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Nailya Alexander Gallery

2004년 설립된 Nailya Alexander 갤러리는 컨템퍼러리 작품들 및 러시아 작가들의 사진에 특화된 곳으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흔히 사진의 역사를 공부할 때 접하게 되는 것이 보통 미국, 그리고 일부 유럽 국가 중심의 사건들과 흐름에 대한 해석이기 때문에 러시아 사진 또는 작가에 대해 들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물론 내가 과문한 탓이 가장 크다 하겠다.) 그런 점에서 Nailya Alexander 갤러리는 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작가와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소속 작가들은 물론 러시아 작가들이 많지만 프랑스, 독일 등 다른 국가 태생의 작가들도 여럿 대표하고 있다.

Nailya Alexander 갤러리는 Howard Greenberg와 Gitterman 갤러리도 들어와 있는 57번가와 메디슨가 코너 The Fuller 빌딩의 7층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 중간에 위치한 갤러리는 넓지는 않지만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작품 보관고 및 사무실을 함께 구축해 놓았다. 전시 메인홀은 사무실 및 작품 보관고를 구분해 주는 분리형 벽면들을 활용한 직방형의 공간이며 출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벽면 뒤쪽으로 작품 보관함들이 놓여 있다. 보관함 위에 전시 안내 자료와 체크리스트를 두었으며, 작품 보관 공간의 안쪽으로는 갤러리가 소유 중인 다른 작품들 일부도 함께 전시 중이다. 출입문을 들어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커다란 가변 벽 뒤쪽이 사무 공간인데 이곳에도 일부 소장 작품들을 전시하여 놓았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는 <Boris Ignatovich: Master of Russian Avant-garde Photography>이다. 1899년 러시아 태생(정확히는 구 소련 연방의 벨라루스 지역)의 작가인 보리스 이그나토비치(Boris Ignatovich)는 잡지사 기자 생활 중 사진에 관심을 가지며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되었고 저널리즘부터 순수 사진까지 다양한 장르의 사진들을 넘나 들었다. 이번 전시는 뉴욕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그나토비치의 개인전으로 1969년 작가 탄생 70주년에 열렸던 모스크바 전시에 작가가 직접 인화해 걸었던 빈티지 프린트** 등 접하기 힘든 작품들을 포함하고 있다.

전시작은 총 21점으로 작가가 사진 생활을 시작한 1920년대부터 1930년대 말까지의 주요 작품들이며, 작게는 3인치에서 크게는 40인치까지 다양한 크기의 인화물이 혼재되어 있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받은 전반적인 느낌은 비정형의 프레이밍이 주는 인상이었다. 피사체를 자르고 비스듬히 배치하며 단순히 눈에 보이는 장면이 아니라 어떠한 메타포를 담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이러한 프레이밍을 통해 전해 지는 것 같았다. 혁명의 구호가 적힌 채 바람에 나부끼는 배너들 사이로 보이는 오래된 양식의 성당 첨탑, 노동자의 손과 “앞으로”라는 문구가 한 프레임 안에 담긴 사진은  그러한 프레이밍을 잘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1930년에 이그나토비치가 찍은 <The Conductor Dmitry Shostakovich> 사진과 이후의 로버트 프랭크 사진 프레임의 유사성을 말하는 글****도 있는데, 로버트 프랭크가 기존 사진 문법의 규칙들을 깨며 보여 줘던 구성과 화면에 사람들이 놀랐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는 이그나토비치의 프레임이 어떠한지를 잘 표현해 주는 듯하다. )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보리스 이그나토비치는 러시아(엄밀히는 구 소련-소비에트 연방) 사진 및 예술계의 중추적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러시아 사진작가인 알렉산더 로드첸코(Alexander Rodchenko)에게 사사한 후 그와 함께 러시아 구성주의(Contructivism) 작가들의 모임인 옥토버(October) 그룹에서 활동*****하다가 후반에는 직접 그룹을 이끌기도 하였다.

