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 Zeiss Biogon 21mm f4.5

Carl Zeiss and Tokyo.

Carl Zeiss 렌즈를 쓰면서 문득 떠오른 도시는 도쿄였다. 높게솟은 마천루와 그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근대 건물들, 그 사이를 지나다니는 사람들까지. 이번 여행을함께한 Carl Zeiss Biogon 21mm f4.5, Zeiss Opton Tessar T 50mm f3.5, Zeiss Opton Sonnar 50mm f1.5 세개의 렌즈를 통해 본 도쿄의 모습을 짧은 글과 함께 남기고자 한다.

이번 첫 렌즈는 Carl Zeiss Biogon 21mm f4.5

20세기 최고의 21mm 렌즈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극도로 억제된 왜곡과 깔끔한 주변부 화질이 특징인 렌즈이다. 잘 설계된 덕분에 최대개방이 아니라면 중앙부 부터 화면의 바깥쪽까지 고루 선명하게 상이 맺힌다. 특히나 렌즈의 뒷부분이 필름면과 매우 가까워 해상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준다 하며, 결과물을 실제로 보면 확대했을때 상당히 정확한 표현을 해 주는걸 볼 수 있다. 전반적인 렌즈의 색 표현은 현행 렌즈와 다르지 않다 싶은 정도의 정확한 결과물을 볼 수 있다. 딱 떨어지는 이 렌즈의 직선 표현은, 종이에 손을 베일때 뒷목이 선득선득해 지는 느낌과 비슷할 정도로 날카롭다는 느낌을 준다.

사진 촬영에 무감각한 사람들, 길게 뻗은 도쿄의 빌딩과 도로들은 비오곤의 성능이 어떨지 테스트 해보기에 참 좋은 환경이라 생각하던 차에 도쿄로 갈 기회가 생겼고 Biogon 21mm를 쓰기 위해 카메라와 렌즈를 챙겼다.

도쿄에서의 21mm 촬영에는 슬라이드 필름만 사용했다. 날씨가 워낙에 맑고 빛이 좋아 슬라이드에 제격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Biogon 21mm를 구입하고 슬라이드를 사용해 본 적은 없었지만 지금까지 잘 작동해 왔던 카메라를 믿고 촬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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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곳은 도쿄의 간다 진보쵸 지역이다. 이 지역은 고서점이 많이 모여있기로 유명하다. 메이지 시대에 주변에 유명한 사립 대학교가 들어서기 시작하며 자연스레 중고 책거래가 활발해 지기 시작하며 고서점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래되기로 유명한 야구치 서점부터 골목골목 길가 곳곳에 서점이 참 많이 있었다. 일본어를 자연스레 읽을수만 있었다면 살 책을 찾느라 정신을 못차리고 돌아다니기 바빴겠지만, 그렇지 못한 덕분에 별 다른 유혹 없이 사진만 찍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이한 점으로는 골목골목에 저렴한 커피집, 커피 로스팅 공방, 오래된 고급 커피집들이 있었다. 대학들이 밀집해 있어 학생들의 커피 수요도 많을 것이고, 오래된 책을 구하러 오는 분들이 많은 유서깊은 곳이기도 해 저렴한 커피가게 부터 고급 커피가게 까지 다양하게 잡은건 아닐지 조심스레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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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Biogon 21mm를 사용해 본 곳은 도쿄역 야에스구치 부근이었다. 흔히 많은사람들이 알고 있는 ‘도쿄역’의 파사드는 야에스구치가 아닌 마루노우치구치 쪽의 파사드가 유명하다. 특히 이곳의 오래된 도쿄역 건물은 우리나라의 서울역 디자인의 모태가 된다고 해 한국사람들에게도 꽤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인라커를 잘못 고른 덕분에(실은 신칸센 탑승구가 가까운곳에 가방을 넣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마루노우치구치까지는 돌아볼 수 없어 야에스구치부터 유락초역까지 걸어 다녀오면서 사진을 담았다. 도쿄역에서 유락초 역을 가는 길은 다르게 말해 긴자까지 가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덕분에 야에스구치를 나오자마자 높은 빌딩들은 내 시야를 가리기 시작해 유락초 역으로 갈 때까지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빌딩 숲 사이사이에서 만나는 도카이도 선 철길을 받치고 있는 교각들은 적벽돌을 가지런히 쌓아 만든 아치와 기둥의 연속이었다. 첨단의 도시 속에서 만나는 근대라고 할 수 있다. 유락초 역에 잠시 들릴 일이 있었던 덕분에 맘에 드는 사진들도 몇장 남겨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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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21mm 화각을 잘 사용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하는지 아직 가늠조차 할 수 없지만, Carl Zeiss Biogon 21mm f4.5를 사용했을 때는 이런 사진이 찍힌다는 것 정도는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어설프지만 짧은 사용기를 마무리 지을까 한다. 부디 조금이라도 이 렌즈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계신 분께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Contax IIa / Carl Zeiss Biogon 21mm f4.5

Fujifilm Provia 100F

좌충우돌 필름 입문기

필름.

‘사진’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벅찬 나에게 ‘필름’은 높고 높은 경지였다. 아날로그로의 회귀, 역행, 부활… 이런 말은 도무지 와 닿지 않았다. 아주 어렸을 적, 아버지가 사용하던 전자동 필름카메라가 아주 희미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에게 필름은 추억을 되새겨주는 과거의 친숙한 단어가 아니며, 아날로그라는 편안한 감성의 상징도 아니며, 그저 신세계일 뿐이었다.

난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고, 이왕 찍는 거 정확하고 쨍하게 보기 좋은 사진을 만들기 위해 육중한 풀프레임 DSLR과 몇 개의 렌즈, 외장플래시를 장만하며 사진을 취미라 말하게 된지 일 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카메라가 알아서 지원해주는 측광과 AF에 의존하여 원하는 장면을 난사한 후, 가장 괜찮은 사진의 RAW 파일을 정성스럽게 후보정하면 맛깔 나는 사진이 되는 재미를 붙여가면서, 필름 효과의 보정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VSCO 프리셋을 사용하면서 수 십 가지 필름 효과를 종류별로 적용할 수 있으니, 디지털 시대의 필름은 불필요한 행위였고, 손맛이라면 모르겠으나 결과물을 가지고 말할 때 필름은 허세라고도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필름으로의 입문을 유도한 것은, 돌이켜보니 SNS의 역할이 컸다. 사진을 좋아하는 후배를 시작으로 건너건너 친구 맺기를 하면서 의외로 필름 유저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다양한 필름사진의 결과물을 자세히 보면서 예전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일단, 기존의 편견과 다르게 필름사진의 결과물들이 디지털과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선명했다. 게다가 , 디지털로 필름 흉내를 낼 때와는 다른 좀더 무게감 있는 표현이 느껴졌다.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점이 별 단점이 아니었고, 디지털로 치환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장점은 디지털스러운 느낌적 느낌이 아닌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본연의 장점이라고 느끼게 된 것이다.

다소 자기 취향적이지만, 강렬하고 분명하게 다가왔던 그 느낌과 함께, 필름사진을 하는 동호인들끼리의 품격 있는 소통과 위트가 부러웠으며, ‘같이 놀고 싶다’라는, 본능 같은 충동이 발동하였다. 수차례의 밀당 후, 그런 마음을 들킨 것인지… PIYOPIYO님의 “이쯤에서 함께해요♡” 라는 운명 같은 댓글 한 줄. 그게 시작이었나 싶다.

 

2017년 7월 2일 일요일, 경복궁역.

