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앙과 함께 산책을

 

Okin-dong, Seoul 2018

Leica M3, Super Angulon 21mm f/3.4, Ilford FP4, Kodak Portra400

 

대략 십수년 전 즈음에 내손에는 주미룩스 최신형 렌즈가 들려있었고 늘 함께 사진을 찍던 분의 손에는 슈퍼앵글론이 들려있었다. 당시만 해도 최고급 카메라와 값비싼 렌즈를 손에 들고 의기양양했던 것 같다. 항상 함께 사진을 찍고 같이 현상소에 들러 같이 한롤을 가득 인화하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같이 사진을 나누어 보던 시간들이 있었다. 36장의 필름을 장당 100원 정도에 인화를 했던 것 같다. 커피 한잔값 보다 필름 한롤 인화하는 비용이 더 쌌으니 가능했던 때다. 사진이란건 참 묘해서 인화한 사진을 놓고 한장을 십분쯤 뚫어지게 바라보다보면 참 많은게 보인다. 요즘처럼 인터넷에 포스팅하고 몇초만에 우와 멋지네! 하는 감성으로는 보이지 않는게 있는 것이다. 아마 그 때 부터 놓치고 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 것 같다. 완벽하지 않은 삶의 너절한 편린들. 요즈음의 렌즈에서는 보이지 않는 주변부의 비네팅이라던지 약간의 왜곡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컬러밸런스가 주는 색의 틀어즘 같은 것에 익숙해지고 그것이 유독 더 사랑스러워진다. 슈퍼 앵글론이 주는 어두운 톤의 느낌들. 서슬이 퍼런 푸른색. 꿈속에서도 튀어나올 것 같은 붉은색들. 주변부로 갈수록 어두워지는 그러니깐 꿈속을 헤매이는 것 같은 묘한 느김들. 그러니깐 애정이라는 것은 별다른 논리적 이유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냥 좋으면 좋은거지. 비가오거나 날씨가 구리구리한 약속이 없는 주말이면 내가 사랑하는 카메라와 렌즈를 들러매고 동네를 한바퀴 돈다. 장비에 집중하지 말고 사진에 집중해야한다고? 누가 그걸 모르나? 그런데 그런 말이야 말로 참 우습게 들린다. 내가 이걸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뭔 그걸 보지 말란 말인가. 아마도 난 내 손에 내가 사랑하는 장비가 없다면 별로 사진에 관심도 애정도 없어질 것 같다. 언젠가 어느 뉴스 기사를 보니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성공을 하고 돈도 많이 번 이후에도 오랜시간 자신이 비디오가계 점원을 하고 있던 시절부터 타고 다니던 아반테였던가 뭐였던가 그 차를 계속 타고 다녔다고 한다. 여자친구가 불평을 하더라도 자신이 애정하던 자동차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그인들 최신의 자동차가 좋은걸 누가 몰랐겠는가. 아무튼 나는 내가 사랑하는 엠삼에다가 슈퍼앵글론 렌즈를 들고 나서면 그냥 그 자체로 기분이 좋다.

사진 한 롤

오늘은 별다른 약속도 없고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면서 시간을 보내었다. 그림을 그리고 있던 딸아이가 갑자기 요구르트가 먹고 싶다고 사달라고 부탁을 한다. 바깥 날씨도 쌀쌀한데 혼자 보내기도 그렇고 알겠다고 하고선 카메라를 챙겼다. 요구르트를 사러 나갈 겸 사진 한 롤을 들고 잠시 옥인동 주변을 돌았다.

Leica IIIf, Red-scale Elmar 5cm f/3.5, Ilford FP4, Ilford Ilfosol-3

슈퍼 앵글론 Super-Angulon 21mm f/4.0

sa214

  • Period (produced): 1958 – 1963
  • Code: SUOON (1002K) L39 mount, SUMOM (111102L) bayonet
  • Serial numbers: 1,583,001 – 1,717,000
  • Total produced: 7000
  • Aperture: 1:4 – 1:22
  • Focal length: 21mm, 92″
  • Minimum distance: 40cm
  • Weight: 250grams
  • Filter: E39

