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여행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살고 있다.

중,고등학교때 까지만 해도 늘 주위에 친구가 있었고 외로움을 느낀적이 없었다. 일본으로 옮겨온 후에도 누구보다 사교적이었다. 주말이면 일본애들과 목욕탕을 다녔고 형제 처럼 지낸 친구도 여럿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위화감이 엄습해 왔다. 그 위화감은 바로 외로움 이었다는 사실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자각을 했다만…그래서 은둔형 외톨이의 길을 걷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직업상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끔 참여 하지만 늘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그 자리가 부자연스럽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일부러 여행을 떠나지 않는것은 아마도 그런 일상 자체가 내게는 여행이기  때문일 것이다.

 

 

 

 

 

상실과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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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아버님 뵙고 내려오던 길이 순하고 편했습니다.  문경/2018.5]

상실과 부재

주말이면 아버님 떠나신지 일곱 번의 칠일 째가 되는 날입니다. 남은 자에겐 이별과 상실을 맞는 배려의 시간이었습니다. 때때로 한 덩어리 슬픔이 울컥 올라와 목구멍을 틀어쥐고 있으면 저절로 눈물이 쏟아집니다. 꺼억꺼억 어깨를 들썩이다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크게 숨을 들이키면 눈물이 잦아 들곤 합니다. 이십여 년 병원에서 보내신 장엄한 시간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남은 자는 남은 자의 이유로 당신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닿을 수 없는 아득함에 몸서리칩니다. 고단한 서사의 복기는 불능입니다. 일곱 번의 칠일은 어쩔 수 없음의 어쩔 수 없음을 긍정하는 시간입니다. 상실과 부재의 아픔은 치유의 시간을 거치면서 승화되어 갑니다.

주고 가신 것이 큽니다.
당신 곁에서 축제를 열겠습니다.

 

똥손의 필름생활 엿보기

나는 똥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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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저지르는 어이없는 실수에 페친들은 이제 덤덤해하는듯. 가깝게는 지난달 현상액 대신 맹물을 넣는 바람에 두 롤을 통째로 날려먹은 사건부터 필름이 든 채로 카메라 하판을 오픈한다거나, 다 찍은 필름을 현상릴에 전부 감기도 전에 암백을 해맑게 열어버리는 등 필름을 시작한 후 크고작은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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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맹물현상 + (오) 하판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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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얼핏 망할놈의 똥손남에게 다소 벅차보였던 ‘필름으로 찍고 직접 현상, 스캔까지 하는 일련의 과정’을 그럭저럭 잘 해온 것 같다. 디카로 입문 후 필름으로 역주행하기까지 수많은 선택과 고민, 주변의 도움과 더불어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이에 즈음하여 한때의 나처럼 필름으로 ‘즐기는’ 사진에 대해 궁금하지만 두려움 혹은 걱정이 앞서는 분을 위하여 비록 ‘정석’은 아닐지 몰라도 ‘즐기기’에는 적당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고자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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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에 앞서 디카와 달리 필름으로 하는 사진생활은 왠지 돈, 시간, 노력 같은 것들이 많이 들 것 같다. 실제로도 필름전성시절에 비하면 필름값이 많이 올랐으며 한때 스타벅스만큼 흔하던 동네현상소들마저 거진 사라져버렸으니 불편하기도 하다.

흑백필름을 주로 쓰는 입장에서 현상소 문제는 직접 현상하면 되니 큰 장애가 아니라지만 비용 문제는 나도 궁금했다. 그래서 한번 계산해봤다. 디지털카메라와 마찬가지로 초기 투자가 필요한 필름카메라와 스캐너 구입 비용은 별도로 하고 소모품 위주로 계산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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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물품>
① 필름: ilford hp5+ 100 feet roll film – 65불
② 현상액: kodak d-76 – 7불
③ 정착액: kodak fixer – 13불
④ 수세촉진제: kodak hypo – 7불
   * 가격: ‘18년 5월, B&H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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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피트 벌크필름을 필름로더로 감으면 36방짜리 20롤을 만들 수 있다. 20롤에 7만원이니 국내 유통되는 흑백필름의 반값인 롤당 3500원으로 해피 프라이스!

현상액, 정책액, 수세촉진제 역시 파우더 타입의 제품은 한 봉지당 1 갤런(3.8리터)의 솔루션을 만들 수 있으며, 이 역시 직구하면 국내 유통가의 절반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여기서는 연간 소요비용 산출에 있어 편의상 일주일에 1롤 소비를 전제하였고, 필름과 현상액은 1회 사용, 정착액과 수세촉진제는 3회 재사용으로 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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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1롤이면 자가현상을 기준으로 연간 218,605원으로 나온다. 주당 4,200원 꼴이니 아메리카노 1잔값인셈. 누군가에게는 이 금액조차 클수도 있고 반대로 그렇지 않을수도 있으니 금액의 크고작음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며, 이제 본격적으로 벌크필름으로부터 필름을 준비하고 촬영된 필름을 현상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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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필름 준비하기