PIYO님의 가열 찬 가이드로, 순식간에 모든 것이 결정되었고, 나에게 Leica M2와 Summaron 을 물려주실 분을 만나기로 한 날이다. 전날 밤을 설치는 마음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장소를 헷갈리는 실수 때문에 약속시간에 한참 늦는 결례를 범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가운 인사와 대화로 시작하여 기초적인 필름 카메라 작동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들은 후, 바로 옆 경복궁으로 내달렸다. 전 주인님의 맑은 날, 흐린 날 별로 필름ISO-조리개-셔터스피드의 대략적인 측정치를 설명 듣고, 노출계 없이 조리개 값과 셔터스피드를 설정하였다. 이중상은 잘 안 보이고, 전 주인님의 설명대로 무한대를 초점거리 끝에 맞추고 과감하게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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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2, Summaron 35mm f/2.8, Ilford FP4 plus 125

 

이 사진은 정확히 세 번째 컷이다. 운명의 첫 번째 컷은 공개하기 민망하므로… 그러나 그 첫 사진은 나의 뇌리에 평생 기억되어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눌러대기를 두 시간. 운명의 36컷을 이렇게 한달음에 찍을 줄은 몰랐다. 분명 그저 그런 사진들일 테고, 아마 절반 이상은 부정확한 노출 때문에 엉망일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첫 소개팅의 설렘과 비견할 만한 짜릿한 시간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그 비가 그냥 고맙게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일요일에 문을 여는 현상소가 있다는 전 주인님의 말이 번뜩 생각났다. 그 말을 들을 때는 ‘뭐 그렇게까지야.’ 라고 혼잣말했지만, 호기가 발동했고, 결국 그 호기는 ‘오늘 카메라 받고 오늘 찍고 오늘 현상하고 오늘 스캔해서 오늘 찾고, 오늘 SNS에 공유함’이라는 디지털 사진에 버금가는 스피드로 나를 몰아갔다.

이런 스피드라니… 초반의 질주가 이어져, 2017년 10월 2일 현재 정확히 3개월, 필름 사진 90일을 맞아, 난 정확히 50롤의 사진을 현상, 스캔하였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가교, 필름스캐너.

필름 사진을 이런 스피디한 디지털 시대에 재미있는 취미로 삼을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필름스캐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현상-인화의 절차가 현재는 같은 필름 사진이지만, 현상-스캔 이라는 절차로 치환되었다. 물론, 진정한 아날로그의 맛을 더 느끼려면 아날로그 인화를 해봐야 하겠지만, 나 같은 입문자가 필름 사진을 찍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공교롭게도 아날로그 사진을 스캔을 통해 디지털화하는 것이었다. 애써서 아날로그 사진을 찍고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버리면 무슨 소용이겠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나도 예전엔 그렇게 생각했었다), 중요한 건 원본!  디지털 사진의 원본이 센서에 기록된, 아직 색역이 대입되지 않아 눈으로 볼 수 없는 RAW 신호이라면, 아날로그 사진의 원본은 필름에 기록된, 아직 현상되지 않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필름 그 자체다. 원본이 다른데, 그 과정에서 스캔을 하던 인화를 하던 결과물은 다를 수밖에 없다.

s-nikon-coolscan-5000스캔하여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진 필름사진. 이 사진은 작금의 디지털 이미지들과 동일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회자되며, 복사되고, 저장된다. 원본만 아날로그이지 디지털 사진들과 동일한 편의성과 스피드를 옷 입은 셈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쓸 만한 필름 스캐너들이 단종 되었고, 정밀한 고품질 스캐너들은 값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필름 동호인들이 많아져서, 접근 가능한 괜찮은 필름스캐너들이 많이 양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필름스캐너 덕분에, 난 오늘도 아침 출근길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B급사진 커뮤니티에 올라온 따끈따끈한 필름사진들을 감상하고 환호하며, 나의 사진을 반성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라이카와 콘탁스

필름, 사진, 재미 다 좋지만 결국 장비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치러야 할 비용까지 고려하면 장비를 결정하고 구하는 일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장비 구입은 입문자에게 항상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나는 나를 이 세계로 인도해 준 가이드의 지침을 최대한 따르려 했다. 운명과 인연, 타이밍… 난 이 단어들을 늘 사랑한다. 방황과 고민이 있을 때 항상 무언가에 나를 떠맡기는 것. 그 편안함을 표현하는 이상의 단어들이 없다. 처음엔, 라이카 바디 하나에 35mm, 50mm, 그리고 추가로 21mm 정도를 생각했다. 하지만 가이드의 취향을 바탕으로 한 선험적 지침들은 결국 콘탁스 바디와 칼자이스 올드 렌즈들에 관심을 향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50mm를 선택하는 과정이 가장 그랬다. 이왕 필름하는 것 올드 렌즈로 시작하자는 생각에, 35mm Summaron, 50mm DR을 노렸으나, DR이 생각보다 잘 구해지지 않고, 좋은 가격에 등장한 현행 50cron을 덥석 물었다. 그리고 모든 지름을 접고자 했으나, 50mm 올드 렌즈에 대한 미련이 남아, 결국 Sonnar 를 마음속에 넣게 되었고, Amedeo 어댑터를 찾다가, 어댑터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게 나온 Contax IIa 바디를 손에 넣게 되었다. 결국, 21mm 도 칼자이스 렌즈를 선택해야 하는 당위성이 생겼고, 아래 두 포스팅을 탐독한 후 Biogon 21mm 구입을 결정하게 되었다.

Carl Zeiss Biogon 21mm f4.5 for Contax
Contax IIa and Carl Zeiss 21mm biogon f4.5

 

라이카자이스이콘-축소

 

좌충우돌, 서툴지만 열정적이었던 연애

이제 입문한지 정확히 3개월. 생물학적 연애기간과 비슷하게, 호르몬 충만한 호기심과 충동의 연속이었던 시간,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다. 가장 세심하게 셔터를 눌러댄 8월 말의 어느 날엔, 로딩 실수로 단 한 컷도 건지지 못하고, 필름 한 통을 날린 적도 있다. 로딩 후 필름 감을 때 같이 감겨야 할 필름 축 리와인딩 노브 돌아가는 것을 36컷 째 찍을 때쯤 이상하다 싶어 확인해 보니, 심혈을 기울여 눌렀던 36컷이 모조리 헛돌고 있던 것이었다. 알고 보니 누구나 한 번쯤 겪는다는 실수였다. 단순한 일회성 실수라고 넘기기엔 당시 나의 마음은 무너지는 것 같았다.

노출이 부족한 곳의 사진들에선, 먼지 제거하는 게 가장 큰 곤욕이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라는 말을 되뇌면서 거북목처럼 길게 내빼고 모니터를 향해 있는 나를 보는 가족들의 측은한 시선에 맞서며, ‘내가 이러려고 포토샵을 배웠나’ 하는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외장노출계로 측정한 후, 1. 셔터스피드 맞추고 2. 조리개 조이고 3. 초점 링 돌리고. 초기엔 이 세 가지 행위에서 왜 꼭 하나씩 빼먹었는지… 특이한 건 세 가지 중 빠진 요소들의 비중이 서로 비슷하다는 것. 셔터에 손가락 살짝 얹으면, 측광과 포커싱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면서 iso, 셔터스피드, 조리개값이 단번에 설정되는 디지털 카메라의 기술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졌다.

스캔 작업에 대해선 너무 할 말이 많지만, 모두들 겪어내신, 재미없고 지루한 경험들…

편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좌충우돌 상황도 나의 생물학적 연애감정을 누르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 바보 같으면서 역동적이었던 순간순간들이 지금의 시점을 있게 한 초석들이며, 앞으로도 이 취미를 오래 유지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습관일 것이다. 내가 두려운 것은 90일, 100일을 기점으로 식어가는 인간 본능의 호르몬 반응. 90일간 50롤을 찍었던 나의 스피드는 10월 들어 6일 현재까지 단 한 롤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걱정스럽지만, 잠시 쉬어가며 나를 정리하는 시간으로 삼고자 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고 볼 일이지만, 생물학적 호르몬 반응을 뺀 피질의 고차원적 사유와 충동적이지 않은 내면의 인간성을 이용한 진득한 연애를 이어가길 바란다.

 

四렌四色

선배들의 작례에 비하면, 한심하고, 갈 길 멀고, 초라하지만, 입문기라는 것을 핑계 삼아 무한한 용기를 내어본다. 일관된 주제도 없고, 통일된 형식도 없지만, 그저 ‘입문자의 호기심’을 주제로 너그럽게 봐 주면 좋겠다.

 

 

(1) Summaron 35mm f/2.8

 

 

 

(2) Summicron 50mm f/2.0 4th

 

 

 

(3) Carl Zeiss Jena Sonnar 50mm f/1.5

 

 

 

(4) Carl Zeiss Biogon 21mm f/4.5

 

 

 

 

2009년 12월, 송도

사실 창고가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서재’라고 부르고 싶은 내 방 책꽂이 한 켠에는 상자 하나가 놓여 있다.

그 안에는 수백롤의 필름이 차곡차곡 담겨져 있는데 여기저기 널려있는 필름들을 보다 못한 와이프가 넣어준 것들이다. 내 저것들을 언젠가는 정리해야 할텐데 하며 가끔 노려보기도 하지만 이내 시선을 돌리고 만다.

