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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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가노오(栂尾)에서 버스를 타고 교토역(京都驛)에 내렸습니다. 열심히 걸은 덕에 버스에서는 한숨 푹 잘 수 있었습니다.

시간은 늦은 오후, 점심시간도 저녁시간도 아닌 어정쩡한 때가 되었습니다. 첫날 하푸(Hafuu)에서의 저녁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메뉴가 틀어지기 시작했는데, 오늘도 그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 뭐 되는대로 해보자 싶어서 나라센(奈良線)을 타고 이나리역(稲荷駅)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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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년째 장어를 굽고 있는 네자메야(祢ざめ家)입니다. 가격이 비싸고, 전형적인 관광지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지만, 장어구이의 맛은 교토 원탑이 맞습니다. 일년만에 찾아간 네자메이야에서는 여전히 거리를 향해 냄새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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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기동(うなぎ丼)과 맥주를 주문했습니다. 간식이라기는 우스운 메뉴를 신나게 맛본 뒤 자리를 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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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해가 길어지는 풍경을 보며 후시미이나리역(伏見稲荷駅)으로 향했습니다. 게이한혼센(京阪本線)을 타고 쥬쇼지마역(中書島駅)으로 가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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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일 년만의 후시미(伏見)였습니다. 볼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지는 풍경을 잠시 내려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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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마지막 만찬은 토리세이혼텐(鳥せい本店)입니다.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요, 간사이 최고의 꼬치구이집입니다. 작년 가을 B급 사진 출사의 대미를 장식한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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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배를 두드리며 가게를 나섰습니다. 술에 취해, 밤에 취해 휘적휘적 늦은밤 마실을 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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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잡아타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 to be continued

 

오사카,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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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시마(青島)를 나와 이요나가하마(伊予長浜)역에서 JR요산센(JR予讃線)에 올랐습니다.

온 길을 반쯤 되짚은 뒤, 오사카(大阪)까지 가는 긴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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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열차와 작별하고 30여 분을 달려 이요오즈(伊予大洲)역에 도착했습니다. 고마운 게스트하우스 마스터가 짐을 가져다줬지만, 연결시간이 짧아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개 좀 해드리겠습니다. 오즈(大洲)에 가시면 꼭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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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야마(松山)역에서 시오카제(しおかぜ)로 갈아타고 오카야마(岡山)역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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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야마역에서 사쿠라(さくら)로 갈아탔습니다.

처음으로 자유석이라는 걸 타봤는데, 우리의 입석과 비슷한 시스템입니다. 자리가 비어있으면 앉고, 꽉 차면 서서 가야 하는 거죠. 차이라면 일부 객차로만 운행한다는 점인데, JR패스가 있다면 별도의 예약 없이 탈 수 있습니다. 다만, 일본 연휴의 마지막 날이라 열차는 가득 차 있었고, 별 수 없이 1시간 반 가량을 서서 가야했습니다.

일본인들은 뭐랄까 결벽증 같은게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막상 자유석을 타보니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서로 적당히 부대끼며 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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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쯤 신오사카(新大阪)역에 도착했습니다. 본래는 오카야마에서 도쿄(東京)로 직행할 계획이었는데, 도쿄행 열차가 매진되어 코스가 변경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오사카에 들러 잠만 자고 출발하게 된 거죠.

간사이(関西)공항을 뻔질나게 드나들었지만, 정작 오사카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고베(神戸), 나라(奈良)도 가지 않았습니다. 교토(京都)편식이 어지간한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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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탄 지하철이었습니다. 숙소에 짐을 던져두고 인근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야식을 먹고 곧장 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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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도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6시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어지간히 서둘러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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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칸센 히카리(ひかり)에 오른지 2시간 반 만에, 도쿄에 도착했습니다. 도쿄역 라커에 짐을 구겨넣고 지하철을 타러 갔습니다.

와이프는 오늘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오후 비행기이기 때문에 도쿄를 돌아볼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와이프가 선택한 코스는 시부야(渋谷)와 오모테산도(表参道), 하라주쿠(原宿)였습니다. 요즘 한국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아이템들이 포진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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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시부야였습니다.

