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소환

찍다가 만 필름이 냉장고에 쳐박혀 있다가 지난 1월 홋카이도 비행기를 탔다. 덕분에 오타루·아사리 풍경이 덧씌워진 바랜 기억이 소환되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그러니까 이 필름은 2006년 무렵이지 싶다. 아날로그 사진을 좋아하고 카메라를 좋아하는 일단의 아저씨들이 하나 둘 모이더니 제법 모양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마이너한 성향의 이들은 모임 이름까지 ‘마이너’로 지어 불렀다. 카메라와 아날로그 사진의 알파와 오메가를 지향하던 덕후들의 뜨겁던 시절 한 대목이 필름에 저장된 채 박제되어 있다가 홋카이도 풍경에 포개진채 발굴되었다.  뜻하지 않게 얻은 행운이라 하자. 12년 동안 터졌을 불꽃들에게 덜 미안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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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01 / 홋카이도, 오타루, 아사리 / Leica MP + Summicron 28mm 2nd + 400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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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망년이든 신년이든 나는 특별히 어떤 목표를 세우거나 다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또 일년이 지난후면 성취감같은건 느낄 수 없지만 365일 또 한해 살아 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는 있다.

TC-1 + TUDOR200 2017.01.02

2017 (1)2017 (2)2017 (3)2017 (4)새로운 또 일년을 잘 살아 내길 바라며

 

눈이 오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직업의 특성상 회사 마당에 눈이 쌓이면 그때 그때 치워줘야 하기때문이다. 곧 녹아버릴 눈이지만 정말 귀찮은 일이다. 안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토요일 퇴근하고는 눈이 왔으니 한강으로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눈오는 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TC-1 + TUDOR200 20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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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늘 하나의 카메라는 가지고 다니지만 그렇다고 365일 사진을 찍는건 아니다. 어쩌면 가방속에서 잠들어 있는 날들이 더 많았을거 같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가 있다고 해도 가방에서 꺼내지 않으면 그냥 스쳐갈 수 밖에 없다.

TC-1 + TUDOR200 201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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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또 눈이 내렸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밥을 먹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항상 그렇듯 덕성여대로 향해 집을 나섰다.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눈. 월요일 출근 전까지 눈이 녹았으면 좋겠는데 쌓인 눈을 보니 걱정이 쌓인다.

TC-1 + TUDOR200 2017.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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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봄날 파티가 있던 날. 어쩐지 남들 보다 일찍 도착했다. 문래동 한바퀴를 돌았다. 어쩐지 아직 봄은 멀리 있는거 같다. 다른 약속이 있어 간단하게 회원분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돌아왔다.

TC-1 + KODAK 400TX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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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누군가 내게 매일 비슷한 사진만 찍으면 지루하지 않냐고 말했다. 지루한것을 지겹게 계속 찍는것도 하나의 능력이 아닐까? 다만 이 지루한 사진을 찍으며 발전이 없는 내가 한심스럽고 카메라 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또 그 지루한 사진을 찍으려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leica m3 + summaron 35mm f2.8 with eye + TUDOR200 201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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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도망가기전에 찍어 놓자.

TC-1 + TUDOR200 201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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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시간에 동작역을 지날때 전철 안 창밖으로 보았던 목련. 찍어야지 찍어야지 마음만 먹고 못찍었던 봄들이 많았다. 토요일 퇴근길에 맘먹고 내려서 찍긴했지만 이미 많은 목련꽃이 떨어져 버렸다. 다행히 내년에도 그자리에 다시 목련은 피겠지만 전철에서 내려 다시 찍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모든것에 때가 있듯이 셔터를 누르는 것도 때가 있다. 스치는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봄 그녀석 참 재빠르기도 하다. 그새 멀리 가버렸다. 사람들의 옷이 얇아지고 초록은 조금씩 짙어진다.

TC-1 + TUDOR200 2017.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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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진속 사람들이 점점 멀리 멀리 멀어진다. 내가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는건지 내가 사람들에게서 뒷걸음 치는 건지 모르겠다. 풍경이 되어 버리는 사람들.