‘에이, 나중에 하자.’

그러다 지난 금요일밤 괜히 한번 상자를 열어봤다. 마구잡이로 섞인 필름들을 천장의 형광등에 비추어보며 간만에 추억에 젖다가 송도 해수욕장을 촬영한 필름 하나를 발견했다. 36컷을 모두 살펴봐도 그 필름에서 기억나는 이미지는 단 한 컷도 없었다. 메모조차 해두지 않아 언제 찍은 건지도 알 수 없는 필름 속 이미지들은 전혀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대학교 시절에는 누구나 그랬듯 빠듯한 용돈 사정으로 인해 인화지 한 장이 아쉬웠다. 그래서 굳이 ‘불필요한’ 밀착 인화는 생략했고 확대 인화 역시 한 롤에서 고르고 고른 몇 컷 외에는 하지 않았다. 이 버릇은 나중에도 그대로 이어져 스캔할 때도 한 롤 전체를 긁지 않고 네가티브를 비추어 보고 괜찮다 싶은 몇 컷만 추려 스캔을 해왔기에 네가티브를 보다가 새롭게 눈에 띄는 컷이 있는 경우는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한 롤에서 한 컷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아도 이 건 단 한 컷도 스캔하지 않은채 쳐박힌 필름이라는 것이 확실했다.

도대체 이 필름은 왜 버림받았을까? 일단 한롤을 채로 긁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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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의 뒷골목 입구에서 부터 내 발걸음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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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장의 유실로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송도 해변의 회생을 포기하고 해안 도로가 건설되던 때의 막바지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산책로는 거의 다 되었고 아스팔트 도로가 깔리던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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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평화의 여신상이 있는 광장 해안 축대 옆의 테트라포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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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산책로에는 아직 모래가 많이 남아 있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산책하는 아이들이 두꺼운 차림에 장갑까지 끼고 있는 걸 보니 제법 추운 날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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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억은 이미지와 글에 얼마나 의존적인가. 21미리로 강아지를 이렇게 가까이서 찍었을 정도면 기억이 날 법도 한데, 현상 후 스캔조차 하지 않았던 탓에 이날 촬영에 대한 기억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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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해변 일주도로 건설을 맡았던 청구 건설의 현장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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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해변 방파제 위에는 허름하고 어설픈 포장마차촌이 있었다. 송도 해수욕장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이 곳도 사라졌다. 당연히 무허가 불법이었을테고 태풍이라도 오는 날엔 위험하기 그지 없었을테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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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의 수상가옥 마냥 방파제 한 귀퉁에 의지하여 바다 위에 자리 잡았던 포장마차들. 자리에 앉으면 판자로 만든 바닥과 천막 틈 사이로 파도가 출렁였다. 철썩철썩 파도 소리를 들으며 회 한 접시에 소주를 마시고 모래사장에 세워둔 차에서 눈을 붙히고 아침에 바로 출근했던 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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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을 뒤집어 씌웠던 철골과 계단의 녹물이 방파제 바닥 곳곳을 붉게 물들였던 것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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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내린 해산물을 손질하고 있는 손길들. 포장마차가 사라진 지금, 더이상 배들은 이 곳에 접안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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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왼쪽의 풍경. 송도 해변과 포항 구항이 멀리 보인다. 늘상 보는 장면이라 새롭지 않지만 이곳이 동해안에 몇 없는 지형인 영일만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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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과다현상이 되어 콘트라스트가 강한 네가티브가 되었다. 암부가 많이 죽었음이 느껴진다만 평소 사진의 톤에 비해 칼칼한 것이 또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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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에서 굿이 있었던 모양이다. 시간이 맞지 않아서인가, 요즘은 송도에서 굿하는 장면을 거의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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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버린 방파제 위 풍경과 달리 송도의 퇴락한 뒷골목은 이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골목 사이를 누비면서 정적인 사진에 동감을 불어 넣고자 누군가 지나가기를 한참을 기다리기도 했지만 그래본들 무어 그리 큰 의미가 있는 사진이 되겠나 싶다. 부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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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나뭇가지가 낡은 하얀 벽 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흑백인데도 차갑고 투명한 겨울 공기가 느껴진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시려오는 걸 보니 늙은 듯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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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덕분에 이 필름이 언제 찍은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8년전의 블로그 포스팅에는 Nikon D700으로 같은 위치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이 날 찍은 파일은 모두 지워 버렸다는 내용이 있었다. 찍은 사진도 맘에 안들고 앞으로 어떤 사진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는 이유와 함께. 아마 그래서 이 날 찍은 필름도 스캔조차 하지 않고 던져뒀던 듯 싶다.

 

 

8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 날 느꼈던 회의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뭘 찍어야 하고 뭘 표현해야 하고 무엇을 위해 찍어야 하는가. 아니 그런 것에 답은 있는가. 답을 찾을 필요는 또 있는 것인가. 여전히 머리 속은 복잡하지만 이렇게 출토된 사진을 보고 있자니, 이도저도 아닌 어설픈 사진들이라도 시간의 무게가 더해지니 기록으로라도 가치가 있겠다 싶으니 그건 또 다행이라 해야하나. 아직도 모르겠다.

 

 

2009.12.26. 포항 송도

Contax IIa / Carl Zeiss Biogon 21mm f4.5 / Kodak 400TX / IVED

아버지의 여느 벌초

“8월에 벌초하는 사람은 자식으로 안 친다.”

이 속담을 아버지를 통해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음력 8월 15일 추석 성묘 전에 벌초를 하는 우리나라 미풍양속에 관한 속담이라고 합니다. 이 날은 9월 3일 일요일. 음력 7월 14일입니다. 다행히, 우리는 8월 전 벌초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근 5년 만에 오는 벌초인 듯 한데, 아버지와 삼촌들은 매년 저 속담을 지키러 이맘때 오셨다고 하네요.

충북 음성에 모셔진 저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묘에 왔습니다. 전남 벌교가 본거지이지만, 전국 각지에 흩어진 9형제의 방문이 용이하도록 충북 음성에 장지를 선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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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온 길인데도,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벌초가위로 길을 내면서 올라가야했습니다. 큰아버지가 맨 앞에서 길을 내고 전 얌체같이 뒤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죄송한 마음에 얼른 앞장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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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에 오르는 길은, 가을 문턱이지만 한여름 더위를 연상케하는 뙤약볕 아래의 온통 초록색 풀들이었는데,  그 속에 눈에 띄는 짙은 보라색 열매를 품은 식물들을 여러번 발견합니다. 예쁜 색깔대비 피사체에 흑백 필름 카메라를 들이대는 저를 보고, 함께 오신 숙모가 이르기를 “자리공”이라는 외래종 식물이라고 가르쳐 주십니다. 찾아보니, 잡초이자 독초이며, 뿌리는 인삼 도라지와 비슷하여 종종 중독사고가 일어난다고 하는군요. 기후온난화로 인해 자생 식물 터전에 아열대성 외래종들이 많이 들어옵니다. 자리공은 토양 산성화의 주범이라는 잘못된 비난에 시달리며 한 때 박멸 대상이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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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산소에 도착했습니다. 묘지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가려버린 무성한 잡초들이 지저분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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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1차 벌초를 마치고, 차례상을 준비하면서 한 컷. 왼쪽에 계신 분이 큰아버지, 오른쪽에 계신 분이 저의 아버지입니다. 오랜 만에 뵈니 많이 늙으셨습니다. 가운데 뒤에 서계신 분이 넷째 삼촌, 왼쪽 양산의 부인은 여섯째 숙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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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가 제거되고나니 제법 깔끔해졌습니다. 할아버지가 간만에 시원하게 이발하셨다고 큰아버지가 좋아하시는군요. 중간중간 사진 찍으면서 그래도 제일 젊은 제가 가장 많은 작업을 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양쪽 팔 움직임이 정상이 아닐 정도입니다.

