 그렇지만, 네무로는 서로 오오츠크(Okhotsk)해에 동으로 태평양에 닿아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와는 40km 정도 밖에 떨어져있지 않을 만큼 가깝습니다. 네무로에서는 종종 러시아어로 쓰여진 간판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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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사키 항의 고요함이 이질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바람이 무척 불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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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는 갈매기들이 점령한 것 같았습니다. 빨갛게 칠한 등대를 향해 걷다가 침입자 취급을 당하고는 멈춰섰습니다.

느릿느릿 입항하는 배와 방파제의 풍경을 뒤로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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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 입구에서 보아둔 식당에서 하나사키라멘을 주문했습니다.
하나사키 한마리를 통으로 넣고 미역과 파로 맛을 낸 라멘에서는 바다의 향이 느껴졌습니다.

만족스럽게 배를 두들기며 네무로쿠루마이시(根室車石)를 보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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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옆으로 길을 내려가니, 원시 그대로의 태평양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한국에서 보던 바다와는 그 규모도 성격도 전혀 다른 바다인 것 같았습니다. 가까이 가면, 언제라도 집어삼킬 듯한 파도를 두려운 마음으로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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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게도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머리를 흔들어 떨쳐내고 돌아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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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되짚어오다 119년 되었다는 네무로 시립 초등학교에 잠시 들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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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예쁜 건물이네, 생각하며 돌아서다 길 건너편의 폐가를 발견했습니다. 돌아보니 인근에 폐건물이 많았습니다. 이쪽도 인구감소가 심각한가보다,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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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역 스완 44(道の駅スワン44)로 향했습니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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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역 스완 44는 네무로와 쿠시로(釧路)를 잇는 44번 국도 위에 있고, 일본 최대의 고니 도래지인 후렌(風連)호 조망지로 유명합니다. 그런 연유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습니다. 일본 최동단 휴게소이기도 한데, 스템핑을 하기 위해 찾아온 바이커(Biker)들이 북적거렸습니다. 철도역에서만 스템핑을 하는 줄 알았는데, 휴게소에도 스템프가 마련되어 있는게 신기했습니다.

비를 잠시 피하고 삼각우유를 마시고 오치이시미사키(落石岬)를 보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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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사키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민박집에 잠시 멈췄습니다. 이런 곳에 지내면 참 좋겠다, 생각하다가도 저 바다를 매일 보고 있으면 정말 뛰어내릴지도 몰라,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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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이시키미사키로 가는 길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 같았습니다. 차량 출입을 막고 있는 게이트를 지나 초원으로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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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걷다가 사슴가족을 만났습니다. 귀를 세우고 이쪽을 살피는 모습이 귀여웠습니다.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 만나는 사슴은 야쿠시마(屋久島) 이후 두번째입니다. 이곳도 야쿠시마 못지 않은 원시지대인가보다,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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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표지판을 지나 길의 끝까지 나아갔습니다. 다시 태평양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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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런, 또 뛰어내리고 싶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바다에 홀리려나보다, 생각하고 돌아섰습니다.

본래는 등대를 찾아간 것이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 곶의 끝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맘에드는 풍경은 발견했지만 초원을 헤매다 옷은 다 젖고 말았습니다. (풀이 허리까지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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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세워 둔 곳에서 여우를 만났습니다. 경쾌한 걸음으로 걸어오던 녀석은 차를 지나 풀숲으로 사라졌습니다. 네무로에 도착한 날도 여우를 만났었지만, 늦은 밤이라 잘 볼 수 없었습니다. 대낮에,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 사슴에 이어 여우라니, 뭐랄까 기분이 묘했습니다. 더 이상 보이지 않았지만, 숲속에 있을 녀석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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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의 풍경을 뒤로하고 한참을 달려 마지막 목적지 노사푸미사키(納沙布岬)에 도착했습니다.

갑작스런 일본 종단 여행을 하게 되어,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왔습니다. 거리만으로도 3,600km입니다. 긴 여정으로 피곤했지만 꽤나 근사한 여행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동행에게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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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 등대로 가기 전 기념공원에 들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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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공원은 러시아와의 쿠릴열도(러이사명 ури́льские острова́, 일본명 千島列島)분쟁 선전물로 가득차있었습니다. 멜랑콜리와는 거리가 멀었고, 자꾸만 독도분쟁이 떠올라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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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의 복잡한 계산과는 달리 태평양은 이곳에서도 의연하고 장엄한 풍경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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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끝 등대 뒤편으로 걸어갔습니다. 어쨌든 여기까지 왔군, 자축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언가 한 고비를 넘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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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태평양을 한번 더 보고 숙소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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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의 고장답게 너른 초원에는 수많은 가축들이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소에게 인사를 건네다, 오사카에서 온 남자가 생각났습니다. 그의 행운을 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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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람개비의 풍경을 지나, 오오츠크해를 바라보며 길을 달렸습니다. 태평양과 달리, 오오츠크해는 고요한 풍경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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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무로 시내로 이어지는 긴 길에는 어스름이 내리려 하고 있었습니다.

… to be continued

동쪽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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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본의 동쪽 끝 네무로(根室)까지 가는 날입니다. 네무로는 태평양에 연한 도시로, JR(Japan Railroad)의 최동단 역이 있습니다. 이번 철도여행의 종착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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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小樽)를 떠나 삿포로(札幌)에서 수퍼오조라(スーパーおおぞら)를 타고 쿠시로(釧路)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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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너머로 너른 평야와 제법 높은 산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한참을 달린 기차는 어느새 태평양에 다가갔습니다. 늘 동해, 서해, 남해와 같은 해(海)를 보다가 마주친 양(洋)은 그 규모부터가 다른 것 같았습니다. 파도의 너비도, 그 높이도 전혀 다른 바다의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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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바다의 풍경에 홀려있는 동안 열차는 쿠시로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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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시로는 약 2만ha에 이르는, 일본에서 가장 크고 아시아에서 세번째로 큰 쿠시로습원국립공원(釧路湿原国立公園)이 있는 도시입니다. 천혜의 자연 환경일 뿐 아니라, 아칸(阿寒), 굿샤로(屈斜路), 마슈(摩周) 등 절경을 간직한 호수로 가는 관문이기도 합니다. 쿠시로에는 돌아오는 길에 들르기로 하고 서둘러 네무로행 한량을 타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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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의 뒤에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한량이 다니는 선로답게 단선으로 이뤄진 철로는 좁은 숲과 계곡 사이를 지났습니다. 사슴가족이 길을 건너는 장면을 보고 누가 더 소박한 지를 겨루기라도 하듯 이어지는 간이역들도 지나쳤습니다.

무슨 이벤트 중인 것 같았는데 루팡3세(ルパン三世)의 캐릭터들이 역마다 지키고 있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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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스름으로 물들어가는 습원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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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인지, 호수인지, 하늘인지 알 수 없는 풍경 속으로 한참을 달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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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네무로역에 도착했습니다.

컴컴한 플랫폼에서 한량에 인사를 하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