1958년은 라이츠로서는 최고로 잘 나가던 시기로, 35밀리 주미크론 1세대 렌즈와 주마론, 50밀리 즈미룩스 1세대, 비죠플렉스용 65밀리 엘마 그리고 90밀리 즈미크론 1세대 등 많은 명작을 쏟아내며 타 카메라 제조업체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던 때였다. 21mm라는 초점거리는 135 포맷의 카메라가 도입하기에 당시로써는 지나치게 넓은 광각이었기에 당시 라이츠사에선 28mm 화각 까지만 생산하고 있었다. 사실 표준이나 망원렌즈와 달리 광각렌즈는 설계가 훨씬 더 까다로우며 특히 주변부 광량 저하와 경사각 수차, 왜곡을 동시에 극복하는 것은 당시로써는 넘기 힘든 커다란 장벽이었다고한다. 그러던 중 광학디자이너들은 종래의 렌즈 설계방식을 탈피하여 전체구조를 대칭형으로 하게 되면 각종 수차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대물렌즈에 의해서 발생한 광학수차들이 대칭위치에 놓이는 같은 수차를 가진 후면렌즈가 반대방향으로 광학수차들을 발생시키므로 결론적으로 렌즈 전체의 광학수차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원리에 의한 것이었다. 덕분에 당시의 광학 디자이너들은 광각렌즈에서 극복하기 어려웠던 여러 수차들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대칭형 설계는 Cosine-Fourth에 의한 렌즈 주변부의 광량저하가 극심해져서 사진의 주변부가 어둡게 되는 문제를 낳았다. 이것이 심하면 마치 로모의 터널이펙트 처럼 일반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렌즈가 되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때 슈나이더와 짜이즈의 렌즈설계자들은 비슷한 시기에 거의 동시에 해결책을 찾게 되었는데, 그것은 사람의 동공이 빛이 들어가는 부분과 나오는 부분이 안쪽의 수정체에 비하여 더 크다는 사실을 응용한 것이었다. 그것은 렌즈 설계에서 전면부와 후면부의 렌즈지름을 내측의 렌즈에 비해서 더욱 크게 설계하여 경사각에 따라 빛을 안쪽으로 더 많이 모아줌으로 인하여 주변부 광량저하를 극복하는 방식이었다. 결국 이러한 설계의 렌즈들은 전면부와 후면부 렌즈들이 비약적으로 크게 설계하여 주변부 광량저하를 방지할 수 있었다.

17457899_10208962674132570_8559455839984380476_n
비오곤과 유사한 대칭형 구조를 적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레트로포커스 디자인에 비하여 더 작은 사이즈로 왜곡없이 전체렌즈를 설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슈퍼앵글론 21mm f/4 렌즈는 1958년 포토키나에서 처음 발표되었으며 라이츠 최초의 21mm 광각렌즈였다. 스크루 마운트로는 1,462개가, 베이요넷 마운트로는 5,292개가 생산되었다. 당시 라이츠사에선 28mm 헥토르나 주마론 같은 렌즈만 생산하였고 더 이상의 광각렌즈는 생산되지 않았지만, 슈나이더 크로이츠나흐의 힘을 빌려 이 렌즈를 생산할 수 있었다. 렌즈는 반 대칭형 구조로 4군 9매로 구성되어있으며 특이하게 렌즈 접합을 전혀 하지 않았다. 당시 최고 경쟁자였던 비오곤 21밀리 렌즈의 f/4.5보다 조금 더 밝은 렌즈였다. 렌즈 설계면으로는 러시아의 루싸  MR-2 20mm f/5.6, 자이쯔의 비오곤 21mm f/4.5 렌즈 모두 서로간에 매우 유사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광학회사들 사이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비슷한 설계에도 불구하고 각기 회사마다 렌즈의 특성이 전혀 다른걸 보면 그 미묘한 차이가 참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이들 렌즈는 모두 후면렌즈가 뒤로 매우 많이 돌출되어있어서 왜곡을 매우 잘 억제하고 있다. 하지만 그 구조의 특징으로 인해서 대부분의 디지털 바디에는 센서면과 매우 가깝게 근접하기 때문에 입사각이 확보되지 않아서 좌우로 마젠타 케스트가 강하게 드리운 사진이 나타난다. 때문에 사실상 디지털바디에서는 컬러사진을 촬영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또한, 이 렌즈는 돌출된 후면렌즈로 인하여 TTL 노출계의 연동이 정확하지 않다.

sa214-cast
디지털바디인 라이카 M-P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사진의 가장자리에 마젠타 캐스트가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포토샵 플러그인 중 코너픽스를 사용하여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며 흑백촬영시에는 별다른 티가 나지 않으므로 무시할만하다. 

 

1960년에 발간된 라이츠사의 카탈로그를 보면 ‘A truly special lens with an extremely wide field of vision. It is highly adapted for architectural photography, both indoors and outdoors, as well as for industrial photography, advertising, reportage, landscapes and for all of those situations in which the widest field of vision possible is necessary.’ 라고 되어 있는데 오늘날의 상황과 비교하자면 꽤 재미있다.

sa
발매당시의 선전문구를 보면 그들이 무엇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았는지 알 수 있다. 