게다가 콘탁스의 뷰파인더를 보는 일, 그것도 초보자로서 두개를 왔다갔다 보며 땀에 범벅이 된 얼굴을 갖다대는게 여간 곤욕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포스팅하는 즐거움이 없었다면, 이번 출사는 그저 “다시는 벌초 때 카메라 들고 오지 말것” 이라는 교훈만 남겼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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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아버지 할머니는 9형제를 낳으셨습니다. 고모도 두 분이 계시구요. 살아 생전에도 금실이 좋으셨고, 지금도 이렇게 한 자리에 함께 계십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 관한 저에게 말 못할 비밀이 있는 듯한데, 아직도 아버지와 큰아버지는 그 비스무레한 얘기만 나오면, 살짝 회피하는 기색을 보입니다. 저에게 할아버지는 엄하고, 바둑 잘 두시고, 검소하시며, 20여명의 손주를 품에 안으시고 이뻐하시는 모습으로만 기억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와의 추억담으로 차례상이 조용할 순간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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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이 다 소진된 후에는 리코 GR 디지털로 몇장 더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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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마지막 필름 사진과 같은 자리에서 찍은 사진인데, 21mm 와 28mm 화각의 차이만큼 딱 느껴집니다.

 

 

차례 지낸 후, 2차 벌초를 마치고나니, 묘 주변이 더욱 깔끔해졌습니다.

가을 문턱에서 이뤄진, 가족들과의 산행, 아버지의 아버지에 관한 추억담, 그리고 뙤약볕 아래 벌초라는 중노동까지… 다분이 관행적인 일상이지만, 오래오래 남기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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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쉽게 마무리가 되지 않는 일정이었던 것이…

모든 일정을 정리하고 서울로 바삐 올라가는 차에서 번개처럼 내리치는 공포감 엄습!!

리코 GR 을 놓고왔다는 깨달음이 번뜩!!!

출발한 지 한시간 쯤 지난 거리의 덕평휴게소에서, 차 안을 샅샅이 뒤져도 나오질 않습니다 ㅠㅠ

저 때문에 모두 다시 돌아갈 수는 없어서, 한시간 남은 서울까지 모두 모셔다 드리고 저 혼자 다시 산소에 갈 요량이었으나, 큰아버지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휴게소에 기다릴테니 다녀오라고 하십니다. 결국 아버지와 저만 다시 음성으로 출발했는데….

출발 하자마자 넷째 삼촌에게 전화가 옵니다.

 

“내 가방에 무슨 사진기 같은 것이 들어있다”

 

 후~  기억은 안나지만, 제가 묘를 정리하면서 무심코, 삼촌의 에코백에 카메라를 넣어둔 모양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출발하여 다시 같은 휴게소까지 오는데 20분이 넘게 걸렸고, 불필요한 톨비까지도 지출해야했지만,  그래도 최근들어 가장 행복한 운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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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의 해프닝을 끝내고, 세 분의 기념촬영.

왼쪽의 선글라스 착용하신 분이 범인?입니다. 자신의 가방에 들어 있었다고 자수하는 장면입니다 😀 그 와중에 우리 아버지는 카메라만 들이대면 차렷 자세를 취하시는 습관을 고이 간직하고 계십니다.

아버지들과의 정이 한층 더 두터워진 벌초 여정이었습니다.

 

 

Contax iia / Carl Zeiss Biogon 21mm f4.5 / Ilford Delta 100

Ricoh GR II

2017.09.03 충북 음성.

Contax IIa and Carl Zeiss 21mm biogon f4.5

Contax IIa and Carl Zeiss 21mm biogon f4.5

역사 속에 획을 남긴 것은 사람이든 물건이든 분명한 이유가 있다.
광각에서 비오곤은 누구나 한번쯤은 써보고 싶은 렌즈임이 분명하다.
SWC 38mm biogon 의 모체가 되었던 biogon 21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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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데오 아답터등을 이용하여, 또는 콘타렉스용 biogon 을 이종교배로 라이카 M 바디에 사용할 수도 있지만, 미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콘탁스 마운트 렌즈는 콘탁스에 끼워 쓰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디지털에는 고민하지 말고 super elmar 를 사용하면 된다.
나는 그저 콘탁스의 야심과 광학이 집약된 biogon 21mm 를 꼭 사용해 보고 싶었다.
그렇다면 역시 필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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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자체는 공돌이 감성이 잔뜩 묻어나는 생김새이다.
좀 생뚱맞은 감이 있으나,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 나온 엔지니어의 스타일이 연상된다.
콘탁스를 만져보고 그 묵직한 선들과 각, 카랑카랑한 셔터음을 맛본다면 라이카에게 왜 아기자기하고 여성적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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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스피드는 1/1250, 1/500, 1/250, 1/100, 1/50, 1/25, 1/10, 1/5, 1/2, 1sec 로 구성되어 있다.
작동법은 동시대의 바르낙과 비교하면 편리하고 이후의 M바디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조금 불편한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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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개 조절법이 조금 생소한데, 화살표의 하얀선을 조리개 수치에 맞추면 된다. 이런 구조로 인해 조리개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항시 전면부를 응시해야 한다. 이후에 출시된 콘타렉스용 비오곤은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조리개를 조절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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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파인더인 435, 역시 육중한 느낌이다.
435 파인더의 성능이 특별히 좋은 것은 아니지만, 바디와의 핏은 확실히 우월하다.
여러번 강조하지만 미관과 통일성은 무척 중요한 요소이다.
콘탁스의 역사, 그리고 21mm biogon 의 자세한 정보나 작례가 궁금하다면,
콘탁스의 왕자 ‘PIYOPIYO’ 님의 주옥같은 리뷰를 필독해야 한다!

:: 콘탁스 IIa 를 위한 변명 :: Photo-Nomad ‘PIYOPIYO’
:: Carl Zeiss 21mm biogon f4.5 for Contax :: Photo-Nomad ‘PIYOPI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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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어 방지를 위한 Shield 가 후옥에 달려 있다. 세심한 배려이다. 단 라이카 바디에 아답터를 써서 마운트할 때는 Shield 부분을 풀러서 분해애야 장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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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ax IIa / 21mm Carl Zeiss biogon 1:4.5 / HP5+/ Rodinal / LS50ED / 구의동,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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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렌즈가 출시되었을 당시 사람들이 질렀을 탄성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엄청난 변혁이었으리라…
정보를 찾아보면 슈나이더사까지 협업하여 3.4 조리개로 출시한 21mm super-angulon 이 더 우월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는데,
막상 결과물을 보니,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한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슈퍼엘마’ 나 ‘슈퍼앙굴론’ 과 ‘비오곤’ 을 정밀 비교를 할 생각은 없다.
어찌되었든 올드렌즈이다.
전설은 전설로 대할 때 가장 빛이 난다.
그것이 전설에 대한 예우가 아닐까…

Contax IIa 그리고 Biogon
살아있는 전설,

 

 

 

죽도시장, 포항지부 1년간의 기록들

자신과 가까운 주변의 모습은 원래 하찮게 여겨지는 것일까?