TC-1 + TUDOR200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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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1 + TUDOR200 201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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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1 + TUDOR200 2017.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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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1 +TUDOR200 201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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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문동 우이천

TC-1 +TUDOR200 201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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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수리를 맡겨놓았던 m3를 찾아왔다. 빨리 테스트를 해보고 싶지어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목에 걸어놓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토요일 퇴근길에 한강을 걸어며 찍어보았다. 이전보다 카메라의 느낌이 훨씬 좋아졌다. 돈을 들인다는 것이 이런것인가 싶다. 하지만 내가 보는 것 찍는 것은 돈들인 만큼 나아지지는 않았다.

leica m3 + summaron 35mm f2.8 with eye + TUDOR200 201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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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3 + summitar 50mm + TUDOR200 2017.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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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3 + summitar 50mm + TUDOR200 2017.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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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계절은 여름을 관통하고 가을.

leica m3 + summitar 50mm + TUDOR200 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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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든 아마도 마지막이 될 한롤의 필름을 현상하기도 전에 조금 이른 연말정산을 했습니다. 이 필름이 올해에 다 찍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기에… 너무 뻔하게도 항상 느끼지만 시간은 참 빠르네요. 부디 남은 올해의 시간들을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마무리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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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제 사진을 이렇게 많은 사진을 한꺼번에 늘어 놓고 본적이 없었습니다. 천천히 한장 한장 다시 볼 수 있는 시간이였습니다. 제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담고 있는지 한장의 시진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던 것들이 연결되어 조금은 선명해지는것 같은 느낌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사진을 찍을지는 모르지만 이 지루한 사진을 조금더 열심히 찍어봐도 될거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진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끝.

: )

올해 마지막 고추 따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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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7. 청송

처가에서 올해 마지막 고추 따던 날의 기록.

일하는 와중에도 수시로 카메라를 꺼내드는 사위를 보고 우리 장모님은 ‘우서방 거 사진은 자꾸 찍어서 어디나 쓰나?’ 라고 물으셨고 나는 ‘언젠가 다 쓰일 날이 있을 겁니다.’ 라고 대답했다. 장모님은 ‘그런게 다 쓸데가 있나?’ 하며 피식 웃으시곤 다시 바삐 손을 움직이셨다. 내가 송도 사진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신 후로는 ‘우리 사위가 그냥 재미로 찍는 수준이 아니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시는 듯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이 사진들이 쓰일 곳이 있으랴. 거창한 사진전이나 사진집은 아닐지라도 우리 가족의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 그것 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나.

이 날 찍은 사진들을 와이프에게 보여주며 얘기했다.

‘나중에 보면 눈물날거야.’

Rollei 35SE / Kodak 400TX / IVED

 

남은것들, 변하는 것들.

세상의 많은 것들은 변한다.
우리는 종종 변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변하지 않을거라 굳게 믿었던 것들이 변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변화는 때때로 절대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

“할아버지.”

우리집 마루의 가운데. 나에게 할아버지는 늘 그곳에 계시는, 그런 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 식사를 8시 10분 남짓쯤 드시고, 마루에 앉아 TV를 보셨고, 9시에는 꼭 뉴스를 보셨다. 그러다 10시쯤이 되면 마당에서 화단을 손보시다 11시쯤엔 다시 마루로 돌아오셔서 까무룩 낮잠을 주무셨다. 점심식사를 하시고는 노인정에 나가 다른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내시다 약주를 한두잔 하고 들어오셨다. 저녁식사 후에는 7시 뉴스를 보시며 까무룩 졸다 9시가 되면 주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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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시간 속에서 내게 할아버지는 항상 반복되는 일상 이었다. 학교를 다닐 때도 집에 오면 그시간 그 자리에 계셨고, 취업을 해 지방에 가 있으면서도 언제나 그렇게 정해진 듯 매일을 보내고 계셨었다. 정말 언제나 그렇게 계속 될 것처럼.

하지만 변화는 갑자기 찾아왔다.

“2014. 5월의 막바지.”