필름로더에 벌크필름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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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들지 않는 암실에서 오로지 손감촉에 의지하는 작업이라 밝은 데서 여분의 필름스트립을 가지고 사전 연습이 필요하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로더 배출구로 필름을 끼울 때 아래와 같이 삼각뿔 모양으로 자르면(물론 암실에서) 그닥 어렵지 않게 필름 끝단부를 밖으로 빼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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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필름로더, 100피트 롤필름, 가위, 암실(이를 테면 야밤에 창문 없는 화장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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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착방법>
① 필름로더 뚜껑을 미리 열어두고 손이 닿는 위치에 가위를 준비함
② 화장실 불을 끄고 완전히 빛이 차단된 암실상태에서 100피트 롤필름 상자뚜껑을 열면 손바닥 크기의 롤필름이 검은 비닐봉지로 포장되어 있음
③ 봉지에서 필름을 꺼낸 후 점착 테이프로 고정되어 있는 필름 끝단부를 찾아 떼어냄
④ 필름 끝단부를 찾아 준비된 가위를 이용해서 (대충) 삼각형 모양으로 커팅
⑤ 필름로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필름 끝단부를 빼낸 후 톱니바퀴에 걸리는게 확인되면 필름 전체를 필름로더 축에 끼운 뒤 뚜껑을 닫음
  * 유튜브 참고영상 – How To: Bulk Load Film by Tim Heub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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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로더를 이용한 감은필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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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필름로더, 끝단부가 조금 남아있는 빈 필름통, 가위, 스카치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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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착방법>
① 빈 필름통 끝단부에 스카치테이프를 절반가량 접착되도록 붙임
② 방향에 유의하여 필름로더에 혀처럼 빠져나와 있는 필름과 연결 (필름의 툭 튀어나온 꼭지부분이 오른쪽으로 향하게)
③ 필름을 되감아 빈필름통을 필름로더에 밀착시킴
④ 뚜껑을 덮고 필름카운터를 ‘▲’에 맞게 다이얼을 조정한 후 ‘크랭크’를 끼움
⑤ 크랭크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필름 카운터가 돌아감과 동시에 필름이 감기기 시작함
⑥ 시중에 파는 필름과 유사한 길이를 말아넣기 위해서는 필름카운터를 ‘▲+1’에 위치할 때까지 크랭크를 돌림
⑦ 다 감았으면 크랭크를 빼고 뚜껑을 열어 적당한 길이로 빼낸 후 필름을 자름
⑧ 카메라 로딩이 쉽도록 끝단부를 곡선 모양으로 잘라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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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촬영이 끝난 필름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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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릴에 끼우려면 필름 혀가 나와있어야 한다. 그러니 한 롤 촬영이 끝나면 리와인딩을 끝까지 하지말고, 충분히 감았다싶으면 천천히 돌리면서 딸깍하고 풀리는 소리와 느낌(?)을 기다린다. 이 때 반바퀴 정도만 더 돌린 후 필름을 빼면 적당히 혀가 나온 상태로 필름을 뺄 수 있다. (라이카 M6 리와인딩 놉의 경우 32번 가량 회전하면 풀림)
그래도 필름이 들어가버렸다면 ‘Film Picker’라는 도구를 사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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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필름피커, 혀가 말려들어가버린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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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방법>
① 필름통 입구에 필름피커의 ‘1번’ 부분을 끼움
② 필름피커와 필름통을 잡은채로 ‘2번’ 버튼을 필름으로 밀어넣기
③ 이어서 필름피커와 필름을 잘 고정한 채로 반시계방향으로 필름을 감으면 ‘딸깍’하는 소리가 들리는 지점이 발생함
④ ‘딸깍’소리가 들리면 감는 것을 중지하고 ‘3번’ 버튼을 필름으로 밀어넣기. 이때 필름이 밀려 돌아가지 않도록 꼭지까지잘 붙잡아 고정시켜야 함
⑤ 마지막으로 필름을 빼기 위해 필름피커를 필름통으로부터 당겨 빼면 필름 끝단부가 ‘메롱’하듯 튀어나옴. 이때는 반대로 필름이 내부에서 잘 돌아 빠지기 쉽도록 필름꼭지를 고정시키지 말아야 함