포항에 살면서도 포항에는 참 사진 찍을 곳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유명한 명승고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서깊은 오랜 동네도 없으며 시가지의 모습도 그리 포토제닉하지 않다. 게다가 대중교통이 그리 편리하지 않은 지방 도시라 어딘가로 갈 때도 걷기 보단 자가운전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우연에 기댄 필연의 순간을 포착할 기회마저 우리에겐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뉴욕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서울 정도만 되었어도 걸어다니다 셔터를 누를만한 다양한 순간을 매일 같이 거리에서 마주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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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오래 찍어왔다는 사람들 대부분이 마찬가지겠지만 우루루 몰려다니는 출사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유희로서의 즐거움은 분명하나 사진 자체를 위해서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의 위치와 간격을 수시로 파악하고 의식해야 하다보니 촬영 자체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 어쩌다 동시에 꽂히는 장면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모두가 달려들어 셔터를 눌러대기 십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너무나 쉽게 눈에 띈다는 점이다. 여럿이 몰려다니며 사진을 찍는다는 건 스냅 작가로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스스로 자초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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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럿이 출사를 나가게 됐을 때 분명 부인하기 어려운 장점 하나가 있다. 바로 든든하다는 것! 군대도 다녀오고 마흔이 다되어가는 사내들이라 하더라도 혼자 사진을 찍으러 다닐 때는 사실 적잖은 용기가 필요하다. 아무도 시비걸지 않는 풍경 사진을 찍는다면 차라리 속 편하겠지만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촬영 스타일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험한 꼴을 당할 각오를 해야한다. 하지만 여럿이 되면 이 부분에 있어서는 다소 안심이 되는 것이다. 설사 내가 생선 파는 아줌마로부터 소금물 한 바가지를 얻어 맞거나 왜 내 사진을 찍었느냐며 달려드는 거친 바다 사내에게 맞서야할 상황이 벌어질 때, 적어도 말려줄 사람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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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모임 이름도 없고 정기적으로 만나지도 않지만 어느새 고유 명사가 되어버린 ‘포항지부’의 존재는 그런 측면에서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나이도 직업도 고향도 모두 달랐지만, 스냅 사진을 절대적으로 선호하고 작고 단정한 카메라를 즐긴다는 취향이 서로 맞았다. 억지스럽게 서로를 배려하지 않아도 각자가 알아서 편안하게 사진을 찍기에 부담이 되지 않아서 좋았다. 그러한 교집합들로 인해 느슨하면서도 은근히 야무진 결속력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러한 든든함을 바탕으로 비로소 죽도시장을 카메라에 제대로 담기 시작할 수 있었다. 서로가 없었다면 사실 쉽지 않았을 작업들. 어느새 1년이 넘도록 죽도시장을 꾸준히 다니고 있다. 포항에 사진 찍을 곳이 없던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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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중간 정산의 의미로 지난 1년간의 작업을 정리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포항에 사는 이상 계속해서 이어나갈 작업이긴 하지만 지난 사진들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방향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 통합된 주제전의 형식보단 멤버들 각각의 사진을 병렬식으로 나열하여 그들의 다양한 시선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형태로 진행해 보기로 정했다. 다같이 모여 포트폴리오를 보며 일관되고 흐름이 느껴지도록 작품을 선별하여 구성해보고 싶었지만 직장인이자 가장인 우리가 그런 시간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10컷의 선택은 전적으로 각자의 판단에 맞길 수 밖에 없었다. 사전 조율없이 제출된 40장의 사진이라는 구슬을 꿰어야 하는 나로서는 적잖이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비슷한 이미지들이 중복되거나 구성의 흐름을 해치는 컷들이 많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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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가 나오고 불과 이틀 만에 40장의 사진이 정해졌다. 그렇게 각자가 고른 40컷을 보고 있노라니 일부러 모여서 셀렉팅을 한 것 이상으로 조화로운 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동안 서로가 찍어온 컷들을 봐왔기에 죽도시장 사진을 내라면 누가 무엇을 낼 것인지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됐다. 그런데 이번에 모인 사진들을 보니 그 예상과는 많이 다르다. 이른바 ‘대박 컷’을 양보한 흔적이 역력하다. 단일 컷으로는 끝내주던 작품도 전체적인 흐름을 고려해 일관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 이미지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다른 멤버의 대박 컷과 중복될 만한 컷들은 아쉬워도 과감히 빼낸 듯 하다.

내가 했던 걱정은 기우였음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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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뿡

“죽도시장에 온전히 속해있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잠시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그 어느 곳에도 편하게 속할 수 없었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취미’라는 이름으로 셔터를 누르는 내가 설 자리는 마땅치 않았다. 그들과 같은 시선과 감정을 가지려는 욕심을 버리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로 한 후에야 나는 비로소 카메라를 꺼내들 수 있었다. 어중간한 거리에서 어중간한 화각으로 담아낸 사진들을 보여준다는 것. 더군다나 다른 멤버들의 사진들과 함께라니 무척이나 부끄러워진다. 조심스레 골라본 나의 사진들을 사진 본연의 가치인 ‘기록’으로서 보아 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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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아비

“한 주의 모자란 잠을 보충해야 할 주말 아침, 나는 죽도시장으로 향한다. 어판장의 아침은 싱싱한 생선과 활기로 충만하다. 이 곳에는 물 좋은 생선을 좋은 가격에 입찰하려는 어깨 넓은 중도매인들과 엄중한 카리스마로 이들을 리드하는 경매사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각본 없는 드라마는 때론 긴박하게 때론 느긋하게 스스로 완급을 조절하며 흐르고, 나는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 든다. 주어진 셔터스피드는 1/60초. 어판장과 호흡을 맞추려 애쓰다보면 같은 주파수로 공명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셔터를 릴리즈 할 때이다. 여기 2016년 한 해 죽도시장에서의 공명의 시간을 모아보았다. 1초도 채 되지 않는 1/6초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잠시나마 나의 주파수에 동조해주길 희망한다. STAY T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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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빛연어

“어시장은 바다를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겉에서 바닷가 주변만 서성거리는 것에 비해 바다 속에서 건져올린 주인공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그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어시장이다. 이런 어시장이 평범한 우리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활기는 바로 긴장과 속도에서 비롯된다. 아침 어시장은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분주하다. 그렇게 사람도, 사람의 말도, 눈앞의 생선도 급하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유는 바로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갓 잡아올린 생명력을 최대한 보존해서 육지의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급하고 분주하고 긴장된 공간에서 사진 촬영은 무척이나 생경한 일이다. 촬영은 흐르는 시간을 정지시킨다. 찰나를 포착한다. 셔터를 누름과 동시에 뷰파인더 속에서 그 긴장감은 정지된다. 상인들의 생계, 생업의 순간을 정지시켜 아름다움과 예술의 세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바다와 육지의 차이만큼 어시장 상인들의 활동과 촬영 활동은 서로 대칭에 있다. 이렇게 어시장에서 건져올린 사진 속에는 갓 건져올린 활기와 죽음, 속도와 정지, 생업과 예술 이란 여러가지 퍼즐들이 서로 대칭되어 담겨있다. 이런 여러가지 극단의 대비들을 사진 속에 건져올리는 것이 어시장 촬영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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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YOPIYO

“비상식과 비효율로 가득찬 회사에서의 일주일을 겪고나면 내 몸과 마음은 지치고 피폐해진다. 힘겨운 일주일을 보내고 얻어낸 주말 아침, 늦잠을 자봐야 더 피곤하더라는 것은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흑백 필름을 넣은 단촐한 카메라를 하나 들고 죽도시장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팔딱거리는 물고기 만큼이나 생기 넘치는 새벽 죽도시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흥분되는 일이었다. 물론 그 곳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업의 현장을 그저 겉돌며 바라보기만 하는 나의 시선과 심리적 거리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 역시 결국은 피상적이고 심도 얕은 아마추어의 수준을 넘어서긴 어려우리라.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셔터를 정신없이 누르는 한시간 남짓의 시간은 지난 일주일간 복잡하게 뒤엉킨 내 머릿 속을 리셋하고 지친 마음을 재충전 하는데 충분한 시간이다. 죽도시장에 촬영할 거리가 많다기보단 그런 이유 때문에 죽도시장을 더 자주 찾았던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무엇보다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던 그 곳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는 다시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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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죽도시장, 지난 1년의 기록들

