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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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3일째는 고양이섬 아오시마(青島)로 가는 날이었습니다.

아오시마는 사람보다 고양이가 훨씬 많이 살고 있는 섬입니다. 한때 천 명 가까이 살았던 주민들은 대부분 떠나고 이제는 13명만이 남았다고 합니다. 반면 고양이는 그 숫자를 계속 늘려 2백마리 쯤 살고 있다는데, 둘레가 4km에 불과한 섬 크기에 비하면 무척 많은 숫자입니다. 섬 어디를 가도 고양이를 볼 수 있는 – 애묘인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입니다.

게스트하우스의 젊은 주인이 나가하마(長浜)항까지 태워주기로 했지만, 아오시마로 가는 35명 정원의 작은 배는 종종 만원이 된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배를 놓치면 큰일이어서, 새벽부터 길을 서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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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오즈(大洲)가 이름 그대로 무척 크다는 걸 느끼며 이요나가하마(伊予長浜)역에 도착했습니다.  선착장 입구에서 아오시마 간판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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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선착장에서 아오시마로 데려다 줄 배를 만났습니다.

승선기록부에 이름과 주소를 적고 요금을 내니 작고 예쁜 티켓과 함께 방명록이 건네져옵니다. 벌써 26권째인 방명록에 괴발개발 글을 쓰고 냥이떼 그림도 그려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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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3km 정도 떨어진 곳인데, 세토내해(瀬戸内海)가 생각보다 웅장해서였을까요, 제법 멀리 나간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30분 여를 달려 아오시마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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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에서 바다를 바라보던 첫번째 아오시마 냥이를 만났습니다. 부두를 돌아보니 수많은 냥이들이 마중나와있었습니다. 주민들 틈에 섞여 반가운 얼굴을 기다리는 표정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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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도 잠시, 이제 서너달 쯤 되었을까, 아깽이를 막 벗어난 녀석이 무릎에 기어올라 꾹꾹이를 합니다. 품을 파고드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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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녀석들도 뭔가 주지 않을래요? 라는 표정으로 열심히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습니다. 가져간 간식을 꺼내놓자 신나게 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이 녀석들, 아무래도 형제인 것 같았습니다. 무늬는 달라도 귀와 뒤통수가 똑같더군요.

냥이들 사이를 천천히 지나쳐 섬 구경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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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그대로 풍경이 되어버린 냥이들을 지나쳐 방파제까지 나아갔습니다. 길의 끝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놈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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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마치 환영이라도 하듯 방파제 끝의 자기 자리를 공유해줬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그늘진 곳이었습니다.  답례로 턱을 긁어주니 무척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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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다시 돌아와 오래된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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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역시 녀석들의 차지였습니다. 다시 부두를 지나쳐 섬의 반대편 구경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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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물농장에 나온 집을 기웃거리다 문앞을 지키는 듯한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냥이들 여럿이 참 편안하게도 뒹굴고 있었습니다. 몇 놈은 어느새 눈에 익은 얼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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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에서 부처님들을 뵙고 언덕을 넘으니, 갑자기 세토내해가 넓게 펼쳐졌습니다.

가슴이 탁트이는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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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시마에는 숙소는 물론, 매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섬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먹을 것과 물을 챙겨가야 합니다. 냥이 간식만 챙기다가는 정작 사람이 굶을 수도 있습니다.

어제밤 숙소 인근 편의점에서 산 오야코동(親子丼)을 대합실에서 먹고, 냥이들에게 밥주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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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낮 시간, 냥이들은 대부분 잠들어있었습니다. 제각기 잠든 모습이 귀여워 열심히 셔터를 눌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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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냥이들과 뒹굴다가 멀리 보이는 언덕으로 향했습니다. 언덕은 폐교와 폐등대로 이어진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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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쯤 걸어 폐교에 도착했습니다.

건물 입구는 닫혀있었습니다. 잠시 서성이다 건물 앞 흉상과 부처들 – 아마도 돌아가신 섬주민들이겠지요 – 에 인사하고 돌아섰습니다. 등대로 가는 길은 잡초가 무성하게 덮여 있었습니다.

마을로 내려오자, 잠에서 깬 냥이들이 모여들어 먹을 것을 내놓으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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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간식을 헌납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방문객들이 나타났습니다. 아마도 오후 배를 타고 들어온 것 같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사료와 간식을 가지고 온 방문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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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어울려 놀다보니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침 8시 30분에 도착해 오후 4시까지 있었으니, 제법 오래 있었던 셈입니다. 냥이들과 뒹굴다가 같이 졸고 시원한 바람도 느낄 수 있었던, 느리게 흐르던 근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오시마는 애묘인들에게 가장 좋은 곳이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하루 쯤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보라고 권해주고 싶어졌습니다. 이곳이야말로 힐링 공간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마을회관 구석에 앉아있던 냥이에게 인사를 하고 천천히 부두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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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올랐을 때, 인사하러 온 녀석이 창밖으로 보였습니다. 잘 지내렴. 마음속으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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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사이 아오시마가 멀어졌습니다.

배의 뒤로 긴 흔적이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