* 유튜브 참고영상 – How to retrieve the film leader from a 35mm cassette using a film picker by Jack the Hat Photo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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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 찍은 필름, 현상 릴에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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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성들여 찍은 필름을 현상해 볼 차례다.
현상을 위해서는 다 쓴 필름을 릴(Reel)이라는 장치에 두루마리 휴지 말듯 감아넣어야 하는데, 자가현상을 준비하면서 제일 걱정되고 까다로워보였던 작업이기도 했다. 유튜브 영상으로 여러 번 숙지한 후 암백에서 첫 릴을 감았고 입구만 잘 찾아끼워넣으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니 너무 걱정하진 말자. 개인적으로 초기에는 암백을 이용했으나 좁고 답답한 관계로 화장실에서의 작업을 선호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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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암백 혹은 암실, 다찍은 필름, 현상릴(Reel), 현상탱크, 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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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는방법>
① (옵션) 현상 릴(Reel)에 잘 감기도록 필름 끝단부 양 귀퉁이 커팅해서 준비해 둠
② 현상을 앞 둔 필름은 100% 차광된 공간에서 릴에 감아야 하므로 암백을 이용하고, 암백이 없는 경우 완전히 해가 진 후 창문이 없는 화장실에서 불 끄고해도 좋음
③ 암백에 필름, 가위, 현상탱크, 현상릴을 넣고 손끝 감각에 의존하여 플라스틱 릴에 감은 후 가위로 커팅
④ 릴에 모두 감았다면 현상탱크에 릴을 넣고 뚜껑을 확실하게 닫아 차광한 후 암백에서 빼냄
* 유튜브 참고영상 – Loading 35mm Onto Patterson Reel by Nam Tran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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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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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은 노광된 필름을 적절한 약품처리를 통해 이미지를 나타내는 과정이다. 크게 “현상-정착-수세”의 과정을 거치는데, 라면 끓이는 것보단 좀 더 복잡하지만 어쨋든 요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냄비-현상탱크에 재료-필름을 넣고 물과 양념-현상약품-을 레시피에 따라 요리해주면 그럴듯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참고로 라면 따라 레시피가 다르듯 필름 따라 현상시간이 다른데, 구글에 ‘(필름이름) Datasheet’로 검색하면 제조사에서 공개한 표준 현상데이터를 쉽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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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6 35mm 400/27 기준으로 제조사별 주요 필름의 현상시간은 아래와 같다.

– Ilford : HP5+ 400 11분, Delta 100 9.5분, Delta 400 14분, FP4 125 9분, PanF 50 6분
– Kodak : 400tx 9.75분, Tmax 100 9.5분, Tmax 400 12.5분
– Fujifilm : Across 100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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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 현상탱크, 현상릴(플라스틱 릴 추천), 필름피커, 암백, 가위, 온도계, 비어커, 필름클립, 타이머 혹은 현상어플(iOS의 경우 무료앱인 “Develop!” 추천)
– 현상액, 정지액, 정착액, 수세촉진제, 포토플로(수적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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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방법>  * Ilford HP5+기준

a. 전습(Pre-wetting), 물 20도 내외, 1분간 실시
– 전습액 투입 후, 1분간 연속 교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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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현상(Develop), D76 working solution 300ml : 물 300ml, 현상액 온도 20도, 11분간 실시
– 현상액 투입 후 60초간 연속교반
– 30초마다 5초 교반
– 마지막 10초 전부터 버리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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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정지(Stop-bath) Kodak Indicator Stop bath, 스탑배스 9.6ml : 물 590.4ml, 20도 내외, 1분간 실시
– 정지액 투입 후 1분간 연속 교반 실시
– 노란색의 용액 색깔이 보라색으로 변할때까지 재활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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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정착 (Fix), 파우더 타입으로 만들어 둔 Kodak Fixer 600ml (working soltuion 600ml), 20도 내외, 10분간 실시
– 현상방법과 동일하게 교반
– 최초 1분간 연속교반 후 매 30초마다 교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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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수세 (Washing) , 파우더 타입으로 만들어 둔 Kodak Hypo Clearing Agent를 물과 1 : 4비율로 희석 (stock solution 120ml : 물 480ml)
– 흐르는 물에 30초 수세 (수시로 교반 및 물교체)
– 수세촉진제에 2분 연속 교반
– 흐르는 물에 5분 이상 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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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포토플로 (Photo Flo), 1 : 200 비율(3ml : 600ml), 1분 담그기
– 포토플로에 1분간 담그면 됨. 거품 생기므로 교반금지
– 필름클립에 끼운 후 그늘진 곳 매달아 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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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자잘하게 준비할 것도 많고 절차도 복잡해보이지만, 약품 섞는 ‘비율’과 ‘온도’ 그리고 ‘시간’만 잘 지키면 별 문제 없이 현상이 잘 되어나온다.

제시된 수치들은 한 치의 오차 정도는 가볍게 허용해주므로 너무 강박적으로 맞출 필요는 없으니 안 그래도 머리아픈 세상 이런걸로 스트레스 받지는 마시라. 다만 현상과정의 화학반응은 온도에 민감하므로 현상액 온도만은 최대한 20도±0.5로 맞추어 작업하자.

 * 유튜브 참고영상 – Developing B&W film by Matt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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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현상 이후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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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된 필름은 6컷씩 잘라 “니콘 쿨스캔 4ED”로 스캔한다. 최대 해상도 TIFF포맷으로 스캔하며, 1컷에 2분정도 소요되므로 1롤 38컷을 다하면 통상 1시간 30분 가량 걸린다. 스캔이 끝난 6컷짜리 필름스트립은 “HAMA Negative Sleeves”에 끼워 바인더 형태로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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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FF파일은 ‘촬영날짜_촬영장소_필름명”의 형태로 작명된 폴더에 저장한 후 포토샵 힐링브러시와 도장툴을 이용해 스캔이미지의 결함(먼지, 스크래치 등)을 제거해준다. 이로서 필름의 ‘디지털 원본’을 확보하게 되며, 원본파일들은 라이트룸으로 Import 후 트리밍과 후작업, 리사이징(900~1200px)을 통해 블로그나 SNS용 사진을 별도로 Export하여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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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 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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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좋아하다가 카메라 좋아하게 되었듯 차 좋아하다가 도자기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도자기는 아름다움과 함께 쓰임이 있습니다. 당대 최고 기술로 만들어지지만 쓰임은 참이나 인문적입니다. 이렇듯 카메라와 도자기는 닮은 듯 과학과 인문이 만나는 접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아름답고 매력적이죠.