사진 : 민뿡, 주아비, 은빛연어, PIYOPIYO

글 : PIYOPIYO

Zeiss Opton Biogon 35mm f2.8 T

dscf2036Zeiss Opton Biogon 35mm f2.8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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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카메라를 사용하는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화각은 단연 35미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 좁지도 넓지도 않은 화각 탓에 편안하게 두루두루 운용할 수 있는 35미리 렌즈는 거리 사진과 보도 사진 분야에서 널리 인기를 끌었고 각 메이커들은 저마다 우수한 35미리 렌즈의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20세기초 표준렌즈와 장초점 망원렌즈의 발전에 비해 광각렌즈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더뎠고 오늘날까지도 성능을 인정받는 ‘제대로된’ 35미리 렌즈의 출현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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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카메라의 선두주자이던 라이츠사는 1930년 Elmar 3.5cm를 출시했다. 당시 자이스이콘은 아직 Contax I 조차 발매하지 못했던 때였으니 라이츠의 엘마는 가장 빨리 등장한 35미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에 자존심이 상했던 것인지 Contax I이 출시되고 난 후에도 칼 자이즈는 35미리를 아예 건너 뛰어버리고 더 넓은 화각인 28미리 테사를 발매하며 그들의 기술력을 과시한다. 그리고 정작 35미리 화각은 Contax II가 발매되고 난 뒤인 1937년에 처음 출시하게되니 바로 칼 자이즈 예나 비오곤이었다. 비로소 ‘제대로 된’ 35미리 렌즈가 사진계에 등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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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zeissjenabiogon35f28_1936a역사적인 첫번째 비오곤. Carl Zeiss Jena Biogon 35mm f2.8 (unco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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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미리 비오곤은 당시로선 대적할 상대가 없는 최고의 35미리 렌즈였다. 라이츠에 비해 한발 늦었던 만큼 성능상으로 엘마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는데 최대 개방값은 f2.8에 달했고 놀라운 해상도와 극도의 왜곡 억제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는 후옥의 크기가 극단적으로 크고 플렌지 백이 엄청나게 짧은(21미리 비오곤보다 더) 특유의 설계로 달성할 수 있었던 놀라운 성능이었다. Elmar 3.5cm의 최대개방값은 f3.5에 머물렀고 해상도는 사실상 열악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당시 비오곤과 엘마의 성능 격차가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2차대전 전에 생산되었다고 하여 전전형(pre war) 비오곤이라 불리게 되는 Carl Zeiss Jena Biogon 35mm f2.8은 종전 이후까지 생산이 지속되며 당대 최고의 35미리 렌즈라는 지위를 내려놓지 않았다. 후기에 들어서는 T코팅이 더해지는 개량이 이루어졌고 전쟁 기간 중에는 특이하게도 라이카 스크류 마운트용으로도 잠시 생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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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JPG라이카 스크류 마운트용 35미리 비오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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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 드레스덴의 자이스이콘 공장이 폭격을 맞아 카메라 생산을 못하게 되자 예나의 렌즈 공장 역시 위기에 처한다. 렌즈를 만들어봐야 이를 장착할 카메라가 없는 것이었다. 이에 궁여지책으로 자이스이콘은 콘탁스용 렌즈들을 라이카용으로 제작하여 판매처를 뚫기로 한다. 종전 후 이같은 변종들은 더이상 생산되지 않았고 생산기간이 짧다보니 생산량도 상당히 적어 구하기는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구할 수만 있다면 마운트할 수 있는 바디가 제한적인 콘탁스용에 비해 훨씬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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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명성을 날리던 전전형 비오곤은 1950년, Contax IIa가 등장하면서 뜻밖의 문제에 맞딱드린다. 앞서 얘기한 커다란 후옥과 짧은 플렌지백 때문에 Contax II에 비해 소형화된 Contax IIa에 장착이 되질 않는다는 점이었다.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던 비오곤 35미리를 쓸 수 없다니, 이건 심각한 사안이었다. 물론 자이스이콘이 이같은 문제를 몰랐을리는 없고 바디의 소형화를 달성하기 위해 희생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동독 칼 자이즈 예나에서 설계된 Biometar 35mm f2.8이 급히 투입되게 된다. 이때만 해도 영구적이고 완전한 분단이라 여겨지지 않았던 터라 동독과 서독의 교류는 유지되고 있었고 비오메타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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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metar.jpg비오곤과 비오메타. 한 눈에 봐도 렌즈 후옥의 길이가 짧은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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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1_1.jpgZeiss Opton Biogon 35mm f2.8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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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수는 없었고 서독의 Zeiss Opton은 곧 새로운 비오곤을 출시하게 된다. 덕분에 위에서 언급한 비오메타 35미리는 1,614개만 생산되고 사라지게 되어 레어 아이템으로 등극하게 된다. Zeiss Opton Biogon 35mm f2.8은 이전의 비오곤과 구분하기 위해 전후형 비오곤으로 불리게 되는데 Contax IIa에 마운트 할 수 있기 위해 새롭게 설계된 것으로 후옥의 크기가 작아지고 길이가 짧아진 것이 특징이었다. 출시 초기부터 단종 때까지 코팅의 변화 외에는 구조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은 50mm Sonnar와는 달리 흥미로운 변화라 할 수 있다. 아래의 그림을 통해 그 변화를 확인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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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GN.jpg

최초의 비오곤은 조나 타입으로부터 파생되었는데 후옥이 크기가 전옥보다 큰 특유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전전형 비오곤은 전쟁 후 두갈래로 나뉘어 발전하게 되는데 전쟁 후 소련에서 생산된 주피터-12 렌즈는 전전형 비오곤의 설계를 거의 그대로 이어받은 반면, 서독에서 생산된 전후형 비오곤은 앞서 언급했듯 Contax IIa에 사용되기 위해 후옥의 크기가 작아지고 길이도 짧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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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gon-1-2.jpg

전전형 비오곤(좌)과 전후형(우) 비오곤의 비교. 후옥의 길이가 짧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전후형 비오곤이 가지는 핸디캡이었다. 바디에 맞추기 위해 비오곤의 완벽한 설계에서 타협이 이루어졌다는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이때문에 전후형 비오곤은 콘탁스 마운트 비오곤 타입 35미리 렌즈들의 성능을 논할 때 주피터-12 보다도 한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는 렌즈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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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사실일까? 실제 전전형과 전후형 모두를 써본 유저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해상도 만큼은 전전형이 탁월하다는 쪽이다. 전후형 비오곤의 짧고 작아진 후옥을 고려해 봤을 때 전전형에 비해 해상도와 왜곡 억제력이 다소 떨어졌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아직 두 렌즈를 1:1로 비교한 결과를 보지 못해서 선뜻 수긍이 가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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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과연 전후형의 해상도가 다소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확연한 차이가 날 것 같지는 않다. 엘마와 비오곤이 60:100이라면 전후형과 전전형은 90:100의 느낌은 아닐런지. 그리고 해상도 측면에서만 렌즈를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고해상도 렌즈와 고화소 이미지 센서들이 당연시된 요즘 시대에 올드 렌즈를 사용하면서 기대하는 요소는 뛰어난 해상도만은 아니란 점에서 전통적인 시각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전후형 비오곤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 개선점들을 고려하여 다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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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ax II에서 IIa로 이어지면서 이루어진 소형화, 그리고 디자인의 개선은 비오곤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루어졌다. 전전형 비오곤이 다소 투박한 디자인과 마감을 보여줬다면 전후형 비오곤은 훨씬 세련된 디자인과 컴팩트함을 이루어냈고 크롬 코팅의 품질도 개선되어 아름다운 광택을 자랑한다. 거기에다 개선된 T코팅이 적용되어 역광에서는 물론 칼라 필름 사용시에도 보다 안정적인 결과물을 보장해준다. 결국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전후형이 보다 우수한 성능이라고 봄이 더 타당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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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바닥이 그러하듯 객관적 성능과 정밀하게 측정된 수치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전설’은 분명 존재한다. 전전형 비오곤은 그런 면에서 전설의 대열에 오른 렌즈였지만 전후형 비오곤은 아쉽게도 그러질 못했다. 그렇게 된 이유로 두가지를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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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Biogon 21mm f4.5의 출현.

비오곤 35미리의 출시 후 얼마지나지 않은 1954년 칼 자이즈는 21미리라는 놀라운 화각의 비오곤을 출시한다. 전에 없던 광활한 화각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었을 이 렌즈는 광학적 성능마저 뛰어났다. 비오곤하면 21미리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임팩트가 강한 렌즈의 등장으로 상대적으로 35미리 비오곤은 한마디로 묻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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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라이츠의 약진