노인정에서 숨이차 돌아오신 분은 우리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같이 약주를 주고 받으시던 다른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이상하다고. 어서 노인정으로 와보라고. 급하게 말씀하셨다.
놀라 노인정으로 뛰어갔을때 할아버지는 내가 알던 할아버지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날 알아 보시지만, 내가 알았던 할아버지는 아니었다. 급하게 병원으로 가 할아버지는 입원을 하셨고 점점 쇠약해 지셨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그렇게 허물어져 갔고,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식구들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걸으실 수 없었다. 식구들을 일부 알아보셨다. 걷지 못하고 움직임도 둔해지셨다. 알아보지 못하는 식구들의 수가 알아보는 식구들보다 커지기 시작했다. 주변 상황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상황이 왔고, 결국은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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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을 할아버지와 살며 많은 추억들이 있었고, 그 추억들은 어떤 장소를 지날때 마다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곤 한다.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일들과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얽혀있는 장소들 덕분에 할아버지를 자주 생각하게 된다.

할아버지가 떠나시고 난 자리에 남아있는 나는, 변하지 않는 것으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결국 변하지 않는것은 내게 남아있는 기억이 아닐지. 하지만 이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변하고 흐려지지 않을지.

그래서 이렇게 글을 적는다.

 

사진 : 2015. 3. 14. Contax Tvs / Kodak 400TX
글 : 2015. 7. 5.

2009년 12월, 송도

사실 창고가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서재’라고 부르고 싶은 내 방 책꽂이 한 켠에는 상자 하나가 놓여 있다.

그 안에는 수백롤의 필름이 차곡차곡 담겨져 있는데 여기저기 널려있는 필름들을 보다 못한 와이프가 넣어준 것들이다. 내 저것들을 언젠가는 정리해야 할텐데 하며 가끔 노려보기도 하지만 이내 시선을 돌리고 만다.

‘에이, 나중에 하자.’

그러다 지난 금요일밤 괜히 한번 상자를 열어봤다. 마구잡이로 섞인 필름들을 천장의 형광등에 비추어보며 간만에 추억에 젖다가 송도 해수욕장을 촬영한 필름 하나를 발견했다. 36컷을 모두 살펴봐도 그 필름에서 기억나는 이미지는 단 한 컷도 없었다. 메모조차 해두지 않아 언제 찍은 건지도 알 수 없는 필름 속 이미지들은 전혀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대학교 시절에는 누구나 그랬듯 빠듯한 용돈 사정으로 인해 인화지 한 장이 아쉬웠다. 그래서 굳이 ‘불필요한’ 밀착 인화는 생략했고 확대 인화 역시 한 롤에서 고르고 고른 몇 컷 외에는 하지 않았다. 이 버릇은 나중에도 그대로 이어져 스캔할 때도 한 롤 전체를 긁지 않고 네가티브를 비추어 보고 괜찮다 싶은 몇 컷만 추려 스캔을 해왔기에 네가티브를 보다가 새롭게 눈에 띄는 컷이 있는 경우는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한 롤에서 한 컷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아도 이 건 단 한 컷도 스캔하지 않은채 쳐박힌 필름이라는 것이 확실했다.