시부야 스타벅스에서 보는 횡단보도라던가, 익숙한 풍경들도 있었지만 군데 군데 변한 곳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런 디즈니샵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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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구경하며 오모테산도로 접어들었습니다. 힐즈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길 한쪽에서 망고 아이스크림을 요란하게 팔고 있는 차를 발견했습니다. 일본에서 자주 마주치는 , 시크한 표정의 줄 선 사람들이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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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발견한 최고의 먹거리 – LUKE’S 랍스터 롤입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빵에 후추향이 곁들여진 랍스터를 듬뿍 얹어줍니다. 행복한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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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오모테산도의 기억은 그다지 없었는데, 다시 보니 작은 롯폰기(六本木)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제 취향은 롯폰기 쪽이었지만요. 힐즈는 작고 세련된 몰이었습니다만, 와이프가 그닥 호감을 보이지 않아, 곧바로 하라주쿠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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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주쿠를 찾은 건 유명하다는 펫샵에서 만만이 선물을 사기 위해서였는데, 결론적으로는 실패했습니다.

“상상력만으로 글을 쓰는 젊은 블로거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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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의 출발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도쿄역에서 N’EX(Narita Express)에 올랐습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저는 N’EX를 자기부상열차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냥 특급열차여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캐리어 무게 덕분에 한바탕의 난리를 겪은 뒤 와이프와 작별을 했습니다. 그리고 청사 사이를 오가는 셔틀에 올랐습니다. 창밖으로는 빗줄기가 굵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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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서 2층 열차를 발견했습니다. 그러고보니 한번도 못타봤다는 걸 생각해냈습니다. 별게 다 타보고 싶군, 생각도 들었습니다.

길을 되짚어 도쿄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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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이범희군과 신짱, 그리고 요시코(善子)상과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요시코상은 지난 봄 한국에서 본 후 처음이었습니다. 언젠가 일본에 오면 만나자고 했었는데, 실제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요시코상이 토리보시(鳥星)로 안내했습니다. 고독한 미식가에 소개된 후 에비스(恵比寿)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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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포스를 뿜어내는 야키도리의 맛에 반해 정신없이 맥주를 마셨습니다. 에비스에 왔으니 당연히 에비스 맥주였습니다.

요시코상과 작별인사를 하면서 겨울에 한국에서 만나자고 약속했습니다. 제대로 된 불고기를 사주겠다고, 배를 비우고 오라고 얘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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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다노바바(高田馬場) 돈키호테(ドン・キホーテ)를 구경하러 갔습니다.

다이소가 주로 공산품/생활용품 위주라면, 이 곳은 정말 없는 것이 없는 종합 양판점이었습니다. 술, 담배는 물론 각종 식료품, 의류, 잡화, 전자제품, 여행용품까지 온갖 것을 아주 저렴하게 팔고 있었습니다. 인근의 와세다대학(早稲田大学) 자취생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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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정신이 팔렸다가, 신세를 지기로 한 신짱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to be contined

투다리의 추억, 그리고 토리세이(鳥せい)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하나의 색인(index)으로부터 시작한다.
하나로 꿰어서 집어들던 꼬치구이, 꼬치구이에는 저마다 추억이 있을 것이다. 노점에서 집어들던 투박한 오뎅꼬치, 국자로 종이컵에 홀짝홀짝 담아먹던 국물, 기름과 양념으로 반질반질한 떡꼬치,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던 닭꼬치, 통통한 소세지 꼬치 등등…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던 어린 시절에는 저런 꼬치들이 보약이었더랬다.

나는 한이 참 많은 사람이다. 달리 말해 욕심이 참 많은 사람이다. 다행히 한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임을 일찌감치 깨달았던 것 같다. (아니 깨달은 척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탐식은 지금이나 그때나 제어가 어려운 것 중 하나였다. 20년전의 나는 무얼 그렇게 먹고 싶었던 걸까? 그당시 내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먹거리가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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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제2의 항구도시(당시 사회교과서 표현을 빌리자면) 인천이다. 투다리는 1987년 인천 제물포에서 1호점을 열었다. 장사가 잘 되었는지 분점이 무척 많은 가게였다. 화투장같은 간판을 한 투다리 간석점, 종이 홍초롱도 나풀거리고 있었다. 이리저리 오가다가 가게의 창 너머로 보이는 노릇노릇한 꼬치구이들이 그렇게나 맛있어 보일 수 없었다. 그런데 그곳은 술집이었다. 먹음직스럽던 꼬치구이들은 술안주였던 것이다. 술집에 가는 것이 못된 일이라고 교육받았던 나는 부모님께 한번 말해보지도 못하고, 투다리 밖에서 냄새만 맡고 서 있곤 했다. 자유롭게 그곳을 드나들던 어른들이 참 부러웠다.