앞서 언급했듯 전전형 비오곤이 출시되던 당시 라이츠에서 내세울 수 있는 35미리 렌즈는 해상도 낮고 코팅도 적용되지 않고 개방값도 어두운 Elmar 뿐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당시 비오곤의 성능은 라이츠를 포함한 여타 경쟁사들의 렌즈들을 압도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전전형 비오곤은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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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후형 비오곤은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라이츠는 엘마에 비해 모든 면에서 성능이 향상된 Summaron 35mm를 출시하고 있었고 1958년에는 그야말로 신화가 된 렌즈, Summicron 35mm 1st, 일명 8매를 선보이게 된다. 이건 그야말로 두 회사의 35미리 경쟁에서 종지부를 찍어 버리는 일이었다. Contax IIa가 61년 단종되며 콘탁스 마운트 렌즈들 역시 같은 운명을 따르게 되면서 주미크론에 대항할 f2.0개방값의 비오곤은 결국 시장에 선보이지 못했다. 이처럼 전전형과는 달리 경쟁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던 상대적 지위 역시 전후형 비오곤이 다소 박한 평가를 받게된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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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 저러쿵 하는 호사가들의 얘기를 별개로 치더라도 전후형 비오곤은 좋은 렌즈임에 틀림없다. 출시 당시 콘탁스용 교환렌즈 중 세번째로 비싼 가격이었고 깔끔한 외관 디자인과 고급스런 크롬 광택이 아름답고 비오곤 다운 컴팩트한 사이즈 역시 매력적이다. 초점링과 조리개링은 아주 부드럽게 작동되어 만지작 거리는 재미도 크다. 더군다나 상대적으로 구하기도 어려운 물건인 탓에 소유에 따른 만족도도 높은 렌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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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미리 비오곤과 50미리 조나라는 걸출한 두 렌즈 사이에 가려 콘탁스 마운트 렌즈들 중에서 그 이름은 드높지 않지만 역시 비오곤은 비오곤이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물건이 많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바디가 제한적임에도 불구 여전히 만만치 않은 가격을 자랑하지만 Contax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35미리의 폭이 좁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렌즈 역시 Must Have Item이다. 보이면 사야하는 렌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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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F1968.jpgCONTAX IIa / Zeiss Opton Biogon 35mm f2.8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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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27-contaxiia-biogon35mm-hp5-19_36-1ILFORD HP5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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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 Zeiss Biogon 21mm f4.5 for Cont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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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gon 21mm가 없었다면 Contax는 지금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조금 극단적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난 리뷰에서도 언급했듯 Leica M3의 등장으로 후속기를 내놓지 못하고 단종된 자이스이콘의 콘탁스는 잊혀진 카메라가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아직도 소수의 열렬한 추종자들은 콘탁스를 사랑하고 있으며 60년이 넘는 세월동안 아껴가며 사용된 적잖은 콘탁스들이 여전히 시중에 돌아다니고 있다. 바디 자체만 놓고 봤을 때 그리 매력적이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인 콘탁스가 이 정도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큰 공헌을 한 렌즈가 있다. 바로 ’20세기 최고의 광각 렌즈.’라고도 불리는 전설의 렌즈, Carl Zeiss Biogon 21mm f4.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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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자이스이콘은 당시로선 그야말로 초광각이던 90도 화각의 21미리 비오곤을 세계 최초로 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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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브로셔 표지에는 21미리 비오곤으로 촬영한 사진 위에 50미리 화각을 표시하여 21미리가 얼마나 넓은 화각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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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미리가 발매됨으로써 콘탁스용 비오곤은 두 개가 되었다. 21mm f4.5와 35mm f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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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미리 비오곤은 총 8매의 렌즈로 구성되었으며 전면에 2개의 오목 유리를, 후면에 1개의 오목 유리를 놓은 대칭형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백포커스가 극단적으로 짧아 렌즈의 후옥은 필름면 가까이 최대한 근접하여 장착된다. 이를 통해 최고 수준의 왜곡 억제력과 주변부까지 선명한 해상도를 자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비네팅 현상 역시 그리 두드러지지 않아 사용에 불편함을 초래하지 않았다. 개방값은 f4.5로 그리 밝은 편은 아니었으나 라이카 28mm 주마론이 f5.6, 칼 자이즈 28mm 테사가 무려 f8.0이었던걸 생각해보면 보다 넓은 화각을 가지고도 f4.5를 달성한 비오곤이 오히려 대단하다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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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미리 비오곤의 렌즈부를 분해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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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 내부에는 노란색이 보이는데 이는 황동의 색이 아니라 금 코팅의 색이다. 비오곤 배럴 내부에는 금이 코팅되어 있는데 이는 렌즈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확보하고 정밀한 중심축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 다른 렌즈에도 이런 식으로 금을 코팅한 경우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칼 자이즈가 비오곤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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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미리 비오곤의 특이한 설계 중 하나. 렌즈 후옥에 ‘플레어 쉴드’가 부착되어 있다. 렌즈 전면이 아닌 바디 속에 들어가는 후면에도 후드가 있는 셈이다. 같은 구조로 설계된 Contarex용 21미리 비오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플레어 쉴드’는 칼 자이즈의 다른 렌즈들에서는 볼 수 없는 것으로 21미리 비오곤을 설계하며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신경쓴 그들의 집념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아답터를 이용해 라이카 바디에 마운트 하고자 할 때는 두 개의 나사를 풀어 ‘플레어 쉴드’를 제거해주면 된다. 제거했을 때 특별히 문제가 있다는 보고는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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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싼 금속인 금까지 코팅해줄 정도로 정성을 다한 21미리 비오곤은 당시 콘탁스용으로 발매 중이던 교환렌즈들 중 가장 비싼 가격을 자랑했다. 1961년 10월 기준 가격표에 비오곤의 가격은 219달러로 나와있다. 현재 화폐 가치로 환산했을 때는 약 3,000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참고로 당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93달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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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탁스용 21미리 비오곤에 이어 자이스이콘의 SLR 라인업 Contarex용 21미리 비오곤도 발매되었다. SLR용으로 발매되었지만 구조적, 성능적으로 콘탁스용과 동일한 렌즈로 알려져 있다. 필름면 바로 앞까지 들어가는 특성상 미러업을 한 상태로 마운트해야 했고 그로 인해 프레이밍과 포커싱은 외장 파인더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한 방식이었지만 디스타곤 같은 레트로 포커스 구조의 광각 렌즈가 개발 되지 않은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콘탁스용 비오곤의 설계를 해치지 않은 덕분에 오늘날에는 비교적 더 후기에 생산되어 코팅이나 재료의 개선이 이루어졌으리라 ‘예상되는’ Contarex용 21미리 비오곤의 인기가 조금 더 높다. Contarex 사용자는 멸종 위기로 현재 시중에 돌아다니는 Contarex용 비오곤의 대부분은 M마운트로 개조되었거나 아답터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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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1미리 비오곤은 여기까지 이어진다. 바로 누구나 써보고 싶어한다는 핫셀블라드 SWC에 탑재된 38mm Biogon이다. SWC의 높은 인기를 가능케 해준 것 역시 칼 자이즈의 비오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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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R이 대세를 장악했던 시절. 비오곤은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해왔다. 미러 박스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으로 인해 비오곤 타입의 렌즈는 설 자리가 좁았던 탓이다. 하지만 교세라의 콘탁스 G시리즈와 함께 G28과 G21이 비오곤이란 이름으로 부활했고, 최근에는 코시나에서 자이즈 브랜드로 비오곤 광각 렌즈들을 출시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요즘의 비오곤들은 60년전 당시에 비해 설계 구조의 많은 변경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성능상의 개선은 좋은 일이나 렌즈 매수가 증가하고 백포커스에 여유를 두는 설계로 인해 길이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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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ax G21mm f2.8 Bio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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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iss C-Biogon 21mm f4.5 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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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리스나 D-RF카메라들이 출시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비오곤은 그리 사용하기 편한 렌즈는 아니다. 앞서 얘기했듯 비오곤 설계의 특징은 대칭형 구조와 극도로 짧은 백포커스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가장 우수한 왜곡 억제력과 뛰어난 해상력, 그리고 컴팩트함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비오곤처럼 짧은 백포커스로 설계된 렌즈는 디지털 센서에서 비네팅과 마젠타 캐스트를 억제하기 어렵다. goliathus님의 리뷰에 의하면 A7에 마운트했을 때 의외로 마젠타 캐스트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며 이태영님께서 Leica M-P typ240에 테스트했을 때는 약간의 마젠타 캐스트가 발생한다고 알려주셨다. 슈퍼 앵글론에 비해서는 적게 발생하는 편이라 한다. 이 같은 문제점은 이미지 센서의 발전과 함께 개선될 부분일 수도 있겠으나 최상의 광학적 성능만을 고려해 설계된 오리지날 비오곤의 제 짝은 역시 RF카메라, 그리고 필름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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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4mm 같은 초광각 줌렌즈까지 흔해진 오늘날 21미리는 ‘초광각’이라는 수식어를 붙히기도 쑥스러운 수준의 화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35미리와 50미리를 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RF카메라 유저들에게 여전히 21미리는 낯설다. 파인더의 특성상 RF카메라 유저들은 28미리 이하 광각으로 내려가는 일이 드물다. 최단 거리가 길어 강렬한 근경을 큼지막하게 넣기가 어렵고 외장 파인더를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도 따른다.