 

21밀리 렌즈들은 대상을 수평으로 바라보지 않고 비스듬하게 바라볼 때 더 원근감이 왜곡되어 보이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다루기 까다로운 편이다. 따라서 원근감 왜곡없이 대상을 아름답게 담아내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사진작가 Jean Loup Sieff와 Bill Brandt 같은 이들은 이 21밀리 렌즈를 남들처럼 풍경이나 인테리어 사진에 사용하지 않고 누드사진에 활용함으로써 많은 사람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결국, 많은 라이카 사진작가들이 이에 영향을 받았고 기존의 작품에서 벗어나 렌즈 고유의 특성과 광학적 성능을 기반으로 새로운 창작활동을 시작하였다.

 

17620529_10208970708093414_7996084312022718166_o
슈퍼앵글론의 도입초기에는 광각의 능력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사진들이 유행하기도 했다. 

 

jeanloupsief-billbrandt
슈퍼앵글론이 가져다주는 넓은 시야와 원근감의 왜곡은 진지한 사진가들의 작품활동에도 많이 응용되었으며, 사진가 Jean Loup Sieff, Bill Brandt의 작품들을 통하여 예술적으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이 렌즈는 비네팅이 제법 있는 편이어서 개방조리에게서 특히 심하고 조리개를 f/8 정도까지 조이더라도 여전히 약간의 비네팅이 보인다. 이러한 비네팅은 렌즈설계의 결함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오히려 특유의 분위기 연출에 매우 좋다고 생각된다. 특히 이 렌즈의 톤과 유효적절하게 잘 어울리기 때문에 잘 연출한다면 큰 매력이 될 것이다. 사실 비네팅이 심하다고 생각하면 로모카메라에서 보이는 터널이펙트를 생각하기 쉬우나 그 정도의 열악한 화질은 아니며 센터에서의 샤프니스는 뛰어난 편이기 때문에 그에 비길 바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된다. Viewfinder에 발표된 Dick Gilcreast의 리뷰에 의하면 IIIf 이전 세대의 모델을 사용하면 셔터커튼과의 미묘한 거리 때문에 비네팅이 조금 더 심해질 수 있고 이런 현상은 1/125초 이하의 저속셔터에서 드러난다고 하였는데 나는 II, III 등의 바디와 함께 사용하면서 특별히 이러한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sa214-vignett
렌즈의 비네팅은 광학적으로는 큰 결함이지만 흑백사진에서는 상당히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므로 개성적 연출에 큰 도움이 된다. 

슈퍼앵글론은 개방조리개에서 중간이상의 명암대비를 보이며 주변부 광량저하가 심한 편이다. 이러한 특성은 조리개 f/8까지 연결되어 화면의 중간부가 환하게 떠오르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변부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묘사가 잘 살아있는 편이다. 조리개를 조이게 되면 점차 세부묘사의 표현이 향상되며 조리개 f/8에서 최적의 화질을 보여준다. 플레어는 현행렌즈들에 비하면 잘 발생하는 편이지만 비교적 잘 억제하는 편이어서 원형의 할로가 발생하지만, 사진의 묘사를 뭉개버리지는 않는 편이다. 이러한 점은 초기의 무코팅 렌즈들과는 대비된다. f/11을 넘어가게 되면 회절현상에 의해서 명암대비가 저하된다. 한두 단 정도 조리개를 조이고 클로즈업 촬영을 할 때 렌즈의 성능이 가장 빛나는 편이다. 막연하게 올드렌즈가 현행보다 해상력이 더 떨어지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MTF 그래프를 보면 이 슈퍼앵글론은 엘마리트 21mm f/2.8 asph 렌즈나 슈퍼엘마 21mm f/3.4 asph 와 비교해보면 뜻밖에 중앙부의 해상력은 결코 뒤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화면전체를 평균놓고 볼 때 그리고 주변부로 갈수록 더 해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화면 중심부에 놓이는 대상만을 한정해 생각해본다면 결코 떨어지지 않는 묘사를 보여준다. 이 렌즈는 쓸만한 해상력을 보여주지만, 조리개 f/3.4의 슈퍼앵글론과 비교하자면 명암대비가 좀 낮은 편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인화과정에서 자유도가 비교적 넓은 편이다. 묘사에서는 결이 곱고 부드러운 묘사를 해주는 렌즈이지만 컬러 발색은 뜻밖에 거칠고 투박한 편이다. 흑백에서 잔잔하고 서정적인 묘사에 좋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지만 극적인 느낌은 아무래도 약하고 암부의 묘사가 슈퍼앵글론 f/3.4 보다는 떨어지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렌즈보다도 촉촉한 느낌을 전해준다. 흑백사진을 인화할 때 그레인이 참 아련하게 표현된다. 오래전 겨울 바다를 이 렌즈로 담아내고 처음 그 사진을 인화해서 받아들 때의 느낌은 참 대단한 것이었다. 현대의 쨍한 사진들이 주지 못하는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이 렌즈의 또 다른 장점 중의 하나는 바로 최소거리이다. 접사 렌즈라고 할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의 촬영이 가능한데 실제로 나와 있는 거리계의 최소 눈금은 40cm까지이다. 이것은 광각렌즈를 임펙트 있게 활용할 때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나는 종종 이 렌즈를 라이카 Ic, If 등의 레인지파인더가 없는 바디들과 함께 사용하곤 한다. 광각렌즈 특유의 심도로 인하여 굳이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지 않더라도 모든 영역을 다 담을 수 있기 때문에 뷰파인더에만 집중하고 셔터를 누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렌즈는 가볍게 휴대하고 다니며 원하는 순간을 담는데 무척 용이한 편이다. 결론적으로 이 렌즈는 컬러보다는 흑백에서 그리고 필름스캔 보다는 인화에서 더욱 장점을 드러낸다. 이 렌즈가 주는 아날로그적 느낌을 한번 맛 보면 이 렌즈를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으리라 생각해본다.