차 마시다가 문득 카메라 그림이 있는 백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시작이 그렇듯 무료를 넘어서는 어떤 것이 필요했을 겁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습니다. 카메라 하나 그려 넣어 보자는 간단하고 단순한 시작이었죠. 취향저격 훌륭한 도공께 라이카 사진 몇 장 보내서 가능유무를 타진해 봅니다. 다행히 만들어 주겠다십니다. 기성품에 그림 입히는 정도면 비교적 간단할 테지만 새로운 시도라면 잔 하나 주문하는데도 크기, 용량, 형태 등 결정해야할 요소가 많습니다. 이렇게 처음 소통을 시작한 것이 지난 삼월이었어요. 그 후 때때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마다 몇 차례 의견이 오고갔습니다.

“담 시리즈에는 관찰자가 등장하는데, 윗 사진들은 원하시는 바를 명확히 이해하게 하네요.^^”
이 한 마디에 맘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한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생각보다 빠른 출력입니다. 사진을 본 순간 제게서 나온 첫 마디는

“대박” 그리고 “야호~~~”

‘Leica … 我’
작가가 작품에 부여한 이름입니다.

‘라이카를 주제로 주문하셨습니다. 여러 장의 관련 사진들과 원하시는 기형에 가능한 얇게, 사진 자료들 중에서 라이카 로고와 주문자로 추측되는 인물과 사진 중 인물을 재구성해서 관찰자로 등장시켰습니다.’
작가의 작품 설명입니다.

함께 감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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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때 마다 놀랍고 기분좋은 포장입니다. 포장이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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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요

빨간 로고가 백자와 잘 어울립니다. 로고를 노출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다가 로고가 강조되지 않은 이미지들을 골라서 보냈습니다만 작가는 욕망을 놓치지 않습니다. 강렬한 빨강이 이글거리면서 솟아 오릅니다. 일출과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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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요

두 명의 관찰자가 등장합니다. 둘 다 저라고 우기는 중입니다. 빨간 로고와 황금로고 포인트가 자극적입니다.  훔쳐보기를 좋아합니다. (정당성 여부는 다른 기회로 미뤄두고) 욕망은 파인더를 거치면서 직접적이고 강력한 힘을 부여받습니다. 셔터를 끊는 모든 순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경험하게 되는 짜릿함은 ‘오르가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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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요

처음 보냈던 이미지를 그려 넣었군요. 이야기를 넣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 때 이렇게 카메라 그림하나 달랑 넣고 말 요량이었습니다. M3가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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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요

가장 맘에 드는 대목입니다. 커다란 바위 뒤에 숨어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신윤복의 그림 한 대목처럼 미인도의 그녀가 목욕하는 장면이라도 훔쳐보는 것일까요? 라고 물었더니 이런 상상은 못 쓴다고 하시네요. 중국친구에게 보여 줬더니 단박에 저 닮았다며 박장대소 합니다.

 

잘 만든 물건에 대한 끌림은 무차별적입니다. 자연에 배태된 여러 가지는 불의 심판을 거쳐 여러가지 느낌으로 말을 걸어 옵니다. 도자기의 매력입니다. 좋아하는 차와 도자기에 좋아하는 사진과 카메라를 통섭하는 일이 재미를 넘어 의미가 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선생님! 다음 작업하실 때 이번 잔 컨셉을 이어서 개완하나 만들어 주실 수 있으실지요?”
좀전에 보낸 문자에요.^^

 

* 엮인 글 : 라이카 단상

셔터 속도가 느려질수록, 사진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꼭 그러잡은 바디, 조심스럽게 누르는 셔터 버튼. 그리고 이내 열렸다 닫히는 셔터. 셔터가 열러있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필름은 조용히 그 순간을 받아들인다.

흔들리지 않고 정확하게 멈춰세운 시간을 보기 위해 우리는 밝은 렌즈와 셔터 속도에 열광하지만, 그 열광속에 놓치게 되는 순간이 분명 존재한다. 어쩔수 없는 불편한 상황에서 욕심은 내려놓고 당시를 즐겨보고자 했다. 안나오면 뭐 어쩔 수 없지. 렌즈 밝기 F6, 잔뜩 흐려 부슬비가 내리는날, 그리고 감도 200의 필름은 모든것을 내려놓고 그 상황을 그저 즐기라고 나를 재촉했다.

비가 오는 골목에서도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맑은 날에 비하면 한결 느려진 속도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활기는 잃지 않은 채였다. 어디론가 이동하는 와중에도 커다란 짐을 자전거에 싣고, 팔 것을 어깨에 지고 있었으며, 그 와중에도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걸 잊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런 장면 장면 속에서 사람 사는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

비록 부슬비가 머리와 옷을 적시다 못해 카메라 까지 눅눅하게 만드는 상황이었지만,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나서 일에 지쳐 한동한 무미건조했던 내 마음도 촉촉하게 젖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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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IIIc / Orion-15 28mm F6 / Fujifilm C200

Hanoi. Vietnam.