도대체 이 필름은 왜 버림받았을까? 일단 한롤을 채로 긁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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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의 뒷골목 입구에서 부터 내 발걸음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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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장의 유실로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송도 해변의 회생을 포기하고 해안 도로가 건설되던 때의 막바지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산책로는 거의 다 되었고 아스팔트 도로가 깔리던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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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평화의 여신상이 있는 광장 해안 축대 옆의 테트라포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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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산책로에는 아직 모래가 많이 남아 있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산책하는 아이들이 두꺼운 차림에 장갑까지 끼고 있는 걸 보니 제법 추운 날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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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억은 이미지와 글에 얼마나 의존적인가. 21미리로 강아지를 이렇게 가까이서 찍었을 정도면 기억이 날 법도 한데, 현상 후 스캔조차 하지 않았던 탓에 이날 촬영에 대한 기억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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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해변 일주도로 건설을 맡았던 청구 건설의 현장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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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해변 방파제 위에는 허름하고 어설픈 포장마차촌이 있었다. 송도 해수욕장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이 곳도 사라졌다. 당연히 무허가 불법이었을테고 태풍이라도 오는 날엔 위험하기 그지 없었을테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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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의 수상가옥 마냥 방파제 한 귀퉁에 의지하여 바다 위에 자리 잡았던 포장마차들. 자리에 앉으면 판자로 만든 바닥과 천막 틈 사이로 파도가 출렁였다. 철썩철썩 파도 소리를 들으며 회 한 접시에 소주를 마시고 모래사장에 세워둔 차에서 눈을 붙히고 아침에 바로 출근했던 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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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을 뒤집어 씌웠던 철골과 계단의 녹물이 방파제 바닥 곳곳을 붉게 물들였던 것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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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내린 해산물을 손질하고 있는 손길들. 포장마차가 사라진 지금, 더이상 배들은 이 곳에 접안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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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왼쪽의 풍경. 송도 해변과 포항 구항이 멀리 보인다. 늘상 보는 장면이라 새롭지 않지만 이곳이 동해안에 몇 없는 지형인 영일만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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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과다현상이 되어 콘트라스트가 강한 네가티브가 되었다. 암부가 많이 죽었음이 느껴진다만 평소 사진의 톤에 비해 칼칼한 것이 또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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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에서 굿이 있었던 모양이다. 시간이 맞지 않아서인가, 요즘은 송도에서 굿하는 장면을 거의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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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버린 방파제 위 풍경과 달리 송도의 퇴락한 뒷골목은 이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골목 사이를 누비면서 정적인 사진에 동감을 불어 넣고자 누군가 지나가기를 한참을 기다리기도 했지만 그래본들 무어 그리 큰 의미가 있는 사진이 되겠나 싶다. 부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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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나뭇가지가 낡은 하얀 벽 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흑백인데도 차갑고 투명한 겨울 공기가 느껴진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시려오는 걸 보니 늙은 듯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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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덕분에 이 필름이 언제 찍은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8년전의 블로그 포스팅에는 Nikon D700으로 같은 위치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이 날 찍은 파일은 모두 지워 버렸다는 내용이 있었다. 찍은 사진도 맘에 안들고 앞으로 어떤 사진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는 이유와 함께. 아마 그래서 이 날 찍은 필름도 스캔조차 하지 않고 던져뒀던 듯 싶다.

 

 

8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 날 느꼈던 회의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뭘 찍어야 하고 뭘 표현해야 하고 무엇을 위해 찍어야 하는가. 아니 그런 것에 답은 있는가. 답을 찾을 필요는 또 있는 것인가. 여전히 머리 속은 복잡하지만 이렇게 출토된 사진을 보고 있자니, 이도저도 아닌 어설픈 사진들이라도 시간의 무게가 더해지니 기록으로라도 가치가 있겠다 싶으니 그건 또 다행이라 해야하나. 아직도 모르겠다.

 

 

2009.12.26. 포항 송도

Contax IIa / Carl Zeiss Biogon 21mm f4.5 / Kodak 400TX / IVED

Nippon Kogaku의 Topogon : W-Nikkor 2.5cm f4.0

 

거침없이 달리시는 만수동생님 덕분에 관심있던 렌즈를 빌려 써보게 됐다.

54년에 발매된 W-Nikkor 2.5cm f4.0이 그 주인공. 환갑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어마무시한 몸값을 자랑하는 귀한 녀석이다. 원래는 Zeiss Ikon의 Contax와 같은 형태의 니콘 S마운트로 발매되었지만 라이카에서도 사용가능한 M39(LTM) 마운트로도 발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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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ppon Kogaku W-Nikkor 2.5cm f4.0 (LTM버전)

 