maxresdefault
전용 IWKOO후드, 자그마하고 아름다운 외형으로 인기가 많지만 의외로 가격은 꽤 비싼 편이다. 

 

 

21mmviewfinders
21밀리 전용 뷰파인더. 좌측의 SBKOO 뷰파인더는 실버크롬 또는 블랙크롬으로 생산되었으며 자그마한 외형과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인기가 많다. 가운데 플라스틱파인더인 12008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투박한 외모로 인기가 없지만 가장 시원하고 밝은 시야를 보여준다. 오른쪽의 21-24-28 줌 파인더의 경우는 현대적 디자인임에도 기존 바디와 매칭이 잘 되고 실용적이나 다른 뷰파인더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어둡고 왜곡이 많다. 

 

rear
렌즈 설계상 마운트 뒤쪽으로 렌즈가 돌출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렌즈 뒤캡을 사용할 수 없고 전용 캡을 사용해야 한다. (가운데) M마운트용 (오른쪽) 스크류 마운트용 

 

 

Sample images

감정의 색깔

인지과학이라는 분야가 있는데, 이게 무엇이냐 하면 인간의 모든 기억, 사고, 감각, 판단, 감정 등등의 분야를 해부, 생리, 병리적으로 해체하여 설명해낸다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한다면 예전 유명했던이상구 박사의 ‘웃으면 엔돌핀이 나온다’라는 식의 이야기랄까? 우리가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던 우리의 대뇌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관해서 설명을 해내는 학문이다. 가끔 진료실에서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의 보호자들과 상담을 하면서 언급을 하곤 하는 말인데, 위의 이상구 박사 이야기를 하며,

“만일 우리 몸에 무언가 병이 생겨서 엔돌핀을 분비하는 기관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기쁜 일을 경험해도 엔돌핀이 부족하니깐 우습지도 않겠죠? 그럼 어떻게 돼요? 당연히 세상만사가 우울해지는 거에요.”

라는 말을 하곤 한다.

사실 우리가 느끼는 소중하고 고귀한 감정들을 이렇게 해체해버리면 참으로 허망하다는 느낌도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안타까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제는 이러한 인지과학이 정신분석의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선천적으로 양심이 없고 자기 멋대로 지내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대뇌의 어떤 특정 신경전달경로가 과대증식되어있어서 과도한 활동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많은 생체 내 신경전달물질이 우리가 어떠한 성격을 형성하게 된다는 식이다. 반대로 과도하게 자기양심적이고 법을 지키길 좋아하고 매사에 깔끔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대뇌의 또다른 어느 부분이 과다 활성화 되어 있고 그 기관에서 내뿜어내는 신경전달물질들이 우리가 원초적인 욕망대로 활동하도록 도와주는 A라는 기관을 통제하게 된다는 식. 잔인하게 말하자면 사람의 성격이라는 것, 인격이라는 것이 결국 대뇌 특정기관의 기능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신경전달물질이나 뇌파, 호르몬 등의 합이 되어버린다.

A: 슈퍼앵글론 21미리 렌즈를 사용해봤는데 현행 뺨치게 샤프하고 콘트라스트도 강하고 컬러도 상당히 매력적이야..
B : 슈퍼앵글론 21미리 렌즈는 현행에 비해서 아무래도 컨트라스트도 떨어지고 샤프니스도 떨어지더라. 색도 우중충해..