문득문득 생각나는

작년 1월, 가고시마 여행을 위해 全규슈 레일패스를 끊었다. 물론 남규슈의 명물 하야노토카제, 이사부로-신페이 그리고 SL히토요시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드디어 레일패스의 구매 명분이었던 클래식 특급열차여행을 시작하는 날이 되었고, 우리는 가고시마츄오역을 출발해 요시마츠까지는 하야토노카제를, 요시마츠에서 히토요시까지는 이사부로-신페이를 이용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장 기대가 컸던 (클래+무식하게 진짜 석탄을 때워 동력을 얻는) 증기기관차 SL히토요시는 운휴상태였다. 매년 12월부터 익년도 2월까지는 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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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단 이사부로-신페이의 종착지인 히토요시역에 내려 잠시 고민에 빠졌다. 비록 증기기관차는 아니지만 다른 열차를 타고 예정대로 구마모토로 갈지 아니면 그냥 다시 가고시마로 돌아갈지 생각하는데, 자그마한 히토요시역 구내에 관광안내소가 문득 눈에 들어온다. 호기심에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니 화려하지 않지만 일본 특유의 정갈한 실내가 맘에 든다. 마침 한국어로된 관광지도가 있어 하나 집어 들었다. 안내서에는 히토요시가 ‘규슈의 작은 교토’로 소개되어 있었는데, 마법의 주문과도 같이 ‘교토’라는 말에 우리는 그만 마음을 쏙 빼앗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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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ittleKy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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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요시(人吉),

이름만으로도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동네다. 사전정보 없이 미지를 탐험(?)하는 것 또한 여행의 재미 아니겠냐며 우리는 반나절 가량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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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광장에는 지금은 없어진 히토요시성 천수각을 축소한 모형 시계탑이 세워져 있다. 정시가 되면, 인형극을 볼 수 있다는데 짜드라 그런데 별 관심 없는 우린 그냥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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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몬 옆에서 포즈 한번 부탁했더니 저 모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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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10분 정도 걸어 나가면 아오이 아소 신사에 도착한다. 규슈에서 두번째로 국보에 등재된 신사라는데 별다른 감흥은 없다. 당연히 첫번째가 어딘지도 안물안궁. 그보단 경내에 있는 도도한 장닭들이 오히려 재밌었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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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도에 표시된 추천 방문지를 보니 인구 3만의 조용한 도시에도 꽤 훌륭한 주조장이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신사를 나서 잔잔한 구마강 다리를 건넌 후 히토요시 특산품 구마소주를 제조하는 센게츠주조장으로 향했다. 주조장에서는 무료견학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입구 안내소에서 신청서를 써낸 후 잠시 기다리면 안내자가 나온다. 견학자가 많지 않은 한적한 곳이라 가능한 운영형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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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가량 안내자의 설명이 곁들여진 소주공장 견학의 마지막은 ‘시음&쇼핑’이었는데, 방 전체가 술판(?)이다. 테이블마다 원재료와 도수 그리고 숙성기간에 따라 각기 다른 종류의 소주 8병이 놓여있고 시음용 잔이 함께 비치되어 있었다. 1인당 시음시간은 15분이고 안주는 제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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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큰한 낮술 몇 잔을 뒤로하고 다음코스는 히토요시 성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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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 x-t1, xf 23mm f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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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summicron 35mm f2, ilford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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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정문인 오테몬이 있던 자릴 지나 히토요시성 역사관 건물 앞쪽에 병풍처럼 늘어선 고목들이 시선을 붙들어맨다. 나는 같은 포지션에서 디카랑 필카를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었는데, 나란히 놓고보니 흑백필름은 마치 앞으로 자라날 가지마저 영혼의 붓이 그려넣은 듯 한결 드라마틱하다. 비록 늦은 시작이었으나 지금은 필카가 주력이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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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성터를 한바퀴 둘러본다. 12세기부터 19세기 유신으로 히토요시 번이 폐지될 때까지 이 지역의 맹주였던 사가라 가문의 성이 있던 자리이며 지금은 검은 석벽과 성터만 남아있다. 석축계단을 따라 산노마루, 니노마루에 오르면 한가로운 히토요시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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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말 비수기의 영향이었을까? 성터를 둘러보는 내내 관리인으로 보이는 서넛과 행인 몇몇을 본 게 다일 정도로 조용한 곳이었다. 잘 가꾸어진 숲과 돌계단 그리고 허리 굽은 늦오후 햇살은 가족들과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걷기에 완벽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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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 예상치 못했기에 더욱 만족스웠던 여행의 족적을 복기 중인 여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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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간은 짧은 반면 일상은 길고도 지루한 법이다. 하지만 영원히 끝나지 않을듯 따분한 일상 중에도 불현듯 생각나는 여행의 순간이 있기 마련인데, 여행이 끝나고 1년이 흐른 지금 히토요시는 나에게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런 곳 중의 하나로 정착되었다. 우리가 문득 히토요시를 찾았던 우연한 첫 만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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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ittleKyoto map
The ‘little kyoto’ map

홋카이도 시뮬라크르

눈이 내린다. 내리는 눈은 세상을 공평하게 덮는다.