이 같은 이유로 꺼려하는 이가 많지만 막상 21미리 비오곤을 접해보면 그 자유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렌즈는 바디에서 아주 조금 돌출되어 있을 정도로 컴팩트하며 조리개를 8.0 정도로만 조여줘도 거의 모든 구간에 초점이 맞는다. 오로지 외장 파인더만 들여다보며 신나게 셔터를 눌러주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135판 SWC가 되는 것이다. 아니지. 콘탁스용 비오곤이 선배이니 그렇게 불러주는 것은 예의가 아니겠다. 어쨌든 콘탁스용 비오곤을 쓴다는건 단순히 21미리 화각을 다룬다는 의미가 아니라 RF카메라에 최적의 설계를 이루어낸 다시 나올 수 없는 최고의 광각렌즈와 함께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앞에서 슈퍼 앵글론과 슈퍼 엘마를 논하지 말자. 더 좋은 렌즈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오겠지만 그 시작은 바로 콘탁스용 비오곤이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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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 Zeiss 21mm Biogon f4.5 for Contax (1954~196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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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4. 포항

Contax IIa / 21mm f4.5 Biogon / Kodak 400TX / IVED

hasselblad *903swc

hasselblad *903swc

정방형 광각의 key 라고도 할 수 있는 biogon 38mm 이다.
biogon 설계상 플랜지백이 무척 짧기 때문에, 미러박스를 생략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즉, 완전한 목측식으로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이다.
물론 필름백을 떼고, 별매의 포커스 스크린과 앵글파인더를 사용한다면 보는 그대로를 찍을 수 있기는 하다. (엄청 번거롭다는 점은 함정…)

OLYMPUS DIGITAL CAMERA

biogon 38mm 렌즈를 단 swc 는 3가지 모델이 있다.
swc/m | 903swc | 905swc

swc/m 은 붙어 있는 렌즈에 따라 초,중,후기형으로 구분된다.
초기형은 biogon-c 렌즈가 붙어 있다. 아직 T*코팅이 적용되기 전이다.
중기형은 T*코팅이 적용된 biogon-c 렌즈가 붙어 있다.
후기형은 (렌즈 경통에 있는 녹색 글씨를 제외하고) 903swc 와 같은 CF 렌즈가 붙어 있으며 네모나게 각진 신형 파인더를 구성품으로 제공한다.

903swc 부터 바디에 붙어 있던 수평계가 생략되었다. 903swc 의 흠이라면 렌즈경통의 초점링이 고무재질이라는 점 정도이다. 물론 이것도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얗게 뜰 수 있는 재질인 것을 생각하면 그리 달갑지는 않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외형의 완성도는 903swc 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905swc 는 필터 어댑터, 스트로보 터미널 단자(잘 부러짐), 경통 부위 등에 플라스틱 부품을 채택하였다.
biogon 38mm CFi 렌즈는 903swc 의 CF 렌즈에 비해서 코팅의 변화가 있었다. 코팅의 개선을 통하여 콘트라스트가 좀 더 올라갔다고 한다. 기존 903swc CF 렌즈 코팅에 사용하던 재료가 유해물질로 지정되어 불가피하게 코팅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는 설도 있다.
905swc 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재 시세가 903swc 의 2배수준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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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명 앞에 * 표시가 있는 것은 일본쪽에 주문 생산되었던 한정판 모델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이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는 잘 모르겠다.

: 궁금해서 찾아보니 ‘Shriro’ 라는 핫셀블라드 총판에서 당시 횡행하던 일본내의 gray mraket 에 대항하기 위해, star(*) 를 붙인 모델을 주문생산하여 유통시켰다고 한다. 주문생산방식이라 building QC 도 높였다는 식으로 (잘 팔기 위해) 부연설명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의 QC 격차 사실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그래도 * 표기니까 크게 거슬릴 것도 없고, 외려 좀 더 이뻐보이기도 한다. 요약하자면 일본 총판의 정품 표식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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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고리 주변에 긁힌 흔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젠 그런 것에 더이상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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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셀블라드 카메라의 시리얼은 생산년도를 표기하고 있는데, 시리얼 앞쪽에 등장하는 영문자 2개가 바로 그것이다.
약간의 암호해독이 필요한데,

V H   P I C T U R E S
1 2   3 4 5 6 7 8 9 0

이런 식으로 읽으면 된다.
EC 라고 씌여있는 바디는 95년 생산이라는 이야기이고, 그 옆의 신형 필름백은 SC 즉 05년도에 생산된 필름백이라는 이야기이다.

SWC 시리즈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기본 파인더이다. 대체 핫셀 블라드는 이런 만듦새의 파인더를 생산해 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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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c 최후기형부터 채택된 신형 기본 파인다. 생김새만 보면 크게 나무랄 곳은 없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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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의 왜곡이 심하고 파인더 자체가 좀 선명하지 못하다.
물론 한가지 장점은 있는데, 파인더를 통하여 셔터스피드, 조리개 수치, 수평계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필름에 최종적인 상을 맺히게 하는 것은 바디에 붙은 렌즈이지만, 파인더의 만족도는 촬영하는 당시의 사용자에게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
즉, 피사체를 바라볼 때 짜증이 솟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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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gtlander 에서 한정생산한 swc 용 앵글파인더, 파인더의 몸통에 6X6 이라는 표시가 선명하게 되어 있다. (별생각없이 swc 전용이 아닌 앵글 파인더를 구입하면 정말 낭패일 것이다.)
voigtlander 는 파인더의 명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swc 용 앵글파인더에는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 swc 슈와 앵글파인더의 발 사이에 1.3mm 정도의 유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단단하게 결합시키려면 그 둘 사이에 뭔가를 집어 넣어야 한다…
필자의 경우는 2mm plastic plate (플라판) 을 오려서 사포질을  조금씩 해가며 그 틈을 맞추었다.

s1020786_1<교토 료안지에서 swc 로 촬영중이신 ‘미싱보스’ 님>

접안부의 노란색 고무는 필자처럼 안경을 쓰는 사람들이 긁힘없이 파인더를 볼 수 있도록 보호대를 만들어 단 것이다.
지난 교토 출사에서 swc로 촬영하시던 부산남자 ‘미싱보스’ 님의 앵글파인더가 그렇게나 예뻐 보일 수가 없었는데… 그 파인더 안을 들여다본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 voigtlander 앵글파인더로 보이는 세상은, 기본파인더로는 볼 수 없었던 신세계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교토 방문 이후, 나는 구하기 어렵다는 이 파인더를 구하기 위해 골몰하였고, 다행히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파인더에 관하여 여러가지 자문을 드렸었는데, 친절한 ‘미싱보스’ 님께서 여분의 노란 수축튜브가 있다며 보내주신 덕에 헤어드라이기를 이용하여 잘 만들 수 있었다.
노랑과 검정, 보색임에도 은근히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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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기본파인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선명한 상을 보여준다. 보이는 영역은 기본 파인더보다 약간 넓다.
사진으로 옮기다 보니 잘 표현이 되질 않는데, 실제로 두가지 파인더를 모두 비교하게 된다면, 아마 기본 파인더를 사용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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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mm 비오곤 swc 를 사용하는 이유는 원경을 편하게 찍기 위함이 아니라, 근경에서의 접근을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swc 의 정체성은 근접한 거리에 있다고 한다.
그것은 내가 snap 으로 28mm (135 format) 를 선호하는 것과 유사한 이치인 것 같지만, 정방형 및 초광각에서의 접근은 아직 생소하기만 하다.
뭐, 사용하다보면 점차 적응이 되지않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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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ple>

201612068s날마다 맞이하는 나의 퇴근길,

201612066s득의양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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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62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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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C 의 정체성은 다가서는 것이라 하니, 어쨌든 한번 들이대어 보기로 했다…
그러나,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만은 아닌 듯;;;

201612202s‘도를 아세요?’ 는 아니고, 바다건너의 불우이웃을 도와달라고…
음… 저는 세이브더출드런을 하고 있어요, 후다닥…

201612203sB포토 인증 맛집 종각 ‘에머이(emoi)’, 입구쪽의 바에 자리를 잡으면 시원한 불쇼를 구경할 수 있다.

201612206sB포토에서 미남을 담당하고 계신 Loupe 님,

20161220611s고독한 우산을 잡아보려 하였으나, 그저 밀어내기만,

2016122069s

201612204_2s기대한 컷이었으나, 그저 중년의 고독을 노래하는 것으로 ㅠㅠ

201612203_2s마이 사셨어요??

20161220_2s가장 아름다운 거리는 비오는 거리이다.

2016122014s

201612201_2sP모님처럼 아스라한 이문동 골목사진을 기대하였으나, 부쩍 자란 그들이 손에 쥔 것은 빛과 연기를 뿜는 발광체와 발광체…

201612206_2s오늘도 공쳤다… 감정이입 샷으로 마무리…
들이대는 것은 역시 어렵구나…

언제나 B컷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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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3swc / 38mm biogon T* 1:4.5 / HP5+ / rodinal 1:50 / V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