생맥주 한 잔에 오백원, 닭꼬치 한 줄에 이백오십원… 미성년자이니 맥주는 못 먹는다 치고, 천원을 모으면 무려 꼬치를 4줄이나 먹을 수 있었다. 그것은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라도 용돈을 모아서 어떻게 해볼 수 있었던 금액이었던 것이다. 사달라고 조를 수도 없고, 돈이 있다고 해도 먹을 수 없다. 이를 어이할까;;;

그렇게 나의 유년은 지나갔고, 어떤 죄책감 없이도 술집을 드나들 수 있을 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투다리가 이자카야와 비슷한 곳임을 알게 되었다. 투다리에 대한 기억은 점차 잊혀져 갔고, 결국은 이 나이가 되도록 투다리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누군가는 옛날의 투다리와 지금의 투다리는 메뉴도 인테리어도 무척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당연히 어린시절 내가 먹고싶었던 250원짜리 닭꼬치는 지금 거기 없을 것이다. 세상은 꾸준히 변해가니까… 지금은 노점의 닭꼬치도 3천원은 있어야 먹을 수 있는 세상이다. 세상이 변해가도 한은 여전히 그 때 그 모습을 하고 남아있는 듯 하다. 그래서 약간 슬픈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한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 채울 수 없기 때문에 비워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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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다리가 떠올랐던 것은 지난 교토여행에서 방문했던 후시미(伏見)의 토리세이 혼텐(鳥せい 本店)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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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미는 몇백년된 사케 양조장들이 모여있는 양조장 마을이다. 유명한 사케 브랜드인 ‘겟케이칸(月桂冠)’ 의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행이 후시미에 도착한 시간은 늦은 시간, 대부분의 양조장과 기념관들이 이미 문을 닫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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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미의 우지강(宇治川)에 짓코쿠부네(十石舟)가 떠 있다. 옛날에는 쌀을 실어나르는 수단이었으나, 지금은 유람선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벚꽃 날리는 봄날에 저 유람선에 앉아 사케 한잔 기울이면… 아… 생각만 해도 눈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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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미의 골목을 잠시 탐방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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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키토리(焼き鳥) 의 명가라는 토리세이 혼텐(鳥せい 本店)에 도착하였다. (토리는 새를 뜻하는데, 보통 야키토리의 토리는 닭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뒤의 세이는 추임새 정도인것 같다.)
그렇지, 여행자들의 로망은 역시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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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게도 독립된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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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로 갈증을 해소하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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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적인 야키토리(焼き鳥) 부터 시작했다.
8명이 방문을 했고, 하나씩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 (물론, 주문은 원하는 갯수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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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 숯불로 하나하나 정성스레 구워낸 듯 하다.
비장탄 같은 것을 썼을까??
가스불로 구웠든 숯으로 구웠든, 내 미각이 그것까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맛있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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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국물요리도 홀짝 홀짝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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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닭날개 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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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맛있던 닭고기 덮밥의 이름조차 기억을 못하다니…
(설마 이름이 닭고기 덮밥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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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닭껍질을 모아 모아서 만들어 낸 꼬치구이, 답껍질이 이런 맛이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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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입속으로 막대는 통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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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는 오래된 사찰이 많아 절임 반찬이 유명하다고 한다. 담백하고 짭조름한 야채 조림, 식감도 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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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완자로 만든 꼬치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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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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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시간은 금새 지나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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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케 한잔에 잊지못할 추억을 담아 들이키고 또 들이켰다. 언제나 그렇듯, 다음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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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토리세이…

그리고, 안녕, 투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