강설이 누적 됨에 따라 땅 위의 존재들은 차츰 모습을 감추고 (그 중 운 좋은 녀석들은) 그의 부재를 알리는 표식들 만이 덩그러니 세상에 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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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홋카이도에서는 독특한 도로 표식을 만날 수 있는데, 눈 덮인 도로의 경계를 운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도로 끝선을 나타내는 역화살 표지판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 되어 있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도로표지판이 아무리 그곳이 도로의 끝이라 우겨도 눈 녹은 도로 모습을 본 적 없는 나는 눈 밑 도로의 존재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커브길을 주의하라는 안내판 역시 이와 마찬가지. 별다른 도리 없이 그리 맹신할 수 밖에 없다. 바로 이 순간 표식은 나에게 실재를 반영한 시뮬라크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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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홋카이도의 동토에서 만나는 표상 되어진 것들의 세계는 원형들의 세계를 훌쩍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발산했다. 지극한 아름다움은 진리와 맞닿아있기에 필연적으로 원형의 우위가 부인되는 지점이 발생했고, 질 들뢰즈의 말처럼 나는 홋카이도의 설경에 매료되어 시뮬라크르 찬양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낯선 여행자 앞에 던져진 기호들이 사라진 존재를 압도하고 맹목의 진리로 작동하는 겨울 홋카이도는 표상 되어진 가상이 실재를 대체하는 그야말로 진실된 하이퍼 리얼리티의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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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쌔끈했던 하이퍼 리얼리티로부터 구차한 현실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나는 흑과 백의 톤으로 걸러져 채 또 한번 기원을 상실해 버린 그러나 동시에 독자적인 생명을 획득한 몇 장의 시뮬라크르를 통해 설국의 추억을 더듬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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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aken with summicron 35mm, ilford hp5+

목요 자유부남

목요 자유부남

어제 목요일 급 하루 휴가가 생겨서 여기저기 좀 쏘다녔습니다.

우선 아침에 간단하게 두유 한잔 원샷하고 피사장님 계시는 대구로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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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뵈었지만 형님은 여전히 그 미소 그대로 저를 맞이해 주십니다.

밥부터 먹자며 저를 끌고간 곳은 정말 “할매”가 해주시는 추어탕집이였습니다.
저희 집안은 안동이 고향입니다.
그래서 경북음식이 너무 반가웠습니다.
할매가 내주신 맑은 국물의 추어탕도 넘나 맛났지만
곁가지로 나온 겉절이가 얼마나 맛나던지,
보기엔 참 간단해 보이는데 이게 왜 부산서는 그 맛이 안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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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르게 밥 잘 먹고 인근 다원으로 들어 갔습니다.
들어서기 전에 형님께서 여긴 뭐 내가 오히려 가르쳐주는 그런 곳이야라고 말씀하실땐
뭔가 일반인은 알수 없는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역시 대구 이곳은 그의 나와바리인 겁니다.
보이차와 귤(?)을 15년 이상 말린 차를 우려 주셨는데
차 맛이 이렇게 오묘하고 깊고
담는 용기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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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너무 많이 마셔 화장실 들렀다 바로 대구의 필름 성지 솔리스트로 향했습니다.
예전부터 형님께 대구 가면 꼭 솔리스트에 한번 데려다 달라고 조르곤 했었는데 드디어 제가 갑니다.
그렇게 만나뵌 솔리스트 선생님은 너무나 반듯하고 깔끔하셨습니다.
그 성향 그대로 흑백인화물들도 얼마나 정직하고 깔끔하게 뽑아내시는지
저는 그런 성향이 참 좋았지만 약간 깔롱한걸 좋아하시는 울 피형님은
좀 더 양념을 쳐주면 좋겠다고 의견을 몰래 저한테만 주셨습니다.
제가 본 솔리스트는 네가인화의 정점에 다달은 현상소였습니다.
샘플로 몇장 본 수작업 네가 인화의 사진들이 어쩜 그렇게도 이쁜지
톤과 느낌이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늘 흑백만 다루어 왔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네가로도 좀 찍고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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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울 설계자 동생이 열심히 뺑이치고 있는 건천으로 찾아갔습니다.
네비의 목적지인 건천읍사무소에 도착해서 보니 여긴 어디? 나는 어쩌다?
결국 내가 진짜 건천까지 오고야 말았구나.

조금 기다리니 울 피요동생이 일에 찌든 얼굴이지만 공장에서 탈출해서 반가운 마음으로 저를 맞아줍니다.
언제나 늘 그렇듯이 갈비뼈 부서지게 부둥켜 안고 먼저 말을 꺼냅니다.
행님 소고기 무글래요? 잡어매운탕 무글래요?
도시에선 흔히 먹기 힘든 민물매운탕을 먹기로 하고 건천 최고 맛집 현일식당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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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로컬맛집은 다릅니다.
저녁 시간에 이 외딴 곳에 사람들이 꽉 찹니다.
딱 안동에 어른들이랑 형님들이 해 먹던 그 맛입니다.
민물매운탕 몇숟가락 떠먹으니 울 아버지가 참 좋아하시는데 하는 생각이 납니다.