둘중의 누구 하나는 거짓말을 하거나, 어디서 주워들은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둘 중의 누구 하나는 객관적인 말을 하고 다른 하나는 막눈인걸까? 사실 위의 두 말이 다 맞을 수도 있고 또한 틀릴 수도 있다. 분명 객관적 차이라는 건 존재하게 마련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감각구조 또한 거짓말을 잘하기 때문이다.

사실 -> 감각 -> 신경 -> (변연계:Limbic System) -> 대뇌반구

우리는 많은 판단을 우리의 대뇌가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대뇌반구는 변연계라고 하는 조직이 떠주는 숫가락을 받아먹기만 하는 존재일 뿐이다. 왜 일생에 있어 어떤 순간, 어떤 장면은 단 한 번 보았을 뿐인데도 죽을 때까지 잊히지 않고, 또, 한편으로는 명절때마다 어느 소원한 친척식구의 집을 찾아가는 길은 왜 갈 때마다 헷갈리고 안외어지는걸까? 이걸 난 감정의 색깔(emotional coloring)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른바 하나의 경험에 하나의 감정의 색깔을 입히는 작업이다. 일상적 경험을 하더라도 총천연색의 화려한 색깔을 입혀놓으면 (즉, 강렬한 감정적 동요가 있다면) 그것은 죽을때까지 잊혀지지 않으며, 또 반대로 우중충한 어떤 색을 그려놓으면 (별다른 감정적 동요도 자극도 없다면) 잘 외어지지 않고 금방금방 망각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어떤 경험을 할 때, 순간순간의 느낌들, 감정들이 바로 그러한 색깔을 결정하게 된다. 이런 것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 바로 정치인에 대한 선호이다. 객관적 사실이나 논리적 옳고 그름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거다. 그냥 좋으니깐 다 옳게 보이고 싫으니깐 다 거짓말로 보이는..

처음 라이카라는 카메라를 한 대 구입하여 처음으로 필름을 집어놓고는 처음으로 현상을 해보고 또 인화해서 예쁜 인화지에 내가 촬영한 사진을 받아들 때의 그 느낌.. 그 설레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 일상의 남루한 하나의 일일 뿐이지만 그 설렘과 두근거림이 일생의 잊을 수 없는 기억들로 남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렌즈를 사용하면서 받는 느낌이 사람마다 천양지차로 다른 이유는 뭘까?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사실 객관적이라는건 우리의 감각기를 통하는 과정에선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똑같은 사진을 보여줘도 전혀 다르게 볼 수 있고 판단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이런건 비단 사진 한장과 나와의 관계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사진관련 커뮤니티에서도 게시판을 통해서 누군가 사진을 남기고 이걸 어떻게 찍었느니, 어디서 찍었느니, 그리고 어떤 렌즈를 사용했느니 따위의 말을 남기면 우리들은 서로 왁자지껄 모여들어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리고 거기에 무수한 댓글이 달리는 광경을 보다 보면, 이건 사진이나 렌즈에 대한 토론의 장이라기보다는 뭐랄까? 각자가 경험했던 그 소중한 감정을 서로 나누는 감정교류의 장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곤한다. 사진이나 렌즈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어찌 보면 커뮤니티라는 것이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것이 거기서 나오는 건 아닐까싶다. 우리의 마음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서 말이다.

805psydy_0009

내가 사랑하는 주미크론 50밀리 DR 렌즈로 촬영했던 사진. 이 사진을 찍던 그때는, 아마도 내 인생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안타까운 순간이었고 또한 아련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그래서 난 이 렌즈를 사용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이 렌즈의 성격은 그런 거라고. 아마도 우리가 렌즈에서 받는 느낌이 이런 게 아닐까? 사실 British Journal of Photography의 에디터였던 Geoffrey Crawley의 지대한 공로로 렌즈 테스트라는 것이 광학적 능력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지만 나는 여전히 옛 방식을 선호한다. 해상도나 콘트라스트나 왜곡 따위의 객관적으로 평가되어질 수 있는 그러한 것들 보다 그것이 총채적으로 어울어지면서 느껴지는 인상같은 것 말이다. 이 렌즈는 차가워. 이 렌즈는 화사해. 이 렌즈는 묵직해 따위의 이야기들. 어차피 인간의 눈은 엄격한 환경에서 1:1 비교테스트를 하지 않는 한 렌즈 간의 차이란 건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법이다. 그런데도 렌즈에 대한 나의 느낌을 해상력이나 콘트라스트나 주변부 화질 같은 수치로 변환한다는 것은 왠지 나의 소중한 추억을 단백질 조각으로 치환하는 것만 같다. 그러니 무엇을 하건 자신의 감정과 자신의 기억에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언가와 비교하는 순간 즐거움은 괴로움이 되는 법이니 말이다.

ps. 2006년 라이카클럽에 썼었던 옛날 글이네요. 오랜만에 이곳에도 다시 옮겨적어 봅니다.

