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사장님의 역점사업인 ‘응답하라 2017_12달의 기억’ 참가용 포스팅입니다.
병신년이 가고 맞이한 2017년은 분명 특별한 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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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을 직접 목격했고, 같은 달 1000일 이상 차가운 물 속에 잠겼던 세월호가 인양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부카니스탄에서 연이어 미사일을 쏘아대니 미일러중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골머리가 썩는 모양새구요. 비록 타의에 반으로 갈라섰지만 남과 북은 각자 악으로 깡으로 어떻게든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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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세계적 담론을 계속 이어갈 깜냥은 애당초 없으니, 이즈음에서 개인사로 넘어가보면 무엇보다 B급 매거진이 떠오릅니다. 게다가 피사장님께서 연말정산용 판을 손수 깔아주시니 응답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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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10일 첫 포스팅을 개시한 후 12월 현재 총 24개의 글을 등록했네요. 얼추 격주 단위가 되는데요.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21세기 필름입문자를 위한 안내서’가 472회로 가장 높았고, 가장 많은 코멘트가 달린 포스트는 28개의 덧글이 달린 ‘아빠 카메라’라는 글이었습니다. 각각의 글 특성상 그럴 수 있겠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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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을 보름 남짓 남긴 시점에서 올 초부터 매거진에 게재했던 포스트들을 한번 돌아보고, 1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하나씩 대표 포스팅을 골라 커버 사진과 함께 간단한 코멘트를 곁들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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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 New year wat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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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1일 포항 왕룡사입니다. 집에서 차로 15분거리라 매년 신년일출을 보는 곳입니다. 다만 올해는 삼각대와 망원렌즈 대신 필름카메라와 35미리 단초점 렌즈를 들었습니다. 모두가 일출을 볼 때 반대방향으로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은 충분히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포스팅 날짜로 치면 3월에 들어가야 맞지만 1월을 비워두기도 뭐하고 사진 자체는 또 1월에 촬영한 것이 맞기에 우격다짐으로 여기에 낑굽니다. 제목은 엘리엇 어윗의 Museum watching에서 착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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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 필름 그리고 라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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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매거진 데뷔 글입니다. 생짜로 새로 쓴 글은 아니었지만 개발새발 망작들에도 열렬히 환영해주신 덕분에 곧이어 가고시마어시장, 이부스키로 이어지는 망작들을 꿋꿋하게 올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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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 아빠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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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내미와 생애 첫 콜라보입니다. 말하자면 “그 아들 촬영 그 아빠 보정” 정도가 되겠네요. 당시의 빅픽쳐로는 이번 여행을 계기로 사진과 장비에 취미를 붙여 아빠랑 출사도 다니고 곧이어 엄마 승인 하에 신품도 막 같이 까고 그럴라고 했는데, 녀석이 사진을 찍는 건 이때가 마지막이 되어버렸네요. 쥬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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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 심도깊은사진에관한심도얕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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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빨이 좀 섰던 포스팅입니다만, 지금 다시 읽어보니 거장들의 사진에 이어 붙어 있는 제 사진들은 죄다 오징어네요. 오징어가 아주 풍년입니다 풍년.
5월 – 21세기 필름입문자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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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3개월차에 욕심을 좀 내보았습니다. 필름으로의 회귀가 아닌 역행자로서의 관점으로 한번 들여다본 것입니다. 모쪼록 제 글이 중고 필카 가격방어에 일조하길 바래봅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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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 호모 에렉투스 그리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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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그리고 라이카”라는 제목 포맷을 계속 이어봅니다. 전적으로 매거진을 목적으로 촬영한 첫 결과이기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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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 흑백사진 그리고 실버에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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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개인 블로그에다 7편으로 나눠 연재했던 실버에펙스 사용법을 한데 묶어본 것입니다. 포스팅 아래 붙은 피사장님 덧글에 대한 답글처럼 매거진에 포진하고 계신 거장들 모셔두고 ‘포크레인 앞에서 삽질’하는 형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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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 사구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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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들어간 사진에 지칠 때쯤 방문한 돗토리 사구는 제게 일종의 치유의 공간이었습니다. 웅장한 대자연 앞에서 인간의 말 한 마디는 수천만년 쓸리고 쌓이는 모래와 다르지 않았고, 감광층에 한 컷씩 퇴적되는 흑백의 풍경들은 그야말로 자기치유의 경험이었습니다. 바다와 산 그리고 사막이 한데 어우러진 진풍경이 궁금하시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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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 우에다쇼지사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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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 출신의 세계적 사진작가 우에다 쇼지. 건축가 다카마스 신이 ‘소녀사태’를 모티브로 하여 다이센산 기슭에 마련해 준 보석같은 공간 속에서 쇼지의 작품들은 더욱 빛을 발하는 듯 했습니다. 과연 예술적 영혼이 담긴 마스터피스는 비록 담긴 그릇이 다르더라도 서로 소통하고 작용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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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 마카오스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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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하는 태양 아래 스냅에 올인했던 5일 간의 여행이었습니다. 다른 언어, 다른 문화라지만, 사람 사는 거리는 사람냄새가 진하게 배어있는 법입니다. 뷰파인더를 통해 본 그곳의 거리는 포항송도의 거리 구룡포의 거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둘러쌓여 있지만 지극히 외로운 사람들.. 그들의 표정은 곧 나의 표정이었음을 이내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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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 은퇴 그리고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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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은 참 어렵습니다. 너무 가깝기에 곁에 있는 줄 모르고 너무 사랑하기에 그것이 사랑인 줄 모르는.. 그래서 의식적으로 셔터를 눌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가장 젊은 시절을 단 하루라도 무심히 흘려 보내지 않기 위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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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KODAK PORTRA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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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선물 받은 포트라 400 두 롤 가지고 풀어본 이야기입니다. 컬러필름을 흑백사진처럼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괜히 쌩돈 날리지 말고 흑백쓰자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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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텍터 피요님 권유로 시작할 당시엔 5편 정도 쓰고 나면 더 이상 쓸 거리가 없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래도 이왕 하는거 10개는 채워야겠다는 야심을 품고 필진으로 참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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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서 정기 포스팅에 대한 의무감과 함께 때로는 오히려 매거진 포스팅을 위해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필진으로 활동하는 일이 결론적으론 목표 없이 부유하는 사진생활보다는 좀 더 계획적인 생활로 유도하고 사진 자체에 대한 흥미와 동기부여를 유지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B급 매거진은 “사진과 글에 대한 습작의 공간으로서” 그리고 “개성 있는 필진들의 수작들을 정기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그 의미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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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매거진 아래 필진 리스트에서 제 이름을 클릭해 보곤 합니다. 워드프레스 특유의 동적 레이아웃으로 펼쳐지는 포스팅 리스트를 보고 있으면 못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 드네요.
내년 이맘때 펼쳐질 제 포스팅 리스트에는 과연 어떤 사진들과 이야기들이 올라와 있을지 내심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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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가족 여러분,
1년 간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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