저녁 배불리 먹고 추위도 피하고 담소도 더 나눌겸 커피 한잔 마실려고 하니
어설픈 건천표 아메리카노 보단 이번 기회에 같이 지역 다방으로 한번 가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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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다방 아가씨를 기대하며 들어선 우리의 선택지 백조다방엔
불행히도 아가씨는 없었습니다.ㅠㅠ
쌍화차랑 말 그대로 다방커피를 한잔씩하며 새로 장착했다고 하는 orako를 들여다 봅니다.
역시 설계자는 틈을 주지 않습니다.

다시 야근하러 들어가는 동생을 뒤로하고 차의 방향을 퐝으로 돌립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뿡회장을 만나고 가야 오늘의 마무리가 되는거죠.
퐝 공식 만남의 장소 파스쿠찌 지곡점에서 조인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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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도착해서 차를 마시고 있으니 저쪽에서 자이즈이콘 슈퍼이콘타를 한손에 달랑 달랑 들고 나타납니다.
이 밤에 꼭 제 초상 사진을 찍어주고 싶어서 감도 800으로 세팅해서 들고 왔다기에
오늘 하루의 무리한 일정으로 피로가 겹겹이 쌓인 얼굴을 한 저는
눈 밑이 아니라 턱 밑까지 내려온 저것은 분명…다크서클인가? 아닌가?
하지만 기꺼이 쾡한 모델이 되어 줍니다.
우리 둘의 나이차이는 조금 있지만 아이들은 같은 나이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막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 피요를 굳이 파스쿠찌로 불러들입니다. ㅋㅋㅋ
마지막까지 퐝 커피숖 구탱이에서 건너편 테이블의 아줌시들이 보던말던
카메라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성인 남자 세명이서 이렇게 저렇게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서로의 다이나믹했던 하루를 마감합니다.

그렇게 새벽에 고잉홈을 하고 쓰러지듯 잠이든
부산->대구->건천->포항->부산
단 하루 자유 유부남의 목요일 일기 끝

p.s.
올려진 모든 사진은 아이폰 5s로 담은 것들입니다.
담번엔 다른 지역구 횐님들도 투어로 꼭 한번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필름으로 생활하기

제목을 너무 거창하게 붙였나 봅니다.

저는 결혼할때 아내가 혼수로 올림푸스 뮤2 줌카메라를 가지고 시집 오던 필름 세대입니다.

제게 필름은
특별히 필름이 좋아서 필름을 고집하고 꼭 필름으로만 내 가족의 일상을 담아야겠다는 등의
거창한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사용하던 시스템을 계속 사용하는 자연스러움이였습니다.

학창시절 소풍 갈때에도 소풍가방에 아버지의 카메라를 빌려 갔었고,
아내와 데이트 할때도 장농에서 카메라를 꺼내 들고 갔었습니다.
결혼식 사진도 역시 모두 필름으로 담아져 있는 것이 당연했던 세대입니다.

결혼 후 디지탈 카메라의 보급으로 필름 카메라에서 갈아 탈 기회가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습니다.
게으르고 미루기 좋아하는 느린 행동 탓도 있지만 그 가격이면 예전부터 들이고 싶었지만
가격이 비싸 침만 흘리던 필름 바디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현상이 있어
오히려 디지틀의 열풍 속에서 저는 필름 바디를 여럿 들였다 내놓기를 반복하며 즐거워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흔한 디카 하나 없이 오로지 필름만으로 가족의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휴대하고 있는 스마트폰으로도 가볍게 많이 담습니다.
하지만 행사든 일상이든 메인은 여전히 필름입니다.
그것도 slr이 아닌 좀 더 불리하지만 이쁜(?) rf입니다.

필름으로 일상을 담을려면 적어도 감도가 800은 되어야 저녁에도 가능합니다.
집에 있는 카메라에는 항상 kodak tx를 한스탑 증감해서 세팅해 둡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셔터스피드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비일비재합니다.

행사에서 가족을 담을려면 90mm이상의 망원도 필요합니다.
사실 135mm 정도는 되어야 아이 얼굴이라도 제대로 잡을 수 있습니다만,
rf에서는 저는 90mm가 한계입니다.