조나 조은 조나

eaa1a5fbd01289ebaaa7d3b02b77a6c5-1024x768

Short Story

원래 트리플렛 구조의 렌즈디자인은 천체관측용 망원경에 즐겨 사용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디자인을 1893년 영국의 Dennis Taylor가 광학 사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하여 쿠크 트리플렛 (Cooke Triplet)라고 알려진 디자인으로 특허를 내게 된다. 그는 단지 3장의 렌즈만을 이용해서 당대 가장 큰 문제였던 광학수차를 제어하는데 성공한다. 이 트리플렛 구조는 당시 사진기용 렌즈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짜이즈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Paul Rudolph는 1896년 기존의 트리플렛 구조를 응용하여 6장의 광학유리로 대칭형 구조를 이룬 더블 가우스(Double Gauss) 형태의 플라나 (Planar) 렌즈 디자인을 처음 발표한다. 하지만 당시는 아직 렌즈 코팅이 발달하기 전이었고 많은 광학유리의 사용으로 인한 난반사가 문제가 되어 원하는 화질을 끌어내지 못하게 된다. 이후 1902년 그는 이 트리플렛 구조를 다시 발전시켜 테사 (Tessar) 렌즈를 개발하게 된다. 그는 트리플렛 구조에서 굴절률을 개선하기 위하여 마지막 렌즈를 2개의 광학유리를 접합하여 대체하였고 결과적으로 3군의 렌즈로 공기접촉면을 6면으로 최소화하여 화질 향상을 얻었다. 당시 이 디자인은 성능이 좋았을 뿐 아니라 제조원가도 적게 들었기 때문에 오랜 기간 사랑받는 전설적 렌즈로 등극하게 된다. 오랜 개량을 거듭하여 1930년대에는 최대개방 조리개를 f/2.8까지 올리게된다. 하지만 이 테사는 광학구조상 더이상 밝은 렌즈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었다.

sss
(좌) 1924년 개발된 Ernostar f/1.8은 밝은 광학렌즈의 시초가 된다. (우) Sonnar 50mm f/1.5에서는 두번째와 세번째 광학유리 사이에 굴절율이 낮은 크라운유리를 삽입함으로서 공기접촉면을 줄이고 난반사를 획기적으로 줄이게 된다.

1929년 Ludwig Bertele는 더욱 밝은 렌즈를 개발하기 위하여 무려 3,200장의 달하는 방대한 수식계산과 메모의 연구노트를 통하여 Sonnar 를 개발하고 독일 특허청에 특허를 등록한다. 이 Sonnar라는 이름은 독일어 Sonne에서 유래하였고 이는 태양을 의미한다고 한다. 원래 이 이름은 테사와 유사한 구조의 Sontheim am Neckar의 Nettel Camerawerke에서 사용하던 용어였으나 이 회사가 Contessa-Nettel로 합병하고 다시 Zeiss-Ikon에 다시 합병됨에 따라서 해당이름을 짜이즈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 렌즈는 조리개 f/2.0으로 3군 6매로 개발되어 당시 개발된 Contax I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Planar와 비교하여 광학수차는 조금 더 컸지만 공기접촉면을 최소화한 디자인으로 인하여 콘트라스트가 더욱 향상되었고 플래어 발생도 훨씬 적었다. 하지만 테사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광학수차가 더욱 작았고 더욱 밝은 조리개를 만들 수 있었기에 큰 각광을 받게 된다. 그리고 또 얼마 뒤 그는 조리개 f/2.0을 가지는 조나의 후면 렌즈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재설계하여 당대에 최고의 밝기를 자랑하는 조리개 f/1.5의 조나를 새롭게 개발한다. 당시 이 설계가 얼마나 놀라웠는지 선발주자였던 라이츠는 화들짝 놀라서 Taylor-Hobson을 통해 겨우 제논 50밀리 f/1.5 렌즈를 개발할 수 있었다. 당시 코팅이 발달하지 않아 원하는 밝기의 렌즈를 만들기 위해서 구경을 늘리고 렌즈의 매수를 늘리면 필연적으로 내부난반사를 조절하기 어려웠는데 그는 천재적인 솜씨로 굴절도가 높은 광학유리 3매를 동시에 접착하는 방법을 통하여 공기와 접촉하는 면을 6면으로 최소화하고 광학수차를 극복하였다. 초기 버전은 회절을 피하고자 조리개가 f/8로 제한되었지만, 곧 f/11까지 확장되었다. 조나는 당시 짜이즈에서 가장 밝은 렌즈였고 렌즈의 구조상 코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짜이즈의 T 코팅은 1935년 Jena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Alexander Smakula가 처음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광학유리는 종류에 따라 투과하는 빛의 손실분이 4-8% 정도 되었고 이 때문에 완성된 렌즈는 종류에 따라 거의 50% 이상의 광량을 소실하는 일이 발생하였는데, 그는 Transparent 라는 의미의 T 코팅을 발표하며 렌즈를 투과하지 못하고 반사되어 사라지는 빛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후 그는 기존의 코팅을 개량한 멀티코팅을 도입하며 T* 라는 마크를 부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멀티코팅은 난반사를 억제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고 이것은 결국 렌즈 디자인의 변화와 함께 회절현상을 개선하여 다시 조리개 f/22의 조나를 개발하는데 이르게 된다.