1920~30년대의 소련은 1917년 10월 혁명 이후 체제의 프로파간다를 위해 예술이 활용됐던 시대였다. 소련은 당시의 다른 국가들과 달리 체제 선전을 위해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으며 이는 작가, 사진가 등등 당시의 능력 있는 예술가들을 대거 포함하고 있었다.****** 이러한 소련의 방식은 결과적으로 단순히 선전, 선동을 위한 위한 ‘제작물’이 아닌 예술적 표현의 ‘작품’들이 나올 수 있게 하였는데, 이그나토비치 또한 그 시절에 활발히 활동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그만의 표현을 보여 주는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이번 전시를 보고 난 후 생각난 것 한 가지를 덧 붙이자면 이곳에 한국 작가들을 위한 전시 공간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뉴욕에는 중국 작가들을 위한 Klein Sun 갤러리, 일본 작가들 중심인 Miyako Yoshinaga 갤러리, 그리고 이번에 전시를 관람한 Nailya Alexander 갤러리처럼 특정 국가 작가들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곳들이 제법 있다. 가끔씩 뉴욕 한국문화원이나 Korea Society 등에서 한국 작가의 전시 등을 열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작가들을 소개하고 시장과 연결시켜 주는 전문 갤러리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쉬운 점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저 한국 문화 소개 공간 정도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상업적 운영(생존)이 가능하면서도 가능한 많은 한국 작가들을 알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사진가들이 충분히 많으니 이곳과 연결시켜 줄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이 있는 조직만 만들 수 있다면 가능하긴 할 텐데 말이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Nailya Alexander Gallery
  • 주소: 41 E 57th St., Suite 704, New York, NY 10022
  • 운영시간: 화-토 10: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www.nailyaalexandergallery.com

*18년 3월 14일 기준

**전시 보도 자료. (http://www.nailyaalexandergallery.com/exhibitions/boris-ignatovich-master-of-russian-avant-garde-photography)

***전시 체크리스트 설명 자료.

****Ian Jeffrey, <How to read a photograph>, Harry N. Abrams, 2009, p. 94.

*****나탈리 허시도르퍼(Nathalie Herschdorfer), <포토그래피 바이블>, 시그마 프레스, 2017, p. 216 & 343.

******Mikhail Karasik, <The Soviet Photobook: 1920-1941>, Steidl, 2015, p.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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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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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을 들어서 마주하는 풍경. 뒤쪽으로 보이는 곳이 작품 보관함들이 있는 곳이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사진은 <Youth,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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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전시홀. 뒤쪽으로 보이는 의자가 있는 곳은 사무실로 쓰이는 곳이다. 왼쪽으로 보이는 작품은 에르미타쥬 박물관 앞에서 담은 <At the Hermitage,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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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보관고 안쪽 벽면에는 갤러리 소장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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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er, 1935>.

“In 1935, photographer Boris Iganatovich, a former member of the October Group, took a photograph of a group of young, athletic men in a public shower. It showed one figure sitting in the foreground, his muscular back to the viewer, with more bathers standing together in the background. Ignatovich’s friend, painter Alexander Deyneka, came across this photograph and asked if he could use it as a prototype for one of his paintins. Later he produced a work which he himself considered to be a failuer in comparison to the original photograph.”, Arts Magazine, November 1989, Curator, scholar and critic Margarita Tupitsyn, Ph.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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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lten Steel, 1938>.

Ignatovich captured the major industrial advancements in the Soviet Union through the 1920s and 1930s. He took this photograph at the Azovstal’ metallurgical complex in Maripol’, Ukraine. It was one of the Soviet Union’s largest steel plants at th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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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ol Lever, Dinamo Factory, 1930>.

Ignatovich shot this photograph at the Dinamo factory, one of Russia’s oldest electrical plants. The hand – well-worn but visibly powerful – coupled with the Russian word for “forward” conveys Ignatovich’s optimistic belief in the laboring masses’ ability to transform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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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stnoy Boulevard, Moscow, 1930>.

Strastnoy Boulevard is a street rich with cultural iconography that strecthes from Strastnoy (now Pushkin) Squar to Peter’s Gates. It is 123 meters wide, making it one of the widest streets in the boulevard ring. The contrast here between socialist slogans and Romanov-era architecture highlights dramatic differences in pre- and post-revolutionary worldviews. This photo – controversial at the time for not offering viewers an easily-digestable, straight-forward message – is emblematic of Ignatovich’s tireless spirit of experimentation.