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묘지, 진고지 西明寺 神護寺

고잔지(高山寺)를 벗어나 사이묘지(西明寺)가 있는 마키노오(槇尾) 방면으로 걸었습니다. 별도로 인도가 있지 않은 탓에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느긋하게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도로의 차들도 적절히 속도를 줄이고 조심스레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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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단풍 명소답게 표지판에도 단풍 그림이 그려져있었습니다. 일본인들은 이런걸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기자기하고 귀엽지만 촌스럽지 않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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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나무의 풍경은 화려함보다는 어딘지 쓸쓸한 분위기였습니다. 바짝 마른 나무의 색과 바랜 단풍의 색이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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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분을 걸어 사이묘지로 이어지는 붉은 다리를 만났습니다. 도리이(鳥居)의 붉은색을 떠올리며, 제례적 의미는 같은 것일까,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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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묘지는 아주 작은 곳이었습니다. 10여 분 정도면 돌아볼 크기였습니다. 경내 이곳 저곳에 세워둔 석등이 자꾸 눈길을 끌었는데, 역시나, 석등이 이 절의 상징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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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나지(仁和寺)의 긴 회랑에서 보이던 액자정원을 발견했습니다. 두 칸에 불과했지만, 나름 운치있는 풍경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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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하나는 다실로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저곳에 앉으면 어떤 풍경일까, 궁금했지만 길을 재촉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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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앞의 석등들에 일일이 손을 대보고 돌아섰습니다.  이제 진고지(神護寺)로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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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따라 조금 더 걸어 진고지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멀리 물가에 놓인 평상들이, 화려했을 여름날을 떠올렸습니다. 왁자지껄 모여앉아 잔을 기울였겠지요. 폭이 좁은 강에 놓인 다리를 건너 길을 걸어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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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개의 찻집을 지나쳐 낙엽을 태우는 풍경을 만났습니다. 무작정 서 있는 사람들 곁에 서서 한동안 연기를 구경했습니다. 냄새도, 풍경도 근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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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의 세 사찰 중 진고지가 가장 큰 절입니다. 그대로 자연에 융화된 듯한 고잔지와 작고 아담한 사이묘지에 비해 웅장하고 남성적입니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엔랴쿠지(延曆寺)와도 무척 닮아서 같은 시대에 지어진 것인가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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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에 들러 부처님을 뵙고 경내를 천천히 거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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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난 길을 따라 한무리의 사람들을 따라가니 가와라케나게(かわらけ投げ)를 할 수 있는 곳이 나왔습니다. 가와라케나게는 질그릇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것인데, 깊은 계곡을 향해 멀리 던질수록 좋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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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서서, 사람들과 함께 질그릇을 던졌습니다.

다른 소원이 있을리가 없습니다.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기를 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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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되짚어 내려왔습니다. 진고지는 다른 두 절에 비해 상당히 높은 곳에 있는 탓에 내려가는 계단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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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올 때 보아둔 찻집에 들렀습니다. 만추의 분위기를 한껏 느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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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특산인 모미지(紅葉)떡과 맛차(末茶)를 주문했습니다. 주인할머니가 함께 내주신 모나카는 그리운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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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바람소리를 듣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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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되짚어 사이묘지를 멀리서 바라보며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버스에 올라, 언젠가 녹음이 가득한 여름, 혹은 눈 쌓인 겨울에 찾아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to be continued