ss

1935년 발매된 짜이즈의 렌즈가이드북을 보면 조나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조나는 독일의 광학기술이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입니다. 조나는 모든 사진가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 것입니다. 조나는 특징적인 3군의 설계로 전면과 후면은 볼록렌즈 구조로 되어있고 두번째 군은 전면을 향하고 있습니다. 공기 접촉면이 6면으로 빠른 셔터속도를 필요로 하는 것에 부합하여 4개에서 7개의 광학유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리개 f/2의 조나의 경우 필름면과 전면 유리의 거리가 단지 카메라가 무한대 위치에 있을 때에 비하여 단지 1.1.5배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매우 큰 장점을 내포하고 있는데, 렌즈의 길이가 짧아 휴대에 매우 쉽습니다.”

s

Generations

  1. 1932년, CZJ 무코팅, 니켈, 필터나사선 없음, 최소조리개 f/8, 200g, 시리얼번호 1374171부터 시작
  2. 1934년, CZJ 무코팅, 니켈, 필터나사선 없음, 최소조리개 f/11, 160g, 경통길이 4cm
  3. 1935년, CZJ 무코팅, 크롬, 필터나사선(40.5mm), 170g, 조리개링이 앞으로 이동, 경통길이 4.5cm, 시리얼번호는 1660301로 시작, 전전형 중 가장 대표적인 모델
  4. 1941년, CZJ 코팅, 크롬, T마크 없음
  5. 1942년, CZJ 코팅, 크롬, T마크 있음
  6. 1943년 CZJ 코팅, 알루미늄, T마크 있음
    전쟁기간 중 부품 수급이 어려워서 되는데로 4,5,6번 형태가 마구 뒤섞여서 생산, 개중에는 황동이 섞여있는 것도 있으며, 100% 알루미늄으로 130g 이하 렌즈도 있음. 전전형 코팅은 구하기 매우 어려움.
  7. 1946년 CZJ 코팅, 알루미늄, 알루미늄, 최소조리개 f/16-f/22, 시리얼번호는 3051301부터 시작
  8. 1950년 Zeiss-Opton, Oberkochen에서 생산. 크롬경통, 170g, 최소 조리개 f/16, T마크 있음
  9. 1951년 조리개링이 블랙, 최소조리개 f/22, 시리얼번호 47000부터 시작 (Oberkochen 생산렌즈는 전후 시리얼번호 10,000부터 다시 시작함)
  10. 1953년 Carl Zeiss, 최소조리개 f/16으로 고정, T마크 생략, 가장 성능이 좋은 버전으로 알려짐, 발삼이 자주 발생하므로 주의 요함
  11. 이후 이 디자인은 Contarex 용 조나로 개선되어 옮겨가고 조나 역사상 최고의 성능을 보여주는 렌즈로 인식되고 있다.