오늘날 기준으로 25mm라는 화각은 다소 낯설긴 하지만 당시로서는 거의 초광각에 해당하는 것이라 사진가들의 환호를 받았으리라. 이 렌즈에 대한 매니아층은 오늘날도 제법 두터운데 그 이유는 우수한 성능도 성능이지만 특이한 구조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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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이 렌즈는 4군 4매 구성된 완벽한 좌우대칭의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같은 극단적인 좌우 대칭 구조를 통해 광각 렌즈에서 왜곡을 비롯한 각종 수차를 물리적으로 억제할 수 있었다. 마치 구슬과도 같은 렌즈 알을 보고 있자면 영롱한 매력에 빠져드는데 이같은 설계의 원조는 사실 Carl Zeiss의 Topogon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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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것이 오리지날 Carl Zeiss Jena Topogon 25mm. 화각부터 최대개방값까지 똑같다. 50년대 니폰 코가쿠, 캐논 등의 일본 메이커들은 독일 메이커들의 설계를 다분히 참고한 제품들을 출시하는 한편 그들의 성능을 뛰어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뭐 하나라도 개선된 점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했던지라 오리지날 Topogon이 거리계와 연동되지 않는 목측식이었던 것에 반해 W-Nikkor 2.5cm는 거리계 연동이 가능하게 출시되었다. (캐논의 25mm f3.5는 최대 개방값도 아주 조금 더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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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팅 역시 당대 독일 렌즈들보다 두터워 보이는데 역시나 역광에서 버티는 능력도 제법 준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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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ogon 타입임을 증명하듯 렌즈알이 반구형으로 볼록하게 나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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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에서는 더욱 그 형태를 잘 확인할 수 있다. 정말 구슬을 하나 박아넣은 듯한 모양이라 가만히 들여다 보고만 있어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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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Topogon 타입은 급격하게 꺾인 렌즈 끝단의 곡률로 인해 주변부의 화질이 많이 떨어지고 비네팅이 심하게 발생하는 단점을 가지는데 이때문에 최대 개방시에도 조리개는 완전히 다 열리지 않게 설계함으로써 그 문제를 최대한 억제하는 경우가 많다. 위 사진에서도 최대 개방에서 조리개날이 완전히 열리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렌즈는 비네팅이 제법 발생하며 개방시에는 더욱 심해진다. 반면 오리지날의 위엄은 역시 무시할 수 없는지 칼 자이즈의 Topogon은 조리개가 거의 대부분 열리면서도 W-Nikkor에 비해 비네팅이 적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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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계의 단위는 FEET로만 적혀있고 라이카 스크류 렌즈들과 같은 형태의 무한대 잠금 장치를 가지고 있다. 크롬 코팅이나 레터링 각인의 수준은 훌륭하다. 코팅된 렌즈임을 표기해주는 빨간색 “C”마킹도 적당한 시각적 포인트가 되어준다. Carl Zeiss 렌즈들의 “T”마킹을 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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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 구경은 상당히 특이한 34.5mm로 오늘날 해당하는 사이즈의 필터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중앙카메라 수리실에 제작을 의뢰해 만들었다. 앞으로 애매한 사이즈의 필터는 비싸게 구할 생각하지 말고 애초에 부탁드려 만드는 것이 더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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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필터링에다가 광택도 최대한 비슷하게 제작되어 제짝인 듯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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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고 야무진 렌즈에 어울리지 않는 플라스틱이라 좀 깬다만 올드 렌즈에서 일반적인 금속제 슬립온 방식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클립온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앞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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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와의 매칭. 슬림한 경통에 짧은 길이의 컴팩트한 렌즈로 바르낙 바디에 제법 잘 어울린다. 25미리 파인더가 없어서 일단 Voigtlander 28mm 파인더로..ㄷ

많은 롤을 찍어보지 못해 렌즈의 특성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 조심스럽지만 니콘은 니콘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말에는 물론 장단이 존재하는데 흔히 니콘 렌즈의 특성으로 평가받는 높은 선예도와 강한 콘트라스트는 이미 이 시절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느껴진다. 칼라 색감 역시 화사하고 예쁜 쪽은 아니지만 Topogon타입의 특징에 기인하는 강한 비네팅 효과와 왜곡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쭉쭉 뻗는 시원시원함은 렌즈의 개성을 확실히 드러내준다.

 

 

B/W Neagtive : Kodak 400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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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itive : Fujifilm RVP 100

 

170615 LeicaIIIf Nikkor 25mm RVP100 03-1

 

 

170615 LeicaIIIf Nikkor 25mm RVP100 07-1

 

 

170615 LeicaIIIf Nikkor 25mm RVP100 15-1

 

 

170617 LeicaIIIf Nikkor 25mm RVP100 22-1

 

 

170617 LeicaIIIf Nikkor 25mm RVP100 29-1

 

 

170617 LeicaIIIf Nikkor 25mm RVP100 33-1

 

 

170617 LeicaIIIf Nikkor 25mm RVP100 35-1

 

 

끝으로 귀한 렌즈 빌려주신 만수동생님과 렌즈 뒷캡으로 IIIf를 보내준 Qunaj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보다 훌륭한 리뷰를 보려면

Qunaj님의 ‘W-NIKKOR C 2.5cm 1:4 LTM

Goliathus님의 ‘[Nikon]W-Nikkor 2.5cm 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