주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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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교토(京都)를 가보지 못하나보다 생각했습니다. 악전고투 끝의 이직과 포르투갈로의 늦은 휴가로 일정도, 마음의 여유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기회가 생겼습니다. 어지간히 좋아하는 도시, 이제는 너무 익숙해서 별다른 준비 없이도 훌쩍 떠나게 되는 곳, 교토로의 주말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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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찍 도착한 간사이공항(関西国際空港)에는 예상보다 사람이 적었습니다. 단풍시즌 마지막 주인데다 금요일 아침이라 잔뜩 긴장했는데, 30분도 걸리지 않아 유유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지문과 홍채 등록 프로세스를 별도로 구축한 것이 주효한 것 같았습니다. 별도 카운터를 설치하고 한국어, 중국어가 어느 정도 되는 직원들이 진행을 돕고 있었습니다. 처음 일본에 오시는 듯한 분들의 “대체 지문등록은 왜 하는거냐?”는 클레임에 씁쓸한 기분을 공유하면서 공항을 빠져나왔습니다. 여러 번 경험해도 매번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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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공항리무진 왕복을 끊고 버스에 올라 오사카만(大阪湾)을 지났습니다. 주말에 비 소식이 있다고 했는데, 청명한 하늘이어서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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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교토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낮은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한적한 풍경은 볼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길을 너무 좋아하게 되어서 오사카-교토 간 전철은 영영 타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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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방문 때 이세탄(伊勢丹)백화점의 라멘골목이 없어졌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늘 가던 스미레(すみれ) 교토점이 없어졌으니 새로운 라멘집을 찾아갔습니다. 트립어드바이저 라멘 부문 2위, 음식점 전체로는 25위를 차지한 혼케 다이치아사히 다카하시(本家 第一旭 たかば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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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가게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잠깐 세어보니 55명이었습니다. 허허. 이걸 어째야 하나 고민하다가, 기왕 이렇게 된 것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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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을 납품하는 아저씨의 바쁜 모습을 구경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한 시간 남짓,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가게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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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오면 받는 인상 중 하나는, 작은 가게, 큰 가게를 떠나 대부분의 상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무척 열심히 일한다는 인상을 받는데, 이곳 역시 그랬습니다. 바쁜 스탭들의 모습이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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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만두와 특제라멘을 주문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꽤 괜찮은 라멘집을 발견한 것 같았습니다. 푹 우려낸 돼지뼈 육수에 두 종류의 차슈와 신선한 파를 푸짐하게 얹어서 내주는 라멘은, 보통의 일본 라멘보다 덜 짜고 덜 느끼했습니다. 가게에 외국인이 많은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메뉴에서 한, 중, 일 3개국의 흔적이 느껴지는 점이었습니다. 군만두는 중국식으로 한쪽만을 바삭하게 구워서 내주고, 사이드 메뉴에는 김치가 있었습니다.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걸 보니 한국식이었습니다. 공기밥도 주문할 수 있는데, 라멘만 주문하면 주지 않던 쓰케모노(漬物)를 함께 내줬습니다. 라멘은 전통 방식을 고수하면서, 다양한 메뉴를 통해 다양성을 추구하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물까지 남김없이 마시고 가게를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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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미즈데라(清水寺)에서 가까운 숙소는 일본식 가옥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였습니다. 짐만 내려놓고 저녁을 보내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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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데라마치도리(寺町通り)로 향했습니다. 아직도 맛보지 못한 교토규(京都牛) 스테이크집 하푸(Hafuu)에서 저녁을 먹고, 부탁받은 차를 사러 잇포도차호(一保堂茶舗) 교토 본점에도 들르기 위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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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시간에 맞춰 갔지만, 하푸는 예약이 모두 차 있었습니다. 하루에 한 번, 예약받은 손님들에게 음식을 내고 더 이상은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가게를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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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잇포도차호를 찾아갔습니다. 1717년 영업을 시작했다는 차 명문가는 외관에서부터 만만치 않은 내공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차를 시향하거나 마실 수 있고, 체험도 할 수 있는 매장 안에서 차향에 취해 머물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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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받은 차와 두 종류의 티백을 구입하고 점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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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가게의 시바를 쓰다듬어주고 가와라마치(河原町) 방향으로 길을 걸어내려갔습니다. 양쪽으로, 고풍스럽고 세련된 상점들이 자꾸만 발걸음을 붙잡았습니다. 다음번에는 조금 더 시간을 내서 산책하러 와도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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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지카키모토(紙司柿本)에 잠시 들렀습니다. 가미지라니, 자부심 가득한 이름답게 가게 안은 온갖 종류의 종이와 공예품들로 가득차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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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류의 카드를 구입하고 길을 재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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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마지않는 앙제르(ANGERS)에 도착했습니다. 일년만에 찾은 매장에는 여전히 세련되고 흥미로운 물건들이 가득했습니다.

1층에서 신형 융한스(Junghans)의 블랙 페이스와 70년대 펠리컨(Pelikan)에 정신을 뺏겼다, 2층에서는 요모우또오하나(羊毛とおはな)의 음악을 들으며 매대 사이를 걸어다녔습니다. 브래디(Brady)의 꽃모양 파우치를 들여다보다,  3층의 무민(Muumi) 한정판 식기 세트를 한참 노려보고 나서야 가게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위험한 방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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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쇼윈도의 순록 모형에 손을 흔들고 산조(三条)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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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척이나 바쁘군, 스시노무사시(寿しのむさし 三条本店)의 도시락을 잠깐 구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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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헌책방을 흘낏 들여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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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페(Parfait)전문점의 모형을 신기하게 쳐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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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시조(祇園四条)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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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모가와(鴨川)를 따라 늘어선 가시와야초(柏屋町)의 음식점들에는 오늘도 환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습니다. 한번쯤은 저곳에서 술을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엄청 취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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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를 건너 기온(祇園)거리로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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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들의 불빛 사이를 걸어 이즈우(いづう)에 도착했습니다. 교토에서는 아무래도 이요마타(伊豫又)지만, 한번 쯤은 사바스시(鯖寿司)로 이름 높은 이곳에 와보고 싶었습니다.

1781년 열었다는 가게는 작고 정갈했습니다. 무엇보다, 식당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조용하고 품격있는 공간이 묘한 기분이 들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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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타(400년)보다 업력이 짧다(236년)고는 하나, 그 세월이 결코 만만치 않겠습니다. 둥글게 말린 다시마를 벗겨내고 맛을 보니, 과연, 적어도 사바스시로는 이요마타보다 한 수 위라고 느껴졌습니다. 기온마쯔리(祇園祭)의 공식 지정 도시락이라는 설명도 납득이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가끔은 들러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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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스시 외에도 도미와 여러 종류의 초밥을 맛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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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로 가는 길에는 작은 정원이 꾸며져있었습니다. 확실히 이요마타와는 방향이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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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도 먹었겠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 기다란 줄을 발견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당고를 사기 위한 줄이었습니다. 눈 짐작으로 대략 30명 쯤,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무슨 당고길래 이런 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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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넘게 줄을 서서 받은 당고는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떡을 숯불에 구워 콩가루를 듬뿍 뿌린 뒤, 말린 바나나잎에 조청과 함께 싸주셨습니다. 뭔 당고를 이렇게까지, 싶으면서도 과연 일본인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작 110엔의 당고지만, 그 정성에 살짝 감동까지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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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의 산타 장식을 올려다보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