지금은 사실 약간 고집같은 것이 생겨나 모든 생활에서 필름으로 다 해낼려고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생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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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에서 카메라를 자주 휴대하는 편입니다.
아이를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도, 오후에 데리고 오면서도,
태권도 하원차량이 도착해서 내리는 것을 마중 나가서도, 서점에 갈때도,
병원에 가서 치료 받을때도, 자전거 타러 나가서도,
이발하러 가서도, 체험하러 가서도, 등산 갈때도,
캠핑 가서도, 양궁장 가서도, 사격장 가서도, 업체에 방문해서도
가족 여행을 가서도 꼭 카메라를 휴대하고 나갑니다.
아이가 태어나 우리 가족이 늘어나기 이전부터 항상 함께하는 라이카 MP는 이젠 가족입니다.
(이젠 방출되고 없지만 바닷가나 수영장에서 방수팩 안에서 요긴하게 활약한 gr1v에게 감사를.)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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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게도 아내는 저녁식사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남편인 저를 기다렸다가 다 같이 식사를 하도록 합니다.
바삐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내가 저녁상을 차리기 전까지 약간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 시간은 자연스럽게 아이와 같이 놀이를 하는 시간이 됩니다.
웃고 화내고 짜증내고 다양한 상황이 제일 많이 일어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때론 저녁식사 중에도 사진을 찍습니다.
샤워할 때도 카메라를 꺼내서 찍습니다.
심지어 아이가 응가를 할때도 급습하여 사진을 찍습니다.
다 이쁩니다.
아빠 눈엔 하는 행동 모두 다 이쁘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러니 사진으로 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한계감도는 ISO800입니다.

 

[식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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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맛난 식당에 가서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습니다.
주로 흑백필름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가족도 그렇고 음식사진들이 거진 흑백입니다.
어쩔땐 이 음식의 본래색이 뭐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도 있습니다. ㅎㅎ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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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은 휴식겸 차 마실겸 카페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아내와 저는 잡지도 보고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며
그 시간동안 아이는 만화를 한편 보기도 하고 엄마랑 책을 같이 읽기도 하고
다 같이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한 낮에도 카페안은 감도 800으론 좀 버겁습니다.
하지만 손각대로 열심히 찍어 봅니다.
역시 흑백사진이 많지만 커피는 어짜피 블랙이니 괜찮다고 생각하며 넘어갑니다.

 

[행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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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식을 강당에서 했습니다.
가장 애정하는 35mm 크론과 90mm 망원렌즈를 챙겨서 출동했습니다.
제가 가진 90mm렌즈는 조리개 4.5의 엘마릿입니다.
강당에서 셔터스피드 확보는 역시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순 없습니다.
다행히 빛이 잘 드는 교실에서는 35크론으로 무리없이 잘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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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운동회에서는 다행히 셔터스피드 걱정없이 담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멀리 있는 아이를 담기엔 90mm론 좀 역부족 임을 느낍니다.
그래도 과감하게 치고 빠지면서 요령껏 잘 담아 봅니다.
옆에서 흰색의 긴 망원렌즈를 장착한 아빠들이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 봅니다.
모른척 얼른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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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심사가 아주 큰 실내 체육관에서 있었습니다.
실내라 셔터스피드도 안 나오지만 더 큰 문제는 거리입니다.
어찌나 멀리서 심사를 받는지 90mm가지고는 정말 택도 없습니다.
하지만 역시 열심히 전체 모습이라도 담습니다.
이래저래 핑개대면 끝도 없습니다.
나는 그저 이 카메라랑 이 렌즈 뿐이다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합니다.
그래서 좀 못나오거나 흔들려도 별 불평을 안합니다.
내가 가진 장비로 그 정도만 나와도 좋은 결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 못나오거나 흔들린 사진도 그 상황을 추억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사진들이기 때문입니다.

 

[비장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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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셔터스피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역광에서 주 피사체인 가족이 어둡게 나오고
해가 떨어지면 카메라를 꺼내기 두려웠던 지난 날들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전부터는 플래쉬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력 카메라인 라이카 MP에 물려서 사용하기 위해
라이카 SF-20을 제일 먼저 들였으나 부피를 너무 많이 차지하는 대다가
스트랩으로 메고 있으면 균형을 못잡고 자꾸 기울어져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고민하여 들인 것이 콘탁스 TLA200입니다.
요 녀석은 MP랑 메칭도 너무 좋고 크기도 작아 딱이였습니다.
광량도 크기에 비해 쎄서 사용하기 좋았습니다.

플래쉬를 사용하면서 역광과 실내에서도 좋은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실내 체험학습장 같은 곳에 가면 그 역활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작년엔 오래된 뮤2 똑딱이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역시 플래쉬기능이 요긴합니다.

leica mp, barnack III, ricoh gr1v, olympus mju2 zoom
kodak tx, ilford hp5+ d-76 1:1 자가현상
kodak potra400, fuji xtra400  업체현상
epson4870 자가스캔

B급 매니저님께서는 작년 한해의 매달 선정된 총 12장의 사진을 원하셨지만
저는 선택의 고민에서 머리 싸메고 헤메다가
결국,
2017년 작년 한해동안 일상에서 같이한 필름들을 다 꺼내 봤습니다.

말 그대로 필름과 함께한 저희 가족의 2017년의 기록을 고스란히 올립니다.

사진의 질이나 완성도 면에서 많이 떨어지는 사진일지 모르나,
저희 가족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한장한장의 추억이고 기록입니다.

이렇게 많은 가족의 얼굴이 노출된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은 처음입니다.

이렇게 필름으로만 찍는다는 것이 레트로가 유행인 요즘 세상에선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고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어려운 일도 아니여서
필름이 계속 생산되는 한 저는 하던대로 계속 이어갈 것 같습니다.

2018년 올해도
저랑 같이 필름으로 생활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