Review

사진기를 호주머니에 찔러넣고 다니는 나에게는 렌즈를 선택할 때 길이가 짧다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물론 조리개가 너무 밝지 않은 광각렌즈라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즐겨하는 50밀리에서는 역시나 렌즈의 길이가 휴대에 있어서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밝은 조리개를 가진 50밀리 렌즈가 몇몇 있기는 하지만 늘 함께하는 것은 조리개 f/2.8의 엘마 또는 f/3.5의 엘마다. 침동이 되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기 편하기 때문이다. 조리개 f/2의 주미크론만 하더라도 카메라 가방 없이는 호주머니에 넣어 다니는 게 쉽지 않다. 물론 겨울철에 주머니가 큰 외투를 입고 다니면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 큰 불편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역시나 신경이 쓰이는 문제이다. 그러던 차에 콘탁스용 조나가 꽤 짧은 길이를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히, 조리개 f/1.5의 조나는 주미크론 50밀리보다 오히려 더 짧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별 생각 없이 지내다 문득 다시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내가 원하는 기준에 안성맞춤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는 분을 통하여 칼 자이즈 예나에서 생산된 무코팅 조나를 구하게 되었다. 시리얼 번호가 2187656 그러니깐 1937년에 생산된 렌즈다. 벌써 80살이 넘은 무시무시한 할아버지 렌즈인 셈이다. 처음 조리개 f/1.5의 조나가 생산된 것이 1932년이니 슈나이더의 제논보다 4년 더 빨리 생산된 렌즈이고 이 렌즈가 나오고 나서 1년 뒤에 라이츠사는 조리개 f/2의 주마를 생산하니 당시 짜이즈의 광학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새삼 엿볼 수 있다. 렌즈를 꼼꼼히 살펴보니 내부에 먼지 몇 점이 있을 뿐 상당히 상태가 좋은 렌즈였고 뜯은 흔적도 없고 렌즈 앞뒤의 시리얼이 모두 일치하고 있는 구하기 힘든 상태의 좋은 렌즈였다. 라이츠의 렌즈들은 보통 화면 중심부는 해상력이 꽤 높고 주변부로 갈수록 급격히 화질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반해 이 짜이즈의 조나는 중심부 해상력은 라이카보다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전체적인 평균 해상력은 더 우위에 있으며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갈 때의 그 변화가 매우 완만하여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인상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차를 훨씬 더 잘 억제하고 있어서 배경흐림이 더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플라나 50밀리는 그 설계의 특성으로 중심부와 주변부의 성능 차이가 극도로 줄어 들어있는데 반하여 조나는 적당한 수준이어서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덕분에 요란한 배경흐림을 보여주는 라이카의 주미타, 주마릿, 주미룩스 등의 초기 렌즈와 비교하여 더욱 아름다운 사진을 보여주며 이 독특한 아름다움과 개방조리개의 높은 해상력 탓에 당대의 많은 유명 사진작가들이 라이카 바디에 어댑터를 이용하여 이 조나 50밀리 f/1.5 렌즈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라이카 렌즈의 회오리 보케를 단 한 번도 좋아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짜이즈의 묘사가 더 반갑게 여겨진다. 아직 사용경험이 더 쌓여야겠지만 동시대의 라이카 초기 렌즈들이 전반적으로 섬세하고 입체감이 좋은 톤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했다면 짜이즈는 더욱 해상력이 높고 왜곡이 적은 완성형의 렌즈를 위해서 노력했다는 인상이 든다. 실제로 라이카 렌즈들은 1950년대 이후에 생산된 렌즈들이 지금 기준에서 보아도 컬러밸런스가 어느 정도 잡혀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짜이즈 렌즈들은 초기형부터 상대적으로 더 좋은 컬러밸런스와 보이는 대로의 정확한 색을 재현하는 능력을 갖췄다. 아마도 중형 카메라의 생산을 더 열심히 했던 짜이즈로서는 이러한 카메라들의 퀄리티를 최대한 따라가기 위한 객관적 성능향상에 더욱 골몰했으리라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아무튼, 라이카는 카메라 회사고 콘탁스는 렌즈회사라는 말이 새삼 실감이 난다. 그러다보니 이 초기형의 무코팅 조나를 쓰면 쓸수록 드레스덴에 떨어진 연합군의 폭격으로 회사가 박살 나지만 않았더라도 그리고 독일 분단으로 인하여 회사가 절반으로 쪼개지지만 않았더라도 하는 아쉬움을 계속 가지게 된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렌즈에 전용 필터를 하나 장만해주고 오래도록 아껴 써야겠다고 다짐해본다.

Samples

경기상업고등학교

서울 경기상업고등학교 본관 및 청송관은 2014년 대한민국의 등록문화재 제584호로 지정되었다. 경기 상업고등학교의 본관은 붉은 벽돌 건물로 대칭형 입면, 맨사드 지붕 형식, 돌출된 현관의 3면 아치, 굴뚝 상부의 석조 장식 등 근대기 교육시설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청송관은 경사지붕 형식의 강당 건물로 정면의 아치형 주출입구와 주변 석재장식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매우 단순한 형태이며, 본관 전면에 개교 당시 식재한 반송군도 학교의 역사를 상징하고 있다. 경기도 최초의 도립학교인 경기도립갑종상업학교의 교사 건물로, 당시 시범적으로 시도한 한일공학중학교로써 한국인 학생들이 일본인 학생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였던 역사적 장소이다.

Leica IIIa, Jupiter-12 35mm f/2.8, Ilford HP5, Tmax de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